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사업 파트너이자

친한 친구인 곤이라는 녀석을

태국 방콕에서 만났던 이야기야!


나는 T가 방콕으로 돌아간 이 후

Z형과의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치앙마이에 머물렀지.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어.


'이제 내 여행기간도 한 달 남짓 남았는데

방콕으로 돌아가서 여행 마무리 해야겠다...

근데, 단기여행자랑 놀면 그 사람들 돌아가고 나서

 마음의 공허함만 남을 텐데

어디 장기여행자 없을까?'


그래서 태사랑에 글을 올려봤지.

1달 정도 여행기간 남았는데

비슷한 사람 있냐고!

그러다가 한 사람에게 연락이 왔어!

돌아가는 날짜는 나보다 3일 정도 빠른 사람인데

나이 물어보니까 동갑이래!!


그 사람도 방콕에서 단기여행자 다 가고

외로워서 죽겠다고 말을 했던 터라

우리는 바로 말을 놓고 매일 카톡을 하며

급속도로 친해졌어.


나는 방콕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 녀석과 그 간 있었던 경험들을

말하며 자기 전까지 대화를 나눴지.


그 녀석은 방콕에 머무른지 1달 조금 넘었데.

숙소는 아속!

방콕 말고는 다른 곳은 가지 않았다고 하길래

범상치 않은 스멜을 느꼈지.


그리고 돌아가는 날짜를 잡고

그 녀석에게 기다리라고 통보했어.

Z형과 친구들에게는 

곧 방콕으로 돌아간다고 말했어.


이번에 가면 또 언제볼지 모르니

그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하고자 했어.

바로 내가 만든 한국요리야!!


그 녀석들의 아지트인

숲 속 레스토랑 "고질라"에

고추장과 질 좋은 고기, 

고추장을 비롯한 각종 양념을 사가지고가

내 자취요리 중 하나인 폭찹 스테이크를 해줬더니

태국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그거 한 거냐고 하더라고-_-


임마... 한국음식이다...


Z형은 내가 떠나기 전

나에게 조그마한 부탁을 하나 했어.


"J야. 너 가기 전에 부탁하나만 하자."


"뭔데요? 그간 얻어먹은게 크니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거면 해드림요!"


"고... 고양이 카페 같이 가주지 않을래...?"


"-_-"


그래서 갔지.

고양이 카페!

사방천지 고양이가 뛰놀며

털을 뿜뿜하는 그 곳!

고양이를 9마리 데리고 있는

친구 B녀석의 집이랑 비슷해서 전혀 낯설지 않았어!

Z형은 흐뭇하게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었지.


여기서 밥 먹는 사람도 있던데

식탁에 보이지 않는 고양이털이

가득가득 할 듯...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오갔던 터라

이젠 사람을 봐도 귀찮아 함.

일하는 시간에 잠이나 자고 있고...


그래도 걔중에는 열일하는 고양이들도 있어.

내 발에 꿀을 발라놓은 듯

이 녀석은 와서 핥고 가더라고...


동물들은 꾸리꾸리한 냄새 좋아한다던데...

꿀이 아니라 된장냄새가 나는 건가?

우리 집 강아지녀석도 내 발을 참 좋아함.


우리는 커피를 주문했어.

고양이 카페인데 

커피는 전문적으로 이쁘게

꾸밀 줄 아셔서 바라보는 내내 기분 좋았음 >_<


요롬코롬 J형과의 애틋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방콕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어.


하지만, J형은 하루만 늦게가라고 꼬셨지.

"J야. 하루만 늦게가지 그래?

오늘 꼬니네 친 형이 미국에서 돌아온다는데

인사라도 하고 같이 즐기다가면 

재밌지 않겠음?"


"음... 저도 즐기고 싶지만

이미 간다고 말 다해놔서

무리임돠... 다음에 또 만날 기회있겠죠!"


"그래 그럼. 조심히 가고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또 보자!"


그렇게 나는 아케이드 터미널로 출발했지.

