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즈음에, 나는 태국친구가 무척 사귀고 싶어서

우리집 강아지 마냥 태국 사람만 보면

친구가 되고 싶어서 난리였어.


집 안에 맨날 박혀서 음악작업만 하다가

태국 여자친구인 T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게

너무 외로웠거든.

아니, 정신병 걸릴 것 같았어!


T랑 얘기하는거 제외하면 하루에 말 하는 횟수가

10번을 안 넘을걸?

대화 할 상대가 없으니까 미치겠는거야!


그래서 다양한 루트로 

친구를 구하고자 노력했어.


어플?

어플에는 무슨 마사지사만 있나

베이비 붐붐 마사지는 왜 자꾸 날려?!

일부로 남자랑만 얘기했더니

자기 게이라고 만나자고 하고있고...


콘도에서 만난 잘 웃어주는 터키 여자애는

몇 번 인사하고 친해져서 친구가 되나 싶었는데

대마 팔라고 접근한 거였고

방콕에서 정상적인 놈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는거야?


여튼, 이야기 흐름으로 다시 돌아가서

전 편에 이어 글을 쓸게.

전 날 그 동생녀석네 집에서

자고 일어나 그냥 가기 아까웠으므로

그 녀석이 자는 동안 신나게

부자들의 사는 콘도의 시설물을 이용해줬지.


그 녀석이 머물던 콘도는

넓은 수영장도 있었지만,

전 날 놀고 바로 왔던 터라

수영복이 없어서 헬스장 밖에 갈 수가 없었어.



역시 운동할 땐 나시지!

헬스장 No.1 패션이자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패션.

팔이라도 살짝 들었을 때 보이는 짜장범벅은

상대편의 안구를 강타 할 수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입냐고?

운동할 때 완전 편하거든!


또 다른 이유로는 헬스하는 남자들 99%는

거울을 보며 펌핑 된 자기 근육을

3초이상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나시를 입으면 그 효과가 더 극대화 되기 때문이야.


하지만, 태국 애들은 나시를 입은 남자를 볼 때는

게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걔네들은 나시를 잘 안 입어.


그렇다면, 태국 로컬 패션은 뭐냐?!

축구 유니폼이야.

얘네는 평상복, 작업복, 잠옷으로

축구 유니폼을 입기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것 같아.

언제 어디서나 축구유니폼을 입고

쪼리를 질질 끌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


개인적으로 요즘 중국 애들이 갈 수록

멋져지고 이뻐져서 한국인과 구분이 잘 안가는 것 같아.

태국에서 나시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돌아다니는 동양인은 대개 한국인 아니면 중국인인데,


주관적 경험으로 봤을 때

좀 더 패셔너블하면 한국인이고,

앞에 복대 차면 중국인임.


헬스를 마치고, 그 동생녀을 깨워 아침겸 점심을

먹기위해 라마9 센트럴플라자로 이동했지.

센트럴플라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쇼핑센터인데,

시암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으며

있을 건 다 있는 곳이야.


특히나,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는데

가격 대비 퀄리티가 짱짱맨임.

우리는 제일 흔한 무한리필 가게인

Bar-B-Q Plaza로 갔지!


평일 낮 시간이어서

웨이팅은 없었어.

주말에 가면 최소 10분은 기다려야함.



"몇 분이냐 캅?"


"응? 몇 명이냐고?

둘인데요?"


"#$^!$%카드 캅?"


"예? 카드 계산이냐고요?

야 계산 먼저해야 되나봐?

여기요. 여기 현금이요."


"노노노캅, !#$^#캅"


"뭐라는 거여?

우리 못 먹어요?

배고프다, 헝그리, 히우래우? you know?"


말이 안 통하자 직원은

영어가 되는 직원을 불러와서

설명해줬어.



사실 여기는 회원제로 운영하나봐.

이용하려면 멤버카드가 필요하데.

T와 함께 갔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가서

그냥 먹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난감했어.


"아... 여기 멤버카드 만들라면

돈 들겠지? 나가자, 다른 데 가서 먹장."


"아!!!! 기다려라 캅!

꽁짜다 캅!!!!!"


"ㅇㅋ 진작 말해주지!

사람 없어보이게!!"


멤버쉽 카드 발급은 공짜니까

님들도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셈!



드디어 식탁에 앉았고,

태국 전용 그릇이 나왔어.

