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저번 편에 이어서

방콕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던 이야기를 하려 해!


나는 보컬 형과 티나따거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카오산으로 이동했지!

크리스마스이던 아니던

방콕의 카오산은 언제나 핫해!

수 십 번을 들락날락 했던

카오산 도입부!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카오산을 갔었는데 카오산 진입로의

택시삐끼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NPC마냥

"헤이 브로! 왜얼 유 고! 뚝뚝 택시 고?"

그냥 얼굴을 보고 말한다기보다는

그냥 사람들 지나갈 때마다

기계처럼 하는 듯...

티나따거와 보컬 형

그리고 나까지 세 명은

카오산에 도착해서 정처없이 걸으며

어디를 가야 재밌게 놀 수 있을 것인가

고민했지!

라코 바가 보여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제는 라코 바가 더 이상

락 음악을 연주하는 펍이 아니고

디제잉을 하는 펍이라 패스하기로 했어!

일단, 티나 따거랑 보컬 형이

분위기 좋은 곳에 가고 싶었거든.

그래서 맥도날드 2층에 있는 물리건 바로 갔지!

난 물리건 바가 브릭 바인 줄 알고

그 동안의 포스팅을 브릭바 브릭바 거렸는데

여기는 물리건 아이리쉬 바니까 참고들 하셈.

현지인이 자주 찾는 브릭바는 2층이 아닌 1층에 있어!

반성의 의미로 요즘 브릭바 자주 감.

일찍 갔기 때문에 빈 자리가 많아보였는데

다 예약석이야...

여기도 현지인들이 엄청 오는 분위기 좋은 펍이라

주말에는 항상 입장료 받고 만석이야.

우리는 다행히 구석진 테이블이라도 앉을 수 있었어.

아속킹인 곤이와 여기와서

모히또 많이 먹었었는데...

그 녀석이 그리워져서

모히또 시킴.


보컬 형과 나는 밴드를 같이 하기때문에

어떤 노래가 나와도 호응을 엄청 해주니까

보컬이 우리를 가르키더니

"korean?" 묻더라고

그래서 두 명 코리안이고 한 명은 중국인이라고 하니까

한국 노래랑 중국노래 하나씩 해주겠다고 했어!

한국노래는 다름 아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어...

듣는 사람들 중 불교신자가 절반이 넘는데

가사 중에 하나님이 있넹?!

에라 모르겠당.

불교믿는 사람들이 타 종교의 상징인

크리스마스 엄청 좋아하는데 상관없지 뭐.

개방개방의 시대니까!

세 명이서 같이 한 컷!

시간도 적당히 차올랐으니

어디 한 번 즐기러 가볼까?

우리는 자리를 일어나 밖으로 나갔어.

약속의 장소인 그 곳으로!

카오산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 곳!

럭키비어야!

하지만, 나는 럭키비어 건너 편 펍으로 가지.

일단, 럭키비어는 갈 때마다 

자리도 없을 뿐더러 굉장히 좁아!

그리고 내 지갑 안에 돈 뽀려간

웨이터 놈 이후로 안 가고 있어.

그래서 이 날도 우리는 럭키비어 

건너편 펍으로 갔어!

둘은 커플인데, 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혼자구나...ㅠ

그 때 내 핸드폰이 띠링 하고 울렸어!

라인 메세지였어!

"오빠 뭐해?"

그녀의 정체는...?!



바로 아속킹 곤이네 집에서

같이 홈파티하면서 놀았던

태국친구 M이였어!

궁금하다면 전 편에 썼던 글 링크 걸어놓을테니까 보셈들!

태국친구 M 이야기



"나? 나 카오산이야."

"진짜? 나도 혼자 할 거 없는데

가도 돼?"

"웅 그래, 상관없지만 여기에 친한 형이랑

그 여자친구 있는데 안 불편하면 오셈"

"갈게!!"


그러자 그 태국친구는 

30분 여만에 슝하고 날라와버렸어.

뭔가 구세주 같았어!

나도 크리스마스에 여자랑 같이 있다으아!!!

고.. 고맙다.

오늘 술은 내가 살게...

나는 티나와 보컬 형한테

내 친구 M을 소개시켜줬고

티나와 보컬 형은 속닥거리며

내게 말했어.

"쟤 이쁜데?! 무슨 사이야!"

"친구 사이입니다..."


"똑바로 말 안해?!"

"진짜 친구라니까!"


뭐 믿거나 말거나, 이 날 하루 옆에 있어주면

나야 정말 감사한거지.

시간을 보니 슬슬 나가서 놀 시간이 됐군.

나는 생솜버킷에 4개의 빨대를 꽂아

모두다가 단숨에 취할 수 있도록

원샷을 제안했지!

중간에 멈춘 사람은 나머지 다 먹기!!


그래서 다들 눈에 핏대를 세우며

먹는 줄 알았더니 양이 안 줄어!!

이 안에 누군가 스파이가 있었어.

나는 마시는데 누군가는 빨대만 물고...

어쨌거나 다들 텐션 올려서 길거리로 나갔지.


그리고는 우왁부왁하며 놀았어.

좌우앞뒤 가릴 것 없이 눈만 마주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괴성을 지르며

쿵쾅쿵쾅 다가가서 춤을 쳐댔지.

굉장히 친한 사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사람들 누군지 모르는 건 함정.

그냥 사진 찍는데 껴들어서 같이

포즈 취함!


그리고 나서는 신난 흥을 멈출 수가 없어서

지나가는 전갈을 팔며 두꺼비 긁는 아줌마한테 말했지.

"거 전갈 얼마요?!"

"120밧 드르륵 드르륵"


"뭐요? 120밧?

안 사요! 너무 비싸!"

아무리 흥이 올랐어도

불합리적인 가격이 나오니까 제정신 나오더라.

자본주의가 낳은 태국거지...


"기... 기다려라! 100바트! 드르륵 드르륵"

"아니, 아줌마, 

이거 전갈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이거 60바트면 살게요!"


"ㅇㅋ 옜다!

두꺼비는 안 필요하냐? 드르륵 드르륵!"

"ㅈㅅㅈㅅ 박지성"


우리는 전갈먹기배

가위바위보를 진행했지!

그 때 들리는 지나가던 행인의 소리...

"아... 저게 뭐야. 저걸 어떻게 먹어."

이 소리는 분명 먹지도 않는 전갈을

자기가 대신 먹는 듯 감정이입을 한 

한국인 여자의 목소리?!!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어.

그리고 무례하지만, 

팔목잡고 당장 같이하자고

우리 센터 중앙으로 모셔왔지!

이런 소중한 경험을 우리만 할 수 있나?!

같은 한국인끼리 나눠야 더 재밌지.

이 분에게 나는 1대1 배틀을 신청했고

진 사람이 전갈을 먹는 거였어.

가위 바위 보!

승패는?

"드셈 드셈! 빨리 드셈!!"

"어우 진짜 못 먹겠어요!"


"그런게 어딨음! 그럼 이기시던가!

드셈드셈 빨리 드셈!"

"진심 진짜 못 먹어요ㅠ"


"그러면 제가 나머지 전갈 먹을테니까

전갈 집게부분만 드세요."

"콜"

이 분은 약속을 지켰고

나 또한 약속을 지켜야만 했지...ㅠ

이 여성 분에게 전갈을 먹이기 위해

마치 철권게임에 나오는 

요시미츠의 할복기술과도 같이

나 또한 상처를 받았지...


나는 집게 발이 없는 전갈을 

단숨에 입안으로 털어넣는 순간!

통통한 안의 모습과는 달리 

텅 빈 속내가 느껴졌어.

그리고 이내 쓴 맛이 느껴졌지...

써도 너무 썼어...


그렇게 억지로 전갈을 삼키고나니

태국친구M이 날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더군.

그래서 입바람 얼굴에 불어줌.

싸대기 맞을 뻔...


요롬코롬 놀고 있는데 

누가 우리의 팔목을 잡으며

소리치는 거야!

알고보니 아까 물리건 바에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불러주던 누나였어!

우리가 호응 엄청 해줘서 공연 재밌게 잘했다고

고맙다고 맥주 한 병씩 사주심!

고마워요! 

덕분에 좋은 노래 듣고 좋은 분위기

즐기다 갔습니당!


2시가 되자 슬슬 파하는 분위기가 시작되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지.

"이제 슬슬 가자!"

"그래! 나는 티나랑 숙소로 돌아갈건데

너는...? 으흐흣?!"


"-_- 뭐야 그건! 제발 좀 몰아가지 좀 마!"

"알았어 알았어!! ㅋ.ㅋ"


그리고 나는 M한테 물어봤어.

"M! 너 여기서 더 놀거야?

아니면 집에 가는 거야?"

"나 후웨이쾅에 친구들이랑 

술 더 먹으러 갈건데

같이 갈래?? 같이 가자!"


"아니..."

"넌 진짜 노잼노잼 쌍노잼이다...

사진이나 한 장 찍자."


사진을 찍으려 내게 어깨동무를 하던 

그녀의 향기와 체취 때문에

순간 아찔해졌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는데

이건 크리스마스가 만든 환상인걸까

내 코가 그녀의 겨드랑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인걸까?



-다음 편에서-


전 편에 이어 이번 편은

베트남 이발소의 첫 경험과

방장 형의 데이트에 따라가 하노이 여자를

만나봤던 경험담이야.



우리는 방에서 나와 하노이에 있는

유명한 고향 이발관으로 갔지.


사진은 없더라ㅠㅠ

하지만, 첫 느낌은 나쁘지 않았어.

퇴폐적인 느낌이 아니라

밝은 불 빛에 정갈한 인테리어!

우리는 안내를 받고 의자에 앉게 되었어.


가격은 얼마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대략 만원 쫌 넘었나?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건 섹시한 옷을 입은

언니들이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케어해준다는 것!


앉자마자 누님들은 내 발가락을 씼어줬어.

지금은 노가다 일 하느라고 썩은 냄새가 나겠지만

이 때는 뽀송뽀송했었다구?!

발을 다 씻겨준 후 발톱과 손톱을 깎아줬고

얼굴에 쉐이빙 크림을 발라서

면도도 해줬어.


일부로 면도 안하고 갔지롱!!

면도 할 때 무척 좋았던 것은

그 누님들의 가슴 밑에 

내 얼굴이 위치해 있었다는 거야.