근데 이게 왠 걸?!

방콕가는 버스표가 다 매진,..

예매없이 왔다하더라도 이건 너무하잖아...

그렇게 1시간을 모든 버스회사를 돌아다니며

방콕 차를 찾아댔지만 찾을 수 없었어...

결국 곤이라는 친구에게 오늘 간다고했지만

약속을 지킬 수 없었어...


그 녀석은 쿨하게 괜찮다고 

내일 천천히 오라고 했지만

믿지 않는 것 같아서 인증샷을 보냈지..




이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지.

'내 쓸쓸한 캐리어를 보아라...

나는 구라를 치지 않고 정말 가고 싶었는데

표가 없는 것이여.'


이 사진을 보고 그 녀석은 엄청 웃어댔고

내일 방콕으로 넘어가기로 말을 하고

미리 나콘차이 버스를 예매했지!

비싼 거 밖에 남지 않아서

VIP 버스로 표를 끊을 수 밖에 없었어.

700바트 정도 했던거 같은데?

정확하게는 잘 기억안남.


나는 쓸쓸히 J형네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지.

하... 눈물이 난다.

오갔던 내 택시비...


노크를 해도 응답이 없어서

일단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어.

형은 꼬니 형과 그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한 것 같았어.


그래서 문자를 보내봤지.

"형 벌써 그립네요.

어디서 뭐하고 계심요?!"


"아이고! 벌써 그리우면 어떡하냐!

형 지금 마야몰 루프탑 바에서 얘네 만나고 있어.

꼬니네 형 되게 유쾌하고 재밌네!"


"알겠습니다... 재밌게 노십쇼."


이렇게 전화를 끊고 

나도 후다닥 거기로 달려갔지!

그리고 옥상으로 갔을 땐 

하하호호 떠드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어.


'괘씸하도다... 

나는 이렇게 집에도 못가고 찔찔거리는데

하하호호 재밌게 노시는 구만!'

나는 몰래 슬금슬금 뒤로 돌아가

부왁! 하고 놀래켜주었지.


그들의 표정은 살아돌아와선 안돼는

녀석을 본 표정이었어.


"헤헤헤... 지옥에서 기어올라왔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어.

꼰이네 형은 처음봤지만 몇 번 만났던 사이처럼

이왕 이렇게 된거 술이나 진탕 먹고가라며

술을 거하게 말아줬지.


분위기는 하하호호 흘러갔고

술을 다 마신 후

Z형은 가위바위보 내기나 

한 판 하자고 제안했어.


우리는 종종 가위바위보로 

구름과자 사기 내기를 했었거든.

그래서 이번 판도 구름과자 내기를 했지.

결과는?

참패...


3명의 구름과자를 내가 사야만 했어...

하... 150바트 X 3 = 450바트...

한국 돈 15,000원에 육박하는...

나조차도 구름과자는 60바트짜리 사는데...


너무 분했어. 

그래서 서브웨이 음식사기를 걸고

한 판 더 하자고 했지.


결과는?

미쳤다... 또 다시 패배...

4명 분의 샌드위치와 음료를 사는데

1000바트 정도가 들었어.

(33,000원)


나는 이성적으로 생각했어.

'흠... 연속 세 번 지기란 쉽지 않으니까

큰 걸 불러서 냈던 비용을 보상받아야겠다.'

수학적 확률로 따져도 

다시는 질 것 같지 않은 기분에

나는 1000바트 바디스크럽+오일마사지

2시간을 제안했지.


결과는?

죽고싶었어... 또 졌어.

짜고 친 게 아닌 게 두 명이 이기고

나랑 다른 한 명이 가위바위보해서

최종적으로 내가 진 거였거든...


내가 마사지를 안 받더라도 3000바트...

하... 승부는 승부니...

그 동안 Z형한테 받아먹었던거

뿐빠이라고 생각해야지.


근데 왜 손은 부들부들 떨릴까...

