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베트남 하노이 근교에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땀꼭이라는 지역을 여행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함.



아침에 마찬가지로 잠에서 깨어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빈 속에 구름과자와 연유없는 커피로

텐션을 올렸지.


그리고 호텔식당으로 가서

언제나 먹던 것을 주문했어.

언제나 먹던 게 뭐냐고?

메뉴에 있는 모든 메뉴지 뭐.

아침부터 줏나 먹어댐.



왜냐하면 가이드 투어가니까 

든든하게 먹어둬야지!

그리고 거기가 유명 관광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쌀 것 같아서 

식비 아끼는 겸 든든하게 먹어가면 좋잖아?


내가 전 날 신청한 땀꼭 가이드 투어에는

점심 뷔페를 신청 할 수 있었는데

선택이 아니라 강요수준이더라고?

몇 달러 더 내서 점심 뷔페로 먹으라고

자꾸 강매하길래 오기 생겨서

그냥 빼달라고 했어.


개샥기들.

어디 한국거지를 속여먹을라고.


아침을 먹은 후 언제나 처럼

기타를 치며 풍류를 즐겼지.


태국에서 작년에 산건데 

아직도 가격표를 안 떼고 있어.

흑인들이 일부로 텍 안 떼는 것 처럼.

지금은 거의 찢어질 듯 말 듯

달랑달랑한 상태야.


나갈 시간이 되어서 약속장소로 나갔어.

5분 정도 기다렸을까?

18~20살 정도 되어보이는 

앳된 베트남 소녀가

헐레벌떡 달려오면서 가이드 투어 

신청했냐고 하더라고?


설마했는데

이 귀여운 꼬맹이가 내 가이드였어.

나는 그 소녀를 따라갔고

미니 버스에 탈 수 있었지.


몇 명의 손님을 더 태우기 위해

여러 호텔을 들렀고 

이윽고, 차 안은 꽉 차게 되었어.

두 명의 동양인 아주머니를 빼고는

전부 서양인이었음.



미니버스에서 한 장 찍어봄.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다들 커플끼리 오거나 

친구랑 같이 왔더라고?


그래서 중2병 빙의해서 창가에 머리를 기대어

조용히 홀로 쓸쓸하게 갔지.

ㅎrㄴr도 외롭ㅈi 않ㄷr



미니버스는 달리고 달리다가

휴게소처럼 보이는 곳에 잠깐 정차했어.

휴게소라기엔 엄청 허름했어.


목이 말라 손이 진열된 콜라로 가는 순간

온 몸의 세포가 이 곳의 가격은 창렬하다고

말해주고 있었어.


더 이상 나는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없었고

빈곤센서가 반응하지 않는 유일한 음료인

생수를 집을 수 밖에 없었지.


물을 들이키고 다시 미니버스에 올라

한 두 시간을 더 달린 것 같아.

마침내 나는 목적지인 

땀콕에 도착 할 수 있었지.


중국 무협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산처럼 생겼어.

짱 신기하더라.


뭔가 얼핏보면 중국같은 느낌이야.

빨간색이 가득가득하고 건물의 구조도

굉장히 중국의 건축양식인 것 같아.


이 곳은 예전 왕조가 있던 터라는데

크긴 엄청나게 크더라고?


남는 건 사진 뿐.

다들 찍어주고 하하호호 즐거운 와중에

나도 꿀리지 않기위해

홀로 마이웨이를 걷는다.



연못도 있었어.

연 꽃이 있는 대부분의 물가는

멀리서 보기엔 좋지만, 가까이서 본다면

냄새나고 더러운 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


인생이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듯이.



나름 강물도 흐름.

귀여운 소녀 가이드는 영어로

이 곳에 대해 설명했는데

정확히는 알아들을 수 없었어.

그 소녀의 설명을 듣기보다는

귀여운 얼굴을 봤거든.


사람들 안 놓칠라고 여기저기 허둥대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초보 가이드임을 숨길 수가 없었지만,

서양 친구들도 하나같이 

그 소녀 가이드를 귀여워해줬어.


중국스럽다라는 느낌을 가진 채로 

건물을 보고있는데

의문점이 하나 생겼어.


'왜 베트남인 이곳에 

중국의 한자가 적혀있는거지?'


가이드한테 물어봤어.

중국이 여기를 침략해서 

중국의 문화가 유입된건지,

아니면 고대 때부터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인건지.


