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이어서

오늘은 대구에 가서 외국인 인 척 하면서

노닥거린 이야기야.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가니

외국인 몇 명이 앉아있었고

매니저 형님은 반갑게 인사하며

우리를 맞이해줬어.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hello~ we booked this guest house,

can u cherk?"


"아 오케이, 오케이!

왓 츄 유어 네임?"


"창 앤 싱하"


그러자 옆에 있던 한국인 투숙객 아저씨가

한 마디 했어.

"어? 그거 태국 맥주 이름 아니야?

허허 재미있네"


그러자 매니저 형님은

국적이 어디냐고 물어봤어.

괜히 태국이라고 하면

우리가 한국인 인 것이 일찍 뽀록날까봐

타이완이라고 했어.


"오? 타이완?!

여기 대만 분도 계신데?

헤이! 여기도 대만 사람이래요,

대화 좀 나누세요!"


그러자 대만 사람은

"#$!^!@%^#$ 쉬먀?"

말을 걸어왔고

나는 상당히 당황하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지만,

나는 어렸을 적 외국으로 일찍 나가서

중국어 못한다고 적당히 둘러댔지.


매니저 형님은 체크인을 위해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어.


우리는 지난 태국 여행 이후로 

여권을 빼지 않았기에 다행히 여권이 있었어.

매니저 형은 청녹색의 대한민국이 쓰여져 있는 

우리의 여권을 보더니

콧물을 뿜으며 웃음을 터트렸어.


"아니 이게 뭐야! 한국분이시네!!"


"only today, we are foreigner,

because we wanna enjoy korea perfectly as foreigner!

(오늘 만큼은 우리는 외국인이야.

왜냐하면, 우리는 외국인으로써 

한국을 완벽하게 즐기고 싶거든!)


"와... 그래도 대단하네요.

여권까지 준비하시고!

제대로 즐기시네!

그래도 한국말 들으실 수는 있죠?

따라오세요! 안내해드릴게요!"


우리는 각 시설과 주의사항을 안내받으러 갔어.




들어갔을 때의 앉아있는 외국인들!

맨 오른 쪽에 있는 녀석은

러시아 친구인데 대화를 해보니

자기도 태국에서 4개월 살아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태국어 잘 할 줄 알았는데

아주 기본적인 거 밖에 못한다.


궁금하기도 하고 더 얘기하고싶었는데

안내받아야 했으므로 얘기는 나중으로 미뤘지.


인테리어는 나무나무여서 너무 좋았어.

나무로 된 인테리어 보면 

마음이 진정된다고나 할까?

하루에 9천원짜리인데 대충 관리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너무 좋았어.



침실로 가니 쾌적한 이층침대가 있었고

비밀번호를 설정해서 쓸 수 있는 

개인 락커룸이 있었어.

이불도 빨아놓아서 냄새도 안나고 깔끔하더라.


나는 혼성 8인실 썼는데

침대마다 커튼이 있어서 

서로 옷갈아입는데 불편하진 않을 것 같더라.


방콕에서 봤던 것처럼 남자가 있던말던

신경안쓰고 거리낌없이 옷 갈아입는

서양누나들이 있길 바랬는데

그런 사람 전혀 없음.

아쉽아쉽...


옥상으로 가니까

안마의자와 발 안마기가 있었어.

매니저 형은 저기 누워서 구름과자 하나 먹으면

천국이 보인다고 한번 해보라는 거야.


진짜 그래도 되냐고 재차 물어봤는데

상관없다고 하면서 날 안마의자에 앉혔고

재떨이까지 가져다주셔서 시도해봤어.


와... 지상낙원이 바로 여기구나...

내가 여기 게스트하우스에서 

제일 좋았던 게 바로 이거였어.


안 그래도 노가다 때문에

근육이 다 뭉쳐서 온몸이 아팠는데

이거 받으면서 구름과자 먹으니까

눈물 날 정도로 몸이 시원해지고

기분적으로도 영화에 나오는 끝판 보스 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어.


문득 드는 생각이 여기 9천원으로 장사해서

남는게 있나싶었어.

물어보니까 매니저 형은 직업이 따로 있고

세계여행하고 돌아와서 

취미로 개업했다고 하더라.