다음 날 그 멤버중 한 명인 동갑내기 친구는

마사지 대신 미용실에서 머리 컷팅하는 비용을

내달라고 했고 나는 두 형의 마사지 비용을 

내야만 했어.


전 날 차를 놓치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미친 짓을 벌이진 않았을 텐데...


마시지를 받는 형들이 늦게 나와서

또 차를 놓칠 것 같았어.

형들 좀 빨리나와요!


"야! 놓치면 비행기표 끊어줄게!

닥달 좀 하지마셈!"


"형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두 번 놓치면 진짜 죽어버릴 것 같아서 그래요..."


나는 우버를 불렀지고, 

우버는 길을 한 참 못찾았고

버스시간을 10분 남겨두고

도착했어...


나는 죽어가는 심정으로

버스 시간을 말했고

버스기사는 최선을 다해 운전했지만

트래픽 잼 시간이었던 터라

이미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7분이 넘어버렸어.





하... 눈물이 난다.

근데 눈물을 닦으니

출발하는 나콘차이 버스가 보였어.

방콕 행인지 아닌지는 몰라!

그냥 일단 몸을 던저 세우니

방콕행이 맞는 거야!

그래서 승객들한테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겨우겨우 탈 수 있었어!


헤헤. 돈 엄청 날리고 왔어도 기분 좋다.

불행 중 다행으로 버스비 안 날리고

탈 수 있었으니까!!

좋게좋게 생각하자!


게다가 밥도 맛있고

개별 모니터도 있어서 재밌는 영화도 볼 수 있으니

조금 버스표가 비쌌다고 생각하면 돼니까!


방콕 간다아!!!


그렇게 나는 방콕에 도착 할 수 있었지.

그리고 그 다음 날

그토록 기다리던 동갑내기 친구

아속킹 곤이를 만날 수 있었어!


곤이 그 녀석은 풍채부터 남달랐어.

그 녀석은...


- 다음 편에서 -


오늘 쓸 이야기는

태국 여친의 대학 동창들을

만나서 밥 먹은 이야기야.


개인적 생각으로

대부분의 태국여자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남친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항상 시덥잖은 자리에까지

나를 데리고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려고 해.


매 번 나는 그러는게 원숭이가 된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거절을 했지만, 

이번만큼은 동창들을 만나는 거니

여자친구 기를 세워주려고 간다고 했지.


직업없는 한국인이라도

단지,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태국에서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면 그 정도 못해주겠냐 싶었어.


T와 동창들은 시암에 있는 

유명한 스끼야끼 무한리필 레스토랑인

모모 파라다이스라는 식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


스끼야끼 일본에 가서 처음 먹어봤는데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되어서

일본기업이 많이 즐비한 태국에서

먹는다면 비슷할거라고 생각을 하며

군침을 흘렸지.



동창들은 예상대로 아무도 도착해있지 않아서

웨이팅 신청을 먼저 한 후

그들을 기다리며 셀카 삼매경에 빠졌어.


한 참을 찰칵거리면서

놀고 있는데 내 카메라 화면에

이상한 생명체가 꼽사리를 끼더니

포즈를 잡더라고?


지나가는 미친 사람이다 싶어서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버튼을 눌렀지.

근데, 알고보니 T의 동창이었어.


처음 온 두 친구는

T와 반갑게 인사하고

나도 최대한 젠틀한 척 똥연기를 하며

인사를 나눴어.


오른 쪽 애는 싱가폴 쪽 항공 스튜디어스고

왼 쪽 애는 대학생 때 모델 활동했었다나?

그 정도는 전혀 아닌데...?


그리고 난 처음에 얘가 남자인 줄 알았어.

수염이 남자처럼 있길래...;;

모델했다면서 수염은 왜 안 뽑는거지?


내가 광고주면 바로 

질레트 면도기 모델로 발탁한다.


T는 돈을 꺼내더니

수염친구에게 건네더라고.

알고보니 수염친구의 선글라스를

중고로 사는 거였어.


레이밴이던데

태국에서 엄청 유명하고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필수 아이템인듯.


