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태국의 북쪽지방에 있는

히피들의 성지인 

빠이에 갔던 이야기야.



치앙마이에서 빠이를 갈 때는

여러 루트가 있는데

나는 여러가지 찾아보지 않고

현지 친구인 꼬니한테 알아봐달라고 그랬어.


꼬니는 치앙마이 아케이드 터미널에서

빠이를 가는 미니밴을 타면 된다고 하더라.

좀 감동적이었던게 알아만 줘도

너무 감사한데, 이 녀석이

무조건 자기가 데려다주고 싶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님만헤민에서 이 녀석을 기다렸지!


덕분에 이 녀석 스쿠터 뒤에타서

편하게 아케이드 터미널에 도착 할 수 있었어.

그래도 밥은 사멕이고 보냄.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맥도날드 가자는 거야.


그래서 이 녀석 내 주머니 사정

생각해주는구나 싶었는데

맥도날드 햄버거가 더 비싸.

우버타고 오는게 더 쌀 정도로!

그래도 데려다주는 거에 비하면

그깟 돈! 아무것도...아니지... 흑흑



미니밴 사진은 따로 안 찍었는데

신기하게도 모든 배낭과 짐을

미니밴의 지붕에 올려놓고 단단하게

조여서 그대로 출발하더라.

가다가 떨어질까 불안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음!

미니밴에 동양인은 나 혼자!

대부분은 서양인들이었어.

역시 서양히피들의 성지인 것인가?!


타기 전 꼬니는 무조건 멀미약을 먹으라 그랬는데

그 이유가 있더군.

치앙마이에서 빠이를 가기위해서는

762개의 급커브를 지나가야하는데

커브를 돌 때마다 미니밴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크게 회전을 해.


잠 따윈 전혀 잘 수 없어.

기사는 실성한 듯 헤헤헤 웃으며 침을 흘리고

더욱 더 속도를 높혔지.

커브구간에 속도 안 줄이면 어떻게 되냐고?

관성을 100% 다 맞거나

차가 뒤집어지거나 둘 중 하나지 뭐.


어쨌거나, 다행히 살아서 도착했어.

살았다는 안도감이 드니까

이윽고 배가 고프더라.

그래서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갔지.




빵 쪼가리 위에 샐러드 올리고

감자 튀긴거랑 콜라 시켰어.

가격은 기억안나는데 

좀 창렬했던 걸로 기억함.

그래도 배고프니 그냥 먹었지!



빠이에서 돈을 뽑을 수 있는

카시콘 ATM은 터미널 바로 옆에 있더라.

한 눈에 잘 보이니까 쉽게 찾을 수 있어.

밥을 다 먹고 나는 미리 예약한

빠이의 숙소로 갔지!


길을 물어물어서 겨우 숙소를 찾아왔어.

아고다로 예약한 것 같은데

투숙정보가 없네-_-;

가격은 한국돈으로 

8000원 정도 했던 것 같아.

입구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졌어.

비밀의 화원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순간 들었던 생각은

'밤에 모기 졸라 많겠다'였어.


나름 이쁘게 인테리어도 했어.

무엇보다 좋았던 건

화원도 아니고, 인테리어도 아니야.


바로 개인실이라는 거!

저렴한 가격에 개인실?!

미쳤다...

방문 옆에는 자그마한 의자가 있어서

저기서 가져온 기타를 퉁기면서

낮시간을 한가로이 보내니까

너무 좋더라.


주인 아줌마가 방 소개해줄 때

씨익 웃으면서 한 마디하더라.


"여자 데려와도 돼!

100바트만 더 내렴.

근데, 돈 안내고 여자 데려오면 혼낼거야.

 아주 많이 혼내줄거야. boy"


이 말을 듣고

빠이에 대한 나의 환상은 더욱 더

증폭되어갔지.

이 곳은 혼자 나갔다가 둘이 들어오는

그런 환상적인 곳인건가?!

빨리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어.



방 컨디션은 이래.

