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밤늦게 도이수텝이라는

치앙마이의 관광명소에 갔다가

마야 몰 루프탑 바인 

오버도즈에 갔던 이야기야.


원래는 어제 아침에 이 이야기가

포스팅 올라갔어야 하는데

태국에서 중고로 산 노트북이

또 고장나는 바람에 고치느라고 좀 늦게 올림.


앞으로 한 번만 더 고장나면

노트북 개박살내고 

귀국 전까지 블로그 안할거임.

개짱남. ㅠㅠ


이 날도 다른 날과 별반 다르지 않게

역시 같은 시간 느지막이 일어났달까?

하지만, Z형네서의 식충이 생활이

점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어.

정작 형은 괜찮다지만

내가 안 괜찮아!!

뭔가 뻔뻔해지고 있는 내 자신이 싫었음.


그래서 Z형에게 몇 일간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했어.


"형, 저 치앙마이까지 왔는데

근처에 괜찮은 곳 없음요?

치앙라이를 갈까여?"


"음, 거기도 좋지만

너 같은 성격에는 빠이가 최고일 것 같은데?

너 빠이 가봤냐?"


"빠이가 뭐에요?

저 빨리 나가라고 빠이빠이 하는 것임?ㅠ"


"개솔 ㄴㄴ

빠이를 모르다니...

양놈들은 빠이가려고

치앙마이를 잠깐 들렀다 가곤하는데...

거기는 완벽한 히피플레이스야.


근데 좀 호불호가 갈려.

카오산 히피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제대로 된 히피가 많아!

나 같은 경우에는 좀 안맞더라고.

아, 참고로 케니의 고향이 빠이야.

케니 이번에 간다고 한 것 같은데?

갈 때 걔 차 타고 같이 가던가!"


"ㄴㄴ 여행은 혼자죠.

거기 한 번 가봐야겠어요.

히피 짱 좋음!"


사실 히피보다도

서양 애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서양 누나와의 뜨거운 로맨스를 기대하며

그 곳에 가기로 했지.


요렇게 얘기를 나눈 후 

우리는 식사를 하러 갔어.

이 날의 메뉴는 옥수수 솜땀과 

돼지목살구이인 커무양

치킨구이인 까이양을 먹었어.

커무양과 까이양은 많이 먹어서 익숙했는데

옥수수 솜땀이 신선하게 맛있더라고.


이렇게 식사를 하고

케니와 꼬니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에게 빠이를 간다고 자랑했어.


"얘들아 나 빠이간다! 헤헤"


"오? 언제가는데?"


"내일!"


"뭐? 왜 이렇게 빨라!!"


"원래 여행이 그런거 아니겠음?"


"언제 돌아오게?"


"몰라. 거기 맘에들면 2주 정도 있다가 오고

재미없으면 바로 오고"


"빨리 돌아와서 걍 우리랑 놀자."


"ㅇㅋㅇㅋ 고려해봄"


Z형은 내가 빠이 여행을 가기 전에

다 같이 도이수텝에 가서 

멋있는 야경이나 보자고 제안했어.


아, 참고로 Z형 말에 따르면

한 밤에 외국인이 도이수텝 가기 

힘들거라고 하더라.

왜냐하면, 왕족의 별장이 근처에 있어서

몇 구간을 통행제한 한다나?


뭐 확실한 건 아니고

카더라정도니까 밤에 갈 사람들 있으면

잘 알아보고 가셈.


우리는 케니의 차를 타고

다같이 이동했어.


오르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잠깐 쉬었어.

안 그래도 구불구불한 커브길이 굉장히 위험한데

하물며 밤에 그걸 운전하려니 

현지인인 케니도 힘들어하더라.


다행스럽게도 별 탈없이 정상까지

도착 할 수 있었어.

하지만, 정상에서 도이수텝 꼭대기까지 가려면

엄청 높은 계단을 올라야하는데

입장권 사는 곳 옆에 보면

유료 엘리베이터가 있으니까 그냥 그거 타셈.

엄청 편함.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나는데

그렇게 비싸진 않음.

물론, 모든 계산은 Z형이 함.



