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내가 가장 자주

어울려놀았던 Z형과 H형과 

다시 만났던 이야기야.


우리는 2월 초 쯤에 헤어지고

또 보자는 형식적인 말을 하고 헤어졌어.

Z형은 치앙마이로, H형은 한국으로 가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H형에게서 연락이 온거야?!


"형, 모레 방콕간다.

다들 모여라."


Z형도 H형이 온다면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오겠다는 약속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빠를 지는 몰랐을 거야.

부랴부랴 비행을 티켓을 예매했었데.


나도 역시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베트남 가는 것!

출국 전까지 내가 형들 얼굴 볼 수 있는 날은

단 하루 밖에 없었어.

H형이 방콕에 오는 기간이랑

내가 베트남 가는 기간이랑 겹쳤거든.


그래도 다행히 H형은 일정을 길게와서

내가 베트남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몇 일 더 계시더라구.

간만에 삼총사가 모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더라.


이 날은 형들과 만나기 전 날로

T를 만나는 날이었어.

그 전부터 T와 심각하게 싸웠는데

가기 전에 좋게 기분 풀고 가고 싶었어.

그래서 뭐 먹고 싶냐고 메뉴를 정하다가

야끼니꾸 레스토랑 가자고 하더라고.


예산 초과라고 힘들 것 같다고 하니까

기특하게도 자기가 내겠다는 거야.

그럼 사양말고 얻어먹어야지!

그래도 꿀리고 들어가는게 좀 짜증나서

나도 비장의 무기를 하나 준비했지.


T가 이쁜 짓 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하여

준다던 선물!

그 걸 이 날 줄 생각이었어.


우리가 갔던 레스토랑은

BTS 아리 역 근처에 있는

seiniku-ten ari

라는 곳이었어.

대나무도 있고, 건물도 그렇게 만들어놔서

일본적인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태국 애들은 일본 참 좋아해?!


일본은 롤모델.

한국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만한 나라

이렇게 생각한다고들 하는데

이 때 그래도 공유의 도깨비가 

국위선양에 한 몫 했지.


음식은 맛있었어!

태국은 일본의 음식을 진심 90%는

따라가는 것 같아.

한국에서 먹는 퀄리티보다 월등하게 뛰어나고

가격 또한 한국보다 저렴하니까

태국에서 오히려 일식집을 많이 간 것 같아.


가볼 사람은 검색해서 한 번씩들 가보셈.

화로가 작은게 단점이긴 하지만

사이드 메뉴의 퀄리티가 미쳤음.

돈까스나 꼬치나 레알 일본에서 먹는 맛이었어.


음식을 어느 정도 먹고

슬슬 내가 선물을 줄 타이밍을 잡았어.

"너 오늘 이거 나 사줘서

포인트 30점 줄게"


"그거 언제 다 모으냐 -_-"


"지금 다 모았어.

몰랐지? 자, 받아라. 

니가 원하고 원하던 그것이다!"


T는 뛸 듯이 기뻐하며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댔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미친듯이 먹어댔지만...

선물은 T가 그토록 바라던

포니 이펙트!

좋은 지 안 좋은 지 안써봐서 모르겠다...;;


비비크림이나 파운데이션, 

하이라이터, 쉐딩 같은 거라면

써보고 어떤 지 말해주겠는데

색조 화장품이라 도저히 못 써보겠음...


T의 사진질은 카페에 가서도 끝나지 않았어.

대체 포니가 누구여?!

한국에서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던 것 같던데.

처음 들어봄.


한국 사람도 잘 모르는 애를

태국 사람이 좋아하다니.

신기하당.


그래도 다행히 베트남 가기 전에

T와의 관계를 풀고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다음 날!

H형이 오기로 한 날에

Z형과 나는 H형을 위해

수완나품 공항으로 픽업을 가자고 했어.


Z형은 치앙마이에서 돈무앙 공항에서 내려서

수완나품으로 가겠데.

그래서 나는 혼자 수완나품 공항으로 가야만 했는데

싸게 가는 방법이 없나 생각해보다가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


'아! 우리 집 앞에 에어포트 링크 있었지?'


곧바로 거기로 달려갔지.

이건 우리 동네 에어포트 링크인

랏차파록에서 찍은 사진이야.

에어포트 링크가 뭐냐면

쉽게 말해서 공항철도야.

굉장히 높게 위치해 있어서

경치 보는 맛이 쏠쏠해.


여기서 수완나품 공항까지 얼마냐고?

42바트(1400원)정도 하더라.

택시타고 가면 300바트인데

돈 완전 아꼈지롱!!


공항에 도착하자 Z형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어.

우리는 반갑게 안부를 물었어.

곧 H형이 출국장에서 나왔고

우리 셋은 격하게 서로를 안았지.


나중에 물어보니 H형은 연고도 없는 공항에서 

누군가 자기를 마중나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데.


우리 셋은 마음의 고향인 

랑짓으로 이동했지.

나는 왜 갔냐고?

다음 날이 베트남 가는 날이었거든!

방장 형도 랑짓에 있으니까

아침에 같이 출발하려고!


두 형은 각자 방을 잡았고

돈이 없는 나는 Z형 방에

꼽사리 끼어서 Z형과 밤이 올 때까지

서로의 노트북으로 

롤이라는 게임을 하며 놀았지.


이윽고, 밤이 왔고

방장 형과 우리 셋은 만나기로 했어.

다들 오랜 만에 보는 거라

굉장히 들떠있었지.


다들 출격 준비 완료!

간다간다 뿅 간다!


- 다음 편에서 -


전 편에 이어서 오늘은 

T와 T의 친구를 만나러 간 이야기야. 



그 대학교수라는 놈과의 약속이 파토나고

나는 약 기운에 헤롱거리는 몸을 이끌고 

BTS 아리역으로 가야만 했어.


택시를 불렀지만,

언제나처럼 택시기사는 우리 집을 못 찾아서

한 참을 헤매다 나에게 전화를 걸지.

그러면, 난 후다닥 아래층으로 달려가

세이프 가드에게 전화를 바꿔줘.

