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태국여행기의 마지막 에피소드야.



T와의 마지막 밤은 보통 날과 다르지 않게

함께 재밌는 영상 보고, 늦게까지 얘기하다가

같이 잠들었어.



점심 때 쯤 일어나 

T와 마지막 점심을 먹으러

T의 짐을 챙기고 어제 갔던 

센트럴 플라자로 갔어.



T는 MK수끼를 가고 싶어했는데,

MK수끼는 태국의 유명한 

태국식 샤브샤브 프렌차이즈야.



시암에도 있고, 라마9(팔람까오)에도 있어.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이 있는 곳에는

다 있는 것 같아.



어렸을 때, 가족들과 태국와서

Mk 수끼 가서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다지 맛있지도 않고, 비쌌던 기억만

있어서 그다지 가고싶진 않았어.

하지만, T와의 마지막 점심이니

그냥 가기로 함.



무한리필 구조가 아닌

추가주문 할 때마다

돈을 더 내야하는 식당이기 때문에

고기를 계속 시킨다면

많은 금액이 나와. 주의하셈.



음식 맛은 역시 그저그랬어.

T는 어묵을 좋아하기도 하고,

저렴한 편이어서 어묵을 왕창 시켰는데

나는 거의 먹지 않았지...

(이 때부터 어묵 공포증이 시작된 것 같아)


역시 잘 먹는다. 많이 먹으렴.



식사가 끝난 후 T가 말했어.


"너 내가 공항가서 배웅해주길 원해?"


"미안하지만, 괜찮아!

보컬 형이랑 

각자가 했던 여행 얘기하면서

마지막 여행을 정리하고 싶어. 

짐도 싸야하고"


"그래? 알았어... 조심히 가.

공항 도착하면 연락하고!"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로 돌아섰어.



콘도로 돌아가니, 

보컬 형과 티나는 미리 와서 청소하고 있었어.

거진, 열흘 만에 보니까 엄청 반가웠어!


하지만, 티나는 날 

벌레보듯 보며 내게 소리쳤지.


"야 이게 뭐야! 왠 털이 이렇게 많아?!"


"응? 왜 이렇게 일찍 왔냐쉬먀! 

그거 머리카락이다 쉬먀!"


"니 머리카락은 이렇게 꼬불거리냐?!

이거 니가 다 치워!!"


"아...알겠다 쉬먀!"


콘도 호스트인 

Gage는 여전히 출장 중이었기 때문에

티나에게 청소와 뒷 정리를 부탁했어.

그 덕분에 비행기 시간이 심야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히 오래 머물 수 있었어.



우리는 고마운 티나에게 

저녁을 대접하기로 했어.

다 같이 RCA 뒷 쪽 철도 길을 건너

마지막 저녁식사 할 곳을 찾아 이동했어.





돌아다니나가 분위기가 좋아보이는 곳이어서

살펴보니 로컬 사람들이 많이 가는 뷔페인거야.

바로 들어갔지!



인당 229바트(7,700원)에 해산물까지 

무한리필 되는 곳이더라고!

밤이 되면 라이브 공연도 해!



숯불로도 구워먹을 수 있고, 

샤브샤브로도 먹을 수 있어.


보컬 형은 나와 필적하는 대식가 중 하나야.

나로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

돈까스 부페가서 6번 리필했다가 쫒겨났었어.


청주 살 때는 보컬 형과 함께 뷔페 참 많이 갔는데,

둘이 가면 항상 돈이 아깝지 않아.



티나 앞에서는 먹을 때 체면 안차림.

우걱우걱 먹는게

보기 좋다고 티나가 찍어줌.



다 먹고 우리는 콘도로 복귀했어.

짐도 마저 싸야했고,

남은 태국 바트를 다 써야 했거든.



그래서 콘도 안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어.

값 싼 가격으로 최대의 효율을 볼 수 있는

기념품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생각한 이 것!





태국라면!

엄청 값싸고, 한국에 갔을 때도 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

보컬 형과 나는 각자 5팩씩 산 것 같아.



우리는 짐을 다 싸고 그랩택시를 불러보기로 했어.