관리는 어머니께 맡기고 

자기는 가끔와서 매니저 일만 한데.

아무리 취미여도 그렇지...

게스트들이 쓰는 충전기 전기요금도 안나오겠다고

생각했는데 옥상 위에 태양광이 있어서

전기요금은 문제 될 것 없다고 하더라고.


우리는 매니저 형과 많은 얘기를 했어.

이 사람은 전 세계를 거의 돌아다녀봤고

우리는 안 가본 세계에 대해서 궁금했기 때문이지.


특히, 내 친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궁금해했어.

김태희가 밭에서 일한다는 그 곳!


매니저 형이 말하길

우크라이나 물가는 말도 안되게 싸고

엄청 예쁜 여자들도 많지만

지역에 따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고 하더라.


우크라이나도 꼭 가보고 싶은데

괜히 인종차별 받을까봐 걱정돼긴 해....


우리는 매니저형과 긴 여행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내려가서 블로그 글을 썼고

친구는 피곤하다며 낮 잠을 잤지.


공사장에서 노동 할 시간에

블로그 쓰니까 그것마저도 행복하더라. ㅠ


글을 쓰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소고기 냄새가 나서

'파티라도 하는 걸까?' 생각을 하며

냄새를 따라 가보니

옥상에서 매니저 형과 그의 어머니가 

소고기를 구워드시고 계셨어.


나는 괜히 머쓱해져 

일부로 그 쪽은 절대 쳐다보지 않고

옥상 끝자락으로 이동해 구름과자를 먹으면서 

핸드폰만 두들겨댔지.


그러자 매니저 형과 어머니는

같이 먹자고 제안해왔어.


"여기와서 좀 드세요!"


"아... 아니에요, 맛있게 드세요..."


"이거 한우에요! 좀 드시다 가세요!"


"정말 괜찮아요. ㅎㅎ

우리 여행온거니까

친구랑 나가서 더 맛있는 거 먹을려구요!

맛있게 드십쇼!!!"


속으로는 굉장히 먹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사람유형이

음식 먹을 때 꼭 와서 군침 흘리면서 맛있겠다 

하는 사람이야. 


때문에 내가 한우라는 것에 넘어가

그 자리에 껴서 같이 먹는다면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한 입조차 먹을 수 없었어.


진심으로 이 순간만큼은 

가오가 육체를 지배한 순간이라 볼 수 있지.

정말 맛있어보였지만

1%도 티를 안냄.


나는 그 냄새를 맡고 내려와서

블로그를 최대한 빨리 마루리하고

친구녀석을 깨워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어.

어디로? 야시장!


태국에서 야시장 참 좋아했는데

외국인의 입장에서 야시장을 둘러볼겸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어?

그래서 친구와 급하게 나와

호스텔 근처에 있는 도깨비 야시장으로 걸어갔지!


도깨비 야시장은 

서문시장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정말 배고파서 도저히 거기까지 

갈 수가 없다는 판단하에

호스텔이랑 3분거리인 

도깨비 야시장을 가기로 결정했어.





도깨비 야시장에 드디어 도착!

시장이라 하기 미안할 정도로 많이 작았지만 

그래도 여러 개의 길거리 음식점들이

이쁘게 나열되어 있었어.


하지만?!

가격이 창렬하다...

우리의 저녁예산은 인당 6천원 씩이었는데

3천원이하의 저렴한 음식은 찾아보긴 힘들었어.


그리고 맛은 있어보였으나

그레이트 노가다맨들의 뱃구레를 채우기엔

양도 턱없이 부족했지...

그래서 포기하고 대구 시내 쪽으로 

이동해보기로 했어.


대구 시내로 진입하기 전에

게임축제같은 거 한다는 표지판이 보여

우리는 축제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었지!


하지만, 축제는 이미 끝나있었고

부스는 아무것도 없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즐길게 아무것도 없다. ㅠ


그렇게 친구녀석과 한 참을 시내를 배회했어.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하지만, 대구시내는 우리의 주머니 사정 따윈 

상관없다는 듯이 너무나 가혹했고

우리는 대구시내에 있는 어떠한 음식점도 갈 수 없었어.

그래서 일단 커피 한 잔으로 공복을 때우려고 했지.


