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24일동안 사용한 콘도의
전기세와 수도세를 냈던 날이야.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이 아팠어.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아침햇살이 날 깨어주었고
난 기분좋게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지.
한국에서 자다 깨면
온 몸이 뽀사질 것 같은데
내가 묶던 콘도에서 아침을 맞이 할 때면
너무나 기분 좋게 아침을 맞았던 것 같아.
생각해보면 아무렇지 않았던 이런 당연한
순간들이 무척 그리워지넹...
발렌타인데이 때 받았던
꽃은 조금씩 시들고, 고개가 꺾여버렸어.
자기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인지
어두컴컴한 방에서 조금이라도 햇 빛을 더 받으려고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제 생을 다 한 것 같아.
그래도 살려보겠다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가위로
가지치기를 했지.
그러던 와중에 T에게 연락이 왔어.
"J, 너 오늘 수도세랑 전기세 내는 날인거 알지?"
"당연히 알지!
너무 떨린다..."
나는 전화를 끊고 떨리는 마음으로
고지서를 확인하러 갔어.
가격은?!!
1131바트였어.
한화로 3만 9천원정도.
예상보다 많이 나왔지만
이 정도면 선방이라고 생각해.
거진 24시간 에어컨 풀로 틀고
한국에서 자취할 때보다도 적게 나왔으니...
태국 전기 값 싸다고 했는데
이것도 콘도마다 다르니 유의해야함.
대충 설명하자면
국가에 직접내는 곳이 있고
회사에서 떼어먹는 곳이 있는데
내가 묶은 콘도는 회사에서 떼어먹는 시스템이라
1유닛 당 7바트임.
국가에 내는 곳은 1유닛 당 3바트인데
회사에서 떼어먹는 곳과
전기세가 두 배 이상은 차이가 나지.
얼마 안 묶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길어지면 스트레스니까
장기로 집 구할 때 꼭 살펴보길바라.
그리고 이 때까지 쓴 돈을 정산해봤어.
43000바트 썼더라구.
한화로 147만원...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와우! 놀라워라!
내 한달 금액인 25000바트
85만원에서 한참 벗어났잖아?
근데 아직도 일주일이나 더 버텨야한다는 점이
날 더욱 슬프게 만들었지.
"J 얼마 나왔어?"
"1131바트 나왔어"
"히에엑?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우리 집에 안 쓰는
선풍기 있는데 그거 쓸래?"
"아니, 에어컨 정도는
내 맘대로 틀고사는 삶을 살고 싶어.
아직까진 괜찮아.
에어컨은 내 행복임..."
"맘대로 하렴.-_-
내일 마사지나 받으러 가자.
일본식으로 되어있어서
온천스파까지 같이 받을 수 있는 곳이야."
"얼마냐 캅?"
"한 시간에 390
한 시간 반에 550바트"
"미.. 미안하다 캅.
나는 도저히 무리다 캅"
"내가 낼게!
온천도 같이 받을래?"
"그러면, 미안하니까
그냥 마사지만 받자"
"기왕 내가 내주는 거면
요구 할 거 다 요구해."
"아니야...
한국에도 스파 많아... 흑흑
나 그냥 베트남 여행 다녀와서
치앙마이 Z형 집에가서
10일만 머물다 올까?"
"그게 돈 더 들잖아.
그냥 여기 있어!"
"치앙마이가면 그 형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댔어!
돈 가지고 오지말라고 하는 좋은 형임..."
"베트남 다녀와서 일을 할 생각을 해라!
일부터 구해!"
"네..."
"아무튼, 나 일 끝나고
클리닉 가는데 너 여기 와있어라"
"예...?
제가 거길 왜 가야하죠...?"
"내가 보고싶으니까!"
"미안미안,
너 얼굴 비타민 주사
맞는거 보러 뭣하러 감.
돈 없어서 어디 못나가요.
그냥 오늘은 집에서 쉬어야될 것 같음"
"내가 간다 그럼.
밥 사주냐?"
"흐윽...
나 먹을 돈은 없어도
여친 밥 먹일 돈은 있을 거야..."
"그랭, 나 오늘 너네 집에서
자고 간다~"
T는 퇴근 후 클리닉에 가서
비타민 주사를 맞고
뽀송뽀송한 얼굴로
우리 동네로 왔어.
