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노가다 현장에서

드디어 참던 화를 폭발시킨 날이야.



몇일 전에도 내가 언급했던

자기는 일 안하고

다른 사람에게 일만 시키는 

떽떽이 아줌마 기억하심?



오늘은 진짜 폭발해버렸어.

가뜩이나 잠도 4시간 밖에 못자고 피곤한 상태에서

겨우겨우 출근했는데, 일 하는 시간보다

10분 일찍 시작해서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어.

그리고 무엇보다 짜증났던건

그 아줌마랑 한 조로 일하게 됐기 때문이야.



언제나처럼 그 아줌마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게 반말 뿐 아닌 명령조로 시켰었지.

기분이 줏 같았지만, 처음엔 네~ 알겠습니다 하며

일을 했어. 

나도 돈 벌러와서 문제 일으키기 싫었거든.



근데, 전기선 작업이 한 창이었을 때

내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어.

일단 전기선 작업부터 설명할게.

공사현장 특성산 무거운 짐을 들고

많이 왔다갔다 거리는데

발 밑에 전기선이 어지럽게 있다면

누군가는 크게 다치겠지?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기를 쓰려는 팀은 전기선을 천장 쪽에 있는

철골들 사이로 빼서 머리 위로 설치해야만 하지.

그리고 코드를 임의대로 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드 끝에 무슨 팀이 무슨 작업하는지 쓰게 되있어.



그 아주머니의 임무는 안전과 관련된 임무로 높은 곳에서

전기선을 빼는 사람과 지나가는 사람을 통제 하는 것이었는데

그냥 바라만 보고 아무것도 안해.

그래서 사람통제도 내가 했어.



이 때까지만 해도 저 아줌마는 역시 일 안하는구나

생각하며 안 좋게만 보고 있었는데

내가 작업내용을 코드에 붙이려고 할 때

그 아줌마는 또 기분나쁘게 명령조로 말하는 거야.



"야 이것 좀 붙혀"


안 그래도 그 사람에 대해서 나쁜 생각밖에 안드는데

옆에서 그렇게 말하니 슬슬 빡침 게이지가 올라왔어.


"아..예..."


"아니지. 그렇게 붙이는 게 아니지.

거기에 붙히면 어떡해?! 에휴"


"그럼 아줌마가 하세요!"


가뜩이나 그 아줌마를 안 좋게만 보고있는데

그 아줌마의 기분 나쁜 한숨소리에

나는 테이프를 아줌마한테 주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갔어.



그리고 대략 30분쯤 지났을 때

또 한번의 전기배선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위에서 내려주는 전기줄을 아래서 받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또 나를 부르더라고.


"야~ 이리와서 이것 좀 받아."


나는 20m 뒤에서 아줌마가 해야하는

사람통제 하고 있는데?



나의 빡침 게이지가 극에 달했고

맘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



"시켜대지만 마시고, 일을 좀 하세요.!"

그리고 나는 그 아줌마를 싸늘하게 쳐다보고

전기줄을 낚아채며 돌아섰지.


그 아줌마는 정곡을 찔린 얼굴이었어.

맨날 팀장이나 다른 오래된 사람들이 쳐다볼 때에만

일하는 척하고, 다른 사람을 내려깎으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리려는 사람이었으니까.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았지만,

그동안 아무도 말 하지 않았어.

다들 긁어부스럼이라 생각했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물론, 나는 하고싶은 말, 하고싶은 행동들을

다 하면서 사는걸 추구하는 사람이지만

아직 정상인의 범주 안에 속해있는 사람이라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야.



다만, 내 한계를 넘는 행동을 상대가 했을 땐

개 같이 물어뜯어.

인생 짧은데 내가 왜 참고 살아야함?

하고싶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해보이는데.



여튼, 아무도 안하는 말을 내가 하니까

그 아줌마는 충격에 빠져있더라.

그런 말은 처음 듣는게 확실해 보였어.



그리고 나는 묵묵히 내 할 일을 했지.

아줌마는 부들거리더니

평소 우리 팀과 친한 관리자와 몇 마디 나누더니

휙 사라졌어.

그리고는 어두운 얼굴로 팀장이

나에게 오더라.


"무슨 일 있었어?

그 아줌마 지금 집 간다고

문자 하나 보내고 사라졌더라."


"그 아줌마한테 남들 시키지만 말고 일 좀 하라고

한 것 밖에 없는데요?"


