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방콕의 유명한 클럽 루트66에

친구와 고등학교 후배와 같이 놀러갔다가

생긴 에피소드야.



"형! 제발 우리 게임 하나만 하자!

형이 날 얼마나 똥멍청이 벌레같이 생각했길래

내가 클럽에서 뭐만하면 안된다고 

금지시키는 지 모르겠음."


"야-_- 근데, 니 행동은 좀 과격하고

벌레같긴 했어.

일단 들어나 보자. 뭔데?!"


"여기 클럽에서 나는 내가 좀 먹어준다고

생각하는데 형을 날 벌레처럼 생각하잖아!

여자 5명 라인 아이디

먼저 따는 게임이야.

이거 내가 형 이기면 다시는 날 무시하지 말고

내일 밥까지 비싼 걸로 사!"


"흠... 좀 그른디...

너가 벌레는 맞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확인사살하게 만들어야겠냐?"


"아! 뭐 어때!

걍 하자! 재밌겠네!"


친구인 곤이녀석까지

재밌을 것 같다고 하자고 하는 바람에

꺼림직하지만 하게 되었어.


이 때 안 좋은 기분이 들었지만

우리가 테이블에 둔 가방 안에는

핸드폰과 지갑과 같이 남들이

훔쳐갈 만한 것은 없었거든.


그래서 속으로

'에이~ 뭐 훔쳐갈 것도 없는데

그냥 잠시 자리 비우고 다녀오자!'

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뽀려갈 것은

언제나 있다는 것을 간과했어.


어쨌건, 내기는 시작되었고

우리 셋은 눈에 불을 키며

발정난 강아지처럼 헥헥 거리며

눈에 보이는 여자 테이블에 가서

제발 부탁인데 이유는 묻지 말고

라인 아이디 좀 알려달라고 했어.


게임이라고 말하면서 

라인 아이디 받는 거는 금지하기로 했어!

하지만, 친구하고 싶다고 받는 거는 오케이!


태국 사람들은 착해서 

거진 라인 아이디 알려주는데

매너없이 다가가면 안 알려주긴 매 한가지니까

동생녀석이 벌레인지 사람인지

판단하기 딱 좋은 방법이긴 했지.


우리는 일제히 흩어져서

각자 라인 아이디를 get하면서 다녔어.

나는 루트에 있는 밴드 방을 주로 돌아다녔어.

밴드음악도 좋기도 했고

거기에 이쁜 사람들이 많았거든!


그 중 테이블에서 혼자

미니 레드라벨을 홀짝홀짝 먹고 있는

이쁜 여자가

눈에 들어왔어!!



이쁘다. 

다가간다.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캅?"

"뭐냐."

"아, 태국 분이 아니시군여.

이뻐서 말 걸어보고 싶어서요..."


그렇게 말을 트고 한 참을 얘기했어.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태국에서 쉬고 있다나

예전에 빅토리아 시크릿이라는 

브랜드 모델이었다면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쁘당...

근데, 지금은 살이 많이 찌셨구나...


여튼, 그 때는 빅토리아 시크릿이 

뭔지 몰라서

유명한 데냐고 되물었어.

여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진심 모름? 

너 애자 빠삐용이심??

어떻게 빅토리아 시크릿을 모름?"

이라고 내게 말했지.


여자속옷 브랜드를 

내가 어떻게 알아-_-

일단 라인 아이디는 얻어야해서

한 마디 했어.


"너 쌍방울이라는 속옷 브랜드 암?

모르면 라인 아이디 주셈.

쌍방울도 모르면서 어디서 아는 체임."


우열곡절 끝에 나는 그녀의 아이디를

얻었고 그 이후 일사천리로 

4명의 태국친구들에게

라인 아이디를 얻었어.


역시나 제일 먼저 테이블로

돌아온 건 나였어.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우리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는

웨이터와 달랑 있는 거라곤

내 가방 한 개...


"뭐하고 있는 거냐 캅?"

"테이블 치운다 캅?"

"왜 치우냐 캅?"

"술 킵했잖아 캅"


"내가 언제 했냐 캅?"

"아까 했잖아 캅"

"한 적 없는데 캅?

일단 기다려봐라 캅.

내 일행들한테 물어보겠다 캅"


이윽고, 곤이와 동생 녀석이 도착했어.

물론, 라인 아이디를 다 채우진 못하고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왔지만

더 이상 내기가 중요한게 아니었어.