그러면 알아서 설명해줌.


님들도 혹시 콘도 빌리거나 할 때

택시기사가 길 못 찾으면

세이프 가드 아저씨한테 전화 바꿔주셈.

물론, 나 보다 복잡한 위치에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열곡절 끝에 나는 택시를 탔고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 할 수 있었어.


T를 기다리면서 한 컷 찍어봤어.

이렇게 셀카를 찍으면서 기다리니까

T가 어느 새 내 옆에 와서 서있더라.


T는 몇 일 전부터 자기 친구인

메이와 함께 저녁먹자고 했기 때문에

오늘은 그 녀석과 같이 밥을 먹기로 했어.


다들 기억하려나 모르겠지만,

추석 때 T의 친구로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어.

상당히 유쾌한 녀석임.

그리고 은근히 배려심도 있고.


파티에 가서 T가 나 혼자 외톨이 만들었을 때

유일하게 말 몇 번 걸어준 녀석이야.

그리고 태국어도 가르쳐줬는데

'텅 래우'라는 걸 T의 부모님 앞에서

말하면 좋다고 10번 정도 원어민 발음으로 연습시켰어.


그래서 텅 래우 텅 래우 외치고 다녔는데

그게 임신이라는 뜻이었어.

개 놈 시키.

그것도 모르고 T의 부모님 앞에서

임신 임신 이러고 다녔네.


그래서 이 녀석 만나면

"발씨놈 캅

해줘야겠다고 꼭 다짐했었지.



우리는 음식점에 들어가 메이를 기다리기로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는 도착했어.

저 푸근한 인상 속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이 날은 메이가 T에게 떠레~ 라고 하면서

자꾸 나한테 떠레~ 떠레~ 해보라고 하는 거야.


무슨 뜻인지 설명을 안해줘서 궁금했어.

일단은 욕 같으니까 메모해서 외워났지.

외국어 배울 때 욕 먼저 배우는게 개꿀잼임. 

T가 그런거 배우지 말라고 하길래

악착같이 외워놈.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태국 욕 찾아보다가

떠레라는 걸 발견했어!


'돈에 환장한 허영심 많은 년'

이라는 욕이던데?


절친이라 그런지 아주 적합한 욕을 쓰더군.

요즘 들어, 나는 뼈 빠지게 일하는데

자꾸 한국 악세사리 보내는 걸 보아서

꼭 외워야하는 필수단어라고 생각함.


우리가 갔던 레스토랑은

아리 역 옆에 있는 펑키빌라에 위치한

본촌치킨이라는 곳이야.


한국의 교촌치킨의 짝퉁 버전이지.

가격이 무척 창렬한데,

인기는 많아.

아리지역이 나름 부자동네라 

갈 수 있는 사람이 많나봐.




우리는 간장 맛 닭다리 세트와 순두부 찌게를 시켰어.

신기하게 치킨 집에서 별걸 다 팔더라고?

찌게도 팔고, 떡볶이도 팔고

한식이란 한식은 다 파는 듯.

주인은 태국 사람이라던데 -0-


가격은 

1000바트(33,000원) 정도 나온 것 같아.

닭다리 세트에 순두부 찌게에 밥 세 공기랑

음료수 시켰을 뿐인데...


완전 비쌈. 차라리 한인 마트에서 고추장 사고

설탕이랑 케찹 섞어서 길거리 15바트(500원)짜리

닭다리 찍어먹는게 훨씬 싸겠다...


순두부 찌게는 한국에서 먹는 얼큰한 맛이 아니라

케찹 맛이 많이 나는 달달하고 이상한 맛이었어.

마치 일본에서 먹는 김치찌게의 맛처럼.


감기 걸려서 따듯하고, 얼큰한 국물이 

무척 먹고 싶었는데

한 입 떠먹고 숟갈 내려놓음.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펑키빌라 안에 있는 

마트에 들어갔어.


메이는 친구랑 자취하기 때문에

식료품을 사야한다고 했기 때문이지.

그러면서 아이스크림 하나 씩 사준다고

고르라고 하더라?


마땅히 먹을 게 없어서

그나마 가장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있는

M 이라고 적힌 아이스크림을 들었어.


그 순간, T와 메이녀석의 얼굴은 굳었어.


'뭐야? 내가 죄 지었어?

왜 그렇게 보는 거지?'


T와 메이는 태국어로 지들끼리

얘기하더라고.

메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웃으며 괜찮다고 하는 거야.


T가 나에게 말했어.

"그거 되게 비싼 아이스크림이야"


"어? 설마했는데, 아이스크림 값 비싸서 그런 거였어?

됐어 됐어, 아이스크림 값이 하면 얼마나 한다고

이건 걍 내가 살게"


메이는 괜찮다고 빨리 넣으라고 해서

일단 넣었는데

바코드를 찍었을 때 보는 순간

'아 내가 실수했구나' 생각이 들더라.


50바트(1900원)짜리였어.

이게 맛있지만, 비싼 아이스크림

'매그넘'이라는 거였더라고.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 안하지만,

쟤네 기준에서는 한 끼 식사만큼의

가격인데, 좀 미안하긴 하더라.


그래도 내가 밥 값 100바트 더 냈으니까

그냥 쿨하게 넘어갔어.

다음에 내가 매그넘 사주면 되지 뭐.

생각해보면, 카페에서 빙수 먹어도 

150바트 전후로 나오는걸 세 명이서 나눠먹는데

조그마한 아이스크림 딸랑 한 개에 50바트라니

후덜덜하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메이는 더 뜯겨선 안된다는 생각이었는지

똥이 마려웠던 건진 몰라도 후다닥 가버렸어.



"J, 모레 쯤에 우리 집 같이 가자."


"너네 집? 아리에 있는 콘도?"


"아니, 거기 말고, 돈무앙에 본가 있잖아.

거기 한 번 구경와라."


"귀찮음, 내가 거길 왜 감.