샤브샤브와 고기구이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그릇이라

그럴 싸 해보이긴 하지만

사실상 실용성은 제로야.


고기는 겉만 타고 속은 안익고,

판을 갈 수도 없어서

그냥 전부 다 물에 빠트려서 익혀먹었어.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그 동생녀석은 랑짓에서 썸을 탄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해서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


그리고, 태국어 공부를 시작했어.

아까 식당 뿐 만 아니라

모든 상황 속에서 내가 앞으로

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태국에서 지내는 동안

태국친구도 생기고, 태국에서의 삶이 윤택해지겠지?


T는 태국어 학원에 다닐 것을 강요했는데

그건 돈 지랄이라고 생각했어.

가나다라도 모르는 애를

학원 다닌다고 뭐 많이 배워오겠음?


암기나 시킬텐데,

그럴 바에야 혼자 암기하고 

그 후에 학원 다니는게 더 효율적이지!


대부분 사람들이 대화문을 외우면서

외국어를 배우는게 빠르다고 해.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어.

그렇게 공부하면, 그 상황 외에는

내가 쓰고 싶은 말을 못하잖아!


그래서 중요한 동사와 명사를 

먼저 외우자고 생각했고

왠만큼 외워진 후에

내가 문장 자체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

내 고집을 밀고 나갔어.


처음엔 더듬더듬 거리면서 엄청 힘들었는데,

이 공부스타일이 나랑 잘 맞았는지

효과는 좋았어!

1개월 정도 지나니까 내가 단어랑 명사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되더라고!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언제나처럼 

10분여만에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에어컨을 틀고 자버린거야.


냉동식품 될 뻔...

항상 에어컨을 18도로 설정해놓거든...

잠에서 깨니, 너무 추워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열이 나더라.


아플 땐, 기름진 것 말고

죽을 먹어야 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서

편의점에 가서 새우완자탕 샀어.

여기에 프로모션으로 반숙 같이 주더라고?


어떻게 먹어야하나 고민했는데

계란 있는거보고 엄청 뜨겁게 데워줘서

무리없이 잘 먹게 되었어.

계란이 살짝 익은 다음에 먹어도 맛있고

풀어먹어도 맛있어!

가격은?! 55바트(1800원)정도 했는데,

국물도 시원하고, 완자도 제대로라

그렇게 창렬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지.


편의점에 갔을 때, 나랑 친한 편의점 매니져

'닝'이라는 누나가 있었는데

이 누나가 영어를 못해.


그래서 감기약을 뭐라 설명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몸이 아픈 와중에도

어깨 부여잡고 오들오들 떠는 마임쇼를 펼쳤지.

무슨 스무고개 하는 것도 아니고

편의점 직원들 다 모여서 퀴즈 프로그램 진행하듯

자기가 맞출 차례라고 서로 대답했어.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지...


닝 누나와는 친구라면 친구지만,

편의점에 갔을 때를 제외하면 마주칠 일도 없고

라인을 따서 메세지를 주고 받은 것도 아니어서

그냥 내겐 한국을 좋아하는 편의점 누나 정도 였어.


괜히, 라인 같은 거 물어봐서

오해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열심히 몸으로 설명 한 후에, 

닝 누나가 약 하나를 가져다 줬어.

다행히 영어로 써져있더라고?


음... 뭔진 잘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 배운 fever라는 단어를 보아하니

열 날 때 먹는 약이구만?


아무튼 맞는 것 같아서 이거 먹고 다시 좀 잤어.

이번에는 에어컨 안 틀고 문 열고 잤는데

밖에서 첨벙 첨벙 꺄르르 꺄르르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몸이 직감적으로 날 깨우게했지.

'여자다. 인마 일어나.

여자 소리가 난다.

너도 지금 안 일어나면 굉장히 아쉬울 거 알잖아.

정상적인 태국 여자들과 친구가 될 기회다.

어서 일어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자 소리가 난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베란다로 가서

기지개를 켜며 수영장에 있는 사람을 봤어.

수영장 안 여자 둘, 혼자 멋쩍어서 벤치에서

똥 폼 잡고 있는 남자 하나.


'어... 흠... 말을 섞어볼 좋은 기회군.

아니아니지... 외웠던 태국어를 

복습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군.'


사실 태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었어.

