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나는 평택 삼성 고덕 반도체 현장에서

도망노비가 되었지.



어느 날과 다르지 않았어.

새벽 4시 반에 기상했지.

항상 일어나면 몸이 빠개지는 고통을 느끼는데

10분 정도 멍하니 있다보면 점차 고통이 사라지고

줏 같은 기분이 돈 벌러 가자 라는 생각으로 바뀌지.



날을 더해갈 수록 부정적인 마인드가

자본주의 마인드로 바뀌는

텀이 점점 길어져서 좀 힘들긴 하지.

5시쯤 차를 타고 아침식사 후 현장에 들어가서

30분 정도 쉴 수 있는데

문제가 이 때 터졌어.



이 때 자지 말았어야 했는데

잠들어버리고 말았지.

그리고 아침조회를 하러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나도 일어났는데

그거 잠깐 잤다고 다시 부정적인 마인드가 

모락모락 피어나는거야.


"와 일 줏나 하기 싫다.

아침만 하고 오늘은 쉬어버릴까...?"


"그러던지

너 무릎도 아프다고 했잖아

무리해서 하다가 다치지 말고 쉬어라"


"그래도 이틀만 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잖아. 근데 진짜 오늘 너무 힘들다...

오늘 예비군 가야하는 날짜인데

쉴 겸 겸사겸사 그냥 지금 가버릴까?"



"으아아아악!@#%$#^!#%

발씨 발씨!!  생각해보니 빡친다.

야, 그냥 오늘 우리 둘 다 퇴사하자!

다른 업체 가기 전까지 이틀만 제대로 쉬고

시작하자! 팀장한테는 내가 말할께!!"



나의 찡찡거림이 친구의 도화선에 불을 붙혀버렸어.

사실 친구도 같은 맘이었나봐.

친구의 얼굴에서 더 이상 망설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우리는 아침조회 하는 곳으로 이동했어.

조회가 끝난 후 팀장에게 말할 거기 때문이기에



막상 조회에 도착하니

잠이 깸과 동시에 자본주의 마인드가 깨어나서

이틀 일 안하려니까 손발이 오들오들 떨렸어.



"야... 우리 그냥 할까?

나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왔어.

오늘 내일 우리 일 빠지면

30만원 못 벌어인마!"


"닥치라! 이제 돌이킬 수 없어.

니가 날 불 붙혔어!!

말리지 말래이!"


순간 친구의 얼굴에서 이성적 자본주의적 마인드는 

찾아볼 수 없었어.

친구는 침을 질질 흘리고 눈 흰자를 보이며

기분나쁜 웃음만을 지었지.


드디어 아침조회가 끝났고

친구는 자기만 믿으라고 했고

우리는 팀장에게로 갔지.



"저 팀장님... 할 말이 있는데..."


"어 그래 얘기해봐~"


"어... 아... 저기... 음..."



이 녀석... 말할라니까 갑자기

말 더듬병 걸렸다.

그래서 그냥 내가 치고 들어갔지.



"저기 팀장님, 저희는 여기까지만 하고 

퇴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 갑자기 왜?"


"여기 일하시는 분들도 너무 좋고,

일도 수월하고 분위기도 좋고 다 괜찮은데

환경적인 부분을 저희가 감당 못하겠습니다.

저희는 여기 오기 전에 공사장에 있었는데

거기서는 쉬는 시간도 있었고, 구름과자도 프리하게

먹을 수 있었거든요.


여기는 굉장히 통제적인 환경에다가

저희 팀은 쉬는 시간도 없이 일을 하니까

화장실 가고 싶어도 못 간적이 많아서 

저희가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희가 9일 동안 일 해보면서

적응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아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알겠다. 미리 좀 말하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혼란 올 것 같다.

오늘까지만 일하고 가라"


"사실 저희가 오늘 일 마친 후

퇴사 말씀드리고 하루 이틀 더 일하고 가려고 했는데

어제 새벽에 어머니가 예비군 통지서 보내주셔서요...

이번에 안 가면 고소 당해서

경우없지만 찾아뵙고 말씀드리는게 

예의같아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럼 곤이는?"


"아.. 저... 음... 어버버..."


"그래도 저희 둘이 같이 왔는데

같이 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나 원... 기집애들도 아니고...

그래 알겠다 가봐라~"



팀장은 언짢아 했지만

마지막에 악감정으로 남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쇼맨쉽이 필요했어.


나는 안전모를 벗고 예의를 차려 90도로 인사했지


"팀장님, 그 동안 잘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항상 몸 조심하면서 다치지말고 건강하십쇼!"



원피스 만화 중 상디가 루피해적단에 들어가기 전에

그 동안 키워준 제프오너에게

울면서 감사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오마주로

그러한 액션을 따라하고 싶었어.



팀장은 흠칫 감동을 받더니

씁쓸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어.