물론, 단점도 있는데

팔을 벌릴 때마다 겨드랑이가 보여서 난감했어.

냄새야 안났지만, 열심히 면도해주시느라

땀을 조금 흘리셨드라고?

눈을 뜰 때마다 젖은 그 곳을 보게되어서

이내 눈을 질끔 감았지.


다음으로 귀를 파주셨는데

나는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어!

실 같은 걸로 귓밥을 틱틱 팅기면서

파주는데 너무 기분이 좋더라.


이비인후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랄까?

내 담당누나의 젖은 겨드랑이와

자꾸 눈이 마주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아까보다 그 면적부위가 확장된듯...

팁 많이 드려야지...


같이 간 방장 형은 이발 할 때가 되어서

머리를 깎았는데, 대박 잘 자른다고

감동받았더라고?

내가 보기엔 그냥 6mm로 옆에 민거밖에

없는데 각이 잘 살았다나?


머리를 감기전에 봉 잡고 발로 밟아주는

마사지를 해주드라고?

발가락을 손가락같이 쓰는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


눈 감고 있으면 손인지 발인지 모름.

다만, 좀 무겁다는 거...

숨이 안쉬어졌어...


그렇게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살짝 출출했는데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음식이 있는거야.

그래서 우리도 가봤지!

그리고 두 개 싸왔어!


그 음식은 바로 반미야!

프랑스식 바게트 빵에 고기와 채소를 

채워넣은 음식인데

 엄청 맛있어! 그리고 엄청 싸!


진짜 베트남은 음식 하나는 

끝장나는 것 같아.

태국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호텔에서 간단하게 이거 먹고

드디어 방장 형의 그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꽃단장했지.


발가벗고 사진 찍는게 

브로맨스 아니겠어?

어라? 비누가 미끄러졌네??



꽃단장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야간미사가 있는지 사람들이

성당 앞으로 엄청 몰려왔어.

지역주민들 다 온듯...

이 성당은 밤에 봤을 때 이쁘니까

꼭 밤에 가셈들!



성당을 지나 걸어서 

호안끼엠 호수로 이동했어!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는 이 근처였거든!

밤에 오면 이 호수 주변으로 워킹걸들이

서성인다는 소문이 있는데

나한테 한 명도 안 온거 보니까

이거 뜬소문인듯.


아니면 걔네도 촉이 있어서 안 오는 건가?

'저 새끼는 돈 안 쓸 것 같은 놈이니까

다른 놈 찾자'

라고 생각하고 안 다가왔다면 

참 현명하다고 생각함.



우리는 호수 근처에 큰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그들을 기다렸어.

캬... 커피 맛이 일품이다!

일단 써! 많이 써!

쓸 수록 좋은거 아님?

커알못이라 일단 벌컥벌컥 들이킴!


약속장소에 그녀들이 나왔고

방장 형의 그녀는 베트남 악센트가 섞여있지만

영어 엄청나게 잘 하더라!!


다행히 내 발음이 베트남꺼랑 비슷한지

잘 알아듣더라고?!

나는 그 때부터 통역사 일을 맡으며

분위기를 주도했지.


왜냐하면 난 여기에 연애하러 온게 아니고

짝수만 맞추러 온거니까!

그 사촌동생이라는 여자 분을 보니 

정말로 짝수를 맞추고

분위기만 띄워야겠다고 더욱 더 생각이 들었지!


우리는 간단하게 얘기를 하고

식당으로 가자고 했어.

음식 종류는?





역시 한식이지 뭐...

코리안 바비큐!


거의 한국에서 먹는 가격이랑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 베트남 사람들은 

좀처럼 오기 힘들거란 생각을 했어.

왜냐하면 태국의 1/3수준의 

급여를 받는다고 들었거든.

대부분 식당에 들어온 사람들도 

한국사람 아니면 서양 외국인들이었어.


왼 쪽 여성분이 방장 형의 그녀

오른 쪽 여성분이 그녀의 사촌동생.

사촌동생은 내내 입다물고 다소곳하게 있길래

말 좀 걸었더니 한 마디도 못하고 있더라.


방장 형의 그녀는 자기 사촌동생은

영어를 못한데.

그래서 그냥 눈으로 대화하자고 드립치고

웃긴 얼굴 표정 지으면서 코 벌렁벌렁 거리니까

소심하게 웃기 시작하더라.


근데, 전체적인 느낌으로

북한 여자를 만난다면 

이런 느낌일거라고 생각했어.

우리는 식사를 마쳤고, 방장 형은

라이브 펍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어.


그래서 갔지.

다시 '하이바'


하이바는 이 날도 사람이 엄청 많았어.

한국사람같은 이쁜 여성분들도 엄청 많았는데

알고보니 베트남 여자였어.

와... 진짜 귀엽다...

그냥 이쁘고 귀여운 한국여자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누가 베트남 남자들 

옷 못입는다고 그랬어?!


이 때가 날씨가 좀 추워서

베트남 남자들 가죽자켓부터 

코트, 마이까지 다 입더라.


거기에 워커에 스니커즈같은 패션화는 기본이고

머리도 투블럭으로 해서 포마드로 넘기더라고.


개멋있잖아?

동남아의 매력인 이쁜 눈을 가지고

그런 스타일하니까 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한국에서 보던 베트남 노동자 그런게 아니야.

몸도 관리를 하는지 다들 다부지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

모히또를 시킨 후 음악을 감상했지.

하이바 보컬 중 한 명인데

이 놈도 역시 잘생겼다.

그리고 몸도 좋은게

 내가 여자였으면 얘랑 잤을 듯.


방장 형은 그 여자 분 만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나한테 말을 했어.


"와... 내 얘한테 첫 눈에 반한 것 같다...

어떡하지?"


"헐... 뭐죠?"


"처음엔 첫사랑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말하면 말할수록, 보면 볼수록

진짜 좋아진다."


눈에서는 하트가 뿅뿅 나오더라고.

그리고는 승부수를 띄우러 갔어.

웨이터한테 팁과 함께 다음에 올라가서

노래 한 곡 해도 되겠냐고 말하더라고.


전 날 와서 노래불렀을 때

너무 호응이 좋아서 하이바 직원들도 바로 오케이 했지!

그리고는 방장 형은 무대로 올라갔어.


그리고는 전 날과 같은

샘 스미스의 i'm not the only one을 불렀지.

 하이바 안에 사람들은

방장 형의 노래를 눈을 감고 느꼈고, 

지나가던 외국인들은 발걸음을 멈추며 

방장 형의 노래를 들었지.


방장 형은 노래가 끝나는 순간 한 마디했어.


"This is song for my girl friend, 릴리"


-다음 편에서-


이 날은 하노이에 도착한 첫 날부터

밤문화를 즐기러 

유명한 바와 클럽에 갔던 이야기야.



저번 편에서와 같이

밥을 대충 먹고

방장 형을 따라서 하노이의 명물인

여행자 거리로 이동하려했지.




여행자 거리는 태국으로 따지면,

카오산 같은 거리라고나 할까?

가는 길은 잘 몰라서

주위를 둘러보던 중

여기도 마찬가지로 오토바이 택시가 있더라고.


헬멧에는 그랩이라고 써있는 걸로 보아

그랩 바이크 기사인 것 같아서

바가지는 안 당하겠지 생각했어.


우리는 2달러에 가기로 했는데

알고보니까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더라. -_-


그래도 내 몸 편하게 잘 갔으니

좋은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야지.


여행자 거리에 도착하니

동 서양을 막론하고 수 많은 여행객들이

목욕탕 의자 위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어.


우리의 행선지는?

방장 형이 가장 좋아하는

펍인 '하이바'야.


하이바는 마찬가지로 목욕탕 의자가

세팅되어 있고, 안 쪽에서는

어쿠스틱 밴드들의 공연이 이어졌어.


하이바가 이 근처에서는

실력이 가장 좋고, 음악 선곡센스도

좋아서 제일 유명하다고 해.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이바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소문난

바이올리니스트가 신들린 연주를 하고 있었어.


많은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진 채로

그의 빠른 손가락과 기교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


우리는 모히또 2잔을 시키면서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타고 있었지.

아니, 정확하게는 방장 형은

잘로 어플로 첫사랑과 닮았다던

여자와 바쁘게 문자를 하고 있었지.


한 참을 그러고 있다가

갑자기 방장 형이 환호성을 지르며

웃음을 짓더라.


"무슨 일이에요?!"


"내일!! 내일 만나기로 했어!"


"와, 축하합니다!

성공적인 데이트 하세요!"


"근데, 너도 와야돼!"


"에이~ 제가 껴서 중간중간

통역하면 그게 무슨 로맨스에요~

언어가 안 통해도 눈빛으로 다 알 수 있어요!

화이팅 하십쇼!"


"아냐, 그게 아냐!!

얘 내일 사촌동생 

데리고 같이 나온다는데 

너도 같이 가주면 안되겠니?"


"흠... 그것도 나름 재밌겠네요!

오케이! 저는 적당히 

분위기만 띄어드릴게요!"


"고맙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오늘 신나게 놀자!

노래 한 곡 뽑아야지!"


방장 형은 노래가 끝난 보컬에게 가더니

작년에 자기 여기와서 노래 불렀었는데

기억하냐는 말을 물었어.


보컬은 아~!! 하면서 기억난다고 말했어.

내가 볼 때는 잘 기억나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냥 적당히 아는 척 한 듯 싶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1년동안 오고갔는데

그걸 일일히 기억하겠음?


방장 형은 팁을 주면서

노래 한 곡 할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

노래는 샘 스미스의 I'm not the only one.

노래제목을 보고는 아는 곡이라

가능하다고 해서 방장 형은 바로 무대로 올라갔어.



무대에 서있는 방장 형.

그 모습을 빨리 찍고 싶어서 서둘러 찍었는데

정작 내가 눈이 감기게 나왔당...

원래 눈 사이즈가 이렇게 작은건가?


방장 형의 노래는 그야말로 끝내줬어.

허스키한 보이스에 안정적인 고음까지!

근데, 영알못인 방장 형이 어떻게 팝송을 부르냐고?

방장 형의 말에 따르면

한 곡이 꽃히면 그것만 죽어라 부른데.


그래서 지금은 팝송2개랑 태국노래2개를

거의 가수 수준으로 

완벽하게 부르는 수준이야.

방장 형의 노래가 궁금하다고?