주변에 저렴한 테이크아웃 전용 커피집을 찾았고

우리는 영어로 주문했어.


"아이 원트 아메리카노 빅 사이즈"

"미 뚜! 쎔쎔!"


그러자 점원이 우리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한 마디 했어.


"아이스요?"


"예스 예스!

위 워너 아이스요!"


"하아... 절레절레"


친구는 엄청 부끄러워했지만

우리가 외국인이라면 외국인인거다.

무례한 점원녀석.

나중에 니가 내 노가다 보조로 온다면

영어로 일을 시켜줄테다.



그래도 성공적으로 구매했어!

일부로 점원 앞에서

외국인인 척 더 하려고

이 커피가 한국커피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눈 앞에서 인증샷 찍어드림.

이래도 한국인이라고 생각 할 테냐?


우리는 커피를 딸랑딸랑 들고

결국 우리의 마음의 고향인

편의점을 들어갔어.


한 가지 걱정되는게

매니저 형한테는 맛있는거 먹으러 간다고

엄포를 해놓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걸 들킨다면

정말 우리의 자존감이 무척 상한다는 것...

그래서 먹고 가려고 했어.


마치 급식비 없어서 수도가에서 물로 배 채우는

취약계층 학생이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는 것처럼.


하지만,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어.

편의점에서 물건 고르는 와중에

퇴근하는 매니저 형이 편의점에 들어왔어.

하필 왜 항상 우려하는 부분은 현실이 될까...

매니저 형은 우리를 보고 말을 걸었어.


"어? 뭐 맛있는 것 좀 드셨어요?"

"아뇨... 너무 비싸서요. ㅎㅎ;"

"아?! 아... 예..."


오히려 가난뱅이임을 숨기지 않으니

더 이상 무엇을 어디서 먹었냐 등등의

추가질문을 하지않아 

맘이 오히려 편해짐.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 식사를 했어.

이걸 보니 노가다판의 

식사가 잠시나마 그리워지더라.

맨날 똑같은 거 먹어도 돈은 안 썼는데...


우리가 놀러가서까지 이렇게 불쌍하게

찌질거리며 저녁을 먹은 이유?

밤에 클럽에 가서 입장료를 내기 위해서지!

클럽에 안 갈 거였으면

12,000원 짜리 밥 먹을 수 있었음!!

하지만, 대구에 왔으니 대구의 클럽도 경험해봐야지!


그래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꽃단장했어!

그리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친구녀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거야.

"없어! 없어! 없다고!!!"


"뭐가 없는데?"


"내 신발!!

숙소에다가 놓고 왔나봐..."


"헐... 슬리퍼 신고가면 안에 못들어가 인마!"


"어떡하지?"


"야 그래도 우리는 신발이 하나 더 있잖아.

작. 업. 화."


내 친구는 결국 투덜거리며 

작업화를 신고 클럽으로 이동했지.

다행히 작업화가 워커처럼 생겨서

자세히 보지 않는 한 티는 많이 안남.


드디어 숙소를 나와 클럽거리로 이동했어.

가는 내내 인터넷 서칭을 통해서

대구의 클럽을 검색했는데

나이 때가... 20대 초중반이라는 거야...


길거리에는 젊고 멋지고 키도 큰

아이돌 같은 대구동생들이 돌아다니니까

'우리가 거기서 놀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확 들었어.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옷 매무새를 다듬으려 거울을 보는 순간

상상속의 내 이미지와는 다른

현실에 살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어.


자괴감이 많이 들어서 급 슬퍼졌는데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노가다 소장님이 서계셨어.

'그렇다. 내 뒤에는 항상 이 녀석이 서있었지.

고맙다, 친구야. 나는 아직 젊구나.'


그렇게 친구로부터 용기를 얻어

우리는 클럽거리로 향했지.

그리고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클럽

AU와 Monkey 클럽에 갔어.


근데, 이게 웬걸...

두 개의 클럽에 사람이 없다...

일요일 밤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아니잖아.


이게 밤 11시의 대구 시내였어.

사람이 거의 없어....


우리가 여자를 꼬시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사람이 이렇게 없으면

태국댄스를 추더라도 너무 민망하잖아.


우리는 급하게 후다닥 나왔어.

그리고 깊은 고뇌에 빠졌지.