특이하게 엘리베이터가 수직이 아니라

45도 대각선으로 되어있어.

곤돌라의 개념에 더 가깝달까?

여튼 한 참을 올라가니 

어느 새 정상에 도착!


정상에 도착하자 황금 빛의 

굵고 아름다운 기둥이

우리를 반겨줬어.

넘나 크고 아름다운 것.

왠지 모르게 부러워진다.


정상에서 한 눈에 보이는

치앙마이 시내.


다들 자기 집 찾느라 여념이 없어.

치앙마이 공항을 기준으로 

여기가 우리 집 맞다! 아니다! 

설전을 벌이던게 기억이 나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니...

어차피 조금 있다가 집에 갈건데...


한 참을 별 것도 아닌 걸로 설전 벌이길래

뒤에서 몰래 사진 한 컷 같이 찍음.

요롬코롬 야경을 천천히 구경하며

우리는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했지.


잘가시게 인사해주는 불상.

ㅃㅃ 다음에 또 봐욤.


요롬코롬 야경을 구경하고 우리가 간 곳은?

분위기 있는 루프탑 바! 오버도즈!

오버도즈는 치앙마이 쇼핑몰의 중심인

마야몰 옥상에 위치해있어.


옥상에 올라가면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데

꽤 많은 바와 펍들이 즐비해있어.


그 중에서도 으뜸은 오버도즈(Overdose)!

이렇게 생긴 조명을 찾아오면 돼!

태국 잘사는 현지 친구들부터

중국 관광객까지 꽤나 다양하게 

이 곳을 많이 찾아오더라구!


테이블에 앉아 다들 얘기를 나누면서

수준급의 라이브 공연을 즐기지.

특히나, Z형은 이 곳 여가수 목소리에 꽃혀서

그 가수 스케줄대로 이 곳을 찾아 올 정도야.


"우리 J 내일 빠이가는데 뭐 먹고 싶어.

말만 해. 형이 사줌."


"오. 정말요?

그래도 형이 언제나 사주시는데 

제가 무슨 염치로 

뭐 먹고싶다고 어떻게 말씀을 드려요...


저기 사장님!! 

여기 조니워커 블랙이요!!

아! 그냥 블랙말고 더블 블랙으로 주세요!!"



"......."


- 다음 편에서 -



이번 편은 태국에 도착해서

인터마라 거리 쪽에 숙소를 잡고 

아리에서 첫 날을 보낸 이야기임.




나는 처음으로 에어아시아를 타봤는데,

굉장히 불편했어.




그리고, 항공값이 싸게 나왔는데,

싼게 싼 것이 아니여.

수화물 추가하면 자꾸 돈 더 달래

그 돈 아까워서

캐리어 안 끌고, 105L 군용 인생가방 챙겨갔지.




근데, 너무 크다고 비행기에

넣을 수 없다고 제지당했어.

그래서 꾹꾹 눌러서

부피 줄일 수 있는거 직접 보여주고

겨우 기내에 반입 할 수 있었어.



매번 비행기 탈 때마다

이러니까 스트레스 받는다.ㅠㅠ




우열곡절 끝에 비행기를 탔어.

에어아시아는 수완나품이 아니라

돈무앙 공항으로 가서 오히려 더 편리했어.

돈무앙에서 직선으로 내려오면 

BTS 아리역이 있거든.




공항에서 내려서 

아리가는 버스 편 물어봐서

일반 버스 타니까, 30분이면 오더라.

T는 아리역에서 만나기로 했어.




태국에 온 것이 실감난다.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훅 하며 다가오는

뜨거운 공기와

꼬부랑 거리는 태국어가 쓰여진 노점상

태국에 다시 오게 된 것이 실감났어.





이 때는 태국어 회화만 조금 알았고,

글씨는 전혀 못 읽었는데,

지금 글자 배우는 입장에서

다시 사진 보게되니까

 조금씩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신기하네.




신남 신남.

이 자리에서

T를 기다렸어.



건너편에 T가 

미적미적 걸어오는게 보였어

역시 태국 스타일은 무단횡단.