사실 팀장입장에서는 팀에 도움이 되는 2~3년 된 

떽떽이 아줌마를 내가 내보낸 격인데

그 후 몇 일 뒤에 우리가 나간다고 하니

얼마나 민폐겠어.

그래서 그런 말 나오기 전에 이런 액션을

보여줌으로써 별 말 듣지 않고 나올 수 있었지.




우리는 현장을 내려와서 출구를 빠져나왔지.

그리고 출입 할 때마다 카메라와 USB기능을 마비시키는 

삼성 보안 어플을 지워버리고 싶었어.

근데 마음대로 지울 수가 없었어.

그래서 보안센터로 찾아가서 말했지.




"지금 당장 이 망할 삼성 보안 어플 좀 지워주세요!!"


"예?"


"우리 퇴사했으니까 빨리 지워주세요!!!

빼에에엑!!!"




우리는 그렇게 퇴사자의 여유를 즐기면서

도망노비가 되었지.

근데 새롭게 다시 가는 곳도

삼성이야...

삼성 화성 반도체 공장..



근데 우리가 왜 옮기냐고?

일당을 만원 더 주거든!

그리고 야간잔업도 많다고 함!

여기까지도 충분히 옮길 사유가 되긴 하는데

우리 생각엔 삼성물산이 아닌 직발 같아 보였기 때문이야.


직발은 삼성이 직접적으로 지정한 업체고

물산은 삼성의 하청의 하청이야.


대우도 달라. 직발은 조끼도 검은 색이라 간지나고

걔네들은 항상 여유가 있어보여.

그래서 맨날 걔네 보면 자격지심 느껴졌는데

이유가 있더라고.


직발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일이 끝나.

물산은 7시에 출근해서 6시에 일이 끝나.

처우가 다름.

게다가 쉬는 시간도 챙겨주는 곳도 있다고 함.



내가 했던 물산은 새벽에 나오지 않으면 

수 많은 차가 몰리기 때문에

4시 반에 기상해서 나가야만 해.

반면, 직발 아니 천룡인들은 6시에 일어나서 헬스장 갔다가

여유있게 9시까지 출근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천룡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일 것 같아서

도망노비가 된거지!

만약 직발이 아니어도 일당 만원 더 받으니까...ㅠ

그걸로 만족할라고.


어쨌건 의정부로 다시 이동해서 예비군 받고

몇 일 쉬다가 화성으로 이동하게 됨요!!


조만간 근황 또 쓸게!! 뿅!







오늘도 역시 새벽 4시 반에 

알람소리에 깨어 일어났어.



오늘따라 특히, 일어나기가 싫더라.

온 몸이 아프고, 허리를 부러질 것 같고...

눈 뜨자마자 나온 첫 마디가

욕이었어.



하지만, 5분 간 멍하니 앉아있으면

곧 익숙해져.

다른 큰 형님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러 씻어야만 하지.

대충 5분 만에 얼굴을 닦고

로션을 바르고 밖에 나와서 구름과자를 하나 먹으면서

아직 떠있는 달을 보면 나와는 무관하게도

참 이쁘더라.



차는 정확히 새벽 5시에 출발하는데

항상 라디오를 키면 그 때쯤 애국가가 나와.

그리고 좁디좁은 차 안에서

5명이 구겨져 타고 있으면

암울한 분위기와는 상반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마치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에

분위기 있는 노래가 나오는 영화기법 같이...

이 때 허탈함에 쓴 웃음이 나오기도 해.



우리가 제일 먼저 가는 곳은

식당이야.

노동 근로자들이 먹는 식당은

함바식당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요즘 나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아침은 거르는데,

이 때 사용하지 않은 식권은

생필품이나 커피로 바꿀 수 있어서

나는 아침 먹는 것 대신

칸타타 아메리카노 커피를

3잔 먹어.



그리고 형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쯤에

차에 다시 구겨져서

작업장 인근 주차장으로 출발하지.



주차장에 도착하면 줄을 서서

관광버스를 타고

작업장으로 이동해.



작업장에 들어가려면

얼굴인증과 핸드폰 보안 어플 가동시켜야만

들어갈 수 있어.



오늘은 입장 했을 때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어.

오늘은 아침조회 이전에 휴게실을 한번 가봤는데

찜질방처럼 평상에 목베개가 있더라.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 그곳에 와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어.

나도 20분 정도 누워있다가

조회를 마치고 작업현장으로 이동했지.



작업현장에는 여러 직책의 사람들이 있어.

배관공, 용접공, 안전 관리인, 

화재 예방원, 감시원, 유도원 등등이 있는데

여성 분들은 특히 화재 예방원이나 유도원으로 많이 일을 해.



하루 일당은 똑같이 10만원이고,

잔업을 하면 마찬가지로 1.5배인 15만원을 받을 수 있어.

나이 많으신 아줌마 분들도 많지만,

가끔 젊은 여성 분들도 꽤 있더라.



