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국에 찾아온

후배를 거칠게 다뤄줬던

이야기를 하려 해.


후배 녀석이 태국에 온 이후로

그 녀석은 우리 집과 아속킹 곤이의

집을 오가며 잠을 잤는데

솔직히 말하면 곤이의 집을 간 이후부터

그 녀석은 다시는 내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


곤이의 집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나 조차도 내 집에 들어가지 않고

곤이네 눌러살아버렸지.


곤이네 집 소파에 앉아

평상시 못하는 부자인 척 하고 

사진 찍기를 주로 많이 했었어.


한국에 가면 이런 거 꿈도 못 꾸고

태국에서 조차 거지처럼 생활하는 내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거웠지!


특히나, 곤이 녀석은 내 후배녀석을

자기 동생처럼 잘 챙겨줘서

나도 뭔가 한 시름 놓았지.


하지만, 문제는 시작되었어.

동생녀석이 정신을 놓고 있다가

비자카드를 잃어버려서

돈을 하나도 뽑을 수 없게 되어버린거야.


황급히 카드정지 신청을 했지만

그 말인 즉슨, 그 녀석은 돈 나올 구멍을

스스로 막아버린 셈이지.


"형... 돈 있어?"


"아니... 나도 여행 막바지라 

돈 거의 다 썼는디..."


그러자 곤이는 선 뜻 자기 돈을 빌려주었어.

이 녀석은 나랑 본 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내 후배라는 놈에게 돈을 선뜻 빌려준다고?

미친 거 아냐?


곤이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쿨한 그 녀석의 대답...


"됐다 마! 뭐 큰 돈도 아니고!

그리고 니 새끼가 뒤통수 칠 놈은

아니란거 딱 보면 안다!"


사스가... 아속킹.

고맙다.


어쨌거나, 급한 불은 껐지만

후배 녀석의 악재는 계속 되었어.

핸드폰을 떨어트려 액정이 깨지고

여자친구가 선물해준 선글라스를 잃어버리고

그 녀석은 말 그대로 멘탈이 박살나서

승천한 상태였어.


그 때마다 그 녀석은 징징거렸어.

"하... 배에서 싸우고 내려서

형 보려고 여기 왔는데

뭐 이러냐...


돈은 있는데 잃어버려서 쓰지는 못하고

형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핸드폰은 깨지고 선글라스는 잃어버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나는 그 녀석을 다독이며

전부터 말해온 레이저 총 싸움 서바이벌인

레이저 스트라이크나 하면서

기분 풀자고 제안했지.


동생녀석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울함은 온데간데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 곳에 따라갔어.


직원은 우리 셋이 일행이라

셋만 같은 편으로 설정해놓고

게임은 시작되었지.


우리는 나름의 작전을 펼쳐서

2층 구역에 자리를 잡고

실제 전쟁놀이처럼 엄호를 하고

지원와달라고 소리치며 재밌게 즐기고 있었지.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터져버리고 말았어.

게임에 몰두하던 후배녀석은

적을 따라가서 따라 죽일 생각에

촐랑거리며 어두운 게임장을 달렸고

의도치 않게 벽에 

얼굴을 부딪히고 쓰러지고야 말았어.


레이저 스트라이크의 최대 단점은

조명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어둡다는 것이야.

하물며, 집중해도 눈 앞에 벽이 잘 안보이는데

신나게 달려댔으니...

벽이 보일리가 없지... 


나는 쓰러진 그 녀석의 얼굴을 보았고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그 녀석의

치아를 보았지.


'아, 이 샛기도 어이가 없어서

처웃는군.' 

라고 생각했어.


그리고는 말했지.

"야! 적들 올라온다!

뭐해 x신아! 일어나! 엄호하셈!"


그 녀석은 적이 올라와서 우리를 쏠 때까지

제자리에 누워있었고

곤이는 그 후배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어보고 있었어.


나는 다가가서 

"너네 뭐하는 거야?!"라고

말을 하는 순간

그 녀석은 웃는게 아니라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거였어.

정말 미안하더라...


그 녀석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그 녀석을 부축해서 게임장 밖으로 이동했지.


밖에서 그 녀석의 눈 주위를 보니

강타당한 눈 주위가 시퍼렇게 멍들어서

누가봐도 한 대 맞아서 

눈탱이 밤탱이 된 것처럼

변해있었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입술을 깨물며 끅끅거리고 있었더니

그 녀석은 거울을 향해 다가갔어.


