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업체를 바꾸면서 남는 시간 동안

본가에 왔는데, 긴장이 풀렸던지

갑자기 오한이 오는거야.



그리고 예상과 같이 열이나더니

콧물이 말도 못할 정도로 흐르고 있어.

편도는 붓고, 몸뚱아리는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기침하면 온 몸이 다 아프고...



지금은 화장지 끼고 계속 누워있다가

약 먹고 조금 제정신 들어서

잠깐 블로그 쓰고 있어.

지금 몸 상태로는 태국 거지 여행기 못 쓸것 같아서

한국살 쓰는 중...


만약에 집에 안왔으면 타지에서 아팠겠지?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해.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아픈 몸 이끌고

현장에 나가서 돈 벌려고 했다면

그것만큼 서러운게 없었을 거야.



아까 정신이 들었을 때

T랑 잠깐 통화했는데

오늘은 역지사지라는 뜻을 알려줬어.



무슨 상황이였냐면, 아픈 와중에 T의 전화를 받았지.

그래서 일단 내 몸 상태에 대해서 말했어.

나 심각하게 아프다고.

T는 처음에 괜찮냐고 묻다가 이내 자기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

아파서 빨리 끊고 쉬고 싶었지만 계속 들어줬지.

T는 일본 쪽 지부로 이동해서 1년간 일할 수 있는

인터뷰에서 떨어졌다고 말을 하길래

.


나는 괜찮다고, 다음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아파 쓰러지는 와중에도 기운을 북돋아줬는데 

그런 상황에도 딴 짓을 하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거야.

얼굴을 웃기게 변형시키게 

할 수 있는 기능을 누르면서 말이야.



그래서 차분하게 말했지.

"이제부터 역지사지에 대해서 배워볼거야.

일단 따라해봐. 역지사지

I say 역지 U say 사지

역지사지"


"그게 뭔데?"


"역지사지는 사자성어인데,

짧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긴 의미를 가지고 있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라는 의미야.

T야. 내가 많이 아프다고 했잖아.

그런 상황 속에서 내가 너 떨어져서 속상할까봐

힘내라고 하는 중이었지?

근데 네가 내 말을 안 들으며 얼굴변형 시키며 장난치고 있으면

화가 날까? 안 날까?"



"나 니 말 다 듣고 있었는데?"


"그래도 매너라는 게 있잖아.

만약 내가 니가 속상할 때 듣는 둥 마는 둥 하면

니 기분은 어떻겠어? 안 좋겠지? 

행동을 하기전에 먼저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한 번 해보렴.

그러면 니 인생에 더 도움이 될거야."



"꼰대-_-"


"이런 샹!!

니 줏나 엘리트라고 니 스스로 말하는데

니 머리 텅 빈 거 아냐?"


"나 똑똑해서 완전 좋은 회사에 다니는데?"



"너 좋은 직업 잡은 것도 영어빨이잖아.

난 도대체 니가 영어빼고는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

나머지는 개멍청해.

특히 너 EQ(감성지능) 너 엄청 결여됬는데

그렇게 사회생활이 가능하냐? "



나는 깊은 빡침에 팩트폭행을 시작했고, 언제나처럼

"너를 다 이해해줄 수 있는 남자 만나던가~

물론 없겠지만"

으로 대화를 마무리하지.


여튼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어.

약 먹고 약 기운에 취해 잠이 들려고 할 때마다

T는 미안하다고 라인 보내오고

핸드폰은 울려대고

머리는 더 아파왔어.

결국 핸드폰 끄고 잤어...




한 숨 자고 일어나

코가 막혀오길래 계속 풀어댔어.

휴지를 두 통정도 쓴 것 같아...

이 많은 콧물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물도 안 먹는데...


하도 코를 풀어대서 코가 다 헐고,

눈알은 빠져나올 것 같고, 머리는 울리고...

으앙...


빨리 낫고 싶다.

내일은 무조건 태국거지 여행기 써야지.

내일은 대전에 잠깐 들리기로 했어.

태국여행에서 만나서 재밌게 놀았던

형님을 만나뵐 겸 근황토크도 할 겸 말이야.



여행에서 만난 형님이랑 한국에서까지 

이렇게 이어질지 몰랐는데

인연이라는게 참 신기하다는 걸 느꼈어.


내일은 안 아프길 바래야지.

다들 즐거운 토요일 되렴.

이번 이야기는 태국여자친구 T의 가족과 함께한

파타야 두 번째 이야기야.





혼자 쾌적하게 자고 일어나니

따스한 햇살이 날 깨우더라.

눈 떴을 때, 이쁜 풍경이 한 눈에 보이는게

너무 좋았어.



내 돈이었으면, 이런데는 비싸서 못 묶었을 거야.

아마 3만원짜리 방에 가지 않았을까?

그래도 파타야에 30,000원 짜리도 좋은 데도 많아.

뭐 해먹을 수 있게 전기플레이트랑 냄비도 있구~



일어나자마자 보이는게 과일 꾸러미였어.

이거 장식용인가?

생각하고 들어보니까 진짜 과일이더라고?

그래서 저 사과같이 보이는거 옷에 슥슥 닦아서

한 입 베어무는데



와... 진심 맛없다...

그냥 장식용인가봐.

한 입 베어문 사과를

퉤 뱉어버리고 창가로 나가봤어.




오오... 

경치 좋다! 나는 T에게 조식먹기 전에

아침수영하고 가자고 연락했어.




부모님은 아직 자고 있다고 하길래

수영하고 오면 조식 먹을 시간 맞을 것 같아서

후다닥 옷 갈아입고 나갔어.




