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태국여자 T와 남이섬에 간 이야기야.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평 쪽에 예약해논 펜션으로 출발했지.



다행히 비가 안오고 화창한 날씨여서

스쿠터를 타기엔 제격이었어.

날씨도 덥지 않은 선선한 가을날씨에

스쿠터를 타는 것 만큼 좋은 것은 없지.



시원한 바람이 내 겨드랑이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는 기분은

안 타본 사람은 잘 모를거야.




본격적으로 출발.

교통안전수칙은 지켜야겠지?

이 여행을 위해서

헬멧도 하나 더 샀어.

뒷 사람도 헬멧써야하니깐.




내 애마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모델은 대림 프리윙125cc이야.

스쿠터 중에서 빅 스쿠터에 해당하지만

엔진출력은 낮아서 연비가 안 좋기로 유명하지.

하지만, 그래봤자 스쿠터지.

연비 25는 나오는 것 같아.




가난한 나도 이 정도 기름값은 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내 스쿠터를 타면

뒷 좌석이 높아서 불안해하는데,

오토바이 대국으로 유명한

태국에서 온 T는 그런거 전혀 없다.

뒷자리에 앉으면서도 핸드폰으로 놀고 그래.

신기방기함.




우리는 서울을 빠져나가기 전에

구리 쪽에서 잠깐 내려서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러갔어.



장소는 애슐리!!




긴 여정이 될 테니, 많이 먹어야했어.

둘 다 배고파서 숨도 안 쉬고 먹었어.

그래서 사진도 이것밖에 없엉...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스쿠터에 올라

기나긴 여정을 다시 떠났지.

도심을 벗어나 가평으로 가는 국도를 타고

경치를 즐기면서 갔어.




중간에 한 번도 안쉬고 

계속 달린 것 같아.

1시간 40분쯤 걸렸을려나?

내리 같은 자세로 진동을 느끼면서 운전하다보니까

손목이 무척 아파서 못 버티겠다 싶을 때 쯤에

우리는 팬션에 도착 할 수 있었어.



중요한 건 팬션 사진이 없어.

어쩌지...

나 가난하지만, 팬션 놀러갔다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사진이 없으니까 증명 할 수가 없네

수영장도 있는 곳이었는데...



T에게 전화해서 사진 좀 보내달라고 했는데

자기 카메라에 있는데 지금 싱가폴에 놀러왔다고

보낼 수가 없다고 하네.

아쉽다.



나는 아주 싼 가격에 펜션을 예약했어.

하지만, 싼게 비지떡이라고

위치는 꼬불꼬불한 산 속을 한 참 올라가야하는

험한 지형에 위치해 있었고

수영장은 운영을 안했어.



그리고, 이틀 예약시 숯불비용 공짜랬는데

그런것도 다 거짓말이었어.

돈 내야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뭐라뭐라 했더니 인심 쓴다는 듯이

하루치 숯불만 제공해주겠다고 해놓고

결국엔 숯 불 안줬어.




나중에 악평 쓸거라고 이를 부득부득 갈던 차에

마지막 날 사건이 터지긴 했어.

이 사건에 대해선 추후 쓰도록 할게.

아무튼, 이 순간만큼은 재밌게 놀자고 생각해서

마음 추스리며 짐을 내려놓고 남이섬으로 출발했지.




남이섬 입구에 도착하니

나미나라 아일랜드라고 적혀있더라고.

그리고 티켓사서 들어가는 출입구를

입국심사라고 해놨어.

그래서 사람들이 남이섬을 

'남의 나라 섬'이라고 불렀나보다.

물론, 비싼 가격에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했어.


태국의 짜오프라야 강을 비난하는 마음은 없지만

한국의 강을 보니 무척 깨끗하고 투명하다.

냄새도 안 난다.



태국에서 수상택시 탔을 때 간간히

튀기는 짜오프라야 강물이 얼굴에 닿을 때면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꼈지.

내게 짜오프라야 강은 염산 그 자체야.



이윽고, 우리는 남이섬에 도착했어.

그리고 지도를 하나 챙겨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지.



큰 나무들이 길을 따라 솟구쳐 있어.

