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태국여자친구의 생일파티

갔던 이야기야.




내 태국여행을 이제 하루밖에 남질 않았고

나도 슬슬 여행을 마무리해야했어.

그래서 이 날 오전은 기념품을 사러 가기로 했지.





아침에 먼저 일어나서 구름과자를 먹으러 나갔는데,

태국에서 흔하다는 도마뱀을 봤어.

찡쪽이라고 불리는데,

각종 모기나 파리같은거 먹어준다고 하더라.



쪼그만게 신기해서 잡아볼라니까 

엄청 빨라서 도저히 못잡겠음.

방콕에서 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여기 호스텔에는 많은 듯 하네.



얘는 치앙마이 갔을 때

특히 많이 보이더라.

내가 자주가던 피시방 벽 보면

6마리씩 붙어있었어.




우리는 대충 씻고

나갈 준비를 했어.



우선은 밥 먹으러 이동이동!


"T, 우리 뭐 먹으러 갈거야?"


"비밀장소 있어, 따라와바"



그리고선 호스텔 근처에 

이상한 회사건물 같은데 들어갔어.

갔더니 구내식당이 있었는데,

회사원들 엄청 많더라.



나만 혼자 여행온 관광객 차림이라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



급식소처럼 생겨서 원하는 반찬 앞에 서서

돈을 지불하면 주는 형식이야.

T가 추천해주는 음식들 골라왔어.




참고로 제일 맛있었던게

계란 후라이...

나머지는 걍 그닥...

집 반찬같은 느낌이랄까?




다들 회사 티셔츠 입고 있는데,

나 혼자 이질감 느낀당...

그래도 잘 먹었음.




사람들이 가끔 신기한 듯 쳐다보는데

좋게 생각하면 연예인 된 것 같고

나쁘게 생각하면 동물원 원숭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기 나름임.



밥을 다 먹고 우리는

쇼핑센터로 이동했어.

아마 Big C 였던 것 같은데

빅씨는 먹을 걸로는 없는 게 없어서

꼭 귀국하기 전에 들려서

이것저것 사길 바라.



본격적으로 쇼핑하기 전에 

우리는 코인 노래방에 갔지.



명목상으로는 T에게

'너의 노래가 듣고 싶어'였지만,

사실 내가 노래 부르고 싶었거든...



근데, 계속 자기만 부르는 거야.

어떻게 4곡 중에 한 번을

너 불러보라고 

안 할 수가 있지?



노래방에서 나온 후로

물어봤어.



"너 왜 한번도 나 노래 해보라고 안하냐?"


"내 노래 듣고 싶다며"


"그럼 너는 내 노래 안 듣고 싶음?"


"듣고싶지"



"근데 왜 안 권하냐고"



"하고 싶다고 안 했잖아"




"헐, 대박... 

한번 쯤 물어보는게 매너 아님?"



"몰랐지..."



이 때부터 나의 삔뚜 게이지는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어.

하지만, 오늘은 T의 생일파티가 있는 날이니까...

왠만하면 좋게좋게 넘어가자 생각했어.




이 때를 기점으로 나는 T를 본격적으로

이기적인 애라 생각하게 된 것 같아.

내가 아는 태국여자가 T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T를 보고 모든 태국여자들이 이기적일 거란 생각을 했어.




근데, 전혀 아니야!!

얘만 그런 거야.

모든 태국 여자들에게 죄송하당...



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끌랭짜이'라는 개념이 있어.



마치 우리나라의 

'정' 같이 우리는 잘 알지만, 

외국에는 없는 단어이자 

설명하기도 어려운...




나도 정확히는 잘 이해 못했는데,

태국 친구들이 설명을 이렇게 해주더라고.



상대방이 목이 마를 것 같아서 

얘가 물을 찾을 것을 미리 알고

물을 준비해놓는 마음?



설명을 개떡같이 해줘서

뭔 말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냥 배려 아냐?"

물어봤더니, 배려랑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래.




하튼, T를 제외하고, 

내가 만났던 태국여자들은

배려심이 깊었어.