나는 어떤 경위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였고, 덧붙여서 말했어.


"그 아줌마 여기 팀원들이 다 싫어하는 거 아세요?

일은 안 하고 핸드폰 게임만 하다가

팀장님 오면 그 때만 일하는 척하고

괜히 팀장님 앞에서 다른 사람 깎아내려서

자기 존재가치 증명하는 사람이에요.



몇 일간은 제가 일 잘 모르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참았는데

정도가 너무 심하잖아요.

심지어 메인업무하고 있을 때도

사소한 거 하라고 하질 않나.

지금은 그 아줌마 얼굴만 봐도

역겨워요.



물론, 팀장님이 그 아줌마랑 친하고 오래있었던 것도

알겠는데, 말 한 마디에 그렇게 집가는 것도

관심 끌라고 쇼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여서 더 역겨워요.

물론, 팀장님 입장에서 그 분이 더 효용가치가 높다는 건 알아요.

그렇다면 저는 그냥 나갈게요."




팀장은 중립적 입장을 취하려고 하는 것 같았으나

난처해보이는게 눈에 보였어.

이러다가는 둘 다 아니 

내 친구까지 셋을 잃을 지경이었으니



내 친구는 이 곳 현장의 근무환경이

버는 수입에 비해

너무 빡센 환경이라고 느껴

다른 곳을 한참 알아보고 있던 찰나에 

나도 겸사겸사 이동한다면 잘 된거지 뭐.

아쉬울 것 없으니.



무엇보다 그 아줌마도 웃긴게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말 했다고

'나 기분나빠. 집에 갈래.' 보다는

일단 풀려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왜 그러냐고 그랬다면 

미안하다고 하는게 보통의 경우 아님?


심지어 요즘 '초등학생한테도 오락말고 공부 좀 해라'라고 했다고

우에엥 거리면서 집에는 안간다.



어쨌거나, 팀장은 다음부터 그런 일이 있을 경우는

그냥 무시하라고 하는 말을 한 후

이 대화는 끝나게 되었어.



점심식사를 마친 후

다시 일을 한창 하는데

그 때부터 팀장이 뭔가 나를 못 갈궈서 안달인거야.

가뜩이나 날도 덥고

허벅지 살도 쓸리고 바지도 터져서

매우 아픈 와중에

심적으로도 엄청 힘들게...




일이 7시 반에 끝날 때까지도

뭔가 꼬투리를 잡아서 갈구려고 하더라고?

집에 오면서 뭔가 하고 봤더니만

그 아줌마가 단톡방을 나간거야.

이제 내일부터 출근 안 하는건가?

그래서 날 갈구려고 했던 건가?

기분 탓인가?



잘 모르겠다.

새로운 현장에서는 여기보다 

일당 1만원 더 쳐주기로 했어.

잔업도 더 많고.

무엇보다 짱인 부분은

새벽 4시 반에 안 일어나도 된다는 점!

6시에 일어나면 된다고 하더라!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니

여기 업체 힘들어지는거고 뭐고

연락오면 바로 간다.

안된다면 계속 일 할 수 밖에 없지.ㅠㅠ

내일 그 업체에서 연락오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일단 자려구.ㅠ



다들 굿밤하셈!!





오늘도 역시 새벽 4시 반에 

알람소리에 깨어 일어났어.



오늘따라 특히, 일어나기가 싫더라.

온 몸이 아프고, 허리를 부러질 것 같고...

눈 뜨자마자 나온 첫 마디가

욕이었어.



하지만, 5분 간 멍하니 앉아있으면

곧 익숙해져.

다른 큰 형님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러 씻어야만 하지.

대충 5분 만에 얼굴을 닦고

로션을 바르고 밖에 나와서 구름과자를 하나 먹으면서

아직 떠있는 달을 보면 나와는 무관하게도

참 이쁘더라.



차는 정확히 새벽 5시에 출발하는데

항상 라디오를 키면 그 때쯤 애국가가 나와.

그리고 좁디좁은 차 안에서

5명이 구겨져 타고 있으면

암울한 분위기와는 상반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마치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에

분위기 있는 노래가 나오는 영화기법 같이...

이 때 허탈함에 쓴 웃음이 나오기도 해.



우리가 제일 먼저 가는 곳은

식당이야.

