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드디어 두리안을 먹었던 날이야...


요즘 두리안이 제철이라 그런지

어딜가나 두리안을 팔고

많은 사람들이 두리안을 사더라고?


그래서 잠깐 약국에 감기약 사러 갔다가

눈에 보여서 컨텐츠로 쓸겸 샀는데

막상 사니까 두려움이 엄습해왔어...

예전에 두리안을 질릴 때까지 먹고

위 속에서 계속 나오는 가스 때문에 죽는 줄 알았거든.


다행히 내가 산 두리안은 1kg당 160바트짜리

비싼 두리안이어서 껍질을 까기 전까진

냄새가 향긋하더라...

본격적으로 집으로 돌아가서

부엌칼을 들고 무작정 두리안을 해체했는데

반을 가르고 나서도 냄새는 그리 심하지 않았어!


그래서 안심하고 한 입 먹는 순간...

예전에 기억이 떠올랐어!

뭔가 군대 화생방하는 듯한 가스가 자꾸 치밀어올라온다...

그래도 상세하게 두리안의 맛있는 부분을 표현해봤으니

영상에서 확인해보자!

https://youtu.be/fslWw7-lrjQ

구독은 센스!!


이 때 즈음에, 나는 태국친구가 무척 사귀고 싶어서

우리집 강아지 마냥 태국 사람만 보면

친구가 되고 싶어서 난리였어.


집 안에 맨날 박혀서 음악작업만 하다가

태국 여자친구인 T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게

너무 외로웠거든.

아니, 정신병 걸릴 것 같았어!


T랑 얘기하는거 제외하면 하루에 말 하는 횟수가

10번을 안 넘을걸?

대화 할 상대가 없으니까 미치겠는거야!


그래서 다양한 루트로 

친구를 구하고자 노력했어.


어플?

어플에는 무슨 마사지사만 있나

베이비 붐붐 마사지는 왜 자꾸 날려?!

일부로 남자랑만 얘기했더니

자기 게이라고 만나자고 하고있고...


콘도에서 만난 잘 웃어주는 터키 여자애는

몇 번 인사하고 친해져서 친구가 되나 싶었는데

대마 팔라고 접근한 거였고

방콕에서 정상적인 놈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는거야?


여튼, 이야기 흐름으로 다시 돌아가서

전 편에 이어 글을 쓸게.

전 날 그 동생녀석네 집에서

자고 일어나 그냥 가기 아까웠으므로

그 녀석이 자는 동안 신나게

부자들의 사는 콘도의 시설물을 이용해줬지.


그 녀석이 머물던 콘도는

넓은 수영장도 있었지만,

전 날 놀고 바로 왔던 터라

수영복이 없어서 헬스장 밖에 갈 수가 없었어.



역시 운동할 땐 나시지!

헬스장 No.1 패션이자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패션.

팔이라도 살짝 들었을 때 보이는 짜장범벅은

상대편의 안구를 강타 할 수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입냐고?

운동할 때 완전 편하거든!


또 다른 이유로는 헬스하는 남자들 99%는

거울을 보며 펌핑 된 자기 근육을

3초이상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나시를 입으면 그 효과가 더 극대화 되기 때문이야.


하지만, 태국 애들은 나시를 입은 남자를 볼 때는

게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걔네들은 나시를 잘 안 입어.


그렇다면, 태국 로컬 패션은 뭐냐?!

축구 유니폼이야.

얘네는 평상복, 작업복, 잠옷으로

축구 유니폼을 입기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것 같아.

언제 어디서나 축구유니폼을 입고

쪼리를 질질 끌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


개인적으로 요즘 중국 애들이 갈 수록

멋져지고 이뻐져서 한국인과 구분이 잘 안가는 것 같아.

태국에서 나시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돌아다니는 동양인은 대개 한국인 아니면 중국인인데,


주관적 경험으로 봤을 때

좀 더 패셔너블하면 한국인이고,

앞에 복대 차면 중국인임.