공기도 상쾌하고, 산책로도 이뻤어.



가끔가다 청설모도 보여서

친환경적인 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지.

관리를 아주 잘했어.



길을 걷다가 보니 

여러나라 옷을 입은 눈사람과

해당국가의 인삿말이 쓰여있었어.

태국도 있더라고?


태국 동상 밑에는 

사왓디 크랍(안녕하세요)라고 써있어.

헤헤. 나 이제 저정도 글은 읽을 수 있다고!!

여기가 겨울연가 촬영지라 그런지

눈사람이 마스코트인 것 같아.




걷고 걷고, 또 걸으며 느꼈지.

남이섬 무척 넓구나.

걷다가 숨지겠구나.



그래서 자전거 빌렸어.



난생 처음 타보는 이인용 자전거야.

커플들이 아름답게 타는 순간을 상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아.



페달을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밟지 않으면 잘 안 나가고,

한 사람이 페달 안 밟고 몰래 쉬다 걸리면

다른 사람은 삔뚜가 상해서 싸우게 되는

마법의 자전거거라 볼 수 있지.



가격은 둘이 해서 14,000원

무척 창렬하다.

나는 우리의 배려심과 팀워크를

시험해보기 위해 비쌈에도 불구하고

커플 자전거를 신청했지.



팀워크는 개뿔!

나는 앞 자리에서 페달 열심히 밟아대고 있는데

지 혼자 웃으면서 사진 찍는거 봐.

가끔 내가 뒤 돌아보면

힘든 표정으로 페달 열심히 밟는 척 함.

근데, 왜 자전거는 앞으로 나가질 않는 거니?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남의섬 곳곳을 누볐어.

경치가 무척 아름답더라.

강물에는 가끔 고기도 튀어오르는게 보였어.



그렇게 T가 원하던 남이섬에 오니까

T도 많이 좋아하더라.

그 모습 보면서 흐뭇했어.



서대문 형무소 공포감에 이은 달콤한 남이섬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역시 매질 후엔 사탕이지!



님들도 남이섬 갈 생각이라면 가기 전에

서대문형무소 먼저 들렸다 가길 추천한다.





슬슬 어두워지니 조명이 켜지더라.

남이섬은 낮 보다 해질 무렵이 더 이쁜 것 같아.

남이섬 갈 사람은 참고하셈.




"T, 우리 언제까지 걸어야 돼?

나 이제 힘든데..."



"좀만 더 둘러보고 싶은데?"



"그러면 정말 미안한데, 

나 여기서 조금만 쉬고 있을게.

혼자서 조금 둘러보고 올래?"



"알겠어! 나 혼자 갔다온다!! 흥칫뿡"



토라진 T는 혼자 주변을 돌아다녔고

나는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지.

누누히 말했다시피 난 걷는걸 정말 싫어한다.

차라리 뛰면 뛰었지...



T는 '너 없이도 혼자 잘 구경할 수 있어'라는

비장한 표정으로 길을 나섰지만

이윽고 돌아왔어.



"뭐야? 왜 이렇게 금방 와?"


"아 더 이상 못 걷겠어"


"너는 걷는 걸 좋아한다는 애가

나와 비슷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게 우리가 만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T도 두꺼운 다리를 가진 파워형 인간으로써

오래 걷는 행위는 무리가 있을테지...

서로 힘든 지점이 비슷해서 좋음.




"하암~ 피곤하당. 일으켜 줭"


"이제 우리 뭐하러 갈 거야?"


"뭐하긴 바베큐 재료 사서 바베큐 해먹어야지"


"오?! 너가 해주는 거야?"


"당연하지! 한국남자 아이가?!"


그렇다.

바베큐를 굽는 남자만큼 섹시한 남자도 없다.

오늘 밤 포인트는 나의 섹시한 매력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는 이동했어.


남이섬을 나오기 전에 사진 좀 찍고 놀았지!

남이섬 산책로 조명등이 켜지기 

전과 후를 비교해봤어.

역시 해질 무렵이 더 이쁜 것 같아!




우리는 남이섬을 나와 근처에 있는 

하나로 마트로 갔어.