나는 그들에게 우리 술을 킵했냐고

물어봤고, 그들은 한 적이 없다고 답했어.


그 때, 옆에 우리와 건배를 같이 했던

건장한 레이디 보이 형님이

건너편에 있는 한국 놈들이

우리 테이블 빈 거 보고

가기 전에 우리 술을 지네 이름으로 

킵했다고 하더라.


나는 그 얘기를 듣고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지.

그래서 웨이터를 쥐락펴락했어.


"너 우리 담당 웨이트 맞아 아니야?"

"맞다 캅."


"너 내가 팁 줬어? 안 줬어?"

"줬다 캅."

"팁 받을 때 우리 얼굴 봤어? 안 봤어?"

"봤다 캅."


"근데, 왜 열일 안함?

분명 우리 얼굴도 안하고

팁도 줬는데 감히 다른 놈이 

우리 술을 킵하게 해?"


"미안하다 캅.

다른 웨이터가 술 받았다 캅."


"그럼 우리 술 찾아오셈."

"불가능하다 캅."

"그럼 상급자랑 얘기하고 싶으니까

상급자 좀 불러줄래?"


이윽고, 상급자가 와서

자초지종을 들었어.

그 때, 옆에 있던 레이디보이 형님이

증언하면서 많이 도와주셨어.


일단, 자리를 비운 우리가 멍청하고

잘 못했던 것은 맞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우리 쪽을 담당하는

웨이터면 이 정도는 케어해줘된다고 생각함.


상급자도 어떤 이름으로 킵해놨는지

찾기 어려울 거라고 하면서

귀찮아하더라.


그 때 나는 적잖이 화가나서

 클럽이 끝나고 불이 켜질 때까지

배째라라는 식으로 버티고 또 버텼어.

그 때 나를 찾아온 빅토리아 시크릿 여자!


"너 왜 다시 온다면서 안오냐?!"

"아 몰라 바빠"

"너 나랑 술 마시러 안 갈꺼야?"

"어! 미안한데, 술 잃어버려서 술 찾아야돼!"

"헐... 미친 놈

진짜 나랑 안 나갈 거야?"


"안나간다고!

쌍방울도 모르는 애랑 내가 왜 나가!

니가 술 사준다고 해도 싫고

난 이거 찾을거야!"


그 여자는 나에게

고자라니 뭐라니 쌍욕을 하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 

법규를 날리며 사라졌어...

그렇게 욕하고 갔는데

다음 날 왜 연락은 계속 하는 건지-_-

이미 욕 먹은 시점에서 만날 생각 1%도 없음.


어쨌거나 다시 상급자가 다가왔어.

그리고는 불가능하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귓속말로 속삭였지.


"그깟 술 우리한테 아무것도 아닌 거 알지?

그거 뭐 얼마 한다고~

나는 그냥 기분이 나쁜 것 뿐이야.

만약, 너가 찾아온다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한국인은 감사를 표하는 방법을 잘 알거든."


그러자, 상급자는 씨익 웃더니

5분 이내로 우리의 술을 

찾아서 가져오더라... -_-

그리고서는 딜을 했어.


"이게 너네 술 같은데

한 가지 제안할게.

왜냐하면, 너네도 잘 못 한게 있잖아?

너네가 내일 또 다시 오면 줄게.

안 그러면 주기 힘들어."


"오케이! 딜!

우리 시간 많음."


감히 이런 제안을 해?

그래서 감사의 표시로 

원래 천바트 주려고 했는데

500바트만 줬어.


그 녀석의 표정은 500바트로 인해

행복해지더라.

멍청한 녀석. 제안만 안했으면

1000바트를 줬을 텐데...


어쨌건, 남는 500바트를

클럽이 끝났음에도 나를 도와주던

레이디보이 형님에게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며 드렸지.


"형아, 아니 누나!

이거 받아줘.

도와주서 정말 고마워."


"노노노노노,

내가 이걸 왜 받아야함.

나는 그냥 도와주고 싶어서 도와준거야.

너네랑 친구가 되고 싶었거든.

이런 댓가 바라고 도와준거 아니야.

나 돈 많아!"


"그래도 우리는 감사를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면 친구하자!

라인 아이디 줘봐!"

그렇게 나는 레이디보이 형님과

친구가 되었지.




그 형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봤는데

한국어를 꽤 하시더라고?

알고보니, 한국에서 

3년간 불법체류하면서

한국요리를 배웠데.