그래서 친절하게 동영상을 mp3로 바꿔서

올리니까 궁금하면 한 번씩 들어보셈!



이 형이 노래 부르니까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몰려와서 다 듣고갔어.


노래가 끝나고 몇 몇 보이던 

한국 사람들이 멋있어요~

라고 하니까 같은 일행이었던

나도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더라.


원래 보컬도 노래를 잘하지만

이 형 이상으로 잘하진 않아서

다시 마이크를 넘겨받고 노래를 부를 때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경청하지 않았어.

그의 목소리는 상대적 오징어가 되었달까?


그래도 매너있게 그 보컬이 

노래가 끝날 때마다

우리는 일어서서 따봉과 

함께 박수를 쳐주었지.

그래서 다행히 서로서로 

좋은 분위기로 윈윈했어.



우리는 하이바를 나와

다음 목적지인 클럽을 가기로 했어.

그 클럽이 어디냐고?!




Z형이 하노이에서 '히어로 바'가 

가장 재미있었던 클럽이라고 추천해줘서

우리는 그 곳으로 이동했지.


우리는 11시 조금 넘어서 갔는데

휑 하더라~

술 값도 그리 싼 편이 아니었고.

그래서 이게 맞나 싶었어.

그래도 한 번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맥주 몇 잔과 과일안주를 시켰지.


그리고 10분 후 사람들이 하나 둘 오더니

이내 꽉 차더라.

여기가 히어로 바야.

아주 바람직하게도 양 사이드에

감옥이 있고 그 안에서

여자댄서들이 춤을 추고 있지.


하지만, 엄청 야하고 퇴폐적인 춤을 안춰서

1분 정도 보니까 더 이상 눈이 가지 않더라.

월급이 밀린 건지, 일을 하기 싫은건지...

억지로 춤 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

그런 영혼없는 춤으로 나의 주니어를 깨울 순 없지.



어쨌거나, 술을 마시면서

방장 형과 미친 듯이 춤을 췄어.

갑자기 한 여자가 다가오더니

방장 형에게 다가가는 거야.


'하... 이 형은 뭔데 이렇게 인기가 좋지?

나는 베트남에서 마저도

인기가 없구나.'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여성 분이 나보다 10살은 많아보여서

다행이다 싶었지.


그 여성 분은 당돌하게 방장 형과

부비부비를 시도했어.


'하노이 여자는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구만?'


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 혼자 쓸쓸하게

밝아보이는 춤을 췄어.


그 순간!

누군가 내 손을 터치하더라.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씨익 웃으며 뒤를 돌아봤는데

여리여리한 사람이 서 있었어.

여리여리한 베트남 남자...


'하... 발씨, 나는 베트남에서

마저도 게이가 꼬이는 건가...

그래 이젠 포기했다...

만져라 만져!

만진다고 뭐 닳냐!'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로

여전히 혼자만의 춤을 췄는데

5분, 3분, 1분 간격으로 점점 터치가 잦아들더니

곧 내 엉덩이까지 더듬더라고?


빡치고 소름끼치기도 했지만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라

'에라 모르겠다, 더 만져라'라는 마인드로

 엉덩이를 좌우로 격하게 흔들며

그 게이 놈을 공격했어.


정확하게는 분노의 엉덩이 공격이었지.

그러자 그 게이 놈은 화들짝 놀라면서

주춤거리더라고.

적당히 만지다가 튈 생각이었나봐.


왜? 더 만지다 가지?

체대의 대둔근이 널 기다리고 있는데

뭘 주저하는 거야?

나는 더 격하게 엉덩이를 앞 뒤로 흔들며

 그 놈을 퍽퍽 때렸고, 그 놈은 이내 물러났어.

다시는 한국의 엉덩이를 얕보지 마라.


내가 그러고 있는 게 안쓰럽던지

방장 형과 놀던 여자는 자기 친구를

데려오겠다고 하면서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를 데려왔어.


자기 친구라고 인사시키면서

나를 자꾸 그 여자한테 

키스하라고 강요하던데

내가 왜?!

말도 몇 번 안해봤는데?


나는 오히려 일행 중의 한 명인

남자 놈과 더 이야기를 많이 했어.

다행히 영어를 어느 정도 하더라.

호구조사를 해보니까 둘 다 학교선생이래.

남자 놈은 과학이고, 여자는 영어파트라고 하던데?


오? 나도 학교 선생이라고 말을 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어.

그래서 방장 형과 놀고 있는 

저 여자도 선생이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란다.


뭐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겠지~

일단은 방장 형이 분위기 좋아보이니까

둘이 나가라고 몰아갔어.


나 두 시간 늦게 들어갈테니

재밌게 놀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 여자도 나가자면서 방장 형을

거의 끌고가다시피 하더라고.


그래서 먼저 보냈어.

그리고 그 두 명과 덩그란히

테이블에 남게 되었지.

남자 놈에게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니까

남자 놈은 게이라고 여자 안 좋아한다고 하더라.

베트남도 태국처럼 게이가 많나?


나는 비록 게이는 아니지만

재밌게 노는 거 좋아하니까

신나게 놀자고 게이녀석과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가서 춤을 췄지.


춤을 다 추고 테이블로 돌아와

 그 영어선생이라는 여자와 대화를 했어.


"너 아까 나간 그 여자랑은 

어떻게 아는 거야?

보기에도 너 나이 때가 아닌데?"


"모르는 사람이야."


"어? 그게 뭔 소리야.

쟤는 친구라고 하면서 너네 데려왔는데?"


"쟤가 협박했거든.

친구인 척 안하면 나갈 때

조심해야 할 거라고."


"그래서 왔을 때 한 동안

심각한 얼굴로 귓속말 했던거야?!

쟤 위험한 애였구나..."


그 순간 나는 방장 형이 걱정되었어.

아니, 정확하게는 숙소에 펼쳐놓은 

캐리어 안 쪽에 있는

베트남 여행경비가 걱정되었어.


그래서 카톡으로 방장 형에게

걔가 뭐 훔쳐가는지 안 훔쳐가는지 

잘 봐달라고 말하면서

질 안 좋은 애인 것 같으니까 

조심하라고 카톡을 보냈지.


그리고는 영화처럼 핸드폰이 꺼져버렸어.

무슨 말도 안되는 소설 쓰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

진짜 핸드폰 꺼졌었어.


그래서 답장도 못 받은 채로

발을 동동 굴러야했지.

하지만, 방장 형이 바빠서(?) 

카톡 안 볼 수도 있고

 약속한 2시간 안에 가는 것은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클럽에서 최대한 시간을 뻐겼어.


클럽 바텐더에게 충전되냐고 물어봐도

안 된다고 하고, 숙소에 있는 내 돈은 걱정되고...

머리가 새 하얘져서 즐길 수도 없고...


클럽에서 들리는 흥겨운 소리는 그저

소음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약속의 2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클럽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


가기 전에 그 선생 애들이

걱정되니까 들어가서 문제생기면 

연락하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 잘로 아이디 알려주고 

후다닥 뛰어나왔어.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어.

클럽 밖에서 택시를 잡았는데

나 온지 몇 시간 밖에 안되어있어서

숙소 위치를 모르겠는 거야...


내가 아는 거라곤 큰 성당...

줏됐다... 어쩌지?


"유... 유 노 쳐치? 빅 쳐치?"


"아?"


"쳐치 쳐치!! 돈 노?

두 유 노 하이바?"


"아??"


"아나...! 성당 몰라요?!

아멘 플레이스! 

아멘! 아멘!"


그리고는 손으로 세모를 만들어서

건물처럼 만들었어.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 안무처럼 말이야.


<출처: https://popseoul.wordpress.com/page/25/?s=jyp>


그리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아!!! 오케오케!"

라고 하면서 타라고 하더라고!


다행스럽게도 스피드 퀴즈가 빛을 발했지.

그리고 무사히 호텔로 찾아 들어가니

호텔 방에 그 매니져 녀석과 방장 형이

한숨을 쉬고 앉아있더라고.


딱 봐도 무언가 심상치 않았어.

그래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동시에

내 돈이 잘 있나부터 확인했어.

다행히 잘 있더라고.


그리고 나서 상황을 듣었어.

그 여자 애는 이 일대에서 소문난

질 나쁜 년으로 그 호텔에도 몇 번 와서

문제를 일으켰데.


그래서 그 매니져 녀석이

보자마자 그 여자 알아보고 

방장 형에게 걔 위험한 애라고

말하고 들어가는 거 막았데.


한 참을 그 여자와 매니져는 베트남어로 

들어간다, 못 들여보내준다로 실랑이를 벌였고

그러다가 그 여자가 

주먹으로 매니져에 때렸대.


그래서 매니져는 몇 대 맞다가 

더 이상 폭력을 못 쓰도록

여자 팔을 잡았더니 버둥거리다가 

매니저 팔을 이빨로 물었대. 

보니까 물린 곳 살점 좀 찢겨져나가서

피가 나고 있었어.


피 보니까 매니져도 빡쳐서 

공안 부른다고 하니까 여자는 법규를 날리며

자기 친구들 데리고 온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문을 박차고 나갔대.


그래서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는데

이미 몇 번 온 전적이 있어서

호텔 측에서 ID카드 복사한 거 가지고 있어서

공안 부르면 된다고 하더라.


여담으로 베트남은 공안의 힘이 엄청 세.

들리는 얘기로는, 외국남자가 혼자 있는 호텔 방을

공안이 불쑥 찾아와서 문 열라고 한다더라고?

베트남 여자있나 없나 확인하려고.



만약 걸리면?

베트남 애들은 주옷 되는 거야.

한국인은?

처벌이 좀 약하데. 

심하다 하더라도 추방으로 끝!


아무래도 한국기업이 많이 위치해서 

그렇다는 의견이 있어.

자국민 보호법이 있는 태국과는 다르게 

베트남은 자국민에게 

더 각박한 것 같게 느껴져.


정확한 팩트가 아니라

방장 형이 말해준 거니까

왠만하면 베트남가서 죄 짓지 마셈들!



뭔진 몰라도 파란만장한 하루였어.

만약 방장 형과 그 여자가 같이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면

병에 걸리거나, 지갑을 다 털리거나,

어떤 식으로든 협박을 당했겠지?


방장 형은 매니저에게 너무 고맙다고

팁을 주면서 이 날은 이렇게 마무리했어.