암튼, 빡친 기분을 감추고

쇼핑센터로 내려갔지.



버블티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기념품을 선정하기 시작했어.




맨날 망고비누, 야돔 이런 것만 사니까

별 쓸모도 없어서

뭐가 실용적일까 생각하다가



지난 태국여행에서 라면을 사들고 귀국한게

가장 좋았던 기억이 나서

식품류를 둘러봤어.




태국식 옐로우 카레와, 그린 카레

그리고 똠얌라면!

태국 생각 날 때마다 집에서 끓여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골랐어!



근데, 1년이 된 지금에도 아직도 집에 남아있어.

한 번 먹으면 최소 3개월은 생각 안 날 정도로

시큼강렬해서 막상 한국에서는 잘 안 먹게 되더라.



참고로 태국 봉지라면은 

우리나라처럼 끓여먹는게 아니라

사발면처럼 그릇에 뜨거운 물 부어서 먹는 거임.

끓여먹으니까 면 엄청 퍼지더라!




그리고 팟타이도 샀어.

이건 면까지 다 들어있는 거라서

가격이 꽤 나갔던 걸로 기억함.



면이랑 소스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맛있게 먹으려면 

새우랑 계란 넣고 같이 볶아드셈!!




그리고나서, T의 생일케잌을 사러갔어.

케잌 값은 우리나라라 비슷한 듯.

저녁 때 친구들 불러서

T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하니까

또 있어보이게 케잌 똭 줘야지.



지친다 지쳐.

단순히 필요한 것만 산게 아니라

T가 이동하는 대로 끌려다니니까

힘들었어.



정작 T는 신혼부부 체험하는 것 같다고

좋아했지만...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어.

망고비누랑 야돔 사는 것보다 훨씬 싸고,

효율적임.




카레나 라면 같은 거는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면

되게 좋아함.

내 주위에 자취생만 있어서 그런가?




쇼핑을 마치고, 나갈라고 하던 차에

T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어.

그리고는 나에게 바꿔주더라.



"여보세요?"


"T의 엄마야

너 내일 간다며!

아줌마 지금 빅씨 와있으니까

잠깐 보고 가~"



"아 예! 알겠습니다"



나는 또 다시 T의 어머니를 봐야해서

긴장이 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쇼핑 때문에 엄청 피곤해져있었어.




그래서 T에게 말했어

"나 구름과자 하나만 먹고 가면 안될까?

너의 어머니 뵐 생각에 긴장도 되고 

지금 조금 피곤한 상태라..."


"알겠어~"



그리고  흡연장 쪽으로 이동하는가 싶더니

어머니가 계신다던 푸드코트 쪽으로 가더라?



어어? 뭐지?


"야 흡연장 가는 거 아니었어?"


"엄마 먼저 보고 가자~

오래 안 걸려~"


"뭐?!"



뭐라고 하기도 전에

우리는 어머니가 서 계신 곳에 도착했어.

어머니는 밝은 얼굴로 날 맞아주셨고,

나는 피곤한 내색을 할 수 없었어.



T의 어머니는



"J, 배고프지?

뭐 좀 먹어야지?

아줌마가 사올게, 앉아있어"



말씀하시더니, 

후다닥 국수와 몇몇 음식을 사오셨어.




T의 어머니 앞이라 애써 밝은 척 했지만,

기분이 많이 상해있는 상황임.

얘는 눈치없이 또 카메라 들이댄다.




어머니가 주신 국수와 음식을

최대한 맛있게 먹어보려고 노력했어.

실제로 좀 짜증나서

맛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

T에게 뭐라 할 것만 생각하며 먹었어.




이거는 태국 디저트 중에 하나인데,

화난 와중에도 단 맛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무척 단 디저트인 듯 싶어.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잘 먹었다고 인사드리고

서둘러 자리를 나왔어.



그리고는 길을 걸으며 T에게 말했지.



"너 내 말 듣기는 했어?

