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방콕의 부자동네인
에까마이, 통로 지역에 갔던 이야기야.
전 편과 같이 T와 나는 꼬란에서 배타고 나왔어.
파탸야에서 미니밴 타고
방콕으로 가야했는데, 난 어떻게 가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다행스럽게
T가 어디 전화하더니 미니밴이 우리 앞으로 픽업왔어.
물어보니까, 우리가 꼬란 갔을 때 탔었던 밴 회사 쪽에 전화해서
픽업와달라고 한 것 같았어.
이 때는 태국어도 뭣도 몰랐을 때라
T 덕분에 편안히 여행한 것 같아.
도중에 미니 밴에 기름 넣어야 된다고 화장실 갈 사람 가고,
편의점 갈 사람 가라고 해서
들린 편의점이야.
여기서 키우는 개인데, 사람이 지나가던 말던 코 박고
힝~ 거리고 안 일어나더라고.
너무 귀여워서 사진 찍는데,
셔터 소리에 '호에에에~?' 쳐다보더라.
짱짱 귀여웠어.
근데 잘 씻기지는 않는 것 같아.
가까이서 보니 때 꾸정물 장난 아니였고,
냄새도 나서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어.
방콕에서 파타야 갈 때는
한시간 반 만에 간 것 같은데,
파타야에서 방콕 가는데는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
고속도로가 막힌게 아니라,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가는 인터체인지에서
거의 두 시간 넘게 씨름했어.
트래픽 잼 시간이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 말 들어보니까,
방콕 자체가 도시개발이 이루어진게 아니고
건물부터 계획없이 올리다가
건물에 맞춰 도로를 깔아버린
무계획성 도시라 신호체계가 복잡하고
도로자체도 혼잡하다고 하더라.
계속해서 타고 가다가
원래 내려야하는 곳도 아닌 이상한 곳에서 내리라고 해서
일단 사람들 우루루 다 내렸어.
다행스럽게도 BTS 역 부근에 내려줬는데,
On nut이라는 거의 끝 쪽에 내려줬어 -_-
어쨌거나, BTS(지상철) 타고
T의 집 근처 Ari역까지 이동했어.
"배 고프다. 뭐 좀 먹자"
"그래! 뭐 먹고 싶어?"
"up to you(니 마음대로 해)"
"너는 내가 뭐 물어볼 때마다 업투유, 업투유 거리더라?
태국에선 이게 배려임??"
"대부분 그렇지?"
"너 내가 어떤 놈인줄 알고 자꾸 업투유거려?
그러다 니 입에 똥이 들어갈 수 있어요?
이번엔 니가 정해"
"알았어, 베트남 음식 먹으러 가자"
우린 근처에 있는 베트남 음식 집에 왔어.
T가 알아서 시키더니, 이런게 나오더라.
소면에 채소랑 어묵 싸서 먹는 음식인데
상큼하게 한 번은 먹을 맛이지만,
두 번 땡기는 맛은 아니야.
옆에는 돼지고기 튀긴건데,
저건 좀 고기라 그런지 먹을만 했어.
항상 생각하는 건데,
태국은 왜 이렇게 어묵이 많은지 모르겠어.
원래 어묵 좋아해서 한국에서 많이 먹었는데
태국에선 쌀국수에도 어묵!, 샤브샤브에도 어묵!,
편의점에서도 어묵!
심지어 베트남 음식점 왔는데도 어묵.!
응가 할 때마저도 어묵!
어묵 어묵 어묵 어묵!!!!!!!!!!
어묵귀신 되겠다. 태국 다녀온 이후로
어묵 공포증 생겨서 한국에서도 절대 안먹음.
이렇게 저녁을 먹고 T에게 '우리의 보금자리'로
가자고 했는데, 짐도 풀러야 하고,
다음 날 중요한 미팅도 있어서 내일 이후부터
휴가 쓸 수 있다고 하더라.
아쉽지만, 뭐... 내가 갑작스럽게 말했으니
어쩔 수 없었어.
T는 내일 자기 미팅 끝날 때
시간 맞춰서 와줄 수 있냐고 묻길래
알겠다고 하고, 집에 바래다 줬어.
그리고 혼자 콘도에 왔지.
들어가니 아무도 없이 휑한게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드는거야.
아니나 다를까 조금 무서운 일 있었어.
너무 피곤해서 금방 잠들었는데,
누가 컥 하고 소리지르는 거야.
'분명 방에 나밖에 없는데?'
태국에서 귀신 많이 출몰한다고 해서
무섭기도 하고 당황스러워서
침대 밑이랑 베란다 쪽에 사람있나 조마조마하게
살펴봤어.
아무것도 없었어...
피곤해서 헛 것 들리나 생각하고 다시 잤는데
또 다시 컥소리가 들렸고
나는 이윽고 그 정체를 알아냈어.
내가 코고는 소리에 스스로 화들짝 놀라 깨는 거였어.