이게 왠 걸? 맨날 거절당하다가

장거리 찍으니까 바로 오는 거야.

좀 분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늦지않고 갈 수 있었어.




공항에는 티나도 같이 갔어.

우리끼리 간다고 했는데도,

무조건 같이 가겠다고 하더라고.

반도남자가 대륙여자의 기상을 꺾을 수가 없더라...




태국에서의 마지막 샷을 

우울하게 찍고 싶지 않아

최대한 밝게 사진을 찍었어.



우리는 슬슬 안으로 들어가야했고,

보컬 형은 티나와 작별인사를 해야했어.



티나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고,

둘은 주위의 시선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입에 달린 촉수를 꺼내 이내

싸우기 시작했어.



음... 흘깃흘깃 지켜봤는데,

보컬 형 얼굴까지 빨려들어갈 뻔...



촉수들의 공항전투가 끝난 후 

티나는 공항철도 타고 간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인사하고 

우리는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지.




비행기를 타기 전, 나는 T에게 전화했어.


"T, 나 곧 비행기 타!"


"으응, 조... 조심히 (컥) 가(끄윽끄윽)"


나는 T의 목 매인 소리를 듣고 말았어.

내색은 안했지만,

나와 헤어진 후로 우울해했나봐.



"너 지금 울어? 헤헤

한국 드라마 따라하는거야?

울보네 울보!"



나는 애써 분위기를 밝게 만드려

노력했어.



"내가 널 따라갔어야 했어.

따라 갔어야만 했는데..."



울음을 터트리며

마지막까지 한 번 더 보고 보냈어야 했다는

T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나 이제 탑승시간이야...

우리 다시 만나면, 또 재밌게 놀자..."



나는 비행기 안에서

즐거웠던 태국여행을  

다시 회상했고,

끝끝내 잠을 이루지 못했어.



만남은 설레고 새롭지만,

헤어짐은 언제나 괴롭고 힘들다는 것을

또 다시 느끼며...

비행기는 이윽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사람들이 다 내린 비행기 안에서 

나는 쉽사리 일어날 수 없었어.



문을 벗어나는 순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Bye Bye, Thailand! 또 놀러갈게!'



고마웠어! T 조만간 보자!




- 속 편에서 계속 -




"그래 결정했어."


"뭘?"


"갈거야 한국, 너 보러"


"응, 안 믿어. 비행기 예매하고 말 해~"



나는 단호하게 말했어.

여행기간은 하루 밖에 남지 않았고,

나는 T가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서

하는 말이라 생각했어.



나 또한, 헤어짐은 힘들다고 생각해. 

하지만, 각자의 생활을 위해

이게 맞는거라 생각했어.



T는 두고보라는 식으로 말하며

싱긋 웃었고,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

근데 설마 진짜 올 줄은 몰랐어.



태국 거지 여행기 다음 에피소드는 

이 얘기에 대해 다루려고 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남은 경비로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드릴 선물을

사고 싶었어.



그래서 방콕 최대 길거리 시장인 짜뚜짝 시장(JJ마켓)에

데려가달라고 T에게 부탁했지.



다음 날 같이 가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밤새 유투브부터 시작해서 '옹박' 영화까지 같이 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냈어.



"T, 너 욜라뽕따이 알아?"

"뭐야? 그게? 태국어야?"

"한국 사람들이 태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야."

"응? 태국어에 그런 말 없는데?"



"옹박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 된 이후로

개그 프로그램에서 옹박컨셉으로 

욜라뽕따이를 유행어로 써먹었거든"



"어떻게 했는데?"



"정수리 잠깐 줘봐. 욜라 뽕따이!!!

뿌팟뽕 커리!!

팟 탓탓탓탓탓 팟 타이!!!"



나는 T의 정수리를 팔꿈치로 찍고, 

옆구리를 찔러댔어.



이 후로 밤새 T는 연신 욜라뽕따이를 외쳐대며

내가 잠들기 직전까지 옆구리를 찔러댔지.



괜한 거 가르쳤다...




우리는 정오가 지났을 때 쯤 

느지막이 일어났어.