분명히 구름과자 먼저 먹은 후

 만날 준비 좀 하고

가고 싶다고 했잖아!"



"아... 그래도 빨리 보고,

빨리 가면 좋겠다 싶어서..."



"내.가. 분. 명. 히. 말. 했. 잖. 아.

내가 얼마나 말해야 들어줄건데?"




여기서 이차 삔뚜가 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의 생일이니까

참고 좋게 풀려고 노력했지.




T는 가끔씩 걷는 와중에 

날 신경 안 쓰고 먼저 휙 걷는 경향이 있는데

그거에 대해 몇 번 말했었어.



나 좀 두고 먼저 가버리지 말라고...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에!!

내 기분을 더 풀어줘도 모자랄 마당에!!

내 기분이 풀렸다고 생각하고

또 먼저 걷는거야.



그래서 난 걸음을 멈췄어. 

'얘가 나를 놓쳤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싶은 마음으로 한 참을 제자리에서 서서

내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언제쯤 알아차릴까

기다렸어.



20m...30m... 50m..가 지나고

T는 모퉁이를 돌아서 휙 가버렸어.




나는 그 자리 앉아버렸어.

많은 생각을 했지. 이게 뭐지 싶어서...

3분 쯤 있으니까, 

T가 나를 찾아 다시 돌아오더라.



"J, 왜 따라 안온거야?!"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 좀 두고 먼저 가버리지 말라고.

그리고 이런 상황에

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도 모자를 지경에

너가 나를 두고 갔다는 것도 눈치 못 챘다는 건

나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걸로 밖에 생각이 안되는데?"



"좁은 길이어서 같이 갈 생각을 못했어..."



"좁긴 개뿔이 좁아?

사람 다섯 명은 어깨동무하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구만?!"



드디어 내 삔뚜는 완벽하게 상해버렸고,

나는 호스텔로 돌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무엇보다 영어로 완벽하게 

내 기분을 설명 할 수 없다는 점이

더 서럽고 답답했어.




그렇게 3~4시간이 흘렀고, 

T의 생일파티 시간이 되었어.



"J, 미안해... 같이 가자"


"미안한데, 너나 가서 즐기다 와

나 기분이 아직도 별로여서

도저히 못 가겠다.

분위기 망칠 것 같은데 그냥 너 혼자 가라"



"아니야~ 분위기 망쳐도 돼"


"내가 그 정도 사람으로 보이니?

가면 또 억지로 밝은 척 연기할건데

더 이상 고통스러워서 못하겠다.

너 혼자 가"



"....그럼 나도 안갈래"



"마음대로 하렴,

협박같이 들리는데, 

니 생일파티지 내 생일파티냐?

내가 걔네 아는 것도 아니고"



"내 친구 메이가 픽업하러 왔다는데

못 간다고 말 좀 하러 내려갔다올게"



그러더니 20분 후에

올라오더라.

메이랑 같이...



"J  파티 같이 가자

T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냥 니네끼리가, 

그리고 T한테 물어봐"



T는 태국어로 메이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지 유리하게 설명한 것 같다.



그래도 메이가 다가와서

토닥토닥 거려주길래

내 입장에서 내가 화난 부분을 다시 설명했어.




"와...  T 못됐네. 나 쟤랑 10년 봤는데,

원래 좀 이기적이야. 좀 어리기도 하고

연애 경험도 없어서

너가 많이 힘들 것 같다.

그래도 T의 생일인데, 한번 이해해주면 좋겠다.

지금 친구들도 다 모여있는데, 걔네들도 다 너 보고 싶어해~

한 번 와주라"




메이가 내 감정에 동감해줘서

내 기분도 이내 풀리기 시작했어.




"알겠어 가자.

메이 같은 친구 둔 걸 다행이라 여겨라!"




메이의 차를 타고, 

우리는 통로에 한 루프탑 바로 갔어.

작고 귀여운 느낌의 아기자기한 루프탑 바였어.



그리고 어쿠스틱 공연도 해서

분위가 더 좋더라.