우리가 원했던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재롱잔치하듯 춤을 추며

나이의 둘레에서 벗어나 위아더 원하며

강강술래하는 거였는데...

그럴려고 저녁도 거지처럼 먹었는데...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게스트하우스로

복귀해야만 했어.

나는 클럽비용을 아낀 돈으로

맥주를 사서 올라갔지.



게스트하우스 안에서의 파티는 없었고

사람들은 대화없이 각자 핸드폰만을 보며

자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나 또한, 나대지 않고 맥주를 마시며

블로그 글을 수정하고 있었어.

내 친구는 피곤했는지 오지 않았고...

혼자 무척 심심했다.


그 때 한 한국남자가 오더니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거야.

여행 유투버인데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인터뷰 대상은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쁘장한 대만 여자스텝이었어.


그 여자스텝은 부끄러운지 거절했어.

그리고는 다른 대만사람들 있으니까

그 사람들에게 하는게 어떠냐고

제안했어.


그 유투버는 대만남자를 보더니

아!! 안된다고!

저 사람들은 아까 보더니 한국말도 할 줄 알고 

여기 오래 있어서 있는 것 같아서

한국에 대한 신선한 느낌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자스텝은 

여행온 대만 여자는 어떠냐고

제안했어.


그러자 그 유투버는 

그 사람의 얼굴을 쓱 보더니

아! 안된다고!

저 사람은 영어를 잘 못한다고!


그래서 옆에 있던 영어를 잘하는 대만남자가 

영어로 통역해주겠다하니까

아! 안된다고!

그러면 영상 편집이 힘들다고!


나는 옆에서 관심없는 척 듣고있다가

하도 속이보이니까

너무 웃기더라.


걔는 그냥 그 여자스텝이 이뻐서

아예 걔랑 하기로 이미 맘 먹었구만 뭘...

표면적으로는 정식인터뷰다 뭐다 하면서

매너있고 진중한 척하지만

나중에 들어올 때 보니까

인터뷰 끝나고 거의 얼굴을 맞대고 있더만.

고추질인거지 뭐.


님들도 사랑이 움틀거리는

게스트하우스가서 인터뷰하셈.


어쨌든, 나는 그렇게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낮에 태국에서 살았다던 러시아 놈이

들어오는 거야.

그리고는 안 쪽 자리로 앉고 싶은데

비켜줄 수 있냐고 물었어.


"물론이지! 근데 내 무릎 위에 앉아도 괜찮아!"


보통 러시아 사람이었으면 

바로 주먹 날라왔겠지만

이 녀석은 낮에 잠깐 얘기해봤을 때 

착한 녀석인 것 같아서 장난쳐봤는데 

잘 받아주더라.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어.

"너 태국에서 어디서 살았어?"


"난 우돈타니 살았어."


"오 진짜? 나 이싼지역도 여행가봤는데.

나는 방콕에서 살았어.

우리 태국도 추억할 겸 태국어로 대화하자"


"나 태국어 진짜 못해.

사왓디캅 컵쿤 캅 커톳 캅 

이런거 밖에 몰라..."


"태국어 되게 쉬운데?

내가 한 가지 팁을 알려줄게

영어 끝에다가 캅만 붙이면 돼.

Where are u going krab?

이런 식으로!"


"아! 이걸 이제야 알다니!

땡큐 캅!"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영어에다 캅만 붙혀서

태국어를 했더랬지.


그 모습을 보고 주위에 있던 

2명의 대만 남자와

1명의 대만 여자

1명의 한국 여자가

웃으면서 그게 뭐냐고 대화에 참여했어.


그렇게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가 텄어.

그 이후로 우리는 소주를 먹으면서

중국어 타임을 가졌어.


"따거 따거!"


"그게 뭐냐?"


"따거 모름? 빅 브라더!"


"아! 따그ㅓ?!"


"아 발음이 그거임?

따그ㅓ? "


"따거는 남자한테 쓰면되고

나한테는 따찌에 써야해.

여자한테는 따찌에!"


"뭔 소리여, 따거 맞는데.

농담하지 마쇼! 따거!"


그렇게 똥꼬발랄한 분위기를 

이어나가다가 게스트하우스 직원들이 

시간이 늦었으니 옥상가서 떠들라고 해서

 다같이 옥상으로 이동했어.


