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추석 기간동안에 왔던 여행기 1편이야.




나는 T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어.



이윽고, T가 오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용달을 불러 짐을 실었지.

집에서 사용하던 매트릭스, 이불, 후라이팬, 전자렌지,

컴퓨터, 식탁 등 다마스 차량에 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실었어.



그리고 나는 용달을 타지 않고,

내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이동했지.

T가 머무르는 동안,

스쿠터로 여기저기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오토바이

달려보자!!


하지만, 타고 가는 길은 위험천만했어.

퇴근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차들이 밀려있었고, 서울 진입구간은

말할 것 없이 복잡했어.



하지만, 서둘러야 했지.

 내가 도착하기 전에 용달이 먼저 온다면

직원은 나를 계속 기다려야만 하고

다음 용달을 못 나가기 때문에

다마스 vs 스쿠터의 암묵적인 레이스를 했지.




결과는??

나의 승리!!

내가 30분 더 빨랐다.

일찍 도착한 김에 다이소에 들려서

칫솔, 치약, 물티슈 같은 물건을 샀어.



아무것도 없는 방에 짐을 하나 둘씩

풀어놓으니 제법 사람사는 방 같은 느낌이 들었어.

모텔 보다는 깔끔하진 않았지만,

안락하니 신혼 집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더라.



물론, 절대 반지하에서 신혼을 살긴 싫지만

이나마도 지금 상황엔 감지덕지지.

집을 빌려준 내 친구 B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



모든 짐을 다 정리하고나니

T가 곧 비행기를 탄다는 메시지가 왔어.



"J, 나 비행기 곧 타는데,

내일 아침 10시까지 공항으로 와야하는 거 알지?"


"알았어~ 걱정마

아침 7시로 알람 맞춰놨어

우리 곧 본다! 신난다!!"



우리는 한 껏 격양되었지.

난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어.

한 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고, 후다닥 준비했어.

그리고 밖으로 나와

노량진 역으로 걷기 시작했어.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였어.

대부분은 고시공부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었어.

나도 같은 고시생인데

나는 추석기간에 놀고 있네?

잠시 자괴감에 빠졌지만, 우울한 것도 잠시였어.




노량진에 왔으니 명물인 컵밥을 먹으러 가야지!!

공부도 일도 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인데

일단 먹고보자!!



컵밥

이것은 스팸참치마요인데, 가격이 3,000원 정도였어.

한 입 먹어보는 순간, 나는 천국을 보았지.

느끼하고, 자극적인 맛이지만 멈출 수가 없었어.



특히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서

고소함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

먹다보니 자주 먹다간 동맥경화 걸리겠다는 생각이 듬.




아침식사를 마친 후, 

나는 서울역으로 이동해서

공항철도를 탔어.




공항철도 군인시절에 참 질리도록 많이 탔는데...

나는 공군나와서 인천공항 근처에 있는 방공포대로

자대배치를 받았거든.

그래서 지금도 인천공항 갈 때마다

공항철도 타고 보이는 우리 부대 잘 있나 보면서 가곤해.




공항에 다행히 제 시간에 도착!

T는 이미 입국심사 끝나고 나와있더라고.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



"J, 잘 지냈어?"


"나야 뭐 똑같지!

너는 잘 지내보인다?

살이 더 올랐네?!"



T를 안았을 때 전보다 더 푸짐해짐을 느꼈고,

그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어...

푸짐해진 팔뚝으로 맞으니까

더 아프다...


우리는 알콩달콩하게 얘기를 하며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했어.



"요즘 스트레스 장난 아니야.

상사는 엄청 쪼아대지,

엄마는 또 살쪘다고 구박하지.

난 여기 너 보면서 스트레스 풀러왔는데

네가 나에게 뭐라한다면

니 목숨은 보장 할 수 없을거야."



"아... 예

열심히 보좌하겠습니다!!"




캐리어 끌다

젠틀하게 캐리어도 내가 끌어줌.

누가봐도 T의 지금 덩치면 

캐리어 세 개는 끌 거 같은데.

강력한 팔 다리를 갖고 있음에도

연약한 여자로 보이고 싶은 맘 이해한다.



기특하게도, 저번 홍대 갔을 때 싸우고나서

뽑아준 가오나시 인형을 캐리어에 매달고 있더라.

매우 흡족해짐.




버스 타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우리는 버스로 이동했어.

가는 길이 험하다 험해...

친구 집이 노량진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 걷기도 뭐하고 택시타기도 애매한 곳이야.




우리는 마침내 숙소에 도착하게 되었어.


"짜잔! T, 어때? 아늑하지?!"



"어.. 음.. 좋네...!"



