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국에서 아픈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아플 때 먹으면 좋은 것들에 대해서

가볍게 소개할게.


전 날 T가 심하게 아팠기 때문에

집으로 돌려보냈고, 

아침에 연락이 다시왔어.


"J, 나 이것 좀 사다주면 안돼?"


"엉? 나 자다깼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나갈 수도 없어.

집에 아무도 없고..."


"흠... 알겠어. 뭐 사가지고 가면 돼?"


"그 때 너가 아플 때 먹던거..."


"아~ 그 세븐일레븐에서 파는거?

근데 종류 엄청 많잖아.

그냥 너가 검색해서 사진 보내주면

내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알았어, 지금 보내줄게."


그래, 이런 종류였어.

아플 때 편의점에 가면 냉동창고 쪽에

이런게 꽤 많아.

그 중에서도 맛이 가장 훌륭하고 비싼

'새우 완톤!'


국물이 정말 시원한게 술 깰 때 먹어도 좋고

밥에 말아먹어도 좋아!

저기 완톤도 새우의 식감이 상당히 살아있어서

씹을 때 새우의 파닥거림을 느낄 수 있지!


가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60바트(2,000원)정도 했던 것 같아.

저렴하진 않지만, 

몸살, 오한, 설사, 복통 등 아플 때 

죽 대용으로 나는 많이 먹었어.


저기에 반숙계란 하나 깨서

동동 띄어먹으면

캬~! >_<

탄성이 절로 나옴.


이른 아침부터 나는 택시를 타고

T의 동네로 이동했어.

그리고 내가 먹을 음식과

T가 먹을 새우완톤을 샀지.


나는 초딩입맛이라 소세지 종류를 참 많이 먹었어.

계산대 옆에 있는 따듯한 통에 놓인 소세지는 

15바트 밖에 안하지만, 

안에 치즈가 가득가득해!

핵 존맛임!


편의점에서 음식들을 다 데워서

한 보따리 싸들고 T의 콘도로 갔어.

생각해보니 T의 콘도를 들어가려면

혼자서는 못들어가잖아?

아픈 애한테 내려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경비원 얼굴을 슥 쳐다봤는데

내가 모르는 처음 보는 얼굴인거야.

일단 문 열어달라고 시도해봤지.


"안녕하세요 캅,

저기 문 좀 열어주시면 안될까요 캅?"


"엉? 여기사는 사람이냐 캅?"


"음... 여기 살진 않지만,

여자친구가 여기 살아요 캅

많이 아픈데 내려오라고 하기 미안해서요 캅"


"흠... 어쩌지캅..."


"일단 이거 좀 드세요 ㅎㅎ

앞으로 자주 뵐 것 같은데!"


나는 내가 먹기위한 쪼꼬우유를

내어주었고, 그 아저씨는 흠칫했지만

이내 받았어.


"음... 편의점에서 잔뜩 음식을 사가지고

온 걸로 보아 거짓은 아닌 것 같구만!

들어가라 캅!"


"캅캅!!"


나는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지.

그리고 T의 집에 들어가서 

다 죽어가는 T에게

음식을 멕여주고 물수건 얹어주고

땀도 닦아주면서 한 참을 간호했어.


한국 사람한테는 이런게 당연한거 같은데

태국사람들은 이게 당연하지 않은걸까?

이게 은근 감동 포인트인 것 같더라.

아픈 와중에도 감동감동 눈 빛을 느낄 수 있었음.


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화들짝 놀랐는데 T의 엄마더라고!

나는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안달복달했는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T의 엄마는 '너네 뭐하고 있었냐'라는 

기분 나쁜 미소를 씨익 짓더라고.

뭐 안했어요... 안 했다구요. -_-


나는 불편하기도 했고,

황급히 자리를 뜨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T가 내 손목을 턱 잡더니

"가지마" 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당연하게 뿌리치며 한 마디했지.

"빠이빠이 캅, 이제 너네 어머니한테 간호 받으렴"


그리고 어머니께 약속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후다닥 T의 집을 나갔어.