헬스를 마치고, 그 동생녀을 깨워 아침겸 점심을

먹기위해 라마9 센트럴플라자로 이동했지.

센트럴플라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쇼핑센터인데,

시암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으며

있을 건 다 있는 곳이야.


특히나,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는데

가격 대비 퀄리티가 짱짱맨임.

우리는 제일 흔한 무한리필 가게인

Bar-B-Q Plaza로 갔지!


평일 낮 시간이어서

웨이팅은 없었어.

주말에 가면 최소 10분은 기다려야함.



"몇 분이냐 캅?"


"응? 몇 명이냐고?

둘인데요?"


"#$^!$%카드 캅?"


"예? 카드 계산이냐고요?

야 계산 먼저해야 되나봐?

여기요. 여기 현금이요."


"노노노캅, !#$^#캅"


"뭐라는 거여?

우리 못 먹어요?

배고프다, 헝그리, 히우래우? you know?"


말이 안 통하자 직원은

영어가 되는 직원을 불러와서

설명해줬어.



사실 여기는 회원제로 운영하나봐.

이용하려면 멤버카드가 필요하데.

T와 함께 갔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가서

그냥 먹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난감했어.


"아... 여기 멤버카드 만들라면

돈 들겠지? 나가자, 다른 데 가서 먹장."


"아!!!! 기다려라 캅!

꽁짜다 캅!!!!!"


"ㅇㅋ 진작 말해주지!

사람 없어보이게!!"


멤버쉽 카드 발급은 공짜니까

님들도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셈!



드디어 식탁에 앉았고,

태국 전용 그릇이 나왔어.

샤브샤브와 고기구이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그릇이라

그럴 싸 해보이긴 하지만

사실상 실용성은 제로야.


고기는 겉만 타고 속은 안익고,

판을 갈 수도 없어서

그냥 전부 다 물에 빠트려서 익혀먹었어.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그 동생녀석은 랑짓에서 썸을 탄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해서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


그리고, 태국어 공부를 시작했어.

아까 식당 뿐 만 아니라

모든 상황 속에서 내가 앞으로

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태국에서 지내는 동안

태국친구도 생기고, 태국에서의 삶이 윤택해지겠지?


T는 태국어 학원에 다닐 것을 강요했는데

그건 돈 지랄이라고 생각했어.

가나다라도 모르는 애를

학원 다닌다고 뭐 많이 배워오겠음?


암기나 시킬텐데,

그럴 바에야 혼자 암기하고 

그 후에 학원 다니는게 더 효율적이지!


대부분 사람들이 대화문을 외우면서

외국어를 배우는게 빠르다고 해.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어.

그렇게 공부하면, 그 상황 외에는

내가 쓰고 싶은 말을 못하잖아!


그래서 중요한 동사와 명사를 

먼저 외우자고 생각했고

왠만큼 외워진 후에

내가 문장 자체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

내 고집을 밀고 나갔어.


처음엔 더듬더듬 거리면서 엄청 힘들었는데,

이 공부스타일이 나랑 잘 맞았는지

효과는 좋았어!

1개월 정도 지나니까 내가 단어랑 명사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되더라고!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언제나처럼 

10분여만에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에어컨을 틀고 자버린거야.


냉동식품 될 뻔...

항상 에어컨을 18도로 설정해놓거든...

잠에서 깨니, 너무 추워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열이 나더라.


아플 땐, 기름진 것 말고

죽을 먹어야 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서

편의점에 가서 새우완자탕 샀어.

여기에 프로모션으로 반숙 같이 주더라고?


어떻게 먹어야하나 고민했는데

계란 있는거보고 엄청 뜨겁게 데워줘서

무리없이 잘 먹게 되었어.

계란이 살짝 익은 다음에 먹어도 맛있고

풀어먹어도 맛있어!

가격은?! 55바트(1800원)정도 했는데,

국물도 시원하고, 완자도 제대로라

그렇게 창렬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지.


편의점에 갔을 때, 나랑 친한 편의점 매니져

'닝'이라는 누나가 있었는데

이 누나가 영어를 못해.