노동 근로자들이 먹는 식당은

함바식당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요즘 나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아침은 거르는데,

이 때 사용하지 않은 식권은

생필품이나 커피로 바꿀 수 있어서

나는 아침 먹는 것 대신

칸타타 아메리카노 커피를

3잔 먹어.



그리고 형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쯤에

차에 다시 구겨져서

작업장 인근 주차장으로 출발하지.



주차장에 도착하면 줄을 서서

관광버스를 타고

작업장으로 이동해.



작업장에 들어가려면

얼굴인증과 핸드폰 보안 어플 가동시켜야만

들어갈 수 있어.



오늘은 입장 했을 때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어.

오늘은 아침조회 이전에 휴게실을 한번 가봤는데

찜질방처럼 평상에 목베개가 있더라.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 그곳에 와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어.

나도 20분 정도 누워있다가

조회를 마치고 작업현장으로 이동했지.



작업현장에는 여러 직책의 사람들이 있어.

배관공, 용접공, 안전 관리인, 

화재 예방원, 감시원, 유도원 등등이 있는데

여성 분들은 특히 화재 예방원이나 유도원으로 많이 일을 해.



하루 일당은 똑같이 10만원이고,

잔업을 하면 마찬가지로 1.5배인 15만원을 받을 수 있어.

나이 많으신 아줌마 분들도 많지만,

가끔 젊은 여성 분들도 꽤 있더라.



우리 팀에는

화재 예방원으로 일하는 아줌마 한 명이 있는데

나와 내 친구는 그 사람을

'떽떽이'라고 불러.



하는 거 없이 서성거리면서 핸드폰 게임하다가

눈치 좀 보이면 사람들 

이거하라 저거하라 시키거든.

나는 그 아줌마의 존재가치를 모르겠어.

일도 전혀 안하면서 아는 척만 드럽게 많이 하고.



몇 일 전에는 5시간 동안 힘들게 일하고 온

나한테 일 좀 부탁하자고 하더니

길바닥에서 주운 핸드폰을 남자 탈의실 관리 직원에게

가져다 달라는 말을 했어.



대수롭지 않게 알겠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여자 탈의실은 10m만 걸으면 있고

남자 탈이실은 100m를 걸어야 나오는데

하루종일 대기만 하고 온 사람이

이걸 나한테 왜 시키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직접적으로 일을 도와주는 관계도

아닌데 말야.

그 이후로 나는 그 아줌마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되었어.



그리고 오늘!

대충 일이 마무리 되어갈 때

잠시 짬이 나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물을 떠온다고

그 아줌마한테 말했는데



남들이 자기의 존재가치를 알아주길 원하는 양

사람들이 쳐다보도록

"물 좀 떠오세요"

시키는 거야.



그래, 뭐 거기까지 이해 할 수 있었지.

근데, 내가 큰 물 통을 3개 가지고 가려고 하니까

그거 가지고 딴 지 거는거야.



"오늘 토요일인데 물이 세 개나 필요해요?

두 개만 가져가세요"


"나머지 한 개도 물통 비우고 세척 좀 해서

오려고 하는데요?"


"뭐 그럴 필요 있나요?

미리 닦아서 뭐해요"


"이거 어제부터 있던 물인데

그냥 두고 가면 마시는 사람 분명히 있을 텐데요?"



"그냥 두 개만 가져가요~"


이 때 옆에서 보던 형님이

"그거 작업하느라 먼지 엄청 들어갔을 텐데

닦아와라"라고 말했고


아줌마는 태세를 전환해서

"세 개 다 가져와서 닦아와요"라고 말했어.



나는 승질나서

"그럼 뭐 어쩌라고요!" 라고 소리 질렀어.

그리고 노려보았지.

그 이후로 아줌마가 뭐라고 말 한다면

나의 쌈닭기질이 발동해서




'아줌마, 하는 일도 없으면서

이래라 저래라 시키지 좀 말아요.

아줌마가 직속으로 일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월급 주는 것도 아닌데

최소한 양심이 있으면 일 안하더라도 물 같은건

아줌마가 한번이라도 떠와요.

맨날 핸드폰 게임만 하지마시고'

말할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바로 꼬리 내리는 바람에 말 못했어.



일 마치고 차 타고 오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 아줌마에 대한

얘기를 하던데

다들 그 아줌마 근무시간에 뭐하는지 의아해하면서

시키기만 시킨다고 겁나 욕하더라고.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흉 보니까 속이 시원했어.