남자든, 여자든, 게이든, 레이디 보이든, 톰보이든, 레즈든

상관 없으니 아무 태국인이랑 친구가 되고 싶었지.


그래서 일단, 수영복 입고 뛰쳐나감.

그리고 후리한 외국인 버프를 이용해서

친근한척 말을 걸었지.


"안녕? 난 J야."


"난 000야, 얘는 내 회사동료 00000야.

한국인이야?"


"응, 사실 자다가 너네 떠드는 소리에 깨서 나왔어."


"아 진짜?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


"아냐! 재밌어보여서 나도 내려온거야.

사실 친구가 없거든.

친구는 고사하고 말 할 사람도 없어

맨날 집에 혼자 있어서 심심해서 온거야."


"우리 이뻐서 온 거 아니야?"


"개소리 ㄴㄴ해, 

너 지금 화장 흘러내리는데

이뻐보이겠냐, 운동이나 같이하자.

살 빼려고 수영하는 거 아님?"


"쳇, 맞아, 뭐 어떻게 하게?

여기 굉장히 좁아서~"


"내가 지켜보니까 너네 그렇게 운동해서

살 안빠질 듯 해.

살 빼려면 내기가 짱이야.

내기하자. 


내가 왕복 10번 찍을 때 너네는 합심해서

5번만 찍으면 돼.

먼저 온 사람이 이기는 거임"


"지면 뭔데?"


"손가락으로 팔목 때리기!"


"콜!"


그렇게 처음 보는 여자애들과

맴매를 걸고, 내기를 하게 되었지.

그 동안, 혼자 똥 폼 잡는 남자애는

얼굴은 핸드폰을, 눈알은 우리를 향해 있었어.

부러웠나봐.


게임은 시작됬고, 

임용고시 실기 대비로 연습할 때 하던 수영실력으로

숨 한 번 안쉬고 팔을 미칠듯이 저었지.


결과는?


내가 졌어.

숨쉴 때마다 흘깃 봤는데

눈알 뒤집어 까고, 침 흘리면서 

걔네들도 죽기 살기로 하더라.


"야, 이거 어떻게 때리는 거야?"


"손가락 두 개로 내 팔목을 치면 돼."


"아? 이렇게?"


"아 발씨!! 주먹으로 내려치면 어떡해!"


"처음이라 잘 몰랐어^^"


독한 것들...

그렇게 하하호호 얘기를 하고 있는데,

멀리 벤치에서 폼 잡고 있는 남자애는 그게 부러웠는지

물 속으로 퐁당 빠져서 헤엄치는 시늉 몇 번 하더니

쿨한 척 내게 말 걸더라.


"오~ 안녕?

너 수영 되게 잘하더라?"


"아! 고맙다캅!!"


"나는 0000이야. 현재 대학교수야"


"어?! 너 되게 젊은데?

몇 살이여?"


"28살."


"헐 대박, 나보다 1살 많은데?

(태국은 만나이로 취급)

어디 대학교?"


"줄라롱꼰"


대박 명문대학교다...

여자 애들도 이 얘기를 듣더니 흘깃 귀를 귀울였어.

그 남자애는 그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이 때다 싶어 밀고 나가더라고.


"얘들아, 우리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맥주라도 한 잔 할까?"


"헤에? 어디서 먹게?"


"집 앞에 괜찮은 곳 있어.

거기서 먹자"


"아니야, 우리는 내일 일해야해서

가봐야해. 다음에 보자~"


남자녀석은 이내 실망했고,

여자 애들이 간 후로 몇 분간 둥둥 떠다니다가

나에게 말을 걸었어.


"J, 클럽 좋아해?"

"응, 좋아하지!"

"클럽이나 갈래?"

"오늘? 오늘은 안돼~

여자친구 만나기로 했어"


"그럼 가볍게 맥주나 먹자"

"콜"

"라인 알려줘, 샤워하고 메세지 보낼게"





그렇게 T를 만나기 전에

약속이 생겨버렸어.

사실 피곤하고 아프고 그래서

먹기 싫었는데, 그래도 태국인 친구가 생긴다는 생각에

가기 싫어도 한 번만 참자라고 벤치에 누워 생각했지.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 샤워 후 

그 녀석의 메세지를 기다렸는데

미안하다면서 다음에 먹자고

연락이 오더라고.


다행이었어.

정말 귀찮았거든.

