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 만에 근황 보고함.
나는 최근에 노가다 현장으로
이천 하이닉스를 들어갔어.

근무환경은 어떻냐고?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핵꿀이야.
맨 처음 혈압 걸리는 사람 거르는 거 보고
엄청 빡센 곳이다 생각했는데.

정작 공정 안으로 들어가니까
감시하는 사람들도 없고 쉬는 시간도
잘 지키는 편이라 아주 맘에 든다고
할 수 있지.
그래도 힘들지 않은건 아니야.

그냥 하루하루 방콕가서 놀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는거지.
카운트 다운을 해보니까 49일 남았더라.
하루하루를 오늘은 숙소값 번다,
내일은 술 값 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어!

내가 생활하는 곳은 모텔인데
생각이외로 좋더라고?
빨래를 할 수 없다는 단 점이 있는데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

TV는 크고 드라마랑
영화도 골라 볼 수 있어.
그리고 방청소도 매일해주고
물이랑 음료수도 매일 채워준다?
제일 좋은 건 우리 둘이서만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요즘들어 마음에 드는 건
바로 욕조야!

매일마다 지친 심신을 반신욕으로
달래고 있어.
내가 하기 시작하니까 친구녀석도
따라시작했어.

지금은 격일로 하고 있어.ㅠ
친구 놈이랑 서로의 소중이를 맞대고
같이 들어갈 순 없잖아?

나는 괜찮은데,
친구 놈은 경악하더라고...
내가 더 고귀하게 자랐는데-_-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서
대충 눈꼽 떼고 5시 반에
나이 많은 삼촌 아저씨의 차를 타고
현장에서 약 800미터 떨어진 곳에 내려.
왜냐하면 현장 근처에는
차를 댈 곳이 없거든...

오르막 길을 걸어올라가면
이윽고 현장이 보이지.

수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지만
평택 삼성보다는 노동자 수가 적어서
일하기엔 더 쾌적해!
우리는 현장 근처에 있는
흔히 말하는 함바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가.

보기엔 정말 맛있어 보일거야.
게다가 뷔페식인데, 정말 맛이 없어.
어떻게 이 좋은 재료로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나 싶어.
강제로 다이어트 시켜주는
고마운 식당이야!


그리고 일을 하러 들어가는데
삼성같은 경우는 어플을 깔아서
입구에서 핸드폰의 사진과 usb기능이 정지되는 최첨단이지만,

하이닉스의 경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만 붙히고
그것만 확인해.

나같은 경우 사진 찍는게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인데
퇴근 후 스티커를 뗀다면 다음 날
또 다시 보안 스티커 받아야 해.
그래서 그냥 안 떼고 그냥 다녔어.


요즘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면
자동차를 태워주는 큰 삼촌이
3만원씩 걷자고 하는 거야.
차 기름 값과
유료주차장 명목으로 말이야.
5만원씩 하려다가 3만원으로 해주는 거라고 인심쓰듯 말하더라.

나머지 멤버들은
어이가 없었어.
원래 기름값, 세차비, 주차장비는
다 팀장이 내는거거든.

게다가 돈 내고 타는 거면
멤버들이랑 가는 시간 조절해서
가는게 맞는 거 아님?
새벽5시반에 출발은 너무 일러.
밥 다 먹고 나면 1시간이 붕 뜨거든.
그 시간 동안 그냥 밖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려야해.

그래서 여러 정황상 집에서
스쿠터를 가져오기로 했어.
의정부에서 이천까지...
그래서 토요일인 지금 의정부로
가는 버스 안이야.

의정부 도착하자마자
오늘 밤에 출발 할 수도 있어서
지금 버스 안에서 블로그 쓰는 중...


하... 집에 가면 8시인데...
10시에 출발하면 새벽1시에는
도착하겠지?
76km를 다 죽어가는 스쿠터로
야밤에 잘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 계속 고민중...
일찍 자고 새벽5시 정도에
출발할까 말이야.
방콕 가기위해 일하는 건데
뒤지면 안 돼지.

일단 빌어먹을 보안 스티커나
떼어야겠다.
3일 이내에 블로그 글 안 올라오면
요단강 건넌거니
다음 속 편 기대하지 말고.