신호등이 없어!



그리고 드디어 다시 만났네!

보자마자 안아줬는데,

배가 더 나온듯.




나 만나서 살 찌고 있다는건 아무래도

거짓말 같아.

나 없을 때도 살 찌고 있구만




우리는 T가 미리 예약해둔

ken이라는 호스텔로 이동했어.



위치는 아리 역과 사판콰이 역 중간에 있는

소이 인터마라 거리에 있어.



예전 포스팅에 클럽 소개하면서

인터마라도 언급했었는데,

이게 가게나 클럽이름이 아니라

거리 이름이야.



이 쪽 거리에 로컬인들이 많이가는 

코요태 바 or 고고바가 많이

형성되어있어서 

흔히 인터마라라고 하면 현지인들은

거진 다 알지.




밤에 여기 호스텔 길 걷다가

단란주점 같이 보이는 곳에서

아저씨들이 호객행위하더라고?



T에게 물어보니까

"저 쪽 쳐다도 보지마"

라면서 알려주지도 않았어.




T와 방금 만나 알콩달콩 이야기를

쓰고 있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인터마라 얘기를 지금 한다면

너님들이 날 핵폐기물급 쓰레기로

생각 할 테니까



다음 편에 짤막하게나마 쓸게.

볼 사람은 보고 말 사람은 보지마셈.





여튼, T와 같이 숙소로 들어가 

체크인을 했어.



내가 좋아하는 하얀색 침대보와 이불!

그리고 전체적으로 하얀 색의 방이라

참 좋았어.



하얀 방에 있으면 사람 미친다고들 하는데,

나는 깔끔해보여서 좋더라고?



짐을 대충 풀고,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갔어.

역시 태국에서의 첫 식사는 로컬이지!!



아리 근처에는 

돈 많은 외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메뉴판에 항상 영어가 적혀있어.

이런 세세한 배려가 참 좋더라고!



T는 항상 음식점가면

그릇과 수저를 닦아.




유별나다고 생각했는데, 

그릇을 유심히 보니

이물질이 많이 묻어있더라고




아무래도, 석회가 많이 포함된 물로

설거지 하기 때문에 물이 마르고 

석회가 남는 것 아닐까?




태국이면 또 맥주 아니겠어?

한국과 달리 얼음에 맥주를 먹는 문화!



이게 참 그리워서 한국에서도

몇 번이나 맥주에 얼음넣고 먹었는지 몰라.

(물론, 많이 싱겁지만...)




태국맥주는 얼음을 넣어도 딱히

싱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 같아.

개인적 선호도는

창> 싱하> LEO

레오가 가격이 가장 쌈.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어.

맨 왼쪽은 이름모를 음식인데, 

돼지고기였던 것 같아.



두 번째는 솜땀(파파야 샐러드), 

세 번째는 팟타이(볶음국수)

오른 쪽은 커무양(돼지목살구이)이야




바로 흡입!

강렬한 조미료 향.

쏨땀 빼고 다 맛있었어.

솜땀은 아직도 매워...



음식을 먹고, 우리는 아리 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갔지.





아리 역의 가장 큰 건물인

빌라마켓!!



밤에 보면 특히 이뻐.

빌라마켓 밖에는 값 싼 노점상들이 많고,

안 쪽으로는 레스토랑이 많아.


우리는 2층에 있는

유명한 디저트집에 가기로 했어.

이름은 잘 모르겠어.



그대신 아래에 사진은 있어

찾아가기 쉬우니까 한번 꼭 가봐.

여기가 그 디저트 집인데,

엄청 유명해서 사람이 항상 많아.

갈 때마다 웨이팅은 꼭 하는 것 같아.



웨이팅 할 때는 이름 적어야하는데,

태국말 잘 몰라도 눈치로

할 수 있으니까 겁먹지 말고!



웨이팅 하면서 앞에 대기석에 앉았어.

2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T는 항상 핸드폰을 달고 살아.

그 놈의 페이스 북....




나도 옛날에 페이스북을 많이 했지만,

주변인들이 항상 잘 사는 사진만 올리니까

박탈감 느껴서 안하게 되었어.



