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집에서 편집만 하기 너무 힘들어서

장소를 바꿔보고자

한국에서도 곧잘 가던 카페에 가기로 했어!


예전에 한국에서 노가다 일 할 때는

항상 주말만 손꼽아 기다리다가도

막상 일요일이 되면 숙소에 누워있었어!


그럴 때면 항상 황금같은 일요일이 아까워

지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카페 자리 한 켠에서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 구경하곤 했었는데

오랜 만에 그 추억도 되새길 겸

여자친구 사린팁과 새로 생긴 동네 카페로 가봤더랬지!


그 카페에는 중딩 정도의 앳된 소녀와

9살 남짓 된 꼬마여자애가

카운터를 보고있던데 아마 어머니 일 도와주시는 거겠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꼬물꼬물

계산을 도와주던 여자애가 너무 귀엽더라!


그 카페에는 쪽문이 하나 있는데

잠깐 그리로 가보니 그 곳에는

비밀의 화원이라 생각될 만큼 아름다운 정원이 나왔어!

카페 참 잘 꾸몄다는 생각에 평상시 구도도 생각 않고

영상을 찍던 내가 이쁜 풍경을 담기 위해

노력 좀 해봤더랬지!


티가 안 날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이쁜 영상이라 생각하니까 다들 영상에서 직접 보자규!

https://youtu.be/lvjzNKNPYpI

구독은 센스!!

내 친구와 같이 간 파주 노가다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휴일을 맞게 되었지.



일주일 중 6일을 일하고 맞는

금쪽같은 일요일은 어떻게 보냈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복에 헬스 조졌지!

오랜 만에 맛보는 휴일에 왠 운동이냐고

그럴 시간 있으면 잠이나 더 자라고

많은 노가다인들이 뭐라하지만

이게 내 행복 중 하나인걸...


내 철칙 중 하나가

'노가다 업무 외 시간에는

품격을 지키자'거든.


나 스스로 관리를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함.

아무 생각없이 그 날 번 돈 그 날 술 마시면서

다 써버리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거든.



아파트 헬스장이지만 있을 건 다 있어!

조그만한 GX룸도 있어서

거기서 혼자 매트랑 덤벨 깔고

크로스핏 해주면 잠시나마 이 곳에서 사는

자기관리 잘 하는 부자가 된 것처럼 느껴져.

돈 벌어서 나중에 이런 곳에 살고 싶다...


운동을 마친 후 나는 자고있는

친구O녀석을 깨워서 

식사를 하러 가야만 했어.


일을 하지 않는 휴일에는 

식당에 갈 일이 없고

거리도 상당히 멀어서

 꽁짜 밥을 먹을 수가 없거든.

그래서 우리는 나가서 사먹어야만 했고

온 김에 맛난 음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어.


오랜 만에 수염도 깎고

왁스도 바르고 사람답게 꾸며봤어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사람이 많이 있는 곳이거든.

거기에서까지 노가다 포스를 풍기긴 싫엉.


우리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갔는데

40분 정도 기다렸지만

버스가 오지 않았어...

도시는 완전 신도시인데

배차간격은 거의 시골급이야...

심지어 택시조차 없고, 그나마 몇 대 보이는 택시도

거의 서질 않았어.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파주 문산읍은 콜택시를 부르면 

콜비용으로 천 원이 더 붙기 때문에

카카오택시나 길거리 택시를 잡기 힘들데.


하는 수 없이 친구와 나는

뚜벅뚜벅 1.8Km를 칼바람을 

맞으며 걸어가야만 했어.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우리가 도착한 곳은?!


파주 문산 홈플러스 2층에 있는 애슐리야!

애슐리W도 아니고 퀸즈도 아닌

그냥 애슐리 클래식이지만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어!


갈릭갈릭 페스티발이라고 해서

어떨까 미리 검색해보고 갔는데

후기들이... 똥망이었어.

하지만, 맨날 함바식당에서 

똑같은 로테이션 메뉴만 먹다가

서양 음식을 먹으니까 엄청 맛있게 느껴졌엉!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었어.

애슐리 시스템이 바뀌어서

피자 같은 거 주문 할 때

번호표를 통 안에 넣으면 만들어서 가져다 주는데

정말 핵똥맛이었어.


