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태국거지 중에서도

상거지라고 소문난 내가

베트남 하노이에 가서

쇼핑했던 이야기야.



이 날도 뭐 별반 다르지 않았어.

다른 점이 있었다면

베트남 일정이 하루 남았다는거?



알다시피 나는 태국에 대한 

염증을 엄청 느껴서 

베트남에 왔었어.


물론, 베트남은 좋은 곳이야.

맛있는 음식, 이쁜 여자들, 멋진 펍, 값 싼 물가...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각박한 한국과 닮아있었어.


무엇보다 줏 같았던 건

매일같이 지겹게 듣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크락션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어.


태국에서는 설령 가짜라 할 지라도

해맑게 웃는 모습이 존재했었고

대부분의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크락션을

여기처럼 많이 울리지 않아.

때문에 베트남에서의 시간이 지날 수록

다시 태국을 그리워하고 빨리 돌아가고 싶었지.


아침에 일어나서 

역시나 호텔 조식!

오른 쪽은 귀요미 호텔 매니져야.

귀엽지만, 구걸구걸열매의 능력자라

내 물건이나 방장 형의 물건을 봤을 때

달라고 자꾸 구걸해.


이 날 따라 유독 이 놈의 구걸거림이 심했어.

아마 다음 날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이 녀석은 한국에서 18,000원에 

산 싸구려 내 가방에 눈 독을 들이는 거야.


"그거 얼마야?"


"이거? 되게 싸.

18,000원이야"


"그게 싸다고?!

너는 한국인이라 그게 싼 거구나...

나 주면 안돼?

너 한국가서 또 살 수 있잖아!"


"개소리하지마 -_-

나도 한국에서 개루저인데

이걸 널 주겠냐.

내가 애들과 학부모에게

정신 털려가면서 벌어서 산 돈인데!


너 호텔 매니저면

그래도 돈 많이 벌 거 아니야!!

영어도 잘하겠다! 일도 잘하겠다!"


"나 한달에 200달러 벌어...

16시간 일하고 하루 쉼"


"200달러?!

잘 버네!!

나랑 비슷하게 버는구만!

꺼져! 구두쇠년아!!"


귀요미 매니져는

'뭐지 이새끼?'라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고

나는 그 때까지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벌 만큼 버는 놈이 더 하네' 라는

표정으로 그 녀석을 보고 있었지.

그러자 방장 형이 옆에서 한 마디 했어.


"임마, 200달러면 20만원이야."


"네?! 20만원?!"


계산을 잘못해서

200달러가 200만원인 줄 알았다...

200달러는 20만원정도야.

집에도 못 가고 하루 16시간 일하면서

한달 월급 20만원이라니...

이렇게 영어도 잘 하는 놈이...

순간 난 머쓱해졌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그리고 이내 생각했지.

오늘 쇼핑하기로 했으니 

그 동안 잘해준 이 녀석에게

선물을 하나 해주자!


그래서 갔어.

하노이에서 유명한 동쑤언 시장!

호안끼엠에서는 걸어서 갈 거리라고 하는데

그 말 듣고 갔다가 진심 죽을 뻔 했다.

진짜 죽겠다 싶었는데

그 때 딱 도착하더라고.

님들은 갈 거면 꼭 택시타셈.


짜뚜짝같은 광범위한 시장이 아니라

마치 동대문에 있는 쇼핑상가 같은 느낌이랄까?

안에는 짜뚜짝 시장처럼 종류별로

상품들이 모여있었어.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상품들을 구입하기 시작했어.


"이거 얼마에요?"

"50,000동이다"


흠, 싸긴 하지만

그래도 태국거지가 안 깍을 수 없지.


"에이 비싸다~

저기서 40,000동에 팔던데!

좀 깍아주세요!"


"거기가라"


"넵!"


나는 등을 돌려 돌아섰고 

붙잡는 타이밍을 기다렸어.

근데, 그냥 보내더라...

와... 진심 쿨하네...

이게 최저 마진인가?


