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생존신고 할게!

파주 LCD 공정에도

드디어 꽃이 피는 봄이 왔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봄!


그래서 사람들이 우울함도 함께

느끼는 걸까?

요즘 내가 있는 팀에는

사람들이 점점 빠져나가더라.

노가다의 특성 상

이동이 잦다는 점은 잘 알고있었지만

친했던 사람들이 한 둘씩 빠지다보니까

나도 덩달아 우울해지더라.


제일 처음으로 추노한 형은

묵묵히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던

준기공 형이었어.


아, 참고로 추노라는 뜻은 

도망노비를 뒤쫒는다는 뜻이지만

어감이 촥촥 입에 감기므로

노가다인들은 추노했다라는 표현을 

도망쳤다 혹은 그만뒀다라고 사용하기도 함.


어쨌든, 이 형과는 같이 붙어서 일한 적이 많았는데

말도 착하게 하고 모르는 것 있으면

친절하게 알려주는 형이어서

정말 좋았어.


근데, 갑자기 "나 일 그만둔다"

한 마디를 남기며 가셨지.

뭐, 노가다인들이 이렇지 뭐.

쾌남이었어.


두 번째는 현장이 줏 같아도

같이 실실대며 웃었던

대길이 녀석이 다른 곳으로

일하러 간다고 하더라.


"너 없으면 이제 누구랑 막 드립 치면서 노냐?! ㅠ"


"됐고, 저녁에 나오셈.

맛있는거 사드릴게"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렇지!

동생녀석한테 뭐 얻어먹겠냐?!


얻어먹지...

그래서 나갔지.

동생의 맛있는 거 사준다는 말에

노동복을 그대로 입고 파주의 핫 플레이스인

금릉역으로 갔어!

다들 막내이자 분위기 메이커인

대길이를 수고했다고

격려해주러 나와있더라.


첫 번째로 맥주집 갔는데

음악교사를 준비하는 형이

자기가 사주고 싶다고 해서

그 형이 다 계산을 했어.


나도 좀 보태고 싶었는데

돈이 하나도 없어 그럴 수가 없어서

마음이 좀 무거웠어.


나는 어떻게 임고생보다 더 돈이 없는거지?ㅠ


대길이는 2차는 자기가 사고싶다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했어.

그래서 두 번째로 이동한 곳은?!




일본식 선술집이야!

분위기 짱 좋아!

근데, 좀 비싸보여서 대길이 걱정을 좀 했어.


대길이는 씨익 웃더니

메뉴판을 보더니 능숙하게 주문하더라고?!


일본 사케!

이 비싼 걸?!

와... 역시 노가다인은 씀씀이가 다르구나...

이 녀석도 노가다 일을 거진 3년 정도 해서인지

씀씀이가 남다르다.

안주는 참치 타다끼!

사케와 어울리는 고급안주라 할 수 있지.

근데, 사실 이거 많이 못 먹어봄

이 때 거진 처음으로 먹어본 것 같은데

초장을 너무 많이 찍어서인지

초장 맛 밖에 안났쪄...


대길이의 앞 길을 응원하며

다 같이 짠!

그리고 다음 날

대길이는 추노했지.


세 번째로 추노한 사람은

나와 홍대에 가서 

외국인 파티를 즐겼던 루니 형!


이 형은 부모님의 환갑에 맞춰

유럽여행을 간다고

애초부터 1달 생각하고 일을 들어왔더랬지.


루니 형도 그만두기 전 같이 술 한 잔!

루니 형과는 같은 숙소였기도 하고

또 외국인 파티 같이 갈 사람이기에

엘리베이터 같이 내려가는 것까지

배웅해줬어.


사진 찍는 내 모습을 사진 찍는 루니 형!

우리 5월에 한번 이태원 가기로 했으니까

그 때 또 만나욥!


그리고 그 역시 추노했지.


이 뿐 만이 아니라

팀장을 도와 팀을 꾸렸던

원년멤버 주1형과 주2형도

일을 그만둔다고 선언했어.