차 안에서 다들 주말동안 뭐하시냐고

물어보니까 누구는 고향에 내려가고

누구는 머무른다고 하더라고.



나는 의정부 올라가면

가자마자 잠들고 다음 날 바로 와야하기도 하고

돈도 없으므로 머무르면서 카페에 갈 생각이라고 했어.



다들 몸이 피곤한데 카페는 뭔 카페냐고

아직 덜 피곤한가보다라고 놀렸지만

사실 카페가서 여유를 즐기면서

글 쓰는게 나는 너무 익숙한 자유였거든.

이게 너무 그리웠어.



사람들한테는 길게 설명하기 싫어서

사람 구경하면서 책 읽으러 간다고 했어.

그러더니 여기 남아있는 10살 차이나는 형이

자기도 같이 가도 되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알겠다고 하니까

진짜 오셨더라고.

고맙게도 커피 사주심.

커피 사먹을 돈도 없었는데 다행이었어.



그래서 글 쓰는건 포기하고

그 형이랑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수다를 3시간쯤 떨었던 것 같아.



대화 내용의 90%는

나의 태국 이야기였어.

그리고 일 하는 이유가 

태국에서 직업 구하기 위해서

여유자금 마련하는 거고, 

이게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을 했지.



그 형은 나의 태국여정기를 흥미진진하게 듣더니

번호를 따가서 꼭 태국 가있을 때 연락하면

받으라고 하더라.



얘기듣고 자기도 가보고 싶다고.

케어해달라고.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밤문화 가이드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_-

나 나름 교육자였는데...



여튼 이 형이랑 카페 가느라

오늘자 태국거지여행기는 못 올렸지만

그 다음 에피소드인

태국에서 4개월 머문 경험에 대한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놨으니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해.




피곤하니 오늘근황은

여기까지만 쓸게!

빠싱!!



친구와 모텔에서 잠들 수가 없었어. 

백수들은 원래 아침 해가 떠오르면 그 때 잠들거든.

서로 뜬 눈으로 밤새다가

결국 태국여행했던 얘기나 하면서 

아침6시까지 시간을 때웠어.



그리고 7시까지 가기로 한 그 공사현장으로

택시타고 갔지.



드디어 도착!

이 일대가 천안 공사현장이어서

어디로 들어가야하는지 

몰라서 한참을 헤맸어.


캐리어 끌고 돌아다니다가 이 입간판

튀어나온 모서리에

정강이를 찍혔어.


아니, 길 한복판에다가

세웠으면 인도 쪽 말고 도로 쪽에 세워놓던가...

차 옆에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는 여기 모서리에 찍혀버림.



일 시작도 하기 전에 피봤어.

저 쇠 파이프 모서리에 찍혔는데,

파상풍 걱정돼서 일단 사진 찍어놈.



나중에 다리 썩어들어가면

꼭 소송걸어야지.



우리는 관계자와 통화하고

 일단 공사현장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들어갔어.



여기가 공사현장이야.

밖에서 보는데, 무거운거 나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우리도 필시 저 사람들 중 한 명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몸이 움추려들더라.



공포영화에 많이 나오는 저 엘리베이터도 타게 되겠지.

고소공포증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함.



우리는 안 쪽 배관 관리팀 사무실를 찾았어.

사무실이라 할 것도 없이 작은 컨테이너였는데,

거기엔 지휘소장과 배관반장이 있었어.



그들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물어봤어.

이 일은 해봤냐,

어디서 왔냐, 나이는 어떻게 돼냐



내 친구는 이런 쪽 일에 베테랑이어서

이 일에 관련된 고급단어를 막 말하더라고.



"무슨 일 하다 왔어요?"

"조선소에 있다 왔습니다"

"뭐 해봤어요"

"용접 해봤습니다"

"오? 그럼 아크 할 줄 알겠네?"

"아크는 할 줄 모르고, 

쇼트만 좀 할 줄 압니다"



이게 뭔 소리들이야.

나는 입 다물고 가만히 있었지.



"이 쪽 친구도 같이 조선소에 있다 온거요?"

"네 둘이 같이 있다가 왔습니다"



졸지에 뭔가 해버린 경력자가 되어버렸어.

물론, 저렇게 말하는 게

통상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실제로는 대화 도중에 

기싸움이 엄청났어.