누군가 그랬지.

베트남은 상품들이 이미 싸서

더 깍을 필요가 없다고...

그런 생각을 하며 애써 위안했어.

그리고 결국 다시 그 가게로 돌아가

제 값을 주고 사야만 했어.


호텔 매니져의 선물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열쇠고리 딱 두개만 사고

나는 동쑤언 시장을 나왔지.


제목만 보면 뭐 거창하게 산 것 같지만

달랑 이거 사면서도 손이 부들부들거렸어.

지름의 강도는 주관적인거니

낚였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라.


그리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지.

그리고 배가 고파서 뭘 먹을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하노이에서 유명하다는 

그 곳을 안 가본 거야!

그래서 갔지!


오바마 쌀국수!

왜 유명한건지 당최 1도 모르겠음.

밍밍해!

모든 재료가 따로 노는 느낌이야.

그냥 식당 사이즈가 커서

오바마가 들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듬.


면만 건져먹고 나는

호텔로 돌아왔지.

그리고 많은 여행객들이 하는 행위인

산 기념품들을 침대 위에 올려놓기를 해봤어!


넥타이가 없는 

귀요미 매니저를 위해

이걸 샀지.



정장에는 역시 깔끔한 넥타이지!

섹시해 보이는 빨간색 넥타이를 샀어.

넥타이랑 핀 하나 찼다고

색히 좀 있어보이는 구만.


두 번째는 가족들을 위해 산

루왁 커피야.

루왁 커피도 종류가 여러가지 있나 봄.

사향 고향이가 아니라 족제비인데?


세 번 째는 태국여자친구의 가족들을 위한

녹차와 주변 사람들을 위한

열쇠고리 세트야.

어차피 다 버릴 거 알지만서도

그냥 성의랄까?


이렇게 있다가

방장 형이 하이바로 나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갔지!


언제나처럼 펍에서는 모히또!

맛남맛남!


방장 형은 오늘 릴리라는 여자친구와

호안끼엠 호수 위 쪽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에 놀러갔다고 했어.


그 쪽은 여행자 거리처럼 시끄럽지 않고

한적하고 조용하다고 하다네?

그리고 무엇보다 은퇴한 서양사람들이

그 쪽에서 카페나 베이커리를 

많이 개업했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자기도 은퇴해버리고

이 쪽에서 장사나 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어.


인생여자를 만난 걸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


나도 인생여자를 만난다면 

그럴 수 있을까?


앉아서 얘기하다보니

역시나 세트로 딸려오는 

하노이 여자 X가 오더라고.


나는 하노이의 마지막 밤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에

방장 형의 데이트를 따라갈 수는 없었어.

그래서 먼저 일어난다고 말했어.


하노이 여자 X는 우물쭈물하다가

나에게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요청했어.

친구사이에 그 정도야 뭐~


너무 달라붙어서 찍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한 방에 있어도 서로 벌거벗고 있어도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야.

X는 나에게 더듬더듬 말했어.


"J, 내일 가기 전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물론이지,

커피나 한 잔 하자."


그리고 나는 먼저 인사를 하고

자리를 일어났지.


근처 야시장을 한 바퀴 슥 돌고

나는 나만의 밤을 즐기러 갔지.


나의 밤을 즐기러 어디로 갔냐고?

주변을 돌고 돌아

지나가다가 몇 번 봤던


지나가다가 몇 번 봤을 때

항상 서양누나들이 엄청 많더라고!

거기서 동양남자의 신비스러운 매력을

뿜뿜하고 싶었어.


역시나 갔을 때는

서양 사람들이 참 많았어.

그 곳에서 나는 열심히 섹스어필을 하며

헤드뱅잉을 하며 춤을 췄지.


하지만, 그 곳엔 짧고 굵은 동양남자에게

관심을 주는 서양누나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 물론 키 말이야.


나는 굉장한 소외감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며 호텔로 복귀했지...

빨리 태국가고 싶다. ㅠ ㅠ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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