위치가 사람을 바꾸지만

바껴도 너무 많이 바꼈다고

혀를 내두르며 팀장에게 실망을 한 주1,2 형들은

추노 후 태국에 2주동안 여행을 갈 거랬어.

하... 개부럽다.


어쨌거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팀장의 동공은 흔들리기 시작했어.

남은 인원들 관리라도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겼겠지.


그리고 때마침 월급날이 다가왔고

팀장은 표면적으로는 

그 동안 열심히 일한 우릴 위해

소고기를 먹여야겠다고

회식자리를 만들었지.


회식장소는 용접사 동생과 함께 갔던

부담없소!

하... 시켜서 먹는 고기도 아니고

무한리필?!

얼마나 돈을 아낄라고!


모두의 생각은 일치했어.

여기선 고기가 아니라
최대한 사이드 메뉴를 시켜서

팀장의 뽕을 빼먹는다!


일단 즐거운 회식이니

냠냠 맛있게 먹어야지!

우리는 정신없이 고기에 핏기가 가시기도 전에

고기를 입 안에 처넣어버렸고

꿀떡 삼켜버렸어.


그리고 소주를 한 두 잔 마시며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지.

오늘 우리의 목표는 사이드메뉴 대폭발!

부담없소라는 고기 집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는 몰래 소주가 아닌

청하라는 고급 술을 시켰고

두 병을 먹던 때 팀장에게 걸리고 말았어.


"뭐야! 왜 청하 먹어!"


"어... 음... 저... 우물쭈물..."


"됐다! 걍 먹어라!"


우리는 속으로 생각했지.

'이제 시작인데 고작 청하정도로?'

그리고 작전을 개시했지.

배가 적당히 차올랐을 때

사람들은 구름과자를 태우러 밖으러 나갔고

팀장 또한 함께 나갔어.


그 때를 틈타 말 할 순 없지만

남자 몸에 그렇게 좋다는 복분자로 만든

고급 술과 1인 1냉면을 지르고

음료수도 겁나 시켰어.

소고기와 냉면이라는

지리는 조합으로 우리는 단결했지.


그리고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남성의 상징을 극대화 시켜주는

복분자를 들이켜댔어.

그 순간! 그가 돌아왔어...

복분자를 먹고 있는 그 모습을 

팀장에게 들켜버린거야..


"뭐야?! 복분자?!

이거 누가 시켰어!

누가 복분자 시키래!

장난해? 어?!!!"


우리 모두는 모두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침묵을 지키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

그리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더랬지.


사실 이건 다들 예상한 바여서

충격이지도 않았어.


복분자 시켰다고 뭐라하는 것 말야.

먹는 걸로 뭐라하기도 쉽지가 않겠다.

돈이 좀 저렴하게 나오는 걸 예상하고

무한리필에 와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충격이 좀 컸을 거야.

인당 5000원인 냉면과 청하

그리고 복분자주까지 시켰으니!

그러거나 말거나

술과 고기를 충분히 먹은 형들은

하나 둘 도망치기 시작했어.

먹튀란 이런 것인가?


원년멤버인 주1형은 마지막인데 인사도 않고

가버렸고, 주2형은 그래도 끝까지 남아서

인사하고 우리 커피 사주고 감.


그렇게 팀장의 왼 팔 오른 팔은 잘리게 되었지.

앞으로 팀이 잘 굴러가려나?

그러던 와중 반가운 녀석에게 연락이 왔어!


"형, 나 대길이에요.

여기 너무 재미없어요.

다시 거기 가고싶다"


"올래? 내가 팀장한테 한번 물어볼게!

하지만, 팀장한테

전화는 니가 해야해.

내가 운은 띄어 놓을게!"


"ㅇㅋ!"


그리고 나는 팀장에게 물어봤지.

"팀장님! 대길이가 팀장님을 

많이 그리워하고

다시 일 같이 하고 싶다던데 

가능한 부분입니까?"


"오옷? 일단 전화하라고 해라!"


팀장은 현재 인원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태에서

전에 일 잘하던 녀석이 먼저 연락해

다시 일하고 싶다고 하니까

옳타구나 하면서 받더라.


보통은 괘씸해서라도

안 받아줄텐데.

얼마나 위협을 느꼈으면...