옥상에 가보니 자는 줄로 알았던 내 친구가

어떤 한 형님과 대화하고 있는거야.

내 친구는 나를 그 사람에게 소개시켜주더라.


"행님, 얘가 그 태국에서 4개월 있었던 녀석입니다"


"아! 반가워요!"


"네 반갑습니다! 

형님도 태국에 갔다오셨나봐요?"


"아 저는 거기서 4년 정도 살았습니다"


그 형님은 태국 여행사 총괄 매니저로 4년 정도 

일하다 온 사람인데

얘기를 나눠보니 더 이상 태국 쪽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하더라.


태국에서 살 의향이 있는 나는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질문했어.


"저는 솔직히 태국에서 살 생각이 있고

이번에 가면 직업을 구해볼 요량을 갈 생각입니다.

태국어는 1년 정도 잡고 일하면서 꾸준히한다면

외국계 회사에 취업 할 수 있을까요?"


"아... 좀 힘들겁니다..."


"그러면 한국사람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공장 쪽은요?"


"기술 있어요?"


"없어요..."


"그러면 그것도 힘들겁니다..."


"젊음, 패기로만으로는 역시 안되는 군요...

그렇다면, 가이드 쪽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쪽은 아예 생각도 하지마세요!

제가 여행사 쪽에서 총괄매니저로 일해서

가이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잘 알고

말씀드리는 거에요. 제발 하지마세요."


"넌지시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이유를 알고 싶어요."


"항공값이 30만원이라고 쳤을 때,

4박5일 호텔 식사 포함한 가이드 상품이

40만원이라면 남는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손해보는 시스템일 수 밖에 없는데

여행사가 안 망하는 이유?

손익분기 점을 라텍스나 

상품팔이로 채우거든요.


1000만원이 손익분기점이고

가이드 상품이 400만원일 때

600만원어치 물건을 팔아야 본전이라 이거죠.

못채우면?

가이드가 내는 거에요~


10명 가이드로 들어오면 결국엔

1명만 남는데,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

나이가 40~50대에요.

그럼 헬퍼랍시고 수발 다 들어야돼요.

가끔 범죄 경력있는 분도 계시고

일하는 것도 엄청 힘들다고 보시면 돼요.

제발 가지않기를 적극희망합니다."


넌지시 알고는 있었지만

이러한 현실성 있는 조언을 듣고

합리화를 하던 내 자신이 한심해보였어.


'태국가서 태국어, 영어 공부하면

어떻게든 길이 뚫리겠지.

한국만 아니면 돼.

잘 될거야.'


라고 생각을 했었어.

사실, 무척 힘들단거 잘 알고 있었는데

이미 겪어보고 했던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확실하게 다가오더라.

그동안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현실을 부정해왔을지도 몰라.


파티가 끝난 후에도 한 참을

그 형님과 더 얘기하면서

많은 생각이 가진 채로 잠이 들었어.


'난 무엇을 해야할까?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다음 편에서 -



이번 편부터는 내가 태국에서 4개월 동안

있었던 이야기의 에피소드야.



이 에피소드가 끝나면

더 이상 태국에 대해서 할 얘기가 음슴으로

노가다 일이 이 에피소드보다 빨리 끝나길 바랄 뿐임.



작년 내내 나는 계속 생각했어.

임용고시가 떨어지면

태국에서 몇 개월간 장기거주 할 거라고.

몇 번 여행가봐서 대충 물가는 아니까

현지인들이 먹는 식사로만 밥을 해결하면

몇 개월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어.

여행 막판에 나는 진심으로 태국거지가 되었지.

어떻게 쓰냐에 따라 태국에서는 많은 돈을

하루아침에 다 쓸 수도 있고,

적은 돈으로 길게 체류 할 수가 있어.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경비를

쉽게 내 경우에만 국한해서

단정지어 말해준다면 당신들의 여행을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단걸 알려주고 싶어.



어쨌거나, 내가 태국에 4개월 살았다고 하니까

임용고시 결과는?

뻔하지 뭐.



3점 차이로 떨어졌어.

서술형 한 문제에 4점이라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진거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소수점으로도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니

별로 아쉽진 않다고 봐야지.