드디어 안 쪽으로 들어왔고,

주문을 했지.

우리가 주문한 건 이 카페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야!



기다리는 내내 또 핸드폰 만지는 T

너는 나를 만나는 거니, 

핸드폰을 만나는 거니...

핸드폰 부셔버리고 싶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메뉴가 나왔어.

위에는 하얀 코코넛 크림,

아래는 망고맛 빙수!



저 하얀 크림은 먹었던 크림 중에서

역대급으로 맛있었어.

가격은 200바트(6,600원)정도 했던 것 같지만

저 가격 주고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맛의 디저트였어.


먹이먹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T.





먹어봤는데 진짜 핵존맛.

천상의 맛이야.

한 입 먹어보면 진짜 그릇까지

핥아먹을 정도로 달콤하고 부드러워.

달달한 구름을 삼키는 맛이랄까?



먹으면서 우리는 T의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우리 부모님은 나 안 좋아해"



"그게 무슨 말이야?"



"남동생만 좋아하고, 맨날 차별해

맛있는 거는 맨날 동생만 주고,

내가 먹을 땐 돼지라고 하면서 주지도 않아.

심지어 옷을 사와도 동생꺼만 사오고

내꺼는 하나도 안 사와."



"에이 부모님인데, 설마 널 안사랑할까~"



"진짜야, 너무 서러워"



"알겠어, 그러면 내가 만날 때 나중에

물어볼게, 너네 부모님이 널 싫어하는지.

너는 가끔가다 생각이 너무 어린 것 같아"



"진짜 차별한다고!"



"용돈은 드리지?"



"꼬박꼬박 드리지"



"그러면 용돈을 끊어-_-

집 나와서 혼자살고"



"그.. 그정돈 아니야..

아무튼, 내일 부모님이랑 파타야 가는데,

너도 데려오라 그랬어."



"뭐? 당장 내일이야?

초면에 같이 여행가는게 말이 돼냐?!"



"태국에선 이게 일반적인 거라구!"



"나 한국인인데, 

여기 태국이라고 너무 강요하는거 아니냐-_-;

일단 간다고 했으니까 갈게.

얼마나 가?"



"2박3일"




"What the....

그러면 2박3일 동안

나 젠틀한 척 똥연기 해야된다는 거잖아"



"당연히!"



난 언제나 내 감정 안 숨기고 살아왔는데...

화나면 화내고,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하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똥연기해야한다니

막막해졌다...

뭐 실수나 안했음 좋겠네...



부모님과 함께 여행가는데 

군말없이 간다고하니 저리 좋아한다.

하.. 진짜 한 대 치고싶다.




나중에 태국친구한테 물어보니

초면인 남자친구와 

여행가는 집이 어딨냐고 하더라.



소개도 소개지만,

괜히 자기 편 만들라고 데려간 듯 싶다.

T는 로션바르는 내 모습도 신기한지

사진찍더라.




나는 피부가 좋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군대에서 확 늙는거 보고,

나갈 때 로션이랑 선크림은 꼭 바름.




T는 내가 항상 선크림 바를 때마다

나한테 게이라고 하는데

이래서 한국남자들이 뽀샤시 

한 거라고 생각안하는지.




T의 말에 따르면

태국남자들은 선크림 안바른다고 한다.

내가 태국남자들이 노안인 이유가

선크림 안발라서 그렇다고 뭐라고했더니

바로 입닫음.




선크림은 안바르면

피부노화 빨리진행되니까

이 글 보는 모든 사람들은 

꼭 바르고 다니길 바람.


우리는 가볍게 맥주를 

한 잔 먹고 자려고 했는데,

T의 절친이 나를 보러 

호스텔로 온다고 하더라.



이건 뭐 여행이라기보다 

T 주변사람 소개받는러 태국 온 듯.

그는 T의 절친인데,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재밌는 녀석이야.




항상 나와 대화할 때는 

수위 높은 대화를 하지.

T는 그럴 때마다 우리 둘의 등짝을 때리곤 해.




메이는 첫 만남부터 활발하게 다가왔어.

