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로운 일터에 이제 막 정착해서

몇 일간 쿠사리 먹으면서 꾸역꾸역하고 있어.


전과는 다르게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진 않고

5시 40분에 일어나서 씼고 준비하지.

1시간 40분을 더 잘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백수로 살 때는 몰랐엉...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숙소에 

같이 머무는 사람의 차를 타고

김밥천국 같은 음식점으로 가.


그리고 아침을 먹는데 

언제나 6,000원 이하로 시켜야돼.

시킬 수 있는 6000원짜리 

최고음식은 치즈돈까스인데

갈 때마다 이것만 먹는 듯.


아침이랑 저녁을 그곳에서 

치즈 돈까스만 먹으니까

이젠 응가도 돈까스처럼 나오는 것 같아.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일터로 가서

7시 15분까지 반 시체쯤 멍 때리고 있다가

아침 조회를 해.

그리고 국민체조를 진행하고 

전달사항을 전파하지.


그리고는 각자의 작업장으로 흩어져서

일을 시작해.


내 팀은 한 명의 기공(기술자)와

2명의 조공(보조자)로 이루어지는데

하는 일은 소방배관이야.


건물들 보면 파이프 엄청 큰 거 있지?

그거를 들고 자르고 가공해서 20M까지 올라가는

조그마한 탑차를 타고 건물 끝까지 가서

설치하지.


가끔 다리가 후달리는데,

이젠 적응되서 그 높이에서도 졸음이 몰려와.


전 작업장과는 다르게 현장 안에

흡연소가 있고, 일하는 중간마다 기공들이

구름과자 먹으러 갈 때 따라가서 

필 수 있다는 점이 좋아.


그리고 아침에 아파트 10층 높이를 

계단으로 걸어갈 일도 없어서

환경적인 면은 좋다고 생각하는데

일의 강도는 훨씬 빡세!


특히나, 내 기공은 일개미로 소문나있어서

모두가 밥 먹으러 가는 시간에도

10분 더 일하다 가는 특이한 사람이야.


오늘도 그 사람 덕분에

10분 더 일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상콤했어.

돈 더주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맞이한 점심시간!

점심은 여기 현장에서 급식회사를 불러서

밥을 가지고 오는데

밥은 정말 쓰레기야.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고추장과 참기름은

가져오더라고.

반찬이 하도 맛이 없어서

고추장 참기름해서 그냥 비벼먹음...




점심을 먹고 난 후의 내 친구모습이야.

얘는 풍채부터가 참 노가다인 같아서

별명을 하나 붙혀줬지.

그레이트 노가다맨.


오늘 내 친구는 태국 전용 전투복을 입고 왔어.

코끼리 그림이 그려져 있는

T셔츠인데, 이 녀석은 태국에서

예명을 창(코끼리)로 했거든.


그래서 저 옷을 입고 자기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옷을 가리키며 "뿌우뿌우" 했더랬지.



내 스타킹은 무거운 파이프 몇 번 들더니

수명을 다했어.


난 아무도 내가 스타킹을 

토시로 사용한다는 것을 모를 줄 알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너는 왜 스타킹을 끼고 있는 것이여?

변태여?"


말을 하더라.

많이 티가 났었군.

나만 모르고 있었군...


그래도 볼 때마다 내 팔 뚝 맨 윗부분에

남성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색깔 진한 부분이 보여서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위안 받았다고 할 수 있지.


이로써 그레이트 스타킹맨이라 

불릴 수 있는건가?



어제는 갑자기 회사가 

상위 회사를 접대해야 한다고

야간작업을 취소한다고해서 기분이 별로였는데

오늘 야간작업을 한다는 소리에

그래도 기뻤어.


일은 힘들지만 돈이 두 배가 되는 

마법을 볼 수 있거든.

그래서 무거운 파이프도 

기운내서 으쌰으쌰 나르고

20미터 고소작업도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었지.


하지만, 작업 중에 갑자기 반장이 와서

오늘 야간작업 없으니까

빠르게 정리하라고 하더라.

또 취소야... 젠장...


더 빡치는 건 시간을 보니 4시 55분이었어.

5분 전에 야간작업 취소와 정시퇴근을

말하는 곳이 어딨어.


모든 사람들 다 한참 작업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 때부터 정리해서 5시 20분에 퇴근했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근로자들도 많이 빡쳤어.


분명히 여기 들어올 때 잔업많다고 해서

들어온 거였거든.


근데 잔업은 개뿔...

해 졌을 때 집에 좀 가고 싶다고!!

그래야 돈이 된다고!!

그래서 빨리 태국가고 싶다고!!!