잘 살아나길 바라주셈.
뿅!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었어.

이 얘기는 이따가 다시 함.


어제 얘기부터 하자면

블로그를 쓰고, 곤이라는 친구녀석을

만나서 역시나처럼 무한리필을 갔지.


하지만, 이 녀석의 상태는

전과 무척 달랐어.

굉장히 기운이 없어보였고

음식에 대한 식욕마저 사라진 상태였어.


원래 무한리필 가지 말자고

친구녀석이 말했지만,

꼼장어까지 무한리필로 해준다는 말에

친구녀석은 식욕을 잃어버렸음에도

끌려가게 되었지.


"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 그냥 이제 뭐...

나도 좀 덜 먹어야겠다 싶어서...."


"그게 뭔 소리야.

그건 너 답지 않아.

뭔 일 있었어?"


"그냥 어딜가나 많이 먹는다는 소리

듣는 것도 스트레스고...

그냥 이제 적당히 먹어야겠다 싶어서..."


"누구한테 많이 먹는다고 욕 먹었어?

설마 너 친구들끼리 술 먹는데

안주 혼자 50%이상 먹은 거 아니지?!"


"어... 사실 맞아..."


"너 돈도 없어서

얻어 먹을 수 밖에 없다며.

근데 그런거야?"


"응...."


"니가 잘못했네.

멍청잼."


고기 하나는 기깔나게 굽는 친구녀석이

고기는 쳐다도 안 보더라고...

덕분에 힘들게 내가 다 구웠엉...

친구녀석이 고기를 거의 안 먹기에

내가 다 먹었지.


보톡스 맞았을 때

 딱딱한 거 먹지 말라그랬는데

에이... 그런 거 몰라.

눈 앞의 고기의 유혹을 이길 수가 없더라.



고기를 다 먹은 후

꼼장어를 주문했는데

오랜 만에 먹으니까

신세계더라... 그래서 3번 정도 더 먹었어.

보톡스고 뭐고 후회안함.

개맛이었으니까.


친구녀석은 여전히 깨작깨작

먹고 있는데, 내가 다 슬퍼지더라.


그렇게 무한리필을 먹고

평온하게 잠을 자고 

다음 날 출근할 줄 알았는데

추석연휴가 너무 길어서

다시 일찍 자는게 불가능했어.


그래서 새벽 3시까지 뜬 눈으로 있다가

겨우 잠들었지만, 새벽 5시에 알람소리에

일어나서 출근하러 갔지.


 

여기가 내가 일할 근무환경

SK 이천 하이닉스야.

멀리서 보면 불난 것 같이 연기가 엄청 나오는데

공정을 계속 돌리느라 그런 것 같더라고.


이제 겨울이 다가와서

새벽 6시에도 해가 보이지 않았어.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입구 쪽에는

작업복과 작업과 관련된 도구들을 파는 

길거리 좌판대가 있었어.


시간에 맞춰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고

일을 하기 전에 앞서서

교육을 이수하러 갔지.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어.

지루한 교육이 끝나고

혈압 측정을 해야했는데

내가 평소 고혈압도 있는 상황에서

여기 있는 혈압측정기계가 다른 곳보다

높게 측정이 된다는 거야.


어쨌거나 통과기준인 150미만으로 나오면 됬는데

몰래 측정해보니까 160 나와서

친구녀석에게 몰래 두 번 측정해서

용지 하나 달라고 그랬지.


그래서 측정 도중 내 친구는

몰래 두 번을 측정했어.

하지만, 그 점을 이상하게 여긴 감시원은

우리를 눈여겨 봤어.

친구는 그 감시원이 보이지 않는

사각의 각도에서 나에게 몰래 용지를 넘겨주었고

콩닥콩닥 떨리는 마음이었던 나의 혈압은

180이라는 최고 기록을 찍어버렸지.


그리고는 내 친구의 용지를 

감시원에게 보여주고 통과하려는 순간

그 감시원 놈의 한 마디


"둘 다 나가세요"

"예?"

"혈압 지금 180찍으신거 봤어요,

근데 용지는 135네요.

나가세요~"

"네..."


사람들은 우리를 모두 쳐다보았고

나는 그 무안함을 견뎌야만했어.