그러다가 잠깐 자기 친구들 있는 곳에 

같이 갔다오자고 하더라고.

T는 오케이했고, 나는 따라가야만 했어.



"T, 너 파자마에 생얼인데 괜챃아?"



"아 몰라, 귀찮아 그냥 가

멀리 갈 것도 아닌데"



'아니.. 내가 안 괜찮...'



우리는 일단 메이녀석의 차를 타고

아리 근처의 펍에 갔어.




근데, 펍은 포장마차가 아니라

밴드도 있고, 인테리어도 고급진 펍이였어.

우리는 입장했고, 메이가 이쁘게 단장한 남녀 8명과

앉아서 인사하더라.




다행히 나는 정상복장이었지만,

파자마만 입고 생얼로 온 T는 얼굴이 시뻘개졌고,

모든 사람들이 다 T를 쳐다봤어.




그래서 T는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나가버림.

나는 T를 따라 밖으로 나갔지.




"하하. 한국인 남자친구 데리고가면

너의 파자마 쌩얼이 용서받을 줄 알았냐?

아니면 이게 태국 스타일인가?

좋네 태국스타일!

북한에서도 술먹으러 이렇게는 안 갈듯.

께헤헤헷"



그 날 밤은

고통과 비명으로 가득한 밤이 되고말았지...




번외 편에서~






"그래 결정했어."


"뭘?"


"갈거야 한국, 너 보러"


"응, 안 믿어. 비행기 예매하고 말 해~"



나는 단호하게 말했어.

여행기간은 하루 밖에 남지 않았고,

나는 T가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서

하는 말이라 생각했어.



나 또한, 헤어짐은 힘들다고 생각해. 

하지만, 각자의 생활을 위해

이게 맞는거라 생각했어.



T는 두고보라는 식으로 말하며

싱긋 웃었고,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

근데 설마 진짜 올 줄은 몰랐어.



태국 거지 여행기 다음 에피소드는 

이 얘기에 대해 다루려고 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남은 경비로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드릴 선물을

사고 싶었어.



그래서 방콕 최대 길거리 시장인 짜뚜짝 시장(JJ마켓)에

데려가달라고 T에게 부탁했지.



다음 날 같이 가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밤새 유투브부터 시작해서 '옹박' 영화까지 같이 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냈어.



"T, 너 욜라뽕따이 알아?"

"뭐야? 그게? 태국어야?"

"한국 사람들이 태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야."

"응? 태국어에 그런 말 없는데?"



"옹박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 된 이후로

개그 프로그램에서 옹박컨셉으로 

욜라뽕따이를 유행어로 써먹었거든"



"어떻게 했는데?"



"정수리 잠깐 줘봐. 욜라 뽕따이!!!

뿌팟뽕 커리!!

팟 탓탓탓탓탓 팟 타이!!!"



나는 T의 정수리를 팔꿈치로 찍고, 

옆구리를 찔러댔어.



이 후로 밤새 T는 연신 욜라뽕따이를 외쳐대며

내가 잠들기 직전까지 옆구리를 찔러댔지.



괜한 거 가르쳤다...




우리는 정오가 지났을 때 쯤 

느지막이 일어났어.

나는 T에게 빨리 짜뚜짝 시장에 가자고 졸라댔는데

T는 전혀 갈 생각이 없었어.




"야! 같이 가준다며. 왜 준비도 안하고 있냐고!"


"지금 가면 너 쓰러질 걸?

아직은 갈 때가 아니야. 더 있다가 가자"


"후딱 빨리 쇼핑하고 돌아오면 돼잖아!"


"내 말 좀 들어. 뉴비야.

JJ마켓은 엄청 커서 니 생각만큼 빠르게 쇼핑할 수 없어!"



뉴비라는 말에 나는 시무룩해졌고,

 결국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슬슬 준비하고 길에 나섰어.




늦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덥더라고.

여기는 짜뚜짝 도입부인데, 여기서부터 복작복작해.

태국 현지 사람들도 많이 오지만, 

최대 길거리 시장이란 명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야.



공복이라, 배가 고팠어. 