거울을 확인한 그 녀석은

발씨! 소리를 지르며 30분간

혼잣말로 쌍욕을 해댔지.


그 녀석을 추스리던 동안

나와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던

여자가 막 왔어.

그 때 아속킹네 집에서 파티했던

걔 말이야.

이 친구인데, 사진빨이 심하고

동의 하에 올리는 거라 수정없이 올림여.

뭐, 자체적으로 뽀샵 많이 했겠지만.

현실적으로 만나도 알아보기 힘들 수 있어.


어쨌거나, 후배는 괜찮다고

"형 빨리 데이트 가"

라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어.


그래서 여자애한테는 동생

먼저 챙겨야한다고 말했고

후배를 데리고 편의점에 데려가

각얼음을 사서 눈 주위에

붓기를 가라앉게하고

약을 사서 발랐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의 눈은 이미 팬더가 되어있었지.

그 후배가 계속 맘에 걸려서 같이 있어주겠다고

데이트녀에게 미안하다고 

먼저가라고 말을 했지만


 후배녀석은 괜찮으니 몇 번씩이나

괜찮으니 가서 데이트하라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데이트하러 갔지.


곤이에게는 동생 좀 잘 부탁한다고

맡겨놓고 나는 영화를 보러 갔어.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결국 곪아왔던 고름이 터져버렸지.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 녀석은 씩씩거리며

우리 집에 돌아와 짐을 챙기러 오더라?

그리고는 소리를 질렀어.


"X발! 나 한국 돌아갈거야!

그리고 형 다신 안 봐!"


"??

뭔 헛 소리임?"


"형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나 배에서 내려서 힘든 와중에

형 보고 싶어서 여기 온 건데

형 보다 곤이 형이 더 챙겨주더라?

그깟 여자애가 더 중요해?"


"니가 가도 된다메 -_-

몇 번 씩 물어봤잖아.

나 계속 걔 가라고 했는데도

괜찮다고 나 데이트 가라메"


"그렇다고 진짜 가?"


"그럼 안 감?"


"나 진짜 여기 형만 보러

여기 온 건데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서 처음부터 말했잖아.

그렇게 말하지도 말고, 

그럴 거면 오지 말라고.

내가 여기 너 보듬어주려고 여기 왔냐?

나도 내 여행 온 건데.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가 니 카드를 잃어버리게 했냐

니 폰을 부셔버렸냐

눈탱이 밤탱이를 내가 만들었냐.

다 니가 부주의해서 생긴 일로

왜 남 탓을 하세요. 남 탓을?!"


"진짜 형 다신 안 봐."


"니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린 안 맞고 여기까지 인거지.

다만, 27살의 나는 너처럼 어리지 않았는데

내가 너를 너무 높게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그래도 나는 널 내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네가 다시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너가 미안하다고 생각들고 

다시 나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을 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형을 부르며

달려와도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내가 너의 형인거니까"


"..."


"갈 꺼면 빨리 가. 이 년아.

내일 곤이랑 파타야 가기로 했었던 거

너 없이도 갈 거니까

올 거면 오던지 말던지.

일단 빨리 나가줄래?

많이 불편하거든요? 

잘 가세요~"


"X발!!! 한국 갈거야!!!"


그리고 정확히 3시간 후에

그 녀석은 돌아왔지.


"형... 미안해.

나도 파타야 가고 싶어...

나도 그냥 갈게"


"표가 없지?"


"아니... 돈이 없어..."


"간나새끼..."



선후배 관계는 거칠게 다뤄줘야

제 맛.

태국에서 후배위 하는 방법 끝! 

어이쿠... 띄어쓰기가 틀렸구나?


-다음 편에서-



저번 편에 이어서

이번 편에서도 태국 빠이지역을 

여행했던 이야기를 쓰려 함.


생각해보니 빡치네.

빠이에서 남들 다하는 아름다운 로맨스를

기대하고 갔는데 설움만 줏나 당함.


여유만 즐길 거면 빠이 참 괜찮아.

근데, 이 때 당시에는

너무 소외감을 느껴서

진정한 여유의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에

심적으로 좀 우울했던 것 같아.


이 때 내가 알고있던 여유의 정의는

심장이 콩닥거리는 썸녀가 

옆에 있는 것을 전제로 하거나

남성이 여성의 찌찌를 가지고 있다는 

의학적 용어로써의 

여유증의 두 가지 개념밖에 없었던 것 같거든.


