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태국 방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취업에 도전했던 이야기야.


일단은 전 편의 마무리에서

언급했듯이 형들은 T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자고 했지.


특히, H형은 여행에서 만난 사이지만

자기의 신원을 정확히 밝히고

내 동생 내 동생이라 말 뿐만 아닌 행동으로서

진심으로 챙겨주니까 어느 순간 

조금씩 믿게 되더라고.


여행에서 만난 한국인을

조금은 믿게 된 몇 안돼는 형이지.

"제수씨한테 요리 한 번 대접해야지!

내 동생 여자친구인데!"

라며 H형은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T에게 의사를 물어봤지.


"T, 형들이랑 나랑 한국요리해서 먹을 건데

와서 먹을 생각 있어?"


"당연히 콜이지!

일 끝나고 바로 갈게!

그건 그렇고, 형들이랑 같이 있는건 좋은데

내일이 너 한국어학원 인터뷰인거 잊지마!"


"응, 그건 잘 알고 있지.

내일 아침에 내 집으로 일찍가서 

옷 좀 깔끔하게 입으려고."


"좋아, 근데 그 인터뷰 끝나고

우리는 내 직장동료 집에 축하하러 갈거야.

애 낳았거든."


"어...? 뭐?

우리?!"


"왜? :(

넌 나랑 가길 원하지 않아?

난 내 동료들에게 너 보여주고 싶은데"


"이게 뭔 소리야.

내가 거길 왜가.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같이 가주지 않을래?

라고 부탁하는게 순서 아니냐?

너는 항상 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거야?"


"부탁할게~"


"하물며 너랑 친한 친구도 아니고

직장동료가 애 낳은 축하자리를

내가 왜 가야하는지 모르겠어.

나 그 사람 본 적도 없어!

제발 좀 니 인맥자랑에 나 좀 끼워팔지말아줄래?"


"그러면 다시 말할게.

내일 나랑 거기 같이 가줄 수 있니?"


"하... 이게 마지막이다.

더 이상 이런거 같이가달라고 하지마."


"고마워! 니가 최고!!!

이따 봐♡"


진심으로 짜증났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따가 얼굴 붉히면서 

보기 싫어서 승낙했어.


얘랑은 진심으로 헤어지길 잘한 것 같아.

라인 대화록 읽으면서 쓰다보니 또 빡침.

진짜 내가 만났던 이성친구 중

 Worst 3 안에 들 듯.


어쨌거나, T가 오기 전까지

형들과 나는 무척 분주했어.

한국인의 맛을 담은 리얼 한식을

만들어야했기 때문이지.


6년 동안 자취를 했기 때문에

몸에는 안 좋아도 맛은 좋은 요리를 할 순 있지.

콘도에 있는 빌라마켓에서 김치와 돼지고기

고추장, 참기름 등을 사서

의정부의 대표음식인 부대찌개와

나만의 비법소스로 만든 제육볶음을 

H형과 쉐프놀이를 하며

즐겁게 만들었어.


요리를 완성시킨 후 T를 기다리는 형들.


이윽고, T가 왔고

형들은 반갑게 인사했어.

그리고는 다들 촵촵거리면서

신나게 요리를 먹었지.


태국에서 진짜 한식스러운 한식을 먹으니까

너무 좋더라.

사실 방콕 내에 맛스러운 한식 집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너무 부담이 되거든.


우리는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눴어.

사실 어제 형들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이유는

마분콩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택시의 승차거부가 장난아니었데.


대략 1시간 정도를 택시를 잡으려

길바닥에서 서있다가

결국 MRT를 타고 근처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은 랍짱

(오토바이 택시기사)을 이용했는데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더래.

그리고 나와 T를 만나고 나서도

라마9에 있는 콘도에 가기까지

극심한 교통체증을 느껴야만 했고

그 와중에 택시기사는 일부로 길을 뺑뺑 돌았다나?


한 날에 여러 개가 터져서

멘붕이 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날은 어디도 나가고 싶지 않아서

아무 곳도 안 나가고 콘도에서

즐겁게 한식 먹으니까 기분이 좀 풀렸다고 하심.


어쨌거나, 즐거운 저녁식사를 끝내고

T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형들과 건전하게 클럽을 즐겼지.


그리고 다음 날...

대망의 잡 인터뷰날이 왔어.


나는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가서

깔끔한 셔츠로 옷을 갈아입고

실롬 근처에 있다는 어느 한국어 학원으로 이동했지.

그리고 T와 함께 학원 안 쪽으로 들어갔어.


그리고는 원장과 만나 가볍게 인사를 하고

정식 인터뷰가 진행됬지.


