하나 둘 글을 쓰다보니까

어느 덧 80편까지 왔네.


이번 편은 별다른게 아니라

태국 여자친구 T와 일상적 데이트를

한 이야기를 쓰려고 해.


격투게임 철권이라고 들어봤나?

이런거 하는 커플이 흔하진 않아서

일상적 데이트라 하긴 좀 그럴 수도 있겠당.


"J, 약속 지켜야지?"


"뭔 약속?

너한테 돈 빌린거 없는뎅? -_-;;"


"장난 똥 때리나...

잊어버렸냐?"


"나 뭐 밑지는 사람 아님!

당당하다 캅!"


"확실해?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말라!

100대 맞기 내기할까?"


"미... 미안합니다...

대체 그 약속이 뭘까요...?"


"철권!!

다음에 만날 때 

철권하기로 했잖아!!"



"아...

일단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갈까;;?

제... 제가 사드림..."


"일단 메뉴가 뭐냐에 따라

강도와 스피드가 결정된다.

잘 생각해라."


한 참을 고민했어.

심심풀이로 무에타이 도장에 다니는

T가 삔두가 상해

풀파워로 펀치를 날린다면

뼈가 아작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했거든.



'기억해내야해!

T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를!!

두뇌 풀가동!!!'


108번의 번뇌 끝에

나는 T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떠올랐지.

이윽고, 약속시간이 되어 

승전기념탑에서 T를 만났어.


"야, 너 되게 의기양양하다?

니가 고른 메뉴가 내가 먹고싶은 메뉴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진심펀치 날릴거 알지?"


"하하, 무서운 년.

가자, 먹이 먹으러!!"


나는 T를 데리고 센츄리센터의 안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눈에 보이는 일식 집으로 들어갔지.


"오? 어떻게 알았어?

나 안 그래도 일식먹고 싶었는데!"


뻔하다...

태국 사람들 90%는 일식 좋아하는 것 같다.

돈 없으면 로컬,

돈 있으면 일식.

우리네 삶과 비슷하지.



막상 들어와서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후덜덜하다...

다 합해서 600바트(22,000원)나왔어.


한국에서야 데이트 할 때 먹는

일반적인 가격이지만

나는 태국 현지 패치가 되어서

로컬음식이나 세븐일레븐 음식만 먹는 나로써는

6끼의 식사에 해당하는 돈이야.


하지만, 목숨과 여자 앞에서의 가오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 티는 내지 않았어.


다 먹고 난 후에

센츄리센터 영화관 옆에 있는

오락실에 가서 철권을 하게되었지.


서로 마구 버튼을 누르는 와중에도

나는 손쉽게 T를 이길 수 있었어.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해와서

게임 유전자가 애초에 T와는 다르거든.


그래서 진심으로 T의 캐릭터를

뚜까 팼지.

패다보니 스트레스 완전 풀려서

정신줄 놓고 더 신나게 뚜까 팼어.


근데, 갑자기 옆구리에 

강렬한 한 방이 들어오더라.

아니... 철권 게임 해놓자고서

현실판 철권하면 어쩌자는 거임...


T는 한 참을 씩씩거려서

한 동안 토닥여야만 했어.

하지만, 일부로 져주는 접대철권은

하지 않을 거임.

게임만큼 동등한 게 어딨음.

억울하면 이겨야지.


그래도 이겼으니 기분 좋게

맥주 먹으러 왔어.


여기가 나만 알고 싶은 장소 중의 하나인

승전기념탑 루프탑 바야.

아주 아담하고 작은 장소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소소한 야경이 나는 좋더라구.



바로 옆으로는 BTS가 지나가서

가끔 거기 탄 사람들이랑 눈 마주칠 때마다

맥주 잔 들고 씨익 한 번 웃어주면

120% 폭풍간지를 뿜뿜 할 수 있지.


여기서 포인트는 T가 아니라

뒤 쪽에 핫한 탱크를 

입고 있는 처자야.

아주 보기 좋더라고. 


처음에는 차림이 너무 핫해서 

뭐하시는 분일까 궁금했어.

