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전 편에서 언급했듯이

오랜 만에 랑짓에서 놀았던 날이야.


방장 형은 그동안 카오산에서 놀다가 만난

서양 애들과 차를 끌고 

깐짜나부리 투어를 갔댔는데

드디어 투어가 끝나고 랑짓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간만에 한번 뭉치기로 했지.


단톡방에 남아있는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새로들어온 멤버 둘이 있었기에

같이 만나기로 했어.


나는 할 것도 없어서 아침운동이 끝나고 

먼저 랑짓으로 가서 주변을 좀 돌아보려고 했지.

그래서 일단 승전기념탑으로 갔어.


그 곳에는 수많은 미니밴이 줄지어있었는데

도무지 어떤 거를 타야되는지 모르겠더라고?

영어는 하나도 없고 표 사는 곳도 따로 없어서

일단 직원같아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어.


"안녕하세요 캅, 랑짓가는 롯뚜 어디에요? 캅?"


"어? 랑짓 가려고? 저기 맨 뒤에 차 타면 된다 캅"


"ㄳㄳ 캅"


랑짓 가는 미니밴을 찾는 건 생각보다

무척 쉬웠어.

일단 무작정 차를 타긴 했는데

요금이 얼마인지, 어디서 어떻게 

내려야하는지도 모르겠는거야.


그래도 일단 무작정 랑짓으로가서

택시타는게 저렴할 것 같아서 그냥 앉아있었지.

운전사가 탑승하더니 조그마한 바구니를 돌리더라고? 

사람들은 그 바구니에 성금모으듯

하나 둘 돈을 넣는거야.


금액이 얼마인지 몰랐기에 

옆에 앉은 여자에게 물어봤어.


"죄송하지만, 이거 얼마에요 캅?"

"30바트(천 원) 카~"

"히에에엑? 엄청 싸다...

근데, 저 100바트 짜리 밖에 없는데 어떡해요?"


"줘바요 카~

이렇게 바구니에 있는 돈을 

알아서 거슬러 가지면 돼요 카~"


미니밴의 시스템은 생각보다 간결했어.

양심에 따라 돈을 넣고 끝인줄 알았는데

금액이 맞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걷은 돈을 운전기사가 세보더라고.

만약 금액이 안 맞으면?

그 때부터 진실게임 시작하는거지.


랑짓까지 가는 미니밴의 비용도

말도 안되게 저렴했어.

이렇게 가면 편도 30바트 밖에 안드는데

그동안 350바트를 주고 택시를 타고 다닌

나는 호구였던가...

역시 아는 만큼 절약 할 수 있다고

모험하길 잘했어.


한 가지 문제는 어디에서 어떤 시점에 

내리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그래서 운전기사한테 슬쩍 물어봤지.


"이거 퓨쳐파크 가요 캅?"

"간다 캅! 도착하면 불러준다 캅!"


내리는 것도 고민해결!

택시보다 효율적이잖아?

단 돈 30바트에

일반 국도가 아닌 고속도로를 타고 가고!

나는 이후로 랑짓 갈 때면

항상 미니밴만 탔어!


드디어 목적지에 다 왔는지 

운전사는 퓨쳐파크를 외쳤고 나는 내렸어.

퓨쳐파크는 랑짓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돈무앙 쪽 사는 사람들도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


일단 더워서 안에 들어갔는데

다 쇼핑쇼핑센터라 구경 할 것도 없이

 그냥 땀만 식히고 나왔어.


그리고 방장 형이 있는 호텔로 가기 위해서

근처에 있는 오토바이 택시를 탔는데

역시 바가지 없이 30바트만 받는다.

물론, 미니밴 값이랑 똑같아서

짜증나는 부분도 있지만,

방콕의 경우 그 정도 거리를 갈때 최소80바트는

불러버리니까 감안해야지.


방장 형이 묶는 곳은 랑짓에 하나 우뚝 솟은

타라 그랜드 호텔이야.