"J씨는 교육 쪽에 있었네요?

그럼 상당히 가르치는 것은 잘 하시겠네요.

근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건 좀 달라요."


"인정합니다. 저도 학원 측의 커리큘럼에 맞춰

더 효율적으로 학생들을 교수하는 방법에 대해

계속적으로 노력해야겠지요."


"품다와 안다의 차이가 뭐에요?"


"예?"


"차이를 한 번 말해보세요"


여기서 멘붕 왔다...

간단한 인터뷰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왔건만...

그래도 6년 동안 만났던 전 여자친구분이

국문학과 졸업생이라 

항상 심도있던 국문학 대화를 한 나다!

쥐어짜내라!! 두뇌 풀가동!!!


"음... 품다와 안다는 형태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를 테면, 품다는 모든 면을 

에워싼 형태라고 말 할 수 있고,

안다는 전체가 아닌 일부분 만을 감싼 상태입니다.

또한, 품다는 생각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을 때도 사용됩니다."


"흠... 그러면 품다와 안다를 이용해서

각각 문장 5개를 만들어보세요"


니미럴...


각각 3개씩 밖에 답변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 5개씩 만들라는건 좀 오바 아니냐?

내가 3개씩 답변한 이 후로

원장은 씨익 웃더니 입에 모터단 듯

설명충이 되었지.


아마 인터뷰에서 기선제압하고 

들어가려고 한 것 같은데...

역시 통화 할 때 느꼈던 대로 

전형적인 꼰대가 맞았다...


그렇게 10분여간의 침 튀기는

설명을 듣고 원장은 또 다시 말을 이어나갔어.


"간혹 태국 사람들이 물어볼 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요.

근데, 우리는 교육자니까 그런 것들이 어렵다고

간과해서는 안 돼!

J씨는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나갈 생각이시죠?"


"무엇보다는 학원의 커리큘럼에 

입각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제가 그 동안 학교에서 가르쳤던

교수방법을 동원하여 수업을 통해 

성공경험을 제공하며

스스로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를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아냐~아냐~ 그럴 필요 없어!

우리가 원하는 건 재밌게만 놀아주면 돼."


"예?"


"그냥 연예인처럼 잘 생기던지,

웃기고 재밌게 잘 놀아주면 되는 겁니다.

문법이야 현지 태국선생님들이 설명 할 거고"


이게 뭔 개소리야.

아까까지는 리얼 교육자 코스프레 하더니.


"학원 측에서 원하는 건

잘생기고 재밌는 사람이 선생한다는 입소문이에요.

학원생을 많이 유치 시킬 수 있는!

제 친구 아들 놈이 그걸 아주 잘했지.

누굴 가르쳐본 적도 없는 놈인데

백수인게 불쌍해서 친구한테 여기 보내게 해서

일 시켰더니 아주 잘하더라고?!


그 다음부터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난리가 나서

수강생이 두 배로 늘었어!

J씨도 만약에 일을 시작할거면

잘 놀아준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이 때 속마음은 이 원장 놈 

뚝빼기 깨고 싶었는데

나도 일은 구해야되니까

참고 페이얘기를 해봤어.


"페이는 어떻게 되나요?

혹시,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워킹비자도 나오게 되나요?"


"아~ 페이는 시간당인데

좀 적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지금 원생이 많이 없어서

수업도 많이 없고...

능력있게 일 잘하고 사정 좀 나아지면

바로 워킹비자 내주지!"


얘기들어보니까 일주일에 4~5번 

정도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것도 하루 2시간 정도다...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안나지만

한 달에 20만원 중반 쯤 나왔던 것 같아.


그 정도 돈이면 차비하다 끝나겠다

이 양반아!!


그리고 딱 이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3개월 여행자 신분으로

신나게 이용해먹고 알아서 비자런하고

계속 일하던지 한국으로 돌아가던지 말 할게

200% 뻔해보였기 때문에 인터뷰 이 후에

시작날짜 잡아서 바로 연락준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그냥 번호 차단했어.


학원강사라 할 지라도

투철한 사명감 가지고 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가끔 이런 사람보고 나는 실망을 많이 해.

학생을 돈벌이 그 자체로 보는 놈들이

제일 역겨워.


뭐, 이제 나도 교육자 아니라서

뭐라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이 때 생각하며 글 쓰다 보니

갑자기 씁쓸해짐.

오늘은 여기까지 씀.


담 편에서 보장!



이번 편부터는 내가 태국에서 4개월 동안

있었던 이야기의 에피소드야.