이 상태로 이 더위에 쇼핑을 한다면, 쓰러질 것 같아서

간단히 뭐 먹어야 했어.



태국에서 참 유명한 간식인 스프링 롤이야.

가격은 30바트(1,000원) 정도 했던 것 같아.

맛은 누구나 상상 가능한 튀김 만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가끔 스프링롤에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서 

가격 좀 더 올리는 곳도 있는데,

먹어본 결과, 칠리소스 맛이 80%이므로

걍 싼거 먹는게 나을 듯.



두 번째로 먹은 간식은 망고 밥이야.

'과일과 밥? 이게 뭐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거야.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케미가 좋았어.

 


망고 밥에 쓰이는 밥은 일반 쌀밥이 아니라

스티키 라이스(찰밥)인데, 

씹을 때 입에서 촵촵 거리는게

느낌이 참 좋더라고.

약밥같은 느낌이었어.



망고밥 위에는 연유를 뿌려주는데

망고의 신선한 단 맛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찰밥과의 조화를 이끌어주더라.



가격은 40~50밧(1300~1600원)정도 했던 것 같아.

한 번쯤 먹어볼만 해.

근데 두 번은 아니야.

한 번만 먹어.




짜뚜짝 엄청 넓어. 이렇게 넓은 지는 몰랐어.

각 구역마다 파는 상품이 다르더라고. 여기는 악기 쪽 거리였어.

악사가 홍보하는 겸 악기연주하고 있는데

실력이 아주 훌륭해서 5분 쯤 구경하고 갔어.



그리고 안 쪽 건물 사이사이를 돌아다녔는데

T의 친구 몇 명이 짜뚜짝에서 사업한다고 해서

인사하러 갔어.



얘는 뭐 이리 친구들이 많은지...

인사만 하러 돌아다니는데 30분 걸린 것 같아.



그 중 기억에 남는 녀석은

손목시계 사업하는 남자녀석이었는데,

태국친구답지 않게 얼굴이 허옇고, 

옷도 깔끔하게 입은 잘생긴 친구였어.



그리고, 손에는 비싸보이는 반지가 여러 개 껴져있었어.

그 녀석과 악수를 할 때 나한테 눈웃음 치면서

웃어주는데 심쿵함.

손도 어찌나 부드럽던지



나중에 T한테 얘기 들어보니까

그 친구 게이라고 하더군.



태국 내에서 만난 최초의 게이였어.

다들 이렇게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는 건가?

내가 다음 생에 여자로 태어난다면

내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은 남자였지만,

미안하게도 이번 생은 아니야.

행복하렴.



여담이지만, 태국에 있는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자의

70%는 게이라는 소리가 있어.


실제로 내가 만난 태국 사람들 중에서

자기관리 철저하고, 잘생긴 녀석들은

다 게이였어.



문제는 그 녀석들도 나를 게이로 본다는 거지.

가끔 러브콜 받았던 때가 생각나는구만.

나보다 더 암울한 인생을 사는 남자들에게 

나쁜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해.



남자 잘 만나 인생역전 할 수 있을거야.

다음 날 걷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락/메탈 음악을 좋아해서 

이런 문구가 있는 T셔츠 구경했어.

물론, 사지는 않았어. 



이런 부류의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깔끔한 셔츠 스타일의 옷 좋아하거든.

무엇보다 실제로 평상시에 입고 다니기엔

너무 다크해.





너무 열심히 걷는 바람에 한국에서 가져온 삼디다스 슬리퍼가

드디어 수명을 다했어.



급한대로 한 발로 절름거리면서 

100바트(3,300)원 짜리 쪼리샀어.

아직까지 잘 신고 다님.




반짝거리는 팔찌도 샀어.

가격은 3개 100바트(3,300)원 했던 것 같아.

이런 거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좋아할 듯. 한국에서 끼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대략 2시간 정도 돌아다니니까, 체력이 방전되었어.

다행히 안쪽 골목에 식당이 있더라고?

그래서 왕창 시켰어.




제일 왼 쪽부터 커무양 - 쏨땀 - 정체불명의 매운 고기 - 까이 양이야.