이거 먹고 일 끝날 때 피자헛 무한리필

무조건 다시가자고 친구와 다짐했지.

이렇게 먹고 들어와서 쉬며 우리의

일요일은 빠르게 지나갔어.


그리고 월요일인 오늘!

사건이 터지고 말았어!!


어느 때와 다르지 않게 -8의 새벽추위에

벌벌 떨며 출근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팀장이 자꾸 뭔가 갈구려고 하는 거야.


일 빡시게 잘하는데 자꾸 보채질 않나,

옷 따듯하게 입은 거 가지고

그래가지고 움직일 수 있겠냐등등 

자꾸 뭐라하는 둥...

점점 날 짜증나게 만드는거야.


그래서 나도 열받아서

내가 '요것도 해요?'를 '요것도?' 줄여서 말했더니

기분 나쁘게 머리 툭 치면서

나이 운운하며 어른한테 

반말하냐고 개소리하는 거야.

나이 6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왠 꼰대질이지?


다른 공정가면 40~50아저씨들한테도

형이라 부르면서 일 못하면 나도 뭐라하는데

6살 더 먹었다고 어른 소리 받을라고 하네.

내가 여기 일하러 왔지, 

어른 대접해주려고 왔나 생각이 들더라.


정말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처음 일하러 온 친구 생각하며 일단은 참았어.

그 이후에 다 닳은 목장갑으로

작업하다가 미끄러져서 잘 안됬었는데

팀장놈은 보다가 또 뭐라고 하면서

미끄러지지 않는 비싼 장갑을 끼고 자기가 하더니

또 일 못한다고 뭐라고 하는 거야.


"그거 비싼 장갑이잖아요.

안 미끄러지는 장갑인데요?"


말하니까 아니라고 하면서 또 어른한테 

말대꾸 하지말라고 뭐라고 하더라.

나도 그 장갑으로 작업해봐서

안 미끄러지는거 알아요...


이 때 또 한 번 성격 터질 뻔 했지만

딱 세 번까지만 참기로 했어.

친구한테는 오늘 안에 성격 터져서 

하이바 집어던지고 때려칠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알아두라고 전달해놓았어.


안 그래도 팀장새끼가 오기 전에 잔업 많고, 

공정 안에서 작업 한다고 속인 것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 받고 있었지.

헬스 할 수 있다는 하나로 모든 걸 다 참고 하려는데

긁어대니까 몇 배로 폭발할 것 같았어.


아, 참고로 말하자면

팀장이 그렇게 안 속였다면 10만 5천원이라는

적은 단가에 밖에서 벌벌 떨면서 

강도 높은 이 일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구라를 친 거겠지.

다른 동생들도 속아서 왔다더라.


엎드려 절하면서 일해달라고 해도 모자를 지경인데

뭐가 잘났다고 이런 식으로 대우하지?

그러다가 드디어 사건이 터졌어.

같이 일하는 25살 동생의 실수로

5톤짜리 물건을 잘못된 위치에 놓아서

바닥이 꺼진거야.


곧 안전관리자들과 소장급 사람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팀장은 허둥대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우리한테 화를 내기 시작했어.


"너네 때문에 대형사고 일어난 거 아니야?!

그러면 빨리 빨리 움직여야 할 것 아니야!

J, 너 그 패딩 아직도 입고 있냐?!

그거 입고 빨리빨리 움직일 수 있겠어? 엉?"


"그 사고 칠 때 저 없었는데요...?"


"그건 아는데! 그래도 빨리빨리하는 모습

보여줘야 할 것 아니야?!

패딩 좀 벗고!"


하... 얘는 무슨 패딩귀신이 달렸나...

뭐 내 패딩만 보면 뭐라그래.

그래도 절대 안 벗었지.

창문도 없는데 외부 작업장에서 그 패딩 벗으면

바로 감기걸리는데 미쳤냐...


팀장이 하도 뭐라해서 다른 팀원들까지

정신적으로 멘붕이 온 상태여서 

오히려 수습되기 보단

팀장만 혼자 소리 꽥꽥 돼고 있는 꼴이였어.


팀장은 그것이 더욱 빡쳤는데

갑자기 안전벨트를 풀어헤치더니 

한 대 때릴 것 같이 행동을 더 크게 취했어.