이 날의 교훈!

아무나 따라가지 맙시다!

아, 생각해보니 내가 가라고 등 떠밀었구나?

ㅈㅅㅈㅅ

이 날은 조금 특별했던 날 같아.

이태원에 가서 즐거운 추억을 쌓는 대신에

내가 T에게 결별선언을 했거든.




이 날은 별 반 다를 것 없이

하루를 보냈어.

전 날 펜션에 갔다와서 피곤했기 때문에

우리는 늦게까지 잠을 잤고

친구의 자취방에서 뭉개며

오순도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해가 중천에 떠도

그냥 방에서 뭉개기!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이런 소소한게

하나 둘 추억이 되가는 느낌이 좋았어.



오후 세 시쯤 우리는

배가 고파서 노량진 역 쪽으로

슬슬 걸어갔지.


몇 번 지나가다가 본

점심특선 메뉴가 있었는데

맛있겠다 싶어서 들어갔어.



대패 삼겹살 볶음인데,

인당 5천원 정도 했던 것 같아.

아무래도 고시생들이 많은 도시이다 보니

가격이 아주 합리적으로 형성되어 있어.

맛도 그럭저럭 먹을만 했구.



안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고기 굽는 열기로 가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겉 옷을 벗었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땀 범벅이 되는 것 보단 낫지!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영화를 보았어.



나는 T를 위해 항상 태국어 자막이 있는 영화를 찾는데

그리 유명한 한국영화가 없더라구...

한 참을 웹 서칭하다가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태국자막이 있는 것을 발견했어.


그 영화의 이름은

'악마를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대모사가 있는 영화야!



최민식이 중학생 여자를 겁탈하기 전에 하는 대사 中

"야 아저씨가 너 좋아하면 안돼냐?

내가 너 좋아할 수도 있잖아!

이런 세상 X 같은 것들이 나한테만 지X이야?!"


술 자리에서 이거 한 번 해주면

인기폭발함.





여튼, 이 영화는 이병헌과 최민식이 나와서

혈투를 벌이는 영화야.

보다보면 누가 악마인지 모르게 되는 것이

포인트지.



보통의 태국인들이 공포영화를

잘 못보는 것처럼

T도 공포영화를 못 보는 편이야.



그래서 보기 싫다고 징징대길래

공포영화가 아니고, 스릴러라고 타일러서

겨우 같이 봤어.



하지만, 보고난 후로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다며 내 등 짝을 후렸지.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의 일정은

화려한 저녁을 먹고, 이태원 클럽에 가서 노는 거였어.

이 때 만큼은 부자 부럽지 않게 놀 수 있다고 생각했지.



저녁식사 메뉴가

참치였거든.

T가 태국에 있을 때

형이 참치집에 데려가 밥 사줄 때마다

T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자랑하곤 했었거든.



그래서 T가 한국에 온다면,

비싸지만 참치는 한 번 먹여줘야한다고 생각했었어.

우리는 참치를 먹고 이태원에 갈 거였기 때문에

준비를 한 번에 하고 갔어.


"T, 너 샌들 안될텐데?

다른 신발 있잖아.

그거 신는게 어때?"


"말도 안돼.

여자는 샌들 되거든?

그리고 이거는 디자인이 이뻐서 괜찮아"


"안될 거 같은데...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일단 가자"



우리는 클럽 갈 준비를 한 채로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지.


우리는 참치 집에 도착했어.

클럽 갈 차림이라고 해봤자

T는 가디건, 나는 렌즈 낀 것 밖에 없지만...

이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꾸밈이라 미안하다...




우리는 제일 싼 가격의 참치를 시켰어.

이왕 사주는 거면 좋은 거를 사주는 게 좋지만,

전 날도 내가 사줘서 돈이 좀 빠듯했거든.



T가 메뉴판을 볼 때 '뭐 시킬거야?'라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보길래

'그냥 주는대로 처드셈'

눈 빛으로 응수해서 제일 저렴한 거 시켰어.

그래도 인당 3만원이야...흑흑




내가 사는 거니까

많이 먹어라!

먹다 죽을 정도로 배에 담아가거라.

내가 뭔가를 사줬을 때는

아깝지 않게 먹었으면 좋겠어.



한 두입 먹고

'아~ 배부르다'하는 사람한테는

다시는 음식 안 사줌.



다행히 T는 태국인치고 식탐이

엄청 많은 편이라

눈 한번 깜박일 때마다

회가 사라져있더라고.

기특한 것.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별미

메로구이인데

기름기가 장난이 아니야!

간장소스로 구워서 향도 훌륭하고!!



T에게 한 입 줬을 때

맛있다고 다 먹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름기가 많아 호불호가 심한 음식이라

다행히 내가 다 먹을 수 있었어.




우리는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이태원에 도착했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어.

T가 크고 무거운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는 거야.

클럽 가는데!!



"T, 거기가 클럽 형식의 bar라 가방 맡기는 곳이 없어.

너 그거들고 들어갈 수 있겠어?

내 오토바이 수납공간 넓은데

거기에 넣어놓자."



"음..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일단 넣지 뭐"



나는 T의 가방을 오토바이 안으로 넣었고

우리는 이태원 거리로 올라갔어.


"J, 그냥 가져오자

나 좀 불안해"


"흠... 알았어.

너가 불안하다면 가지고 다니는 게 맞는거지

돌아가서 꺼내오자"


우리는 방향을 전환해서

다시 오토바이 쪽으로 걸어갔고

T의 가방을 꺼내서 전달해줬어.



여기까지 아무 문제 없잖아?

근데 T는 섭섭하다며 말하는 거야.


"너 이게 어떤 가방인지나 알기나해?

비싼 건 둘 째 치고, 여기에 여권이랑

신분증 다 있어서 잃어버리면 곤란한데

그걸 거기에 두고 가자고 할 수 있어?"



"어?"



"내가 분명히 처음에 말할 때 싫은 티 냈잖아.

근데 그런 것도 못 알아채?"


"키 있어야 열 수 있어서 나름 안전해.

그리고 올라가면서 너가 말할 때 돌아왔잖아

뭐가 문제야?"


"그게 문제지!

한 번에 내 마음을 알아채주면 안돼?"



나 여기서 터져버렸다...

빼액!!


"야! 내 딴엔 너 무겁고 힘들고 지칠까봐

넣어두란 거라 한거잖아!

그리고 너 무겁다고 할 거 뻔한데 

그 때마다 내가 니 가방 들어줬잖아!



한 두번이야 괜찮지.

태국에서는 니 기 세워줄라고 일부로 들어준 것도 있는데

여기서까지 그러면 너무한 거 아니냐?



너는 내가 행한 배려를 어떻게

그따구로 알아처먹을 수가 있냐.

너 X나 이기적인거 알고 있어?



난 오늘 똑똑히 알았으니까

그냥 이 시간부로 그냥 남으로 지내자.

빨리 타.

너 노량진 데려다주고 난 의정부로 갈래"




"싫어 안 타."



"어 그래?

그럼 니 마음대로 해.

그래도 예의상 니 호텔은 잡아줄게.

오늘은 니 알아서 노량진으로 가서 하루만 자라.

내일 호텔 예약해서 주소 보내줄게.



"필요 없어"



"그러면 여기서 양키 애들 만나서 재워달라고 하던지

길바닥에서 주무시던지

잘 가라. 안녕."



T는 물러서지 않았고, 나도 그 말을 하자마자

홧김에 홱 하고 방향을 틀어 노량진 방향으로 갔어.

이동하던 중에

한강다리가 보여서 잠깐 멈췄어.



'이 다리를 건너면 진짜 영영 끝인데,

10분만 기다려보자'



10분도 채 되지 않아 T에게서

문자가 왔어.


그 때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등의 비난의 말이 담겨있더라.

나는 한 메시지만 보내고 그 이후로는 보내지 않았어.



"니가 잘못한 것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난 지금 보이는 다리 건너고 

용서도 안 받아줄테니까 마음대로 선택해라"



이런 초강수를 두었음에도 

T에게 10분간 연락이 오지않았어.

그래서 나는 T에게 '이미 강 건너서 가고 있고

행복하게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냈어.



물론, 나는 출발하지 않았고 이태원 구석에 있었지.

연락이 올 것이란 걸 알았으니까.

안 온다면 지 잘못을 평생 모르는 애니

만나선 안돼는 애라 그대로 헤어지면 되는 거고.



15분 쯤 지났을 때였을까?

T에게서 연락이 왔어.

하지만 읽지 않았어.

30분 째 T에게서 전화가 왔어.

역시 받지 않았어.



1시간이 되었을 때

T에게서 미친듯이 연락이 왔어.

그 때서야 나는 받았지.


"J... 미안해."


"뭐? 뭐가 미안한데?

우린 끝인데? 나 노량진에서 짐 정리하고 있으니까

다음 날 들어와서 짐 빼가라."


"다 미안해..."


"구체적으로 말해볼래?"


"너 배려를 무시하고, 내 생각만 해서

너 기분 나쁘게 한 것 미안해"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

일단 너 한국에 온 이상

안전하게 태국으로 보낼 책임은 져야하니까

다시간다. 20분쯤 걸릴거야.

빨리 갈거니까  오토바이 사고 안나길 빌어라"



나는 혹시라도 이태원에서 서성거리는

T에게 내가 아직 근처에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됐으므로

구석진 곳에서 20분의 시간을 때워야만 했어.


그리고 다시 T를 만났지.

T의 볼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누가봐도 울려다 만 얼굴이었어.



"일단은 이태원에 즐기러 왔었는데

너 때문에 못 즐기니까

나 혼자라도 즐길거야.

따라오던 안 따라오던 마음대로 해.


이 말을 툭 던지고

나는 이태원의 유명한 펍인

글램으로 갔지.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나는 무사히 통과 되었지만

T는 거절당했어.


이유는 샌들이었어.


나는 다시한번 딥 빡이 쳤지만,

차분하게 말을 했지



"것 봐... 내가 말했지?"



"너 혼자라도 놀다 와"



T는 내 말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했을 것이란 걸 알고있었어.



하지만, 너무 괘씸해서 한 마디했어.

"어 그래^^ 그러면 나 좀 놀다 올게.

너도 어딘가에서 잘 놀고 있던지 말던지"



그래서 나는 글램 클럽에 혼자가서

미친듯이 춤을 추며 혼자 즐겼어.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외국인들과 으쌰으쌰하면서 춤을 추고 있었지.