나는 T에게 빨리 짜뚜짝 시장에 가자고 졸라댔는데

T는 전혀 갈 생각이 없었어.




"야! 같이 가준다며. 왜 준비도 안하고 있냐고!"


"지금 가면 너 쓰러질 걸?

아직은 갈 때가 아니야. 더 있다가 가자"


"후딱 빨리 쇼핑하고 돌아오면 돼잖아!"


"내 말 좀 들어. 뉴비야.

JJ마켓은 엄청 커서 니 생각만큼 빠르게 쇼핑할 수 없어!"



뉴비라는 말에 나는 시무룩해졌고,

 결국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슬슬 준비하고 길에 나섰어.




늦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덥더라고.

여기는 짜뚜짝 도입부인데, 여기서부터 복작복작해.

태국 현지 사람들도 많이 오지만, 

최대 길거리 시장이란 명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야.



공복이라, 배가 고팠어. 

이 상태로 이 더위에 쇼핑을 한다면, 쓰러질 것 같아서

간단히 뭐 먹어야 했어.



태국에서 참 유명한 간식인 스프링 롤이야.

가격은 30바트(1,000원) 정도 했던 것 같아.

맛은 누구나 상상 가능한 튀김 만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가끔 스프링롤에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서 

가격 좀 더 올리는 곳도 있는데,

먹어본 결과, 칠리소스 맛이 80%이므로

걍 싼거 먹는게 나을 듯.



두 번째로 먹은 간식은 망고 밥이야.

'과일과 밥? 이게 뭐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거야.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케미가 좋았어.

 


망고 밥에 쓰이는 밥은 일반 쌀밥이 아니라

스티키 라이스(찰밥)인데, 

씹을 때 입에서 촵촵 거리는게

느낌이 참 좋더라고.

약밥같은 느낌이었어.



망고밥 위에는 연유를 뿌려주는데

망고의 신선한 단 맛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찰밥과의 조화를 이끌어주더라.



가격은 40~50밧(1300~1600원)정도 했던 것 같아.

한 번쯤 먹어볼만 해.

근데 두 번은 아니야.

한 번만 먹어.




짜뚜짝 엄청 넓어. 이렇게 넓은 지는 몰랐어.

각 구역마다 파는 상품이 다르더라고. 여기는 악기 쪽 거리였어.

악사가 홍보하는 겸 악기연주하고 있는데

실력이 아주 훌륭해서 5분 쯤 구경하고 갔어.



그리고 안 쪽 건물 사이사이를 돌아다녔는데

T의 친구 몇 명이 짜뚜짝에서 사업한다고 해서

인사하러 갔어.



얘는 뭐 이리 친구들이 많은지...

인사만 하러 돌아다니는데 30분 걸린 것 같아.



그 중 기억에 남는 녀석은

손목시계 사업하는 남자녀석이었는데,

태국친구답지 않게 얼굴이 허옇고, 

옷도 깔끔하게 입은 잘생긴 친구였어.



그리고, 손에는 비싸보이는 반지가 여러 개 껴져있었어.

그 녀석과 악수를 할 때 나한테 눈웃음 치면서

웃어주는데 심쿵함.

손도 어찌나 부드럽던지



나중에 T한테 얘기 들어보니까

그 친구 게이라고 하더군.



태국 내에서 만난 최초의 게이였어.

다들 이렇게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는 건가?

내가 다음 생에 여자로 태어난다면

내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은 남자였지만,

미안하게도 이번 생은 아니야.

행복하렴.



여담이지만, 태국에 있는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자의

70%는 게이라는 소리가 있어.


실제로 내가 만난 태국 사람들 중에서

자기관리 철저하고, 잘생긴 녀석들은

다 게이였어.



문제는 그 녀석들도 나를 게이로 본다는 거지.

가끔 러브콜 받았던 때가 생각나는구만.

나보다 더 암울한 인생을 사는 남자들에게 

나쁜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해.



남자 잘 만나 인생역전 할 수 있을거야.

다음 날 걷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락/메탈 음악을 좋아해서 

이런 문구가 있는 T셔츠 구경했어.

물론, 사지는 않았어. 



이런 부류의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깔끔한 셔츠 스타일의 옷 좋아하거든.