그리고 우리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했어.


하...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였어.

왜 내가 아오지탄광같은 이 곳에 속아들어와서

말도 안되는 노동을 싼 값에 하면서

이런 쌍욕을 들어야 하는가...


그렇게 하이바를 집어던지려고

손을 드는 순간

어디선가 쾅! 하면서 하이바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어.


사건의 장본인인 25살 짜리 막내동생이

발씨! 소리를 내며 나보다 빠르게 집어던진 거였어.

덕분에 나는 하이바를 던질 타이밍을 뺏겨버렸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거라곤

그 동생이 나가기 전에 내가 먼저

소리치며 나가는 거였어.


"줫 같아서 못해먹겠네!"


그러자 팀장은 동시에 두 명의 팀원이

나가는 걸 보며 황급히 달려왔고

나머지 높은 사람들은 일제히 구경왔어.

막내동생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면서 

팀장이 서라고 말해도 무시하고 나갔어.

팀장은 나에게 잠깐 서보라고 했어.


"니네 왜그러는데?"


"소리만 지르고 욕한다고 됩니까?"


"내는 얼마나 답답하겠나.

이 정도로 했으면 쫌 따라줘야 하는 거 아이가"


"저희가 일 안했나요?

우리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안 그래도 정신없어 죽겠는데

소리만 지르시고 그러니까 더 멘붕되고

일 못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여기 단가 10.5에 잔업 하나 없는 곳에서

이런 빡센 일 하러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팀장님이 그러시면 안돼죠~

하물며, 3개월 동안 힘들어도 묵묵하게 했던

저 친구한테는 최소한 그렇게 하시면 안됐어요.


저는 최소한의 매너라도 차리고 싶어서

말없이 도망가지 않고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랑 제 친구 여기까지만 할게요."


그리고 친구와 같이 구름과자를 먹고 있는

막내에게 다가가서 잘 소리쳤다고

보듬어주고 있는데

팀장이 막내에게 얘기 좀 하자고 데리고가더라.

그리고 10분 후 나한테 얘기 좀 하자고 하더라.


뭐 뻔하지. 그렇게 하면 안된다부터 시작해서

나 때는 이랬다~ 전형적인 꼰대 설교.

거기에다가 내가 제일 극혐으로 생각하는

돈 보고 그렇게 일 할 생각하면 안된다까지.


개소리 퍼레이드였어.

아니, 현장 2~3일 겪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이동하는 거 이 바닥 사람들 다 아는 거고.

그리고 돈 따라 일하지, 가식적인 의리로 일하나?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팀장 개색히야. 

너같으면 돈 안주는데 일하겠냐?

무논리의 멍청한 소리까지 

듣고 있자니 짜증나더라.


그래도 끝까지 품격은 잃지 않고 말하려고 애썼어.

어차피 끝내는 마당에 더 이상 

나쁘게해서 좋은 것도 없어서

만나서 반가웠고, 오가가다 마주치면

또 반갑게 인사하자고. 잘 지내라고.

그래도 매너있게 말했지.


물론, 돈 제때 안줄까봐 그런게 99%임.



친구와 파주 엘지 변전소 일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사진 하나 남겼어.

이 곳은 아오지 탄광 그 자체였어...

이젠 안녕.


아... 이번 달 못해도 

100만원은 더 벌어야하는데

태국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는데

이젠 어쩌지?

모르겠다 일단 집에 가장...


그 동안 애쓴 친구와 

다정하게 사진 한 컷.

이제 약속 지키러 가야지!

피자헛♡



드디어 내가 이천 하이닉스에서의 

노가다 일정이 마무리 되었어.


그 간 어떻게 살았는지 상황보고를

시작하도록 함.

일요일에도 일 나오라고 하던데

도저히 때려죽여도 못 할 것 같아서

안 나간다고 했어.


노가다 일로 돈 벌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런 일 원 투데이 할 것도 아니고

일요일까지 일해버리면

그 주의 텐션이 망가져버려.

그래서 일요일은 오랜 만에 서울로 나가서

음악활동을 하기로 했지!