재밌게 놀고 있는 와중에 한 동양계 혼혈인이

다가와서 내 목을 잡고 춤을 추며 뽀뽀하더라고.



나도 그 순간을 즐겼지.

그러다가 무심코 혼자있는 T가 생각났어.

그리고는 여러 생각이 내 머릿 속에 떠 다녔지.



'일단 T를 버리고 순간을 즐겨!'

vs

'너 보겠다고 온 애인데, 안 좋게 끝나더라도

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책임을 져줘야지'



하...

결국 후자가 승리했어.

나는 미친 듯이 신호를 보내는 여자의

손 등에 살짝 뽀뽀를 해주며

쿨하게 댄티큐 손 짓을 보냈지.

그리고 한 마디 했어.

"See u later"



아마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쿨한 순간이었을 거야.

이태원 댄디큐 쿨남.

힝... 내 인생에 그런 날이 또 올까?



주변 사내들은 

'뭐야 쟤 왜저래?

분위기 좋아보였는데? 고자인가?'

라는 눈 빛으로 날 보더라.







나는 T가 어디있는지 연락을 했고,

T는 글램 바로 앞에 있는 바에서 

너무 즐겁게 놀고 있다고 했어.



슬쩍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는 가게에 청승맞게 

훌쩍거리며

혼자 술을 시켜 먹고 있더라고.


"너 여기서 뭐하냐?"


"술 먹는다

재밌었냐?"


"완전 재밌었는데?

어떤 여자가 와서 나랑 같이 춤췄는데?"

(뽀뽀 당했다는 말은 안했다)



"같이 가지 그랬냐?"


"너 노량진 길 모를까봐.

집으로 돌아가자"



T의 시무룩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내 빡침을 담아 최대파워로 볼을 꼬집어주니

한결 속이 후련했어.


이 때도 조금 삔뚜 상한 것이 남아있었지만,

다음 날 사건으로 인해 모든게 풀렸어.



다음 날 일정은 내가 꿈에도 그리던

한국어마을 : T 왕따시키기 프로젝트가 있었거든.

이건 다음 편에서 얘기할게.




이번 편은 비싼 뷔페가서 배 터지게 먹고,

T의 친구를 만나 같이 클럽에 간 이야기야!




우리는 일어나서

아리 근처에 있는 뷔페에 가기로 했어.




이름은 램게이트고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전 했다고 하던데?

짜뚜짝에도 있고, 통로 쪽에도 있으니까

가 볼 사람은 검색해서 함 가보셈.

개인적으로 추천함.




내가 갔던 곳은 이전하기 전에 아리에 있던 곳에 갔어.

외관은 엄청 고급져.

원래 슬리퍼 질질 끌면서 가려고 했는데,

가기 전에 T가 사진 먼저 보여줘서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지.



가격은 싸지 않아서

여기 오는 태국 사람들은

좀 사는 사람들만 오는 것 같아.

옷도 다들 깔끔하게 입는 듯.



가격은 555바트(18,000원)

엄청 다양한 메뉴가 무한리필이고

각각의 메뉴가 전문점에서 먹는 듯한

퀄리티야.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고,

만약 일주일 굶는다면 제일 먼저 갈 곳이기도 해.

개인적으로 말이야.





T는 예전부터 커플링 하고싶다고 엄청 징징거렸어.

내가 태국에 오기 전에

커플링 맞추자고 제안했고

이미 싱가폴 해외직구로 주문해놔서

이 날 도착했더라고.

그리고 램게이트에서 주더라.





외국 애들의 인식으로 커플링은

약혼 단계에서 맞추는 거라던데.

태국도 한국이랑 커플링에 대한 인식이 비슷한건지

T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맞추자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




은으로 제작하고 

겉에만 금으로 도금된 반지라

그리 비싸진 않아서 부담되진 않았엉.

돈도 같이 냈구.




걱정되는건 반지 낀 자리에

아토피가 올라온다는 거지.

태국 갈 때마다 아토피 엄청 심해지는데

반지까지 끼면 장난아님 ㅠ





드디어 음식나옴!

음식을 시키는 시스템은

메뉴표에 그려진 그림보고 달라고하면 되니까

태국어 모르는 사람도 쉽게 시킬 수 있엉.




메뉴는 상당히 다양한데,

굴, 돼지목살, 닭 튀김, 쏨땀, 뿌팟퐁커리등등

전문집에서 파는 것보다 퀄리티가 뛰어나.

무엇보다 저 생선 튀김이 밖에서

사먹으려면 2만원 정도하는 비싼 음식인데

저것도 무한리필로 나온다는 점이야.




게다가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나고,

겉은 바삭, 속은 엄청 부드러워서

저거만 3번 리필했어.



굴같은 경우 T는 엄청 좋아해서

계속 시키던데,

더운 나라라 식중독 걱정도 되고,

초고추장도 없어서

먹기엔 좀 무리가 있더라.




사람들 옷이 다 깔끔해서

셔츠 입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 귀티가 흘러.




태국 하루 최저 임금이 300바트(만원)이라던데,

여기가 555바트라 중산층이 많이 오는 느낌이었어.





왼 쪽에 있는게 뿌팟퐁 커리인데,

껍데기까지 먹을 수 있는

소프트크랩은 아니지만, 그것만 빼면 완벽했어.

뿌팟퐁 2번 리필하고, 닭 날개 튀김 2번 리필해먹음.





그리고 내 앞에 놓여있는 생선!!

저거는 3번 리필해먹었어.

저것만 자꾸 달라고하니까

'생선에 미친놈'이라는 표정 짓더라.





보나마나 짜오프라야 강물에서 

건져낸 민물고기일텐데

어떻게 저렇게 맛있게 요리한건지.

알면서도 계속 먹게 됨!




먹고 먹고 또 먹음.

555바트는 소중하니깐

'한 끼로 오늘 세 끼를 퉁친다'라는

일념으로 대화도 안하고 먹기만 했지.





그래도 T가 중간중간

사진 찍어줘서

다행히 포스팅 할 수 있넹.



얘마저 먹는데 집중했으면

건질 사진 하나도 없었을 텐데

다행이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나왔어.

뭘할까 고민했는데,

역시 할 거 없을 때는

마사지 아니겠음?


마사지 집으로 이동이동!!

우리는 아리 역 근처에 있는

시간당 250바트짜리 마사지집에 들어갔는데

사진은 딱히 없어.



감동받을 정도의 마사지도 아니었고,

싼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여담으로 말하자면,

대부분 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에 하나가

팁에 대한 부분일거야.



한 시간 마사지 받는데

과연 어느 정도의 팁을 주어야할까?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없어.

마사지가 진짜 심하게 줏같았다?

그러면 안 줘도 돼.

(물론,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하겠지만)




실제로 태국에서 4개월 살 때 만난

내 노가다 친구는

마사지 못하고 팁팁거리는 녀석에게는

아예 팁을 안줬어.



반면에, 마사지 잘하고 

팁팁거리지 않는 녀석에게는

마사지 비용이상으로 준 경우도 있고.





팁은 어디까지나 팁이야.

기분이나 서비스, 또는 여건에 따라서 

많이 줄 수도 있고, 적게 줄 수도 있는데

팁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한국에서 자란 나는

이게 가끔 곤혹스럽더라고.




나 같은 경우는 태국을 같이갔던 

보컬 형의 방법을 사용해.

특별히 더 주거나 아예 안주거나 그러지 않고

항상 금액의 10%를 주지.



가령 마사지가 300바트 나왔으면

나는 동전까지 딱 맞춰서 30바트 줘.

그러면 마사지사들도 

얘는 딱 10%만 주는 녀석이구나 생각하고 말거든.



근데 300바트 마사지 받고 동전이 없다?

그런 경우 40바트 줘버려.



가끔 너무 적다고 더 달라고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원래 성격같았으면 그냥 뺏겠지만,

태국이라 시비붙으면 안되므로

만능 태국어를 날리지.



"마이 미 땅, 커톳캅"

돈 없쩌요... 미안해요...



그러고 난 후에

일부로 거기 한번 더 감.

그리고 다른 마사지사한테 마사지 받고

예전 마사지사가 볼 때 더 많은 팁을 줌.




가끔 어디가 괜찮은 마사지집일까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퀄리티 면으로는 '만짜이'라는 마사지집을 추천해

사장이 한국사람이라 대화하는 대도 무리가 없고

마사지사들의 손 압도 굉장해.




그리고 거기 마사지사들을 따로 교육한다고 하더라.

만약에 베이비붐붐마싸를 외치거나 

곧휴를 일부로 건든다?

걸리면 짤리거나 발 마사지로 강등된데.





가격 면에서 추천할 만한 곳은

아속에 있는  tony라는 곳과 그 옆 쪽에 있는 마사지 집이야.

둘 다 내가 많이 갔던 마사지집으로써

시간 당 100바트 짜리 마사지 집이지.




여긴  팁팁거리는 애들이 무척 많고,

매너도 없는 편이야.



가끔 마사지 받는데

내가 태국어 못 알아듣는 줄 알고 지들끼리 

우리 욕하는 것도 들림.

근데, 그것도 나름 재밌어.




마사지사가 내 친구 돼지라고 무겁다고 말하면

난 귓속말로 친구한테 전달해주거든.

그러면 내 친구는 열 받아서 돼지소리 내는데,

마사지사가 당황해서 그 이후로 입 꾹 닫고

이미 tip은 물 건너 간 표정으로 있더라.




그런 일이 있어도 나는 내 친구랑 맨날 거기만 갔엉

워낙에 싸고 나는 항상 10%의 팁만 주니까 

큰 부담 없이 또 가게되더라.




1시간을 받아도  20바트 줬고, 

2시간을 받아도 10%금액인 20바트 주곤했는데, 

걔네가 흘겨본다 싶으면 민망해서 

차도 안 마시고 도망갔었징.

아무래도 2시간 받고 20바트 주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





이후로 마사지사 사이에서 

우리에 대한 소문이 쫙 돌아서

'저 그지새끼들 또 왔네?' 

이런 표정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그럴 때쯤 1시간짜리 마사지 받고 

100바트짜리 tip을 주곤했어.

그러면 다음부터 누가 

100바트의 주인공이 될까 싶어서

최선을 다해서 마사지 하더라.