여튼, 집 나간 대길이는

다시 돌아오게 되었지.

다시 찰진 노역하자.

아오지 탄광에서...

환영한다.


오늘 소개 할 방콕 

팔람까오 센탄에 위치한

오이시야!


나는 작년 보컬 형이 태국에 왔을 때 

이 곳에 데려와서 사줬을 때 엄청난 감동을 받았고

이번에도 역시 보컬 형이 태국에 왔을 때

이 곳에 갔었지.


아 물론, 돈은 형이 냄.

이 형 취업도 했겠다,

우리 집에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10일간 기생했었는데 

뷔페 2번 이용권에 퉁 치기로 했지.


그래서 보컬 형의 중국 여자친구인

티나와 함께 이 곳을 가게 되었어!


센탄은 센트럴 플라자인데,

태국어 문법의 특성상 

중간에 위치한 R발음은

묵음처리한다나?

그래서 센탄이라고들 한다더라.

스타벅스를 싸타밧이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여튼, 센탄 7층 구석탱이에 위치해 있음.

오이시는 익스프레스, 이트리움, 그랜드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내가 간 곳은 중간급인 이트리움이야.

그래도 가격은 꽤 나가는 편!


이 곳 오이시의 인테리어를 보자면

일본 풍의 분위기는 물론이고

아기자기함도 느낄 수 있어.

왼 쪽에 보이는 저 미니버스는 횟집에서 주는

꼬깔콘 모양의 마끼를 말아주는 곳이야.

물론, 이용 시 추가비용 없이 공짜!


무엇보다 내가 놀란 건,

음식의 가지 수와 퀄리티야.

튀김, 찜, 구이, 회 등등의 

엄청난 가지 수 뿐 만 아니라

각 개별 음식의 퀄리티도 엄청 나.


참고로 생선 머리 찜은

한국의 일식 집에서 먹던 그 맛이 그대로 나!

그거 엄청 비싼뎅...

여기선 역시 꽁짜!

이름이 메로였던가?






연어와 참치를 비롯한 수 많은 횟감!

퀄리티 또한, 엄청나다!

한국에서는 연어 무한리필만 가도 

기본 16,000원 나왔던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먹기에 앞서

대식의 정석대로 

차디찬 음식부터 혼내준다.

이쁘게 담아봤어! 그릇도 이쁜 게

회와 초밥을 담았을 때 너무 이쁘더라.

아, 참고로 나 남자임.

그래도 플레이팅 이쁜 거 좋아함요!


이건 각 테이블당 놓여져 있는 카드인데

처음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엄청 해맸어.

알고보니 저기 앞에 보이는 바코드에 찍으면

즉석요리를 주문할 수 있더라고.

즉석요리의 종류는 철판을 이용한
생선구이, 소고기, 돼지고기를 비롯해서

스끼야끼까지 시킬 수 있어!

역시 개맛!


티나와 보컬 형과 우걱 우걱!

조지고 또 조진다!

나 뷔페 어디든 데려가면

절대 손해 안 봄...

제한시간이 두 시간이었는데

끝까지 먹음!

야리야리한 보컬 형은 이 날 먼저 포기선언!

티나는 이 날 삘 꽃혔던지

나와 용호상박이었어.


"따거, 오늘 왜케 많이 먹냐!

여자들 중에서 나만큼 먹는 사람 못 봤다 캅!"


"닥쳐라 쉬먀!

대륙여자를 얕보지 마라 쉬먀!"


그리고 스끼야끼까지 먹고

후식으로 초콜릿 빙수와 팬 케이크까지

먹고서야 계산을 했지!


세 명이서 2,115바트 나왔어.

한국 돈으로 7만원 정도야.

1인당 700바트(23,000원)정도 생각하면 되겠네.

계산은 보컬 형이!

싸인은 내가!


힝... 한국오니 또 가고 싶네... 찌밤

담 포스팅에서 보장!!


이 날은 조금 특별했던 날 같아.

이태원에 가서 즐거운 추억을 쌓는 대신에

내가 T에게 결별선언을 했거든.




이 날은 별 반 다를 것 없이

하루를 보냈어.

