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하노이에 도착한 첫 날부터

밤문화를 즐기러 

유명한 바와 클럽에 갔던 이야기야.



저번 편에서와 같이

밥을 대충 먹고

방장 형을 따라서 하노이의 명물인

여행자 거리로 이동하려했지.




여행자 거리는 태국으로 따지면,

카오산 같은 거리라고나 할까?

가는 길은 잘 몰라서

주위를 둘러보던 중

여기도 마찬가지로 오토바이 택시가 있더라고.


헬멧에는 그랩이라고 써있는 걸로 보아

그랩 바이크 기사인 것 같아서

바가지는 안 당하겠지 생각했어.


우리는 2달러에 가기로 했는데

알고보니까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더라. -_-


그래도 내 몸 편하게 잘 갔으니

좋은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야지.


여행자 거리에 도착하니

동 서양을 막론하고 수 많은 여행객들이

목욕탕 의자 위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어.


우리의 행선지는?

방장 형이 가장 좋아하는

펍인 '하이바'야.


하이바는 마찬가지로 목욕탕 의자가

세팅되어 있고, 안 쪽에서는

어쿠스틱 밴드들의 공연이 이어졌어.


하이바가 이 근처에서는

실력이 가장 좋고, 음악 선곡센스도

좋아서 제일 유명하다고 해.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이바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소문난

바이올리니스트가 신들린 연주를 하고 있었어.


많은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진 채로

그의 빠른 손가락과 기교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


우리는 모히또 2잔을 시키면서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타고 있었지.

아니, 정확하게는 방장 형은

잘로 어플로 첫사랑과 닮았다던

여자와 바쁘게 문자를 하고 있었지.


한 참을 그러고 있다가

갑자기 방장 형이 환호성을 지르며

웃음을 짓더라.


"무슨 일이에요?!"


"내일!! 내일 만나기로 했어!"


"와, 축하합니다!

성공적인 데이트 하세요!"


"근데, 너도 와야돼!"


"에이~ 제가 껴서 중간중간

통역하면 그게 무슨 로맨스에요~

언어가 안 통해도 눈빛으로 다 알 수 있어요!

화이팅 하십쇼!"


"아냐, 그게 아냐!!

얘 내일 사촌동생 

데리고 같이 나온다는데 

너도 같이 가주면 안되겠니?"


"흠... 그것도 나름 재밌겠네요!

오케이! 저는 적당히 

분위기만 띄어드릴게요!"


"고맙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오늘 신나게 놀자!

노래 한 곡 뽑아야지!"


방장 형은 노래가 끝난 보컬에게 가더니

작년에 자기 여기와서 노래 불렀었는데

기억하냐는 말을 물었어.


보컬은 아~!! 하면서 기억난다고 말했어.

내가 볼 때는 잘 기억나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냥 적당히 아는 척 한 듯 싶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1년동안 오고갔는데

그걸 일일히 기억하겠음?


방장 형은 팁을 주면서

노래 한 곡 할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

노래는 샘 스미스의 I'm not the only one.

노래제목을 보고는 아는 곡이라

가능하다고 해서 방장 형은 바로 무대로 올라갔어.



무대에 서있는 방장 형.

그 모습을 빨리 찍고 싶어서 서둘러 찍었는데

정작 내가 눈이 감기게 나왔당...

원래 눈 사이즈가 이렇게 작은건가?


방장 형의 노래는 그야말로 끝내줬어.

허스키한 보이스에 안정적인 고음까지!

근데, 영알못인 방장 형이 어떻게 팝송을 부르냐고?

방장 형의 말에 따르면

한 곡이 꽃히면 그것만 죽어라 부른데.


그래서 지금은 팝송2개랑 태국노래2개를

거의 가수 수준으로 

완벽하게 부르는 수준이야.

방장 형의 노래가 궁금하다고?

그래서 친절하게 동영상을 mp3로 바꿔서

올리니까 궁금하면 한 번씩 들어보셈!



이 형이 노래 부르니까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몰려와서 다 듣고갔어.


노래가 끝나고 몇 몇 보이던 

한국 사람들이 멋있어요~

라고 하니까 같은 일행이었던

나도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더라.


원래 보컬도 노래를 잘하지만

이 형 이상으로 잘하진 않아서

다시 마이크를 넘겨받고 노래를 부를 때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경청하지 않았어.

그의 목소리는 상대적 오징어가 되었달까?


그래도 매너있게 그 보컬이 

노래가 끝날 때마다

우리는 일어서서 따봉과 

함께 박수를 쳐주었지.

그래서 다행히 서로서로 

좋은 분위기로 윈윈했어.



우리는 하이바를 나와

다음 목적지인 클럽을 가기로 했어.

그 클럽이 어디냐고?!




Z형이 하노이에서 '히어로 바'가 

가장 재미있었던 클럽이라고 추천해줘서

우리는 그 곳으로 이동했지.