T는 선글라스를 돈을 건네기 전에

선글라스를 특히 꼼꼼히 살펴봤어.

특히, 렌즈 부분의 레이밴 상표의 상태를...

아직도 안 뗀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T를 보면서 태국 애들 진짜 보면 볼수록

허영심이 가득한 것 같아.

T도 그걸 떼긴 커녕 오히려

렌즈 알에 붙은 레이밴 스티커를 

일부로 보여주면서 다니더라고...

눈 앞이 보이긴 할까?


진짜배기들은 메이커를

보일 듯 말 듯하게 신경도 안 쓰고 다니는데

이건 뭐, 나 레이밴 선글라스 꼈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격이니 내가 민망할 정도야.


그렇게 선글라스를 구입하고

T는 수염친구와 특히 친하던지

나에게 수염친구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하며 소개해줬어.


"J, 내 친구 가슴 크지?"


"그래? 잘 모르겠는데?"


"내 친구 대학교 때 모델도 했어~"


"전혀 믿기지 않지만, 놀랍군...

매우 놀라워!"


"잘 봐바!"


"어때?! 크지?"


"컥... 음... 잘 모르겠는데?

나도 한 번 만져봐..야.. 

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짖궂은 장난을 쳐도

수염친구는 그냥 웃으면서 잘 받아주더라.

수염은 났지만, 매우 착한 친구인 듯.


이윽고, 속속들이 다른 친구들이

오기 시작했어.

특히나 눈에 띄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여성 동창모임에 온 유일한 남자였어.



그래, 그는 순도100% 리얼 게이였지.

이 순간이 게이와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어.

난 무척 떨리고 흥분되었지.

내 눈 앞에 진짜 게이가 있다니!

드디어 내 목표 중 하나인 게이와 친구가 되기를

실천 할 수 있는건가?


그리고 많은 의문이 들었어.

게이의 행동은 어떠할까?

게이는 정말 자기 몸을 잘 꾸밀까?

게이의 손은 부드러울까?

그래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하나하나 면밀히

관찰하고자 했지.


우리는 스끼야끼 무한리필을 주문했어.

가격은 인당 300바트 정도?

우리나라 돈으로 10,000원이야.

하지만 퀄리티는?



우리나라에서 만원에 먹을 수 없는 퀄리티!!

이 후로 나는 모모 파라다이스를 사랑하게 되었지.

센트럴 라마9에도 있으니 님들도 갈 기회 있으면

로컬음식 먹다가 지치면 몸 보양하러 한 번씩 가보셈.


나는 먹으면서 그 게이친구의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했어.

게이에도 많은 유형이 있지만

그 친구는 아주 여성스러운 유형이었어.


몸은 남자지만, 행동이나 정신은 

여성스럽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거겠지?

무엇보다 손이 너무 곱더라고

'섬섬옥수'라는 표현은 그 친구를 위해 존재하는 듯.


내가 그 친구를 지켜보던 걸 

눈치채던 친구들은 나에게 게이를 좋아하냐고 물었고, 

나는 그 친구가 내가 아는 첫 번째 게이여서

관심이 많다고 하니까 게이친구는 

엄청 좋아하는 표정으로 말하더라.


"너 T랑 깨지면, 나한테 와도 돼!"


"오?! 진짜? 너가 바텀이지?"


"당연하지!"


"오케이, 그러면, 헤어질 때 연락드림.

그 전에 손 한번 만져봐도 돼?

너 손이 엄청 곱다!"


게이친구는 흔쾌히 허락했고,

나는 그 녀석의 손을 쓰다듬을 수 있었지.

그 녀석의 손은 핸드크림으로 관리된

고품격의 손이었어.


어쩜 그리 손이 고울 수가 있는지

내가 감탄을 하자

친구들은 T에게 게이친구한테 

남친 뺏기겠다고 놀려댔지.


T의 친구들은 대부분 다 영어를 잘하더라.