앞으로 5년은 한국입국금지라나?


어쨌든, 지금은 자기 이름으로 

한국 태국 퓨전음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데.


딱 보니까 돈 아쉬운 사람은

아니어서 우리를 도와준게 

진심으로 느껴지더라.


다음 날, 내 고등학교 후배는

나에게 벌레취급만 받으며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갔고.


나와 곤이는 후배를 보내고

짜뚜짝 주말시장에서 쇼핑을 하다가

배가 고프기도 하고

그 레이디보이 형님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기도 해서

그 형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갔어!


위치는 짜뚜짝에서 돈므앙 공항 쪽으로

올라가면 있는 곳이야.

구글지도에

Ngam wong wan soi 47라고 치면

찾아갈 수 있어.


우리가 도착하자

형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셨어.


메뉴판을 보자 익숙한

한국의 돌솥이 있었어.

태국의 팟 끄랏파오 무를 

돌솥에 넣어 파는 것 같았어.

전반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해서 좋았어.

이 동네 자체가 일본 사람들이 좀 많은 것 같았어.

우리가 들어갔을 때 일본 가족 두 팀이

이미 먹고 있더라고.


돌솥과 팟 끄라파오 무의 조화!

돌솥에 바삭하게 눌은 밥과

바질 돼지고기 볶음의 조화가

참 맛있더라!


그리고 한국식 김치찌개도 하나 시켰지!

요것도 비주얼은 태국이지만

한국적인 맛이 나더라.

멀지만 않다면 자주 오고 싶었어.

한식 먹는 기분이지만

가격이 쌌기 때문에!!


먹는 내내 형님은

맛있게 촵촵하는 우리 표정을

내내 흐뭇하게 쳐다봤어.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 잔 하면서

형님은 내 볼을 꼬집하면서

말하더라.


"사실 클럽에서 어제 너 봤을 때

너무 귀여워서 같이 자고 싶었엉♥"


"히에엑?!

바라는 거 없다고 했잖아요!

이제와서 그걸 바라면 어떡해요!!"


"아무렴 어때! 이젠 우린 친구잖아!

boy♥

근데, 너가 여자친구가 없어서

아주 외롭거나 새로운 세계로

오고 싶다면 나에게 와도 돼, boy♥"


"히이익...

그냥 친구만 하는 걸로 해요...

형 아니 누나...

궁금해서 그러는데

누나도 나와 같은 거 있지?"


"응♥ 이제는 호르몬 주사도 

안 맞아서

아침마다 텐트를 치는 걸?♥"


"형... 아니, 누나 미안해.

누나랑은 육체적 교감은 

나눌 수 없어.

누나를 볼 때면 왠지 모르게 고등학교 때

체육 선생님이 생각 나...

여튼, 잘 먹고 갑니당!!"


To. 선생님... 아니, 누나...

잘 살고 있는 거지?

우리 지금은 자연스레 멀어졌잖아...

다시 갈 때 누나의 요리가 기억난다면

시간내서 꼭 한번 들릴게.

근데, 돈 없이 가서 공짜로 먹진 않을 거야...

몸으로 갚으라고 할 거 잖아요...



- 다음 편에서 -




이 날은 우리 숙식 노가다 멤버들과

자체 회식을 한 날이야.


쓰레기 같은 팀장 놈은

떼어먹는 돈도 많으면서

커피 한 잔, 회식 한 번 안하는

최강 짠돌이지.


게다가 기본적인 화장지와 생수

세제도 구비 안해주는 악질 중의 악질팀장이야.


그래서 우리는 우리끼리의 파이팅을

도모하고자 자체회식을 하며

회포를 풀고 단합을 하기로 했어.


회식이래봤자 거창한 건 아니었고

맨날 가던 김밥집에서 저녁을 먹는 대신

무한리필 고기집을 가는 정도지.


그래도 좀 퀄리티 있는 곳을 가고싶어서

행선지를 소고기 무한리필로 정했어!

그리고 딸 아이의 아빠인 

숙식형님의 차를 타고 이동했지!



여기는 경남 진량읍에서 나름 유명한

고기집 '무한장소'야.

2만원 하는 돈에 소고기의 여러부위를 먹을 수 있어.

공룡고기보다는 소고기의 종류가 다채롭고

퀄리티 또한 더 괜찮은 것 같아.