가이드는 영어로 솰라솰라 말해주는데

내 눈을 바라보며 얘기해주는데

너무 귀여워서 쳐다보느라 넋이 나가서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옴.


가뜩이나, 영어듣기를 엄청 못해서

엄청 귀 기울이지 않으면

영어가 한 개도 안 들리는데

소녀 가이드 처다보는데 집중하다보니까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한자가 적혀있는 이유는 

아직도 알 수가 없음.



베트남 고대시절 왕인것 같은데

왕이건 신하건 굉장히 왜소하다.

왕가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대부분 크게 만들지 않나?


이렇게 왕가의 터를 구경하고 나와서

밥을 먹으러 이동했어.

그리고 한 식당에 내려주는데

가이드 투어에서 사전에 말해줬던

뷔페인거야?!


일단은 배고프니까 먹고보자라는 

생각으로 들어가서

우걱우걱 먹었지.


근데, 나중에 돈 달라고 안하더라고?

순간 느꼈지. 


'아... 에이전시 개샛기들..'


원래부터 이 투어에는 밥 값이 

포함되어 있었던거야.

그리 싸지도 않았거든.

그렇게 생각 할 수 밖에 없어.

결정적으로 내 이름도 식당 명단에 있었거든.


뭐, 이런 거 삥땅하는 거는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비일비재하니까 이해는 함.

다만, 사람을 잘 못 골랐어.


밥을 다 먹고 다음 투어를 가기 전까지 

잠깐 쉬고 있었는데

누가 화를 내며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그래서 구경 갔지.


갔더니 아시아인 4인 가족이 왔는데

가이드한테 소리지르며 따지고 있더라고?


상황을 보아하니

자기 딸이 자전거 투어를 가다가

넘어져서 다쳤으니 배상해달란 개소리였어.

이윽고 많은 사람이 모였어.

그 가이드는 황당한 듯

'이걸 내가 왜 배상해주냐'라고 말을 하던데

그 아시아인 가족은 배째라는 식이었어.

우리의 소녀가이드는 후다닥 달려가서

중재를 하더라고.

알고보니 선배가이드였나봐.


뒤늦게 밥을 먹고온 투어일행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내 옆으로 왔어.

나는 상황설명을 했고, 

그들은 나와같이 싸움구경을 같이했지.

가만히 들어보니 그 아시아인 진상 아저씨의 

영어발음은 한국사람같아서 좀 창피하더라.


그래서 옆에 있던 양 놈들에게 한 마디했지.

"만약 저 진상부리는 아시아인이 

한국사람이면 내가 죽일거야"

제발 한국인이 아니길 소망하며

우리는 중재를 마친 소녀 가이드를 따라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지.



우리는 100m정도 걸어서

자전거 대여소로 갔어.

우리도 투어 중에 하나로 

자전거타기가 있었거든.


가방이 있었기에 바구니가 있는 녀석들 중

제일 괜찮은 녀석을 골랐지!!

이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 가냐고?

베트남 보트체험!

내가 이것 때문에 여기 온거야!!


거기다가 베트남 경치를 보면서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오와 열을 맞춰서 

모두들 페달을 밟기 시작했어.

햇 살은 강렬한 시간, 땀은 점점 흘러내리고

처음에는 이 환상적일 거라는 체험이

나중엔 노동이 되어버리더라.


소녀 가이드도 헥헥되면서 페달을 밟고있었어.

하지만, 어딜가나 스피드광은 존재하는 법.

양 놈 중의 한 놈은 분출되는 아드레날린을

억제 할 수 없었던지 페달을 풀파워로 밟아대면서

혼자만의 레이싱을 즐기고 있더라.


그 때마다 소녀 가이드는 

자신의 고객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으로 하나로 속도를 내야만 했어.

갸냘픈 새다리로 페달을 풀로 밟아 

서양남자를 따라잡으려니 얼마나 힘들겟어.

문득 그녀의 얼굴을 봤을 땐

상큼한 미소대신 입가 옆에 거품이 묻어있더라.


허벅지가 아플 때쯤

우리는 중간 포인트에 도착했어.

거대한 절벽 앞에서 포토타임을 갖기로 했지.


신기하게 생긴 산 모양과 기암괴석들.

제주도의 성산일출봉을 보는 느낌이야.


나도 사진을 담고 싶어서

소녀 가이드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섹스어필하는 포즈를 취했지.

찍고나서 확인하니까 신 스틸러가 있더라고?

