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치앙마이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방콕에 다시 돌아왔던 이야기야.



"햄. 저 이제 슬슬 방콕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온 듯해여"


"어? 왜?!

형이 뭐 불편하게 함?!"


"아뇨. 방 값 내러가야 해요!"


"Aㅏ...

그래, 알겠당.

근데 왜 금방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지?

기분 탓인가?

가기 전에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그래서 갔지!

여긴 Z형 만이 알고 싶은 

핫플레이스라고 하는데

정확한 상호명은 몰라.


해산물을 매콤달콤하게 볶아주는 레스토랑인데

한국인으 입 맛에 너무나도 잘 맞더라구!

가격은?!

몰라, 내가 계산 안 함.


돈 낸다고 해도 안 받고 스쿠터 운전이나

하라고 한 시점에서 맘 편하게 얻어먹었어.

그래서 남이 사준 비싼 음식의 가격 따윈

기억하지 않는다! 하하하


음식을 먹고 Z형의 태국친구이자

나의 뮤직 메이트인 꼬니와 케니한테

잘 있으라는 마지막 인사를 하며

뜨거운 포옹을 했지.


케니 녀석은 저번에 꼬니가

나를 터미널까지 태워다준 것을

내심 기억을 하고 있었던 건지

이번에는 기필고 자기가 공항까지

태워주겠다고 했어.


"J야. 내가 태워줄게."

"어? 나 짐 좀 많은데...?"

"아냐, 그거 들고 내 뒤에 타면 돼!"

"그러면 나 양손에 짐들어야 하는데

스쿠터는 뭘로 잡음?"


"안장 다리로 조이고 있으셈.

그러면 안 떨어짐!"


"그랩이나 우버타고 가면 안돼...겠지?"

"당연히 안된다 캅!"


그렇게 꾸역꾸역 케니의 스쿠터에

짐을 들고 타게 되었지.

다행히 운전은 안전하게 하던데

안전하게 해도 너무 안전하게 하는 거야.


"케니야... 나 공항 보딩시간 얼마 안남았어...

알고 있지?"


"아~ 알고있다 캅!

싸바이 싸바이다 캅!

걱정마라 캅!"


"케니야... 내가 지금 구글지도 보니까

우리 지금 공항 쪽으로 가는게 아닌 것 같은데...?"


"(빼액) 닥쳐라 캅!

어떻게든 도착하게 해주겠다 캅!"


케니는 남은 시간을 체크한 후

 열심히 스로틀을 당겼고

케니의 스쿠터는 미친 듯한 배기음을 내뿜으며

뽈뽈거리며 달렸지.


미안하지만, 케니야... 

그 스쿠터 이제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느려도 너무 느려...

그 정도면 교통흐름 방해로 신고당해...

좀 바꿔라 쫌!


우열곡절 끝에 

나는 공항에 도착 할 수 있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가 

비행기를 겨우 탈 수 있었어.


케니야... 고맙다.

다음에는 마음만 받을게.


비행기를 타고 나는 방콕에 내렸더니

이게 뭔 일?

비가 미친듯이 내린다...

하... 우기가 곧 시작되는구나...


한 참을 기다려도 멈추지 않아서

그냥 롯뚜 타는 곳으로 뛰어가서

타버렸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오는데

운전은 참 잘한다.

차 안에 에어컨도 틀어놔서

얼어죽는 줄 알았음...


다행히 가방에 수건이 있어서

대충 머리 닦고 젖은 부위(?)를

닦아내니까 샤워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인가?


그렇게 우열곡절 끝에

방콕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그리고 역시나처럼

T에게도 연락이 계속 왔었지.

한 번 쯤은 만나야한다고 생각했어.

그게 도리라고 생각했고

나 또한, T와의 추억이 많았기 때문에...


그리고, 치앙마이에 짧지 않게 갔기 때문에

맘이 조금은 진정됐을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지.


장소는 역시나 아리 -_-

T를 만나기로 한 날은

역시나처럼 우중충한 날이었어.


아리에 도착하자

그녀는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었고

신호 없는 횡단보도를 걸어왔지.


예전이었다면 그녀가 다가올수록

환하게 웃게되었을 텐데

내 맘은 그냥 그랬어.

그냥 아무렇지도 않았어.


우리는 만나서 제일 먼저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지.

지금에서야 알게 됐는데

그 레스토랑은 다름 아닌 그 곳이었어!




쉐프 인 더 박스!