인기가 많은지 모든 자리가 꽉 차있고,

일하는 외국인도 많아보였어.

그리고 여기에 오는 태국애들은 다 귀티있어보임.

잘 사는 애들인가봐.




다 모여있다고 한 메이의 말과 다르게

우리가 제일먼저 도착했어.

태국 애들의 시간개념이란...




우리는 약간의 안주와

물로 만든 구름과자를 시켰어.

그리고 T의 친구들을 기다렸지.




예전에 언급했던 메이라는 푸근한 친구.

이름은 모르지만 취업했다던 친구도 있어서 축하해줬는데

영어는 못해서 대화는 안함.



가운데 둘은 톰보이와 여자 커플.

나중에 T에게 톰보이 커플은 어떻게 성생활하는지 

쟤네한테 물어봐도

되냐고 허락맡고 질문했는데

기구를 이용한다고 하더라.



부끄러워서 

어떤 기구인지는 자세하게 말 안해줌.




나는 저 친구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어.

그리고 인사를 나눴어.

인사를 나눴어.

그게 끝이었어...




나 혼자 한국인이고 태국인이라

난 대화에 참여조차 할 수 없었어.

아무도 나에겐 1%의 관심도 없더라...

가끔 말 걸어주는 상대가 있었는데

그게 T가 아닌 메이였어.



T는 '내 남자친구야' 라고 

날 소개한 이후로

나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그냥 혼자 가만히 쭈구리처럼 앉아있기만 했어.



그 때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얘는 아닌 것 같다고...

조금이라도 배려가 있다면

번역이라도 해주면서 

같이 대화에 낄 수 있게 해줄텐데



서러워서 중간에 먼저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파티 분위기도 어색해지고,

매너도 아닌 것 같아서 참고 조금 더 노력하기로 했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나는 케잌을 꺼내들며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어.



"내 여자친구가 생일입니다

박수 한 번 쳐줄 수 있나요?"




모든 사람들은 박수를 쳐줬고,

공연하시는 분들은 생일축하 노래를 쳐줬어.

나는 일어나서 T를 가리키며

춤을 췄지.



노래가 끝난 후 나는

한국에서 몰래 사온 금귀걸이를 줬어.



T와 친구들은 감동을 받더니

"너 남자친구 짱이다"라는 말을 했어.

T는 한 껏 으슥해진 얼굴이었어.


내가 준 귀걸이는 송혜교가 했었던 모델이라나 뭐래나

실처럼 얇게되어있어서 축 늘어지는 귀걸이야.

저 사진은 굉장히 행복해보이지만,

난 분위기 띄우는 원숭이 정도로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행복하지는 않았어.



부러운 듯 시샘하는 표정의 T의 친구를 봤어...

이 때 잠시나마 화제거리가 내가 되어서

T가 조금 번역을 해줬지.


하지만 난 그냥 T의 생일파티를 위한

원숭이였어.

일부로 웃긴 표정짓고, 

웃긴 행동하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했고.



그래서 이 정도로 했으면 

날 대화에 참여시켜주겠다 싶었는데,

이 후로도 난 철저히 외톨이가 되었지.




이게 당연한 건가 싶어서

앞을 보니 톰보이 그 녀석도

아무 말 않고 그냥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더라고.



태국에선 이게 당연한 건가?

남자친구 냅두고 얘기하는게?

그래 태국에 왔으니 태국문화를 따라야지.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나도 핸드폰 켜서 유투브만 주구장장 봤어.

가끔 짠 할 때만 고개 들어서 짠 했고.

아무도 날 신경 안 쓰더라고

서러웠어.


파티가 끝나감에 내 표정은 더 굳어감.

좋은 척 연기하는 것도 질려서 

뛰쳐나오려고 했는데, 

다행히 파티가 종결되더라.



그리고 호스텔와서 T가 말을 걸어도 

영혼없이 웃어주기만하고

 12시까지 T와 아무 말도 안했어.



그리고 12시 지나는 순간에

폭풍 욕을 했지.