그래서 감기약을 뭐라 설명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몸이 아픈 와중에도

어깨 부여잡고 오들오들 떠는 마임쇼를 펼쳤지.

무슨 스무고개 하는 것도 아니고

편의점 직원들 다 모여서 퀴즈 프로그램 진행하듯

자기가 맞출 차례라고 서로 대답했어.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지...


닝 누나와는 친구라면 친구지만,

편의점에 갔을 때를 제외하면 마주칠 일도 없고

라인을 따서 메세지를 주고 받은 것도 아니어서

그냥 내겐 한국을 좋아하는 편의점 누나 정도 였어.


괜히, 라인 같은 거 물어봐서

오해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열심히 몸으로 설명 한 후에, 

닝 누나가 약 하나를 가져다 줬어.

다행히 영어로 써져있더라고?


음... 뭔진 잘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 배운 fever라는 단어를 보아하니

열 날 때 먹는 약이구만?


아무튼 맞는 것 같아서 이거 먹고 다시 좀 잤어.

이번에는 에어컨 안 틀고 문 열고 잤는데

밖에서 첨벙 첨벙 꺄르르 꺄르르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몸이 직감적으로 날 깨우게했지.

'여자다. 인마 일어나.

여자 소리가 난다.

너도 지금 안 일어나면 굉장히 아쉬울 거 알잖아.

정상적인 태국 여자들과 친구가 될 기회다.

어서 일어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자 소리가 난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베란다로 가서

기지개를 켜며 수영장에 있는 사람을 봤어.

수영장 안 여자 둘, 혼자 멋쩍어서 벤치에서

똥 폼 잡고 있는 남자 하나.


'어... 흠... 말을 섞어볼 좋은 기회군.

아니아니지... 외웠던 태국어를 

복습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군.'


사실 태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었어.

남자든, 여자든, 게이든, 레이디 보이든, 톰보이든, 레즈든

상관 없으니 아무 태국인이랑 친구가 되고 싶었지.


그래서 일단, 수영복 입고 뛰쳐나감.

그리고 후리한 외국인 버프를 이용해서

친근한척 말을 걸었지.


"안녕? 난 J야."


"난 000야, 얘는 내 회사동료 00000야.

한국인이야?"


"응, 사실 자다가 너네 떠드는 소리에 깨서 나왔어."


"아 진짜?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


"아냐! 재밌어보여서 나도 내려온거야.

사실 친구가 없거든.

친구는 고사하고 말 할 사람도 없어

맨날 집에 혼자 있어서 심심해서 온거야."


"우리 이뻐서 온 거 아니야?"


"개소리 ㄴㄴ해, 

너 지금 화장 흘러내리는데

이뻐보이겠냐, 운동이나 같이하자.

살 빼려고 수영하는 거 아님?"


"쳇, 맞아, 뭐 어떻게 하게?

여기 굉장히 좁아서~"


"내가 지켜보니까 너네 그렇게 운동해서

살 안빠질 듯 해.

살 빼려면 내기가 짱이야.

내기하자. 


내가 왕복 10번 찍을 때 너네는 합심해서

5번만 찍으면 돼.

먼저 온 사람이 이기는 거임"


"지면 뭔데?"


"손가락으로 팔목 때리기!"


"콜!"


그렇게 처음 보는 여자애들과

맴매를 걸고, 내기를 하게 되었지.

그 동안, 혼자 똥 폼 잡는 남자애는

얼굴은 핸드폰을, 눈알은 우리를 향해 있었어.

부러웠나봐.


게임은 시작됬고, 

임용고시 실기 대비로 연습할 때 하던 수영실력으로

숨 한 번 안쉬고 팔을 미칠듯이 저었지.


결과는?


내가 졌어.

숨쉴 때마다 흘깃 봤는데

눈알 뒤집어 까고, 침 흘리면서 

걔네들도 죽기 살기로 하더라.


"야, 이거 어떻게 때리는 거야?"