그리고 그 녀석도 그냥 

가볍게 한 말 일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어.

마치 우리나라의 '언제 밥 한 번 먹자'와 같이.


이 녀석과 그 이후로 몇 번 마주치고 연락을 했지만,

결코 클럽은 같이 가거나, 식사를 하는 일 따위는 없었어.

약속을 잡아도 이 녀석이 일방적으로 펑크냈거든.


나중에는 좀 화가 났는데,

이런게 태국 사람들의 흔한 약속과 시간의 개념인가?

생각하고, 태국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졌었는데

그 녀석만 그런 거였어.

나쁜 시키.


그 여자 애들은?

엘리베이터 타면서 몇 번 마주쳤는데

화장한 얼굴을 몰라봐서

인사 안하다가 그냥 그렇게 됐지 뭐.


지금에야 Z형의 소개로 치앙마이에

친한 친구가 생겼지만,

이 때는 정말 외로웠어.

다시 방콕으로 간다해도

친구를 사귈 수 있을 지 걱정이야.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편에서 보자!


노가다 업체를 바꾸면서 남는 시간 동안

본가에 왔는데, 긴장이 풀렸던지

갑자기 오한이 오는거야.



그리고 예상과 같이 열이나더니

콧물이 말도 못할 정도로 흐르고 있어.

편도는 붓고, 몸뚱아리는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기침하면 온 몸이 다 아프고...



지금은 화장지 끼고 계속 누워있다가

약 먹고 조금 제정신 들어서

잠깐 블로그 쓰고 있어.

지금 몸 상태로는 태국 거지 여행기 못 쓸것 같아서

한국살 쓰는 중...


만약에 집에 안왔으면 타지에서 아팠겠지?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해.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아픈 몸 이끌고

현장에 나가서 돈 벌려고 했다면

그것만큼 서러운게 없었을 거야.



아까 정신이 들었을 때

T랑 잠깐 통화했는데

오늘은 역지사지라는 뜻을 알려줬어.



무슨 상황이였냐면, 아픈 와중에 T의 전화를 받았지.

그래서 일단 내 몸 상태에 대해서 말했어.

나 심각하게 아프다고.

T는 처음에 괜찮냐고 묻다가 이내 자기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

아파서 빨리 끊고 쉬고 싶었지만 계속 들어줬지.

T는 일본 쪽 지부로 이동해서 1년간 일할 수 있는

인터뷰에서 떨어졌다고 말을 하길래

.


나는 괜찮다고, 다음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아파 쓰러지는 와중에도 기운을 북돋아줬는데 

그런 상황에도 딴 짓을 하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거야.

얼굴을 웃기게 변형시키게 

할 수 있는 기능을 누르면서 말이야.



그래서 차분하게 말했지.

"이제부터 역지사지에 대해서 배워볼거야.

일단 따라해봐. 역지사지

I say 역지 U say 사지

역지사지"


"그게 뭔데?"


"역지사지는 사자성어인데,

짧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긴 의미를 가지고 있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라는 의미야.

T야. 내가 많이 아프다고 했잖아.

그런 상황 속에서 내가 너 떨어져서 속상할까봐

힘내라고 하는 중이었지?

근데 네가 내 말을 안 들으며 얼굴변형 시키며 장난치고 있으면

화가 날까? 안 날까?"



"나 니 말 다 듣고 있었는데?"


"그래도 매너라는 게 있잖아.

만약 내가 니가 속상할 때 듣는 둥 마는 둥 하면

니 기분은 어떻겠어? 안 좋겠지? 

행동을 하기전에 먼저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한 번 해보렴.

그러면 니 인생에 더 도움이 될거야."



"꼰대-_-"


"이런 샹!!

니 줏나 엘리트라고 니 스스로 말하는데

니 머리 텅 빈 거 아냐?"


"나 똑똑해서 완전 좋은 회사에 다니는데?"



"너 좋은 직업 잡은 것도 영어빨이잖아.

난 도대체 니가 영어빼고는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

나머지는 개멍청해.

특히 너 EQ(감성지능) 너 엄청 결여됬는데

그렇게 사회생활이 가능하냐? "



나는 깊은 빡침에 팩트폭행을 시작했고, 언제나처럼

"너를 다 이해해줄 수 있는 남자 만나던가~

물론 없겠지만"

으로 대화를 마무리하지.


여튼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어.