근데 생각보다 고기 값이 

너무 비싸더라고...




국산 돼지고기 값이 장난이 아니었어.

아니면 여행지라 그런가?

여행지에 있는 하나로 마트도 가격이 다른가?




숯불이랑 그릴, 고기랑 쌀, 양념장, 음료수, 라면

펼요한 것만 샀는데도 7만원이 훌쩍나온 것 같아.

더치페이를 해도 비싸다...



인 당 3만 5천원이면 해산물 뷔페 갈 수 있는 돈인데...

물론, 다음 날까지 먹을 요량으로 산 거 지만

생각 이상으로 많이 나왔어.




우리는 숙소로 도착했고

나는 바베큐 준비를 시작했어.




"T, 넌 아무것도 하지마.

그냥 앉아서 섹시한 나의 모습을 감상이나 해"


"오 진짜? 내가 아무것도 안도와줘도 돼?"


"넌 그냥 분위기 있는 음악이나 틀어"


"오 좀 멋진데? 고마워 >_<"





이윽고, 요리는 완성되었지.


아주 먹음직스럽게 구워졌어.

우리는 분위기 있게 술과 함께 바베큐를 곁들였지.



"어디 한 번 먹어볼까? (물컹)

뭐야 이거 익은거야?"


"익었겠지. 원래 야외 바베큐 요리는

그런거 신경쓰는거 아니야"


"쫌 걱정되는데? 안전한거 맞지?"


"야! 나 못 믿냐!

이게 한국 캠핑스타일이여!! 뭣도 모르면서!!

그냥 먹기나 해!"




우리는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고 술을 마시며

몽환적인 분위기에 한 껏 젖었지.

그 순간 그 어떤 걱정거리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


"뭐가?"



"지금 이 순간 말이야.

아름다운 분위기, 별 빛 그리고 너"


"꺄아아아. 몰라>_<"



"우리 이제 들어갈까...?

엌! 잠깐만!!

(꾸르르룩)

이거 뭔가 이상한데?

나 화장실 좀"



"(꾸르르륵)

비켜! 내가 먼저 갈거야!

내가 아까 말했잖아!

덜 익은 것 같다고!!"



T는 나를 밀쳐내고 화장실으로 먼저 달려갔어.



"T, 빨리 열어줘! 나 급해!!"


"아직이야 기다려. 금방 열어줄 생각 없어, 돌아가"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방 바닥에 똥 퍼지르는 거 보고싶냐?"


"어제 너 나 관에 가둔거 잘못했어? 안 잘못했어?"


"잘... 잘 못했습니다"


"또 그럴거야? 안 그럴거야?"


"안.. 안 그럴게..."


"문 열어주면 냄새 난다고 할 거야? 안 할거야?"


"(뿌닥닥닥) 문 열어! 으아아아악!@%$!@"





다행스럽게도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몇 번이나 새벽내내 화장실을 왔다갔다했지.

로맨스 따윈 없었어.




미... 미안하다 T...





- 다음 편에서 -




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추석 기간동안에 왔던 여행기 1편이야.




나는 T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어.



이윽고, T가 오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용달을 불러 짐을 실었지.

집에서 사용하던 매트릭스, 이불, 후라이팬, 전자렌지,

컴퓨터, 식탁 등 다마스 차량에 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실었어.



그리고 나는 용달을 타지 않고,

내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이동했지.

T가 머무르는 동안,

스쿠터로 여기저기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오토바이

달려보자!!


하지만, 타고 가는 길은 위험천만했어.

퇴근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차들이 밀려있었고, 서울 진입구간은

말할 것 없이 복잡했어.



하지만, 서둘러야 했지.

 내가 도착하기 전에 용달이 먼저 온다면

직원은 나를 계속 기다려야만 하고

다음 용달을 못 나가기 때문에

다마스 vs 스쿠터의 암묵적인 레이스를 했지.




결과는??

나의 승리!!

내가 30분 더 빨랐다.

일찍 도착한 김에 다이소에 들려서

칫솔, 치약, 물티슈 같은 물건을 샀어.