내가 몇 일 전에 포스팅 한 곳인데...

이 때도 똑같은 메뉴인 까르보나라를 시켰더라고...

핵소름... 입 맛은 역시 변하지 않는 구나.


이 때는 코로 들어갔는지

 귀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어서 실망스런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나봐.

지금에서야 강렬하게 다시는 안 간다라고 느끼고 있지.


우리는 식사를 하며

형식적인 대화를 했어.


잘 지냈냐는 둥

뭐하고 지냈냐는 둥.

그러면 나는 얼음처럼 차갑게 말했지.

너와는 이미 끝난 사이인데

그게 왜 궁금해?


식당 안의 공기는

살이 에일 듯 차가웠어.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자리를 이동했지.


근처의 술 집으로 갔어.

사람이 없는 조용한 술집으로...

주위의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T는 이윽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지.


"J...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돼?

내가 더 잘할게."


"미안, 난 근데 아무 감정이 없다"


"흑흑흑... 꺼이꺼이"


"야 -_- 미안한데

나 여자의 눈물봐도 아무렇지 않아

울꺼면 우셈! 대신 난 웃을 거야!

하하하!"


사실 내가 여자의 눈물에 둔감해진 것에는

깊은 사연이 있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예전에 만났던 여자 중 한 명이

불리 할 때마다 눈물을 이용하곤 했어.


그 이후부터는 여자가 눈물을 흘려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 같아.


웃어대며 사진을 찍어대니

T도 이윽고 눈물을 그쳤어.

우리 어머니도 내가 어렸을 적

울 때마다 토닥여주는 대신 입에 손가락을 넣어

켁켁거리게 만들고 벙찌게 만들어 못 울게 하셨지.

관심 가져주고 토닥여주면 더 운다는 어머니의 말씀.

맞긴 맞네여...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좋아하는 사람이 울면

마음이 아파.

하지만, '진짜 얘한테는 정말 별 감정이 없나보다' 

느낀게 정말 좋아했을 때라면 토닥여줬을텐데

이 때는 그 생각조차 들지 않았어.


"T야. 나 정말 너한테 

이젠 아무 감정이 없나보다.

미안~"


"그러면 조금만 노력해주면 안 돼?"


"어떻게?"


"나랑 조금 더 만나보고 그 때도 아니다 싶으면

헤어져도 돼. 우리 짧지 않은 기간 만났었잖아..."


"야. -_-

나 결혼까지 생각한 사람이랑 

6년 넘게 만났다가 헤어졌는데

너랑 만난 기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끝까지 이기적이네 -_-ㅗ"


"이렇게 널 보내기엔 내가 너무 미안해.

너무 못해준 것 같아서 미안해.

만나보고 아니다 싶으면 떠나도 좋아."


"흠... 애매하군...

일단은 그래볼텐데

별 기대는 마렴.

예전과 같은 연인사이라고 생각하지마."


"정말?!

그러면 내일 일 휴가 써놓을게.

전부터 너가 가고 싶어하던 아유타야 가자!"


-다음 편에서-

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대한민국의 명절 기간인 추석에 

와서 있었던 이야기의 에필로그야.





T를 보러 태국에 갔다 온 이후로

나는 다시 일을 하며 하루하루

한국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갔어.




학교에서 수업도 하고, 

틈틈히 임용고시 공부를 하며

밴드 녹음도 마무리 되어

공연도 했어.





공연


중간에 드럼이 '퍽' 소리를 내며 구멍이 뚫려버렸지만,

그래도 성공적인 공연이었던 듯 싶다.





뭐 요롬코롬 잘 지내면서 

T랑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화했지.



"T, 나 추석기간 동안에 출근 안 해~"


"추석이 뭔데?"



"한국의 그레이트 홀리데이야.

너 올 수 있으면 와라!

한국에서 태국가는 건 사람들이 몰려서 많이 비싸도

태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건 상관 없을 거야."



"그래?! 오케이 알았어.

상사한테 물어보고 일정 한번 맞춰볼게!

근데, 너 가족들이랑 같이 안보내도 돼?"



"괜찮아, 우리 친가는 돈 문제로 개박살나서 

형제들끼리 서로 안봐~

그건 그렇고, 너가 온다면

나도 성의를 보여야하니까, 

숙소는 내가 해결할게!"