가봤자 너네 부모님 계셔서 불편한데

뭐하러 감"


"같이 가자!! 나 챙겨올 것도 있는데

혼자가기 심심해. 인사만 드리고 잠깐만 있다 오면 되잖아.

먼 거리도 아닌데~"


"너네 어머니가 자꾸 태국말로 

나한테 말 거는거 알잖아.

그 때마다 곤혹스러운데, 

니는 번역도 안해주잖아.

근데, 뭣하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내가 거길 가야해?"


"이번엔 진짜 안 그럴게.

같이 가자"


"하... 대신 딱 2시간만 있다가 온다?"


"ok 콜!"


지네 집 자랑 엄청하고 싶은가 보다.

이 참에 얼마나 사는지 집안 호구조사 

한 번 들어가봐야겠다.


"그 대신 오늘 우리 집 오지말고,

너네 집에서 자. 나 몸 안 좋아서

혼자 편히 쉬고 싶어.

오늘 몸이 좀 아파서 나오기 싫었는데

약속 때문에 무리한거야.

내일 아침에 공복에 운동이나 같이하자.

수영복이나 챙겨오셈"


그리고 나는 집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왕좌의 게임'을 시청하며 금요일 밤을 즐겼지.


다음 날,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도둑인가 싶어서 화들짝 놀라서 깼어.

알고보니 T가 문 따고 들어온거야.

잠 결에 빡치기도 해서 한 소리했어.


"내가 비록 너에게 키를 줬지만,

너 집인양 아무때나 벌컥벌컥 문 따고 들어오는게

매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거면 키 다시 줘.

너가 여기 와서 쉬는 것도 괜찮고

오고싶을 때마다 오는 것도 괜찮은데

최소한 미리 연락은 하고

노크정도는 좀 해라.

여기 너 집 아니야~"


난 내 개인공간에 타인이 

허락없이 들어오는게 참 싫어.

커플이라 할 지라도

그건 사양이야. 


대학생 시절 자취할 때 대부분의 동기들이

공강시간에 친구 집 문들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와 맘대로 쉬곤 했는데

난 그거 굉장히 싫어해서

우리 집만은 아지트화가 안됐어.


다른 친구들 집 보면

좀 안쓰러웠던게

집 안도 개판되고

침대 위에 발 올리면서 눕고

더럽게 사는 내가봐도 좀 아니다 싶었어.


특히, 처음에 T가 샌들 신고온 때꾸정한 발로

우리 집을 걸어다니면서 내가 가장 소중히 아끼는

새하얀 침대에 발을 올리더라고.


진짜 그거 보고 경악했어.

남의 집에 오면, 최소한 발은 씻어야하는거 아니냐...

그래서 그거 보자마자 경질을 했지.


"어디다가 감히 추악한 병균 덩어리 발을 올리냐!

니 발 한 번봐라. 시꺼먼거 보여 안보여.

이건 탄게 아니라 때야, 때!


너 우리집 오면 발부터 씻어!

그것도 힘들면 의자에서만 얘기하자.

바닥정도는 내가 닦아줄 수 있는데,

침대는 아니야...


내 침대에 눕고싶으면 발은 닦고 와라 제발...

오해하지 마!

너가 싫어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그래!"


난 결벽증 환자도 아니고

솔직히, 깔끔한 편도 아니야.

친구들 사이에서 오히려 방구랑 트림 뿡뿡 껴대는

더러운 새끼로 통하지.


하지만, 남을 못 믿음.

내 몸에 세균이 득실거린다는 것도 알지만

걔넨 믿을 수 있어.

근데, 다른 사람꺼는 못 믿겠단 말야!

집에서 씻고 왔다는 사람조차!


그래서 친구들이 말하길

더러운 건 니가 더 더러운데

왜 이렇게 남을 병균 덩어리로 보냐고 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지 뭐.


여튼, T가 집에와서 약속대로 공복의 유산소를

하러 갈라고 준비했지.


"T, 유 노우 코리안 몸빼바지 스타일?"


"그게 뭔데?"



"가자 수영하러!"


"너 이렇게 갈거야?"


"응, 이러고 갈건뎅? ㅇㅅㅇ"


"아, 나 안가"


"헐... 내가 쪽팔려?"


"내가 발 안닦았다고 뭐라할 때는 언제고,

너는 더 심한데?

완전 창피하다. 안가, 가지마"


"내가 설마 이러고 가겠냐,

너가 날 얼마나 어떻게 생각하는 지 잘 알겠다

나는 그냥 쇼윈도우 남친이지 뭐,

너의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주기용"


"피차일반이야.

그럼 발 안 닦는거로 뭐라 하지나 말던가-_-"


"응 니 발바닥, 원시인 발바닥

수영장 가기 전에도 

발바닥 씻고 들어가야하는 거 알지?

물 썩는당"


아침부터 티격태격하고

우리는 수영장으로 이동했지.


아침에 들어가니 조금 쌀쌀했는데

10분 만에 해가 쨍하고 뜨더니

물도 점점 미지근해졌어.


참 신기한 동네야.

해 한번 떴다고 훅 더워짐...


이 때는 수영장을 매일가는게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면서

나중에는 심심하고 지겹다라고 느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이런 사소한 것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네.


나란 새끼, 간사한 새끼.


간사한 새끼는 간사하게

글 여기까지만 쓰고 물러남.

담 편에서 보장!


이번 편은 두 번째 태국여행의 마지막 날로

돈 무앙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있었던 이야기야.




전 날 T의 눈물을 쏙 빼놓고 혼구녕을 내주고나서야

난 기분이 풀려 잠들 수가 있었어.

한국에서 놀 때는 

내가 언제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어.




근데, 전 날 파티 갔을 때는

진짜 난생 처음 느껴보는 소외감을

태국인 앞에서 느끼게 되었어.

하물며, 여자친구의 생일파티에서

남자친구가 그걸 느낄 정도면 말 다 했지.



진짜 핵 빡쳤었음.



어쨌거나, T가 미안하다는 말을 받아드리고

충분히 반성의 기미도 보였기에

나는 그래도 마지막 날을

웃으며 갈 수 있었지.