"손가락 두 개로 내 팔목을 치면 돼."


"아? 이렇게?"


"아 발씨!! 주먹으로 내려치면 어떡해!"


"처음이라 잘 몰랐어^^"


독한 것들...

그렇게 하하호호 얘기를 하고 있는데,

멀리 벤치에서 폼 잡고 있는 남자애는 그게 부러웠는지

물 속으로 퐁당 빠져서 헤엄치는 시늉 몇 번 하더니

쿨한 척 내게 말 걸더라.


"오~ 안녕?

너 수영 되게 잘하더라?"


"아! 고맙다캅!!"


"나는 0000이야. 현재 대학교수야"


"어?! 너 되게 젊은데?

몇 살이여?"


"28살."


"헐 대박, 나보다 1살 많은데?

(태국은 만나이로 취급)

어디 대학교?"


"줄라롱꼰"


대박 명문대학교다...

여자 애들도 이 얘기를 듣더니 흘깃 귀를 귀울였어.

그 남자애는 그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이 때다 싶어 밀고 나가더라고.


"얘들아, 우리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맥주라도 한 잔 할까?"


"헤에? 어디서 먹게?"


"집 앞에 괜찮은 곳 있어.

거기서 먹자"


"아니야, 우리는 내일 일해야해서

가봐야해. 다음에 보자~"


남자녀석은 이내 실망했고,

여자 애들이 간 후로 몇 분간 둥둥 떠다니다가

나에게 말을 걸었어.


"J, 클럽 좋아해?"

"응, 좋아하지!"

"클럽이나 갈래?"

"오늘? 오늘은 안돼~

여자친구 만나기로 했어"


"그럼 가볍게 맥주나 먹자"

"콜"

"라인 알려줘, 샤워하고 메세지 보낼게"





그렇게 T를 만나기 전에

약속이 생겨버렸어.

사실 피곤하고 아프고 그래서

먹기 싫었는데, 그래도 태국인 친구가 생긴다는 생각에

가기 싫어도 한 번만 참자라고 벤치에 누워 생각했지.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 샤워 후 

그 녀석의 메세지를 기다렸는데

미안하다면서 다음에 먹자고

연락이 오더라고.


다행이었어.

정말 귀찮았거든.

그리고 그 녀석도 그냥 

가볍게 한 말 일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어.

마치 우리나라의 '언제 밥 한 번 먹자'와 같이.


이 녀석과 그 이후로 몇 번 마주치고 연락을 했지만,

결코 클럽은 같이 가거나, 식사를 하는 일 따위는 없었어.

약속을 잡아도 이 녀석이 일방적으로 펑크냈거든.


나중에는 좀 화가 났는데,

이런게 태국 사람들의 흔한 약속과 시간의 개념인가?

생각하고, 태국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졌었는데

그 녀석만 그런 거였어.

나쁜 시키.


그 여자 애들은?

엘리베이터 타면서 몇 번 마주쳤는데

화장한 얼굴을 몰라봐서

인사 안하다가 그냥 그렇게 됐지 뭐.


지금에야 Z형의 소개로 치앙마이에

친한 친구가 생겼지만,

이 때는 정말 외로웠어.

다시 방콕으로 간다해도

친구를 사귈 수 있을 지 걱정이야.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편에서 보자!


오늘은 내가 T에게 깜짝선물을 

보낸 이야기를 쓰려고 해.


사실 태국에 올 때 T와 T를 위한 선물을

따로 사서 드렸지만,

유독 T에게는 한 가지의 선물 밖에 주지 않았어.


립스틱과 편지, 그리고 T가 가지고 싶어하는

포니 이펙트 화장품 세트를 3개 사왔는데,

선물 받는 걸로 내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내가 T에게 준 것은 입생로라 틴트 달랑 하나 밖에 없었지.


포니 이펙트 선물이야 내 말을 잘 들을 때마다

포인트 1~2점씩 적립해서 

100점 채우면 주는 형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T가 가장 좋아하는 행위인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기용 선물이 없어서

특별 선물을 기획하게 되었지.