아무것도 없는 방에 짐을 하나 둘씩

풀어놓으니 제법 사람사는 방 같은 느낌이 들었어.

모텔 보다는 깔끔하진 않았지만,

안락하니 신혼 집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더라.



물론, 절대 반지하에서 신혼을 살긴 싫지만

이나마도 지금 상황엔 감지덕지지.

집을 빌려준 내 친구 B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



모든 짐을 다 정리하고나니

T가 곧 비행기를 탄다는 메시지가 왔어.



"J, 나 비행기 곧 타는데,

내일 아침 10시까지 공항으로 와야하는 거 알지?"


"알았어~ 걱정마

아침 7시로 알람 맞춰놨어

우리 곧 본다! 신난다!!"



우리는 한 껏 격양되었지.

난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어.

한 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고, 후다닥 준비했어.

그리고 밖으로 나와

노량진 역으로 걷기 시작했어.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였어.

대부분은 고시공부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었어.

나도 같은 고시생인데

나는 추석기간에 놀고 있네?

잠시 자괴감에 빠졌지만, 우울한 것도 잠시였어.




노량진에 왔으니 명물인 컵밥을 먹으러 가야지!!

공부도 일도 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인데

일단 먹고보자!!



컵밥

이것은 스팸참치마요인데, 가격이 3,000원 정도였어.

한 입 먹어보는 순간, 나는 천국을 보았지.

느끼하고, 자극적인 맛이지만 멈출 수가 없었어.



특히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서

고소함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

먹다보니 자주 먹다간 동맥경화 걸리겠다는 생각이 듬.




아침식사를 마친 후, 

나는 서울역으로 이동해서

공항철도를 탔어.




공항철도 군인시절에 참 질리도록 많이 탔는데...

나는 공군나와서 인천공항 근처에 있는 방공포대로

자대배치를 받았거든.

그래서 지금도 인천공항 갈 때마다

공항철도 타고 보이는 우리 부대 잘 있나 보면서 가곤해.




공항에 다행히 제 시간에 도착!

T는 이미 입국심사 끝나고 나와있더라고.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



"J, 잘 지냈어?"


"나야 뭐 똑같지!

너는 잘 지내보인다?

살이 더 올랐네?!"



T를 안았을 때 전보다 더 푸짐해짐을 느꼈고,

그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어...

푸짐해진 팔뚝으로 맞으니까

더 아프다...


우리는 알콩달콩하게 얘기를 하며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했어.



"요즘 스트레스 장난 아니야.

상사는 엄청 쪼아대지,

엄마는 또 살쪘다고 구박하지.

난 여기 너 보면서 스트레스 풀러왔는데

네가 나에게 뭐라한다면

니 목숨은 보장 할 수 없을거야."



"아... 예

열심히 보좌하겠습니다!!"




캐리어 끌다

젠틀하게 캐리어도 내가 끌어줌.

누가봐도 T의 지금 덩치면 

캐리어 세 개는 끌 거 같은데.

강력한 팔 다리를 갖고 있음에도

연약한 여자로 보이고 싶은 맘 이해한다.



기특하게도, 저번 홍대 갔을 때 싸우고나서

뽑아준 가오나시 인형을 캐리어에 매달고 있더라.

매우 흡족해짐.




버스 타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우리는 버스로 이동했어.

가는 길이 험하다 험해...

친구 집이 노량진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 걷기도 뭐하고 택시타기도 애매한 곳이야.




우리는 마침내 숙소에 도착하게 되었어.


"짜잔! T, 어때? 아늑하지?!"



"어.. 음.. 좋네...!"



"너 말하는데 굉장히 오래걸린다? -_-"


"아냐아냐, 안락하고 좋네!"


"야! 여기가 그래도 한 달에 40만원 짜리야!!

한국은 땅 덩어리가 좁아서

이런 방도 비싸다고!!"



"누가 뭐래? 난 만족해!"


태국인의 기준으로 한국의 원룸은 비좁았을테지

하물며 반지하라 습한 냄새가 훅 올라옴.

태국 기준으로 한 달 방세 40만원이면

수영장, 휘트니스 딸린 맨션에서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긴 어디?!