말도 안되는 뻥이라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야.
내가 코골이도 심한 편이고, 무호흡증도 있어서
일정한 간격으로 코를 고는게 아니라
랜덤으로 코를 골아.
친구들이 말하길 가끔씩 호흡 멈췄다가 겨우 숨 내뱉는데
다음에 숨 쉴 때 더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해서
매 코골이 소리가 가중된다고 해.
여튼, 몸은 무척 피곤해서 잠들었는데
정신은 반 쯤 깨있어서 그런 것 같아.
살다살다가 내 코골이에 놀라서 깬 적은 처음이었어.
보컬 형이 집 나간 후로 안들어오는 이유같기도 해
여자처자 다시 잠들었고, 늦게 일어나서
공복에 운동하자는 생각으로 수영장에 갔어.
근데 비가 오더라고.
핸드폰이랑 수건, 신발 젖는다고 생각하니
급 하기 싫어져서
일단 비 피하러 감.
의자에 앉아서 구름과자 하나 먹고 있는데
비를 피하러 온 녀석은 나 뿐만이
아니었어.
우리는 내리는 비 속에서 서로에게 기댔고,
나는 그녀의 턱을 탐닉하며
잊혀지지 않는 사랑을 나눴지.
그리고는 쿨하게 헤어졌어.
행복했다.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음식 먹고
에까마이 통로 지역의 T가 미팅하고 있는 건물로 향했어.
다행히 날씨는 다시 쨍쨍!
콘도 앞에서 택시를 불러봤으나,
전혀 오질 않았어.
내가 묶던 콘도에서는
택시 부르기가 하늘의 별 따기야
선택권은 RCA 쪽까지
1km를 땡볕에서 걸으며 택시를 잡거나
콘도 앞에 있는 오토바이 택시(랍짱)를
타는 것 두 개뿐이었어.
태국에 오면 오토바이 택시는
꼭 한 번쯤 타고 싶어서
200부르는 가격을
180바트(5,600원 정도)로 깎아서 타고 갔어.
랍짱 아저씨의 따듯한 등 짝.
잠시 오토바이 택시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태국 사람들이 걷기엔 애매하고,
택시타기엔 가까운 거리를 이용할 때
많이 이용해.
거리가 멀어질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차가 많이 막히는 곳이거나,
손님이 관광객인 것 같으면 돈 후려쳐서 바가지 씌어.
이번에 태국에서 4개월 살 때, 서러웠던 점 중에 하나가
같은 거리라도 태국인이 타면 30밧,
내가 타면 40밧을 받는거야.
심지어 태국어로 목적지 적어놓고
돈 표기 해놨는데도!
한 번 당한 이후에 내가 가는 목적지 손으로 지목해서
30밧인데 왜 40밧 받냐고 뭐라 하니까
"어? 너 태국어 읽을 줄 알았냐캅? 30밧만 줘라캅"
하면서 멋쩍어하더라고
그 다음부터는 그랩택시 어플에 그랩바이크 이용해.
일반 오토바이기사가 200바트 부를 거리를
이거면 50밧 60밧에 이용가능해. 덤터기 절대 없어.
미리 요금을 알 수 있고, 그 금액에 기사가 오는 거라
흥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 받아.
가끔 프로모션 코드가 있는데,
적용하면 돈 안내고 꽁짜로도 탈 수 있으니
꼭 이용들 해봐!!
가끔 잔 돈없다고 찡찡대는 그랩기사들 있는데,
내 경험상 90%는 잔 돈 먹으려고 하는 행위야.
그럴 땐, 미리 동전 딱 맞춰서 주머니에 넣고 타거나
후다닥 뛰어서 편의점에서 바꿔서 금액에 꼭 맞게 주면 돼.
나는 오히려 제대로 거슬러주려는 기사들 한테는
팁으로 동전 다 줘.
이거야 뭐 사람 스타일이나 알아서들 하셈.
어느덧 그 장소에 도착했어.
타는 동안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있길래 확인해보니
T가 핸드폰 고장났다고
찍어놓은 주소로 알아서 찾아오라는 거야.
'이게 무슨 소리야?
장난하나? 일부로 자기 회사사람들한테
자기 찾아오는 남자 있다는 거 보여줄라고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
어제, 아니 오늘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핸드폰이
고장 났다는 게 웃기잖아.
그래서 오기생겨서 일부로 건물 밖 커피숍으로 갔어.
"사왓디캅, 카훼 아메리까노 옌 타올라이 캅?
(안녕하세요 시원한 아메리카노 얼마에요?)
"120밧이다 캅"
"바이바이 캅(안녕히 계세요)"
가격이 일반 가격보다 비싸잖아!!
80밧(2,500원)하던 커피가
120밧~140밧(4,000원~4,700원)에
팔고 있고...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서
건물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있었어.
근데 약속시간이 지나도 나오질 않는 거야.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났어.
'설마 엇갈려서 못 만난건가?'