"J, 우리 뭐먹어?
맛있는 음식을 사줄꺼야?
택시 부를까?!"
"하... 돈 없다고 한거 귓등으로 들으셨나...
오다가 쏘이몰링 마을잔치
열린거 못봤으셈?!
우리는 거기가는 거다."
"하아... 한국인 남친 만나는데
어째 태국로컬 음식을 더 먹는 것 같다..."
여긴 몇 번 소개 한 적 있는
쏘이몰링에서 제일 인기많은
굴다리 밑 레스토랑이야.
이 날 따라 무대를 설치해서
밴드 공연도 하고 맥주옷 입은 여자가
술도 따라주고 그러더라고.
어딜가나 맥주 옷 입은 여자들은
몸매가 미쳤다...
하지만, 보는 거 T에게 걸리면 안되니까
왼 쪽 눈은 T를 쳐다보고 오른 쪽 눈은
여자를 쳐다봤어.
님들도 안구운동 연습하셈.
같이 있는 상대방에게는
'너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볼 건 다 볼 수 있으니까.
덕분에 저렴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음악도 듣고 이쁜 누나들도 보고
굉장히 좋았어.
메뉴는 짐쭘이라는
태국식 샤브샤브를 먹었어.
건강해지는 맛이야!
나름 고기도 많이 있어서
생각보다 푸짐해.
그리고 국물 하나는 진짜 인정!
미원이 반 이상 들어갔겠지만
한국에서 팔아도 잘 팔릴 것 같은 맛이야.
나중에 이거 그릇 사와서
한국에 음식점 차려볼까도 생각중이야.
그러던 중, 예기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지...
식사 도중마다 나는 T와
대화를 하고싶었는데
접시에 코 박은 채로
듣는 둥 마는 둥 얼굴 보지도 않고
대답하는 거야...
그게 몇 번이고 계속되니까
나도 화가 나더라고.
나는 얼굴 좀 보면서 오늘 어땠는지,
뭘 했는지 물으며 식사하고 싶었는데
얘는 상대방 얼굴도 보지도 않고
그냥 무심히 툭 말하고 밥만 먹는거야.
내가 이러려고 집 안에 틀혀박혀
얘 만나기만을 기다렸나싶었어.
이럴 거면 전화로 말하지
굳이 여기까지 와서
밥 먹으면서 얘기 안해도 되잖아.
그래서 T에게 말했어.
"우리 얼굴 마주하면서
대화하면 안될까?"
"보고있잖아,
그럼 밥 먹지 마?"
"아니, 지금도 말할 때만
그렇게 날 슬쩍 보고
또 다시 나 쳐다보지도 않잖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대화도 좀 하면서 먹자.
밥 먹으러 여기왔어?
나 보러 온거라메"
"뭐가 문제야?
우리 집에선 원래 이러는데?
태국에선 이게 일반적이야~"
이 한 마디에 빡 터졌어.
또 그 개소리 한다.
언제나 자기 신나는 일 있으면
밥알 튀겨가면서 자랑하면서 먹었는데
"야, 내가 너네집 가족이냐?
너 너네집에서도 식사매너 개판이더만.
부모님이 말할 때도 쳐다보지도 않고.
그런 싸가지 없는 딸이 어딨어?!
하물며 그걸 나한테까지 그래?
나 니 남자친구야.
그렇게 대하는게 여기선 당연한 거야?
나 하루종일 대화 할 사람도 없이
집에서만 계속 있다가
대화 할 수 있는 사람이 너 하나 뿐인데
꼭 그래야 해?"
"일이 힘들어서 그래~"
"너 집에 그냥 가라~
그냥 가서 푹 쉬어"
"뭐? 나 너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집에 가라고? 그게 할 소리야?
내가 니네 집 개야?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야돼고?"
"개소리 하지 좀 마라.
온다고 통보한 건 너잖아.
돈 없다고 사정 말 안한 것도 아닌데
무턱대고 와서 밥 사달라고 그러질 않나.
뇌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러면 얼굴이라도 보면서 얘기를 좀 하던가.
밥만 쳐드시러 여기 오셨어요?
귀엽다 귀엽다 해주니까
개진상피우는 것까지 귀여운 줄 알지?"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