늦게 자서 엄청 피곤한데

T가 먼저 일어나서

날 깨웠어.



"J, 일어나!

우리 체크아웃해야돼!"



"아직 시간 좀 남지 않았어?

좀만 더 잘겡"



"너 짐도 안 쌌잖아.

빨리 일어나"



턱을 잡고 날 괴롭히는

T의 장난에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지.




드라마 보면 키스로 깨워주던데

그거 미친 짓이야.

전 날 밤 증식한 박테리아가

입 안에 가득한데 그 입으로 키스하거나 당한다고 생각해보셈.

냄새 장난 아님.




물론, 잠 깨우기엔 탁월하겠지만

서로 삔뚜 안 상할려면

혀 안 쪽을 손가락으로 깊히 찍고 

냄새맡은 후 시도하길 바라.



나는 일어나서 대충 씻은 후

눈에 보이는 짐을

105리터 인생배낭에 넣은 후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왔지.




그 동안 내가 숙박했던 ken 호스텔.



방마다 베란다가 있는데

못 열게 해논 걸 억지로 연 후

구름과자 먹다 걸려서 혼난 기억 빼고는 

나름 좋았던 호스텔이었음.




행복했다!!




호스텔에서 나온 후

나는 근처에 있는 T의 콘도로 가서

짐을 내려두고 밖으로 나왔어.



마지막 점심식사로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깔끔한 곳에서 양식을 먹고 싶었어.



그래서 아리 역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지.



빌라마켓에 안에 외국인들이

꽤 앉아있는 레스토랑이 있더라고.




이름은

Greyhound cafe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빵빵했어.


우리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을 때

T가 머리가 알록달록한 태국남자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더라고.

예전에 일하던 곳의 직장동료였데.



그 사람은 외국인 남자와 함께 앉아있었는데

알고보니 게이커플이더라.

누가 바텀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어.

알록달록 머리를 한 태국남자의

행동패턴이 여성스럽더라고?




근데 보다 보니까, 

무심결에 나온 내 행동이랑 비슷했어.

커피 잔을 들 때 새끼 손가락 포인트와

오버스러운 행동...

그래서 내가 게이소리를 들었던 거군..




이 레스토랑은 서양식 뿐 만 아니라,

태국식도 같이 팔고 있더라고.

나는 크림스파게티와 돼지목살구이를 주문하고

T는 정체 모를 만두튀김을 시켰어.


왼 쪽 음식은 뭔가 멕시코스러운 맛도 났어.

토마토페이스트를 기반으로 한 소스라 

새콤했던게 기억나네.

크림 스파게티는 '이건 혁명적인 맛이다!'

 할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평범했어.

무난 평범하게 맛있는 정도?





그리고 언제나 날 실망시키지 않는

돼지 목살 구이(커무 양)




이 곳의 가격은 합리적인 편은 아니야.

비싸긴 했어

계산을 내가 해서 그런가?

그래도 가기 전에 맛있는 거 사줘야지 싶어서

T 화장실 갔을 때 몰래 계산했는데 괜히 했음.



보통 일반 태국 레스토랑에서 

먹는 거보다 기본적으로 더 비싸고

택스랑 서비스차지 합해서 17% 더 줘야해.




일하는 외국인들이나, 

태국 부유층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물가는 싸지 않아.

여기 다시 오나봐라.




어찌됬건, 음식 다 먹고 

배 뚱뚱해져서 나왔어.

나름 비싼 거 먹고 나왔는데,

T가 Thank u 한 마디밖에 안 해줘서

째려보는 중...



좀 더 성의있게 감사를 표하란 말이다!!!

비쌌단 말이다!!!



식사를 하고 T가 영화보러 가자고해서

'마지막 날인데 뭘 못해주겠냐'

싶어서 같이 시암으로 이동했어.



사실 태국에서 영화보는건 나한테

아무런 메리트도 없어.



자막도 태국자막이고, 영어도 잘 못들어서

그림만 보다가 오는거라...

한국가면 다시 봐야함

그래도 따라가줌.



사람은 마지막이 아름다워야한다고 했고,

비행기 타기 전까지 할 것도 없으니까 일단 갔어.


일단은 시암센터로 들어갔어.

T는 역시나 시암오면 목적지로 바로 가는 일 없이

언제나 브랜드샵을 들러서 아이쇼핑한다.

난 시암 오는 거 자체를 무척 싫어하지만

마지막이니 기분좋게 따라가줌.


결국 지침...

너무 피곤행... 

시암 파라곤 안에 있는 영화관으로 이동하면서

T 머리에 기대서 갔엉.



영화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본 시리즈

마지막인 제이슨 본이었어.

이 영화는 액션보다도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더 중요한데...

정작 그걸 이해못하면서 봐야한다니 암울했어.

결국 귀국해서 한국에서 바로 다시봄.





콜라와 팝콘도 사서 갔어.

태국 티켓 값과 팝콘 콜라 가격은 싸지 않아.

한국과 비슷해.

어딜가나 영화관은 창렬함.


처음 T를 만나 영화관 갈 때는

눈치보느라 팝콘도 잘 못먹고

배 부르다고 그랬는데

이젠 뭐 그런거 없음.




팝콘 사면 영화 시작하기 전 광고 나올 때 다먹음.

치열하게 먹음.

내가 두 개 먹으면, T는 세 개 먹고

나는 그걸 보면 한 주먹 입에 쑤셔넣고.

T도 한 주먹 입에 우겨넣고.



식탐 많은 사람끼리 만나니까

이런건 좀 짜증남.

식비가 많이 듬.



저번 태국여행에서 그래도 한 번 영화관 와봤다고

다들 미어캣처럼 일어나서

태국국왕 리스펙트 할 때

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났지.



T는 역시나 리스펙트하는 동안에도

팝콘 냠냠먹음.

오히려 내가 뭐라고 나무람.



"너 그러다 잡혀가!

짜오프라야 굴다리 끌려가서 매질 당하고 싶음?"


"괜찮아, 몰래 먹고 있잖아~"




몰래 먹는게 아니던데...;;

우적우적 씹는 소리 다 들린다...