전 날 펜션에 갔다와서 피곤했기 때문에

우리는 늦게까지 잠을 잤고

친구의 자취방에서 뭉개며

오순도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해가 중천에 떠도

그냥 방에서 뭉개기!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이런 소소한게

하나 둘 추억이 되가는 느낌이 좋았어.



오후 세 시쯤 우리는

배가 고파서 노량진 역 쪽으로

슬슬 걸어갔지.


몇 번 지나가다가 본

점심특선 메뉴가 있었는데

맛있겠다 싶어서 들어갔어.



대패 삼겹살 볶음인데,

인당 5천원 정도 했던 것 같아.

아무래도 고시생들이 많은 도시이다 보니

가격이 아주 합리적으로 형성되어 있어.

맛도 그럭저럭 먹을만 했구.



안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고기 굽는 열기로 가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겉 옷을 벗었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땀 범벅이 되는 것 보단 낫지!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영화를 보았어.



나는 T를 위해 항상 태국어 자막이 있는 영화를 찾는데

그리 유명한 한국영화가 없더라구...

한 참을 웹 서칭하다가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태국자막이 있는 것을 발견했어.


그 영화의 이름은

'악마를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대모사가 있는 영화야!



최민식이 중학생 여자를 겁탈하기 전에 하는 대사 中

"야 아저씨가 너 좋아하면 안돼냐?

내가 너 좋아할 수도 있잖아!

이런 세상 X 같은 것들이 나한테만 지X이야?!"


술 자리에서 이거 한 번 해주면

인기폭발함.





여튼, 이 영화는 이병헌과 최민식이 나와서

혈투를 벌이는 영화야.

보다보면 누가 악마인지 모르게 되는 것이

포인트지.



보통의 태국인들이 공포영화를

잘 못보는 것처럼

T도 공포영화를 못 보는 편이야.



그래서 보기 싫다고 징징대길래

공포영화가 아니고, 스릴러라고 타일러서

겨우 같이 봤어.



하지만, 보고난 후로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다며 내 등 짝을 후렸지.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의 일정은

화려한 저녁을 먹고, 이태원 클럽에 가서 노는 거였어.

이 때 만큼은 부자 부럽지 않게 놀 수 있다고 생각했지.



저녁식사 메뉴가

참치였거든.

T가 태국에 있을 때

형이 참치집에 데려가 밥 사줄 때마다

T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자랑하곤 했었거든.



그래서 T가 한국에 온다면,

비싸지만 참치는 한 번 먹여줘야한다고 생각했었어.

우리는 참치를 먹고 이태원에 갈 거였기 때문에

준비를 한 번에 하고 갔어.


"T, 너 샌들 안될텐데?

다른 신발 있잖아.

그거 신는게 어때?"


"말도 안돼.

여자는 샌들 되거든?

그리고 이거는 디자인이 이뻐서 괜찮아"


"안될 거 같은데...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일단 가자"



우리는 클럽 갈 준비를 한 채로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지.


우리는 참치 집에 도착했어.

클럽 갈 차림이라고 해봤자

T는 가디건, 나는 렌즈 낀 것 밖에 없지만...

이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꾸밈이라 미안하다...




우리는 제일 싼 가격의 참치를 시켰어.

이왕 사주는 거면 좋은 거를 사주는 게 좋지만,

전 날도 내가 사줘서 돈이 좀 빠듯했거든.



T가 메뉴판을 볼 때 '뭐 시킬거야?'라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보길래

'그냥 주는대로 처드셈'

눈 빛으로 응수해서 제일 저렴한 거 시켰어.

그래도 인당 3만원이야...흑흑




내가 사는 거니까

많이 먹어라!

먹다 죽을 정도로 배에 담아가거라.

내가 뭔가를 사줬을 때는

아깝지 않게 먹었으면 좋겠어.



한 두입 먹고

'아~ 배부르다'하는 사람한테는

다시는 음식 안 사줌.



다행히 T는 태국인치고 식탐이

엄청 많은 편이라

눈 한번 깜박일 때마다

회가 사라져있더라고.