무엇보다 실제로 평상시에 입고 다니기엔

너무 다크해.





너무 열심히 걷는 바람에 한국에서 가져온 삼디다스 슬리퍼가

드디어 수명을 다했어.



급한대로 한 발로 절름거리면서 

100바트(3,300)원 짜리 쪼리샀어.

아직까지 잘 신고 다님.




반짝거리는 팔찌도 샀어.

가격은 3개 100바트(3,300)원 했던 것 같아.

이런 거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좋아할 듯. 한국에서 끼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대략 2시간 정도 돌아다니니까, 체력이 방전되었어.

다행히 안쪽 골목에 식당이 있더라고?

그래서 왕창 시켰어.




제일 왼 쪽부터 커무양 - 쏨땀 - 정체불명의 매운 고기 - 까이 양이야.

커무양은 돼지 목살 구이이고, 

한 동안 꽃혀서

로컬식당 갈 때마다 시켜먹었어.



목살의 느낌보다는 항정살의 느낌이 강해.

쏨땀은 T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파파야 샐러드인데 매워. 



처음엔 이런거 왜먹나 싶었는데,

태국에 오래 있으면서 계속 먹다보니

나중엔 느끼한 거 먹을 때 찾게 되더라고.



까이양은 닭고기 구이인데, 

내가 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야.

까이양 기깔나게 잘 굽는 곳 가면

한국의 굽네치킨 이상가는 극강의 맛을 

80바트(2500원)에 맛 볼 수 있어.




다 먹고 후식으로 정체불명의 음료수를 먹었어.

하얀 액체의 맛은 달달해.

우유랑 연유 섞은 듯한 맛?



검은 색은 젤리였어.

개인적으로 식감도 별로고, 향도 별로야.




두 개 모두 너무 달았어. 

전체적으로 태국 음료수나 디저트는 너무 달아서

먹는 순간 이가 다 빠질거 같아.




가다보니 우리집 개랑 뒷 모습이 똑같은 개가

철푸덕 엎드려 있는 거야.



우리집 갠가 해서 얼굴 봤는데, 아니었어.

얘가 여우같이 생겨서 더 이쁘네.

우리집 개는 억울하게 생겼거든.



태국에서 맨날 깡패같은 들개만 보다가 

소형애견 보니까 신기했어.

심지어 이 더운 나라에서 장모종인 

요크셔 테리어를 기를 수 있다니...



날씨가 더워서 시원한 대리석 돌판에 

엎드려 있는게 너무 귀엽더라.





이 뿐만 아니라 짜뚜짝에는 

개도 팔고 있더라고.

품종있는 개들이었어. 

사모예드나,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종들.





근데, 한국 전통시장에 식용 개들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았어.

풀어놓을 순 없지만, 

케이스에 하루종일 갇혀서 있는 녀석들이라

안쓰러웠음.



쇼핑이 어느정도 끝나고, 

짜뚜짝 상인들도 문 닫을 준비하고 있을 때

우리는 옆에 있는 짜뚜짝 공원에 갔어.

(짜뚜짝 시장은 5시쯤 슬슬 하나 둘 갈 준비를 한다)




평일에 이 곳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이

단체 운동을 진행해.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이 모여

에어로빅 음악 틀어놓고

유산소 운동을 하지.




짜뚜짝 공원을 슬슬 돌아다니다가

공원이 너무 커서 눈에 보이는 벤치에 앉았어.




다람쥐인가 청설모인가 모를 녀석이 나무타면서

왔다갔다 하고 있더라고.


뭔가 더러운 방콕 공기 속에서

잠깐이나마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했어.



6시가 되었을 때, 갑자기 공원 내에 스피커에서

음악이 들리더니

사람들이 일제히 미어캣마냥 일어나있는거야.



이미 영화관에서도 같은 경험이 있는 나는

'왕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시간'이란 걸 알아서

능숙하게 일어서서 멍 때리기 스킬을 시전했지.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서있으니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하며

따라할 수 밖에 없었어.



해가 지고 우리는 짜뚜짝의 야시장인 

JJ그린마켓에 갔어.