엉덩이가 안장을 공격하는 건지

안장이 엉덩이를 공격하는 건지

이 사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것 같아 슬프다.


포토타임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달리고 달려서 보트 타는 곳에 도착했어.

너무 더워서 베트남 모자를 

천 원정도 주고 샀어.


뜨거운 햇 빛 때문에

돈이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질렀지.

모자를 쓰자 모자파는 아주머니가

예쁘다고 해주니까 기분이 좋더라.


이 곳이 보트타는 곳이야.

그리고 오른 쪽에 보이는 사람이 소녀 가이드야.

정말 귀여웠는데 얼굴이 나온 사진이 없엉.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찍자고 하는 건데

그 때는 용기가 없었나?


드디어 탑승!

출발하나 했더니

앞에 커플을 위해 다른 배 타줄 수 있냐고 해서

다른 배로 갈아탔어...ㅠ ㅠ

솔로천국 커플지옥!!


그 대신 잘생긴 아저씨의 배를 타게 됬어.

신기하게 노를 손으로 젓는게 아니라

발로 젓드라고.


베트남 사람들은 안마도 그렇고

노 젓는 것도 그렇고 발을 손 처럼 

사용 할 수 있는 민족인가?


발도 생각보다 뽀송뽀송한게

관리를 잘 하셨더라고?

오히려 내 발이 더 더러움.


나와 배를 같이 타게 된 또 다른 사람은

아시아 아주머니였어.

대화를 좀 나눠봤는데 대만 사람이더라.

요즘은 어느 여행지 가던지

대만 사람이 참 많은 듯.


싱가폴에서 일하다가 놀러온거라고 하던데

완전 잘 나가는 아줌마인듯.


이건 배를 타다가 너무 신기한 풍경이 보여서 

찍어봤던 사진이야.

버섯 모양의 나무가 있더라고.

마치 드래곤볼에 나오는 나메크 성이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배경에나 나올 법한 것들을

내가 직접 봤다는게 너무 좋았어.


님들도 땀꼭가면 이거 한 번 꼭 보셈.

완전 신기함.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마무리할랭. 힘들엉.


담 편에서 보장!





지난 편에서 이어서

오늘은 대구에 가서 외국인 인 척 하면서

노닥거린 이야기야.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가니

외국인 몇 명이 앉아있었고

매니저 형님은 반갑게 인사하며

우리를 맞이해줬어.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hello~ we booked this guest house,

can u cherk?"


"아 오케이, 오케이!

왓 츄 유어 네임?"


"창 앤 싱하"


그러자 옆에 있던 한국인 투숙객 아저씨가

한 마디 했어.

"어? 그거 태국 맥주 이름 아니야?

허허 재미있네"


그러자 매니저 형님은

국적이 어디냐고 물어봤어.

괜히 태국이라고 하면

우리가 한국인 인 것이 일찍 뽀록날까봐

타이완이라고 했어.


"오? 타이완?!

여기 대만 분도 계신데?

헤이! 여기도 대만 사람이래요,

대화 좀 나누세요!"


그러자 대만 사람은

"#$!^!@%^#$ 쉬먀?"

말을 걸어왔고

나는 상당히 당황하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지만,

나는 어렸을 적 외국으로 일찍 나가서

중국어 못한다고 적당히 둘러댔지.


매니저 형님은 체크인을 위해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어.


우리는 지난 태국 여행 이후로 

여권을 빼지 않았기에 다행히 여권이 있었어.

매니저 형은 청녹색의 대한민국이 쓰여져 있는 

우리의 여권을 보더니

콧물을 뿜으며 웃음을 터트렸어.


"아니 이게 뭐야! 한국분이시네!!"


"only today, we are foreigner,

because we wanna enjoy korea perfectly as foreigner!

(오늘 만큼은 우리는 외국인이야.

왜냐하면, 우리는 외국인으로써 

한국을 완벽하게 즐기고 싶거든!)


"와... 그래도 대단하네요.

여권까지 준비하시고!

제대로 즐기시네!

그래도 한국말 들으실 수는 있죠?

따라오세요! 안내해드릴게요!"


우리는 각 시설과 주의사항을 안내받으러 갔어.




들어갔을 때의 앉아있는 외국인들!

맨 오른 쪽에 있는 녀석은

러시아 친구인데 대화를 해보니

자기도 태국에서 4개월 살아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태국어 잘 할 줄 알았는데

아주 기본적인 거 밖에 못한다.