우리는 11시 조금 넘어서 갔는데

휑 하더라~

술 값도 그리 싼 편이 아니었고.

그래서 이게 맞나 싶었어.

그래도 한 번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맥주 몇 잔과 과일안주를 시켰지.


그리고 10분 후 사람들이 하나 둘 오더니

이내 꽉 차더라.

여기가 히어로 바야.

아주 바람직하게도 양 사이드에

감옥이 있고 그 안에서

여자댄서들이 춤을 추고 있지.


하지만, 엄청 야하고 퇴폐적인 춤을 안춰서

1분 정도 보니까 더 이상 눈이 가지 않더라.

월급이 밀린 건지, 일을 하기 싫은건지...

억지로 춤 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

그런 영혼없는 춤으로 나의 주니어를 깨울 순 없지.



어쨌거나, 술을 마시면서

방장 형과 미친 듯이 춤을 췄어.

갑자기 한 여자가 다가오더니

방장 형에게 다가가는 거야.


'하... 이 형은 뭔데 이렇게 인기가 좋지?

나는 베트남에서 마저도

인기가 없구나.'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여성 분이 나보다 10살은 많아보여서

다행이다 싶었지.


그 여성 분은 당돌하게 방장 형과

부비부비를 시도했어.


'하노이 여자는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구만?'


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 혼자 쓸쓸하게

밝아보이는 춤을 췄어.


그 순간!

누군가 내 손을 터치하더라.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씨익 웃으며 뒤를 돌아봤는데

여리여리한 사람이 서 있었어.

여리여리한 베트남 남자...


'하... 발씨, 나는 베트남에서

마저도 게이가 꼬이는 건가...

그래 이젠 포기했다...

만져라 만져!

만진다고 뭐 닳냐!'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로

여전히 혼자만의 춤을 췄는데

5분, 3분, 1분 간격으로 점점 터치가 잦아들더니

곧 내 엉덩이까지 더듬더라고?


빡치고 소름끼치기도 했지만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라

'에라 모르겠다, 더 만져라'라는 마인드로

 엉덩이를 좌우로 격하게 흔들며

그 게이 놈을 공격했어.


정확하게는 분노의 엉덩이 공격이었지.

그러자 그 게이 놈은 화들짝 놀라면서

주춤거리더라고.

적당히 만지다가 튈 생각이었나봐.


왜? 더 만지다 가지?

체대의 대둔근이 널 기다리고 있는데

뭘 주저하는 거야?

나는 더 격하게 엉덩이를 앞 뒤로 흔들며

 그 놈을 퍽퍽 때렸고, 그 놈은 이내 물러났어.

다시는 한국의 엉덩이를 얕보지 마라.


내가 그러고 있는 게 안쓰럽던지

방장 형과 놀던 여자는 자기 친구를

데려오겠다고 하면서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를 데려왔어.


자기 친구라고 인사시키면서

나를 자꾸 그 여자한테 

키스하라고 강요하던데

내가 왜?!

말도 몇 번 안해봤는데?


나는 오히려 일행 중의 한 명인

남자 놈과 더 이야기를 많이 했어.

다행히 영어를 어느 정도 하더라.

호구조사를 해보니까 둘 다 학교선생이래.

남자 놈은 과학이고, 여자는 영어파트라고 하던데?


오? 나도 학교 선생이라고 말을 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어.

그래서 방장 형과 놀고 있는 

저 여자도 선생이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란다.


뭐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겠지~

일단은 방장 형이 분위기 좋아보이니까

둘이 나가라고 몰아갔어.


나 두 시간 늦게 들어갈테니

재밌게 놀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 여자도 나가자면서 방장 형을

거의 끌고가다시피 하더라고.


그래서 먼저 보냈어.

그리고 그 두 명과 덩그란히

테이블에 남게 되었지.

남자 놈에게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니까

남자 놈은 게이라고 여자 안 좋아한다고 하더라.

베트남도 태국처럼 게이가 많나?


나는 비록 게이는 아니지만

재밌게 노는 거 좋아하니까

신나게 놀자고 게이녀석과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가서 춤을 췄지.


춤을 다 추고 테이블로 돌아와

 그 영어선생이라는 여자와 대화를 했어.


"너 아까 나간 그 여자랑은 

어떻게 아는 거야?

보기에도 너 나이 때가 아닌데?"


"모르는 사람이야."


"어? 그게 뭔 소리야.

쟤는 친구라고 하면서 너네 데려왔는데?"


"쟤가 협박했거든.

친구인 척 안하면 나갈 때

조심해야 할 거라고."


"그래서 왔을 때 한 동안

심각한 얼굴로 귓속말 했던거야?!

쟤 위험한 애였구나..."


그 순간 나는 방장 형이 걱정되었어.