T는 해외파라 국왕에 대한 

리스펙이 그닥 크진 않은 듯.



나는 주변 태국사람들이 혹여나 들을까봐

항상 국왕에 대한거 물어 볼 때

그레이트 킹이라고 수식어를 붙히는데

뭐 지네 나라니까 지가 알아서 하겠지~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역시나 우리는 팝콘을 다 먹었어.

그래서 영화에 더 집중 할 수 있었지.



영화를 보다보니 생각보다 액션이 많이 없어서

좀 지루했어. 계속 주의깊게 들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영어듣기평가 하는 기분들어서 

나중에는 아예 정신줄 놓아버렸징.



나는 영화를 보다가 잠들어 버렸고

T가 퍽퍽치면서 몇 번씩이나 깨웠어.



"야! 아프잖아! 그냥 좀 자게 냅둬"


"아니 자는 건 괜찮은데, 너 코고는 소리가 하도 커서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잖아!"


"그러면 나 코골 때마다 살짝만 터치해줘.

나 도저히 못 보겠어, 너무 졸려..."




T는 내가 잠드려고 할 때 마다 날 툭툭 쳐댔고,

나중에는 눈만 감고 있는데도 재미로 치더라.

썩을...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저녁을 먹기로 했어.



"T, 내 태국여행 마지막 저녁이니까

너가 먹고 싶은거 정해!"


"오? 진짜? 그럼 여기가자!"



"아... 여기...?

꼭.. 여기여야만...하니?"



"먹고 싶은 것 고르라면서! -_-"


"알겠어.. 가자..."



그렇다... 

MK수끼 다시 오고야말았어.

여기 비싸기만 하고, 먹을 건 하나도 없는데

아, 물론 내가 말하는 먹을 거는 고기임.



주문은 저기 보이는 터치패드를 통해서 주문하면 되니까

태국어 그딴 거 필요없이 그냥 맛있어보이는거

꾹꾹 누르기만 하면 돼.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왔어.

하... 시킬 때마다 돈 들고,

고기는 쥐똥만큼 있고...

그렇다고 고기 더 시키면 가격 많이 나올 거고...

그냥 T가 시키는 대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나름 편했던게, T가 있기 때문에

태국 사람들이 먹는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야.

어렸을 적 태국으로 가족여행 왔을 때는

어떻게 먹는건지 몰라서 다 때려넣었는데...

그거 하나는 좋더라고.





T는 역시 채소 위주로 음식을 시켰어.

채소 너나 많이 드셈...

난 깨작거리고 잘 안 먹었어.




신기했던 거는 돼지 생간을 넣어서 익혀먹더라.

맛은 우리가 아는 그 맛이야.

순대 시키면 간 먹을 때의 그 뻑뻑함.

거기서 피 맛이 더 난다고 생각하면 됨.

많이 역해서 다시는 태국에서 

생간 샤브샤브는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면도 시키고, 이것저것 시켜서 먹는 T

잘 먹어서 보기는 좋네.

많이 먹고 무럭무럭 컸으면 좋겠다.

옆으로 말고...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T의 집으로 집을 가지러 이동했어.



태국에서의 마지막 BTS!

별 감흥없이 당연하게 탔던 것 같아.



T의 집을 들렀을 때는

T의 어머니가 계시더라고.

그래서 작별인사 드렸어.

다음에 올 때는 어머니 선물도 가져올게요 ~




우리는 우버택시를 불러서 돈무앙 공항까지 이동했어.

가격은 아마 300바트(만원)정도 나온 것 같아.

비싸게 나온 편이야.

일반 택시로 아리에서 돈무앙까지 250바트면 충분히 가는데...




우버나 그랩택시가 평상시에는 싼 게 맞는데

심야시간이나 트래픽시간에는

요금이 일반택시보다 높게 책정되더라고?

사용할거면 알아두길 바람.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실감이 났어.

T가 아직 휴가 다 안썼다고 말한걸로 봐서

 또 조만간 볼 것 같아 예전처럼 슬프고 공허하진 않았어.




비행기 티켓 끊으면서 설명 듣는데

갑자기 직원이 내 가방보더니 안된다고 하더라.

너무 크다고...


"저기요... 저 올 때도 이거 비행기에 실어서 왔는데요..?

안될까요?"



"안된다캅! 부피가 너무 크다캅!"



"그러면 제가 이 가방 안에 있는 짐을

백팩으로 조금 넣을게요. 그러면 돼죠?"



"해봐라캅, 지켜본다캅!"


"저 이정도 분리해서 넣으면 될까요?"


"역시나 크다캅! 이거 돈주고 수화물 붙혀라 캅"


"아니 진짜 왜그러세요오오...

저 분명 올 때도 이거 가지고 탔어요. 쫌!!"


"안된다캅! 못탄다캅!"



내가 충분히 설명하고, 계속 웃으면서 매너있게 말해도

안된다고만 하니까 나도 갑자기 열받았어.

그래서 가방 바닥에 팍! 내려놓은 다음에

발로 확 밟으니까 사람들 다들 휘둥그레함.

그래고 가방은 반절로 접혔어.



그리고는 직원에게 웃으며 한 마디함.



"보셨죠? 부피가 문제라고 하셨는데,

이젠 더 이상 큰 가방이 아니네요오? 앙?!"



"아.. 알겠다캅.. 들어가라캅."



나는 T에게 하소연했어.

저사람 왜 저러냐고.

T도 저 직원은 좀 너무했다고 하더라.

어차피 해줄거면 기분 안상하게 해주던가.



나는 T와 작별인사하고

비행기를 타러갔어.


"T, 도착하면 연락할게!"


"응, 조심히 가~!"



하도 많이 왔다갔다하면서 만나고 헤어지니까

이것도 학습이 되는지 이젠 우울하거나 슬프지 않더라.



나는 T를 뒤로하고 비행기를 타러갔어.

근데 이게 왠걸?!


좌석이 넓은 비상구 쪽 자리다!