궁금하기도 하고 더 얘기하고싶었는데

안내받아야 했으므로 얘기는 나중으로 미뤘지.


인테리어는 나무나무여서 너무 좋았어.

나무로 된 인테리어 보면 

마음이 진정된다고나 할까?

하루에 9천원짜리인데 대충 관리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너무 좋았어.



침실로 가니 쾌적한 이층침대가 있었고

비밀번호를 설정해서 쓸 수 있는 

개인 락커룸이 있었어.

이불도 빨아놓아서 냄새도 안나고 깔끔하더라.


나는 혼성 8인실 썼는데

침대마다 커튼이 있어서 

서로 옷갈아입는데 불편하진 않을 것 같더라.


방콕에서 봤던 것처럼 남자가 있던말던

신경안쓰고 거리낌없이 옷 갈아입는

서양누나들이 있길 바랬는데

그런 사람 전혀 없음.

아쉽아쉽...


옥상으로 가니까

안마의자와 발 안마기가 있었어.

매니저 형은 저기 누워서 구름과자 하나 먹으면

천국이 보인다고 한번 해보라는 거야.


진짜 그래도 되냐고 재차 물어봤는데

상관없다고 하면서 날 안마의자에 앉혔고

재떨이까지 가져다주셔서 시도해봤어.


와... 지상낙원이 바로 여기구나...

내가 여기 게스트하우스에서 

제일 좋았던 게 바로 이거였어.


안 그래도 노가다 때문에

근육이 다 뭉쳐서 온몸이 아팠는데

이거 받으면서 구름과자 먹으니까

눈물 날 정도로 몸이 시원해지고

기분적으로도 영화에 나오는 끝판 보스 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어.


문득 드는 생각이 여기 9천원으로 장사해서

남는게 있나싶었어.

물어보니까 매니저 형은 직업이 따로 있고

세계여행하고 돌아와서 

취미로 개업했다고 하더라.


관리는 어머니께 맡기고 

자기는 가끔와서 매니저 일만 한데.

아무리 취미여도 그렇지...

게스트들이 쓰는 충전기 전기요금도 안나오겠다고

생각했는데 옥상 위에 태양광이 있어서

전기요금은 문제 될 것 없다고 하더라고.


우리는 매니저 형과 많은 얘기를 했어.

이 사람은 전 세계를 거의 돌아다녀봤고

우리는 안 가본 세계에 대해서 궁금했기 때문이지.


특히, 내 친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궁금해했어.

김태희가 밭에서 일한다는 그 곳!


매니저 형이 말하길

우크라이나 물가는 말도 안되게 싸고

엄청 예쁜 여자들도 많지만

지역에 따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고 하더라.


우크라이나도 꼭 가보고 싶은데

괜히 인종차별 받을까봐 걱정돼긴 해....


우리는 매니저형과 긴 여행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내려가서 블로그 글을 썼고

친구는 피곤하다며 낮 잠을 잤지.


공사장에서 노동 할 시간에

블로그 쓰니까 그것마저도 행복하더라. ㅠ


글을 쓰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소고기 냄새가 나서

'파티라도 하는 걸까?' 생각을 하며

냄새를 따라 가보니

옥상에서 매니저 형과 그의 어머니가 

소고기를 구워드시고 계셨어.


나는 괜히 머쓱해져 

일부로 그 쪽은 절대 쳐다보지 않고

옥상 끝자락으로 이동해 구름과자를 먹으면서 

핸드폰만 두들겨댔지.


그러자 매니저 형과 어머니는

같이 먹자고 제안해왔어.


"여기와서 좀 드세요!"


"아... 아니에요, 맛있게 드세요..."


"이거 한우에요! 좀 드시다 가세요!"


"정말 괜찮아요. ㅎㅎ

우리 여행온거니까

친구랑 나가서 더 맛있는 거 먹을려구요!

맛있게 드십쇼!!!"


속으로는 굉장히 먹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사람유형이

음식 먹을 때 꼭 와서 군침 흘리면서 맛있겠다 

하는 사람이야. 


때문에 내가 한우라는 것에 넘어가

그 자리에 껴서 같이 먹는다면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한 입조차 먹을 수 없었어.


진심으로 이 순간만큼은 

가오가 육체를 지배한 순간이라 볼 수 있지.

정말 맛있어보였지만

1%도 티를 안냄.


