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태국 여자를 만나보고 싶어하는 거와 같이 

내가 태국 여자를 만나고 싶지 않았겠다고 하면 물론 거짓말이겠지.

다만, 그건 있어. 직업 여성을 좀 제외하자. 

걔네는 사랑이 아니라 일이잖아. 



그런 관계를 가진다면 개인적으로 나중에 떠올려봤을 때 아련한 향수 보다는

슬픈 공허함이 남지 않을까 싶어.



7편에서 부터는 내가 태국 여자를 만나게 된 경로와 

그녀로부터 알게 된 문화, 가치관, 세계를 적어보려해.




보컬 형이 납치된지 이 틀이 지났어. 

보컬 형은 매일 점심마다 옷과 돈을 가지러 콘도에 들어왔다가 나갈 뿐 이었고,

나는 정말 시체처럼 누워있거나, 끝없는 지루함과 싸워야했어.




클럽을 가도, 눈을 마주쳐도 보컬 형과 같은 썸은 일어나지 않았어.

왜냐하면, 태국에서의 내 이미지는 게이 그 자체였거든.

적당한 근육에 그 위를 덮고 있는 지방, 하얀 피부, 오버스러운 행동까지

나의 모든 것이 태국 게이의 조건에 부합되었지.




사실, 태국 여자들은 귀여운 얼굴 상에 야리야리한 몸을 좋아해. 

그래서 보컬 형과 클럽에 갈 때마다 그 형은 항상 인기가 많았어.

반대로 나는 오직 남자들만 날 바라보고 있었고...




어쨌든, 나도 어떻게든 태국에서의 로맨스를 꿈꾸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했어.

때마침 2달 정도 펜팔로 알게 된 한 태국 여자애한테 식사나 한번 하자고 

연락이 왔어. 




사실 그 전에도 연락이 왔지만, 걔는 조금 두려웠거든. 내가 영어를 못 해.

근데 자꾸 라인통화를 거는 거야. 

받으면 막 쏼라쏼라 말하는데, 체육전공인 내 입장에서는 뭐라는지 알 수도 없고...

'인터내셔널 뭐에서 일한다고 자랑하나' 이 생각도 들고...




여튼 만나기로 했어. 나도 태국여자랑 밥 한 끼 정도는 해봐야지!

그리고 내 여행 철학에 의하면 '현지 여자애를 통해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운다'가 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나갈 채비를 했어.




이제부터 그 여자를 T라고 지칭할게.

T와는 시암에서 보기로 했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어.

약속시간이 되었고, 드디어 만나게 되었는데

사진보다 더 매력있는 거야.

순간 이국적인 외모에 혹해서 3초 정도 멍하니 있었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 느낌이랄까?

일반적인 태국얼굴도 아니어서 첫 인상이 강렬하게 다가왔어.




T가 입을 연 순간,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해댔거든...

처음에는 좀 꿀리기 싫어서 알아듣는 척 하고, 웃기만 했는데

뭘 자꾸 물어봐. 그래서 나중에는 솔직하게 말했어.




"나 영어 못하니까 좀 천천히 말해줘. 

내가 쓰는 건 할 수 있는데, 듣고 말하는 건 정말 못해."

그 이후로 T는 아주 천천히 쉽게쉽게 말했고, 다행히 의사소통에는 차질이 없었어.

T는 검은색 롱 치마를 입고 있어서 그녀의 다리가 얇은 지는 볼 수 없었어.




대략적으로 팔뚝 사이즈로 가늠할 뿐이었지. 

가는 팔뚝은 절대 아니어서 튼실한 편이구나 생각했고,

다들 짧은 바지를 입는 태국에서 롱치마를 입고나온 T는 내 신비감을 자극했어.




반대로 T는 날 게이같다고 생각하고 있더군. 

콘로우 머리(다시 더 강력하게)에 얼굴에 바른 BB크림, 굽 높은 워커를 신은 나는

빼도박도 못하게 100% 태국게이였어.




어쨋건 간에 T는 날 남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일찌감찌 포기함.

밥이나 우걱우걱먹고 영화나 보러갔어.

영화관에 앉아있는데 광고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미어캣처럼 일어나는 거야.

뭐지 싶었는데, 왕 영상이 나오면서 다들 존경심을 표하면서 서있더라고.



근데 T는 일어서서 몰래 팝콘 쩝쩝

 먹으며 '난 이거 싫어' 한 마디 하는거야

국제적으로 노는 애라 그런가? 좀 남 다르긴 했어.

영화제목은 'Danish girl'이었는데, 짜증나게 최초의 트랜스젠더가 된 남성이야기야.

주인공을 볼 때마다 날 보고 웃더라고-_-



영화 보는 내내 난 팔짱끼고 봤지만, 점점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T는 내 팔뚝을 잡으면서 보는 거야.

속으로 '아싸 청신호'를 외치면서 무덤덤하게 봤지.



영화가 끝난 후 나는 내 팔을 잡은 걸 빌미로 꼬투리 잡기 시작했어.

"헤이! 인 타일랜드, 프렌드쉽 핸즈 핸즈 크로스, 이스 잇 오케이? 

유 라이크 미? 

아임 트레벌러 유 로컬 피플. 잇츠 낫 굿"

(태국에서는 친구끼리 팔잡고 영화보냐? 너 나 좋아하냐? 난 여행자고 너는 여기사는 사람이야. 이런 만남은 좋지 않아)



말도 안되는 팅기기를 했다. 근데 반응은?!

"하하 너 되게 웃기다. 알았어 안 그럴게. 우린 그냥 친구야"

어? 이게 아닌데? 이렇게 막상 선 그으니 속상했지만 감추고...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 우린 친구야. 오케? 근데, 아마 내일 너 보고싶어질꺼니까 또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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