생각이 들어서 결국 그 건물로 들어갔지.
만나게 된다면 아주 혼쭐을 내줄 생각이었어.
들어가니 왠 젊은 남자가 나오더니 말 거는 거야.
"@#$$^W@ 캅??"
"What?!"
"왜 왔냐 캅?"
"음.. 어버버 어버버...T 찾아 왔는데, 안에 있나요?"
"아! 니가 J냐 캅? 얘기 들었다 캅
안에서 차 한 잔 하면서 기다려라 캅!"
"아니에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사실 밖은 엄청 더웠지만, 안에 외국인들 한 무리가 앉아 있어서
들어가면 영어로 쏼라쏼라 말 걸까봐
무서워서 땀 찔질 흘리며 밖에 앉아있었어.
여기가 밖에 있는 테이블이야.
담장 안으로 정원이 이쁘더라고.
비싼 차들도 보이고, 얘네가 흔히 말하는 하이쏘(High society)일까?
T도 이런 환경에 있는 애일까? (맞다면, 바로 기생 해야지.)
기대하며 상상을 펼쳤지.
이윽고, T가 나왔어.
"진짜 미안해. 핸드폰이 고장났어"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너 나 일부로 여기 사람들한테 보여줄라고 그런거 아냐?!
그런거면 솔직하게 말을 하던가!!!!"
"전혀 아닌데-_- 내 핸드폰 봐바."
T의 핸드폰은 전원은 켜져있지만, 화면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소리 또한 나지 않았어.
김칫국 제대로 마셨네. 흠흠...
"야 그런거면 어? 말을 하지 어?
연락도 안되고 어? 내가 여기서 쭈구리처럼 안에도 못 들어가고 어?"
"미안해~ 화내지망~"
T는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고,
애교에 내 맘은 풀릴 수 밖에 없었어.
"근데 핸드폰은 왜 고장난거야?"
"변기에 빠트려버렸어 >_<"
"으엑. 더러워. 근데 핸드폰은 어떻게 꺼낸거야?"
"니가 잡고 있는 손으로^^"
나는 손을 재빨리 뿌리치고
T의 손을 입에 넣어줬어.
너가 먹던 점심의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길 바라.
우리는 에까마이 주변에 음식점에 둘러보러갔어.
레스토랑들은 전부 개성적이고, 깔끔했었어.
(사진은 없지만...)
나는 에까마이 쪽에 영국식 고기파이가 있다는 말을 들었고,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
레스토랑을 드디어 찾았는데,
메뉴표를 보니 쥐똥만한게 내 생각보다 비싼거야...
사먹을 수 있는 정도의 가격이었지만,
가격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어.
레스토랑 안에는
돈 많고 기품있어 보이는 외국인이 많이 있었는데,
비싸다고 나가자고 하면 체면이 안 살것 같아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고 있던 중에
T가 눈치를 챘는지
"트래픽 잼 시간 걸리기 전에 이동하자,
오늘 나 기다리느라고 고생했으니 내가 밥 사줄게"
라며 이쁜 말을 했어.
좀 멋있어보였엉...
우리는 택시를 타고 팔람까오(Mrt 역)
센트럴 플라자로 갔지.
여기는 번화가면서 레스토랑도 아주 많아.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만만한 곳이야.
내가 태국에 있을 때 밥 먹으러 많이 간 곳으로
여기서 만원~ 만오천원정도 하는 돈으로
한국에 있는 만원짜리 고기뷔페보다 더 퀄리티
좋은 뷔페를 이용할 수 있어.
(샤브샤브, 스끼야끼, 초밥, 바베큐등)
우리는 씨즐러(Sizzler)라고 하는 레스토랑에 갔어.
닭 스테이크랑 돼지 스테이크 시키고, 샐러드 바 이용까지 했어.
가격은 내가 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많이 비싸지는 않은 걸로 기억해.
같이 갈 태국친구 있으면 가보고 가격 알려줘.
다 먹음. 센스있게 껌도 주네.
한 가지 함정은 이런데 가면 보이는 가격이 전부가 아니란거야.
택스랑 서비스 차지 합해서 17%가 부과돼.
그 말인즉슨,
내가 만원밖에 안가지고 있는데
오? 만원짜리 스테이크가 요기 있네?
하며 시킨다면
11,700원이 부과되어
설거지 닦아야 집에 갈 수 있다는 거야.
님들은 현명하니 안 그럴거라 믿음.
다 먹고 우리 집에 T와 함께 가서 많은 얘기를 나눴어.
"너 한국 돌아가도 연락 계속 할 거야?"
"연락은 해도 좀 많이 바쁠거 같애.
일도 구해야하고 임용고시도 준비해야하거든."
"나 한국 가면 만날 수는 있어?"
"한국 오게? 9월 이전이면 만날 수야 있지!"
"그래 결정했어."
"뭘?"
"갈거야. 한국. 너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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