나는 그 냄새를 맡고 내려와서

블로그를 최대한 빨리 마루리하고

친구녀석을 깨워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어.

어디로? 야시장!


태국에서 야시장 참 좋아했는데

외국인의 입장에서 야시장을 둘러볼겸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어?

그래서 친구와 급하게 나와

호스텔 근처에 있는 도깨비 야시장으로 걸어갔지!


도깨비 야시장은 

서문시장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정말 배고파서 도저히 거기까지 

갈 수가 없다는 판단하에

호스텔이랑 3분거리인 

도깨비 야시장을 가기로 결정했어.





도깨비 야시장에 드디어 도착!

시장이라 하기 미안할 정도로 많이 작았지만 

그래도 여러 개의 길거리 음식점들이

이쁘게 나열되어 있었어.


하지만?!

가격이 창렬하다...

우리의 저녁예산은 인당 6천원 씩이었는데

3천원이하의 저렴한 음식은 찾아보긴 힘들었어.


그리고 맛은 있어보였으나

그레이트 노가다맨들의 뱃구레를 채우기엔

양도 턱없이 부족했지...

그래서 포기하고 대구 시내 쪽으로 

이동해보기로 했어.


대구 시내로 진입하기 전에

게임축제같은 거 한다는 표지판이 보여

우리는 축제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었지!


하지만, 축제는 이미 끝나있었고

부스는 아무것도 없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즐길게 아무것도 없다. ㅠ


그렇게 친구녀석과 한 참을 시내를 배회했어.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하지만, 대구시내는 우리의 주머니 사정 따윈 

상관없다는 듯이 너무나 가혹했고

우리는 대구시내에 있는 어떠한 음식점도 갈 수 없었어.

그래서 일단 커피 한 잔으로 공복을 때우려고 했지.


주변에 저렴한 테이크아웃 전용 커피집을 찾았고

우리는 영어로 주문했어.


"아이 원트 아메리카노 빅 사이즈"

"미 뚜! 쎔쎔!"


그러자 점원이 우리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한 마디 했어.


"아이스요?"


"예스 예스!

위 워너 아이스요!"


"하아... 절레절레"


친구는 엄청 부끄러워했지만

우리가 외국인이라면 외국인인거다.

무례한 점원녀석.

나중에 니가 내 노가다 보조로 온다면

영어로 일을 시켜줄테다.



그래도 성공적으로 구매했어!

일부로 점원 앞에서

외국인인 척 더 하려고

이 커피가 한국커피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눈 앞에서 인증샷 찍어드림.

이래도 한국인이라고 생각 할 테냐?


우리는 커피를 딸랑딸랑 들고

결국 우리의 마음의 고향인

편의점을 들어갔어.


한 가지 걱정되는게

매니저 형한테는 맛있는거 먹으러 간다고

엄포를 해놓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걸 들킨다면

정말 우리의 자존감이 무척 상한다는 것...

그래서 먹고 가려고 했어.


마치 급식비 없어서 수도가에서 물로 배 채우는

취약계층 학생이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는 것처럼.


하지만,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어.

편의점에서 물건 고르는 와중에

퇴근하는 매니저 형이 편의점에 들어왔어.

하필 왜 항상 우려하는 부분은 현실이 될까...

매니저 형은 우리를 보고 말을 걸었어.


"어? 뭐 맛있는 것 좀 드셨어요?"

"아뇨... 너무 비싸서요. ㅎㅎ;"

"아?! 아... 예..."


오히려 가난뱅이임을 숨기지 않으니

더 이상 무엇을 어디서 먹었냐 등등의

추가질문을 하지않아 

맘이 오히려 편해짐.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 식사를 했어.

이걸 보니 노가다판의 

식사가 잠시나마 그리워지더라.

맨날 똑같은 거 먹어도 돈은 안 썼는데...


우리가 놀러가서까지 이렇게 불쌍하게

찌질거리며 저녁을 먹은 이유?

밤에 클럽에 가서 입장료를 내기 위해서지!

클럽에 안 갈 거였으면

12,000원 짜리 밥 먹을 수 있었음!!

하지만, 대구에 왔으니 대구의 클럽도 경험해봐야지!


그래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꽃단장했어!

그리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친구녀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거야.

"없어! 없어! 없다고!!!"


"뭐가 없는데?"


"내 신발!!

숙소에다가 놓고 왔나봐..."


"헐... 슬리퍼 신고가면 안에 못들어가 인마!"


"어떡하지?"