마사지 얘기는 이쯤하겠음.

우리는 T의 친구를 만나러 통로로 이동했어.


BTS타고 통로로 이동했는데

역시 짱짱 시원해.



우리는 부자들이 많이 온다던

통로지역에 도착했고

T의 친구가 있는 호프집으로 향했지.



그 친구는 나보다 한 살 더 많고, 중국계 혼혈이야.

T의 사촌오빠의 여자친구라던데

마음이 잘 맞아서 친구가 되었다나 뭐라나

현재 쇼핑몰 모델이랭.




중국인스럽게 생겼다기보다는

일본인스럽게 생겨서 

처음엔 일본 사람인 줄 알았엉.



가격이 꽤 나오는 레스토랑이자 호프였는데

이거저거 시켜서 나눠내도 가격이

좀 나올 것 같았는데

저 친구가 낸다고 하더라고.

돈 잘 버는 듯.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우리는 모히또와 맥주 그리고 음식을 먹었어.

먹고 난 후

저 친구가 먼저 클럽가서 좀 놀고가자고

얘기를 꺼냈어.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같이 움직였지.

그 친구는 차가 있었고

우리보고 타라고 하는거야.





"우리 술 먹었는데, 차 운전해도 괜찮은거야?"


"괜찮아 괜찮아, 태국에선 많이들 이래.

많이 먹지도 않았잖아. 빨리 타!!"





하...

이러다 정말 언제 한번 죽겠다 싶어...



우리는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클럽 Beam을 갔어.


우리는 테이블은 따로 잡지 않고

맥주만 하나씩 들고 입장했어.

여기는 상당히 양놈들이 많았는데

여자를 꼬시러 온 건지 그냥 춤을 추러 온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노래자체 비트도 굉장히 느려서

다들 흐느적 거리기만 했어.

레알 좀비같음...

단체로 약 한 것도 아니고...




노래도 꾸지고, 

사람들도 의욕 없는 것처럼 흐느적거리길래

여기 재미없다고 하니까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하더라고.





다시 한 번 차를 타고 간 곳은

Demo였어. 나름 핫한 통로지역의 일렉클럽이야.

힙합 존도 있는 것 같은데, 굉장히 좁고

거기 사람들이 단체로 온 듯한 느낌이라

가기 좀 그랬어.




그래서 우리는 맥주 병을 들고

일렉 존으로 가서 춤을 추며 놀았지.

노래는 확실히 데모가 더 신났어!

빔이라는 곳은 다신 가지 않을 거야.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고급져서

루트66보다는 더 격식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그리고 오는 태국 사람들도

잘 생겼고 이쁘고 굉장히 귀티나.

듣자하니 슈퍼카 전용 주차장도 있다더라-_-




우리는 테이블도 없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불쌍하게

맥주 병들고 떠돌아다니면서 춤을 추었지.



확실한건, 여기 여자 꼬시기엔 

많이 힘들어보이더라.

가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꼬셔보려고 다가가긴 하던데

'짠 한번 하고 웃어줬으니 이제 니 테이블로 돌아가'

라는 느낌을 상당히 받았어.




그래도 여자랑 클럽 같이 온 것만큼 재미없지는 않겠지.

클럽이 꼭 여자 꼬실라는 가는 건 아니지만서도

그래도, 그런 건 있잖아.

열심히 춤추는 와중에 다른 여자와 눈 마주치면

웃어주고 살짝 얘기 나누는 소소한 기쁨 같은거.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놀아보려고 노력했어.

T랑 T친구랑 어깨동무하고

헤드뱅잉한다던지...



남자끼리 왔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아.




클럽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클럽 한번은 가봤으니

그걸로 위안삼아야지.






언제나처럼 클럽이 끝난 후에는?



역시 치킨이지.

이 날도 마무리는 역시 길거리 치킨임.


담 편에서 보장.


이번 편의 태국가족과 같이간 파타야 여행의 마무리이자

태국여자 T와 함께 카오산에 간 이야기야.




전 날 죽을 만큼 아프고,

자고일어나니 새벽이었어.

6시정도 되었을라나?

해가 막 떠오르는 거야.




몸은 아직 몽롱하지만, 햇 빛을 받으니

몸도 슬슬 깨어나는 기분이었어.

나는 제일 먼저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화장실로 갔지.



전 날 하도 토하고 설사해서

쌀 것도 없었지만

죽이랑 약 한 웅큼 먹었으니까

시도해봤어.



결과는 대성공!

드디어 설사가 그친거야.

이제 기름진 거 먹어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




어제 어디 아픈지 T에게 설명해야했는데

설사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난감했는어.

싸이가 TV쇼에서 미국에서 설사걸렸을 때

쓴 말이 기억났었어.



'Water Shit'



덕분에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어.





T에게 라인 메세지를 보내 일어나라고 깨웠어.

나 괜찮으니까 아침먹기 전에 놀다 오자고




분명 가운입고 나가지 말랬는데,

이른 시간이라 괜찮다고 하는 T

말 드럽게 안 들어요.




바바리맨 마냥 가운 안에 비키니 말고

아무것도 입지 않아서 부끄럽다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가운입고 나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게

민폐일수도 있으니까 그냥 입어라.



나는 언제쯤 배에는 王 자가 생길까?

자꾸 안에서 복근들이 꺼내달라고 아우성치는데

넌 임마 평생 못나와.




해변가에서 물놀이를 하려고봤는데,

파타야 바다는 똥물이야.

여기서 놀면 피부병 걸릴 듯...

발만 적시고 후다닥 수영장으로 갔어.


어제와 같이 파라솔 밑에 벤치에서

여유를 만끽했지

수영을 즐기고 우리는 올라가서

조식을 먹으러갔어.




기름진 음식을 보니까

다시 설사할 것 같아서 조금 두려웠지만,

비싼 조식인지라 먹고 설사하는게 이득이라는

생각에 그냥 먹었어.

다행히 설사는 안했고, 몸은 제정상이 됬더라.




우리는 체크아웃 준비를 했고,

차에 올랐어.

드디어 방콕으로 돌아간다!!

가족여행이 끝이다!!

무엇보다 똥연기 안해도 된다!!!




T의 어머니는 파타야 조그마한 시장에 들리더니

대나무 같이 생긴 얇은 막대기를 몇 개 사오셨어.

그리고 먹으라고 하는데,

도무지 어떻게 먹는건지...




통 채로 먹으려고 하니까

까서 먹으라고 하더랑...





요롬코롬 생겼는데, 이름은 잘 몰라.

안에 열어보면

검은 색의 젤리같이 생긴 물체가 있어.



속 살은 이렇게 생겼는데,

원래는 갈색인데 태워서 저리 된듯.

한 입 먹어보니까

캬라멜 풍미가 나는 쫄깃한 식감이었어.

달콤한 찰 떡같은 느낌이랄까?




맛있어서 6개쯤 한 번에 먹었던 것 같아.

근데, 지나치게 달아.



태국 디저트류는 거의 다 단데,

이것도 예외는 아니야.

먹는 순간은 좋지만, 먹고나면

이가 다 빠져버릴 것 같은 느낌으로 달아.




우리는 오후 3시정도에 방콕에 도착했고,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식사 한 끼 더 같이 하자고 하셨어.



아무래도 타국까지 T 만나러 온 내가

아들처럼 느껴지셨나봐.

잘 챙겨주심.



우리는 일식 집으로 갔어.

상호는 몰라. 

차에서 내리면 그냥 일단 가는거여.



이건 회덮밥이야. 

T가 먹었던 음식.





이건 장어.

딸랑 하나 나왔는데, 가격은 싸지 않아.

길거리 음식은 싸지만,

일식이나 고급 레스토랑오면

한국이랑 거진 비슷하다고 보면 돼.




이건 내가 먹은 연어덮밥.

전체적으로 태국 내 일식집이

한국에 있는 일식집보다

일식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아.



한국이 일식을 80%정도 표현한다면

태국은 90%정도 맛을 표현하는 것 같아.



T가 들고 찍으래서 그렇게 함.

연어덮밥 홍보대사도 아니고...

저 가식적인 미소 보임?



부모님 앞이라 안 다정할 수도 없고...

'나 이런데 와서 잘 먹었다' 같은 보여주기식 행동 

나는 참 싫어하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했어.




식사하는 내내 남자서버가

눈에 띄었어.

태국 사람과 일본사람의 혼혈 같이 생긴

20대 초반의 남자였는데

옷 매무새도 단정하고, 머리도 포마드로 이쁘게 넘겨서

자기관리 잘 하는 멋진 사람이구나 생각했는데



오고가며 날 보고 씨익 웃더라고.

T에게 물어봤어.



"재 게이니?"


"응 그런 것 같은데?"


"좋은 미소를 받았으니 화답을 해야겠지?"




나는 그 게이서버가 미소를 지을 때

윙크를 살짝 날려드렸지.

게이서버는 두 손을 깍지끼고

'어머나'하며 활짝 웃더라고.

흐뭇했어.




한국이었으면 귓방맹이 맞는 건데




식사가 끌날 무렵

이번 식사만큼은 내가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T의 부모님께 말씀드렸어.




"어머니, 아버지! 이번 식사는 제가 낼게요!"



"아서라! 니가 어딜 감히!"



"저 이번에 따라와서 같이 여행 할 수있게 

허락해주신 것도 감사드리고,

저 혼자 편히 쉴 수 있게 

배려해주신 것도 너무 감사드려요.



저는 한국인이고, 한국인은 감사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예의와 매너라는 것을 가르쳐주셨고,

이런 것마저 제가 사지 않는다면 화내실 거에요"



"음.. 그렇다면...  잘 먹었다!!"




휴... 드디어 그래도 뭔가 보답은 한 것 같네.

다음에 태국 올 때는 꼭 선물 사와야겠다.

받기만 하는 건 좋으면서도 

뭔가 꺼름직스러우니까...




나는 계산을 했고, 남은 팁을

게이서버에게 주었어.

150바트 정도 됬었는데...

무척 아까움... 힝...




부모님 앞에 계시니까

돈 많고 쿨 한척 할라고

객기부린건데 속은 많이 쓰리다...



그래도 덕분에

게이서버는 기분 좋은 야릇한 손짓으로

우리를 배웅해줬지...




레스토랑을 나와서 T와 나는

T의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호스텔로 이동했어.

그리고 3~4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어.