"콜"




T가 한국에 와서 다시 재밌게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들떴고 하루하루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리고는 추석 기간에 서울은 텅텅 비니까

어디 놀러가기도 편할거고, 

아마 방 값도 저렴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




근데 왠 걸?! 더 비싸잖아?

아무리 모텔을 싸게 장기로 쇼부쳐봐도

하루에 5만원을 불렀어.




 8박9일의 여행일정인데

방 값만 40만원 나가서

그냥 원래대로 반반 내자고 하려다가

좋은 묘안이 떠올랐어.



나의 한국친구 B가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시험을 다 끝내고 방을 뺐다고 들었어.

그래서 바로 전화해봤지.



"B야, 너 방 계약기간 아직 남았냐?"


"응, 10월 초까지 계약기간인데?"


"나 거기서 열흘 만 살아도 됨?"


"그래도 되는데, 나 짐 싹 다 빼서

거기에 아무것도 없어"


"괜찮아, 괜찮아, 일단은 너네 집 좀 빌리자

밥 한 번 살게!!! 고맙다"



다행이었어. 

40만원이 0원이 되는 순간이었지.

물론, 반지하 원룸이지만 괜찮아.

한 번 가봤는데 몇 일 머무르기엔 부족함이 없었어.



'근데, 방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데 어쩌지?'



나는 곰곰히 생각했어.

이불도 없을 테고, 식기류도 없을 거고...

사기엔 비싸고 아깝고...

어쩐다...?






내 두뇌는 빠르게 회전했고,

나는 해결책을 찾았어.

답은 '용달'이었어.



나는 바로 용달업체에 전화해서

가장 작은 소형차인 다마스가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배달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봤지.



편도 4만원이래!!

그렇다면 T가 간 후 짐을 다시 빼야하니까

왕복 8만원돈으로 9일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거임.



40-8=32 즉, 32만원의 이득을 취할 수가 있는 것이지.

'이불은 집에서 가져가고, 

후라이팬 같은 것도 챙기자

그리고 컴퓨터도 가져가야지'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은 기쁨에 들떴어.



게다가, 노량진은 서울의 중심부라 

강남, 이태원, 홍대, 신촌과 같은

핫 플레이스를 가기에도 수유보다 훨씬 가까워서 

모든게 완벽하다고 생각되었어.



거기에다가 스쿠터까지 내가 끌고 간다면??

추석이라 서울 시내에 차도 없고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간편하게 슝슝 갈 수 있으니 금상첨화!!



나는 하나, 둘씩 준비를 하며 T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런데, 문제가 하나 터졌어.

T가 내 삔뚜를 상하게 한 거야.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T와 전화를 하고 있었지.



"J, 나 남이섬 가보고 싶어"


"아 그래? 무척 아름다운 곳이지.

근데 아름다운 남이섬 가기 전에

관광지이자 한국의 우울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서대문 형무소에 갔다가 가는게 어떨까?



"싫어~ 무서워.

그리고 그런 역사를 왜? 

어차피 오래 지났고, 한국 잘 살잖아?

그냥 잊어버려"



"뭐? 그게 할 말이야?

내가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우리 할머니가 그 때 살았었고, 

그거에 대해 지금도

눈물을 흘리시는데 어떻게 잊어 그걸.


우리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징집되는 꿈꾸면

자다가 소리지르고 그랬는데?

그걸 잊으라고 하면 잊을 수 있어?"



"아니 오해야..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자기네 역사 아니라고 막 던졌구만

너네 집에 모르는 사람이 무단침입해서

칼로 위협하고 집안 물건 다 가져가면서

너네 가족 강간해도 나중되면 잊을 수 있어?"



"그런 말 한게 아니라니까!!"



"닥쳐!!! 안 가!!"



한국을 좋아하진 않지만,

할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를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왔던 터라 욱해버렸어.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사실상 외국인이 남의 역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들어도 겪은 일만 하겠나

하물며, 지배도 안 받아본 태국 애가

이런 슬픔을 이해 할 리 없지.



몇 날 몇 일을 T에게 꽁해있다가

결단을 내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

너 우리나라 역사 공부 먼저하고 가자.

안 그러면 안 가.


우리는 서대문 형무소 먼저 갈거고

거기 고문하는 관이 있어.

거기 안에 들어가서 5분 있다 나오면

남이섬 같이 가고 아니면 안 간다.

거기서 우리 민족의 

얼룩진 피와 고통을 느껴보렴."


그리고 여기 갔다가 가면 

남이섬이 더 천국같이 

이뻐보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거야.






본 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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