만약에 티켓 끊기 전에 

내가 눈 앞에서 가방 밟는 무례한 행위를 했다면

직원도 기분 나빠서 비상구 자리를 주지 않았을 거야.

나름 운이 좋다고 생각해!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

제일 많이 든 생각은

이번 여행은....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야!!!



가자마자 T의 부모님 만나서 3일동안 똥연기하고

부모님 차에 탄 채로 어디가는 지도 모르고 끌려다니고...

난 개인적으로 가이트 투어 안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은 가이드 투어하는 기분만 들었어.




그리고 어디를 가던 T가 태국어로 모든 상황을

해결해버리니까 더 재미가 없는거야...




여행이란 걸 갔으면

잘하진 못하더라도 그 나라의 언어를

더듬더듬 말하면서 상황을 직접 해결해나가는게

 큰 기쁨중에 하나인데,

이번 여행은 그런게 하나도 없었어.

한 마디로 어드벤쳐가 없었어!!!



T의 입장에서는 날 편하게

배려해주는 거라고도 생각되는데

나는 전혀 그런거 필요없거든!



그래서 나는 이 기분을 T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다음에 한국에 T가 올 때

나는 T가 모든 상황을 한국어를 쓰면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볼 생각이야!



T는 한국에 또 온다

다음 편에서 보자~!



이번 편은 태국여자친구 가족과 

파타야 간 사건을

얘기하려 해.






보통이라면 절대 가지 않겠지만,

나도 T의 가족환경이 궁금했거든.

집안 분위기가 어떤지.

환경은 어떤지.




만약, 하이소(부자)라면

바로 애부터 만들어야되는거 아니겠음?

하지만 겪어본 바로는 그럭저럭 사는

중산층이었음.

쳇!!




주변 사람 말 들어보면

하이소 남자나 여자 만나서

떵떵거리면서 살던데

이번 생은 인생역전 없이

열심히 사는 걸로 만족하자.




우리는 아침 일찍 체크아웃했고,

T의 부모님을 만나뵐 준비를 했어.



아무래도 처음 뵙는 만큼

깔끔하게 입는게 좋겠지?

땀 쩔면 다 보이는

하늘색 셔츠.



긴장해서 겨터파크 개장하면

어떡하지 생각에

겨드랑이 땀 안차도록

만세하면서 다녔어.



우리는 T의 부모님이

준비하는 시간동안

아침을 먹으러 감.



"J, 뭐먹고 싶어?"


"암거나 먹자,

긴장돼서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모를 듯."



학부모 만나거나, 어르신들 만나뵐 때 쓰는 얼굴임.

주문한 밥이 나오기 전에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유해보이는 얼굴 연습하고 있었어.



2박3일동안 젠틀한 척 똥연기 어떻게할지

참 막막했어...




T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어.

마님이 상으로 내려준다는 고깃국!!

고기는 오래 푹 끓여서 야들야들하고

국물은 누구나 예상 할 만한 MSG+고기육수야.




고기랑 밥이랑 한국스타일로다가 먹음.

역시 한국스타일이 짱짱맨.



밥과 고깃국해서 50바트(1600원)정도 나온 것 같아.

아직 시간이 일러서

커피 한 잔 하러 가기로 했어.





여기는 호스텔 앞에 있는 카페

ANALOG라는 카페인데,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구하나봐.

주인은 남자인데, 게이인 듯 싶었어.





T는 녹차라떼를 시키고,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켰어.

무슨 커피 값이 밥보다 비싸냐...



그래도 시원한 곳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모히또 맛 구름과자 먹으니까 

잠시나마 긴장이 풀리더라.

구름과자 안 먹는 사람들은 몰라도

저건 최고의 조합인듯.





"J, 우리가족이랑 

여행 곧 갈건데, 신나? >_<?"



"신나겠냐-_-"




그래... 이제 체념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건

내가 똥연기 모드로 어른들을 대할 때마다

나를 싫어하던 어른을 한 번도 못봤으니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거야..

대화가 안 통하면 액션으로 보여주지 뭐!




우리는 T의 콘도로 이동했고,

T는 부모님이 내려올 때까지

수영장에 있으라고 했어.



여기가 T의 콘도 중간층에 있는

수영장과 헬스장이야.

콘도 크기에 비해 작더라고.

실망실망.



T의 가족은 여기서 다 사는 것이 아니라

본가는 돈무앙에 있어.

그리고, T의 직장과 T의 남동생의 학교 때문에

둘이 한 콘도에서 생활하는데

부모님이 걱정되는지 자주 놀러온다더라.




부모님 만나뵙기 전 최종점검.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T의 연락을 받고 나는 아래층으로 이동했고,

처음으로 T의 부모님을 뵙게 되었지.

아버지는 중국인의 외모였고,

어머니는 전형적인 이싼 계의 외모를 가지고 계셨어.



나는 웃는 얼굴로 합장하며 인사했지.

부모님들도 합장으로 인사해주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태국 안에서

만능 치트키는 합장인 것 같아.



합장을 먼저하면, 

상대방은 무조건 합장으로 응해주더라고.

그리고 내가 실수한 상황에서도

합장하며 죄송하다고하면, 

상대방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억지로 합장으로 화답하더라고.



합장 짱짱맨

이게 참 좋은 문화인거 같아서

나중에 클럽 갈 때마저도 

합장하면서 춤 쳤었어.

데헷!



차에 타고 이동하는 중에

T의 어머니가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T는 핸드폰 만지면서

번역도 잘 안해주고

나혼자 땀 삐질삐질하면서

아하하... 웃을 수 밖에 없었어.




순간순간의 위기를 넘기고

폰만 만지작 거리는 T 옆구리를 찔러댔어.

"야 번역 안해주냐?

죽고싶어?"



쿡쿡 찔러대야 번역을 해주더라

배려라고는 쥐똥만큼도 없어요.




T의 어머니는 태국어를 잘 못하는

나를 위해 더듬거리는 영어로 말을 해주곤 했어.



"J, T is....fat!! many many fat!!