규모도 작고, 파는 물품도 적었지만,

동남아 특유의 환상적 느낌을

느끼기엔 최고였어.



사진은 따로 없으니

궁금하면 다른 블로그가서 보셈!

야시장 둘러보며 저녁을 간단히 먹고

T와 나는 콘도로 복귀했어.



이 날이 T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어.


"T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그 동안

너무 고마웠어. 니가 그리울 거야.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제발 울어줬으면 좋겠어

울어라 울어!!! 헤헷"


"울긴 왜 울어-_- 곧 볼건데"


"진짜 오게?"


"응 한 달정도 있다가 갈게.

공항 픽업 나와"


"어...? 어... 알았어"


"그리고 내가 했던 것처럼

이번엔 니가 한국에 대해 안내해줘"




오늘은 내가 사는 이유이자 삶의 활력 중에 하나인

밴드에 가는 날이야.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죽지않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무리 봐도 음악활동 때문인 것 같아.



내가하는 밴드는 4전 쯤에 청주에서 만들어져

1년 안되게 활동하다가

공중분해되었어. 



지금은 쓰던 이름 그대로

팀원들 구해서 다시 활동하고 있지만,

팀명과 음악에 대한 언급은 안할래.

낯 간지러움...




지금은 우리만의 곡도 있고, 공연도 몇 번 했지만,

아직 앨범은 없어.




작년 즈음에 앨범 작업하다가

서로 사는게 바빠서 아직도 앨범 못 낸 상태야.

나중에 멜론이나 지니뮤직에 올라가면

그 때 소개할게

꼭 24시간 풀 재생해주셈.





우울하게 지내다가 밴드간다고 해서 

신나게 똥꼬발랄하게 산뜻하게 가는 중.

비 온다고 해서 기타 안가져왔는데

가져와야했다는 생각을 잠시 했어.





가던 도중 얼마 지나지않아 

또 비가 와장창 오는 거야.



기타 안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 200% 함.



이 날씨에 한 손에는 하드케이스(3~4Kg) 들고,

다른 손에는 장우산 들며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갔다면

아마 기타 부셔버렸을 거야.




나는 다른 팀원들보다 먼저 도착했어.

다른 팀원들이 오기 전까지 나는 카페에 가서

블로그 할 생각으로 일찍 왔지.



우리가 연습하는 장소는 주로 혜화(대학로)역인데

노래방의 개념처럼 합주실을 시간당 빌려쓰고 있어.

오늘은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하기로 함.



성대입구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내가 자주가는 카페가 있는데,

생각해보니 이제 수중에 돈 2만원 남은거야...



그래서 무리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결국 고심 끝에 맥도날드 카페감!




맥도날드는 프리 와이파이가 제공되니까

쾌적하게 글 쓸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근데 오류뜨더니 안되더라...

그래서 핸드폰 핫스팟으로 썼어ㅠ

하지만, 이게 문제의 시발점이었어.




내가 태국거지여행기 한 편 쓰는데

평균적으로 3시간 걸리는 것 같아.



사진도 추려야돼고, 사람들 눈도 가려야돼고,.

기억도 끄집어내야하고...

이것저것 생각보다 오래걸리더라고



그래도 '오늘은 일찍 글 써서 홀가분하당'

이라는 생각으로

손가락에 모터단 듯 매끄럽게 써내려가고 있었지.



90% 정도 썼을 때였을까?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서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데

다녀오니까 인터넷이 끊긴거야!!


'아뿔사... 나 핸드폰 핫스팟으로 글 쓰고 있었지?!

그래도 블로그에 임시저장 버튼이 있었고, 

나는 그거 몇 번이나 눌렀으니까 괜찮을거야.'



하지만 그런거 없다.

임시저장은 개뿔, 하나도 저장 안되있었음.

다 날라가서 처음부터 다시 써야했어.

티스토리 참 좋은 것 같아.

매우 좋은 것 같아.

겁나 좋은 것 같아.




50% 정도 다시 쓰고 있었을 때,

슬슬 밴드 멤버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어.

제일 처음으로 나와 동갑인 베이스 녀석이 왔어.