어찌됐든, 전 편에 빠이캐년에 이어서

좀 진정한 여유를 즐길 곳이 필요했어.

스쿠터로 아침부터 이리저리 분주하게

운전하며 더위도 많이 먹었었고

많이 지쳐있었거든.


그래서 빠이에서 유명하다는 카페에 갔지.

특히나, 커플들에게 유명한 곳...



Love strawberry pai

라는 곳이야.

이 곳은 딸기를 메인테마로 삼아서

어딜 가나 핑크핑크해.


그래서 커플들...

특히, 여성 분들이 많이 끌고 오더라고.

대부분의 남친들은

이런 핑크핑크한 곳이 낯설던지

하나같이 표정이 크흠크흠

거리고 주변만 두리번 거리고 있더라고.


물론, 여성 분들은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었어.


자연을 이용해서 만든건가?

치앙마이나 빠이가 마음에 드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한국같은 거창한 인테리어 없이

천장에는 그냥 줏어다 쓴 것 같은 판넬로

비만 안들어오게 하고

자연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든다는 거야!


특히, 나무는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

공기도 뭔지모르게 신선한 것 같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야.


딸기딸기하다.

한국 남자라면 이 곳이 이쁘다는 생각보다

다들 재미있게 봤던 만화책

딸기 100%가 생각날거야.


모든 남성들의 필독도서거든.

여자 여러 명이 남자 1명을 좋아한다는

꿈 같은 이야기지.


만화책방 가면 다른 만화책은

다 새건데, 오직 딸기100%만화책만

너덜너덜해져있음.

얼마나 읽고 또 읽어댔으면...


커플들의 달달한 기운이 넘치는 이 곳에

혼자 왔기 때문에 더욱 더

그 만화책이 그리워지는 것만 같았어.

상상 속에선 나도 여자친구 많은데...

아야 보고 싶다.


아, 참고로 아야는 딸기100%에 나오는

수 많은 여자 중 한 명이야.

오덕같지만 오덕은 아님.


수 많은 커플들을 제치고 후다닥 달려가서

가장 자리가 좋은 곳에 엉덩이 먼저 던졌지.


'아 뭐야, 쟤는 왜 혼자와서

명당 자리 차지해?

짜증나!'


커플들의 비난소리가 들렸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어.

억울하면 빨리 뛰어왔어야지!

 둘이 달리는 것보다

혼자 달리는 것이 더 빠르니까 

내가 여기 앉은건데 뭐!

그레이트 싱글 라이프!


아따메... 자리 한 번 명당이구만?

자리도 좋은데 선점했으니

여유있게 핑크핑크 딸기딸기 

좀 먹어볼까나?



그리고 90kg의 육중한 남자인 나님은

차가운 도시남자처럼

 쿨하게 주문했어.


"핑크핑크하고 달달한

딸기스무디 한 잔 주세염 >_<"


하... 자리도 좋고

스무디도 괜찮은데

왜 이렇게 쓸쓸하게 느껴지지...?

기분 탓인가?

아마 그런 거겠지...?


허한 마음에

딸기 스무디를 꼴딱꼴딱 삼키며

스스로 괜찮다며 마음을 추스리고자 했지만

딸기 스무디는 마치 나를 비웃는 듯

가슴 안 쪽에 차가운 통증만을 남겼지.



그리고 나서 스쿠터 타고

아무 식당으로 들어갔어.


그냥 고기카레밥이야.

생각보다 맛있었어.

얼마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

뭐 100바트 보단 쌌겠지.

그 이상이면 태국거지가 사 먹겠음?


그리고 잠깐 체력을 회복하며

쉬고 싶었지만,

빠이는 나에게 불호 도시였으므로

다음 날 떠나자는 결정을 내렸고

그 전까지 빠이의 많은 곳을 가보자고 

생각이 들어서 결국 또 이동했어.


마지막으로 내가 간 관광지는?!







Pam bok waterfall

이라는 명소야.

수 많은 서양 형, 누나들이 있었고

빠이에 사는 태국 친구들도 있었어.


5m 정도 되는 절벽 다이빙 포인트가 있었는데

서양 친구들은 낑낑거리며 올라가서

못 뛰어내리겠다고 바들바들 떨 때

빠이에 사는 10대 태국친구들은

씨익 웃더니 공중제비와 트위스트 

3회전을 하면서 예술적으로 다이빙하더라고.