이번 밴드모임에 

보컬 형의 중국여자친구인 

티나도 온다고 그래서 만났을 때 주기로 했던

태국카레를 구하기 위해

숙소 앞 외국인 전용 마트에 들렀어.


태국물품 짱짱 많음.

그 중에서 내가 산 건!


태국카레!!

레드커리랑 그린커리를 샀어.

레드커리는 딱 봐도 줏나 매워보이지?

드셔보셈들, 응꼬 불남.

그린커리는 한국인의 경우 잘 먹는 사람은 잘 먹어.

비주얼이 텔레토비에 나오는 꿀꿀이죽 같지만

그래도 먹을 만 해.


카운터에 있는 아줌마는 외모가 한국 사람같아서

 한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

되게 익숙한 억양으로 말하는 거야.

알고봤더니 태국사람이었어.


계산 할 때 태국 사람들에게 태국말로 계산해서

나 역시도 태국말로 계산 해줄 줄 알고

태국어 오랜 만에 쓰는 건가 싶어서

가슴 설렜는데 정작 나한테는 한국말로 해주심.

나도 태국어 쓰고 싶었는데. 힝...


어쨌거나, 커리 두 개를 봉지에 담아

딸랑딸랑 들고 동서울로 향했지.

그리고 약속 시간에 맞춰 밴드를 갔어.


오늘의 연습 장소는 강변역 근처 지하실에

위치한 합주실이야.


겉보기엔 허름에 보여도 들어가니까

나름 깔끔하게 잘 되어있더라고?


악기를 하나 둘 세팅하고

우리만의 자작곡을 치기 시작했지.

우리 앨범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걸까?

아니... 공연은 언제 하는 걸까?

다들 취업준비로 바쁘고

일하느라 시간 안 맞고...ㅠㅠ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연습을 마치고 우리는 강변역 포장마차를 가기로 했어.

위치는 테크노 마트 옆에 있는 4번 포차!

태국여행기 초창기에 동생녀석과 

만나서 술 한 잔 했던 그 장소야.

여기 제육볶음이 갈비맛이 나서 참 좋아.

하지만, 다이어트 기간이라 돈만 내고

안주 딱 한 입먹음...



그 대신 술은 엄청 먹었어.

나는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반 병이 내 주량인데

이 날은 날도 춥고 마음도 편하니까

술이 잘 들어가더라고?

혼자 한 병 반 먹은 것 같아.


하지만, 앞을 보니 보컬 형은

씁쓸한 표정으로 묵묵히 소주를 삼키고 있더라고?

무슨 일인지 물어봤는데

요즘 취업준비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았던 이유가

1차 서류합격했던 기업에서 2차에서 떨어졌다는

문자를 받아서 그런거였더라고 하고...


나도 짧게나마 3주 정도 취업준비해봤는데

정말 돌아버릴 뻔 해서

그 마음 잘 알지.

붙었다고 생각한 방콕 아고다에서 최종탈락하고

신라호텔에서 최종탈락하고...


그 때가 내 인생의 암흑기였어.

그래서 보컬 형한테 심심한 위로를 해줬지.


"형, 괜찮아. 형도 이 일 시작하자.

웰컴 투 노가다 월드!!!"


티나도 옆에서 듣다가

한 마디 거들었어.


"그래 해라 쉬먀!

너도 J 하는 거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다 쉬먀!"


그러자 보컬 형은 소주를 한 잔 삼키더니

한 마디 했어.


"J야, 그건 진짜 아직 아니야.

내 인생이 나락이다 싶을 때 시작할게."


이 형 전국 5천만 노가다인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다니!!

물론, 나 역시 친구따라 이 일을 들어갔을 때

모든 걸 포기한 상태로 

입대한다고 생각하며 들어갔지만...


티나는 12월 중에 방콕에 간다고 하는데

실롬이란 지역에 있는 콘도를 

하나 구매한다고 하더라.

역시 돈은 대륙여자!

콘도사서 뭐 할거냐고 물어보니

콘도사업한다고 하더라.


이렇게 내 경쟁자가 한 명 더 생기는 건가?!

그렇게 울며 웃으며 소주를 마시고

밖에 나와 걸어보니 역시 취했다....