주변에 괜찮은 호텔이 이거 하나밖에 없어서

방장 형은 맨날 여기에만 묶더라고.


방장 형은 아직 오는 중이어서

근처 카페에서 방장 형을 기다리기로 했지.


랑짓에 있는 지브라라고 하는 카페인데

나름 분위기도 괜찮아.

밥도 같이 파는데, 맛은 그닥 없어.

갈 사람은 커피만 드셈.



막간을 이용해서 태국어 공부!

태국어 책은 언제나 가지고 다님!

믿기진 않겠지만, 나는 나름 공부쟁이라 

내가 좋아하는 공부는 꾸준히 함.


태국어 쉽게 금방 배우는 방법?

이건 내 경운데

필수명사랑 필수동사만 

외워서 창조해버려.


예를들면, 필수 명사로는 

나, 너, 우리, 그, 그녀등이 있고

필수 동사로는 가지다, 원하다, 알다

하고싶다, 할 것이다 등등이 있어.


여기에 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를

 추가해서 외워준다면

어렵지 않게 태국어 문장을 

조합해서 말 할 수 있지.


양이 많지 않아서 머리가 빠가인 사람도

3일이면 외울 수 있어.



그렇게 혼자 공부하며 기다리는데

금방 단톡방에 있는 한 사람이 더 왔어.

이 형은 태국에 문신하러 왔다가

단톡방 모인다고 해서 와봤데.


우리는 간단한 소개와 대화를 했고

오래 걸리지 않아 방장 형도 도착했어.

방장 형은 장거리 운전을 하느라 

차가 많이 더러워졌다고

세차장에 먼저 들렸다가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차장은

그 날 영업을 안했고, 

우리는 바로 밥을 먹으러 갔지.


여기는 아까 그 호텔 근처의 길거리 시장인데

먹거리를 엄청나게 싸게 팔아.

타코야끼부터 태국음식과 닭다리, 족발등

다양한 음식들이 있어!!


세 명이서 100바트(3,300원)씩 걷었는데

이 많은 음식들 다 살 수 있을 정도로 싸!

여기 완전 맘에 들어!!

결국 음식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남겨버렸어... 분하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먹으며

대화를 더 나눴지.


하지만, 문신 형은 밤에 약속이 있다고

먼저 가야한다고 해서

결국 방장 형과 나만 남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저녁 늦게 온다고해서

그 사람이 올 때까지 마사지나 받으러 갔어.


방장 형은 마사지도 랑짓이 짱이라고

그렇게 말해왔는데 오늘 드디어 검증하는건가?

마사지는 200바트였어!

마사지사는 푸짐한 아주머니었는데 

딱 봐도 손압이 강해보였어.

무엇보다 좋았던 거는 등에 

호랑이 기름을 발라서 

오일마사지를 해줬다는 점이야.


처음으로 오일 바른 손에 

마사지 당해봤는데

느낌이 무척 좋았어.

하악하악... 또 가고 싶당.


마사지가 끝날 때 쯤 

단톡방의 다른 형이 도착했고

우리는 술집에 가서 가볍게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눴지. 


그리고 언제나처럼 컨팽능이라는 클럽에 가서

흥겹게 춤을 추는데

새로 온 형이 표정이 별로 안좋아.

아무래도 로컬 쪽 음악은 안 맞나봐.

나는 은근히 신경이 쓰였어.


감성지수가 높은 편이라 아닌 척해도

다른 사람들 기분을 맞춰주는 편이기 때문에

'우리가 뭐 어떻게 해줘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방장 형에게 뭐 어떻게 합석이라도 

시켜드려야되는 건가 물어보려고 할 때 

방장 형도 갑자기 얼굴이 심각해진 거야.


그리고는 발시발시 소리를 내며

문자를 하시던데 알고보니

방장 형 썸녀의 친구가 방장 형을 

클럽에서 봤다고 썸녀한테 얘기한거야.