괜히 거기 있었으면 같이 밥 먹자면서

이런 저런거 막 물어봤을거야.


아마도 내가 직업이 없이 여기 왔으니까

내심 돈이 많은 집안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집안에 대해 호구조사를 실시했을거고

나는 당연스럽게 '못 사는 집인데요?'라고 말했을 테지...


결국엔 서로 삔뚜 상해서

T 만나는데 지장도 있을 것 같아

그런 자리가 생길 때 마다 나는 피했지.


그리고는 집으로가서 

언제나처럼 운동과 음악작업을 했어.

저녁을 혼자먹기 그래서

보컬 형에게 연락을 해보니

공항가기 전까지 시간이 괜찮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전 날 얻어먹은 보답을 하기위해

저녁을 사기로 했어!

메뉴는 쏘이몰링 로컬푸드지!


티나와 보컬 형은 우리 동네로 왔고

나는 굴다리 밑에 위치한 인기있는

한 식당으로 안내했지.

티나는 전 날 심한 갑각류 알레르기를

앓았기 때문에 오늘까지 잘 먹지 못했데.


그래서 소고기 구이, 닭 구이, 

돼지고기 구이를 주문하고, 

태국 현지 사람들이 먹는 

샤브샤브를 시켰어.


짐쭘이라고 하는데, 

태국식 샤브샤브라고 볼 수 있지.

무엇보다 비주얼이 멋있어서 좋아.

황토용기에 숯 불로 가열한다니!

뭔가 가마솥의 느낌도 나고!

가격도 150바트(5,000원)정도 밖에 안 할 껄?


둘은 먹어보더니

감탄을 금치 못했어.

국물이 말도 안되게 시원하고

건강해지는 맛이라고 하더라!

한식으로 비교하자면, 능이버섯 오리백숙이나

삼계탕 같은 느낌?!


실제로 몸이 안 좋을 때 이걸 많이 먹었는데

땀이 쫙 나면서 다음 날 말끔해졌었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랬다고...

한 번씩들 드셔보셈들.


특히, 티나따거는 여태껏 먹어봤던

태국음식 중에 이게 최고라고 극찬했어.

먹는 내내 거의 그릇에 코 박을 정도로

집중해서 드셨고, 국물까지 싹 비웠어.


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만족스러워 하니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 

식사 후에 나는 보컬 형과 티나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 앞 쪽에 길거리 과일가게가 있는거야.

과일 안 먹어본지도 오래돼서 바로 샀지!


망고라고 해서 샀는데

덜 익은 망고와 더 덜익은 망고야.

맛 더럽게 없어.

어쩐지 가격이 엄청 싸더라...


소금설탕이랑 같이 주면서 찍어먹으라고 하던데

찍어먹어도 맛 없어.

둘 다 떫은 끼가 남아있어서

한 조각씩 먹고 그대로 냉장고로 직행!

이 삼일 묵혀서 다시 먹어봤으나

익기는 커녕 쭈글쭈글해지고 맛은 똑같아서 버렸어.


망고 종류가 다른 거인 것 같아.

후숙한다고 맛이 크게 달라지진 않더라고.

망고 싸게 판다고 가격에 낚이지 말고

한 입씩 먹어보고 사길 적극추천함!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셈들!




이번 편은 태국여자친구의 생일파티

갔던 이야기야.




내 태국여행을 이제 하루밖에 남질 않았고

나도 슬슬 여행을 마무리해야했어.

그래서 이 날 오전은 기념품을 사러 가기로 했지.





아침에 먼저 일어나서 구름과자를 먹으러 나갔는데,

태국에서 흔하다는 도마뱀을 봤어.

찡쪽이라고 불리는데,

각종 모기나 파리같은거 먹어준다고 하더라.



쪼그만게 신기해서 잡아볼라니까 

엄청 빨라서 도저히 못잡겠음.

방콕에서 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여기 호스텔에는 많은 듯 하네.



얘는 치앙마이 갔을 때

특히 많이 보이더라.