이 에피소드가 끝나면

더 이상 태국에 대해서 할 얘기가 음슴으로

노가다 일이 이 에피소드보다 빨리 끝나길 바랄 뿐임.



작년 내내 나는 계속 생각했어.

임용고시가 떨어지면

태국에서 몇 개월간 장기거주 할 거라고.

몇 번 여행가봐서 대충 물가는 아니까

현지인들이 먹는 식사로만 밥을 해결하면

몇 개월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어.

여행 막판에 나는 진심으로 태국거지가 되었지.

어떻게 쓰냐에 따라 태국에서는 많은 돈을

하루아침에 다 쓸 수도 있고,

적은 돈으로 길게 체류 할 수가 있어.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경비를

쉽게 내 경우에만 국한해서

단정지어 말해준다면 당신들의 여행을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단걸 알려주고 싶어.



어쨌거나, 내가 태국에 4개월 살았다고 하니까

임용고시 결과는?

뻔하지 뭐.



3점 차이로 떨어졌어.

서술형 한 문제에 4점이라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진거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소수점으로도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니

별로 아쉽진 않다고 봐야지.

나와 내 친구들은

동네에 있는 무한리필 돈까스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한 1월 13일에

나의 합격결과를 다같이 클릭했지.



막상 놀리기로 한 친구녀석들도

'합격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보자

얼굴이 굳더니

'이거 놀려도 돼나?'라며

자기들이 심각한 얼굴을 지었었어.



하지만, 나는 괜찮았어.

애초부터 일하면서 할 수 있을만큼 공부도 했고

떨어진다해도 태국 4개월 여행이 무척 기대됬거든.


친구들은 내 상태를 보고 안심했는지

그 때부터 놀리더라고.


'사회 공무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새끼'


그게 내 수식어가 되었지.

그 이후로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렸는데

9월에 팬션가서 개에서 물렸던 사건이

1월이 되어서야 형사조정회부 통보가 왔더라고.



내 시험에 떨어진 모든 분노는 거기에 집중되었지.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그 아저씨에게 인실줏을 실현하며

돈을 받아냈어.


그래서 그 돈으로 기분전환도 할 겸

태국가기 전에 머리도 할 겸해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중 하나인

'스핀 스왈로펌'을 했지.



물론, 의정부 시내에서 가장 싼

파마샵에서 말이야.

기본펌은 2만원인데

스왈로펌은 3만원 받더라.

그래도 예전에 7만원 주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쿨하게 3만원 얼른 줘버렸어.



학교에서 일하는데 이렇게 해도 되냐고?

교육자가 모범이 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지만, 교사도 사람임.

꾸미고 싶음.

학생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랑

교육만 잘 하면 됐지.



애들 앞에서 흡연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이건 좀 다르다고 생각해.

실제로 내가 일하던 학교에는 여교사가 

이 머리 한 사람도 있었어.


개인적 가치관으로 성범죄를 제외하고

학부모나 타인들이 학교수업시간 외에

교사의 행동에 대해서 뭐라할 순 없다고 생각해.


뭐, 난 이제 더 이상 교육자가 아니라

노동자지만...



초등학생들 순수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순수해.

생각만큼 그렇게 영악하지 않아.

물론, 피시방에서 만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초등학생들도 

부모님 안부 많이 묻는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태국에 갈 것을 생각해서 예산을 짜거나

태국어를 공부했어.



나는 주로 방콕의 아파트먼트를

찾아봤는데 싼 가격에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는 곳은

거의 없어서 찾는데 조금 힘들었어.

나는 주로 여기를 이용했지.

www.renthub.in.th/


나는 여러 곳의 후보지를 선정해놓고

후기를 읽어봤어. 그리고 태국에 갔을 때 직접

가보고 계약했지.

1달이상 거주 할 사람이라면

적극추천함.



예산이라면

비행기 값 제외하고 600만원+@로 4개월을 살았어.

클럽이나 유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비행기 값 포함하고 600만원이면

충분히 4개월을 살 수 있어.



하지만, 나는 클럽을 아주 좋아했어서

돈이 더 들었지.

클럽갔을 때마다 1000~1500바트(33000원~52000원)

사이를 썼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만약? 여기서? 워킹걸을 만난다면?

상상이상으로 돈이 깨지니까 그런건 알아서

계산하셈요.

나처럼 장기투숙하는 태국거지라면?

만나지 않는게 상책이다.




나는 태국여행을 준비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러다녔어.



첫 째로 내 친 형.

내 형은 누구보다 나를 걱정해서

안전 또 안전을 강조했지.