"야 그래도 우리는 신발이 하나 더 있잖아.

작. 업. 화."


내 친구는 결국 투덜거리며 

작업화를 신고 클럽으로 이동했지.

다행히 작업화가 워커처럼 생겨서

자세히 보지 않는 한 티는 많이 안남.


드디어 숙소를 나와 클럽거리로 이동했어.

가는 내내 인터넷 서칭을 통해서

대구의 클럽을 검색했는데

나이 때가... 20대 초중반이라는 거야...


길거리에는 젊고 멋지고 키도 큰

아이돌 같은 대구동생들이 돌아다니니까

'우리가 거기서 놀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확 들었어.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옷 매무새를 다듬으려 거울을 보는 순간

상상속의 내 이미지와는 다른

현실에 살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어.


자괴감이 많이 들어서 급 슬퍼졌는데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노가다 소장님이 서계셨어.

'그렇다. 내 뒤에는 항상 이 녀석이 서있었지.

고맙다, 친구야. 나는 아직 젊구나.'


그렇게 친구로부터 용기를 얻어

우리는 클럽거리로 향했지.

그리고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클럽

AU와 Monkey 클럽에 갔어.


근데, 이게 웬걸...

두 개의 클럽에 사람이 없다...

일요일 밤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아니잖아.


이게 밤 11시의 대구 시내였어.

사람이 거의 없어....


우리가 여자를 꼬시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사람이 이렇게 없으면

태국댄스를 추더라도 너무 민망하잖아.


우리는 급하게 후다닥 나왔어.

그리고 깊은 고뇌에 빠졌지.


우리가 원했던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재롱잔치하듯 춤을 추며

나이의 둘레에서 벗어나 위아더 원하며

강강술래하는 거였는데...

그럴려고 저녁도 거지처럼 먹었는데...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게스트하우스로

복귀해야만 했어.

나는 클럽비용을 아낀 돈으로

맥주를 사서 올라갔지.



게스트하우스 안에서의 파티는 없었고

사람들은 대화없이 각자 핸드폰만을 보며

자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나 또한, 나대지 않고 맥주를 마시며

블로그 글을 수정하고 있었어.

내 친구는 피곤했는지 오지 않았고...

혼자 무척 심심했다.


그 때 한 한국남자가 오더니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거야.

여행 유투버인데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인터뷰 대상은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쁘장한 대만 여자스텝이었어.


그 여자스텝은 부끄러운지 거절했어.

그리고는 다른 대만사람들 있으니까

그 사람들에게 하는게 어떠냐고

제안했어.


그 유투버는 대만남자를 보더니

아!! 안된다고!

저 사람들은 아까 보더니 한국말도 할 줄 알고 

여기 오래 있어서 있는 것 같아서

한국에 대한 신선한 느낌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자스텝은 

여행온 대만 여자는 어떠냐고

제안했어.


그러자 그 유투버는 

그 사람의 얼굴을 쓱 보더니

아! 안된다고!

저 사람은 영어를 잘 못한다고!


그래서 옆에 있던 영어를 잘하는 대만남자가 

영어로 통역해주겠다하니까

아! 안된다고!

그러면 영상 편집이 힘들다고!


나는 옆에서 관심없는 척 듣고있다가

하도 속이보이니까

너무 웃기더라.


걔는 그냥 그 여자스텝이 이뻐서

아예 걔랑 하기로 이미 맘 먹었구만 뭘...

표면적으로는 정식인터뷰다 뭐다 하면서

매너있고 진중한 척하지만

나중에 들어올 때 보니까

인터뷰 끝나고 거의 얼굴을 맞대고 있더만.

고추질인거지 뭐.


님들도 사랑이 움틀거리는

게스트하우스가서 인터뷰하셈.


어쨌든, 나는 그렇게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낮에 태국에서 살았다던 러시아 놈이

들어오는 거야.

그리고는 안 쪽 자리로 앉고 싶은데

비켜줄 수 있냐고 물었어.


"물론이지! 근데 내 무릎 위에 앉아도 괜찮아!"


보통 러시아 사람이었으면 

바로 주먹 날라왔겠지만

이 녀석은 낮에 잠깐 얘기해봤을 때 

착한 녀석인 것 같아서 장난쳐봤는데 

잘 받아주더라.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어.

"너 태국에서 어디서 살았어?"


"난 우돈타니 살았어."


"오 진짜? 나 이싼지역도 여행가봤는데.