기특한 것.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별미

메로구이인데

기름기가 장난이 아니야!

간장소스로 구워서 향도 훌륭하고!!



T에게 한 입 줬을 때

맛있다고 다 먹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름기가 많아 호불호가 심한 음식이라

다행히 내가 다 먹을 수 있었어.




우리는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이태원에 도착했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어.

T가 크고 무거운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는 거야.

클럽 가는데!!



"T, 거기가 클럽 형식의 bar라 가방 맡기는 곳이 없어.

너 그거들고 들어갈 수 있겠어?

내 오토바이 수납공간 넓은데

거기에 넣어놓자."



"음..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일단 넣지 뭐"



나는 T의 가방을 오토바이 안으로 넣었고

우리는 이태원 거리로 올라갔어.


"J, 그냥 가져오자

나 좀 불안해"


"흠... 알았어.

너가 불안하다면 가지고 다니는 게 맞는거지

돌아가서 꺼내오자"


우리는 방향을 전환해서

다시 오토바이 쪽으로 걸어갔고

T의 가방을 꺼내서 전달해줬어.



여기까지 아무 문제 없잖아?

근데 T는 섭섭하다며 말하는 거야.


"너 이게 어떤 가방인지나 알기나해?

비싼 건 둘 째 치고, 여기에 여권이랑

신분증 다 있어서 잃어버리면 곤란한데

그걸 거기에 두고 가자고 할 수 있어?"



"어?"



"내가 분명히 처음에 말할 때 싫은 티 냈잖아.

근데 그런 것도 못 알아채?"


"키 있어야 열 수 있어서 나름 안전해.

그리고 올라가면서 너가 말할 때 돌아왔잖아

뭐가 문제야?"


"그게 문제지!

한 번에 내 마음을 알아채주면 안돼?"



나 여기서 터져버렸다...

빼액!!


"야! 내 딴엔 너 무겁고 힘들고 지칠까봐

넣어두란 거라 한거잖아!

그리고 너 무겁다고 할 거 뻔한데 

그 때마다 내가 니 가방 들어줬잖아!



한 두번이야 괜찮지.

태국에서는 니 기 세워줄라고 일부로 들어준 것도 있는데

여기서까지 그러면 너무한 거 아니냐?



너는 내가 행한 배려를 어떻게

그따구로 알아처먹을 수가 있냐.

너 X나 이기적인거 알고 있어?



난 오늘 똑똑히 알았으니까

그냥 이 시간부로 그냥 남으로 지내자.

빨리 타.

너 노량진 데려다주고 난 의정부로 갈래"




"싫어 안 타."



"어 그래?

그럼 니 마음대로 해.

그래도 예의상 니 호텔은 잡아줄게.

오늘은 니 알아서 노량진으로 가서 하루만 자라.

내일 호텔 예약해서 주소 보내줄게.



"필요 없어"



"그러면 여기서 양키 애들 만나서 재워달라고 하던지

길바닥에서 주무시던지

잘 가라. 안녕."



T는 물러서지 않았고, 나도 그 말을 하자마자

홧김에 홱 하고 방향을 틀어 노량진 방향으로 갔어.

이동하던 중에

한강다리가 보여서 잠깐 멈췄어.



'이 다리를 건너면 진짜 영영 끝인데,

10분만 기다려보자'



10분도 채 되지 않아 T에게서

문자가 왔어.


그 때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등의 비난의 말이 담겨있더라.

나는 한 메시지만 보내고 그 이후로는 보내지 않았어.



"니가 잘못한 것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난 지금 보이는 다리 건너고 

용서도 안 받아줄테니까 마음대로 선택해라"



이런 초강수를 두었음에도 

T에게 10분간 연락이 오지않았어.

그래서 나는 T에게 '이미 강 건너서 가고 있고

행복하게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냈어.



물론, 나는 출발하지 않았고 이태원 구석에 있었지.

연락이 올 것이란 걸 알았으니까.

안 온다면 지 잘못을 평생 모르는 애니

만나선 안돼는 애라 그대로 헤어지면 되는 거고.



15분 쯤 지났을 때였을까?

T에게서 연락이 왔어.