친구도 불평불만이 가득했지만

시간 남는 것도 기회라 생각해서

한 마디 했어.


"야, 가서 맥주나 한 잔 먹자"


"오늘 무슨 날이야?

거지가 돈을 다 쓰네"


"이럴 때라도 여유를 즐겨야지.

사치 한 번 부리자!!"



우리는 서로가 돈이 없는 거지라는 걸 알기 때문에

평소 돈을 쓸 때마다

사치부린다고 말하곤 해.


근데 그게 단순히 놀리는게 아니라

서로 돈 걱정돼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더 슬프당...



우리가 살고 있는 경산 특히, 진량읍 주변에는

공단이 많아서

동남아 사람들이 참 많아.


인도, 필리핀, 태국등등 사람이 많은데

가끔 아주 예쁘게 치장한 태국 여자들도 지나가.

그 사람들은 아마 태국 마사지 샵에서 

일하는 언니들이겠지?


걔네들도 우리처럼 합숙생활 하는 것 같아.

원룸 하나에 몇 명이 같이 사는 듯.


그 언니들이 체류가 만류되서

돌아가기 전에 내가 더 빨리 

태국에 갔으면 좋겠다.


이 동네에는 외국인이 많아서

외국 물품 전문점이 있어!

가보니까 태국음식도 엄청 많고

인도, 중국, 필리핀등등의 음식도 많더라.


거기서 팔토시도 팔길래 바로 사고

필리핀에서 파는 리얼 산미구엘 맥주도 샀어!



산미구엘이 맛있다고 해서

한국에서 캔으로 사서 먹어봤을 때는

별로였는데, 필리핀에서 파는 

진짜 산미구엘 맥주 먹으니까

달달하니 맛있더라!



우리는 그 가게 옆 테이블에 앉아

노가다 포스를 풍기며 맥주를 한 병 먹었지.

우리는 우리의 예명을 지었어.

GNB

그레이트 노가다 브라더스


나쁘지 않은 듯.

입에 촥촥 감겨!


이 친구와 맥주를 먹고 들어와서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어.

내일은 2배 잔업 했으면 좋겠다...

토, 일요일은 잔업이 없이 

정시퇴근을 하니까...ㅠ


또 생존보고 할게!

자러간다! 뿅!!!


오늘 처음으로 경산에 와서
첫 번째 날을 보냈는데
죽을 것 같이 힘들다...

지금도 너무 힘들어서 안 쓸라다가
핸드폰으로라도 써볼려공...


평택에서 노가다를 뛰고 도망나와
근 일주일간 집에서 아주 편하게 지냈어.

친구 놈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냈고
매일매일이 야간작업까지 있는
곳이었지.
단점이라면, 멀다는 거야.
경산이라고 혹시 들어봤어?
대구 옆에 있데.

의정부에서 직행으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동서울 터미널을 거쳐 가야만 해.
4시간 걸리고...

하지만, 내겐 선택권 따위는 없지.
가야만했어.
태국 갈 자금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거든.

아침 일찍 동서울터미널로 출발해서
시외버스를 탔지!

경산가는 고속도로에서
한 컷 찍어봄.
다행히 차가 막히진 않았어.

태국네서 14시간씩 버스타고
돌아다니니까 4시간 쯤은 별거 아님.

중간에 내린 휴게소인데
하늘과 산이 너무 이뻐서 찍어봤어.
한국도 이쁜 곳 엄청 많은 것 같아.
비싸서 그렇지...


드디어 경산 터미널에 도착했어!
높은 건물도 많이 없고
산도 너무 이뻐서 은근 감동받음.

나는 친구보다 일찍와서
기다려야만 했는데
뭔 놈의 도시가 카페가 없어!
더워죽겠는뎅...
20분쯤 땀 뻘뻘 흘리다가
겨우 찾은 카페!

카페베네야.
가격 완전 창렬...
아이스 아메리카노 4100원임!
게다가 더 빡치는 건
두 입 먹었는데 친구녀석 옴.
그래놓고서 빨리 뭐 먹으러 가쟤ㅜ

우리는 노가다 뛰기 전 날
항상 만나서 고기부페를 가.
하지만, 터미널 근처에 마땅한
고기부페가 없더라고...

그래서 어떡할까 생각하다가
주변에 영남대학교가 있는 거야!
뭐니뭐니 해도 먹거리는 역시
학교 앞 아니겠음?

거기에 가면 가성비 좋은 음식점이
있을 거란 기대를 했지!


우리의 생각은 맞았어!
13,000원에 고기의 질도 좋고
치킨도 샐러드 바에 있더라고!