커무양은 돼지 목살 구이이고, 

한 동안 꽃혀서

로컬식당 갈 때마다 시켜먹었어.



목살의 느낌보다는 항정살의 느낌이 강해.

쏨땀은 T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파파야 샐러드인데 매워. 



처음엔 이런거 왜먹나 싶었는데,

태국에 오래 있으면서 계속 먹다보니

나중엔 느끼한 거 먹을 때 찾게 되더라고.



까이양은 닭고기 구이인데, 

내가 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야.

까이양 기깔나게 잘 굽는 곳 가면

한국의 굽네치킨 이상가는 극강의 맛을 

80바트(2500원)에 맛 볼 수 있어.




다 먹고 후식으로 정체불명의 음료수를 먹었어.

하얀 액체의 맛은 달달해.

우유랑 연유 섞은 듯한 맛?



검은 색은 젤리였어.

개인적으로 식감도 별로고, 향도 별로야.




두 개 모두 너무 달았어. 

전체적으로 태국 음료수나 디저트는 너무 달아서

먹는 순간 이가 다 빠질거 같아.




가다보니 우리집 개랑 뒷 모습이 똑같은 개가

철푸덕 엎드려 있는 거야.



우리집 갠가 해서 얼굴 봤는데, 아니었어.

얘가 여우같이 생겨서 더 이쁘네.

우리집 개는 억울하게 생겼거든.



태국에서 맨날 깡패같은 들개만 보다가 

소형애견 보니까 신기했어.

심지어 이 더운 나라에서 장모종인 

요크셔 테리어를 기를 수 있다니...



날씨가 더워서 시원한 대리석 돌판에 

엎드려 있는게 너무 귀엽더라.





이 뿐만 아니라 짜뚜짝에는 

개도 팔고 있더라고.

품종있는 개들이었어. 

사모예드나,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종들.





근데, 한국 전통시장에 식용 개들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았어.

풀어놓을 순 없지만, 

케이스에 하루종일 갇혀서 있는 녀석들이라

안쓰러웠음.



쇼핑이 어느정도 끝나고, 

짜뚜짝 상인들도 문 닫을 준비하고 있을 때

우리는 옆에 있는 짜뚜짝 공원에 갔어.

(짜뚜짝 시장은 5시쯤 슬슬 하나 둘 갈 준비를 한다)




평일에 이 곳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이

단체 운동을 진행해.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이 모여

에어로빅 음악 틀어놓고

유산소 운동을 하지.




짜뚜짝 공원을 슬슬 돌아다니다가

공원이 너무 커서 눈에 보이는 벤치에 앉았어.




다람쥐인가 청설모인가 모를 녀석이 나무타면서

왔다갔다 하고 있더라고.


뭔가 더러운 방콕 공기 속에서

잠깐이나마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했어.



6시가 되었을 때, 갑자기 공원 내에 스피커에서

음악이 들리더니

사람들이 일제히 미어캣마냥 일어나있는거야.



이미 영화관에서도 같은 경험이 있는 나는

'왕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시간'이란 걸 알아서

능숙하게 일어서서 멍 때리기 스킬을 시전했지.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서있으니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하며

따라할 수 밖에 없었어.



해가 지고 우리는 짜뚜짝의 야시장인 

JJ그린마켓에 갔어.

규모도 작고, 파는 물품도 적었지만,

동남아 특유의 환상적 느낌을

느끼기엔 최고였어.



사진은 따로 없으니

궁금하면 다른 블로그가서 보셈!

야시장 둘러보며 저녁을 간단히 먹고

T와 나는 콘도로 복귀했어.



이 날이 T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어.


"T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그 동안

너무 고마웠어. 니가 그리울 거야.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제발 울어줬으면 좋겠어

울어라 울어!!! 헤헷"


"울긴 왜 울어-_- 곧 볼건데"


"진짜 오게?"


"응 한 달정도 있다가 갈게.

공항 픽업 나와"


"어...? 어... 알았어"


"그리고 내가 했던 것처럼

이번엔 니가 한국에 대해 안내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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