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제목에서와 같이

뭔가 썸씽이 일어난 날이였어.


저번 편에서와 같이 땀꼭투어를 마치고

미니 버스를 타고 하노이로 돌아오게 되었지.

귀요미 가이드는 축 처진 대파처럼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었고

운전기사가 일어나라고 말해서야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지.


그리고 이내 상황파악을 했어.

차 안에 있는 투어리스트들은

모두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귀요미 가이드 팁 많이 받겠다 싶었는데

서양그지들 전혀 그런거 없더라.


흐뭇하게 본 거는 본 거고

지네 돈은 그냥 지네꺼야.

내릴 때 프랑스노부부, 미쿡인, 유럽인

할 것 없이 "땡큐"

한 마디하고 내려서 사라지더라고.


나는 한국그지지만 써야 할 때는 알아!

축 처진 가이드의 어깨를 보며

그래도 최소한의 감사를 표하자고 생각했어.


그래서 200,000동을 주었어.

한국 돈으로 만원이야.

한국사람에게 그리 큰 돈이 아니지만

귀요미 가이드는 뛸 듯이 기뻐했어.


그런 모습을 보니까

나도 좋더라.

친구녀석이 말 한 얘기 중에

받을 때의 기쁨보다

줄 때의 기쁨이 더 크다고 하는데

내가 물질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고

점점 그렇게 변해가길 소망하고 있어.


길거리에 내려서 배가 너무 고파서

그 동안 엄청 먹어보고 싶었던

'분짜'라는 음식을 먹어보러 갔어.


분짜라는 음식은 베트남식 

냉면같은 거라고 볼 수 있는데

면과 숯불고기를 국물에 적셔서 

차게 먹는 음식임.


국물은 냉면육수같지는 않아.

그렇다면 더 맛있겠지만...

의외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이라던데?

분짜로 유명한 맛집을 안 가서인지는 몰라도

그냥 그랬음.

가격은 기억안나지만 싸.


분짜를 먹고 호텔에 왔는데

방장 형은 데이트 나갔는지 보이지 않더라.

그렇게 한 시간 쯤 퍼질러져 있을 때

방장 형한테 연락이 왔어.


하노이 여자인 X가 

나를 만나고 싶어하냐고 하는데

만날거냐고.

이게 무슨 사랑의 큐피드도 아니고...

유심하나 잘못샀다고 직접 연락도 못하는 상황이냐...


뭐,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알겠다고 했어.

시간과 장소를 통보 받은 후

나는 하노이의 밤거리로 나갔지.


약속장소는 역시나 호안끼엠 호수.

여기를 기준으로 분수도 올라오고

푸드트럭도 많고, 버스킹도 가끔 있어.


호엔끼엠 호수 앞의 광장은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꼭 한 번씩 가보셈.

하지만, 이 주변 물가가 그리 싸지는 않음.

싼 곳을 원한다면 여기만 벗어나면 됨.


밤에 보는 여기 호수는 너무 이뻐.

특히나, 빨간 조명이 들어온 다리는

없던 사랑도 있게 만들어주는 

묘한 분위기의 다리니까

썸녀랑 꼭 같이가길 바라.


아, 썸녀랑 베트남 여행 갈 정도면

볼 장 다 볼 사인가?



참 짜리몽땅하다...

키가 큰 편은 아니어서 좀 슬픈데

선천적으로 작으면 후천적으로 노력이라도 해야지.

12cm 통굽워커 신으면 비율 짱 좋아보이는데

동남아권에서는 신을 일이 없음.



X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카페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했어.

낮에 땀꼭 갔을 때는 해가 쨍쨍했지만

밤이 되니까 또 싸늘하더라고.


조명 덕인지 얼굴이 하얗게 잘 나온다.

베트남 밤거리의 전체적인 느낌은

노란 조명이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는 거랄까?


10분 정도 기다렸을 때

하노이 여자인 X가 도착했어.


"안녕? 왜 이렇게 늦냐.

1시간 기다렸는데!"


"!#$#$@#$#!"


"어? 뭐라고?"


"!%$^#$@#$"


"알겠어. 니 맘 다 알아.

쉿!"


역시나 영어가 통하지 않고,

X는 베트남어로 말하길래

나도 이 후부터는 포기하고

한국말로 말했어.


차라리 이게 더 말이 잘 통하는 듯.

한국말로 하면 뉘앙스라던가 

표정이 더 살아있나?


이윽고, X는 핸드폰을 꺼내

구글번역기를 두들기기 시작했어.

'아... 또 감성돋는 번역기인가'


나는 그녀가 번역기를 칠 때마다

조용히 그녀의 핸드폰 

전원버튼을 눌렀지.


열심히 치다가 꺼지고 날 힐끔보고

다시 치다가 꺼지고 날 힐끔보더니

속은 부글부글 끓는데 말을 못하는

영혼까지 털린 얼굴이었어.


참 착하다.


그렇게 5분 정도 걸려서 타자를 치고

번역한 글을 나에게 보여줬어.

번역기에는 이렇게 써있었어.


'당신을 매우 보고싶었습니다'


이 글을 보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어.

나 얘 유혹한 적도 없고

오히려 눈 알 뒤집고 

침 질질흘린 모습만 보였는데?


그래서 나는 물었어.

왜 나를 보고 싶었는지.


'당신을 날 웃게 만드니까요'


눈알 뒤집어까는 

일차원적인 개그 좋아하는거면

개그콘서트를 가지...


그리고나서 X는 한 가지 문장을 더 보여줬어.

'내 생각에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걸 보자마자 난 당황스러웠지.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난감했기 때문에...


그래도 기분은 좋았어.

누군가가 날 좋아해준다는건 

언제나 대단한 영광이니까.


하지만, 난 확실히 해야만 했어.

얘한테 별 관심이 없었거든.

결코 태국에 있는 여자친구가 

마음에 걸려서 그런게 아니라.


1화부터 봐온 독자들은 알거라고 생각해.

내 철학이나 연애관 같은 부분을 말이야.


결혼하기 전까지

어중간한 정으로 

연애를 이어나가지 않으며

인생의 여자다 싶으면 바로 사로잡는다.


하지만, X는 전~~~혀 아니었어.

그래서 아닌 부분은 말해야만 했지.


"너 임뫄, 오빠 좋은 사람 아니야~ 어?

그리고, 그렇게 쉽게 금방 사랑에 빠지믄 안돼.

그라믄 안돼~!"


"#$^#$^ ??"


"나 여행자, 너 현지인.

이러면 이거 안 돼요.

우리 그냥 프랜드 오케이?"


"!#$@$%!!!!"


허허... 말이 안 통하네.

하는 수 없이 달력을 보여줬다.


"나 이 날 가요"


'(번역기) 언제 하노이 다시?'


"몰라, 돈 없어.

한국가서 일해야 해."


'(번역기) 슬프다'


"우리 그냥 친구, 오케이?"


'(번역기) 알겠습니다, 근데 잠깐만'


그녀는 찰나의 순간 내 볼에 뽀뽀했어.

그녀는 수줍은 얼굴로 번역기를 들이밀었지.

'선물'

그 때 깨달았어.

세상에는 받기 싫은 선물도 있다는 것을.


너는 못나지 않았다.

그냥 내 타입이 아니라서 그래.

넌 꼭 좋은 남자 만날거야.

힘내렴.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지.

시무룩해 하지말게, 친구.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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