그 특별선물은 바로!

꽃이야!!


난 꽃이 이쁘지만, 금방 시들기 때문에

왜 선물용으로 주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꽃이란건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거니까!


또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허세 덩어리 T를 위해

안성맞춤인 선물이라 생각했지.


나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기념일로 해서 꽃을 선물하고자 했고,

내가 직접 배달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

T는 그냥 딱히 기념일이라는 생각도 없었고

나 혼자 준비하고 계획했지.



계획은 그 기념일 날, 미리 꽃을 사가서

T의 퇴근시간에 똭! 

주려는 생각을 하고 출발했는데


태국의 빌어먹을 교통체증 때문에

좀처럼 택시는 앞으로 나가지 않았고

점점 더 T의 퇴근시간이 다가왔지.


그래서 방향을 전환해서

T의 회사 근처에서 꽃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어.

아마 땡 볕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약 2시간 가량을 고생했어.

하지만, 꽃 집은 찾을 수 없었지.



T는 아무것도 모르고 , 

땀에 쩔은 내 티셔츠만을 보고

냄새날 것 같다고만 하니까 더욱 약이 오르더라.


더위도 많이 먹고, 땀도 많이 흘린 상태에서

퇴근하는 자기 친구들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니까 귀찮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해서 거절했는데, 

팔 목을 붙잡고 가서 억지로 인사시키는거야.


가뜩이나 혼자만 끙끙대면서 고생했는데

배려란걸 찾아 볼 수 없으니까

완전 빡쳤어.


그래서 그냥 집에 간다고 하고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택시가 한 대도 안 서는 거야.


회사 사람들은 다들 단체로 툭툭이 타고 갔어.

T는 알겠다고 하며 집에가서 쉴 거면 쉬라고 했어.

그리고는 툭툭을 잡았지.


그 때가 처음으로 타보는 툭툭이었어.

툭툭기사는 퇴근시간 트래픽 잼이 걸리기 전에

빨리 출발해야한다고 보챘고

툭툭은 미친듯이 질주했어.


그 흔들리는 툭툭 안에서

잠든건 함정.

더위를 많이 먹고

멀미도 심하게 났거든...



그리고 중간 역에서 T와 나는 각자

찢어져서 집을 갔지.

그리고 집에 도착한 후 나는 쓰러져서

잠이 들었는데 에어컨을 키고 잠든거야.

더위 먹은 상태에서 3시간 정도 에어컨 키고 자니까

냉방병이 왔는지 갑자기

몸에서 열이 확 올라왔어.


T에게 전화가 왔을 때 나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었고

T는 걱정이 됬는지 우리 집에 온다고 하더라.

그래도 기특한 구석이 있음.


T는 편의점에서 물수건과 감기약을 사와서

아픈 내게 조치를 취해줬어.


몸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걸음에 달려와준 T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밤이라도 멕이고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잠깐 밖에 같이 나갔지.


몸이 안좋아 멀리나가기 힘들었는데

우리 집 앞에 길거리 음식이 많이 있더라고?

닭 구이, 돼지고기 구이, 돼지 내장구이 등등의

음식이 있었는데 그 중 말도 안돼는 가격에다가

엄청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골랐어.


돼지 목살구이와 돼지 곱창구이야!

돼지 목살구이(커무 양)은 내가 식당 갈 때마다

시켜먹는 음식으로 믿고먹는 음식이지!

근데, 저 엄청난 양이 45바트(1600원)?


무조건 사야지!

그리고 곱창도 구워먹으면 엄청 맛있으니까

기대하고 사봤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서

얼른 먹어봤지.


표정보면 알겠지만,

먹자마자 발씨 발씨를 외쳤어.

돼지고기가 아니라 그냥 고무였어.

씹어도 씹어도 안 씹히고

내 턱만 나가는 느낌?


레스토랑에서 먹는 야들야들하고 

기름기 넘치는 맛은 온데간데 없고

몇 날 몇 일 팔리지 않은 고기를 

계속 불판 위에 구워

고기의 수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라였어.


