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치앙마이의 뮤지션 친구들이
만든 장소에 가봤던 이야기야.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11시 정도에 Z형의 집 소파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대충 눈꼽만 떼고
형과 나는 밥을 먹으러 갔지.
밥은 맨날 형이 삼.
내가 한 번이라도 사려고 할 때마다
"어허! 어디서 니가 감히
내 앞에서 돈을 쓰려고 해?!
너도 이 나이 돼면 이렇게 돼!"
하시는데 그냥 여기가 네버랜드였음 좋겠다.
스쿠터로 한 1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평범한 식당이었어.
어디로 가는 지는 잘 모르는 채로
일단 운전대를 잡고나서 왼 쪽인지
오른 쪽인지 방향만 꺾으면서 가니까
도착지도 잘 모름.
이 곳은 아침에만 여는 곳이라는데
그나마도 재료가 다 떨어지면
문을 그냥 닫을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래.
메인메뉴는 화려한 게 아닌
그냥 팟 끄랏빠오 무!
계란 후라이를 기름에다
거의 튀기다시피 하심.
아, 후라이가 프라이=튀기다
맞는 거구나.
우리는 팟 끄랏빠오 무랑
새끼 옥수수가 들어간 볶음밥을 시켰어.
이름은 잘 모르겠엉.
맛은 그닥이어서 굳이 찾아서
올리고 싶진 않음요. ㅇㅇ;;
식사를 마치고 입가심을 하러
치앙마이 학교 근처에 있는
이쁜 카페로 갔어.
치앙마이는 대충 아무 카페나
가도 이쁜 듯 해.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같은 도시라고 생각함.
흡연자들에게 꿀맛같은 시간!
커피 앤 구름과자.
커담의 시간이지.
물론, 하고나면 입에선
쓰레기 샹 똥송 냄새가 나지만
여자 안 만날 거니깐 상관없어.
커피를 마신 후
날씨도 좋은데
학교나 구경할 겸
드라이브나 가자고 해서
스쿠터 타고 슝슝 이동함!
호수가 굉장히 이쁘다.
스쿠터를 타고 호수를 빙 둘러보면서
느낀건데 상당히 한국에 있는
건국대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호수도 굉장히 크고, 호수를 기반으로
학교가 둘러싸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비슷함.
이렇게 학교 안 구경을 하고
Z형은 자신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아지트를
구경가자고 했어.
자기 취향은 정말 아니지만
밴드를 하는 내가 보면
분명 좋아할 거라고
하면서 말이야.
한 참을 스쿠터로
산 속을 달리고 달렸어.
'이런 곳에 정말 레스토랑이 있는 건가?
도로가 거의 끊길 때 쯤에
희미하게 보이는 쓰러질 듯한
폐가 같은 곳이 보였어.
와...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이런 첩첩산중에
이런 곳도 있을 수 있구나.
가까이서 보니까 나름 분위기 있었어.
가끔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은
존재하긴 해.
그래서 이름이 godzilla was here인가?
(고질라 여기 있었음)
밤에 오면 매우 이쁠 것 같아.
안으로 들어가면
앞으로 나와 음악적 소통을
많이 하면서 친해지게 되는
두 명의 태국친구인
케니와 꼬니가 보여.
왼 쪽이 전 편에서
고기 잘라주는 각다귀였던 꼬니.
오른 쪽이 허우대는 멀쩡하고 잘 생겼는데
완벽한 팔자걸음으로 아저씨처럼 걷는 케니.
우리는 서로를 한 눈에 기타리스트임을
알 수 있었지.
그리고 즉흥연주를 함으로써
서로의 몸을 탐닉하듯이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했어.
그리고 한 참을 이야기 꽃을 피웠지.
좋아하는 뮤지션과
음악들에 대한 것들을.
우리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였는데
말이 나온 김에 케니는 Snow라는
명곡을 치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Hey oh~
listen what i say oh~
다같이! Hey oh~!!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Z형은 나지막히 한 마디 했어.
"아.. X발 못 들어주겠네 진짜"
그렇다...
기타리스트는 괜히
기타리스트가 아니다.
세계 막론하고 기타리스트는
기타만 잘 치는 걸로 하자.
"야, 이따 밤에는
클럽 웜업 갈꺼니까
집에 가서 좀 쉬자~!"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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