내가 자주가던 피시방 벽 보면

6마리씩 붙어있었어.




우리는 대충 씻고

나갈 준비를 했어.



우선은 밥 먹으러 이동이동!


"T, 우리 뭐 먹으러 갈거야?"


"비밀장소 있어, 따라와바"



그리고선 호스텔 근처에 

이상한 회사건물 같은데 들어갔어.

갔더니 구내식당이 있었는데,

회사원들 엄청 많더라.



나만 혼자 여행온 관광객 차림이라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



급식소처럼 생겨서 원하는 반찬 앞에 서서

돈을 지불하면 주는 형식이야.

T가 추천해주는 음식들 골라왔어.




참고로 제일 맛있었던게

계란 후라이...

나머지는 걍 그닥...

집 반찬같은 느낌이랄까?




다들 회사 티셔츠 입고 있는데,

나 혼자 이질감 느낀당...

그래도 잘 먹었음.




사람들이 가끔 신기한 듯 쳐다보는데

좋게 생각하면 연예인 된 것 같고

나쁘게 생각하면 동물원 원숭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기 나름임.



밥을 다 먹고 우리는

쇼핑센터로 이동했어.

아마 Big C 였던 것 같은데

빅씨는 먹을 걸로는 없는 게 없어서

꼭 귀국하기 전에 들려서

이것저것 사길 바라.



본격적으로 쇼핑하기 전에 

우리는 코인 노래방에 갔지.



명목상으로는 T에게

'너의 노래가 듣고 싶어'였지만,

사실 내가 노래 부르고 싶었거든...



근데, 계속 자기만 부르는 거야.

어떻게 4곡 중에 한 번을

너 불러보라고 

안 할 수가 있지?



노래방에서 나온 후로

물어봤어.



"너 왜 한번도 나 노래 해보라고 안하냐?"


"내 노래 듣고 싶다며"


"그럼 너는 내 노래 안 듣고 싶음?"


"듣고싶지"



"근데 왜 안 권하냐고"



"하고 싶다고 안 했잖아"




"헐, 대박... 

한번 쯤 물어보는게 매너 아님?"



"몰랐지..."



이 때부터 나의 삔뚜 게이지는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어.

하지만, 오늘은 T의 생일파티가 있는 날이니까...

왠만하면 좋게좋게 넘어가자 생각했어.




이 때를 기점으로 나는 T를 본격적으로

이기적인 애라 생각하게 된 것 같아.

내가 아는 태국여자가 T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T를 보고 모든 태국여자들이 이기적일 거란 생각을 했어.




근데, 전혀 아니야!!

얘만 그런 거야.

모든 태국 여자들에게 죄송하당...



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끌랭짜이'라는 개념이 있어.



마치 우리나라의 

'정' 같이 우리는 잘 알지만, 

외국에는 없는 단어이자 

설명하기도 어려운...




나도 정확히는 잘 이해 못했는데,

태국 친구들이 설명을 이렇게 해주더라고.



상대방이 목이 마를 것 같아서 

얘가 물을 찾을 것을 미리 알고

물을 준비해놓는 마음?



설명을 개떡같이 해줘서

뭔 말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냥 배려 아냐?"

물어봤더니, 배려랑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래.




하튼, T를 제외하고, 

내가 만났던 태국여자들은

배려심이 깊었어.



암튼, 빡친 기분을 감추고

쇼핑센터로 내려갔지.



버블티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기념품을 선정하기 시작했어.




맨날 망고비누, 야돔 이런 것만 사니까

별 쓸모도 없어서

뭐가 실용적일까 생각하다가



지난 태국여행에서 라면을 사들고 귀국한게

가장 좋았던 기억이 나서

식품류를 둘러봤어.




태국식 옐로우 카레와, 그린 카레

그리고 똠얌라면!

태국 생각 날 때마다 집에서 끓여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골랐어!



근데, 1년이 된 지금에도 아직도 집에 남아있어.