나는 방콕에서 살았어.

우리 태국도 추억할 겸 태국어로 대화하자"


"나 태국어 진짜 못해.

사왓디캅 컵쿤 캅 커톳 캅 

이런거 밖에 몰라..."


"태국어 되게 쉬운데?

내가 한 가지 팁을 알려줄게

영어 끝에다가 캅만 붙이면 돼.

Where are u going krab?

이런 식으로!"


"아! 이걸 이제야 알다니!

땡큐 캅!"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영어에다 캅만 붙혀서

태국어를 했더랬지.


그 모습을 보고 주위에 있던 

2명의 대만 남자와

1명의 대만 여자

1명의 한국 여자가

웃으면서 그게 뭐냐고 대화에 참여했어.


그렇게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가 텄어.

그 이후로 우리는 소주를 먹으면서

중국어 타임을 가졌어.


"따거 따거!"


"그게 뭐냐?"


"따거 모름? 빅 브라더!"


"아! 따그ㅓ?!"


"아 발음이 그거임?

따그ㅓ? "


"따거는 남자한테 쓰면되고

나한테는 따찌에 써야해.

여자한테는 따찌에!"


"뭔 소리여, 따거 맞는데.

농담하지 마쇼! 따거!"


그렇게 똥꼬발랄한 분위기를 

이어나가다가 게스트하우스 직원들이 

시간이 늦었으니 옥상가서 떠들라고 해서

 다같이 옥상으로 이동했어.


옥상에 가보니 자는 줄로 알았던 내 친구가

어떤 한 형님과 대화하고 있는거야.

내 친구는 나를 그 사람에게 소개시켜주더라.


"행님, 얘가 그 태국에서 4개월 있었던 녀석입니다"


"아! 반가워요!"


"네 반갑습니다! 

형님도 태국에 갔다오셨나봐요?"


"아 저는 거기서 4년 정도 살았습니다"


그 형님은 태국 여행사 총괄 매니저로 4년 정도 

일하다 온 사람인데

얘기를 나눠보니 더 이상 태국 쪽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하더라.


태국에서 살 의향이 있는 나는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질문했어.


"저는 솔직히 태국에서 살 생각이 있고

이번에 가면 직업을 구해볼 요량을 갈 생각입니다.

태국어는 1년 정도 잡고 일하면서 꾸준히한다면

외국계 회사에 취업 할 수 있을까요?"


"아... 좀 힘들겁니다..."


"그러면 한국사람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공장 쪽은요?"


"기술 있어요?"


"없어요..."


"그러면 그것도 힘들겁니다..."


"젊음, 패기로만으로는 역시 안되는 군요...

그렇다면, 가이드 쪽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쪽은 아예 생각도 하지마세요!

제가 여행사 쪽에서 총괄매니저로 일해서

가이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잘 알고

말씀드리는 거에요. 제발 하지마세요."


"넌지시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이유를 알고 싶어요."


"항공값이 30만원이라고 쳤을 때,

4박5일 호텔 식사 포함한 가이드 상품이

40만원이라면 남는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손해보는 시스템일 수 밖에 없는데

여행사가 안 망하는 이유?

손익분기 점을 라텍스나 

상품팔이로 채우거든요.


1000만원이 손익분기점이고

가이드 상품이 400만원일 때

600만원어치 물건을 팔아야 본전이라 이거죠.

못채우면?

가이드가 내는 거에요~


10명 가이드로 들어오면 결국엔

1명만 남는데,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

나이가 40~50대에요.

그럼 헬퍼랍시고 수발 다 들어야돼요.

가끔 범죄 경력있는 분도 계시고

일하는 것도 엄청 힘들다고 보시면 돼요.

제발 가지않기를 적극희망합니다."


넌지시 알고는 있었지만

이러한 현실성 있는 조언을 듣고

합리화를 하던 내 자신이 한심해보였어.


'태국가서 태국어, 영어 공부하면

어떻게든 길이 뚫리겠지.

한국만 아니면 돼.

잘 될거야.'


라고 생각을 했었어.

사실, 무척 힘들단거 잘 알고 있었는데

이미 겪어보고 했던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확실하게 다가오더라.

그동안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현실을 부정해왔을지도 몰라.


파티가 끝난 후에도 한 참을

그 형님과 더 얘기하면서

많은 생각이 가진 채로 잠이 들었어.


'난 무엇을 해야할까?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다음 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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