경남 진량읍 살고있거나 올 일 있으면

한 번 가보던가 말던가~

나는 여기 노가다 끝나면 올 일 없쪄.


막내와 딸아빠 숙식형님의 입장을 찍어봄.

저 막내녀석은 22살인데,

전에도 살짝 말했다시피 

주식의 꿈을 갖고있는 아이야.


주식하기에는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차라리 모델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옥션 팬티모델 추천함.

얼굴이 이쁘장해서 남자팬티 입혀놓으면

남심까지 흔들듯...



드디어 고기가 나왔고

그레이트한 노가다인들답게

역시 양 쪽면의 핏기만 가시면 입으로 가져갔어.

소고기는 그렇게 피 뚝뚝 떨어지는거 먹는게 개 맛임.


제일 맛있는 부위는 안심이었는데

안심만 달라고 하니까

그건 안된다고 하더라.

쳇, 이게 무슨 무한리필이야. ㅠ



그리고 우리는 소주도 먹었어.

이거는 경북에만 있다던 소주

'맛있는 참!'

처음 먹어봤는데 굉장히 순해서 좋더라!

소주 특유의 쓴 맛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어.


근데, 알콜도수는 참이슬보다 높더라고?

나처럼 처음 경험해보는 사람들은 약하다고 생각하다가

픽픽 쓰러질 듯... 주의하셈.


술을 너무 좋아하고 잘 먹는다던 막내!

시작부터 달리더니 취해서

안 찍던 사진을 미친듯이 찍어댄다.


개인적으로 잘생겨서 얼굴 공개해버리고 싶지만

미래의 주식왕의 앞 길을 막으면 안되니

슬픈 마음으로 가림.


그리고 22살의 피부란 

백옥같이 하얗다는걸 다시 깨달음.

거울을 보니 나는 이제 썪은 사과처럼 보이네... ㅠ


이거는 귀염둥이 막내가 만든 소주 꽃다발!

요즘 애들은 이렇게 장식한다고 하더라!!

귀염 터짐.

내 발정발정 게이지가 극에 달하면

이 녀석을 탐할지도 몰라.

조심해 boy♥


왼 쪽에는 딸아빠 숙식형님이야.

이 형님 출근하는거 보면 진짜 쓰러질 것 같은데

절대로 쓰러져선 안되는 고목나무같아.

가족을 위하면서도 자기의 꿈을 위한 발판으로

지금 노가다를 하는 거라 하루도 쉴 수가 없다고 하더라.


이런 마음으로 결혼 안하고 살면

완전 부자되겠지?!

사실 딸아빠 형은 우리숙소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형인데

첫 번째 형님은 자기공개를 꺼려해서 별 말은 안하겠음.

나란 남자, 배려심 쩌는 남자니까!

개인보호 존중해드림!


여튼, 우리는 삶에 대한 이런저런

경험의 장을 공유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하며

술 잔을 기울였어.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 숙소로 돌아가서

다음 날 노가다 갈 준비를 했지.

엉엉...ㅠ


그러다가 너무 슬퍼져서

이대로 우리만의 그레이트한 밤을 

보낼 수 없다는 마음으로

형님들은 서로 편한 시간 보낼 수 있도록

방을 비워드리고♡


젊은이들은 편의점으로 기어나와서

맥주를 한 잔 더 했지.


다행히 이번 노가다는 젊은 사람들끼리 

방을 쓸 수 있어서인지

정말 짧은 시간 내에 친해졌고, 

허물없이 지내는 것 같아.


일이 끝나면 각자의 길로 돌아서겠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거라 믿어!

물론, 노가다장에서!

그 때는 각자의 사업이 망한 상태이겠지만.


그럼 빠빠싱! 잔당!


오늘 쓸 이야기는

태국 여친의 대학 동창들을

만나서 밥 먹은 이야기야.


개인적 생각으로

대부분의 태국여자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남친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항상 시덥잖은 자리에까지

나를 데리고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려고 해.


매 번 나는 그러는게 원숭이가 된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거절을 했지만, 

이번만큼은 동창들을 만나는 거니

여자친구 기를 세워주려고 간다고 했지.


직업없는 한국인이라도

단지,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태국에서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면 그 정도 못해주겠냐 싶었어.


T와 동창들은 시암에 있는 

유명한 스끼야끼 무한리필 레스토랑인

모모 파라다이스라는 식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


스끼야끼 일본에 가서 처음 먹어봤는데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되어서

일본기업이 많이 즐비한 태국에서

먹는다면 비슷할거라고 생각을 하며

군침을 흘렸지.