한 번 먹으면 최소 3개월은 생각 안 날 정도로

시큼강렬해서 막상 한국에서는 잘 안 먹게 되더라.



참고로 태국 봉지라면은 

우리나라처럼 끓여먹는게 아니라

사발면처럼 그릇에 뜨거운 물 부어서 먹는 거임.

끓여먹으니까 면 엄청 퍼지더라!




그리고 팟타이도 샀어.

이건 면까지 다 들어있는 거라서

가격이 꽤 나갔던 걸로 기억함.



면이랑 소스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맛있게 먹으려면 

새우랑 계란 넣고 같이 볶아드셈!!




그리고나서, T의 생일케잌을 사러갔어.

케잌 값은 우리나라라 비슷한 듯.

저녁 때 친구들 불러서

T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하니까

또 있어보이게 케잌 똭 줘야지.



지친다 지쳐.

단순히 필요한 것만 산게 아니라

T가 이동하는 대로 끌려다니니까

힘들었어.



정작 T는 신혼부부 체험하는 것 같다고

좋아했지만...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어.

망고비누랑 야돔 사는 것보다 훨씬 싸고,

효율적임.




카레나 라면 같은 거는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면

되게 좋아함.

내 주위에 자취생만 있어서 그런가?




쇼핑을 마치고, 나갈라고 하던 차에

T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어.

그리고는 나에게 바꿔주더라.



"여보세요?"


"T의 엄마야

너 내일 간다며!

아줌마 지금 빅씨 와있으니까

잠깐 보고 가~"



"아 예! 알겠습니다"



나는 또 다시 T의 어머니를 봐야해서

긴장이 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쇼핑 때문에 엄청 피곤해져있었어.




그래서 T에게 말했어

"나 구름과자 하나만 먹고 가면 안될까?

너의 어머니 뵐 생각에 긴장도 되고 

지금 조금 피곤한 상태라..."


"알겠어~"



그리고  흡연장 쪽으로 이동하는가 싶더니

어머니가 계신다던 푸드코트 쪽으로 가더라?



어어? 뭐지?


"야 흡연장 가는 거 아니었어?"


"엄마 먼저 보고 가자~

오래 안 걸려~"


"뭐?!"



뭐라고 하기도 전에

우리는 어머니가 서 계신 곳에 도착했어.

어머니는 밝은 얼굴로 날 맞아주셨고,

나는 피곤한 내색을 할 수 없었어.



T의 어머니는



"J, 배고프지?

뭐 좀 먹어야지?

아줌마가 사올게, 앉아있어"



말씀하시더니, 

후다닥 국수와 몇몇 음식을 사오셨어.




T의 어머니 앞이라 애써 밝은 척 했지만,

기분이 많이 상해있는 상황임.

얘는 눈치없이 또 카메라 들이댄다.




어머니가 주신 국수와 음식을

최대한 맛있게 먹어보려고 노력했어.

실제로 좀 짜증나서

맛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

T에게 뭐라 할 것만 생각하며 먹었어.




이거는 태국 디저트 중에 하나인데,

화난 와중에도 단 맛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무척 단 디저트인 듯 싶어.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잘 먹었다고 인사드리고

서둘러 자리를 나왔어.



그리고는 길을 걸으며 T에게 말했지.



"너 내 말 듣기는 했어?

분명히 구름과자 먼저 먹은 후

 만날 준비 좀 하고

가고 싶다고 했잖아!"



"아... 그래도 빨리 보고,

빨리 가면 좋겠다 싶어서..."



"내.가. 분. 명. 히. 말. 했. 잖. 아.

내가 얼마나 말해야 들어줄건데?"




여기서 이차 삔뚜가 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의 생일이니까

참고 좋게 풀려고 노력했지.




T는 가끔씩 걷는 와중에 

날 신경 안 쓰고 먼저 휙 걷는 경향이 있는데

그거에 대해 몇 번 말했었어.



나 좀 두고 먼저 가버리지 말라고...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에!!

내 기분을 더 풀어줘도 모자랄 마당에!!