그리고 나서 쿨하게 바위에 걸터앉아

구름과자를 먹으며

100pipes 위스키를 쭉 들이키더라고.


이샛기들. 아무리봐도 10대인데?

뭔 상관임. 내 새끼도 아니고

이 곳은 모든 게 용서되는 히피마을

빠이인데!


나도 질 수 없어서 올라갔어.

그리고 으랏챠!

육중한 몸을 날려

다이빙을 했지.


근데, 비가 안와서 인지

많이 얕더라...

치앙마이 그랜드캐년같이 

수위 체크도 안하고

머리부터 들어갔다면

요단강 건널뻔 했어.


발 부터 들어갔는데

땅 바닥 밑에 있는 바이에

다리가 부딪쳐서 피가 흐르더라.


태국 10대들은 다이빙을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박수를 쳐주다가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피난다고 말해주더라.


"형, 형! 피난다 캅!

일로 와바라 캅!"


"어 진짜 피나네?"


"이거 위스키인데

일단 상처에 부어라 캅!"


"오케이 캅!"


위스키를 붓자

상처부위가 아려왔어.

내가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자

태국 10대 녀석들은

"아플 땐 술 한 잔 하면 잊게 된다 캅!"

라며 술 잔을 권했지.


나는 그들이 준 위스키 원액을

쌩으로 마셨는데

우라질... 목구멍은 타들어가고

다리의 상처는 상처대로 아프고.


고통이 두 배였어.

일단, 고마우니까 합장하면서 캅캅!

다행히 다리 상처는 그렇게 깊지 않아서

이윽고 피가 멈추더라.


백혈구 열 일함.


그리고 잠시 쉬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이 될 때까지 낮 잠을 잤어.


그리고 저녁식사 그냥 아무거나 먹고

역시나처럼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거리로 향했지.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로맨스 따윈 없을 거고

차라리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는 곳으로 가자.'


그렇게 생각해서 이 곳에 오게되었지.


이 기타리스트 소울 오졌어.

무슨 기타를 코딱지 파는 것 보다 쉽게 치네.

같은 기타리스트로서 존경함.

나야 뭐. 그냥 실력 드럽게 없는

나만에 음악세계에 

빠진 편협한 음악인인데 뭐.


감히 같은 음악인이라고 하기에

좀 부끄럽다.


여기서 놀고

빠이에서의 마지막은 

유명한 곳에 가보고 싶었어.

네이버 블로그 검색해보니까

모닥불 피어놓고 노래부르며 춤추고

맥주마시는 히피 끝판왕 장소가 있다던데?

일단 그리로 이동!



이 곳은 Don't cry라는 펍이였어.

야외 펍인데 천막같은 것을 쳐놓고

모닥불을 피어놓고 

Dj나 밴드가 음악을 틀거나 연주해.

밤이 깊어오자 사람들이 속속 오더라고.


근데, 다들 1차로 펍에서 다 같이 

으쌰으쌰한 놈년들끼리

와서 나 안껴주더라고.


힝...

쓸쓸한 동양인은 그저 모닥불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어.


춤을 흥겹게 추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나도 발정난 개처럼 헥헥 거리면서

혼자 춤을 춰댔지만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진 않았어...


'저 쪼꼬미, 통통이 동양인 춤추네?

자식ㅋ 귀엽네ㅋ'


이런 느낌이랄까?

그 이후로 내 자신감은 떨어져갔고

소외감으로 인해 다시는 일어서서 

춤을 출 수가 없었어.



모닥불에 얼마나 앉아있었던지

맥주가 따끈따근해짐...

발효되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도 쓸쓸했어.

갓 전학 온 학생에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서

친구없이 혼자 학교 다니는 느낌이랄까?


소매에서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숙이며 걸었어.

한 참을 걷고 걸었어.

모두가 즐거운

빠이의 밤거리를 

나 혼자 걸었어.




다음 날, 나는 날이 밝자마자

짐을 꾸리고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가고자 했어.

그 전에 든든하게 먹어야지?!

하지만, 이게 독이 될 줄은 몰랐어.

타고왔던 미니밴을 타고 달리던 도중

몸은 기억해내고야 말았어.


죽음의 762커브가 있다는 사실을...

올 때는 앞 자리여서 관성이 좀 덜했는데

갈 때는 맨 뒷자리여서 관성을 최대로 받았어...