약 먹고 약 기운에 취해 잠이 들려고 할 때마다

T는 미안하다고 라인 보내오고

핸드폰은 울려대고

머리는 더 아파왔어.

결국 핸드폰 끄고 잤어...




한 숨 자고 일어나

코가 막혀오길래 계속 풀어댔어.

휴지를 두 통정도 쓴 것 같아...

이 많은 콧물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물도 안 먹는데...


하도 코를 풀어대서 코가 다 헐고,

눈알은 빠져나올 것 같고, 머리는 울리고...

으앙...


빨리 낫고 싶다.

내일은 무조건 태국거지 여행기 써야지.

내일은 대전에 잠깐 들리기로 했어.

태국여행에서 만나서 재밌게 놀았던

형님을 만나뵐 겸 근황토크도 할 겸 말이야.



여행에서 만난 형님이랑 한국에서까지 

이렇게 이어질지 몰랐는데

인연이라는게 참 신기하다는 걸 느꼈어.


내일은 안 아프길 바래야지.

다들 즐거운 토요일 되렴.

이번 이야기는 태국여자친구 T의 가족과 함께한

파타야 두 번째 이야기야.





혼자 쾌적하게 자고 일어나니

따스한 햇살이 날 깨우더라.

눈 떴을 때, 이쁜 풍경이 한 눈에 보이는게

너무 좋았어.



내 돈이었으면, 이런데는 비싸서 못 묶었을 거야.

아마 3만원짜리 방에 가지 않았을까?

그래도 파타야에 30,000원 짜리도 좋은 데도 많아.

뭐 해먹을 수 있게 전기플레이트랑 냄비도 있구~



일어나자마자 보이는게 과일 꾸러미였어.

이거 장식용인가?

생각하고 들어보니까 진짜 과일이더라고?

그래서 저 사과같이 보이는거 옷에 슥슥 닦아서

한 입 베어무는데



와... 진심 맛없다...

그냥 장식용인가봐.

한 입 베어문 사과를

퉤 뱉어버리고 창가로 나가봤어.




오오... 

경치 좋다! 나는 T에게 조식먹기 전에

아침수영하고 가자고 연락했어.




부모님은 아직 자고 있다고 하길래

수영하고 오면 조식 먹을 시간 맞을 것 같아서

후다닥 옷 갈아입고 나갔어.




'

모든 여자들이 페이스북에 

자랑하려고 찍는 사진이야.

기왕 찍는거 이쁘게 나오고 싶었는데

뒷구리 살을 숨길 수가 없다..

흑...




우리는 요롬코롬 생긴 비치에

자리를 깔았어.

호텔 키만 보여주면, 비치타월 무료로 대여해주고

간단한 샤워도 할 수 있더라고?





돈 많은 부자들 흉내내기.

부자 흉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T 부모님께 감사함.



아침의 여유를 T와 함께 즐겼어.

사진 몇 방찍고 T와 함께

수영장에 들어가서 물장구 좀 치다가

물기닦고 조식 먹으러 갔어.



T의 부모님은 먼저 조식 드시러 오셨고,

우리가 갔을 때는 거진 식사를 마무리 할 때 였어.

인사를 드리고 음식 가지고 오니

먼저 방에 올라간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편하게 호텔뷔페 마음껏

눈치 안보고 먹었어.

음식수준도 훌륭하고, 다양했어.

아침부터 엄청 먹음.

T도 구박하는 어머니 없으니까

엄청 먹음.




어머니가 올라 갈 때

T가 많이 먹는지 감시하라면서

신신당부하셨지만...

T를 막을 순 없었어.





우리는 식사를 끝마치고

어디론가 이동했어.




태국어로만 솰라솰라했기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고

나는 무작정 차에 탈 뿐이었어.



차에 타면 

어머니는 내 이름을 부르시며 

계속 나한테 대화를 거심.


"J, 너 태국에서 일 할래?

수린에 가면 일자리 많은데"


"네? 수린이 어디죠?" 


"아줌마 고향인데, 이싼이야.

거기 같이가서 일하자"


"무슨 일인데용?"


"쌀농사!! "


"아... 저 농부해야하는 건가요?"


"다음에 올 땐 무조건 수린 가는거야!!"


"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T에게 물어봤어.

수린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10시간 걸린데...