명문 대학교라 그런지 몰라도

작년에 고등학교 동창들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지더라고.


T는 언제나 이런 자리에 나를 데리고 갈 때면

자꾸 태국어를 시켜.

"너 자기소개 하는 법 태국어로 배웠잖아.

빨리 말해봐" 

라면서

날 어른들 앞에 7살의 애기로 만들어.


난 이게 정말 비참하고 치욕적으로 느껴져.

더듬더듬 거리면서 겨우겨우 말하는데

T는 마치 부모님처럼 

"그거 아니었잖아, 다시! 다시!"

이러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능욕 당하는 기분이야.


T가 그런 상황만 안 만들어도

난 더 태국어를 자신감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나중에 실제로 T를 보지 않았을 때

태국어 실력이 더 많이 늘었어.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거랑

누가 시켜서 하는 거랑 

정말 차이가 많이 나니까.


그래도 이 친구들은 비웃지 않고

좋게 봐주더라. 굉장하다고 하면서.

그러니까 원숭이가 된 듯한 기분은 조금 가셨어.

대부분의 친구들은 한국인을 만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했고, 

그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


T는 그런 질문을 들으며 

뿌듯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더라.

'뭐, 별 거 아냐~'라는 표정으로

웃음 짓는게 짜증나서

제발 나 가지고 주변 사람들 앞에서

 sex and the city

찍지 말라고 했지.


여튼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한국인을 만나는 방법은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냥 스크래치 독 클럽에 가라고 함.

거기 한국인 짱짱 많은 건 사실이잖아?

굳굳, 고민해결!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왔어.

T와 나는 갈 곳이 있었기 때문에

먼저 인사를 하고 갔어.


갈 곳은?

T와 약속한 돈므앙에 있는

T의 본가였어.

가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했지.


가기 전에 시암 쇼핑몰 아래층에 위치한

식료품 코너를 들렀어.


"한국인은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 할 때,

과일이나 주스를 들고가.

그게 손님으로써 매너야."


T는 당연하다는 듯이 반응했고,

그 반응이 짜증나기도 하고

돈도 없어서 제일 저렴하고 있어보이는

200바트(6,600원)짜리 과일 박스를 샀지.


선물을 사고, 우리는 T의 본가로 출발했어.

저녁 트래픽 시간이 되어 요금이 오르기 전에

우리는 서둘러서 그랩택시를 불러서 탔지.


달리고, 달려서 우리는 돈무앙 공항 옆 쪽

마을에 도착했는데, 

정갈한 빌라 촌이더라고?


T의 집은 그런 빌라 촌에 있는 빌라 중 하나였어.

엄청 으리으리 하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은 규모의 빌라.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두 대의 자동차였어.

두 대 다 엄청 좋은 차는 아니지만,

태국에서 자동차를 사려면

우리나라의 두 배 가격이라고 이라니까

잘 사는 축에 속하겠지?


안으로 들어가자 T의 부모님이 반갑게 맞아주더라고.

T를 따라 집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집은 생각보다 꽤 컸고, 2층으로 되어있었어.

대충 둘러보고 마루로 오니, 

T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카드게임을 하고 계시더라.


그러더니 T와 나도 무조건 참가할 것을 권했어.

놓여져있는 돈을 보고 나는 생각했지.

'음... 나 도박 굉장히 싫어하는데?

그래도 분위기 안 깨려면 해야겠지?

적당히 잃어주고 일어나자'


T와 내가 앉자 T의 어머니는 눈을 번뜩였고,

벌떡 일어나 집 안의 모든 창문을 닫고

커텐을 쳐서 집 안이 보이지 않도록 했어.


'뭐여. 이거... 전문 사기단 아니야?!

나 외국인이라고 벗겨먹는 것 같은데'

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지.

어머니는 내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애써 설명하시더라고.


태국지폐에는 국왕 얼굴이 있어서

이걸로 도박을 하는 것은

국왕을 모욕하는 행위라 경찰이 와서 잡아간다고

재미삼아 하는 것도 커튼치고 몰래해야한다고 하더라.