"J, 어디가고 싶어?"


"음... 카오산 가고싶어, 카오산 갈래!"


"음... 알겠어! 가자! 나 잘 아는 bar있어"




나는 자유와 사랑이 넘치는

카오산 거리에 가고 싶었어.

럭키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떼거지로

춤추는 그 문화를 상상하며 이동했지.




우리는 카오산에 도착했고,

카오산 뒷 쪽 맥도날드 2층에 있는 바에 갔어.

바의 이름은 브릭바였어.


"야 이게 뭐야, 여기 외국인도 많이 없고,

위 아 더 원의 미친 분위기도 없잖아!"



"여기 엄청 유명한 곳이야. 

나 대학생 때도 여기 많이 왔고,

현지 사람들한테도 엄청 유명해!"


"흠... 일단 한번 경험해보도록 하지"




카오산 거리와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사람을 힐링시켜주는 신기한 분위기가 있었어.



브릭바에는 밴드들이 있는데,

팝송을 주로 공연하는 밴드들이야.

노래 선곡도 신났다가 분위기 있다가

완급조절이 예술이야!




좀처럼 팁을 안주는 내가

팁을 줄 정도면 말 다했지.

모히또 한 잔 시켜놓고 1~2시간 넋놓고 

음악 듣고있으면 그게 참 좋더라.




한 가지 여담으로

태국친구들 사귀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와서 친해지는 방법도 좋을 듯.



이번 년도 4개월간 태국에 머무를 때

내 친구와 나는 브릭바의 분위기와

노래가 너무 좋아서 매 주 왔었는데



여자들이 먼저 말 걸더니

관심있다고 하더라고.



그 친구들은 우리를 데리고 나갔고,

카오산 길바닥에서 돗자리 깔고 

맥주를 같이 마셨어.



물론, 내가 친구라고 말한 것은

그들이 여자가 아니었고 형님캅이었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있었던거야.

뜨거운 남자의 대화를 했더랬지.




날마다 이런 프로모션이 있어.

평일에는 그냥 입장해서 시키면 되지만,

주말에는 시스템이 좀 다른게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야해. 그리고 그 입장권으로

맥주를 시켜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야.




아무래도 사람많은 주말에는

들어와서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공짜로 공연만 보고 나가는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함인가봐.





"것 봐 내가 말했지?

여기 좋다고!!"



"인정인정!

근데, 저기 포켓볼도 칠 수 있는거야?"



"미리 신청해서 보드에 이름 적어놔야해"




나는 웨이터에게 말해 보드에 내 이름을 적어두었어.

승자는 다음 대전자와 계속하는 시스템으로

진다면 다시 보드에 이름을 적고 순서를 기다려야해.


나의 대전 상대는 여기 할아버지.

이미 4연승 한 수준급의 할아버지임.

내 앞 사람이랑 할 때는 자세도 안잡고

약올리면서 채를 반대로 잡고 치더라.



나는 어떻게 됬냐고?

물론, 저 할배는 말도 안되게 잘쳤고,

다리 사이에 채를 넣어 나 약올리면서 치더라.

당구채 그대로 위로 올려버리고 싶었어.




브릭바에서 이렇게 즐기다가

우리는 밖에 나와서 카오산 거리를 구경하다가

럭키비어 앞 쪽으로 갔어.



그 쪽은 광란의 도가니였고,

다들 생솜버킷을 들고

눈이 풀리채로 춤을 추고 있었어.




샤워를 하고 나온 터라

그 녀석들 사이에서 

땀 묻어가면서 놀 자신이 없었어-_-;



이미 브릭바에서 힐링하고 오기도 했고...

그냥 뭐 먹고 잠이자 자자 싶어서

길거리 음식을 향해 갔어.


야식은 역시 숯불치킨이지!!

가격은 대충 25밧(800원)정도 해.

카오산이라 좀 더 비싸지만,

다른 동네가면 15밧(500원) 밖에 안해.




하지만, 이 때는 그런거 잘 몰랐기에

걍 흥정도 안하고 사버림.

닭다리만 10개정도 사서 호스텔에서 맥주 한 잔 먹으면서

잤던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담 편에서 보장!



이번 편은 태국여자친구 가족과 

파타야 간 사건을

얘기하려 해.






보통이라면 절대 가지 않겠지만,

나도 T의 가족환경이 궁금했거든.

집안 분위기가 어떤지.

환경은 어떤지.




만약, 하이소(부자)라면

바로 애부터 만들어야되는거 아니겠음?

하지만 겪어본 바로는 그럭저럭 사는

중산층이었음.

쳇!!




주변 사람 말 들어보면

하이소 남자나 여자 만나서

떵떵거리면서 살던데

이번 생은 인생역전 없이

열심히 사는 걸로 만족하자.




우리는 아침 일찍 체크아웃했고,

T의 부모님을 만나뵐 준비를 했어.



아무래도 처음 뵙는 만큼

깔끔하게 입는게 좋겠지?

땀 쩔면 다 보이는

하늘색 셔츠.



긴장해서 겨터파크 개장하면

어떡하지 생각에

겨드랑이 땀 안차도록

만세하면서 다녔어.



우리는 T의 부모님이

준비하는 시간동안

아침을 먹으러 감.



"J, 뭐먹고 싶어?"


"암거나 먹자,

긴장돼서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모를 듯."



학부모 만나거나, 어르신들 만나뵐 때 쓰는 얼굴임.

주문한 밥이 나오기 전에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유해보이는 얼굴 연습하고 있었어.



2박3일동안 젠틀한 척 똥연기 어떻게할지

참 막막했어...




T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어.

마님이 상으로 내려준다는 고깃국!!

고기는 오래 푹 끓여서 야들야들하고

국물은 누구나 예상 할 만한 MSG+고기육수야.




고기랑 밥이랑 한국스타일로다가 먹음.

역시 한국스타일이 짱짱맨.



밥과 고깃국해서 50바트(1600원)정도 나온 것 같아.

아직 시간이 일러서

커피 한 잔 하러 가기로 했어.





여기는 호스텔 앞에 있는 카페

ANALOG라는 카페인데,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구하나봐.

주인은 남자인데, 게이인 듯 싶었어.





T는 녹차라떼를 시키고,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켰어.

무슨 커피 값이 밥보다 비싸냐...



그래도 시원한 곳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모히또 맛 구름과자 먹으니까 

잠시나마 긴장이 풀리더라.

구름과자 안 먹는 사람들은 몰라도

저건 최고의 조합인듯.





"J, 우리가족이랑 

여행 곧 갈건데, 신나? >_<?"



"신나겠냐-_-"




그래... 이제 체념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건

내가 똥연기 모드로 어른들을 대할 때마다

나를 싫어하던 어른을 한 번도 못봤으니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거야..

대화가 안 통하면 액션으로 보여주지 뭐!




우리는 T의 콘도로 이동했고,

T는 부모님이 내려올 때까지

수영장에 있으라고 했어.



여기가 T의 콘도 중간층에 있는

수영장과 헬스장이야.

콘도 크기에 비해 작더라고.

실망실망.



T의 가족은 여기서 다 사는 것이 아니라

본가는 돈무앙에 있어.

그리고, T의 직장과 T의 남동생의 학교 때문에

둘이 한 콘도에서 생활하는데

부모님이 걱정되는지 자주 놀러온다더라.




부모님 만나뵙기 전 최종점검.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T의 연락을 받고 나는 아래층으로 이동했고,

처음으로 T의 부모님을 뵙게 되었지.

아버지는 중국인의 외모였고,

어머니는 전형적인 이싼 계의 외모를 가지고 계셨어.



나는 웃는 얼굴로 합장하며 인사했지.

부모님들도 합장으로 인사해주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태국 안에서

만능 치트키는 합장인 것 같아.



합장을 먼저하면, 

상대방은 무조건 합장으로 응해주더라고.

그리고 내가 실수한 상황에서도

합장하며 죄송하다고하면, 

상대방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억지로 합장으로 화답하더라고.



합장 짱짱맨

이게 참 좋은 문화인거 같아서

나중에 클럽 갈 때마저도 

합장하면서 춤 쳤었어.

데헷!



차에 타고 이동하는 중에

T의 어머니가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T는 핸드폰 만지면서

번역도 잘 안해주고

나혼자 땀 삐질삐질하면서

아하하... 웃을 수 밖에 없었어.




순간순간의 위기를 넘기고

폰만 만지작 거리는 T 옆구리를 찔러댔어.

"야 번역 안해주냐?

죽고싶어?"



쿡쿡 찔러대야 번역을 해주더라

배려라고는 쥐똥만큼도 없어요.




T의 어머니는 태국어를 잘 못하는

나를 위해 더듬거리는 영어로 말을 해주곤 했어.



"J, T is....fat!! many many fat!!

You say T, not eat many many"



단어로만 말씀하시는데 다 알아들을 수 있더라.

'T는 뚱뚱하니까 많이 먹지 말라고 해라'



나는 대답했지.

"저는 얘를 말릴 수가 없어요.

음식만 보면 달려들거든요"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어.

그러다가 T의 어머니가

두리안 먹어봤냐고 물어보길래

아직 안먹어봤다고 했어.



T의 어머니는 가는 도중 시장을 들려서

하나 사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시장으로 가게되었어.


두리안을 찰지게 고르는 T의 어머니,

세계 각국의 아줌마는 다 비슷비슷하더라.



20분 가량 흥정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두리안을 사게 되었어. 

그리고 나와 T는 어머니가 좋아한다는

체리를 사서 차에 다시 탔지.




T의 어머니는 차에서 손질된 두리안을 주셨어.

나는 두리안이 냄새가 심하다고해서

냄새부터 맡아봤어.




응? 생각보다 냄새가 심하지 않은데?

나는 바로 한 입 베어물었어.

와... 이건 처음 맛보는 맛이야.




과일이 어떻게 이렇게 크림같을 수가 있지?

바나나와 고구마를 크림과 섞어 반죽한 맛이 나는거야.

내가 무언가 먹을 때 정말 맛있게 먹어서

다들 보기좋다고 말하는 편인데,

T의 부모님이 주신거라 더 맛있게 먹었어.




그러더니, 웃으시면서 나에게 두리안을 몰아주셨어.

두 덩이까지는 맛있었어.

근데, 입에 넣을 때마다 

자꾸 역한 냄새가 슬슬 올라오는거야.