영어도 엄청 잘하고 

회사얘기하는 걸로 봐서는

훌륭한 직업을 가진 여성 분이었어.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이런 거구만!!


이렇게 맥주를 먹으면서

T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

출장 잘 다녀와라, 

베트남 잘 다녀와라 

같은 이야기 말이야.


그리고는 T를 집으로 보내고

나도 집으로 들어왔어.

들어오자마자 느낌이 쎄하더니

역시나 T에게 문자가 왔어.


"야, 내일 우리 콘도로 와라.

함 더 뜨자"


"뭘 하는데?"


"철권!

동생 친구한테 말해서 플스 빌려놨다!"


"야... 가면 니네 어머니 계신데

거기서 철권해?

그게 말이 돼냐?!"


"모친출타!

어머니 안계신다."


"니 동생 있는데

셋이서 같이하기도 그렇잖아~"


"동생출타!

동생놈 집에 없다."


"아... 여자친구가 집 비었다고 

오라고하면 좋아야하는데...

이빨이 출타될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우리 뭐 스파크 일어나는 섬씽 그런거 없는 거지?"


"개수작 부리지 마라.

건전하게 철권만 하는 거다."


"아... 알겠다 캅..."



그리고는 나는 다음 날 T의 퇴근시간에 맞춰

T의 콘도에 갔지.

그리고 우리는 단 한 번의 시선의 마주침도 없이

자리에 앉아 플스를 세팅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게임을 시작했어.


첫 판은 간단하게 예를 갖추며

인간 캐릭터로 했지.

하지만, 곧 나의 깝침 게이지는 슬슬 올랐고

매 판 내가 이길 수록 더욱 더 

찰지게 놀리고 싶은 마음에

캥거루나 곰, 통나무 같은 사람이 아닌 

캐릭터로 T를 희롱했어.


"푸하핫, 동물한테도 지냐?

동물보다 못하네.

쿠마 펀치!

죽어랑!!! 헤헷

펀치 하는 척하면서 이번엔 킥이당.

힝 속았징?!ㅋㅋㅋ"


T는 몇 판째 동물들에게 당해

혼자서 부글부글 끓다가

이내 현실판 쿠마킥을 날렸어...


"야... 태국에서 발로 사람 

건드는거 아닌 거 알잖아...

제일 더럽게 여긴다고..."


나는 T에게 정색하며 말했어.

T는 갑자기 굳은 내 표정을 보더니

재빨리 사과했어.


"아... 미안해.

내가 너무 심했지?"


"이 때를 노리는 거여!

한국인한테 그 딴게 어딨어.

쿠마킥!! 죽어랑!!!!"


그 틈을 타서 나는 내 곰 캐릭터로

T의 캐릭터를 묵사발 내었고

T의 멘탈은 하늘로 승천했지.


가소로운 것.

어디 게임으로 

한국인한테 도전해?


님들도 태국가서 같이 할 태국인 있다면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한국인이라면 게임DNA는 타고나니깐

왠만하면 안 짐.



오늘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함.

다들 남은 추석 연휴 쿠마킥!!!





이번 이야기는

내가 T에게 폭탄선언을 한 이야기야.



전 날, 카오산에서 재밌게 놀고 집으로 들어와서

똑같은 아침을 맞이했지.

보컬 형은 더 이상 나랑 놀 수 없었는데

티나와 함께 투어를 떠났기 때문이지.

신혼여행 온 것 같이 느껴짐...


나는 언제나처럼 운동과 음악작업을 마치고

 T와 메세지를 주고 받았는데

이 날 엄청난 발언을 하고 말았어!


"J, 나 말레이시아로 2월 말에 잠깐 출장 가!

오예오예 >_<"


"좋겠다... 너 출장가는 때에 맞춰

그럼 나도 베트남 한번 다녀와도 돼?"


"나 없이? 혼자?"


"너도 혼자 출장가잖아, 나 두고 -_-

그리고 겸사겸사 비자 문제도 미리 해결해놓고 싶어.