한국!!!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

너는 한국인의 평범한 집에서 생활하게 될 거고,

그로인해 한국에 대해 더 알 수 있을거야.






우리는 간단하게 짐을 풀고

노량진 쪽으로 걸어갔지.

그리고 노량진을 구경하며 이 도시에 대해서 설명했어.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50%이상이

여기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 준비를 하는 곳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 얼굴에서 여유와 웃음은 찾기 힘든 곳이라고.





실제로 거리를 걸으면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은

나와 T 밖에 없었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웃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속박하는 거겠지?

오늘만 사는 나와는 다르게 ㅜ ㅜ



T는 한국에서의 첫 식사메뉴로

떡볶이를 선택했어.

그래서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으로 들어왔지.


너 돈은 있냐? 하면서

내 지갑을 살펴보는 T

아무리 돈 없어도, 너 떡볶이는 사줄 수 있단다...




내 지갑은 메이커가 아닌 

문방구에서 파는 5천원짜리야.

허름한 내 지갑을 예전부터 T가 봐왔기 때문에

기특하게도 여행 마지막 날에 내 생일선물로

태국에서 주문한 지갑을 주더라고


떡볶이 기다리느라 심술난 T

난 개인적으로 떡볶이를 안 좋아해.

뜨겁고 매운거를 잘 못 먹거든.

그리고 떡의 식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대신 다른 떡을 좋아하지.

응?




태국에도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떡과 비슷한 음식이 꽤 많아.

게다가 떡볶이는 달고 매운 소스로 이루어져있어서

많은 태국인들이 좋아하더라고.




떡볶이를 먹다

나는 치즈를 굉장히 좋아해.

그래서 위에 있는 치즈만 떠먹은 것 같아.

T에게 얌체라고 한 소리 듣긴 했지만...




어묵을 먹다

튀긴 어묵과 만두도 세트로 같이 나왔어.

가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보다 훨씬 비쌌던 것 같아.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어.

다음 목적지는 서대문 형무소!

남이섬을 가기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러 가는 거지.





티켓을 사다

기대하던 서대문 형무소에 도착했고,

표를 샀어.

어른 두 명에 6천원이니

한 사람당 3천원이겠지?



서대문 형무소는 내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한번 데려왔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기분이 썩 좋은 곳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지.

그 이후로 다시 찾아오진 않았어.





포스터를 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암살포스터가 입구에 있더라.

컴퓨터를 가져온 이유 중에 하나가

T와 같이 영화보려고 한 이유도 있어.

암살도 같이 보려는 영화목록 중에 하나!




입구로 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래.

누가봐도 형무소임을 알 수 있지만,

건물이 너무나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안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고문이 

행해졌다는게 역설적으로 느껴져.


아직 자신의 상황을 잘 모르는 T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둬라.

곧 우리 민족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테니



형무소 안에는 영어로도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게

잘 해놨어.



T는 한일합병이 된 배경을 배웠고,

한국인들이 어떠한 투쟁을 했는지 알 게 되었어.

일본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였겠지만,

모든 한국인은 독립투사들의 투쟁활동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꼭 설명해줬지.




우리는 순차적으로 이동했어.

그리고 마침내!!

고문도구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지.



족쇄를 보다

고문도구 사진이 이거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고문도구 중에 하나인 

관을 찾아서 흥분했기 때문이야.



관은 조선 사람들을 서있는 상태로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어 몇 날 몇 일을 

안에 있도록 하는 고문도구였어.



관 앞에 서자 T는 벌벌 떨었고,

나는 빨리 들어가라고 윽박 질렀지.


"J, 꼭 이거 해야돼?

나 이제 충분히 알았어.

미안해!"



"닥쳐!! 넌 한국의 역사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그냥 넘어갈 생각없어, 어서 들어가!"


들어가기 싫다고 버티는 T의 등을 밀어서

우겨넣었어. 그리고 못 나오게 막았지.


"잘 못 했어? 안 했어?"


"잘 못 했어. 열어줘!!"


"친일파 좋은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문 열어!!"


"내가 고마워? 안 고마워?"


"하나도 안 고마워!"