"이게 태국 문화인진 몰라도

너가 한국인이랑 사귈라면 배려라는 걸 해야돼.

니 앞에서 나는 배려라는 걸 도저히 찾아 볼 수 없고,

나는 이 여행 끝나고 널 더 이상 안 만날거야.

너랑 만나서 행복한 미래가 상상이 안되거든."




그 날 밤 

나는 T는 오열하다시피 울었고,

T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내 기분은 조금씩 풀렸어.





'좀 잘해라' 라는 의미로 

라이언 인형을 마지막 선물로 주었고,

이렇게 T의 눈물의 생일파티를 마무리했지.




얘가 다음에 한국에 왔을 때

똑같이 복수할 것이라고 

결심하며 잠들었어.



-다음 편에서-


이번 편은 태국에 도착해서

인터마라 거리 쪽에 숙소를 잡고 

아리에서 첫 날을 보낸 이야기임.




나는 처음으로 에어아시아를 타봤는데,

굉장히 불편했어.




그리고, 항공값이 싸게 나왔는데,

싼게 싼 것이 아니여.

수화물 추가하면 자꾸 돈 더 달래

그 돈 아까워서

캐리어 안 끌고, 105L 군용 인생가방 챙겨갔지.




근데, 너무 크다고 비행기에

넣을 수 없다고 제지당했어.

그래서 꾹꾹 눌러서

부피 줄일 수 있는거 직접 보여주고

겨우 기내에 반입 할 수 있었어.



매번 비행기 탈 때마다

이러니까 스트레스 받는다.ㅠㅠ




우열곡절 끝에 비행기를 탔어.

에어아시아는 수완나품이 아니라

돈무앙 공항으로 가서 오히려 더 편리했어.

돈무앙에서 직선으로 내려오면 

BTS 아리역이 있거든.




공항에서 내려서 

아리가는 버스 편 물어봐서

일반 버스 타니까, 30분이면 오더라.

T는 아리역에서 만나기로 했어.




태국에 온 것이 실감난다.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훅 하며 다가오는

뜨거운 공기와

꼬부랑 거리는 태국어가 쓰여진 노점상

태국에 다시 오게 된 것이 실감났어.





이 때는 태국어 회화만 조금 알았고,

글씨는 전혀 못 읽었는데,

지금 글자 배우는 입장에서

다시 사진 보게되니까

 조금씩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신기하네.




신남 신남.

이 자리에서

T를 기다렸어.



건너편에 T가 

미적미적 걸어오는게 보였어

역시 태국 스타일은 무단횡단.

신호등이 없어!



그리고 드디어 다시 만났네!

보자마자 안아줬는데,

배가 더 나온듯.




나 만나서 살 찌고 있다는건 아무래도

거짓말 같아.

나 없을 때도 살 찌고 있구만




우리는 T가 미리 예약해둔

ken이라는 호스텔로 이동했어.



위치는 아리 역과 사판콰이 역 중간에 있는

소이 인터마라 거리에 있어.



예전 포스팅에 클럽 소개하면서

인터마라도 언급했었는데,

이게 가게나 클럽이름이 아니라

거리 이름이야.



이 쪽 거리에 로컬인들이 많이가는 

코요태 바 or 고고바가 많이

형성되어있어서 

흔히 인터마라라고 하면 현지인들은

거진 다 알지.




밤에 여기 호스텔 길 걷다가

단란주점 같이 보이는 곳에서

아저씨들이 호객행위하더라고?



T에게 물어보니까

"저 쪽 쳐다도 보지마"

라면서 알려주지도 않았어.




T와 방금 만나 알콩달콩 이야기를

쓰고 있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인터마라 얘기를 지금 한다면

너님들이 날 핵폐기물급 쓰레기로

생각 할 테니까



다음 편에 짤막하게나마 쓸게.

볼 사람은 보고 말 사람은 보지마셈.





여튼, T와 같이 숙소로 들어가 

체크인을 했어.



내가 좋아하는 하얀색 침대보와 이불!