이 날 내가 특히 기분이 좋았던지

헤어지기 전에 내가 편의점 쏜다고

사고싶은 거 다 사라고 했던 망발이 기억나네...


밴드원들이 다들 착해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얼마나 깨졌을지 상상하면

아직도 손발이 떨려옴...


방콕에서 만났던 Z형이 

편의점 찬스 쓰라고 했을 때

4명이 편의점 식료품부터 생필품까지 맘 껏 사서

15만원 가까이 나왔던게 기억이 나네.


앞으로 술 먹으면 조심해야지...

위험위험!


술에 취해 겨우 이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서

비틀거리며 숙소까지 갔어.

그리고 월요일에 아무 탈 없이 일을 마쳤지.


그리고 마지막 날인 화요일!

이 날은 관리자의 짜증이 

극에 달한 날이었어.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사업장에 있는 모든 재료와

공구들을 전부 반출시켜야했는데

근무가 종료되기 전 마지막 두 시간이 남았을 때

관리자는 아오지탄광의 간수처럼

소리를 지르며 발씨발씨를 외쳐대며

서두르라고 했지.


우리는 마치 노예가 된 기분이었고

10명의 노동자 중 7명이 못해먹겠다고 말하며

단체로 도망갔어.

1시간 반만 버티면 6만원이라는 추가노동비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나와 내 친구, 그리고 한 명의 아저씨

달랑 3만 남았고

관리자는 화풀이를 우리 셋에게 하며

더욱 더 빨리 일하라고 채찍질했어.


끝나기 10분 전 쯤에는

관리자의 꼬장이 최고조에 달해서

나도 하마터면 헬멧 집어던지고 갈 뻔 했지만

영혼을 팔아 10분만 견디면

6만원이 추가로 더 들어오기 때문에

연장근무 확인서에 싸인을 하기 전까지는

꾹꾹 참았지.


아무리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나도 10분에 6만원은

포기 못하겠더라.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던 막판 10분은

그래도 끝나게 되었고

나와 내 친구는 이천에서의 마지막 노동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어.


안녕 하이닉스.

언젠가 또 보겠지?

넌 좋은 추억이었어.


하이닉스를 그윽하게 쳐다보고

친구와 나는 마지막 식사를 하러 갔지.

그 동안 한 끼를 안 먹으면서 모아놨던

식권을 모아모아서 그 식당에서 파는

최고의 값 비싼 메뉴!

오리고기를 먹기로 했지!!!!


가격은 훈제오리 37,000원

오리주물럭 40,000원!

우리는 식권을 15장 냈어.

오리고기의 자태를 보니

그 동안 저녁을 안 먹고 굶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건 그냥 평범한 밥 메뉴로 나온

감자탕! 이것도 퍼와서 먹었지!


식권을 옆 식당에서도 사용 할 수 있다고해서

옆에 위치한 김밥천국에 가서

냉면도 시켜서 옴.

훈제오리와 오리 주물럭은 엄청났어.

이런게 순간순간의 행복 아니겠어?


야무지게 오리기름에 밥까지 볶아먹고서야

우리는 만족 할 수 있었지.


야무지게 다 먹음.

물론, 다른 곳에서 8만원주고

이 정도 오리고기 사먹을거냐고 하면

때려죽여도 안 먹을 거지만

공짜로 먹었으니 나름 만족.


이렇게 이천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와서 블로그를 쓰려고 했으나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대로 잠들었어.


그리고 다음 날인 오늘

새벽 6시에 일어나 큰 배낭가방을 메고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로 돌아왔지.


가는 길에 찍은 팔당호.

안개가 자욱자욱하다.

중간에 내려서 사진 찍으려고

잠깐 세우려다 황천길 갈 뻔함.


집에 돌아오니 나 없던 동안에

어머니가 생각이상으로 아프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는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호전되셨다고 하니 다행이다.


욜로를 외치며 나 혼자 잘 사는 인생을 꿈꿨지만

갈 수록 늙어가는 부모님을 

못 본 척 할 수가 없다.

쫌만 쉬고 일 다시 들어가야지...


이번 편부터는 태국여자 T가 한국에 온

이야기를 위주로 써보려고 해.



T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공항에 픽업을 와달라고

엄청 신신당부를 하였기에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전 날 일찍 잠이 들었던 것 같아.