3개월 되기 바로 직전에 

다른 나라 갔다가 다시 온다고 하면

바로 의심받으니까..."


"흠... 맘대로 해라!"


나는 단톡방 사람들에게 2월 말에 

베트남에 혼자 여행간다고 자랑했어.

그 말을 듣고 방장 형은 자기도 따라가면 안되냐고

나에게 물었어.


방장 형은 베트남도 두 세 차례 가봤기 때문에

먼저 가본 사람이 있다면 나도 편할 것 같아서

흔쾌히 오케이했지!


무엇보다 성격도 잘 맞는 편이고

잘 노는 사람이니까!


나는 비행기 값도 싸고

놀 거리도 많은 호치민에 가고 싶었는데

방장 형은 진짜 베트남 여행은 하노이라고 해서

알아보니까 하노이에도 볼거리가 꽤 있더라고?

그래서 방장 형과 하노이행 비행기 티켓을 바로 예약했지!


그리고 T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했어!


"T, 나 하노이행 비행기 티켓 예매했어!

랑짓에 내가 같이 논다던 방장 형 말한 적 있지?

그 사람이랑 갈거야~"


"음... 무척 맘에 안드는데~

너 처음엔 나랑 같이 간다고 했잖아"


"그 부분은 정말 미안해~

근데, 겸사겸사 나도 이 때 가는게

좋을 거라 생각했어.

그 대신 내가 제안 하나할게!


"뭔데 -_-"


"나 베트남 갔다가 돌아오면 긴 머리 자르고

너가 좋아하는 짧은 머리 할게!"


"뭐? 진짜?!

그래! 그럼 갔다와!

하지만, 거기서도 나 그리워 할거지?!

그래야만 해!"


"보고 싶겠지, 아마도?

그래서 지금 아리 쪽으로 가고 있는데?"


"진짜?! 지금?

나 일 끝나고 집에 가는 중이긴 한데...

오고 있는 거야?!"


"ㅇㅇ 15분 뒤에 도착한다, 준비해라"


사실 허세는 부렸지만 아직 집이었어.

우리 집에서 택시를 불러 T의 집까지 가는데는

대략 10~15분 사이가 걸리지만

그랩 바이크를 이용한다면?

8분 컷이 가능하다!!

먼저 도착해서 한 껏 폼 잡고 있어야징~


그래서 그랩바이크 불러놓고

2분동안 응가하고

1분동안 로션 왁스 바르고 준비했어.

베트남에 가기위해 너무 무리수를 던진 탓인걸까?


갑자기 긴 머리를 자른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서

긴 머리를 가지고 있는 동안 

많은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독특한 머리를 도전해봤어.


바로 '도깨비'의 공유머리야.

이 때는 우리나라에서 도깨비가 

끝난지 얼마 되지않았던 때였고

대부분의 태국사람들은 도깨비를 좋아해서 

그 드라마의 환상 속에 살고 있을 정도였어. 


몸에 검이 꽃혀져있게 보이는

어플을 가지고 노는 것부터 공유앓이까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말할 때마다

"콩유, 고불린 조아요" 거리고 다녔어.

그래서 내침 김에 공유 도깨비 머리를 한번 시도해보았음.



백정?!

뭐지 이 망나니는...

다신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이윽고, 아리 역 근처에 왔고

나는 T의 집 건너편에 있는

이쁘장한 하얀색의 카페를 갔어.


카페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있었는데 

1층은 카페고, 2층은 사진관이어서 

애기들 사진을 찍으려는 커플들이 주말마다 붐벼.

그래서 언젠가 꼭 와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 처음으로 가게 되었어.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T를 기다렸지.


근데 커피 시킨지 10분 만에 미안하지만 

나가야할 것 같다고 하는거야...

뭔 개소린가 싶었는데

회사에서 단체로 모임한다고 빌렸다네...

그럼 커피 시킬 때 미리 알려주던가..

장사 그지 같이하네


그래서 할 수 없이 꾸물꾸물 기어나와

T의 콘도로 이동했어.