나와 내 친구들은

동네에 있는 무한리필 돈까스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한 1월 13일에

나의 합격결과를 다같이 클릭했지.



막상 놀리기로 한 친구녀석들도

'합격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보자

얼굴이 굳더니

'이거 놀려도 돼나?'라며

자기들이 심각한 얼굴을 지었었어.



하지만, 나는 괜찮았어.

애초부터 일하면서 할 수 있을만큼 공부도 했고

떨어진다해도 태국 4개월 여행이 무척 기대됬거든.


친구들은 내 상태를 보고 안심했는지

그 때부터 놀리더라고.


'사회 공무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새끼'


그게 내 수식어가 되었지.

그 이후로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렸는데

9월에 팬션가서 개에서 물렸던 사건이

1월이 되어서야 형사조정회부 통보가 왔더라고.



내 시험에 떨어진 모든 분노는 거기에 집중되었지.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그 아저씨에게 인실줏을 실현하며

돈을 받아냈어.


그래서 그 돈으로 기분전환도 할 겸

태국가기 전에 머리도 할 겸해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중 하나인

'스핀 스왈로펌'을 했지.



물론, 의정부 시내에서 가장 싼

파마샵에서 말이야.

기본펌은 2만원인데

스왈로펌은 3만원 받더라.

그래도 예전에 7만원 주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쿨하게 3만원 얼른 줘버렸어.



학교에서 일하는데 이렇게 해도 되냐고?

교육자가 모범이 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지만, 교사도 사람임.

꾸미고 싶음.

학생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랑

교육만 잘 하면 됐지.



애들 앞에서 흡연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이건 좀 다르다고 생각해.

실제로 내가 일하던 학교에는 여교사가 

이 머리 한 사람도 있었어.


개인적 가치관으로 성범죄를 제외하고

학부모나 타인들이 학교수업시간 외에

교사의 행동에 대해서 뭐라할 순 없다고 생각해.


뭐, 난 이제 더 이상 교육자가 아니라

노동자지만...



초등학생들 순수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순수해.

생각만큼 그렇게 영악하지 않아.

물론, 피시방에서 만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초등학생들도 

부모님 안부 많이 묻는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태국에 갈 것을 생각해서 예산을 짜거나

태국어를 공부했어.



나는 주로 방콕의 아파트먼트를

찾아봤는데 싼 가격에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는 곳은

거의 없어서 찾는데 조금 힘들었어.

나는 주로 여기를 이용했지.

www.renthub.in.th/


나는 여러 곳의 후보지를 선정해놓고

후기를 읽어봤어. 그리고 태국에 갔을 때 직접

가보고 계약했지.

1달이상 거주 할 사람이라면

적극추천함.



예산이라면

비행기 값 제외하고 600만원+@로 4개월을 살았어.

클럽이나 유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비행기 값 포함하고 600만원이면

충분히 4개월을 살 수 있어.



하지만, 나는 클럽을 아주 좋아했어서

돈이 더 들었지.

클럽갔을 때마다 1000~1500바트(33000원~52000원)

사이를 썼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만약? 여기서? 워킹걸을 만난다면?

상상이상으로 돈이 깨지니까 그런건 알아서

계산하셈요.

나처럼 장기투숙하는 태국거지라면?

만나지 않는게 상책이다.




나는 태국여행을 준비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러다녔어.



첫 째로 내 친 형.

내 형은 누구보다 나를 걱정해서

안전 또 안전을 강조했지.


형 친구 중에 태국 가이드로 일했던 사람이 있는데

월급날 태국강도를 만나서

돈 안주고 없다고 버티다가

강도가 휘두르는 칼에 엄지 손가락이 절단되었어.


그 말을 듣고 난 후

내가 태국에 갈 때마다 걱정하지.


태국 가는 사람들은 왠만하면

으슥한 길로 가지말 것을 추천해.

시비도 붙지말고!

시비가 붙는다면 웃는 얼굴로 

미안하다고 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도록 해.


쌈닭인 나도 왠만하면 자제하는 편이니까.

루트66 클럽에서 우리 술 누가 훔쳐갔을 때만

유일하게 화내고 뒤집어엎었어.



님들은 나보다 돈이 많으니

그런 2000바트짜리 양주 잃어버린다 한 들

화내지 말고 그냥 쿨하게 넘기셈.