동창들은 예상대로 아무도 도착해있지 않아서

웨이팅 신청을 먼저 한 후

그들을 기다리며 셀카 삼매경에 빠졌어.


한 참을 찰칵거리면서

놀고 있는데 내 카메라 화면에

이상한 생명체가 꼽사리를 끼더니

포즈를 잡더라고?


지나가는 미친 사람이다 싶어서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버튼을 눌렀지.

근데, 알고보니 T의 동창이었어.


처음 온 두 친구는

T와 반갑게 인사하고

나도 최대한 젠틀한 척 똥연기를 하며

인사를 나눴어.


오른 쪽 애는 싱가폴 쪽 항공 스튜디어스고

왼 쪽 애는 대학생 때 모델 활동했었다나?

그 정도는 전혀 아닌데...?


그리고 난 처음에 얘가 남자인 줄 알았어.

수염이 남자처럼 있길래...;;

모델했다면서 수염은 왜 안 뽑는거지?


내가 광고주면 바로 

질레트 면도기 모델로 발탁한다.


T는 돈을 꺼내더니

수염친구에게 건네더라고.

알고보니 수염친구의 선글라스를

중고로 사는 거였어.


레이밴이던데

태국에서 엄청 유명하고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필수 아이템인듯.


T는 선글라스를 돈을 건네기 전에

선글라스를 특히 꼼꼼히 살펴봤어.

특히, 렌즈 부분의 레이밴 상표의 상태를...

아직도 안 뗀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T를 보면서 태국 애들 진짜 보면 볼수록

허영심이 가득한 것 같아.

T도 그걸 떼긴 커녕 오히려

렌즈 알에 붙은 레이밴 스티커를 

일부로 보여주면서 다니더라고...

눈 앞이 보이긴 할까?


진짜배기들은 메이커를

보일 듯 말 듯하게 신경도 안 쓰고 다니는데

이건 뭐, 나 레이밴 선글라스 꼈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격이니 내가 민망할 정도야.


그렇게 선글라스를 구입하고

T는 수염친구와 특히 친하던지

나에게 수염친구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하며 소개해줬어.


"J, 내 친구 가슴 크지?"


"그래? 잘 모르겠는데?"


"내 친구 대학교 때 모델도 했어~"


"전혀 믿기지 않지만, 놀랍군...

매우 놀라워!"


"잘 봐바!"


"어때?! 크지?"


"컥... 음... 잘 모르겠는데?

나도 한 번 만져봐..야.. 

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짖궂은 장난을 쳐도

수염친구는 그냥 웃으면서 잘 받아주더라.

수염은 났지만, 매우 착한 친구인 듯.


이윽고, 속속들이 다른 친구들이

오기 시작했어.

특히나 눈에 띄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여성 동창모임에 온 유일한 남자였어.



그래, 그는 순도100% 리얼 게이였지.

이 순간이 게이와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어.

난 무척 떨리고 흥분되었지.

내 눈 앞에 진짜 게이가 있다니!

드디어 내 목표 중 하나인 게이와 친구가 되기를

실천 할 수 있는건가?


그리고 많은 의문이 들었어.

게이의 행동은 어떠할까?

게이는 정말 자기 몸을 잘 꾸밀까?

게이의 손은 부드러울까?

그래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하나하나 면밀히

관찰하고자 했지.


우리는 스끼야끼 무한리필을 주문했어.

가격은 인당 300바트 정도?

우리나라 돈으로 10,000원이야.

하지만 퀄리티는?



우리나라에서 만원에 먹을 수 없는 퀄리티!!

이 후로 나는 모모 파라다이스를 사랑하게 되었지.

센트럴 라마9에도 있으니 님들도 갈 기회 있으면

로컬음식 먹다가 지치면 몸 보양하러 한 번씩 가보셈.


나는 먹으면서 그 게이친구의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했어.

게이에도 많은 유형이 있지만

그 친구는 아주 여성스러운 유형이었어.


몸은 남자지만, 행동이나 정신은 

여성스럽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거겠지?

무엇보다 손이 너무 곱더라고

'섬섬옥수'라는 표현은 그 친구를 위해 존재하는 듯.


내가 그 친구를 지켜보던 걸 

눈치채던 친구들은 나에게 게이를 좋아하냐고 물었고, 

나는 그 친구가 내가 아는 첫 번째 게이여서

관심이 많다고 하니까 게이친구는 

엄청 좋아하는 표정으로 말하더라.