간다면 쌀농사 체험이 아니라

노예 될 것 같아서 절대로 안갈거라 다짐함.



그리고 가면 얘네 일가친척한테 날 소개할텐데

그럼 결혼 빼박임.

이렇게 쉽게 갈 순 없지.


  



차는 멈춰섰고, 

도착한 장소는 카페였어.



뜨거운 햇 빛을 가려주는 나무가 많은 카페였어.

사람이 많은 걸로 봐서는

인기 많은 카페임을 짐작할 수 있었지.

겉보기엔 왜 인기가 많을까 싶었는데

안 쪽으로 가니까 이유를 알겠더라고.





안 쪽 테이블로 들어서니 

옆에는 광활한 바다가

한 눈에 보이더라.

마음이 탁 트이는 시원한 전경이었어.



T의 어머니는 우리 앞에 온 사람들이

테이블을 점령하기 이전에 

달려가서 그 자리를 맡아놓았지.




한국이나 태국이나

이런거는 비슷비슷함.




T의 가족들과 대화하다가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어.

무언가를 말하다가도

T의 어머니는 T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우완! 이 우완!"

이렇게 말하더라고.



그게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돼지 혹은 뚱땡이'라는

표현이더라고.




돼지는 '무~'라고 하는데

가끔씩은 '무 우완'이라고도 하시더라고?

돼지새끼 라는 뜻인가?



뚱땡이의 귀여운 표현으로는

'뿜뿌이'가 있어.

님들이 태국에서 여자를 놀릴 땐

우완 보다는 뿜뿌이를 추천해.



태국 사람들은 항상 사진 찍는걸 좋아해

나이가 적던 많던 예외는 없는 듯.

이렇게 찍은 사진만 20장은 되는 듯.



여기에서 시간 좀 때우다가

다시 이동했어.

어디로 가냐고 조심스레 여쭤봤는데,

호텔에 가서 낮 잠 주무신다는 거야.




완전 다행이었어.

나도 몸이 으슬으슬해서 

좀 쉬고 싶었거든.

이 때 상당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각자 방으로 흩어졌고,

나도 이내 잠이 들었어.

나는 몸에 한기가 도는 것을 느꼈고

이내 잠에서 깼어.




근데, 배가 너무 아픈거야.

그리고는 설사와 구토를 5번은 한 것 같아.

몸은 불덩이처럼 열이 났어.

나는 T에게 전화했고

T는 달려왔어.




그러더니 옆 방에서 T의 부모님도 오셨어.

내 이마를 만져보시더니

냉방병에 걸린 것 같으니

오늘 하루 쉬고 있으라고 하셨어.




하긴... 태국에 온지 이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온도에 적응 하기 전에

 T의 부모님과 여행을 와서 

똥연기한다고 무리했으니...




T와 T의 부모님은 나가셨고,

나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화장실을 들락거렸어.




얼마나 잠들었을까...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T와 부모님이 들어왔어.

일어나니까 저녁이더라고...




T의 어머니는 죽과 약을 한 무더기로

가져오셨어.

그리고는 약 한 웅큼을 쥐어주시더니

이거 다 먹어야한다고 하시더라.

10알이 넘었던 것 같아...




태국이 의료강국이라던데

약을 이렇게 먹어대면 

안 나을 수가 없겠네



나는 죽과 약을 억지로 먹고, 

다시 쓰러져서 잠들었어.



이 날은 아파서 T의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T의 부모님이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주셨어.





내가 잠들었을 때도

몇 번씩이나 T와 T의 어머니 인기척이 났거든.

왔다갔다하면서 열 체크 계속 해주신 것 같더라.

T와 T의 어머니께 감사를 드리며

이번 편은 여기서 마무리~!!



나는 T의 여행기간동안

수유에서 같이 숙식하며

의정부로 출근해야만 했어.



그래서 옷이 매번 똑같아.

다행히 주변에 빨래방이 있어서

세탁을 하긴했어.



아침마다 7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는게

힘들긴했지만, 그래도

끝나고 갈 때가 나름 즐거웠던 것 같아.



점심시간에 T에게 연락이 왔어.



"나 약 필요해"


"무슨 약?"


"생리통약..."



음?



"너 많이 아파?"


"응 많이 아파"


"그러면 너가 약국에 가서

이거 보여줘"


생리통 약 주세요



많이 아픈가?

좀 걱정이 됐어.