형 친구 중에 태국 가이드로 일했던 사람이 있는데

월급날 태국강도를 만나서

돈 안주고 없다고 버티다가

강도가 휘두르는 칼에 엄지 손가락이 절단되었어.


그 말을 듣고 난 후

내가 태국에 갈 때마다 걱정하지.


태국 가는 사람들은 왠만하면

으슥한 길로 가지말 것을 추천해.

시비도 붙지말고!

시비가 붙는다면 웃는 얼굴로 

미안하다고 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도록 해.


쌈닭인 나도 왠만하면 자제하는 편이니까.

루트66 클럽에서 우리 술 누가 훔쳐갔을 때만

유일하게 화내고 뒤집어엎었어.



님들은 나보다 돈이 많으니

그런 2000바트짜리 양주 잃어버린다 한 들

화내지 말고 그냥 쿨하게 넘기셈.



다시 친 형 얘기로 넘어가서

가족단위로 쓸 수 있는 현대 다이너스 카드를

내 이름으로 만들어줘서

공항 vip 라운지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어.

연회비가 적은데, 가족이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카드니까

님들도 사용해보셈.


라운지를 나는 태어나서 처음 가봤는데

너무 좋더라.

대접받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밴드멤버들도 만났어.

보컬 형은 나의 태국 원년멤버로써

내가 태국에 장기로 가는 것을 매우 부러워했어.

보컬 형은 내가 태국에 머물러있는 동안

티나와 함께 놀러올 것을 약속했지.



그리고 카오산가서 

길거리 공연을 하던 뭘 하던

하자고 다짐했어.


나 없는 동안은 밴드 진행이 모두 스탑되지만,

자작곡 10개를 만들어온다는 약속 하에 갔지.

실제로 10곡을 모두 만들어왔는데

첫 달부터 할게 없어서 기타만 치면서

10개의 곡 작업을 다 해버렸어.


그 이후로 기타 꼴도 보기 싫어서

나머지 3달동안 다시는 치지 않았지.


이 분은 나의 어머니.

덕분에 잠시나마 유복한 가정에서 잘 지냈습니당.

지금은 경제사정이 무너져버렸지만,

학창시절엔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

어디가서 돈 없으면 기 죽는다고

꼭 돈 챙겨주셨었는데

이젠 물려줄게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네.



유산 그런거 필요없으니

부모님 노후만 알아서 잘 하셨음 좋겠다.

나 혼자 살기에도 벅차서 ㅜㅜ


어머니는 내가 잘 지낼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되니 가끔 연락하라고 하시더라.

실제론 거의 연락안함.

죄송요... ㅜ



여긴 내 친구들 O와 B.

태국 가기 전 한 참을 못 본다며

가기 전까지 같이 있어줬어.


나는 내가 태국에 있는 동안

이 친구들이 오기만을 바랬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바빠서 못 왔어.

그게 제일 아쉽더라.


언젠가는 꼭 같이가서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



얘는 내 애마 프리윙.

추운 겨울부터 여름까지

아프지말고 잘 버티고 있으셈!


둘 째 이모네 아파트가

따듯한 지하 주차장이 있어서

거기에 커버 씌우고 짱 박아놨어.

돌아왔을 땐 시동이 잘 안걸렸지만

아직은 더 달릴 수 있는 녀석.


친구들 말에 따르면

엔진소리가

'이제 날 죽여줘'하는 것 같다지만

그리 쉽게 보내줄 수 없다.

조금 더 혹사당해야 해.



이 녀석은 내 동생 홍초.

한국에 있었던 5년 만난 전 여자친구 분이

분양 받아주신 놈으로

개를 싫어하던 내가 이 녀석으로

우울함을 딛고 다시 태어날 수 있었지.


부모님 둘 다 개를 안 좋아하시는데

자취방에서만 나와 살던 홍초를

집에 데리고오니

오자마자 부모님에게 교태를 부리더라고?


주인 닮는다고 똥연기 무진장 잘한다...

그 이후로 우리 집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아버지는 홍초를 매일 안고다녀.



이 녀석은 태사랑에서 만난

동행하기로 한 부산 동생이야.

이 녀석이 서울로 출장 올 일이 있어서

동서울 포차에서 만나서 가볍게 소주 한 잔 하면서

태국에서 놀 계획을 짰지.


물론, 이 녀석은 단기 여행자였지만

나도 단기 여행자의 마음을 느끼며

같이 놀고 싶었어.


무엇보다도 이 녀석은 아쉬워하며 갈 때

나는 남아있잖아!

나는 그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

수 많은 단기 여행자와 같이 놀고 헤어질 때마다

나는 도깨비의 공유가 된 듯한 느낌이었어.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놀더라도

그들을 곧 보내야만 했지.