"너 T랑 깨지면, 나한테 와도 돼!"


"오?! 진짜? 너가 바텀이지?"


"당연하지!"


"오케이, 그러면, 헤어질 때 연락드림.

그 전에 손 한번 만져봐도 돼?

너 손이 엄청 곱다!"


게이친구는 흔쾌히 허락했고,

나는 그 녀석의 손을 쓰다듬을 수 있었지.

그 녀석의 손은 핸드크림으로 관리된

고품격의 손이었어.


어쩜 그리 손이 고울 수가 있는지

내가 감탄을 하자

친구들은 T에게 게이친구한테 

남친 뺏기겠다고 놀려댔지.


T의 친구들은 대부분 다 영어를 잘하더라.

명문 대학교라 그런지 몰라도

작년에 고등학교 동창들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지더라고.


T는 언제나 이런 자리에 나를 데리고 갈 때면

자꾸 태국어를 시켜.

"너 자기소개 하는 법 태국어로 배웠잖아.

빨리 말해봐" 

라면서

날 어른들 앞에 7살의 애기로 만들어.


난 이게 정말 비참하고 치욕적으로 느껴져.

더듬더듬 거리면서 겨우겨우 말하는데

T는 마치 부모님처럼 

"그거 아니었잖아, 다시! 다시!"

이러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능욕 당하는 기분이야.


T가 그런 상황만 안 만들어도

난 더 태국어를 자신감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나중에 실제로 T를 보지 않았을 때

태국어 실력이 더 많이 늘었어.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거랑

누가 시켜서 하는 거랑 

정말 차이가 많이 나니까.


그래도 이 친구들은 비웃지 않고

좋게 봐주더라. 굉장하다고 하면서.

그러니까 원숭이가 된 듯한 기분은 조금 가셨어.

대부분의 친구들은 한국인을 만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했고, 

그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


T는 그런 질문을 들으며 

뿌듯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더라.

'뭐, 별 거 아냐~'라는 표정으로

웃음 짓는게 짜증나서

제발 나 가지고 주변 사람들 앞에서

 sex and the city

찍지 말라고 했지.


여튼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한국인을 만나는 방법은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냥 스크래치 독 클럽에 가라고 함.

거기 한국인 짱짱 많은 건 사실이잖아?

굳굳, 고민해결!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왔어.

T와 나는 갈 곳이 있었기 때문에

먼저 인사를 하고 갔어.


갈 곳은?

T와 약속한 돈므앙에 있는

T의 본가였어.

가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했지.


가기 전에 시암 쇼핑몰 아래층에 위치한

식료품 코너를 들렀어.


"한국인은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 할 때,

과일이나 주스를 들고가.

그게 손님으로써 매너야."


T는 당연하다는 듯이 반응했고,

그 반응이 짜증나기도 하고

돈도 없어서 제일 저렴하고 있어보이는

200바트(6,600원)짜리 과일 박스를 샀지.


선물을 사고, 우리는 T의 본가로 출발했어.

저녁 트래픽 시간이 되어 요금이 오르기 전에

우리는 서둘러서 그랩택시를 불러서 탔지.


달리고, 달려서 우리는 돈무앙 공항 옆 쪽

마을에 도착했는데, 

정갈한 빌라 촌이더라고?


T의 집은 그런 빌라 촌에 있는 빌라 중 하나였어.

엄청 으리으리 하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은 규모의 빌라.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두 대의 자동차였어.

두 대 다 엄청 좋은 차는 아니지만,

태국에서 자동차를 사려면

우리나라의 두 배 가격이라고 이라니까

잘 사는 축에 속하겠지?


안으로 들어가자 T의 부모님이 반갑게 맞아주더라고.

T를 따라 집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집은 생각보다 꽤 컸고, 2층으로 되어있었어.

대충 둘러보고 마루로 오니, 

T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카드게임을 하고 계시더라.


그러더니 T와 나도 무조건 참가할 것을 권했어.

놓여져있는 돈을 보고 나는 생각했지.

'음... 나 도박 굉장히 싫어하는데?

그래도 분위기 안 깨려면 해야겠지?

적당히 잃어주고 일어나자'


T와 내가 앉자 T의 어머니는 눈을 번뜩였고,

벌떡 일어나 집 안의 모든 창문을 닫고

커텐을 쳐서 집 안이 보이지 않도록 했어.