You say T, not eat many many"



단어로만 말씀하시는데 다 알아들을 수 있더라.

'T는 뚱뚱하니까 많이 먹지 말라고 해라'



나는 대답했지.

"저는 얘를 말릴 수가 없어요.

음식만 보면 달려들거든요"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어.

그러다가 T의 어머니가

두리안 먹어봤냐고 물어보길래

아직 안먹어봤다고 했어.



T의 어머니는 가는 도중 시장을 들려서

하나 사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시장으로 가게되었어.


두리안을 찰지게 고르는 T의 어머니,

세계 각국의 아줌마는 다 비슷비슷하더라.



20분 가량 흥정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두리안을 사게 되었어. 

그리고 나와 T는 어머니가 좋아한다는

체리를 사서 차에 다시 탔지.




T의 어머니는 차에서 손질된 두리안을 주셨어.

나는 두리안이 냄새가 심하다고해서

냄새부터 맡아봤어.




응? 생각보다 냄새가 심하지 않은데?

나는 바로 한 입 베어물었어.

와... 이건 처음 맛보는 맛이야.




과일이 어떻게 이렇게 크림같을 수가 있지?

바나나와 고구마를 크림과 섞어 반죽한 맛이 나는거야.

내가 무언가 먹을 때 정말 맛있게 먹어서

다들 보기좋다고 말하는 편인데,

T의 부모님이 주신거라 더 맛있게 먹었어.




그러더니, 웃으시면서 나에게 두리안을 몰아주셨어.

두 덩이까지는 맛있었어.

근데, 입에 넣을 때마다 

자꾸 역한 냄새가 슬슬 올라오는거야.




어떡하지...

T에게 도움을 청했어.

T는 씨익 웃으면서 두리안을 거절했고,



T의 어머니는 널 위해 준비했으니

다 먹어야한다는 눈으로 나를 응시했어.





곤란하다...

에라 모르겠다 씹지말고 삼키자.

4덩이의 두리안을 목젖을 열어 삼켜버렸어.

어머니는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셨어.




'좋았어! 점수땄! 끄윽?'

어라?

끄으으윽!




삼켜버린 두리안이 위에서 가스를 발생하며

트림이 나왔어.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온 트림가스는

위액과 뒤엉켜 숙성되어 

두리안  냄새를 200배 증가시켰어.




트림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어.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트림을 내뱉으려 노력했지.




T의 아버지는 백미러로 날 응시하더니

허허 웃으시며

조용히 창문을 열더라...




두리안을 먹은 후 나는 거의 

혼수상태로 가게되었어.



너무 많이 먹어서 속이 울렁거리고

창문을 열어도 빠지지 않는 두리안 트림 냄새로 인해

온 가족이 냄새에 허덕여야했고,

덕분에 나에게 말 거는 일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우린 파타야에 도착할 수 있었어.



이윽고,

우리는 파타야에 있는 한 수산시장에 도착했어.

내가 계획한 여행이 아니라

끌려가는 거였기 때문에

정확한 행선지 이름은 잘 몰라.




타랄 때 타고, 내리랄 때 내리라는

가이드 투어랑 비슷했거든.



태국에도 갯뻘이 있더라고?

신기했어.

이 옆으로 이동하니까

살아있는 수산물을 파는 시장이 나오더라.





새우와 게, 오징어, 생선 등등의 

수산물을 파는 곳이었어.

우리나라로 따지면, 

속초 수산물시장과 같다고 봐야하나?




T의 어머니는 만져도 보고, 두드려도 보면서

속이 꽉찬 게를 직접 선별하고 고르셨어.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거 같던데,

아주머니들은 다 아시나봐.


수산물이 대체로 싼 편이라 놀랐어.

마트같은데 가면 엄청 비싼데,

여기는 신선하고 무척 싸더라고.




다음에 파타야 간다면 

여기도 다시 들려볼 생각이야.

T에게 어딘지 물어봐야겠다.



T의 어머니는 식당으로 

먼저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왔어.

샀던 수산물을 식당에서 데쳐주나봐.


T의 어머니는 음식과 함께 등장했고,

많이 먹으라는 말을 하셨지.

아직 두리안 때메 울렁거리는데...




먹는 내내 T의 어머니는 T에게

그만 좀 먹으라는 말을 했고,

보는 내내 불쌍 할 정도였어.




놀러와서까지 저렇게 구박받아야하나?

생각이 들었고, 진짜 차별받는건가도 생각했어.




그러면서 T의 어머니는 나에게 

새우와 게를 직접까서

알맹이만 주셨어. 




덕분에 나는 편하게 잘 먹었지만,

T는 서럽다는 듯이 날 쳐다봤어.

그래서 하는 수 없이 T의 쉴드를 쳐야만했어.




"어머니, T랑 무에타이 같이 해봤는데, 많이 뚱뚱하지는 않아요.

근육량이 많은거라서 괜찮을 거에요."



"아니다, J 니가 T의 

대학생 시절 때를 못봐서 그래.

쟤 저렇게 안 뚱뚱했어, 

젊은 날을 저렇게 뚱뚱하게 보낸다니

내가 다 안쓰러워서 그래"



"인정합니다!!"




어머니의 완고한 말씀 후로 

나는 밉보이기 싫어서

더 이상 쉴드를 칠 수 없었어.



자기네 가족문제에 타인이 끼면

기분 나쁘니까...

나를 좋은 녀석이라고만 생각 할 수있게

말을 아꼈지만

그래도 몰래 T를 토닥였어.





식사 이후에

 우리는 호텔로 이동했어.



여기가 그 호텔인데,

무한도전에도 나온 한국인이 많이 호텔이래.

호텔사장이 여기 말고도 여러 호텔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이건 호텔 외관.

수영장이 슬쩍슬쩍 보임.



이건 위에서 찍은 호텔 전경이야.

수영장 크기가 상상초월하게 넓더라고!





이건 호텔 안 쪽에 

이쁜 인테리어있길래 찍어봤어.


T의 아버지는 이 쪽 호텔 계열사에서 일하고 계셔서

직원할인을 받을 수 있었대.