그리고 전체적으로 하얀 색의 방이라

참 좋았어.



하얀 방에 있으면 사람 미친다고들 하는데,

나는 깔끔해보여서 좋더라고?



짐을 대충 풀고,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갔어.

역시 태국에서의 첫 식사는 로컬이지!!



아리 근처에는 

돈 많은 외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메뉴판에 항상 영어가 적혀있어.

이런 세세한 배려가 참 좋더라고!



T는 항상 음식점가면

그릇과 수저를 닦아.




유별나다고 생각했는데, 

그릇을 유심히 보니

이물질이 많이 묻어있더라고




아무래도, 석회가 많이 포함된 물로

설거지 하기 때문에 물이 마르고 

석회가 남는 것 아닐까?




태국이면 또 맥주 아니겠어?

한국과 달리 얼음에 맥주를 먹는 문화!



이게 참 그리워서 한국에서도

몇 번이나 맥주에 얼음넣고 먹었는지 몰라.

(물론, 많이 싱겁지만...)




태국맥주는 얼음을 넣어도 딱히

싱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 같아.

개인적 선호도는

창> 싱하> LEO

레오가 가격이 가장 쌈.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어.

맨 왼쪽은 이름모를 음식인데, 

돼지고기였던 것 같아.



두 번째는 솜땀(파파야 샐러드), 

세 번째는 팟타이(볶음국수)

오른 쪽은 커무양(돼지목살구이)이야




바로 흡입!

강렬한 조미료 향.

쏨땀 빼고 다 맛있었어.

솜땀은 아직도 매워...



음식을 먹고, 우리는 아리 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갔지.





아리 역의 가장 큰 건물인

빌라마켓!!



밤에 보면 특히 이뻐.

빌라마켓 밖에는 값 싼 노점상들이 많고,

안 쪽으로는 레스토랑이 많아.


우리는 2층에 있는

유명한 디저트집에 가기로 했어.

이름은 잘 모르겠어.



그대신 아래에 사진은 있어

찾아가기 쉬우니까 한번 꼭 가봐.

여기가 그 디저트 집인데,

엄청 유명해서 사람이 항상 많아.

갈 때마다 웨이팅은 꼭 하는 것 같아.



웨이팅 할 때는 이름 적어야하는데,

태국말 잘 몰라도 눈치로

할 수 있으니까 겁먹지 말고!



웨이팅 하면서 앞에 대기석에 앉았어.

2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T는 항상 핸드폰을 달고 살아.

그 놈의 페이스 북....




나도 옛날에 페이스북을 많이 했지만,

주변인들이 항상 잘 사는 사진만 올리니까

박탈감 느껴서 안하게 되었어.



드디어 안 쪽으로 들어왔고,

주문을 했지.

우리가 주문한 건 이 카페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야!



기다리는 내내 또 핸드폰 만지는 T

너는 나를 만나는 거니, 

핸드폰을 만나는 거니...

핸드폰 부셔버리고 싶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메뉴가 나왔어.

위에는 하얀 코코넛 크림,

아래는 망고맛 빙수!



저 하얀 크림은 먹었던 크림 중에서

역대급으로 맛있었어.

가격은 200바트(6,600원)정도 했던 것 같지만

저 가격 주고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맛의 디저트였어.


먹이먹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T.





먹어봤는데 진짜 핵존맛.

천상의 맛이야.

한 입 먹어보면 진짜 그릇까지

핥아먹을 정도로 달콤하고 부드러워.

달달한 구름을 삼키는 맛이랄까?



먹으면서 우리는 T의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우리 부모님은 나 안 좋아해"



"그게 무슨 말이야?"



"남동생만 좋아하고, 맨날 차별해

맛있는 거는 맨날 동생만 주고,

내가 먹을 땐 돼지라고 하면서 주지도 않아.

심지어 옷을 사와도 동생꺼만 사오고

내꺼는 하나도 안 사와."



"에이 부모님인데, 설마 널 안사랑할까~"



"진짜야, 너무 서러워"



"알겠어, 그러면 내가 만날 때 나중에

물어볼게, 너네 부모님이 널 싫어하는지.