그리고 썸녀는 문자로 방장 형한테 

총 들고와서 쏴죽인다고 하는 상황이고.


방장 형은 전화로 쌍욕을 하면서 

쏠 거면 쏘라고 하더라.

그리고는 동생들이랑 술 마시러 놀러온건데

왜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서 

죽인다니 개소리를 하냐고.


개쌍욕을 먹은 후에야 

정작 썸녀는 미안하다고 하고 연락이 왔어.

방장 형은 이 날 하루는 

춤 안추고 조용히 있다 갈거니까

내가 좀 고생해서 새로 온 형 케어 

좀 해주라고 하더라.


그 말인 즉슨, 

내가 밤문화 가이드를 해야하는건가...

하... 방장 형은 여전히 발시발시하면서 

그 썸녀랑 메세지하고있고...

새로 온 형은 발시발시 하는 표정으로 

술만 먹고 앉아있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어.


엄청 이쁜 여자애가 있는 테이블이 보이는 거야.

꽃이 있는 곳에 벌레가 꼬인다고

수 많은 로컬남자들은 그 테이블로 가서 

말을 걸었는데 역시나 까이는 거야.


이거다 싶었지.

나 역시 벌레가 되어 까인다면

형들을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이 생길거고

꼬시는 건 내 능력 밖이니 오늘은 여기서 파하자는

계획을 세우면서 말이야.

그래서 출동했지.


그 쪽 테이블은 총 세 명이었는데

한 명은 무척 예뻤고

다른 한 명은 음.....

마지막 한 명은 여자이지만,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톰보이였어.


헌팅의 기본수칙인

'성공하려면 폭탄에게 다가가라'

라는 말과는 반대로

나는 실패를 꿈꿨기 때문에

제일 이쁜 여자에게로 갔어.



"안녕하세요, 캅"


"안녕 카~"


순간, 심장어택 당했다...

살갑게 웃어주는데 너무 이쁘다...

평소 이상형이 웃는게 이쁜 여자인데

딱 얘잖아?


"흠흠... 별 다른 게 아니라

저기서 봤는데 너무 이뻐서

술 한 잔 짠하려고 왔어요 캅"


"짠!"


이뻐도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고

짠은 해주네 ㅎㅎ

근데, 그 여자 분이 먼저 이것저것

물어보는 거야.

나는 헤벌레해서 신나게 대화했지.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옆에 있던 톰보이 녀석이

'너 원래 자리로 안 가도 돼?'라는

싸늘한 말을 했고, 여기까지인가 싶어서

돌아가려는 찰나 그 상황을 눈치 챈

방장 형이 후다닥 달려와서 서포트를 해주셨어.


그리고는 특유의 웃긴 춤을 추며

엄청난 태국어 스킬로 자연스레 

그 자리로 녹아들게 되었지.


그 이후부터는 톰보이가 손 쓸 시간도 안 주고

아웃사이더 랩보다 더 빠르게

여자애들과 나가서 술 마시자는 약속을 잡고

후다닥 데리고 나왔어.


나가는 와중에 새로 온 형은

"하... 나 폭탄이랑 파트너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집에 갈까?" 라고 투덜거렸어.


나는 어차피 여자친구도 있으니까

형이 원하는 애 옆에 앉으라고 했지.

난 아무데나 앉겠다고 하고...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만 있으면

이딴 병신같은 짓은 다신 하지 않을 거야.


어쨌든, 클럽 맞은 편에 있는 술집에 도착했는데

그 이쁜 여자애가 핸드폰이 없어졌다고 하는 거야.

그것도 산지 3일 된 최신 아이폰을!!

톰보이는 엄청 화를 냈어.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 술만 먹으면 하여튼!!"


톰보이는 여기 있는 친구들을 

챙기는 캡틴같은 느낌이랄까?