게임의 룰은 내가 처음 겪는 이상한 룰이었어.

나는 적응을 할 수 없어서

T에게 그냥 내 패를 보여주고 도와달라고 했지.

그래서 내 패를 대신 내주며 두 번 따더니

5번 정도 연속으로 지더라고.


T의 부모님을 상대로 이겨서 돈을 따가는 것도 웃기지만

져서 내 돈을 왕창 잃는 것도 짜증나더라.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원하지도 않는 도박을 하며

내 돈을 이렇게 날려야 하지?'


판 수가 적어 엄청 많이 잃지는 않았지만,

가족 사기단이라는 의심도 들었고,

계속 해봤자 더 큰 손해만 볼 뿐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이제 그만하겠다고 말하고

옆에서 룰이나 익히겠다고 말했어.


그렇게 두 시간 쯤 지났을까?

나는 슬슬 지치기 시작했어.

T의 친구들부터 부모님 앞에서까지 

계속 젠틀한 척 하려니까 오장육부가 뒤틀리더라고...


내가 피곤해하는게 보였는지

T의 어머니는 올라가서 

남동생 방이나 T의 방에서 자고 있으라고 했고

오늘은 집에 가지말고 자고 가라고 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경악했지.

이 똥연기를 내일 점심 때까지 하라고?!

T는 두 시간만 있다가 간다는

애초의 약속따윈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어머니 옆에서 자고 가라고 맞장구를 치더라...


'절대 그럴 수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방콕에 왔는데

이건 내 행복이 아니야.

왜 내가 고통을 받아야하는가'


나는 생각을 한 후 신중하게 대답했지.


"어머님, 죄송하지만, 저는 돌아가봐야 합니다.

오늘 원래 선약이 있었거든요.

오늘 와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더 있다 가겠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자

T는 따라나오며 화가 난 표정으로

뭐라고 했어.


"꼭 그랬어야 했어?

자는 건 아니더라도 모처럼 왔는데 

조금 더 있다 갈 수 있잖아"


"애초에 난 얘기했잖아.

두 시간만 있겠다고.

근데 왜 말이 바껴?

아까 너도 자고 가라고 맞장구 치더라?

이거 내가 잘 못 한거야?


난 사행성 게임 굉장히 싫어해서

하기도 싫었는데?

이렇게 논다고 했으면 애초부터 안왔을 거야."


나는 말하다보니 꽤 화가 났어.

그래서 먼저 혼자 휙 갔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겠더라고...

트래픽 시간이라 우버나 그랩택시는

말도 안되게 비싸고...


뒤를 보니 

'니가 잘 찾아갈 수 있나보자'

라는 표정으로

T가 천천히 따라오더라고.


그거 보니 진짜 토 할 정도로

역겹게 느껴져서

어떻게든 집으로 가려고

구글지도 검색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일반 버스 정류장에 찾아갔고

집 쪽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어.


T도 따라 탔는데,

우린 가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어.


이윽고, 내가 아는 동네가 보이자 

내려서 택시타고 가려고 하는데 

T는 잘못한 것 없다는 표정으로

"그냥 갈거냐?"

라고 묻더라?

딱봐도 사과 할 마음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무시한 채 집으로 돌아왔어.


이 때 T에게 크게 실망했지.

이 후로 T에게 몇 일동안 

연락 안 했어.


아무래도 T의 친구들 앞에서 

한국인 남친 있다고 자랑하는 용도로 날 썼던 거랑

부모님 앞에서 약속 싹 무시하는 모습이 

겹쳐서 큰 실망을 한 것 같아.



평생 살기엔 무리가 있고,

정서도 안 맞는구나를 

이 때 뼈저리게 느꼈음.


태국인이 이런 경향이 있다해도

얘가 유독 더 심한 것 같아.

님들도 태국 연인이랑 

이런 문제로 싸운 적 있다면

공감 할 수 있을 듯.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담 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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