"너 말하는데 굉장히 오래걸린다? -_-"


"아냐아냐, 안락하고 좋네!"


"야! 여기가 그래도 한 달에 40만원 짜리야!!

한국은 땅 덩어리가 좁아서

이런 방도 비싸다고!!"



"누가 뭐래? 난 만족해!"


태국인의 기준으로 한국의 원룸은 비좁았을테지

하물며 반지하라 습한 냄새가 훅 올라옴.

태국 기준으로 한 달 방세 40만원이면

수영장, 휘트니스 딸린 맨션에서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긴 어디?!

한국!!!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

너는 한국인의 평범한 집에서 생활하게 될 거고,

그로인해 한국에 대해 더 알 수 있을거야.






우리는 간단하게 짐을 풀고

노량진 쪽으로 걸어갔지.

그리고 노량진을 구경하며 이 도시에 대해서 설명했어.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50%이상이

여기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 준비를 하는 곳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 얼굴에서 여유와 웃음은 찾기 힘든 곳이라고.





실제로 거리를 걸으면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은

나와 T 밖에 없었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웃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속박하는 거겠지?

오늘만 사는 나와는 다르게 ㅜ ㅜ



T는 한국에서의 첫 식사메뉴로

떡볶이를 선택했어.

그래서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으로 들어왔지.


너 돈은 있냐? 하면서

내 지갑을 살펴보는 T

아무리 돈 없어도, 너 떡볶이는 사줄 수 있단다...




내 지갑은 메이커가 아닌 

문방구에서 파는 5천원짜리야.

허름한 내 지갑을 예전부터 T가 봐왔기 때문에

기특하게도 여행 마지막 날에 내 생일선물로

태국에서 주문한 지갑을 주더라고


떡볶이 기다리느라 심술난 T

난 개인적으로 떡볶이를 안 좋아해.

뜨겁고 매운거를 잘 못 먹거든.

그리고 떡의 식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대신 다른 떡을 좋아하지.

응?




태국에도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떡과 비슷한 음식이 꽤 많아.

게다가 떡볶이는 달고 매운 소스로 이루어져있어서

많은 태국인들이 좋아하더라고.




떡볶이를 먹다

나는 치즈를 굉장히 좋아해.

그래서 위에 있는 치즈만 떠먹은 것 같아.

T에게 얌체라고 한 소리 듣긴 했지만...




어묵을 먹다

튀긴 어묵과 만두도 세트로 같이 나왔어.

가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보다 훨씬 비쌌던 것 같아.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어.

다음 목적지는 서대문 형무소!

남이섬을 가기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러 가는 거지.





티켓을 사다

기대하던 서대문 형무소에 도착했고,

표를 샀어.

어른 두 명에 6천원이니

한 사람당 3천원이겠지?



서대문 형무소는 내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한번 데려왔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기분이 썩 좋은 곳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지.

그 이후로 다시 찾아오진 않았어.





포스터를 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암살포스터가 입구에 있더라.

컴퓨터를 가져온 이유 중에 하나가

T와 같이 영화보려고 한 이유도 있어.

암살도 같이 보려는 영화목록 중에 하나!




입구로 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래.

누가봐도 형무소임을 알 수 있지만,

건물이 너무나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안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고문이 

행해졌다는게 역설적으로 느껴져.


아직 자신의 상황을 잘 모르는 T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둬라.

곧 우리 민족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테니



형무소 안에는 영어로도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게

잘 해놨어.



T는 한일합병이 된 배경을 배웠고,

한국인들이 어떠한 투쟁을 했는지 알 게 되었어.

일본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였겠지만,

모든 한국인은 독립투사들의 투쟁활동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꼭 설명해줬지.




우리는 순차적으로 이동했어.

그리고 마침내!!

고문도구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지.



족쇄를 보다

고문도구 사진이 이거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고문도구 중에 하나인 

관을 찾아서 흥분했기 때문이야.



관은 조선 사람들을 서있는 상태로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어 몇 날 몇 일을 

안에 있도록 하는 고문도구였어.



관 앞에 서자 T는 벌벌 떨었고,

나는 빨리 들어가라고 윽박 질렀지.


"J, 꼭 이거 해야돼?

나 이제 충분히 알았어.

미안해!"



"닥쳐!! 넌 한국의 역사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그냥 넘어갈 생각없어, 어서 들어가!"


들어가기 싫다고 버티는 T의 등을 밀어서

우겨넣었어. 그리고 못 나오게 막았지.


"잘 못 했어? 안 했어?"


"잘 못 했어. 열어줘!!"


"친일파 좋은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문 열어!!"


"내가 고마워? 안 고마워?"


"하나도 안 고마워!"