콘도는 키카드가 있어야 건물 안 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나는 하도 많이 가서 경비원이 날 알아보더라고~


"사왓디캅, 아저씨, 저 알죠 캅?"

"오? 여자친구 만나러 왔냐 캅?"

"넹, 안에 가서 기다리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캅?"

"물론이지, 들어가 있어라 캅"

"캅캅!!"


그리고 무사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

T는 퇴근 시간이 되어서 꽤나 늦는 것 같았어.

할 일 없이 건물 안 쪽을 살펴보고 있는데

건물 와이파이랑 비밀번호가 똭! 적혀있는 거야.


우리 집은 와이파이도 한달에 500바트씩 내야되는데

여기는 무료개방인가?

사스가 부자동네...


그래서 바로 와이파이 도둑을 했지.

덕분에 평소에 데이터 없어서 잘 못보는 

유튜브 신나게 볼 수 있었지.

그렇게 히히덕 거리면서 유튜브를 보고있는데

아쉽게도 T가 금방 도착하더라.

더 보고 싶었는뎅...


때마침 보컬 형한테 연락이 왔어.

티나와 T랑 같이해서 넷이 밥 먹자고!

T는 흔쾌히 OK했어.


"형네는 뭐 먹고 싶은데?

형 태국 왔으니까 형네가 정해!"


"음... 티나는 태국 물고기 먹고 싶다는데?"


"진심으로? 다시 생각해보라고 전해줘"


"먹고싶데, 얘 몇 일 전부터

그거 먹고 싶다고 징징거렸어"


"뭐여, 결국 아기를 가진 거야?!

그 상황이라면 꼭 먹여야지! 

짜오프라야 똥물고기 먹으러 가자!"


"뭐래, -_- 잘 아는 데 있어?"


"T가 집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 있다고 

거기로 가자는데 여기로 오실?"


"ㅇㅋ, 지금 출발함"


이윽고, 보컬 형과 티나와 만나게 되었고

T와 티나는 작년 홍대 노랑통닭에서 

처음 만난 후로 마주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색어색했지.


그래서 바로 레스토랑으로 갔어.

사진은 없지만, 무척 비싼 곳이야.

하지만, 네 명이 모이면 그나마 저렴하게 

다양한 음식을 시킬 수 있지.


티나는 메뉴를 보다가

짜오프라야 똥물고기 소스조림과 뿌팟퐁 커리, 

바질볶음, 새우요리등을 시켰어.


태국말로는 쁠라 랏 프릭

(Deep fried fish in spicy sauce)이라고 하는데

생선튀김에 매운소스 얹어놓은 요리임.

근데, 맛있어!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고 하는데

짜오프라야 똥물고기도 예외없이 맛있더라!

사진은 검색해서 보셈.


전부 다 해서 가격은 2000바트(66,000원)정도 나왔어.

네 명이서 각출하면 12,500원씩이네.

그래도 비싸다...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후식을 먹으러

아리 빌라마켓으로 갔어!

내가 추석여행 때 먹게 된 코코넛 망고빙수를

먹여보고 싶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곳은 언제나 인기폭발이어서 

20분 웨이팅 해야만했어.

우리는 이름을 달아놓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Hey! J, 우리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냐 쉬먀!

더워 죽겠다 쉬먀! 

기다린 가치가 없는 맛이라면

목숨을 바쳐야 할 것이다 쉬먀!"


"티나따거, 조금만 참아라 쉬먀...

누구나 여기 앞에서 깊은 빡이 친다 쉬먀.

이걸 먹어보기 전까지는..."


"흥! 앞으로 너에게 팔괘장을 날리기까지

10분 남았다 쉬먀"


티나의 협박에도 나는 

내 목숨을 보전할 자신이 있었지.

내 혀는 정확하니까!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는 입장 할 수 있었고

작년에 먹었던 메뉴와 똑같은 메뉴를 시켰어.


티나는 한 참을 이 빙수녀석을 노려보더니

크게 한 스푼 떠서 입에 집어넣었어.

그리고는 오물오물거리더니 갑자기 눈이 커졌어.


"오오! 이건?!"


"어때? 맛있지?