다시 친 형 얘기로 넘어가서

가족단위로 쓸 수 있는 현대 다이너스 카드를

내 이름으로 만들어줘서

공항 vip 라운지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어.

연회비가 적은데, 가족이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카드니까

님들도 사용해보셈.


라운지를 나는 태어나서 처음 가봤는데

너무 좋더라.

대접받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밴드멤버들도 만났어.

보컬 형은 나의 태국 원년멤버로써

내가 태국에 장기로 가는 것을 매우 부러워했어.

보컬 형은 내가 태국에 머물러있는 동안

티나와 함께 놀러올 것을 약속했지.



그리고 카오산가서 

길거리 공연을 하던 뭘 하던

하자고 다짐했어.


나 없는 동안은 밴드 진행이 모두 스탑되지만,

자작곡 10개를 만들어온다는 약속 하에 갔지.

실제로 10곡을 모두 만들어왔는데

첫 달부터 할게 없어서 기타만 치면서

10개의 곡 작업을 다 해버렸어.


그 이후로 기타 꼴도 보기 싫어서

나머지 3달동안 다시는 치지 않았지.


이 분은 나의 어머니.

덕분에 잠시나마 유복한 가정에서 잘 지냈습니당.

지금은 경제사정이 무너져버렸지만,

학창시절엔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

어디가서 돈 없으면 기 죽는다고

꼭 돈 챙겨주셨었는데

이젠 물려줄게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네.



유산 그런거 필요없으니

부모님 노후만 알아서 잘 하셨음 좋겠다.

나 혼자 살기에도 벅차서 ㅜㅜ


어머니는 내가 잘 지낼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되니 가끔 연락하라고 하시더라.

실제론 거의 연락안함.

죄송요... ㅜ



여긴 내 친구들 O와 B.

태국 가기 전 한 참을 못 본다며

가기 전까지 같이 있어줬어.


나는 내가 태국에 있는 동안

이 친구들이 오기만을 바랬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바빠서 못 왔어.

그게 제일 아쉽더라.


언젠가는 꼭 같이가서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



얘는 내 애마 프리윙.

추운 겨울부터 여름까지

아프지말고 잘 버티고 있으셈!


둘 째 이모네 아파트가

따듯한 지하 주차장이 있어서

거기에 커버 씌우고 짱 박아놨어.

돌아왔을 땐 시동이 잘 안걸렸지만

아직은 더 달릴 수 있는 녀석.


친구들 말에 따르면

엔진소리가

'이제 날 죽여줘'하는 것 같다지만

그리 쉽게 보내줄 수 없다.

조금 더 혹사당해야 해.



이 녀석은 내 동생 홍초.

한국에 있었던 5년 만난 전 여자친구 분이

분양 받아주신 놈으로

개를 싫어하던 내가 이 녀석으로

우울함을 딛고 다시 태어날 수 있었지.


부모님 둘 다 개를 안 좋아하시는데

자취방에서만 나와 살던 홍초를

집에 데리고오니

오자마자 부모님에게 교태를 부리더라고?


주인 닮는다고 똥연기 무진장 잘한다...

그 이후로 우리 집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아버지는 홍초를 매일 안고다녀.



이 녀석은 태사랑에서 만난

동행하기로 한 부산 동생이야.

이 녀석이 서울로 출장 올 일이 있어서

동서울 포차에서 만나서 가볍게 소주 한 잔 하면서

태국에서 놀 계획을 짰지.


물론, 이 녀석은 단기 여행자였지만

나도 단기 여행자의 마음을 느끼며

같이 놀고 싶었어.


무엇보다도 이 녀석은 아쉬워하며 갈 때

나는 남아있잖아!

나는 그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

수 많은 단기 여행자와 같이 놀고 헤어질 때마다

나는 도깨비의 공유가 된 듯한 느낌이었어.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놀더라도

그들을 곧 보내야만 했지.

그게 참 우울하더라.


그래서 첫 달 이후로 단기 여행자와

같이 놀 수 없었어.



태국을 가기 일주일 전부터

나는 빨리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었어.

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길던지...

집에서 아무리 빈둥거려봤자

시간이 잘 안가는거야...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드디어 날이 점차 다가와서 짐을 쌌지!