"J야, 안 일어나니?

아까 알람 엄청 울리던데~"


"어..? 엄마, 지금 몇 시야?"


"지금 11시"


"어?! 아 미쳤다!!

나 늦었어!!!"



그렇다.

나는 오전 10시까지 인천공항으로

픽업을 가기로해놓고

11시에 일어났었어...



급하게 폰을 보니

T에게서 연락이 엄청 와있었다.

바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늦잠 잤다고했더니

엄청 뭐라뭐라 해서

혼이 나갈 지경이었어...



하긴 얘 입장도 이해는 가.

연고지도 없는 한국에

남자 만나러 왔는데

공항에 도착해서 연락이 안돼면

얼마나 난감했겠어.



"T, 정말 미안한데, 내가 공항까지 가려면

시간 엄청 오래걸릴 것 같은데,

우리 중간 쯤에서 만나면 어떨까?"


"뭐?! 너 내가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너 똑똑하잖아.

지하철 타고 오면 돼고, 영어표기랑 영어음성으로도

나오니까 찾아올 수 있을 거야"



"너 만나서 보자

아주 혼내줄거야"



우리는 수유에서 만나기로 했어.

사실상 내가 수유가는 시간이랑

공항에서 수유오는 시간이랑

비슷비슷하기도 했고,

숙소도 거기에 있었거든.



부랴부랴 준비해서 수유로 갔고,

드디어 T를 만났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보긴했어도

여전히 반갑더라!



나와는 다르게 T는 반가운 내색 하지않고,

인상만 쓰고 있었어.



"너 내가 공항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알아?!

입국심사 할 때 거의 울 뻔했어.

그것 때문에 너한테 전화했던 거고!"



"왜 무슨 일 있었는데?"



그렇다. 태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불법체류자가

많은 실정이다 보니, 

태국이나 베트남 쪽에서

오는 관광객은 



한국 출입국 심사 할 때,

정확한 호텔정보와 번호없이는

입국하기 힘들다.



심지어는 호텔도 내가 예약처리해서

얘는 호텔명만 알고, 번호는 몰라서

30분 정도 애먹었다고 한다.



난 전화도 안받는 상황에서

입국하기 위해



결국 올바른 직업있는

여자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고,



자기 명함을 보여줌으로써

통과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인터네셔널 뭐시기에서 일함)




나는 T의 기분을 풀기위해

갖은 노력은 했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고,



밥을 사준다는 말에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었어.


우리는 수유 먹자골목 쪽 들어와서

'석관동 떡볶이'를 들어갔어.


T는 떡볶이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야.

태국 내에서도 한국의 떡볶이를 

파는 곳이 꽤 있더라구.



나는 떡의 질감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아서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한국에 처음 온 T가

사람이 많은 떡볶이 레스토랑을 보더니

가고싶다고 했기 때문에 갔어.



나는 치즈를 참 좋아해서

치즈가 들어간 메뉴를 시켰지.

그리고, 국물에 밥은 진리!!




비주얼은 그닥이지만,

맛은 훌륭했어.


그다지 맵지도 않고, 적절하게 달았어.

그리고 치즈는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치즈폭탄이라고 해서 먹을 때마다

황홀감을 맛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내 기준에는 못 미쳤엉.



매운 음식에는 역시 쿨피스지!

이것 또한 한국 문화라고

홍보함.



매운 거에 쿨피스 

언제부터 성행했던 거임?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점.



그리고나서

우리는 숙소 체크인하고

좀 쉬었어.



호텔 방에 대한 사진은 없는데

그냥 모텔이야.

누가봐도 모텔!

근데, 간판은 호텔!



"야 이게 한국 호텔이야?"



"이건 사실 모텔이라고 볼 수 있지"



"뭐? 근데 왜 밖에는 호텔이라 써있어"



"그거야 사장 마음이지!

태국이야 800바트(26,000원)로도

컨디션 좋은 호텔에 머물 수 있지만,



여기는 두배 값을 더 내도

모텔에서 못 잘 수도 있어!

다시 한번 한국에 온걸 환영해!!"



대충 짐을 풀고, 우리는 여행계획에 따라

지하철을 타고 롯데월드를 갔어.