노란 망고맛의 빙수와 하얀 코코넛 크림이

혀를 휘감으며 어울어지는 느낌이 

보컬 형의 혓바닥보다 더 맛있을껄?"


"부... 부정 할 수가 없다...

미안하다 쉬먀..."


정작 보컬 형은 아예 고개를 파묻고 정신없이 먹느라

티나의 말 따윈 안중에도 없었어.

10분여 정도를 넷 다 

대화없이 빙수만 퍼먹고 있었어.

그러다가 빙수그릇의 바닥이 보일 때 쯤 

보컬 형이 말했어.


"와! 츄릅 츕! 이런 맛이 있다니!

츄릅 츕츕, 처음 먹어보는 맛이잖아?

츕츕츕, 아까 거기 레스토랑보다 

100배 정도 돈이 안 아깝다.

이건, 우리가 사야돼!"


덕분에 팔괘장도 안 맞고,

후식비용도 굳었지.

티나 은근히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라

맞았으면 복장파열은 우스웠을껄?

님들도 가면 꼭 여기 들려보셈!


아리 빌라마켓 2층에 있으니까 잘 찾아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38편 참고하셈!


오늘은 여기까지 쓴당.

담 편에서 보장!




이 날은 후웨이쾅에 유명한 야외 레스토랑인

테라스에 갔던 이야기야.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자마자

나의 생활 철칙을 시행하려

공복 상태로 운동을 하러갔어.


역시 상의는 나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인

작년 태국여행에서 산 인생나시야.

지금 거의 다 늘어날 대로 늘어나고

빨래를 많이해서 옷감이 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녀석을 놓을 수가 없어.


가끔 이 녀석은 나에게

'나 많이 아픈데, 보내줄 때도 되지 않았니?'라며

통곡을 하지만, 아직 어림없지.

골수까지 쪽쪽 빨아내고 

옷으로써 생명이 다하면 발수건으로 쓸 테다.


이 녀석은 노가다 하는 지금도 건재하고

아직까지 잘 입고있어.

삶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한 녀석이야.


이 날은 운동하기가 너무 싫어서

그냥 러닝머신에서 걷는 척만 하면서

핸드폰만 하다왔어.


그래서 땀 흘릴 일이 없어서

그냥 그대로 입고 나갔지.

내가 더러워서가 아니야.


실제로 건기 때의 태국은 굉장히

쾌적하고, 땀을 흘려도 금방 말라.

그리고 냄새도 안 남.


건기와는 다르게 우기에는

굉장히 습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뿐더러

잘 마르지도 않아서 굉장히 찝찝해.

그래도 우리나라 장마철 불쾌지수보단 나은 듯.


이 날은 T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약속시간이 될 때까지 편의점 음식이나 먹으며

음악작업을 하면서 빈둥거리고 있었지.


그리고 약속시간에 맞춰 슬슬 걸어나갔어.

이 날은 모험심이 발동해서

승전기념탑을 가는 빠른 루트가 없나 생각하다가

내가 가던 피시방 근처가 생각났어.


내 흐린 기억에 의하면 그 옆으로 쭉 가면

승전기념탑이 나온다고 생각됬거든.

그래서 일단 피시방 근처로 이동했고

옆 쪽으로 걸어나갔어.



걷다보니 태국 고급 레스토랑인 

쾅씨푸드가 있는거야.

여기 지점은 사람이 많이 없어보이더라.

평일 이른시간이라 그런가?


쾅씨푸드는 나에겐 적합하지 않은 

가격대가 형성되어있어서

별로 갈 일 없는 곳이야.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태국 놀러올 때나 가야겠어.


나는 승전기념탑 근처에서

T를 만났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사람이 꽤 많이 몰려있는 로컬 식당을 보고

그 곳으로 들어갔어.


난 딱히 땡기는 음식도 없었고

태국어 메뉴판을 봐도 몰랐으므로

주문은 T에게 맡겨놨어.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지.


이건 똠얌똠얌 스프야.