톰보이는 후다닥 클럽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나도 일단 이쁜 애와 함께하는 

술자리가 파하는 건 싫었으니까

같이 찾으러 갔어.


그리고는 종업원들에게 핸드폰 좀 같이 

찾아달라고 부탁하며 열심히 찾아다녔어.

안타깝게도 핸드폰은 찾지 못했어.

하지만, 톰보이 녀석은 자기 것 마냥 찾는데

힘써주는 내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하더라.


그리고 술집에 다시 들어가기 전에

 이 자리에 자기가 끼면

재미없을 거라고 하며

잘 해보라고 따봉을 보이며 먼저갔어.


이 놈이 범인 일 수도 있겠는데?


그 이상형의 여자는 어차피 잃어버린거

괜찮다고 하며 쿨하게 술이나 먹자고 하더라.

성격까지 좋은 듯...


내 옆에는 이상형이 아닌 

눈을 피하고 싶게 생기신 분이 앉아있었어.

때때로 나는 그 자리를 위해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나는 너에게 호감이 있다, 있는 것일 거다.

제발 그렇게 생각해줘라'

라는 식으로 쳐다봐야만 했어.

상당히 곤혹스럽더라.


이상형의 그녀의 옆에는 

새로 온 형이 앉아있었는데

클럽에서 울상인 표정과는 다르게

호탕하게 웃고 있었어.


하... 지금 생각하니 너무 후회된다.

옆에 한 번 쳐다보고 앞에 봤을 때

격차가 너무 심해서 더 이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웃는게 너무 이뻤어.


화장실에 갔을 때 방장 형이 그러더라.


"야, 니가 처음에 자기한테 접근해서 

같이 술 먹자고 할 때 굉장히 기뻤는데

왜 자기친구 옆에 앉냐고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아...뭐... 저는 그 형님에게 양보했죠 뭐.

하핫, 좋은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미친 놈

배려할 걸 배려해라.

로컬와서 못 즐기놈한테 자리만 만들어주면 됐지.

 그딴 배려를 왜 해?"


이게 방콕에서 내가 했던

두 번째 병신짓이라 할 수 있지.



술자리를 파한 후에도 

그 형과 내 이상형은

몇 번 더 만난 것 같은데

그 형은 단톡방에 그녀에 대해 안 좋게 말했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


방장 형은 그 때마다

잘 좀 해주라고 말했고...


방장 형은 그 여자와 몇 번 마주칠 기회가 있었나봐.

얘기를 해봤다는데

그 형이 연락도 잘 안하고 

여자애한테 너무 무심히 대해서

그 여자애는 상처 많이 받았다더라.


'한국남자 다 개새끼다.

다시는 한국남자 안 만날거다' 

라는 말과 함께...



언제나 나는 이 여자애가 생각났는데

그 이후로는 본 적이 없어.

물론, 그 때는 나도 T에게 충실했어야 했으니까.

지금은 내가 너무 미안해서 연락을 못 하겠더라.

지금은 하고 싶어도 얘의 연락처를 몰라.


내가 알고있는 정보는 은행에서 

일한다는 것 하나야.

그래서 이번에 태국에 가면 

이 여자애 찾아다닐 생각이야.

'김종욱 찾기'가 되는 건가?!


주변에 은행 다 돌아다녀볼까 생각중임.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면 별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웃는 얼굴이 다시 한 번 보고싶네.


이 정도 이상형이면 결혼 절대 생각 않하는 내가 

집에서 애만 키우라고 하고

노가다해서 돈만 벌어만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정도니까.


그러면, T는 어쩌냐고?

말은 안했지만 옛날에 헤어진 상태임.

그것도 곧 포스팅 할게!




얘가 내 이상형인 그녀야.

이름도 뭣도 모르지만,

누구든지 방콕에서 얘 보게 된다면

내가 미안해하고, 

그리워하고 있다고 전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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