T의 아버지가 나에게 오셔서

말씀하셨어.




"J, 넌 나와 자게 될거야"

"아... 예"



하... 이런 부담스러운 경우는

내 인생에 없었는데...




애초부터 T와 같이 잔다는 

상상은 안했지만서도...

난 내 돈으로 방 하나 잡을 생각으로 갔거든..




근데, 혼자 방 잡아서 잔다고 한다면

좀 그래할 것 같아서

울며겨자먹기로 같이 자기로 했지.






방은 이렇게 생겼어.

큰 침대하나랑, 작은 침대하나가 있고,

TV 옆에 방과 방사이를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어.




옆 방은 T와 T의 어머니가

쓴다고 했어.




어렸을 때, 가족끼리 태국여행 왔을 때

저런 방에서 형이랑 둘이 잔 적 있어.

옆방은 투어를 같이 하는 신혼부부였는데,

밤이면 밤마다 형과 방과 방을 이어주는 방문에 

귀를 귀울이고 야릇한 사운드를 들었었지.





요건 화장실!

자유시간 가지래서, 래쉬가드로 갈아입고

호텔 수영장 앞 바다에 T와 같이 나갔지.




호텔에서 관리하는 해변인가봐.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좋더라.




T는 부끄럽다고 비키니 밖에

호텔 가운을 입고왔어.




호텔 관리인한테 

그거 입고 내려오면 어떡하냐고

한 소리 들음.

이럴 땐, 합장하셈!!


해수욕을 마친 후 저녁을 먹으러 출발했어.

너무 더워서 그냥 나시입어버림.




우리는 분위기가 좋은 식당에 도착했어.

가격이 꽤 나가는데,

나는 돈을 안내는 입장이라

나중에 내가 대접할 때

돈이 좀 많이 깨질 것 같아.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지.



T가 화장실 갔을 때

나는 T의 부모님에게 은근히 물어봤어.




"저기... T가 부모님이 자길 안 사랑한다고

느끼던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저는 옆에서 보자니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지던데..."



"뭐?! 우리가 T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맨날 T가 입버릇처럼 차별받는다고 말하더구요..

하핫... T는 아직 생각이 좀 어린 것 같아요"




괜히 말 꺼냈다가 본전도 못 건질 뻔 했다.

이 쪽 집안 일은 

가족끼리 해결하는걸로~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워킹스트리트로 가기로 했어.



파타야 해변에 주차를 하고,

해변에서부터 워킹스트리트까지

걸어갔지.



걸어가던 도중

슬슬 해변가에 서있는 여자들이 속속 보이는 거야.

흔히 말하는 일하는 여자들이야.



처음에는 뭔지 잘 몰랐는데,

나중에 태국친구한테 들어보니까

해변가에 서있는 애들은

몸 상태가 검증이 안된 위험한 애들이라고

하더라고~



혹시나 저렴한 가격에 불러서 혹하는 사람들은

조심하는게 좋을 듯.




우리는 넷이 그런 여자들 사이로 걸어갔어.

그런데 갑자기 T의 어머니가 T를데리고

10m 멀찍히 뒤에 떨어져서 걷더라고.




영문을 모르는 T의 아버지와 나는

뒤로 다시 걸어갔어.




T의 어머니는 이런 곳에 왔으면

남자끼리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줘야한다면서

호객행위하는 것도 즐기면서 걸으라고 했어.




그리고 절대 일행인 척도 하지말고, 

무조건 즐기라고 하셨지..



하는 수 없이 T의 아버지와 나는 

그들로부터 10m 떨어진 채로 걸었어.



거리를 유지하며 우리는 

워킹 스트리트로 진입했고,

다가오는 여자들이 호객행위를 할 때마다

T의 아버지와 나는 쩔쩔매야했어.




이따금씩 뒤를 쳐다보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T의 어머니와

안절부절하는 T가 있었거든.




이게 무슨 이상한 취미야.

T의 아버지와 나는 호객행위를 거절하며

비키니 입은 여자들조차 

마음대로 쳐다볼 수 없었어.




우리가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의 눈으로 쳐다보는 T의 어머니 입가엔

미소가 있더라.




나중엔 호객행위 하는 여자들이

레이저를 쏘아대는 T의 어머니와 T를 보고

당황했지.



누가봐도 일행인거 아는데

도대체 뭘 즐기란건지...





나는 곁눈질로 여자들을 

구경 할 수 밖에 없었어.



내가 T의 아버지를 쳐다봤을 땐

아버지는 정면만 응시한 채 

티 안나게

좌우로 눈동자만 굴리고 계셨어.




아... 아버지...

이런게 결혼 후 살아남는 방법인가요?




워킹 스트리트에서 고통만 받다가

우리는 차를 타고 다시 숙소로 이동했어.



"J, 아무래도 너 혼자 자는 게 나을 것 같다.

혼자 편하게 자렴"



"아? 안그러셔도 돼는데!!"




나는 기쁨의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어.

만일 T의 아버지와 같은 방을 쓴다면

청결한 모습도 보여야하고, 

짐 정리도 깔끔하게 해야했는데

그럴 필요없이 마음껏 코 골며 잘 수 있으니까!!


호텔에 오자마자

나는 혼자 잔다는 생각에

짐을 안 치우고 마구 어지렵혔어!




자기 전에 T가 잠깐 내 방에 놀러왔어.

오늘 하루 구박 받느라 수고했다.

자, 이제 너네 방으로 갈 시간이야

어서 가.



나는 철저하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어

욕조에 거품목욕제를 풀어놓고

가운만 입고 돌아다녔지.





야경을 즐기면서 구름과자 하나 태우면서 생각했어.

'새벽에 몰래 나가서 클럽가서 놀다올까?'




30분간을 고민했어.

하지만 몰래 나갈 때, 문이 잠기는 소리가

옆 방에 들릴 것 같았고,

만에 하나 몰래 나가서 놀고와서 걸린다면

뒷감당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참기로 했어...



그냥 에어컨이나 빠방하게 틀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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