"응~ 그럼 거기서 우리 민족의 한을 더 느껴봐

오늘 이 시간부로 너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고마우니까 문 열어!"



나는 문을 열어주었고,

T는 울상을 짓고 있었지.

이제 T를 남이섬에 데려가 꿈 같은 경치를 보며

행복 할 수 있겠다.


형무소 투어를 나온 후 잔뜩 삐친 T

태극기 앞에 서니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남이섬 가서 재밌게 놀다 오자^^




우리는 스쿠터를 다시 타고

동대문 쪽으로 이동했어.

동대문에 호스텔을 하루 잡아놨기 때문이었어.

노량진에서 가평 가는 방법보다

동대문에서 가평 가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지.




숙소에서 도착해서 저녁까지 쉬다가

우리는 종로로 이동했어.

지난 태국여행에서 내가 준 T의 귀걸이가

살짝 망가졌다고 하더라고?



산 거는 의정부였지만,

종로에도 매장이 있으므로

T의 여행기간동안 고치고자 이동했지.



우리는 종로에 도착했고,

샵을 찾으러 20분간 걸어다녔어.

하지만, 찾을 수 없었지.

어찌 된 영문인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가게가 있는거야.




그래서 고객센터에 전화해봤더니

명동지점으로 옮겨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또 명동으로 이동했어.


다행히 명동지점은 문을 열었더라고,

T는 부서진 귀걸이를 보여주었어.

직원은 A/S를 위해서 공장 쪽으로 보내야하는데

추석기간이라 추석이 끝난 후에야 받을 수 있을거라 했어.



어떡하지? 추석연휴가 끝날 때 T도 돌아가는데...

우리는 한 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다음에 태국에 갈 때 가져다 주기로 했지.

그렇게 태국에 갈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네?





그 이후로 우리는 명동을 구경하다가

KFC에서 대충 먹었어.




그리고 T와 함께 오설록에서 차 한 잔 마셨지.


차를 마시다

가격이 비싸서 나는 배부르다고 둘러대고, 

그냥 관심없는 척 했어.

그래도 형무소 이 후로 

T는 눈치라는게 생겼는지

한 입 주더라.


형무소 참교육 짱짱.



그리고 우리는 다시 동대문 호스텔로 돌아갔지.

분위기 있게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는 T

서울 시민 다 되었네.



이렇게 첫 날의 여정을 마무리했지.




다음 편에서 보자 :)


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대한민국의 명절 기간인 추석에 

와서 있었던 이야기의 에필로그야.





T를 보러 태국에 갔다 온 이후로

나는 다시 일을 하며 하루하루

한국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갔어.




학교에서 수업도 하고, 

틈틈히 임용고시 공부를 하며

밴드 녹음도 마무리 되어

공연도 했어.





공연


중간에 드럼이 '퍽' 소리를 내며 구멍이 뚫려버렸지만,

그래도 성공적인 공연이었던 듯 싶다.





뭐 요롬코롬 잘 지내면서 

T랑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화했지.



"T, 나 추석기간 동안에 출근 안 해~"


"추석이 뭔데?"



"한국의 그레이트 홀리데이야.

너 올 수 있으면 와라!

한국에서 태국가는 건 사람들이 몰려서 많이 비싸도

태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건 상관 없을 거야."



"그래?! 오케이 알았어.

상사한테 물어보고 일정 한번 맞춰볼게!

근데, 너 가족들이랑 같이 안보내도 돼?"



"괜찮아, 우리 친가는 돈 문제로 개박살나서 

형제들끼리 서로 안봐~

그건 그렇고, 너가 온다면

나도 성의를 보여야하니까, 

숙소는 내가 해결할게!"



"콜"




T가 한국에 와서 다시 재밌게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들떴고 하루하루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리고는 추석 기간에 서울은 텅텅 비니까

어디 놀러가기도 편할거고, 

아마 방 값도 저렴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




근데 왠 걸?! 더 비싸잖아?

아무리 모텔을 싸게 장기로 쇼부쳐봐도

하루에 5만원을 불렀어.




