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 다 떨어졌고, 방 구석에서만 박혀있다가
이제는 진짜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태국에서 만난 한국친구랑 같이 노가다 들어가기로 했어.
그 친구가 말하길 노가다 현장에서 일하려면
'기본 안전 보건 교육 이수증'이 있어야 된다고해서
전 날 미리 신청하고 갔어.
나는 서울 길음역 근처에 있는 교육장으로 갔어!
저기 파란 색으로 간판 붙은게 교육장이야.
나는 전 날인 금요일에 신청해서 토요일 밖에 선택권이 없었고,
토요일은 오전 교육밖에 없었어.
아침 7시에 일어났는데, 온 몸이 아프고 죽겠더라고...
여차저차 해서 겨우 버스타고 늦지 않게 오긴했어.
교육비용은 4만원인데,
지금 돈 한 푼없는 내 상황에서는
너무 큰 거금인거야...
그래서 여러가지 찾아봤는데
취약 계층에게는 무료지원 해준다는 거야.
여기에 해당하는 요건은 기초생활 수급자이거나,
만 55세 이상, 장애인, 3개월 이상 장기실업자인데
기간제 교사로 일한 이후로 5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난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아서
미리 서류를 준비해갔지.
사실 진짜 무료로 줄까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무료로 해주더라고!!
근데, 되게 굴욕적이였어..
다들 뭐 써야한다고 종이 나눠주는데,
나만 안주는거야.
"저 안받았는데용?"
했더니 "아까 뭐 쓰지 않았어요? 돈 안내신거 맞죠?!
취약계층 그거 썼잖아! 취약계층은 안써도 돼요!!
교육관이 교육장에서 크게 소리치느라 사람들 다 쳐다보고
참 많이 민망했어.
나 취약계층이라고 여기저기 홍보할 기세로
사자후를 지르더라고!
뭐 물론, 그 민망함의 값도 4만원에 포함되어있다고 생각해.
여기가 교육장이야. 저 마이크 잡고 있는 아저씨가
나에게 무안함을 주었지.
그래서 수업 안듣고, 유투브 봤엉!
안전교육 안 들으면 내 손해긴 해서 간간히 들었는데
안전모랑 안전화 꼭 신고 항상 조심하면 되는게 내용의 전부였어.
수업은 50분 진행되고, 10분 쉬는 형태로 되어있고,
매 교시마다 확인 싸인을 해야해서 도망갈 수 없는 형태야.
그래도 참 잘되어있는게 있더라고.
맥반석 계란을 비치하고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고 한거야!
요즘 계란값 비싸서 한국에서 계란 먹어본 지도 오래됬는데,
이건 너무 좋았어!!!
마침 이 계란 앞에 아까 나 무안함 준 아저씨 서있길래
진정 취약계층이 뭔지 보여줬어.
돈 없어서 밥 못먹는 애처럼 게걸스럽게
그 아저씨 쳐다보며 계란 세 개 까먹음.
계란 한 입에 넣고 꺽꺽 거리면서 목 메 하니까
미안하던지 천천히 먹으라고 하더라.
쉬는 시간에 답답해서 옥상올라왔는데,
앞에 보이는 도시를 보니까, 서울이란 곳의 건물차이를 볼 수 있더라.
앞에는 일반 빌라, 뒤에는 좋은 비싼 건물.
방콕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게 있다면
저 일반 빌라들도 땅 값이 엄청 비싸다는 거겠지...
정작 나는 곱등이 나오는 반지하집에서
일거리 없이 허덕이며 하루를 연명하고 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교육이 끝나고 집에 오니까, 아버지가 김칫국 끓여놓으셨어.
맛있긴한데, 그 국물과 맨 밥만 먹으려니 먹기 싫어져서
아낀 4만원으로 호의호식 좀 하고 싶어서
집 옆에 짜장면집 갔어.
짜장면 현금결제 3000원이야.
가격도 매우 착하고, 맛도 착해!
3천원이라고 양이 엄청 작은 것도 아니야.
근데, 살짝 애매해서 밥 한공기(1,000원) 시켰어.
짜장을 먹을 때도 그냥 먹지 않아.
밥을 비빌 걸 생각한 시점에서
짜장건더기는 건드리지 말고, 면만 흡입해야돼.
안 그러면 매우 싱거워져.
오늘 밥과 남은 자장소스와의 조화는 나쁘지 않았어.
하도 많이 먹어서, 잠이 몰려왔어.
남들에게는 특별한 토요일이지만,
나에겐 매우 피곤했던 토요일이었어.
평상시와 다르게 이른 아침에 기상해서 교육받고,
먹을게 없어 동네 자장면집 갔고.
그래도 덕분에 배부르게 잠들 수 있었던 것 같아.
잠깐 자다가, 이마트 노브랜드 자색 고구마 감자칩이
너무 먹고 싶어서 집 옆에 이마트를 가봤더니,
이제는 노브랜드 상품을 안 판다는 거야.
알고보니, 1Km 떨어진 곳에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온 이후로
안 판데.
너무 먹고 싶어서 비가 오지만
스쿠터 뽈뽈거리고 타고 갔지.
여기가 노브랜드인데, 실속형으로 싸게 팔아.
코스트코 따라한 느낌은 들지만,
일단은 싸고 품질도 좋은 건 누구나 다 알잖아?
이수증 발급비용 4만원 아낀 걸로 노브랜드 짬뽕,
자색고구마칩 2개, 아메리카노1L 커피,
콜라 한 캔해서 9700원 나왔어.
이렇게 사고도 만원이 안나오는게 태국에선 당연했는데,
한국에서 이런 가격이 나오니까 나름 감동이었어.
비닐봉투를 따로 안줘서 그 앞에 굴러다니는 박스에 포장하고
스쿠터 발판에 올려놓고 왔어.
이 스쿠터는 내가 중고로 깎고 깎아서
59만원에 산 많이 아픈 애야.
이름은 프리윙.
자유를 갈망하는 내 이상과 부합해서 구입했어.
치료비용이 더 들긴하지만,
아직까지 근두운마냥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좋은 애야.
집에와서 커피 한 잔 먹으면서 블로그 하려고 했는데,
나와 같은 인생을 살고있는 친구가
바람 쐬자고 해서 맥도날드 왔어.
맥도날드와서 음료수 하나 먹으면서 이렇게 블로그하고 있어.
사람 많은 시간 아니라 다행히 민폐는 끼치고 있지않아.
오늘 하루는 아까 노브랜드에서 사온
자색고구마칩과 콜라 마시면서
영화 에얼리언 커버넌트와 함께 마무리하려고.
오늘도 인생나시 입고 있는 건 함정!
잘자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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