베이스 녀석은 현재 대학교에서 

이공계열 석사학위 따고 있는

유망한 인재 중 하나야.



자기 말로는 교수의 노예라던데

교수한테 사제폭탄 선물한 제자를 

혁명가라고 칭하더군.



어쨌거나, 이 녀석은 

연구원으로 들어갈 것 같은 짱짱한 녀석임.




두 번째로 드럼녀석이 왔어.

우리 중에 가장 성공한 녀석이지.




GS계열에 정사원으로 들어간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인데

형이라 부르고 있어.

돈 많으면 형이지 뭐.




세 번째로 태국여행기에서 언급한 보컬 형과 티나가 왔어.

둘은 아직도 잘 만나고 있어.

보컬 형은 나보다 2살 많은 형으로 

현재 청주에 거주하는 대학생이야.



내가 항상 힘들 땐, 

항상 이 형을 보면서 

'내 뒤엔 보컬 형 같은 사람도 있었구나'를 느껴.

위안이 됨. 아주 많이 됨. 헤헷.



티나는 태국여행에서 보컬 형을 알게 된 이후로

보컬 형을 따라 한국에 왔고, 청주에 있는 보컬 형 자취방에서 생활해.

그래도 돈 많은 중국부호 딸인가봐.



티나는 디자인계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하지만

매달, 집에서 돈 넉넉하게 보내준다더라.

주로 보컬 형네서 눌러살면서 심심하면 다른 나라 놀러가.

이번엔 여행가기 전에 보물찾기처럼 

보컬 형네 집 곳곳에 돈 숨겨두고 떠났데.



몇일 전에 한국에 돌아왔는데 이번엔 중국 찍고 

터키랑 모로코 갔다 왔다고 하더라.

고맙게도 다른 나라 구름과자를 선물로 사다줬어.

기근에 허덕대는 나에게 오아시스같은 형수님이랄까?




왼쪽부터 드럼-베이스-티나-보컬형

사진엔 없지만, 또 다른 기타멤버 한 명이 있어.

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고, 지하철 메트로 쪽에서 일해.

현재 밥 먹는 횟수보다 소개팅 하는 횟수가 많아.



다 모였을 때가 6시였는데 다들 배고프다고 아우성인거야.

고기먹자고 하는데, 합주 시간이 7시인데, 너무 애매해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고기 먹으러감.




고기는 음식후기에 있는 혜화 통큰갈비로 갔어.

역시 고기 맛은 여전했어..

연습시간 때문에 1시간 안에 많은 양의 

고기를 먹었어야 했어.



시간은 촉박한데 너무 안익어.

그래서 고민했지.

설익은 고기를 흡입하는가 VS 인간답게 먹고 늦게가는가




우리는 차라리 인간답게 먹고 늦게가는 쪽을 선택했어.

아무리 따져봐도 합주비는 인당 만원이 안나오고

고기 먹는건 인당 만원이었거든.

그래서 느긋하게 짱짱 많이 먹음.



고기 다먹고 연습하러 가는 길에

드럼이 가위바위보 빵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자는 거야.



그래서 "나 진심 돈 없어서 못 해..."

울먹거리며 말했더니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내가 살게"

말 하는 거야.



내가 기간제 교사로 일 할때, 

이 녀석 취업하기 전 힘들다고 할 때마다

구름과자도 사주고, 밥도 사줬는데...



돈 없으니까 서러웠어.

그래서 못 참고 한 마디 했어.








"나 아이스크림 말고, 500백원 더 비싼 커피로 골라도 돼요? 형님?"


자존심 그런 거 없음.

자존심 버려서 커피로 바꿈. 핵이득.




여기가 우리가 연습하는 합주실이야.

오늘은 조금 더 비싼 룸에서 했어.

확실히 깔끔하더라.




집 올 때 되니까 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거야.

가는 버스 안에서 블로그 글 써야겠다 싶어서

노트북 잠깐 켰는데, 이번엔 로그인 

안 되어있다고해서 또 싹다 날라감.


분명 로그인 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날 머저리로 만들었어...




티스토리 좋아, 참 좋아.




ㄴㅔ2ㅂㅓ blog is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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