어떡하지...

T에게 도움을 청했어.

T는 씨익 웃으면서 두리안을 거절했고,



T의 어머니는 널 위해 준비했으니

다 먹어야한다는 눈으로 나를 응시했어.





곤란하다...

에라 모르겠다 씹지말고 삼키자.

4덩이의 두리안을 목젖을 열어 삼켜버렸어.

어머니는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셨어.




'좋았어! 점수땄! 끄윽?'

어라?

끄으으윽!




삼켜버린 두리안이 위에서 가스를 발생하며

트림이 나왔어.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온 트림가스는

위액과 뒤엉켜 숙성되어 

두리안  냄새를 200배 증가시켰어.




트림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어.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트림을 내뱉으려 노력했지.




T의 아버지는 백미러로 날 응시하더니

허허 웃으시며

조용히 창문을 열더라...




두리안을 먹은 후 나는 거의 

혼수상태로 가게되었어.



너무 많이 먹어서 속이 울렁거리고

창문을 열어도 빠지지 않는 두리안 트림 냄새로 인해

온 가족이 냄새에 허덕여야했고,

덕분에 나에게 말 거는 일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우린 파타야에 도착할 수 있었어.



이윽고,

우리는 파타야에 있는 한 수산시장에 도착했어.

내가 계획한 여행이 아니라

끌려가는 거였기 때문에

정확한 행선지 이름은 잘 몰라.




타랄 때 타고, 내리랄 때 내리라는

가이드 투어랑 비슷했거든.



태국에도 갯뻘이 있더라고?

신기했어.

이 옆으로 이동하니까

살아있는 수산물을 파는 시장이 나오더라.





새우와 게, 오징어, 생선 등등의 

수산물을 파는 곳이었어.

우리나라로 따지면, 

속초 수산물시장과 같다고 봐야하나?




T의 어머니는 만져도 보고, 두드려도 보면서

속이 꽉찬 게를 직접 선별하고 고르셨어.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거 같던데,

아주머니들은 다 아시나봐.


수산물이 대체로 싼 편이라 놀랐어.

마트같은데 가면 엄청 비싼데,

여기는 신선하고 무척 싸더라고.




다음에 파타야 간다면 

여기도 다시 들려볼 생각이야.

T에게 어딘지 물어봐야겠다.



T의 어머니는 식당으로 

먼저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왔어.

샀던 수산물을 식당에서 데쳐주나봐.


T의 어머니는 음식과 함께 등장했고,

많이 먹으라는 말을 하셨지.

아직 두리안 때메 울렁거리는데...




먹는 내내 T의 어머니는 T에게

그만 좀 먹으라는 말을 했고,

보는 내내 불쌍 할 정도였어.




놀러와서까지 저렇게 구박받아야하나?

생각이 들었고, 진짜 차별받는건가도 생각했어.




그러면서 T의 어머니는 나에게 

새우와 게를 직접까서

알맹이만 주셨어. 




덕분에 나는 편하게 잘 먹었지만,

T는 서럽다는 듯이 날 쳐다봤어.

그래서 하는 수 없이 T의 쉴드를 쳐야만했어.




"어머니, T랑 무에타이 같이 해봤는데, 많이 뚱뚱하지는 않아요.

근육량이 많은거라서 괜찮을 거에요."



"아니다, J 니가 T의 

대학생 시절 때를 못봐서 그래.

쟤 저렇게 안 뚱뚱했어, 

젊은 날을 저렇게 뚱뚱하게 보낸다니

내가 다 안쓰러워서 그래"



"인정합니다!!"




어머니의 완고한 말씀 후로 

나는 밉보이기 싫어서

더 이상 쉴드를 칠 수 없었어.



자기네 가족문제에 타인이 끼면

기분 나쁘니까...

나를 좋은 녀석이라고만 생각 할 수있게

말을 아꼈지만

그래도 몰래 T를 토닥였어.





식사 이후에

 우리는 호텔로 이동했어.



여기가 그 호텔인데,

무한도전에도 나온 한국인이 많이 호텔이래.

호텔사장이 여기 말고도 여러 호텔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이건 호텔 외관.

수영장이 슬쩍슬쩍 보임.



이건 위에서 찍은 호텔 전경이야.

수영장 크기가 상상초월하게 넓더라고!





이건 호텔 안 쪽에 

이쁜 인테리어있길래 찍어봤어.


T의 아버지는 이 쪽 호텔 계열사에서 일하고 계셔서

직원할인을 받을 수 있었대.




T의 아버지가 나에게 오셔서

말씀하셨어.




"J, 넌 나와 자게 될거야"

"아... 예"



하... 이런 부담스러운 경우는

내 인생에 없었는데...




애초부터 T와 같이 잔다는 

상상은 안했지만서도...

난 내 돈으로 방 하나 잡을 생각으로 갔거든..




근데, 혼자 방 잡아서 잔다고 한다면

좀 그래할 것 같아서

울며겨자먹기로 같이 자기로 했지.






방은 이렇게 생겼어.

큰 침대하나랑, 작은 침대하나가 있고,

TV 옆에 방과 방사이를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어.




옆 방은 T와 T의 어머니가

쓴다고 했어.




어렸을 때, 가족끼리 태국여행 왔을 때

저런 방에서 형이랑 둘이 잔 적 있어.

옆방은 투어를 같이 하는 신혼부부였는데,

밤이면 밤마다 형과 방과 방을 이어주는 방문에 

귀를 귀울이고 야릇한 사운드를 들었었지.





요건 화장실!

자유시간 가지래서, 래쉬가드로 갈아입고

호텔 수영장 앞 바다에 T와 같이 나갔지.




호텔에서 관리하는 해변인가봐.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좋더라.




T는 부끄럽다고 비키니 밖에

호텔 가운을 입고왔어.




호텔 관리인한테 

그거 입고 내려오면 어떡하냐고

한 소리 들음.

이럴 땐, 합장하셈!!


해수욕을 마친 후 저녁을 먹으러 출발했어.

너무 더워서 그냥 나시입어버림.




우리는 분위기가 좋은 식당에 도착했어.

가격이 꽤 나가는데,

나는 돈을 안내는 입장이라

나중에 내가 대접할 때

돈이 좀 많이 깨질 것 같아.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지.



T가 화장실 갔을 때

나는 T의 부모님에게 은근히 물어봤어.




"저기... T가 부모님이 자길 안 사랑한다고

느끼던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저는 옆에서 보자니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지던데..."



"뭐?! 우리가 T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맨날 T가 입버릇처럼 차별받는다고 말하더구요..

하핫... T는 아직 생각이 좀 어린 것 같아요"




괜히 말 꺼냈다가 본전도 못 건질 뻔 했다.

이 쪽 집안 일은 

가족끼리 해결하는걸로~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워킹스트리트로 가기로 했어.



파타야 해변에 주차를 하고,

해변에서부터 워킹스트리트까지

걸어갔지.



걸어가던 도중

슬슬 해변가에 서있는 여자들이 속속 보이는 거야.

흔히 말하는 일하는 여자들이야.



처음에는 뭔지 잘 몰랐는데,

나중에 태국친구한테 들어보니까

해변가에 서있는 애들은

몸 상태가 검증이 안된 위험한 애들이라고

하더라고~



혹시나 저렴한 가격에 불러서 혹하는 사람들은

조심하는게 좋을 듯.




우리는 넷이 그런 여자들 사이로 걸어갔어.

그런데 갑자기 T의 어머니가 T를데리고

10m 멀찍히 뒤에 떨어져서 걷더라고.




영문을 모르는 T의 아버지와 나는

뒤로 다시 걸어갔어.




T의 어머니는 이런 곳에 왔으면

남자끼리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줘야한다면서

호객행위하는 것도 즐기면서 걸으라고 했어.




그리고 절대 일행인 척도 하지말고, 

무조건 즐기라고 하셨지..



하는 수 없이 T의 아버지와 나는 

그들로부터 10m 떨어진 채로 걸었어.



거리를 유지하며 우리는 

워킹 스트리트로 진입했고,

다가오는 여자들이 호객행위를 할 때마다

T의 아버지와 나는 쩔쩔매야했어.




이따금씩 뒤를 쳐다보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T의 어머니와

안절부절하는 T가 있었거든.




이게 무슨 이상한 취미야.

T의 아버지와 나는 호객행위를 거절하며

비키니 입은 여자들조차 

마음대로 쳐다볼 수 없었어.




우리가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의 눈으로 쳐다보는 T의 어머니 입가엔

미소가 있더라.




나중엔 호객행위 하는 여자들이

레이저를 쏘아대는 T의 어머니와 T를 보고

당황했지.



누가봐도 일행인거 아는데

도대체 뭘 즐기란건지...





나는 곁눈질로 여자들을 

구경 할 수 밖에 없었어.



내가 T의 아버지를 쳐다봤을 땐

아버지는 정면만 응시한 채 

티 안나게

좌우로 눈동자만 굴리고 계셨어.




아... 아버지...

이런게 결혼 후 살아남는 방법인가요?




워킹 스트리트에서 고통만 받다가

우리는 차를 타고 다시 숙소로 이동했어.



"J, 아무래도 너 혼자 자는 게 나을 것 같다.

혼자 편하게 자렴"



"아? 안그러셔도 돼는데!!"




나는 기쁨의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어.

만일 T의 아버지와 같은 방을 쓴다면

청결한 모습도 보여야하고, 

짐 정리도 깔끔하게 해야했는데

그럴 필요없이 마음껏 코 골며 잘 수 있으니까!!


호텔에 오자마자

나는 혼자 잔다는 생각에

짐을 안 치우고 마구 어지렵혔어!




자기 전에 T가 잠깐 내 방에 놀러왔어.

오늘 하루 구박 받느라 수고했다.

자, 이제 너네 방으로 갈 시간이야

어서 가.



나는 철저하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어

욕조에 거품목욕제를 풀어놓고

가운만 입고 돌아다녔지.





야경을 즐기면서 구름과자 하나 태우면서 생각했어.

'새벽에 몰래 나가서 클럽가서 놀다올까?'




30분간을 고민했어.

하지만 몰래 나갈 때, 문이 잠기는 소리가

옆 방에 들릴 것 같았고,

만에 하나 몰래 나가서 놀고와서 걸린다면

뒷감당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참기로 했어...



그냥 에어컨이나 빠방하게 틀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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