다음 날 얘 친구도 만난다고 한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그래서 퇴근 후 T에게 가기 전에 깜짝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

별 다른 건 아니고,

다음 날 아침에 난 일찍 출근하니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하나 만들어갔어.


내 비밀소스에 볶은 돼지고기와 맨 밥.

딸랑 두 개!!



조그마한 용기에 서둘러 담고,

T가 있는 수유로 떠났어.

도착해서 방 문을 여니

얘가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는 거야.


"T 많이 아파?"


"응 오늘 너무 아파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


"원래 여자들 그 날일 때는 막 먹어도 살 안찐다는데...

안 뚱뚱한 돼지는 매력 없으니까

가자, 돼지야 밥 사줄게."



이 사진은 자기 혼자 약국 가서 

약 사왔다고 뿌듯해하더라고.

근데 정작 2알 세 번을 못 읽어서

못 먹고 나한테 물어보더라.



어쨌거나, 나는 T를 데리고 나왔어.

어딜갈까 생각하다가 힘 없을 땐 삼겹살!!

역시나 무한리필 집으로 ㄱㄱ!

'엉터리 생고기' 갔어.



이렇게 많이 구워서 다 멕임.

먹고, 또 열심히 아파야할텐데

많이 아파서, 아무데도 안 갔으면 좋겠다.

(피곤피곤, 귀찮귀찮)


이 날은 나의 간절한 바람대로

T는 못움직이겠다며 숙소에서

쉬자고 했어.

(나이스!!)




다 먹은 후, 

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위해

고기집에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했어.



예고없이 찾아오는 뱃 속 폭풍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지.



역시나 멀쩡하던 배가

10분이 지나니 요동치기 시작했고,

나는 화장실로 직행했어.



정말 궁금한게,

나는 고기를 먹었는데

왜 액체가 나오는 걸까?

신기함.



숙소로 돌아가기 전

편의점으로 직행했어.

T가 아파서 못 나가는 대신

나라도 즐겨야지!!



안락하게 영화를 보며 맥주를

혼자 먹겠다고하니까

T는 심술이 났어.



미안하지만,

안 아픈 사람이라도 

즐겨야하는거 아님?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나에게

삐진 T는 등을 돌려누웠고,


나는 내가 요리한 깜짝선물을

T 앞에 내려놓았어.



"이게 뭐야?"


"너 내일도 아침 안 챙겨먹고, 끙끙 앓을 것 같아서

만들어왔어.

요리해주는 남자 좋지 않음?"


"고마워! 잘 먹을게"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이걸로 오늘은 안나가고

평화로이 혼자 영화볼 수 있는데 뭐. 데헷!




내가 만든 요리는 이거야.

집에 있는 밥 퍼온거!



그리고, 삼겹살로 볶은 달달한 제육볶음!

다음 날 누워있는 시간이 아까운지

내가 출근하는 동안, 이거 들고

관광하러 나갔다더라.



퇴근 후 T를 만나

같이 설빙을 갔어.



나는 설빙이 굉장히 한국적이어서

꼭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갔는데,

이미 태국에도 있다고 하더라-_-;




여기 왜 온 것이냐

보는 T 표정이 하도 못생겨서

가려버렸어.

왠만하면 눈만 가리는데...





메뉴는 한국적인 콩가루 팥 빙수.



빙수 좋아하지도 않는 데다가

추웠는데도 불구하고,

한국빙수 먹이겠다고 왔는데



이미 아는 곳이라고

불평불평.

콩가루 코에 넣어드리고 싶었음.






그리고 온 곳은 동대문이야.

너무 늦게 온 터라 쇼핑센터는 문을 닫았고

갈 때도 없어서

청계천 산책로 걷다 들어왔어.



사진은 없지만, 조명 빛과 함께

걸으니 너무 몽환적이었어.



하지만, 다음 날

 출근해야되므로

일찍 가자고 하니까, T는 아쉬운 눈빛...



"미안한데, 빨리 들어가자

나 다음 날 출근이야"



"아.. 알았어"



'위험하다.. 이대로면

두고두고 원망들을 것 같다...'



그래서 뜬금없이

로맨스 드립이 생각났어.



"태국여자는 신발끈도 하나

제대로 못 묶나? 앙?

뭐 메줄 남자가 있었어야지~

가만있어봐라 애기야!"






작전성공, 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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