우리 팀에는

화재 예방원으로 일하는 아줌마 한 명이 있는데

나와 내 친구는 그 사람을

'떽떽이'라고 불러.



하는 거 없이 서성거리면서 핸드폰 게임하다가

눈치 좀 보이면 사람들 

이거하라 저거하라 시키거든.

나는 그 아줌마의 존재가치를 모르겠어.

일도 전혀 안하면서 아는 척만 드럽게 많이 하고.



몇 일 전에는 5시간 동안 힘들게 일하고 온

나한테 일 좀 부탁하자고 하더니

길바닥에서 주운 핸드폰을 남자 탈의실 관리 직원에게

가져다 달라는 말을 했어.



대수롭지 않게 알겠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여자 탈의실은 10m만 걸으면 있고

남자 탈이실은 100m를 걸어야 나오는데

하루종일 대기만 하고 온 사람이

이걸 나한테 왜 시키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직접적으로 일을 도와주는 관계도

아닌데 말야.

그 이후로 나는 그 아줌마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되었어.



그리고 오늘!

대충 일이 마무리 되어갈 때

잠시 짬이 나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물을 떠온다고

그 아줌마한테 말했는데



남들이 자기의 존재가치를 알아주길 원하는 양

사람들이 쳐다보도록

"물 좀 떠오세요"

시키는 거야.



그래, 뭐 거기까지 이해 할 수 있었지.

근데, 내가 큰 물 통을 3개 가지고 가려고 하니까

그거 가지고 딴 지 거는거야.



"오늘 토요일인데 물이 세 개나 필요해요?

두 개만 가져가세요"


"나머지 한 개도 물통 비우고 세척 좀 해서

오려고 하는데요?"


"뭐 그럴 필요 있나요?

미리 닦아서 뭐해요"


"이거 어제부터 있던 물인데

그냥 두고 가면 마시는 사람 분명히 있을 텐데요?"



"그냥 두 개만 가져가요~"


이 때 옆에서 보던 형님이

"그거 작업하느라 먼지 엄청 들어갔을 텐데

닦아와라"라고 말했고


아줌마는 태세를 전환해서

"세 개 다 가져와서 닦아와요"라고 말했어.



나는 승질나서

"그럼 뭐 어쩌라고요!" 라고 소리 질렀어.

그리고 노려보았지.

그 이후로 아줌마가 뭐라고 말 한다면

나의 쌈닭기질이 발동해서




'아줌마, 하는 일도 없으면서

이래라 저래라 시키지 좀 말아요.

아줌마가 직속으로 일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월급 주는 것도 아닌데

최소한 양심이 있으면 일 안하더라도 물 같은건

아줌마가 한번이라도 떠와요.

맨날 핸드폰 게임만 하지마시고'

말할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바로 꼬리 내리는 바람에 말 못했어.



일 마치고 차 타고 오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 아줌마에 대한

얘기를 하던데

다들 그 아줌마 근무시간에 뭐하는지 의아해하면서

시키기만 시킨다고 겁나 욕하더라고.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흉 보니까 속이 시원했어.



차 안에서 다들 주말동안 뭐하시냐고

물어보니까 누구는 고향에 내려가고

누구는 머무른다고 하더라고.



나는 의정부 올라가면

가자마자 잠들고 다음 날 바로 와야하기도 하고

돈도 없으므로 머무르면서 카페에 갈 생각이라고 했어.



다들 몸이 피곤한데 카페는 뭔 카페냐고

아직 덜 피곤한가보다라고 놀렸지만

사실 카페가서 여유를 즐기면서

글 쓰는게 나는 너무 익숙한 자유였거든.

이게 너무 그리웠어.



사람들한테는 길게 설명하기 싫어서

사람 구경하면서 책 읽으러 간다고 했어.

그러더니 여기 남아있는 10살 차이나는 형이

자기도 같이 가도 되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알겠다고 하니까

진짜 오셨더라고.

고맙게도 커피 사주심.

커피 사먹을 돈도 없었는데 다행이었어.



그래서 글 쓰는건 포기하고

그 형이랑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수다를 3시간쯤 떨었던 것 같아.



대화 내용의 90%는

나의 태국 이야기였어.

그리고 일 하는 이유가 

태국에서 직업 구하기 위해서

여유자금 마련하는 거고, 

이게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을 했지.



그 형은 나의 태국여정기를 흥미진진하게 듣더니

번호를 따가서 꼭 태국 가있을 때 연락하면

받으라고 하더라.



얘기듣고 자기도 가보고 싶다고.

케어해달라고.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밤문화 가이드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_-

나 나름 교육자였는데...



여튼 이 형이랑 카페 가느라

오늘자 태국거지여행기는 못 올렸지만

그 다음 에피소드인

태국에서 4개월 머문 경험에 대한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놨으니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해.




피곤하니 오늘근황은

여기까지만 쓸게!

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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