T는 나에게 여행계획을 

전부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내가 여행계획을 짜고 보내줄 때마다

관여를 엄청했어.

그 중에 하나가 롯데월드야.




'하... 

급 피곤하다... 이 놀이기구를 언제 다 타지...

일요일이라 사람도 엄청 많고, 

내일 출근도 해야하는데...'



밖에 있는 야외기구부터 돌아보다가,

밤이 되니까 너무 추워서

안으로 다시 들어옴

(이 때, 초 봄이라 추웠음)



막상 타니까 신났어.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나 많아서



바이킹 타는 데만 

40분 걸렸던 것 같아.

그 이후로는 사람이 비교적 적은 

신밧드의 모험 이런거만 탔지.



체력도 바닥나고, 걷는 것도 힘들어서

롯데월드 안에 있는

박물관이나 가자고 했어.



아니, 무조건 가야한다고 했어.

한국의 깊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박물관은 각 시대상황들이 

미니어처로 만들어져 있었고,

많은 유물들이 있었어.



조명을 설치해서

미니어처임에도 불구하고 

근엄하게 나온 것 같아.

하나하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인형들이었어.



첫 날에 여기 온 건 좋은 생각이었어.

앞으로 경복궁이라던지, 동대문이라던지

가볼 테니까, 이런 배경을 알고 있다면

볼 때 더 흥미롭지 않을까?




T의 가방을 메고 하루종일 돌아다녔어.

이건 뭐 거의 짐꾼수준...

늦잠자서 공항 못 간 것 때문에 

뭐라 할 수도 없고...



우리는 박물관을 마지막으로 돌아가기로 했어.

지하철을 타고, 수유에 내려서

마트를 들렸어.



'또 먹을 거나 사겠지'

생각했는데, 뭘 자꾸 찾더라고?



"T, 뭐 찾아?"



"음, pad..."



"패드? 뭐 붙히는거?

파스 말하는 거야?"



"Sanitary pad...""



"그게 뭐여??"



"Blood!!!!!!!!!!"



"아!! 대일밴드!! 여기에 있어!!"




"-_- Blood Period"



"혹시 너 날개가 달렸지만

날 수 없는 슬픈 녀석을 찾는 거야?"



"응"



 

장황한 설명 끝에 드디어 찾았다.

자,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한국 생리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니까

한 번 써보고 말해줭.



마트에서 나간 후 우리는

수유에서 유명한 갈비집

'유리갈비'를 갔어





와... 외국친구 한국음식 먹이러 갔다가,

진심으로 내가 반함.

여태껏 내가 먹었던

돼지갈비 중 최고였어.



참 숯향과 함께

씹으면 달콤한 육즙이 입 안을 감싸는게

목구멍으로 넘기는게 아까울 정도.



더 마음에 드는건 무한리필이라

T랑 엄청나게 먹어댔어.



훌륭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T랑 가던 중에

고기만 먹으면 배에 신호가 오는

내 고질병이 발병했어.



유리갈비에서부터 우리가 있던 숙소는 

약 1km정도 떨어져있었어.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디딜 때마다

나는 식은 땀을 흘렸어.

내 대장은 이미 연동운동을 시작했고,

상황은 매우 심각했어.



신호등에 멈춰섰을 때

나의 괴로움은 최고조에 다다렀지.



"J 어디 아파?"


"너 알잖아... 나 고기 먹은거"


"똥 마렵다고?

너는 태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똑같네!!"




T는 조여진 나의 괄약근을 보고 박장대소를 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내 옆구리를 찔러댔어.




T가 찌르는 깊이만큼 내 분비물이 나오는 것만 같았어.

정말 T에게는 미안했지만,

그 순간 진심을 다해서 풀파워로 T 등짝 때렸다...



신호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이

T의 등짝을 때리는 소리를 듣고 일제히 다 쳐다봤고,



신호가 바뀌자마자

나는 괄약근을 조인 채 눈 앞에 보이는 

카페 화장실로 총총거리면서

뛰어갔어.



상황은 원만하게 종결되었고,

숙소에 들어가고 나서



T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말했어.



그래서 남자답게

벽치기 하면서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어.






 - 비록 네가 삔뚜가 상할지언정

네 앞에서 똥 지리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