단순히 시기만 하면 먹을 수 있겠는데

뒤적거리다보면 대파 썰어놓은 것 같은

모양새의 야채가 있어.

레몬그라스라고 하는데 식감은 

대파보다 좀 더 딱딱해.


그거 씹는 순간, 주옷되는거야.

씹을 때 입 안에서 오만가지의 화장품 냄새가

터져나오고 삼키려고하면 헛 구역질이 나와.

나는 향신료 굉장히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인데

그거는 진짜 몸에서부터 거부하기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더라.

님들도 한 번 도전해보고 후기 알랴주셈.


그리고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도 하나 시켰는데

아마 생선일거야.

짜오프라야 똥물에서 건져낸...

그래도 태국사람들은 잘 먹고다녀서

나도 거리낌없이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 식당은 민물고기 특유의 향이 많이 남아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생선 맛과는 거리가 멀더라.


잘 하는 집은 짜오프라야 똥물고기여도

맛만 있는데 여기는 핵똥망인듯...

나는 거의 입에 대지 않고

볶음밥시켜서 그냥 그것만 먹었어.

가격은 총 합해서 250바트(8,500원)정도 나온 것 같아.


식사를 마치고 길거리 노점 상 옆에 

푸드트럭이 쫙 들어서 있길래

가봤더니 빙수를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어.


초코 수박빙수인데, 

가격은 60바트(2,000원)정도 했나?

엄청 저렴했던 기억이 나.

태국 수박은 한국 수박보다 달지는 않지만

초코시럽 뿌려서 빙수로 해먹으니까 맛있었어.


밥 먹고나니 급피곤...

이 사진을 보니 대머리까지 

곧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급 슬퍼졌어.


친가 쪽 할아버지 M자형 대머리

큰 아버지부터 우리 아버지 M자형 대머리

외가 쪽 할아버지 원형 대머리

피해갈 수 없는 나는 곧 대머리


앞으로 8년 정도 남았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석천이형처럼 섹시하게 머리 싹 다 밀고

수염을 길러야지...


빙수를 먹고 T는 다음 날 일을 위해

일찍 가서 쉰다고 집에갔어.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나는 

집 쪽으로 터벅터벅 걷다가 

이내 피시방으로 들어갔지.


여기가 그 피시방이야.

길거리에 툭 하나 있는 1층 피시방.

밖에서도 안에있는 사람들이 뭘 하는지 다보이고

안에서 게임하다가 가끔 지나가는 사람이랑 

눈도 마주치는데 굉장히 뻘쭘함.


그래도 나름 안에서 물이나 과자도 파는데

바로 밖에 길거리 음식점이 있어서

게임하다가 계란 볶음밥 주문하면 

갓 요리해서 만든 따근한 밥을 가져다 주는

아날로그틱한 맛이 있지.


게임을 한 참하고 있는데

Z형과 H형, 그리고 그 동생녀석에게 

연락이 왔어.


Z형은 내일 치앙마이로 돌아가고,

H형과 동생녀석은 한국으로 곧 돌아가서

오늘 밤 만나자고 하더라.

약속장소는 후웨이쾅!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에 들뜬 마음으로

피시방을 박차고 집으로 돌아가

 빨리 나갈 준비를 했지.

그리고 택시를 타고 후웨이쾅으로 출발했지.


후웨이쾅 지역은 나름 땅 값이 비싼 동네인 동시에

유흥가가 많은 지역으로 유명하기도 해.


그리고 후웨이쾅 야시장은

태국 업소여자들이 많이 

쇼핑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를 가보니까 알겠더라고!

진품처럼 이쁜 옷이 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었어.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곧 형들과 동생을 만나게 되었어.

그리고는 H형이 유명한 레스토랑 가자고해서

따라갔는데 그 곳이 알고보니 후웨이쾅에서

엄청 유명한 테라스였어!

우리는 맥주를 시키고 안주도 몇 개 시켰지.



이 것은 새우 팟타이인데,

새우가 무척 컸어.

근데, 그게 전부였어.

팟타이는 카오산인걸로!