내 기분이 풀렸다고 생각하고

또 먼저 걷는거야.



그래서 난 걸음을 멈췄어. 

'얘가 나를 놓쳤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싶은 마음으로 한 참을 제자리에서 서서

내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언제쯤 알아차릴까

기다렸어.



20m...30m... 50m..가 지나고

T는 모퉁이를 돌아서 휙 가버렸어.




나는 그 자리 앉아버렸어.

많은 생각을 했지. 이게 뭐지 싶어서...

3분 쯤 있으니까, 

T가 나를 찾아 다시 돌아오더라.



"J, 왜 따라 안온거야?!"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 좀 두고 먼저 가버리지 말라고.

그리고 이런 상황에

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도 모자를 지경에

너가 나를 두고 갔다는 것도 눈치 못 챘다는 건

나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걸로 밖에 생각이 안되는데?"



"좁은 길이어서 같이 갈 생각을 못했어..."



"좁긴 개뿔이 좁아?

사람 다섯 명은 어깨동무하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구만?!"



드디어 내 삔뚜는 완벽하게 상해버렸고,

나는 호스텔로 돌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무엇보다 영어로 완벽하게 

내 기분을 설명 할 수 없다는 점이

더 서럽고 답답했어.




그렇게 3~4시간이 흘렀고, 

T의 생일파티 시간이 되었어.



"J, 미안해... 같이 가자"


"미안한데, 너나 가서 즐기다 와

나 기분이 아직도 별로여서

도저히 못 가겠다.

분위기 망칠 것 같은데 그냥 너 혼자 가라"



"아니야~ 분위기 망쳐도 돼"


"내가 그 정도 사람으로 보이니?

가면 또 억지로 밝은 척 연기할건데

더 이상 고통스러워서 못하겠다.

너 혼자 가"



"....그럼 나도 안갈래"



"마음대로 하렴,

협박같이 들리는데, 

니 생일파티지 내 생일파티냐?

내가 걔네 아는 것도 아니고"



"내 친구 메이가 픽업하러 왔다는데

못 간다고 말 좀 하러 내려갔다올게"



그러더니 20분 후에

올라오더라.

메이랑 같이...



"J  파티 같이 가자

T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냥 니네끼리가, 

그리고 T한테 물어봐"



T는 태국어로 메이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지 유리하게 설명한 것 같다.



그래도 메이가 다가와서

토닥토닥 거려주길래

내 입장에서 내가 화난 부분을 다시 설명했어.




"와...  T 못됐네. 나 쟤랑 10년 봤는데,

원래 좀 이기적이야. 좀 어리기도 하고

연애 경험도 없어서

너가 많이 힘들 것 같다.

그래도 T의 생일인데, 한번 이해해주면 좋겠다.

지금 친구들도 다 모여있는데, 걔네들도 다 너 보고 싶어해~

한 번 와주라"




메이가 내 감정에 동감해줘서

내 기분도 이내 풀리기 시작했어.




"알겠어 가자.

메이 같은 친구 둔 걸 다행이라 여겨라!"




메이의 차를 타고, 

우리는 통로에 한 루프탑 바로 갔어.

작고 귀여운 느낌의 아기자기한 루프탑 바였어.



그리고 어쿠스틱 공연도 해서

분위가 더 좋더라.



인기가 많은지 모든 자리가 꽉 차있고,

일하는 외국인도 많아보였어.

그리고 여기에 오는 태국애들은 다 귀티있어보임.

잘 사는 애들인가봐.




다 모여있다고 한 메이의 말과 다르게

우리가 제일먼저 도착했어.

태국 애들의 시간개념이란...




우리는 약간의 안주와

물로 만든 구름과자를 시켰어.

그리고 T의 친구들을 기다렸지.




예전에 언급했던 메이라는 푸근한 친구.

이름은 모르지만 취업했다던 친구도 있어서 축하해줬는데

영어는 못해서 대화는 안함.



가운데 둘은 톰보이와 여자 커플.

