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글을 쓰다보니까

어느 덧 80편까지 왔네.


이번 편은 별다른게 아니라

태국 여자친구 T와 일상적 데이트를

한 이야기를 쓰려고 해.


격투게임 철권이라고 들어봤나?

이런거 하는 커플이 흔하진 않아서

일상적 데이트라 하긴 좀 그럴 수도 있겠당.


"J, 약속 지켜야지?"


"뭔 약속?

너한테 돈 빌린거 없는뎅? -_-;;"


"장난 똥 때리나...

잊어버렸냐?"


"나 뭐 밑지는 사람 아님!

당당하다 캅!"


"확실해?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말라!

100대 맞기 내기할까?"


"미... 미안합니다...

대체 그 약속이 뭘까요...?"


"철권!!

다음에 만날 때 

철권하기로 했잖아!!"



"아...

일단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갈까;;?

제... 제가 사드림..."


"일단 메뉴가 뭐냐에 따라

강도와 스피드가 결정된다.

잘 생각해라."


한 참을 고민했어.

심심풀이로 무에타이 도장에 다니는

T가 삔두가 상해

풀파워로 펀치를 날린다면

뼈가 아작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했거든.



'기억해내야해!

T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를!!

두뇌 풀가동!!!'


108번의 번뇌 끝에

나는 T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떠올랐지.

이윽고, 약속시간이 되어 

승전기념탑에서 T를 만났어.


"야, 너 되게 의기양양하다?

니가 고른 메뉴가 내가 먹고싶은 메뉴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진심펀치 날릴거 알지?"


"하하, 무서운 년.

가자, 먹이 먹으러!!"


나는 T를 데리고 센츄리센터의 안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눈에 보이는 일식 집으로 들어갔지.


"오? 어떻게 알았어?

나 안 그래도 일식먹고 싶었는데!"


뻔하다...

태국 사람들 90%는 일식 좋아하는 것 같다.

돈 없으면 로컬,

돈 있으면 일식.

우리네 삶과 비슷하지.



막상 들어와서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후덜덜하다...

다 합해서 600바트(22,000원)나왔어.


한국에서야 데이트 할 때 먹는

일반적인 가격이지만

나는 태국 현지 패치가 되어서

로컬음식이나 세븐일레븐 음식만 먹는 나로써는

6끼의 식사에 해당하는 돈이야.


하지만, 목숨과 여자 앞에서의 가오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 티는 내지 않았어.


다 먹고 난 후에

센츄리센터 영화관 옆에 있는

오락실에 가서 철권을 하게되었지.


서로 마구 버튼을 누르는 와중에도

나는 손쉽게 T를 이길 수 있었어.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해와서

게임 유전자가 애초에 T와는 다르거든.


그래서 진심으로 T의 캐릭터를

뚜까 팼지.

패다보니 스트레스 완전 풀려서

정신줄 놓고 더 신나게 뚜까 팼어.


근데, 갑자기 옆구리에 

강렬한 한 방이 들어오더라.

아니... 철권 게임 해놓자고서

현실판 철권하면 어쩌자는 거임...


T는 한 참을 씩씩거려서

한 동안 토닥여야만 했어.

하지만, 일부로 져주는 접대철권은

하지 않을 거임.

게임만큼 동등한 게 어딨음.

억울하면 이겨야지.


그래도 이겼으니 기분 좋게

맥주 먹으러 왔어.


여기가 나만 알고 싶은 장소 중의 하나인

승전기념탑 루프탑 바야.

아주 아담하고 작은 장소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소소한 야경이 나는 좋더라구.



바로 옆으로는 BTS가 지나가서

가끔 거기 탄 사람들이랑 눈 마주칠 때마다

맥주 잔 들고 씨익 한 번 웃어주면

120% 폭풍간지를 뿜뿜 할 수 있지.


여기서 포인트는 T가 아니라

뒤 쪽에 핫한 탱크를 

입고 있는 처자야.

아주 보기 좋더라고. 


처음에는 차림이 너무 핫해서 

뭐하시는 분일까 궁금했어.

영어도 엄청 잘하고 

회사얘기하는 걸로 봐서는

훌륭한 직업을 가진 여성 분이었어.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이런 거구만!!


이렇게 맥주를 먹으면서

T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

출장 잘 다녀와라, 

베트남 잘 다녀와라 

같은 이야기 말이야.


그리고는 T를 집으로 보내고

나도 집으로 들어왔어.

들어오자마자 느낌이 쎄하더니

역시나 T에게 문자가 왔어.


"야, 내일 우리 콘도로 와라.

함 더 뜨자"


"뭘 하는데?"


"철권!

동생 친구한테 말해서 플스 빌려놨다!"


"야... 가면 니네 어머니 계신데

거기서 철권해?

그게 말이 돼냐?!"


"모친출타!

어머니 안계신다."


"니 동생 있는데

셋이서 같이하기도 그렇잖아~"


"동생출타!

동생놈 집에 없다."


"아... 여자친구가 집 비었다고 

오라고하면 좋아야하는데...

이빨이 출타될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우리 뭐 스파크 일어나는 섬씽 그런거 없는 거지?"


"개수작 부리지 마라.

건전하게 철권만 하는 거다."


"아... 알겠다 캅..."



그리고는 나는 다음 날 T의 퇴근시간에 맞춰

T의 콘도에 갔지.

그리고 우리는 단 한 번의 시선의 마주침도 없이

자리에 앉아 플스를 세팅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게임을 시작했어.


첫 판은 간단하게 예를 갖추며

인간 캐릭터로 했지.

하지만, 곧 나의 깝침 게이지는 슬슬 올랐고

매 판 내가 이길 수록 더욱 더 

찰지게 놀리고 싶은 마음에

캥거루나 곰, 통나무 같은 사람이 아닌 

캐릭터로 T를 희롱했어.


"푸하핫, 동물한테도 지냐?

동물보다 못하네.

쿠마 펀치!

죽어랑!!! 헤헷

펀치 하는 척하면서 이번엔 킥이당.

힝 속았징?!ㅋㅋㅋ"


T는 몇 판째 동물들에게 당해

혼자서 부글부글 끓다가

이내 현실판 쿠마킥을 날렸어...


"야... 태국에서 발로 사람 

건드는거 아닌 거 알잖아...

제일 더럽게 여긴다고..."


나는 T에게 정색하며 말했어.

T는 갑자기 굳은 내 표정을 보더니

재빨리 사과했어.


"아... 미안해.

내가 너무 심했지?"


"이 때를 노리는 거여!

한국인한테 그 딴게 어딨어.

쿠마킥!! 죽어랑!!!!"


그 틈을 타서 나는 내 곰 캐릭터로

T의 캐릭터를 묵사발 내었고

T의 멘탈은 하늘로 승천했지.


가소로운 것.

어디 게임으로 

한국인한테 도전해?


님들도 태국가서 같이 할 태국인 있다면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한국인이라면 게임DNA는 타고나니깐

왠만하면 안 짐.



오늘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함.

다들 남은 추석 연휴 쿠마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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