먹다가 동맥경화 걸릴 정도로 

자극적인 팟타이가 아니면

왠만해선 카오산 팟타이를 

능가 할 수 없는 것 같아.



새우를 좋아하시는 H형님!

처음에 어려보이는 외모로 반말 할 뻔했는데

나이가 39...


이 형은 술이랑 구름과자 같은 

몸에 해로운건 다 하는데

피부는 나보다 좋은듯...

피부는 타고나는건가 보다...


귀요미 동생녀석.

단톡방에서 만난 또 다른 동생녀석과

파타야가서 재밌게 놀다왔다는데

얘기 들어보니 완전 바가지 엄청썼다.


애가 순수해서 언젠가 

바가지 엄청 씌일 것 같았는데

진짜로 당했다니 맘이 아프군.

동생녀석의 허탈한 표정을 보고 내가 다 슬퍼짐...

그래도 잘 놀고왔다니 다행이다싶음.



우리는 요롬코롬 대화를 했어.

무엇보다 내가 좋았던 것은

작년만해도 이렇게 여행이 끝나감에 따라

아쉬움 마음이 가득했는데

나는 장기여행자라 그런게 없었다는 거.


모두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갈 생각을 할 때

나는 그 마음을 공감하며

한 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하지만, 그 동안 정도 많이 들었고

당장 내일부터는 누구를 만나서

처음부터 다시 관계를 쌓아야하나

이내 우울해지더라.


하지만, 나의 우울함은 이내 부러움으로 뒤바꼈지.

H형과 그 동생녀석은 가는 마당까지 인기폭발이었어.

둘 다 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상이라

 테라스에 있는 여자들이 한 시도 쉬지않고 

힐끔힐끔 쳐다보더라.


Z형과 나는 해당사항이 없었어. ㅠ

Z형은 그냥 일본사람인 줄 알고

나는 그냥 게이인 줄 알고...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던게

Z형도 게이들한테 인기있는 스타일이더라.


테라스에서 술을 마시며 포켓볼도 친 이후에

자리를 옮겨 옆에 있는 유명한 로컬식당으로 갔어.

이 곳에 대해선 재미있는 소문이 들려오는데

후웨이쾅에서 일하는 업소여자들이 일 끝나고나면

새벽에 밥 먹으러 온다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업소녀처럼 보이는 

여자의 비율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호프집 알바나 장사를 끝내고

온 사람이었어.


그 중에는 테라스에서 서빙 알바하던 

어린 여자 분도 계셨는데

화류계가 팽배한 이 곳에서

그렇게 정직하게 일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참 이뻐보이더라.


배가 고팠는지 두 그릇 시켜먹더라고.

그 모습 보면서 내 모습이 보이던데

마음이 짠하긴 했어.

왜냐하면 나도 군대 전역하자마자 학자금 때문에

신용불량상태가 되어서 복학도 못하고

하루 5시간 자면서 일만했거든.


그래서 한 그릇 더 시켜줄라다가

내 코가 석자였기 때문에

못 사줌.


가뜩이나 돈 없어서 형님들한테 

계속 얻어먹기만 하는데

내가 무슨 능력으로 사줄 수가 있겠음?

짠한 것은 짠한 거고, 현실은 현실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마음 속으로

굳세게 잘 살길 바란다는 응원 뿐이지 뭐. ㅠㅠ

힘내자!



형님 그리고 동생들과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됬는데

한 가지 다행인건, H형의 회사특성상

방콕으로 자주 출장을 온다는 거야.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또 올 수 있다고 하더라.

H형이 올 때 Z형도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와서

같이 놀기로 했어.


그 동생녀석은?

석사학위 준비한다고 바빠질거라고 하더라.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잘 되길 바라며

우리 넷은 그렇게 헤어지게 되었지.


방콕에 남아 자리를 지키는 것은

나 혼자...

앞으로 3개월 반을 더 살아야했는데

'이렇게 놀다가 하루아침에 혼자 잘 생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긴 했어.


슬슬 혼자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의 마인드를 가춰야만 했지.



오늘 글은 여기서 마무리할게!

다음 편에서 만나자!!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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