진짜 치킨이 샐러드 바에 있는건
처음 봤어!
대부분 퀄리티가 떨어지는 음식을
샐러드바로 내놓는데 여긴 모든 샐러드 바의 음식이 환상적이었어!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이동했지.
가 보니까 역시 투룸이었는데
방이 굉장히 더러웠어.
방바닥이 길바닥보다 더러울 정도?

누가 쓰는 건지 참 궁금했는데
아저씨 3분이 먼져 계시더라고.

우리는 아저씨 한 분과 같은 방에서 자야만 했지.
우리는 우리만의 방을 가지지 못해
유감스러웠지만 자야만 했어.
어차피 잠만 자는 곳이니까...


내일이면 일 나간다는 착잡한 생각으로
야경을 보며 잠이 들었지.

그리고 새벽 5시반에 일어나서
씼고, 같은 방을 쓰는
아저씨와 식당에 갔어.

저번 평택에서 노가다 할 때는
정말 밥이 맛있어서 기대했는데
이번엔...

김밥천국 같은 곳이었어.
딱히 땡기지도 않아서
라면에 김밥시켜서 먹었지...

점심을 기대해봐야지.
삼시세끼 다 여기서 먹지는 않을 거 아냐.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일터로 이동했어.

언뜻 봐도 프리덤이 느껴지는
공사현장이다!
저번 삼성 반도체는 깐깐해도
그렇게 깐깐 할 수가 없었는데
이런게 내가 생각한 노가다의 로망이지!

우리는 아주 간결한 사전교육을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어.
일하는 사람들은 다들 전문용어를
쓰면서 뭐 가져오라고 하는데
벙 찔 수 밖에 없지...

그렇게 혼나느라 오전 시간은 갔고,
이윽고 점심시간이 되었어!
점심에 대한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냥 공사현장에서 먹는 짬밥이었어.

살 빼려고 했는데
완전 잘 빠지겠다...
맛 하나도 없쪄...

밥을 꾸역꾸역 먹고
오후 일과에 들어갔지.

내가 하는 일은 주로 배관 일인데
평택에서 하던 쪼그만 파이프부터 시작해서
여기서는 인간이 들 수 없는 파이프를
자르고 옮겨서 설치해.

첫 날 잘 보이겠단 마음으로
쇠파이프 친구랑 들다가
숨질 뻔 했어.

들어올리긴 했는데
진심으로 죽겠다 싶더라고.
나중에 아저씨들이
지게차로 옮겨주더라...

오후 일과도 겨우겨우 끝내고
저녁을 기대했는데
아침에 먹은 식당에서 주문한다는 거야.

하...

나는 치즈 돈까스를 시켰어.
6천원까지가 시킬 수 있는 최대 한계임.
그나마 그 돈 다 쓰겠다고
시킨게 이거.

맛은 괜찮았는데 양이 너무 작아...
저녁을 먹고
다시 추가 야근을 시작했지.
이 때부터가 정신력 싸움이었지.
10시까지 잔업을 마친다면 하루 일당
두 배를 받아 22만원을 챙길 수 있고
아니면 11만원짜리 하루인거지.

땀 범벅으로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돈 번다는 일념하에 잘 참아냈어.
그리고 10시에 퇴근하여 숙소에 도착하니 10시 반이었는데

팀장이 둘이 쓸 수 있는 방이 있다고
방 옮기라고 해서 옮겼어.
마창가지로 투 룸이었는데
우리까지 사람은 6명이야...

헬인줄 알았는데
침대 달린 가장 넓은 방을 우리한테
양보하더라고!

이 방인데
이 정도면 완전 대만족이지!
침을 대충 풀고
샤워를 하기 전에 나는
편의점에 가야했어.

공사장에서는 반팔만 입고
근무 못하거든.
토시를 껴야하는데
편의점 4곳을 돌아다녀도
토시가 없다는 거야...

이러다 일 못할텐데...
어쩌지?

갑자기 내 뇌를 스치는 엄청난 생각이
떠올랐어!

그것은!!





여자 스타킹!
검은 색으로 사면 토시랑 다를게 뭐야.
그리고 남자라면 판타롱에 대한
환상이 있기 때문에
스타킹을 사는 것은 일석이조!

내일이 되면
난 노가다 계의 패션피플이 되는 것임!

문제점이 있다면...



앞 쪽에 구멍이 없넹?
그리고 생각보다 야시시하넹?
누가봐도 스타킹인거 알겠다...

내일이면 내 팔은
남정네들이 가득한 곳에서
잔뜩 희롱 당하겠지?
당혹스럽군...


힘든 내일을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담에 보장!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