정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더라.

그렇게 나와 내 친구는 쫒겨나게 되었지.

컨닝을 하다 걸리면 이런 기분이구나.

정말 수치스럽다...


여튼, 잘못한 건 맞고

그 녀석의 말투가 참 재수없긴 했지만

그 놈은 자신의 일을 행한 것 뿐이니까

그리 원망은 하지 않아.


다만, 친구에게 얼굴 못 들 정도로 미안 할 뿐.

애초에 안 했으면

이 녀석이라도 오늘 일당 벌 수 있었던 건데...ㅠ


일단은 택시타고 돌아간 후에

병원에서 혈압 소견서 받았어.

이거 챙겨서 내일 다시 갈라고.

병원에서 재니까 135 나오더라 -_-;

수동이 역시 짱임.


그렇게 숙소에서 하릴없이

누워서 핸드폰 하고 자다가

밥 먹으러 나갔어.


친구녀석은 무한리필 대신

단품 일식라멘을 먹고 싶다고 했고

미안한 마음에 나는 군말없이 따라갔지.


하지만, 그 곳엔 친구의 마음을

돌려놓을 무언가가 있었어!


점보라멘 도장깨기!!!

이것을 본 순간, 이것이 내 친구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하라고 엄청 부추켰어.


"곤아, 이거다.

너는 호랑인데 주변에서 고양이 취급을 한다고

고양이가 될 거야?


만약 이거 실패하면, 

너는 대식가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니까

앞으로 소식하고 살아도 더 이상 아무 말 안할게.

근데, 넌 내가 인정한 남자잖아.

나보다 잘 먹는다고 생각한 유일한 남자라고!

도전하자. 친구야."


"안 돼. 나 못 먹어.

국물이 너무 많아..."


"하... 그래.

내가 알던 너는 이미 죽은건가?

사장님, 일반 사이즈로 두 개 주세요~"


"자.... 잠깐!!!!!

으윽... 도...도전한다. 점보라멘!!!"


"그러췌!!

이게 너지! 사장님 하나 취소하고

점보 도전이요!!!!"


일반 사이즈와 비교했을 때의

점보라멘 사이즈야.

4인분이라고 하는데

면의 양이 생각보다 엄청 많더라고.


친구가 입에 대는 것을 기점으로

점원은 초시계를 눌렀어.

나는 일부로 친구에게는 아무 말도 걸지 않았어.

오랜 만에 마음을 다잡고 음식을 해치우는 

친구녀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라멘의 면발은 블랙홀 같은 친구녀석의

입으로 끊임없이 흘러갔고

어느 던 면발은 사라지고 없었어.


"지금 몇 분 남았어요?"


"6...6분 남았습니다..."


"좋았어. 국물만 해치우면 돼!"


"꿀떡꿀떡"


지켜보던 종업원이

식은 땀을 흘리며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사장에게 조용히 말했어.

'사... 사장님. 다 먹어가는데요...?;;'


친구는 쉬지않고 목구멍을 젖혀

국물을 들이부었어.


"끝!!!!"


"서...성공입니다!"


"몇 초 나왔나요?"


"신기록입니다!!!

11분!!!

현재 1등이세요!!"


점보라멘 그릇은 속내를 보이고야 말았어.

친구녀석이 이런 거 블로그에 올리지 말라고해서

기념사진 찍는 거는 못 찍었는데

다 먹고 성공했을 때 블로그에 올려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하더라.



얘는 역시 푸드파이터 해야 돼.

이게 진정한 그레이트 노가다맨이지!

친구녀석은 마지막까지 1위의 위엄을 보였어.

"소화제요? 필요없어요~

꽁짜밥 잘 먹고 갑니다~"


그래서 다음에 올 기회가 있다면

나도 도전해볼라고.

친구한테 배 어느정도 찼냐고 물어보니

85%찼다고 하더라.

내가 얘보다 무한리필 고기 한 그릇 더 적게 먹으니까

간당간당하게 성공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랜 만에 되찾은 내 친구녀석이

너무 반가워서 후식은 내가 쏨.

아이스 아메리카노!!


내일 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야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마무리할게!


다들 굿 밤되셈!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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