요거는 필수 아이템인

1달용 렌즈!

산소 투과율이 93%라나?


한 번 개봉되면 한 달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주로 클럽에 갈 때나 많이 썼어.



요거는 콘도 내에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편리하게 운동을 듣기위해

장만한 17000원짜리 블루투스 이어폰!

이거 참 유용하게 썼어.

그리고 귀에 안 꽃더라도 목에만 걸고 있더라도

뭔가 이뻐.


여자들 딱 붙는 검은색 목걸이 하는 것처럼.

남들이 보기엔 내가 게이 같았겠지만...



친구의 이민용 캐리어를 빌려서

꽉 채웠어.

옷과 화장품.

그리고 T의 부모님에게 줄 선물까지!


나는 제주항공을 이용했는데

15키로 무게제한이 있어서

걸릴까봐 조금 두려웠어...

하도 많이 넣어서...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출국날!


언제봐도 설레는 인천공항 출국장 가는 길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 때가 가장 설레는 것 같아.

내 비행기는 저녁비행기이므로

무려 4시간이나 일찍가서

한 참을 기다려야했어.



내가 일찍 간 이유는?

라운지를 이용해보기 위해서지!



제일 먼저 온 곳은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마티나 라운지였어.

뷔페식으로 음식이 깔려있었고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나 커피 그리고 술

모두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어.

들어오는데 뭔가 대접받는 느낌이어서 너무 좋았어.

난생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랄까?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쪙!!



여기는 모던 스타일의 대한항공 KAL라운지.

깔끔한 모던 분위기의 라운지라 이쁘다.

무엇보다 비행기를 볼 수 있게

전면유리로 해놓은 점과

개인 흡연실을 만들어 놓았다는 부분에서 가장 좋았어.


여기는 음식보다는 술과 안주가 참 많았어.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자기 위해 술을 종류별로

다 먹었는데 갑자기 한국을 오래 떠나있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예전에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떠올라서

급 슬퍼졌어.

홍초를 분양해준 그 분 말이야.



내가 유일하게 이 사람이면 결혼해도 되겠다 하던 사람이었는데

나 혼자 스스로 결혼압박 느껴서 헤어지자고 했거든.

나보다 나이가 4살 많은 연상이었는데

참 똑똑하고 현명했지.


그 쪽에서는 서두를 것 없고 보채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능력도 없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자격지심 느껴져서

만나기 싫었었어. 



무엇보다 혼자서 여친 나이 때문에 

결혼압박 느끼면서 스트레스 받으니까

너무 눈 앞이 깜깜해지고 애정도 식어서

헤어짐을 말했지.



가난한 대학생 시절 많은 도움을 주고

응원을 해주셨는데, 나 때문에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매정하게 돌아선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이제서야 그 차가 벤츠라는 걸 알았지만

지금은 그 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 어플로 슬픈 곡을 쓰며

 술을 계속 먹었지.



술이 잘 들어가더라.

나 술 완전 약한데

취기가 밀려오기 시작했어.



어라? 갑자기 나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거야.

받아보니 항공사 직원이 곧 비행기 출발한다고

어디냐고 찾는 전화였어.

난 항상 비행기 사람 많으니까

보딩타임까지 천천히 가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나는 전 여친에 대한 슬픈 추억이고 뭐고

술 취한 상태로 냅다 달렸지.

놓치면 주옷 되는거야!!

나는 술 먹어서 씨뻘개진 얼굴로

단숨에 탑승구까지 달려갔어.


나는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내 옷은 땀으로 다 젖었어.

그리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엄청나고...


제 옆에 계셨던 분들 죄송합니당...

라운지가 처음이라 비싼 술 먹어보고 싶었어욤...


어쨌거나, 비행기를 타게되서 기쁜 나머지

취한 얼굴로 사진 찍음. 데헷!

비행기는 곧 출발했고, 

한국은 점점 멀어져갔어.



안녕, 나의 슬픔과 추억들.

잠깐만, 멀리할게.



4개월만 쫌 행복해보자!!

앙?!



다음 편은 내가 썼던 태국에서의 가계부를 통해

대략적인 장기거주 비용을 써보려고 함.

재밌는 얘기는 아니니까

기대는 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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