그게 참 우울하더라.


그래서 첫 달 이후로 단기 여행자와

같이 놀 수 없었어.



태국을 가기 일주일 전부터

나는 빨리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었어.

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길던지...

집에서 아무리 빈둥거려봤자

시간이 잘 안가는거야...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드디어 날이 점차 다가와서 짐을 쌌지!



요거는 필수 아이템인

1달용 렌즈!

산소 투과율이 93%라나?


한 번 개봉되면 한 달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주로 클럽에 갈 때나 많이 썼어.



요거는 콘도 내에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편리하게 운동을 듣기위해

장만한 17000원짜리 블루투스 이어폰!

이거 참 유용하게 썼어.

그리고 귀에 안 꽃더라도 목에만 걸고 있더라도

뭔가 이뻐.


여자들 딱 붙는 검은색 목걸이 하는 것처럼.

남들이 보기엔 내가 게이 같았겠지만...



친구의 이민용 캐리어를 빌려서

꽉 채웠어.

옷과 화장품.

그리고 T의 부모님에게 줄 선물까지!


나는 제주항공을 이용했는데

15키로 무게제한이 있어서

걸릴까봐 조금 두려웠어...

하도 많이 넣어서...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출국날!


언제봐도 설레는 인천공항 출국장 가는 길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 때가 가장 설레는 것 같아.

내 비행기는 저녁비행기이므로

무려 4시간이나 일찍가서

한 참을 기다려야했어.



내가 일찍 간 이유는?

라운지를 이용해보기 위해서지!



제일 먼저 온 곳은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마티나 라운지였어.

뷔페식으로 음식이 깔려있었고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나 커피 그리고 술

모두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어.

들어오는데 뭔가 대접받는 느낌이어서 너무 좋았어.

난생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랄까?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쪙!!



여기는 모던 스타일의 대한항공 KAL라운지.

깔끔한 모던 분위기의 라운지라 이쁘다.

무엇보다 비행기를 볼 수 있게

전면유리로 해놓은 점과

개인 흡연실을 만들어 놓았다는 부분에서 가장 좋았어.


여기는 음식보다는 술과 안주가 참 많았어.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자기 위해 술을 종류별로

다 먹었는데 갑자기 한국을 오래 떠나있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예전에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떠올라서

급 슬퍼졌어.

홍초를 분양해준 그 분 말이야.



내가 유일하게 이 사람이면 결혼해도 되겠다 하던 사람이었는데

나 혼자 스스로 결혼압박 느껴서 헤어지자고 했거든.

나보다 나이가 4살 많은 연상이었는데

참 똑똑하고 현명했지.


그 쪽에서는 서두를 것 없고 보채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능력도 없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자격지심 느껴져서

만나기 싫었었어. 



무엇보다 혼자서 여친 나이 때문에 

결혼압박 느끼면서 스트레스 받으니까

너무 눈 앞이 깜깜해지고 애정도 식어서

헤어짐을 말했지.



가난한 대학생 시절 많은 도움을 주고

응원을 해주셨는데, 나 때문에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매정하게 돌아선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이제서야 그 차가 벤츠라는 걸 알았지만

지금은 그 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 어플로 슬픈 곡을 쓰며

 술을 계속 먹었지.



술이 잘 들어가더라.

나 술 완전 약한데

취기가 밀려오기 시작했어.



어라? 갑자기 나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거야.

받아보니 항공사 직원이 곧 비행기 출발한다고

어디냐고 찾는 전화였어.

난 항상 비행기 사람 많으니까

보딩타임까지 천천히 가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나는 전 여친에 대한 슬픈 추억이고 뭐고

술 취한 상태로 냅다 달렸지.

놓치면 주옷 되는거야!!

나는 술 먹어서 씨뻘개진 얼굴로

단숨에 탑승구까지 달려갔어.


나는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내 옷은 땀으로 다 젖었어.

그리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엄청나고...


제 옆에 계셨던 분들 죄송합니당...

라운지가 처음이라 비싼 술 먹어보고 싶었어욤...


어쨌거나, 비행기를 타게되서 기쁜 나머지

취한 얼굴로 사진 찍음. 데헷!

비행기는 곧 출발했고, 

한국은 점점 멀어져갔어.



안녕, 나의 슬픔과 추억들.

잠깐만, 멀리할게.



4개월만 쫌 행복해보자!!

앙?!



다음 편은 내가 썼던 태국에서의 가계부를 통해

대략적인 장기거주 비용을 써보려고 함.

재밌는 얘기는 아니니까

기대는 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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