'

모든 여자들이 페이스북에 

자랑하려고 찍는 사진이야.

기왕 찍는거 이쁘게 나오고 싶었는데

뒷구리 살을 숨길 수가 없다..

흑...




우리는 요롬코롬 생긴 비치에

자리를 깔았어.

호텔 키만 보여주면, 비치타월 무료로 대여해주고

간단한 샤워도 할 수 있더라고?





돈 많은 부자들 흉내내기.

부자 흉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T 부모님께 감사함.



아침의 여유를 T와 함께 즐겼어.

사진 몇 방찍고 T와 함께

수영장에 들어가서 물장구 좀 치다가

물기닦고 조식 먹으러 갔어.



T의 부모님은 먼저 조식 드시러 오셨고,

우리가 갔을 때는 거진 식사를 마무리 할 때 였어.

인사를 드리고 음식 가지고 오니

먼저 방에 올라간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편하게 호텔뷔페 마음껏

눈치 안보고 먹었어.

음식수준도 훌륭하고, 다양했어.

아침부터 엄청 먹음.

T도 구박하는 어머니 없으니까

엄청 먹음.




어머니가 올라 갈 때

T가 많이 먹는지 감시하라면서

신신당부하셨지만...

T를 막을 순 없었어.





우리는 식사를 끝마치고

어디론가 이동했어.




태국어로만 솰라솰라했기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고

나는 무작정 차에 탈 뿐이었어.



차에 타면 

어머니는 내 이름을 부르시며 

계속 나한테 대화를 거심.


"J, 너 태국에서 일 할래?

수린에 가면 일자리 많은데"


"네? 수린이 어디죠?" 


"아줌마 고향인데, 이싼이야.

거기 같이가서 일하자"


"무슨 일인데용?"


"쌀농사!! "


"아... 저 농부해야하는 건가요?"


"다음에 올 땐 무조건 수린 가는거야!!"


"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T에게 물어봤어.

수린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10시간 걸린데...

간다면 쌀농사 체험이 아니라

노예 될 것 같아서 절대로 안갈거라 다짐함.



그리고 가면 얘네 일가친척한테 날 소개할텐데

그럼 결혼 빼박임.

이렇게 쉽게 갈 순 없지.


  



차는 멈춰섰고, 

도착한 장소는 카페였어.



뜨거운 햇 빛을 가려주는 나무가 많은 카페였어.

사람이 많은 걸로 봐서는

인기 많은 카페임을 짐작할 수 있었지.

겉보기엔 왜 인기가 많을까 싶었는데

안 쪽으로 가니까 이유를 알겠더라고.





안 쪽 테이블로 들어서니 

옆에는 광활한 바다가

한 눈에 보이더라.

마음이 탁 트이는 시원한 전경이었어.



T의 어머니는 우리 앞에 온 사람들이

테이블을 점령하기 이전에 

달려가서 그 자리를 맡아놓았지.




한국이나 태국이나

이런거는 비슷비슷함.




T의 가족들과 대화하다가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어.

무언가를 말하다가도

T의 어머니는 T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우완! 이 우완!"

이렇게 말하더라고.



그게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돼지 혹은 뚱땡이'라는

표현이더라고.




돼지는 '무~'라고 하는데

가끔씩은 '무 우완'이라고도 하시더라고?

돼지새끼 라는 뜻인가?



뚱땡이의 귀여운 표현으로는

'뿜뿌이'가 있어.

님들이 태국에서 여자를 놀릴 땐

우완 보다는 뿜뿌이를 추천해.



태국 사람들은 항상 사진 찍는걸 좋아해

나이가 적던 많던 예외는 없는 듯.

이렇게 찍은 사진만 20장은 되는 듯.



여기에서 시간 좀 때우다가

다시 이동했어.

어디로 가냐고 조심스레 여쭤봤는데,

호텔에 가서 낮 잠 주무신다는 거야.




완전 다행이었어.

나도 몸이 으슬으슬해서 

좀 쉬고 싶었거든.

이 때 상당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각자 방으로 흩어졌고,

나도 이내 잠이 들었어.

나는 몸에 한기가 도는 것을 느꼈고

이내 잠에서 깼어.




근데, 배가 너무 아픈거야.

그리고는 설사와 구토를 5번은 한 것 같아.

몸은 불덩이처럼 열이 났어.

나는 T에게 전화했고

T는 달려왔어.




그러더니 옆 방에서 T의 부모님도 오셨어.

내 이마를 만져보시더니

냉방병에 걸린 것 같으니

오늘 하루 쉬고 있으라고 하셨어.




하긴... 태국에 온지 이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온도에 적응 하기 전에

 T의 부모님과 여행을 와서 

똥연기한다고 무리했으니...




T와 T의 부모님은 나가셨고,

나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화장실을 들락거렸어.




얼마나 잠들었을까...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T와 부모님이 들어왔어.

일어나니까 저녁이더라고...




T의 어머니는 죽과 약을 한 무더기로

가져오셨어.

그리고는 약 한 웅큼을 쥐어주시더니

이거 다 먹어야한다고 하시더라.

10알이 넘었던 것 같아...




태국이 의료강국이라던데

약을 이렇게 먹어대면 

안 나을 수가 없겠네



나는 죽과 약을 억지로 먹고, 

다시 쓰러져서 잠들었어.



이 날은 아파서 T의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T의 부모님이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주셨어.





내가 잠들었을 때도

몇 번씩이나 T와 T의 어머니 인기척이 났거든.

왔다갔다하면서 열 체크 계속 해주신 것 같더라.

T와 T의 어머니께 감사를 드리며

이번 편은 여기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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