반장이란 놈이

이 일 해본 적 없으니 10만원에 하자는

말도 안되는 소릴했기 때문에.



우리는 11만원 듣고 온건데...

친구는 그 때부터 열받아하는게 보였어.



"아니, 저희 분명히 올 때, 11만원 듣고 왔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반장은 한 두달 일하다가 안하는 사람도 많으니

10에 하자고 쌩떼를 썼어.

어제 저녁에 바람맞아서 

모텔비 나간 것도 억울한데...



일단은 화제를 돌려

다른 질문을 했어.

"잔업은 많은 편입니까?"

"잔업 거의 없어~"



친구의 말에 따르면 잔업에 따라

350~400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잔업시 추가로 1.5배 더 받을 수 있으니까.



가뜩이나, 기본 하루일당도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깍으려고 하고 있는데, 

돈을 더 벌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하니

암담했어.



친구는 조용히 내 허벅지를 툭툭 치며

신호를 보냈어.


'여기 아니다, 다른 데 가자'


나는 그 즉시 이해했고,

베테랑인 친구 말을 따르기로 했어.



하지만 그 전에!!!

우리 여기와서 이 사람들의 

갑질노름에 너무 고생했으니

밥이라도 먹고 좀 쉬다가 가고 싶었어.



"반장님, 그럼 저희 일단 하더라도, 

내일부터 할게요.

저희 밤새고 와서 오늘부터 일하면 다쳐요.

오늘은 밥 먹고, 숙소에서 좀 쉬고 싶어요"


"오?! 그래그래! 밥 먹어야지! 따라와!"



반장은 자기의 의도대로

모든 상황이 끝난 게 기뻐보였어.



우리는 공사장과 계약을 맺은 

근처식당으로 가서

이모님들에게 밥을 달라고해서

분노의 아침밥을 꾸역꾸역 먹었지.


"J야(내 이름), 이거 아니다.

내가 다른 일 찾아볼게.

여기서 하지말자."


"그러자, 저 사람들 말이 자꾸 바뀐다.

저런 사람들 밑에서 일하면

나중에 그만 둘 때도, 돈 안쳐주고

최저시급으로 줄 것 같아.


근데, 우리 잠 못 잤으니까

숙소 구경할 겸 가서 좀 자다가 가자"



우리는 밥을 다먹고, 다시 한번 반장을 만났어.



"진짜 잔업 거의 없습니까?"

"아~ 아까는 거짓말 한거야~

잔업 많아!

근데 젊은이들이 돈 따라가면 안돼!

그라믄 못 써!"



'이게 뭔 개소리지??

야 임마 그럼 너는 돈 안 받고 

공짜로 일하라고 하면 할 거냐?'



어이없지만,

겉으로는 '예예 맞습니다' 하면서

숙소로 안내 받았어.



숙소까지는 차를 타고 5분 정도 거리였지만,

걸어가기엔 먼 거리였어.



숙소에 도착해보니

역시 처음 약속과 달랐어.



우리가 올 때는 

'오피스텔 하나 얻어서

둘이 잘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했는데, 가보니까 투 룸에

5명이서 합숙하는 형태더라..




여기는 뭐 구라 아닌게 없어.

이런거 예상은 했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해주지.



기대만 엄청 높히고

까보니까 다 구라야.



집은 엄청 더러웠고,

정리도 하나 안되있어. 

쓰레기는 여기저기

널부러져있고...



그리고 여기서 생활하면 돈 모으는 게 아니라

여기서 묶는 사람들이랑 밤마다

술 파티 벌일 것 같아.

소주병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더라...


그리고, 어딜 가나 페트병에 구름과자가 가득...

5명이서 동시에 구름과자 먹으면

폐 병 걸리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는 6시간 정도 숙면을 취했고,

그 사람들이 복귀하기 전에 

이 곳을 떠났어.



반장에게는 전화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건이 안맞아서 못 일하겠다'고 말하고

우리는 터미널로 향했지.




터미널로 가는 길에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어서 찍어봤어. 

알고보니 이 근처가

KTX 천안아산역 옆이더라고.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 시간 기다리면서

던킨도너츠 갔어.



커피랑 도넛 합해서 2천원

이거 먹으면서

눈물 흘렸어.



와서 돈 벌었기다보단, 돈 더 썼기 때문에

ㅠ_ㅠ

저녁+모텔+택시+시외버스왕복+커피값

힝...



어서어서 돈 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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