나중에 T에게 톰보이 커플은 어떻게 성생활하는지 

쟤네한테 물어봐도

되냐고 허락맡고 질문했는데

기구를 이용한다고 하더라.



부끄러워서 

어떤 기구인지는 자세하게 말 안해줌.




나는 저 친구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어.

그리고 인사를 나눴어.

인사를 나눴어.

그게 끝이었어...




나 혼자 한국인이고 태국인이라

난 대화에 참여조차 할 수 없었어.

아무도 나에겐 1%의 관심도 없더라...

가끔 말 걸어주는 상대가 있었는데

그게 T가 아닌 메이였어.



T는 '내 남자친구야' 라고 

날 소개한 이후로

나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그냥 혼자 가만히 쭈구리처럼 앉아있기만 했어.



그 때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얘는 아닌 것 같다고...

조금이라도 배려가 있다면

번역이라도 해주면서 

같이 대화에 낄 수 있게 해줄텐데



서러워서 중간에 먼저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파티 분위기도 어색해지고,

매너도 아닌 것 같아서 참고 조금 더 노력하기로 했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나는 케잌을 꺼내들며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어.



"내 여자친구가 생일입니다

박수 한 번 쳐줄 수 있나요?"




모든 사람들은 박수를 쳐줬고,

공연하시는 분들은 생일축하 노래를 쳐줬어.

나는 일어나서 T를 가리키며

춤을 췄지.



노래가 끝난 후 나는

한국에서 몰래 사온 금귀걸이를 줬어.



T와 친구들은 감동을 받더니

"너 남자친구 짱이다"라는 말을 했어.

T는 한 껏 으슥해진 얼굴이었어.


내가 준 귀걸이는 송혜교가 했었던 모델이라나 뭐래나

실처럼 얇게되어있어서 축 늘어지는 귀걸이야.

저 사진은 굉장히 행복해보이지만,

난 분위기 띄우는 원숭이 정도로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행복하지는 않았어.



부러운 듯 시샘하는 표정의 T의 친구를 봤어...

이 때 잠시나마 화제거리가 내가 되어서

T가 조금 번역을 해줬지.


하지만 난 그냥 T의 생일파티를 위한

원숭이였어.

일부로 웃긴 표정짓고, 

웃긴 행동하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했고.



그래서 이 정도로 했으면 

날 대화에 참여시켜주겠다 싶었는데,

이 후로도 난 철저히 외톨이가 되었지.




이게 당연한 건가 싶어서

앞을 보니 톰보이 그 녀석도

아무 말 않고 그냥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더라고.



태국에선 이게 당연한 건가?

남자친구 냅두고 얘기하는게?

그래 태국에 왔으니 태국문화를 따라야지.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나도 핸드폰 켜서 유투브만 주구장장 봤어.

가끔 짠 할 때만 고개 들어서 짠 했고.

아무도 날 신경 안 쓰더라고

서러웠어.


파티가 끝나감에 내 표정은 더 굳어감.

좋은 척 연기하는 것도 질려서 

뛰쳐나오려고 했는데, 

다행히 파티가 종결되더라.



그리고 호스텔와서 T가 말을 걸어도 

영혼없이 웃어주기만하고

 12시까지 T와 아무 말도 안했어.



그리고 12시 지나는 순간에

폭풍 욕을 했지.



"이게 태국 문화인진 몰라도

너가 한국인이랑 사귈라면 배려라는 걸 해야돼.

니 앞에서 나는 배려라는 걸 도저히 찾아 볼 수 없고,

나는 이 여행 끝나고 널 더 이상 안 만날거야.

너랑 만나서 행복한 미래가 상상이 안되거든."




그 날 밤 

나는 T는 오열하다시피 울었고,

T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내 기분은 조금씩 풀렸어.





'좀 잘해라' 라는 의미로 

라이언 인형을 마지막 선물로 주었고,

이렇게 T의 눈물의 생일파티를 마무리했지.




얘가 다음에 한국에 왔을 때

똑같이 복수할 것이라고 

결심하며 잠들었어.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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