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부터는 태국여자 T가 한국에 온
이야기를 위주로 써보려고 해.
T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공항에 픽업을 와달라고
엄청 신신당부를 하였기에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전 날 일찍 잠이 들었던 것 같아.
"J야, 안 일어나니?
아까 알람 엄청 울리던데~"
"어..? 엄마, 지금 몇 시야?"
"지금 11시"
"어?! 아 미쳤다!!
나 늦었어!!!"
그렇다.
나는 오전 10시까지 인천공항으로
픽업을 가기로해놓고
11시에 일어났었어...
급하게 폰을 보니
T에게서 연락이 엄청 와있었다.
바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늦잠 잤다고했더니
엄청 뭐라뭐라 해서
혼이 나갈 지경이었어...
하긴 얘 입장도 이해는 가.
연고지도 없는 한국에
남자 만나러 왔는데
공항에 도착해서 연락이 안돼면
얼마나 난감했겠어.
"T, 정말 미안한데, 내가 공항까지 가려면
시간 엄청 오래걸릴 것 같은데,
우리 중간 쯤에서 만나면 어떨까?"
"뭐?! 너 내가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너 똑똑하잖아.
지하철 타고 오면 돼고, 영어표기랑 영어음성으로도
나오니까 찾아올 수 있을 거야"
"너 만나서 보자
아주 혼내줄거야"
우리는 수유에서 만나기로 했어.
사실상 내가 수유가는 시간이랑
공항에서 수유오는 시간이랑
비슷비슷하기도 했고,
숙소도 거기에 있었거든.
부랴부랴 준비해서 수유로 갔고,
드디어 T를 만났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보긴했어도
여전히 반갑더라!
나와는 다르게 T는 반가운 내색 하지않고,
인상만 쓰고 있었어.
"너 내가 공항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알아?!
입국심사 할 때 거의 울 뻔했어.
그것 때문에 너한테 전화했던 거고!"
"왜 무슨 일 있었는데?"
그렇다. 태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불법체류자가
많은 실정이다 보니,
태국이나 베트남 쪽에서
오는 관광객은
한국 출입국 심사 할 때,
정확한 호텔정보와 번호없이는
입국하기 힘들다.
심지어는 호텔도 내가 예약처리해서
얘는 호텔명만 알고, 번호는 몰라서
30분 정도 애먹었다고 한다.
난 전화도 안받는 상황에서
입국하기 위해
결국 올바른 직업있는
여자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고,
자기 명함을 보여줌으로써
통과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인터네셔널 뭐시기에서 일함)
나는 T의 기분을 풀기위해
갖은 노력은 했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고,
밥을 사준다는 말에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었어.
우리는 수유 먹자골목 쪽 들어와서
'석관동 떡볶이'를 들어갔어.
T는 떡볶이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야.
태국 내에서도 한국의 떡볶이를
파는 곳이 꽤 있더라구.
나는 떡의 질감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아서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한국에 처음 온 T가
사람이 많은 떡볶이 레스토랑을 보더니
가고싶다고 했기 때문에 갔어.
나는 치즈를 참 좋아해서
치즈가 들어간 메뉴를 시켰지.
그리고, 국물에 밥은 진리!!
비주얼은 그닥이지만,
맛은 훌륭했어.
그다지 맵지도 않고, 적절하게 달았어.
그리고 치즈는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치즈폭탄이라고 해서 먹을 때마다
황홀감을 맛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내 기준에는 못 미쳤엉.
매운 음식에는 역시 쿨피스지!
이것 또한 한국 문화라고
홍보함.
매운 거에 쿨피스
언제부터 성행했던 거임?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점.
그리고나서
우리는 숙소 체크인하고
좀 쉬었어.
호텔 방에 대한 사진은 없는데
그냥 모텔이야.
누가봐도 모텔!
근데, 간판은 호텔!
"야 이게 한국 호텔이야?"
"이건 사실 모텔이라고 볼 수 있지"
"뭐? 근데 왜 밖에는 호텔이라 써있어"
"그거야 사장 마음이지!
태국이야 800바트(26,000원)로도
컨디션 좋은 호텔에 머물 수 있지만,
여기는 두배 값을 더 내도
모텔에서 못 잘 수도 있어!
다시 한번 한국에 온걸 환영해!!"