하지만 읽지 않았어.

30분 째 T에게서 전화가 왔어.

역시 받지 않았어.



1시간이 되었을 때

T에게서 미친듯이 연락이 왔어.

그 때서야 나는 받았지.


"J... 미안해."


"뭐? 뭐가 미안한데?

우린 끝인데? 나 노량진에서 짐 정리하고 있으니까

다음 날 들어와서 짐 빼가라."


"다 미안해..."


"구체적으로 말해볼래?"


"너 배려를 무시하고, 내 생각만 해서

너 기분 나쁘게 한 것 미안해"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

일단 너 한국에 온 이상

안전하게 태국으로 보낼 책임은 져야하니까

다시간다. 20분쯤 걸릴거야.

빨리 갈거니까  오토바이 사고 안나길 빌어라"



나는 혹시라도 이태원에서 서성거리는

T에게 내가 아직 근처에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됐으므로

구석진 곳에서 20분의 시간을 때워야만 했어.


그리고 다시 T를 만났지.

T의 볼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누가봐도 울려다 만 얼굴이었어.



"일단은 이태원에 즐기러 왔었는데

너 때문에 못 즐기니까

나 혼자라도 즐길거야.

따라오던 안 따라오던 마음대로 해.


이 말을 툭 던지고

나는 이태원의 유명한 펍인

글램으로 갔지.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나는 무사히 통과 되었지만

T는 거절당했어.


이유는 샌들이었어.


나는 다시한번 딥 빡이 쳤지만,

차분하게 말을 했지



"것 봐... 내가 말했지?"



"너 혼자라도 놀다 와"



T는 내 말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했을 것이란 걸 알고있었어.



하지만, 너무 괘씸해서 한 마디했어.

"어 그래^^ 그러면 나 좀 놀다 올게.

너도 어딘가에서 잘 놀고 있던지 말던지"



그래서 나는 글램 클럽에 혼자가서

미친듯이 춤을 추며 혼자 즐겼어.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외국인들과 으쌰으쌰하면서 춤을 추고 있었지.

재밌게 놀고 있는 와중에 한 동양계 혼혈인이

다가와서 내 목을 잡고 춤을 추며 뽀뽀하더라고.



나도 그 순간을 즐겼지.

그러다가 무심코 혼자있는 T가 생각났어.

그리고는 여러 생각이 내 머릿 속에 떠 다녔지.



'일단 T를 버리고 순간을 즐겨!'

vs

'너 보겠다고 온 애인데, 안 좋게 끝나더라도

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책임을 져줘야지'



하...

결국 후자가 승리했어.

나는 미친 듯이 신호를 보내는 여자의

손 등에 살짝 뽀뽀를 해주며

쿨하게 댄티큐 손 짓을 보냈지.

그리고 한 마디 했어.

"See u later"



아마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쿨한 순간이었을 거야.

이태원 댄디큐 쿨남.

힝... 내 인생에 그런 날이 또 올까?



주변 사내들은 

'뭐야 쟤 왜저래?

분위기 좋아보였는데? 고자인가?'

라는 눈 빛으로 날 보더라.







나는 T가 어디있는지 연락을 했고,

T는 글램 바로 앞에 있는 바에서 

너무 즐겁게 놀고 있다고 했어.



슬쩍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는 가게에 청승맞게 

훌쩍거리며

혼자 술을 시켜 먹고 있더라고.


"너 여기서 뭐하냐?"


"술 먹는다

재밌었냐?"


"완전 재밌었는데?

어떤 여자가 와서 나랑 같이 춤췄는데?"

(뽀뽀 당했다는 말은 안했다)



"같이 가지 그랬냐?"


"너 노량진 길 모를까봐.

집으로 돌아가자"



T의 시무룩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내 빡침을 담아 최대파워로 볼을 꼬집어주니

한결 속이 후련했어.


이 때도 조금 삔뚜 상한 것이 남아있었지만,

다음 날 사건으로 인해 모든게 풀렸어.



다음 날 일정은 내가 꿈에도 그리던

한국어마을 : T 왕따시키기 프로젝트가 있었거든.

이건 다음 편에서 얘기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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