'뭐여. 이거... 전문 사기단 아니야?!

나 외국인이라고 벗겨먹는 것 같은데'

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지.

어머니는 내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애써 설명하시더라고.


태국지폐에는 국왕 얼굴이 있어서

이걸로 도박을 하는 것은

국왕을 모욕하는 행위라 경찰이 와서 잡아간다고

재미삼아 하는 것도 커튼치고 몰래해야한다고 하더라.


게임의 룰은 내가 처음 겪는 이상한 룰이었어.

나는 적응을 할 수 없어서

T에게 그냥 내 패를 보여주고 도와달라고 했지.

그래서 내 패를 대신 내주며 두 번 따더니

5번 정도 연속으로 지더라고.


T의 부모님을 상대로 이겨서 돈을 따가는 것도 웃기지만

져서 내 돈을 왕창 잃는 것도 짜증나더라.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원하지도 않는 도박을 하며

내 돈을 이렇게 날려야 하지?'


판 수가 적어 엄청 많이 잃지는 않았지만,

가족 사기단이라는 의심도 들었고,

계속 해봤자 더 큰 손해만 볼 뿐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이제 그만하겠다고 말하고

옆에서 룰이나 익히겠다고 말했어.


그렇게 두 시간 쯤 지났을까?

나는 슬슬 지치기 시작했어.

T의 친구들부터 부모님 앞에서까지 

계속 젠틀한 척 하려니까 오장육부가 뒤틀리더라고...


내가 피곤해하는게 보였는지

T의 어머니는 올라가서 

남동생 방이나 T의 방에서 자고 있으라고 했고

오늘은 집에 가지말고 자고 가라고 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경악했지.

이 똥연기를 내일 점심 때까지 하라고?!

T는 두 시간만 있다가 간다는

애초의 약속따윈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어머니 옆에서 자고 가라고 맞장구를 치더라...


'절대 그럴 수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방콕에 왔는데

이건 내 행복이 아니야.

왜 내가 고통을 받아야하는가'


나는 생각을 한 후 신중하게 대답했지.


"어머님, 죄송하지만, 저는 돌아가봐야 합니다.

오늘 원래 선약이 있었거든요.

오늘 와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더 있다 가겠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자

T는 따라나오며 화가 난 표정으로

뭐라고 했어.


"꼭 그랬어야 했어?

자는 건 아니더라도 모처럼 왔는데 

조금 더 있다 갈 수 있잖아"


"애초에 난 얘기했잖아.

두 시간만 있겠다고.

근데 왜 말이 바껴?

아까 너도 자고 가라고 맞장구 치더라?

이거 내가 잘 못 한거야?


난 사행성 게임 굉장히 싫어해서

하기도 싫었는데?

이렇게 논다고 했으면 애초부터 안왔을 거야."


나는 말하다보니 꽤 화가 났어.

그래서 먼저 혼자 휙 갔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겠더라고...

트래픽 시간이라 우버나 그랩택시는

말도 안되게 비싸고...


뒤를 보니 

'니가 잘 찾아갈 수 있나보자'

라는 표정으로

T가 천천히 따라오더라고.


그거 보니 진짜 토 할 정도로

역겹게 느껴져서

어떻게든 집으로 가려고

구글지도 검색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일반 버스 정류장에 찾아갔고

집 쪽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어.


T도 따라 탔는데,

우린 가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어.


이윽고, 내가 아는 동네가 보이자 

내려서 택시타고 가려고 하는데 

T는 잘못한 것 없다는 표정으로

"그냥 갈거냐?"

라고 묻더라?

딱봐도 사과 할 마음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무시한 채 집으로 돌아왔어.


이 때 T에게 크게 실망했지.

이 후로 T에게 몇 일동안 

연락 안 했어.


아무래도 T의 친구들 앞에서 

한국인 남친 있다고 자랑하는 용도로 날 썼던 거랑

부모님 앞에서 약속 싹 무시하는 모습이 

겹쳐서 큰 실망을 한 것 같아.



평생 살기엔 무리가 있고,

정서도 안 맞는구나를 

이 때 뼈저리게 느꼈음.


태국인이 이런 경향이 있다해도

얘가 유독 더 심한 것 같아.

님들도 태국 연인이랑 

이런 문제로 싸운 적 있다면

공감 할 수 있을 듯.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담 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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