아니, 정확하게는 숙소에 펼쳐놓은 

캐리어 안 쪽에 있는

베트남 여행경비가 걱정되었어.


그래서 카톡으로 방장 형에게

걔가 뭐 훔쳐가는지 안 훔쳐가는지 

잘 봐달라고 말하면서

질 안 좋은 애인 것 같으니까 

조심하라고 카톡을 보냈지.


그리고는 영화처럼 핸드폰이 꺼져버렸어.

무슨 말도 안되는 소설 쓰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

진짜 핸드폰 꺼졌었어.


그래서 답장도 못 받은 채로

발을 동동 굴러야했지.

하지만, 방장 형이 바빠서(?) 

카톡 안 볼 수도 있고

 약속한 2시간 안에 가는 것은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클럽에서 최대한 시간을 뻐겼어.


클럽 바텐더에게 충전되냐고 물어봐도

안 된다고 하고, 숙소에 있는 내 돈은 걱정되고...

머리가 새 하얘져서 즐길 수도 없고...


클럽에서 들리는 흥겨운 소리는 그저

소음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약속의 2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클럽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


가기 전에 그 선생 애들이

걱정되니까 들어가서 문제생기면 

연락하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 잘로 아이디 알려주고 

후다닥 뛰어나왔어.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어.

클럽 밖에서 택시를 잡았는데

나 온지 몇 시간 밖에 안되어있어서

숙소 위치를 모르겠는 거야...


내가 아는 거라곤 큰 성당...

줏됐다... 어쩌지?


"유... 유 노 쳐치? 빅 쳐치?"


"아?"


"쳐치 쳐치!! 돈 노?

두 유 노 하이바?"


"아??"


"아나...! 성당 몰라요?!

아멘 플레이스! 

아멘! 아멘!"


그리고는 손으로 세모를 만들어서

건물처럼 만들었어.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 안무처럼 말이야.


<출처: https://popseoul.wordpress.com/page/25/?s=jyp>


그리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아!!! 오케오케!"

라고 하면서 타라고 하더라고!


다행스럽게도 스피드 퀴즈가 빛을 발했지.

그리고 무사히 호텔로 찾아 들어가니

호텔 방에 그 매니져 녀석과 방장 형이

한숨을 쉬고 앉아있더라고.


딱 봐도 무언가 심상치 않았어.

그래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동시에

내 돈이 잘 있나부터 확인했어.

다행히 잘 있더라고.


그리고 나서 상황을 듣었어.

그 여자 애는 이 일대에서 소문난

질 나쁜 년으로 그 호텔에도 몇 번 와서

문제를 일으켰데.


그래서 그 매니져 녀석이

보자마자 그 여자 알아보고 

방장 형에게 걔 위험한 애라고

말하고 들어가는 거 막았데.


한 참을 그 여자와 매니져는 베트남어로 

들어간다, 못 들여보내준다로 실랑이를 벌였고

그러다가 그 여자가 

주먹으로 매니져에 때렸대.


그래서 매니져는 몇 대 맞다가 

더 이상 폭력을 못 쓰도록

여자 팔을 잡았더니 버둥거리다가 

매니저 팔을 이빨로 물었대. 

보니까 물린 곳 살점 좀 찢겨져나가서

피가 나고 있었어.


피 보니까 매니져도 빡쳐서 

공안 부른다고 하니까 여자는 법규를 날리며

자기 친구들 데리고 온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문을 박차고 나갔대.


그래서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는데

이미 몇 번 온 전적이 있어서

호텔 측에서 ID카드 복사한 거 가지고 있어서

공안 부르면 된다고 하더라.


여담으로 베트남은 공안의 힘이 엄청 세.

들리는 얘기로는, 외국남자가 혼자 있는 호텔 방을

공안이 불쑥 찾아와서 문 열라고 한다더라고?

베트남 여자있나 없나 확인하려고.



만약 걸리면?

베트남 애들은 주옷 되는 거야.

한국인은?

처벌이 좀 약하데. 

심하다 하더라도 추방으로 끝!


아무래도 한국기업이 많이 위치해서 

그렇다는 의견이 있어.

자국민 보호법이 있는 태국과는 다르게 

베트남은 자국민에게 

더 각박한 것 같게 느껴져.


정확한 팩트가 아니라

방장 형이 말해준 거니까

왠만하면 베트남가서 죄 짓지 마셈들!



뭔진 몰라도 파란만장한 하루였어.

만약 방장 형과 그 여자가 같이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면

병에 걸리거나, 지갑을 다 털리거나,

어떤 식으로든 협박을 당했겠지?


방장 형은 매니저에게 너무 고맙다고

팁을 주면서 이 날은 이렇게 마무리했어.


이 날의 교훈!

아무나 따라가지 맙시다!

아, 생각해보니 내가 가라고 등 떠밀었구나?

ㅈㅅ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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