 8박9일의 여행일정인데

방 값만 40만원 나가서

그냥 원래대로 반반 내자고 하려다가

좋은 묘안이 떠올랐어.



나의 한국친구 B가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시험을 다 끝내고 방을 뺐다고 들었어.

그래서 바로 전화해봤지.



"B야, 너 방 계약기간 아직 남았냐?"


"응, 10월 초까지 계약기간인데?"


"나 거기서 열흘 만 살아도 됨?"


"그래도 되는데, 나 짐 싹 다 빼서

거기에 아무것도 없어"


"괜찮아, 괜찮아, 일단은 너네 집 좀 빌리자

밥 한 번 살게!!! 고맙다"



다행이었어. 

40만원이 0원이 되는 순간이었지.

물론, 반지하 원룸이지만 괜찮아.

한 번 가봤는데 몇 일 머무르기엔 부족함이 없었어.



'근데, 방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데 어쩌지?'



나는 곰곰히 생각했어.

이불도 없을 테고, 식기류도 없을 거고...

사기엔 비싸고 아깝고...

어쩐다...?






내 두뇌는 빠르게 회전했고,

나는 해결책을 찾았어.

답은 '용달'이었어.



나는 바로 용달업체에 전화해서

가장 작은 소형차인 다마스가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배달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봤지.



편도 4만원이래!!

그렇다면 T가 간 후 짐을 다시 빼야하니까

왕복 8만원돈으로 9일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거임.



40-8=32 즉, 32만원의 이득을 취할 수가 있는 것이지.

'이불은 집에서 가져가고, 

후라이팬 같은 것도 챙기자

그리고 컴퓨터도 가져가야지'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은 기쁨에 들떴어.



게다가, 노량진은 서울의 중심부라 

강남, 이태원, 홍대, 신촌과 같은

핫 플레이스를 가기에도 수유보다 훨씬 가까워서 

모든게 완벽하다고 생각되었어.



거기에다가 스쿠터까지 내가 끌고 간다면??

추석이라 서울 시내에 차도 없고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간편하게 슝슝 갈 수 있으니 금상첨화!!



나는 하나, 둘씩 준비를 하며 T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런데, 문제가 하나 터졌어.

T가 내 삔뚜를 상하게 한 거야.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T와 전화를 하고 있었지.



"J, 나 남이섬 가보고 싶어"


"아 그래? 무척 아름다운 곳이지.

근데 아름다운 남이섬 가기 전에

관광지이자 한국의 우울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서대문 형무소에 갔다가 가는게 어떨까?



"싫어~ 무서워.

그리고 그런 역사를 왜? 

어차피 오래 지났고, 한국 잘 살잖아?

그냥 잊어버려"



"뭐? 그게 할 말이야?

내가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우리 할머니가 그 때 살았었고, 

그거에 대해 지금도

눈물을 흘리시는데 어떻게 잊어 그걸.


우리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징집되는 꿈꾸면

자다가 소리지르고 그랬는데?

그걸 잊으라고 하면 잊을 수 있어?"



"아니 오해야..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자기네 역사 아니라고 막 던졌구만

너네 집에 모르는 사람이 무단침입해서

칼로 위협하고 집안 물건 다 가져가면서

너네 가족 강간해도 나중되면 잊을 수 있어?"



"그런 말 한게 아니라니까!!"



"닥쳐!!! 안 가!!"



한국을 좋아하진 않지만,

할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를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왔던 터라 욱해버렸어.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사실상 외국인이 남의 역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들어도 겪은 일만 하겠나

하물며, 지배도 안 받아본 태국 애가

이런 슬픔을 이해 할 리 없지.



몇 날 몇 일을 T에게 꽁해있다가

결단을 내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

너 우리나라 역사 공부 먼저하고 가자.

안 그러면 안 가.


우리는 서대문 형무소 먼저 갈거고

거기 고문하는 관이 있어.

거기 안에 들어가서 5분 있다 나오면

남이섬 같이 가고 아니면 안 간다.

거기서 우리 민족의 

얼룩진 피와 고통을 느껴보렴."


그리고 여기 갔다가 가면 

남이섬이 더 천국같이 

이뻐보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거야.






본 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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