매 커브가 고통이었고, 거의 실신하기 직전에

나는 백미러에 비치는 기사 얼굴을 보고 말았지.


침을 흘리며 웃는 얼굴로 

레이싱을 즐기던 그 놈...

다시 그 놈이다...



- 다음 편에서 -



이번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치앙마이를 찾은 이야기야.


저번에 갔을 때는

임용시험에 떨어진 아픔을 잊기위해

절벽에서 떨어지려 치앙마이를 갔었다면

이번에는 이별에 따른 감정을 치유하러

치앙마이를 가는 거였어.


T와 결혼을 전제로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가볍게 만난 것 또한, 아니었으니까.

그동안 크고 작은 투닥거림과는

차원이 다르게 배신감을 느꼈고

그나마 남아있던 정은 모조리 사라져버리고

배신감과 분노의 감정만이 남았어.

이 때는 방콕 전체가 정말 싫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돈으로 보고

대할 지라도 그건 아무 상관없었어.

나는 어차피 외국인이고 

그건 당연한거니까...


하지만, 너 하나 만은

나를 사랑한다던 너 하나 만은

지옥불도 같이 갈 수 있다던 너 하나 만은

그랬으면 안됐어.

눈 앞에 자기이익과 네 체면에 눈이 멀어

그런 말을 해선 안됐어.


나는 말야...

그래도 네가 아픈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을거라고 

실날같이 믿고있었거든.


- T와 J의 라인 발췌록 중에서 -



이별의 끝은 언제나 좋을 리 없어.

다만, 이별도 학습된다고 점점 괜찮아지는게

빨라지는 것 같기도 해.


어쨌건 간에, 이런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돈므앙 공항으로 이동했어.

그리고 슬픈 가슴을 달래기 위해

체크인 수속을 받자마자 이동 한 곳이 있어.


돈므앙 코랄 VIP라운지야!

슬픈 건 슬픈 거고

공짜는 즐겨야지?


친 형님께서 발급해주신

현대 다이너스카드는 전 세계 가맹되어있는

VIP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쓸 수 있는데

돈므앙 공항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VIP라운지가 있었다는 사실!!


내 싸구려 기타는 덕분에 

세계의 좋은 곳은 다 가보는 듯.


음식을 가져왔는데

한국의 VIP라운지보다는 조금 부실하지만

공짜인데 그런거 가릴 처지는 아님.

주면 감사하게 잘 먹음.


주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아바 주스인데

풋사과 맛이 나서 상큼상큼하니

꼭 한 번씩 드셔들 보셈.


수박 꼬치와 케익과 푸딩으로 마무리!

이것만 먹고 후다닥 탑승하러 갔지.

돈무앙 공항은 다 좋은데

구름과자 먹을 곳이 없음...


그리고 치앙마이에 드디어 도착!

사실 저번에 치앙마이에 갔을 때는

슬리핑 기차를 타고 14시간 정도 걸려서

피곤하게 갔는데


이번엔 사치스럽게 비행기를 타고 

1~2시간만에 후딱 갔어.

태국거지지만, 돈이고 나발이고 

빨리 방콕 뜨고 싶었거든.


공항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Z형이 보내준 주소에서

드디어 내리게 되었어!


Z형은 이런 곳에 사는 구나.

깔끔해보인다.

쏘... 쏘이 몰링도 꿀리지 않는다구!!


Z형은 나와 마중을 나왔고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그 간의 안부를 물었어.

비록 헤어진지 몇 일 되진 않았지만 말야.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어.

그리고는 내 자리를 배정 받았어.


소파는 앞으로 내가 생활하게 될

침대이자 나만의 공간이었어!

아늑하더라!


나는 T가 불시에 찾아와서

다시 시작하자고 애원하는

쏘이 몰링의 내 집 보다 

이 조그마한 소파가 더 편하게 느껴졌어.

몇 달... 아니 몇 주라도 T를 다시 보기까지

나에겐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


나는 마치 몇 달 지냈던 것처럼

소파에 엎드려 노트북을 켜고

Z형과 태국 LOL게임을 두 세시간 정도 했지.

대화보다는 게임을 더 많이 한 듯.


어느 정도의 게임을 하고

Z형은 기지개를 켜며 말했어.


"야. 준비하고 나가자!"


"어디요?"


"이쁜 여자 보러"




"준비 완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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