맛있어보였던 건 조명 빨이였나봐...

T와 나는 몇 입 먹고 음식을 전부 버렸어.

음식 버리면 못 쓴다 라는 마인드를 가진 내가

음식을 버렸을 정도야!!


만약에 저거 아프리카 애들한테 준다면

귓방맹이 맞을껄?

음식이 아니라 신발 줬다고.


그렇게 몹쓸 음식을 먹고 T를 보내고

나는 푹 자고 일어났지.

다행히 전 날처럼 심하게 아프진 않았어.


제 기운을 차린 나는 제일 먼저 인터넷 서칭을 했어.

전 날 꽃을 못 산 것에 대한 오기랄까?


죽을 먹으며 4층 나의 작업실에서

웹서칭을 했지.


태국도 꽃 배달 시스템이 있더라고?

우리 집 근처 역인 BTS 파야타이 역에

꽃 집이 있어서 라인 메세지로 

꽃 보내고 싶다고 하니까

친절하게 상담해주더라.


그리고 오후 2~3시쯤 보낸다는 걸 원한다고 했어.

얘기가 끝나자마자

꽃집 주인은 돈을 받으러 우리 동네로 왔고, 

나는 돈을 지불하고 다시 콘도로 돌아와 못다한 철칙을 수행했지.



일단, 팬티만 입고 베란다로 나가

수영장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분위기를 잡고 구름과자를 먹지.


그러면서 하루 운동 루틴을 계획해.

나는 3분할 근력 운동을 주로 하는데

월,수,금은 가슴-3두, 등-2두, 어깨-하체를 하고

화, 목은 크로스 핏을 해.


이런 식으로 요일에 따라 운동하는데

이 날은 크로스 핏 하는 날이었어.


눈 흰자를 보이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열심히 죽음의 크로스 핏 

5세트 중 3세트를 하고 있는데

T에게서 전화가 오더라고.


"J, 진짜 사랑해!"


"뭔데?"


"꽃 잘 받았어! 너무 고마워"


"오다 주웠다.

그거 너 해"


오다 줍긴 개 뿔이...

꽃 가격이 엄청 비쌌음.

생색내고 싶었지만, 가오 상하니까

차마 그건 말 못하겠다.


T가 가장 좋아하는 해바라기에

안개 꽃 같은 걸로 감싼 디자인.

생화라 가격도 쫌 많이 나갔어.


가격을 공개한다면

부자들이 봤을 때 

'거지새끼, 생색 한 번 거하게 내네'

라고 생각할 것이므로

공개 안 할 것임여.


T는 자기가 받은 사진을 같이 보냈고

주변 동료들이 엄청 부러워한다고 자랑자랑했어.

역시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고 있는

허세 덩어리 T에게 딱 알맞은 맞춤형 선물이었어.



꽃에 편지도 같이 보냈지.

'우리의 기념일을 잊고 있는 네게'


T는 전혀 생각치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편지를 보고 엄청 미안해했어.

이런게 한국사람의 매력인가?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기념일이란 기념일은 다 챙기고 살아왔잖아.

누구랑 만난다하면 투투, 50일,

로즈데이니 등등 다 챙겨야했음.


지나쳤던 기념일 문화가

이런 데서 빛을 발하다니...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사람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기억하는

매너와 센스를 겸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퇴근 후 T의 집 앞에서 만나

꽃을 들고 온 T와 사진 찍었지.

그리고 T는 어머니에게도 자랑하려고

나를 같이 데려갔어.


"왠 꽃이냐?"


"J가 꽃 줬어! >_<"


"돼지한테 꽃을 왜 주니!

돈 아깝게!!"



T의 어머니는 언제나 변함없이

T를 엄청 갈구지.

꽃을 받은 상황에서 마저도 말이야.


이 집안도 뭔가 문제 있는 집안이다 -_-;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내일 또 태국 갈 돈 벌러 

새벽에 나가서 노동해야하니까

다음 편에서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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