나름 나쁘진 않아.

개인 화장실도 있다고?

단점이라면 뜨거운 물이 안나온다는 거지만

여자랑 같이 왔을 때

민망해 할 필요 없어.


서양친구들 모두다가 이런 곳에서

투숙하거든.


드디어 찾아온 밤의 시간.

나는 세팅을 하고

밖으로 미적미적 나갔지.

서양누나와의 썸씽을 기대하며!!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 할 필요조차 없었어.

거리자체가 정말 작았거든.

그래서 그냥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에

들어가면 됐었어.


빠이의 밤거리 느낌은

카오산 보다 더욱 히피스럽고 

자유스럽다는 것?


근데, 거리를 누비면 누빌 수록

점차 자신감이 떨어지더라.

동아시아 남자는 나 혼자밖에 없었어.

서양남자들은 옥션에 나오는 팬티모델처럼

다들 키도크고 잘 생겼는데

나는!!! 짜리몽땅!!! 뚱땡뚱땡...

갑자기 뭔지 모를 소외감이 대폭발했어!


여기를 둘러봐도 양놈천국

저기를 둘러봐도 양놈천국.

하지만, 한국의 작은 고추가

이렇게 죽어있어서야 안 돼지!


일단 바에 들어가서

알콜로 자신감 충전!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서양 남자건 여자건

무조건 건배하며 위 아더 원을 즐기며 춤을 췄어.


다같이 즐기는 분위기는 카오산 그 이상이었어.

춤을 추다가 잠시 땀을 식힐 겸

당구대로 갔는데 아일랜드 녀석 1명과

파키스탄 녀석 2명이 포켓볼을 치고 있었어.


나도 껴서 같이 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당연히 오케이!

포켓볼을 치며 우리는 급격히 친해졌고

이 후 다른 바에가서 같이 춤을 추고 놀았지.


파키스탄 녀석들은

한국을 아주 좋아한다며

나에게 몇 가지를 물어봤어.


"나 한국 완전 좋아하는데

내가 한국 클럽가면 한국여자 만날 수 있을까?"


"응~ 절대 불가능해.

너 직업뭔데?"


"의사! 싱가폴에서 의사하고 있어"


"오? 완전 엘리트잖아?

근데, 외향적으로는 니가 의사인 줄 모르니까

차일 확률 200%임.

한국 돈다발 들고 춤추면 가능성이 있어."


"오? 정말 그러면 돼?!"


"일단 한 명은 너한테 갈거야.

남자 좋아하니? ㅎㅎ"


"오우 쉣!!!

브라더 다메요.

한쿡코추 싫어요."


요롬코롬 장난을 치며

우리의 분위기는 무르익었지.

파키스탄 청년들은 술을 먹어서인지

발정발정의 기운을 뿜뿜 내뿜고 있었고

입 맛을 다시며 옆에 있는 서양누나에게 접근했어.


서양 누나는 짜리몽땅한 우리 셋을 스캔하더니

한 숨을 쉬더라고.

잠깐! 나 아무것도 안했는데?!

이렇게 굴욕주기있음??


그리고 나서는

우리의 일행인 키 큰 아일랜드 조각미남에게

다가가서 춤을 추더라고.


소외감 대폭발...

하... 방콕 돌아가고 싶다.

아속만 지나가면 나도 인기스타인데.

비록 오빠 베이비 붐붐마사지를 외쳐대지만

그것마저 그리워질정도로 소외감 대폭발했어.


이 녀석들과 헤어지고 나서

또 다른 사람많은 펍을 가서

열심히 춤을 치며 눈을 마주쳐도

 짜리몽땅한 동양인에게

눈길을 주는 마음씨 좋은 

서양누나 따위는 없었어.


로맨스는 개뿔.

숙소나 들어갔지.


아줌마 나 왔어요.

왜 혼자 왔냐구요?

투숙규정 잘 지키는 

예의 바른 동양청년이라서요.

더 이상 묻지마요.

안녕



- 다음 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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