대충 짐을 풀고, 우리는 여행계획에 따라
지하철을 타고 롯데월드를 갔어.
T는 나에게 여행계획을
전부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내가 여행계획을 짜고 보내줄 때마다
관여를 엄청했어.
그 중에 하나가 롯데월드야.
'하...
급 피곤하다... 이 놀이기구를 언제 다 타지...
일요일이라 사람도 엄청 많고,
내일 출근도 해야하는데...'
밖에 있는 야외기구부터 돌아보다가,
밤이 되니까 너무 추워서
안으로 다시 들어옴
(이 때, 초 봄이라 추웠음)
막상 타니까 신났어.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나 많아서
바이킹 타는 데만
40분 걸렸던 것 같아.
그 이후로는 사람이 비교적 적은
신밧드의 모험 이런거만 탔지.
체력도 바닥나고, 걷는 것도 힘들어서
롯데월드 안에 있는
박물관이나 가자고 했어.
아니, 무조건 가야한다고 했어.
한국의 깊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박물관은 각 시대상황들이
미니어처로 만들어져 있었고,
많은 유물들이 있었어.
조명을 설치해서
미니어처임에도 불구하고
근엄하게 나온 것 같아.
하나하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인형들이었어.
첫 날에 여기 온 건 좋은 생각이었어.
앞으로 경복궁이라던지, 동대문이라던지
가볼 테니까, 이런 배경을 알고 있다면
볼 때 더 흥미롭지 않을까?
T의 가방을 메고 하루종일 돌아다녔어.
이건 뭐 거의 짐꾼수준...
늦잠자서 공항 못 간 것 때문에
뭐라 할 수도 없고...
우리는 박물관을 마지막으로 돌아가기로 했어.
지하철을 타고, 수유에 내려서
마트를 들렸어.
'또 먹을 거나 사겠지'
생각했는데, 뭘 자꾸 찾더라고?
"T, 뭐 찾아?"
"음, pad..."
"패드? 뭐 붙히는거?
파스 말하는 거야?"
"Sanitary pad...""
"그게 뭐여??"
"Blood!!!!!!!!!!"
"아!! 대일밴드!! 여기에 있어!!"
"-_- Blood Period"
"혹시 너 날개가 달렸지만
날 수 없는 슬픈 녀석을 찾는 거야?"
"응"
장황한 설명 끝에 드디어 찾았다.
자,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한국 생리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니까
한 번 써보고 말해줭.
마트에서 나간 후 우리는
수유에서 유명한 갈비집
'유리갈비'를 갔어
와... 외국친구 한국음식 먹이러 갔다가,
진심으로 내가 반함.
여태껏 내가 먹었던
돼지갈비 중 최고였어.
참 숯향과 함께
씹으면 달콤한 육즙이 입 안을 감싸는게
목구멍으로 넘기는게 아까울 정도.
더 마음에 드는건 무한리필이라
T랑 엄청나게 먹어댔어.
훌륭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T랑 가던 중에
고기만 먹으면 배에 신호가 오는
내 고질병이 발병했어.
유리갈비에서부터 우리가 있던 숙소는
약 1km정도 떨어져있었어.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디딜 때마다
나는 식은 땀을 흘렸어.
내 대장은 이미 연동운동을 시작했고,
상황은 매우 심각했어.
신호등에 멈춰섰을 때
나의 괴로움은 최고조에 다다렀지.
"J 어디 아파?"
"너 알잖아... 나 고기 먹은거"
"똥 마렵다고?
너는 태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똑같네!!"
T는 조여진 나의 괄약근을 보고 박장대소를 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내 옆구리를 찔러댔어.
T가 찌르는 깊이만큼 내 분비물이 나오는 것만 같았어.
정말 T에게는 미안했지만,
그 순간 진심을 다해서 풀파워로 T 등짝 때렸다...
신호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이
T의 등짝을 때리는 소리를 듣고 일제히 다 쳐다봤고,
신호가 바뀌자마자
나는 괄약근을 조인 채 눈 앞에 보이는
카페 화장실로 총총거리면서
뛰어갔어.
상황은 원만하게 종결되었고,
숙소에 들어가고 나서
T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말했어.
그래서 남자답게
벽치기 하면서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어.
- 비록 네가 삔뚜가 상할지언정
네 앞에서 똥 지리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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