너는 가끔가다 생각이 너무 어린 것 같아"



"진짜 차별한다고!"



"용돈은 드리지?"



"꼬박꼬박 드리지"



"그러면 용돈을 끊어-_-

집 나와서 혼자살고"



"그.. 그정돈 아니야..

아무튼, 내일 부모님이랑 파타야 가는데,

너도 데려오라 그랬어."



"뭐? 당장 내일이야?

초면에 같이 여행가는게 말이 돼냐?!"



"태국에선 이게 일반적인 거라구!"



"나 한국인인데, 

여기 태국이라고 너무 강요하는거 아니냐-_-;

일단 간다고 했으니까 갈게.

얼마나 가?"



"2박3일"




"What the....

그러면 2박3일 동안

나 젠틀한 척 똥연기 해야된다는 거잖아"



"당연히!"



난 언제나 내 감정 안 숨기고 살아왔는데...

화나면 화내고,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하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똥연기해야한다니

막막해졌다...

뭐 실수나 안했음 좋겠네...



부모님과 함께 여행가는데 

군말없이 간다고하니 저리 좋아한다.

하.. 진짜 한 대 치고싶다.




나중에 태국친구한테 물어보니

초면인 남자친구와 

여행가는 집이 어딨냐고 하더라.



소개도 소개지만,

괜히 자기 편 만들라고 데려간 듯 싶다.

T는 로션바르는 내 모습도 신기한지

사진찍더라.




나는 피부가 좋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군대에서 확 늙는거 보고,

나갈 때 로션이랑 선크림은 꼭 바름.




T는 내가 항상 선크림 바를 때마다

나한테 게이라고 하는데

이래서 한국남자들이 뽀샤시 

한 거라고 생각안하는지.




T의 말에 따르면

태국남자들은 선크림 안바른다고 한다.

내가 태국남자들이 노안인 이유가

선크림 안발라서 그렇다고 뭐라고했더니

바로 입닫음.




선크림은 안바르면

피부노화 빨리진행되니까

이 글 보는 모든 사람들은 

꼭 바르고 다니길 바람.


우리는 가볍게 맥주를 

한 잔 먹고 자려고 했는데,

T의 절친이 나를 보러 

호스텔로 온다고 하더라.



이건 뭐 여행이라기보다 

T 주변사람 소개받는러 태국 온 듯.

그는 T의 절친인데,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재밌는 녀석이야.




항상 나와 대화할 때는 

수위 높은 대화를 하지.

T는 그럴 때마다 우리 둘의 등짝을 때리곤 해.




메이는 첫 만남부터 활발하게 다가왔어.

그러다가 잠깐 자기 친구들 있는 곳에 

같이 갔다오자고 하더라고.

T는 오케이했고, 나는 따라가야만 했어.



"T, 너 파자마에 생얼인데 괜챃아?"



"아 몰라, 귀찮아 그냥 가

멀리 갈 것도 아닌데"



'아니.. 내가 안 괜찮...'



우리는 일단 메이녀석의 차를 타고

아리 근처의 펍에 갔어.




근데, 펍은 포장마차가 아니라

밴드도 있고, 인테리어도 고급진 펍이였어.

우리는 입장했고, 메이가 이쁘게 단장한 남녀 8명과

앉아서 인사하더라.




다행히 나는 정상복장이었지만,

파자마만 입고 생얼로 온 T는 얼굴이 시뻘개졌고,

모든 사람들이 다 T를 쳐다봤어.




그래서 T는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나가버림.

나는 T를 따라 밖으로 나갔지.




"하하. 한국인 남자친구 데리고가면

너의 파자마 쌩얼이 용서받을 줄 알았냐?

아니면 이게 태국 스타일인가?

좋네 태국스타일!

북한에서도 술먹으러 이렇게는 안 갈듯.

께헤헤헷"



그 날 밤은

고통과 비명으로 가득한 밤이 되고말았지...




번외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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