"응~ 그럼 거기서 우리 민족의 한을 더 느껴봐

오늘 이 시간부로 너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고마우니까 문 열어!"



나는 문을 열어주었고,

T는 울상을 짓고 있었지.

이제 T를 남이섬에 데려가 꿈 같은 경치를 보며

행복 할 수 있겠다.


형무소 투어를 나온 후 잔뜩 삐친 T

태극기 앞에 서니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남이섬 가서 재밌게 놀다 오자^^




우리는 스쿠터를 다시 타고

동대문 쪽으로 이동했어.

동대문에 호스텔을 하루 잡아놨기 때문이었어.

노량진에서 가평 가는 방법보다

동대문에서 가평 가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지.




숙소에서 도착해서 저녁까지 쉬다가

우리는 종로로 이동했어.

지난 태국여행에서 내가 준 T의 귀걸이가

살짝 망가졌다고 하더라고?



산 거는 의정부였지만,

종로에도 매장이 있으므로

T의 여행기간동안 고치고자 이동했지.



우리는 종로에 도착했고,

샵을 찾으러 20분간 걸어다녔어.

하지만, 찾을 수 없었지.

어찌 된 영문인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가게가 있는거야.




그래서 고객센터에 전화해봤더니

명동지점으로 옮겨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또 명동으로 이동했어.


다행히 명동지점은 문을 열었더라고,

T는 부서진 귀걸이를 보여주었어.

직원은 A/S를 위해서 공장 쪽으로 보내야하는데

추석기간이라 추석이 끝난 후에야 받을 수 있을거라 했어.



어떡하지? 추석연휴가 끝날 때 T도 돌아가는데...

우리는 한 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다음에 태국에 갈 때 가져다 주기로 했지.

그렇게 태국에 갈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네?





그 이후로 우리는 명동을 구경하다가

KFC에서 대충 먹었어.




그리고 T와 함께 오설록에서 차 한 잔 마셨지.


차를 마시다

가격이 비싸서 나는 배부르다고 둘러대고, 

그냥 관심없는 척 했어.

그래도 형무소 이 후로 

T는 눈치라는게 생겼는지

한 입 주더라.


형무소 참교육 짱짱.



그리고 우리는 다시 동대문 호스텔로 돌아갔지.

분위기 있게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는 T

서울 시민 다 되었네.



이렇게 첫 날의 여정을 마무리했지.




다음 편에서 보자 :)


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대한민국의 명절 기간인 추석에 

와서 있었던 이야기의 에필로그야.





T를 보러 태국에 갔다 온 이후로

나는 다시 일을 하며 하루하루

한국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갔어.




학교에서 수업도 하고, 

틈틈히 임용고시 공부를 하며

밴드 녹음도 마무리 되어

공연도 했어.





공연


중간에 드럼이 '퍽' 소리를 내며 구멍이 뚫려버렸지만,

그래도 성공적인 공연이었던 듯 싶다.





뭐 요롬코롬 잘 지내면서 

T랑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화했지.



"T, 나 추석기간 동안에 출근 안 해~"


"추석이 뭔데?"



"한국의 그레이트 홀리데이야.

너 올 수 있으면 와라!

한국에서 태국가는 건 사람들이 몰려서 많이 비싸도

태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건 상관 없을 거야."



"그래?! 오케이 알았어.

상사한테 물어보고 일정 한번 맞춰볼게!

근데, 너 가족들이랑 같이 안보내도 돼?"



"괜찮아, 우리 친가는 돈 문제로 개박살나서 

형제들끼리 서로 안봐~

그건 그렇고, 너가 온다면

나도 성의를 보여야하니까, 

숙소는 내가 해결할게!"



"콜"




T가 한국에 와서 다시 재밌게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들떴고 하루하루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리고는 추석 기간에 서울은 텅텅 비니까

어디 놀러가기도 편할거고, 

아마 방 값도 저렴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




근데 왠 걸?! 더 비싸잖아?

아무리 모텔을 싸게 장기로 쇼부쳐봐도

하루에 5만원을 불렀어.




 8박9일의 여행일정인데

방 값만 40만원 나가서

그냥 원래대로 반반 내자고 하려다가

좋은 묘안이 떠올랐어.



나의 한국친구 B가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시험을 다 끝내고 방을 뺐다고 들었어.

그래서 바로 전화해봤지.



"B야, 너 방 계약기간 아직 남았냐?"


"응, 10월 초까지 계약기간인데?"


"나 거기서 열흘 만 살아도 됨?"


"그래도 되는데, 나 짐 싹 다 빼서

거기에 아무것도 없어"


"괜찮아, 괜찮아, 일단은 너네 집 좀 빌리자

밥 한 번 살게!!! 고맙다"



다행이었어. 

40만원이 0원이 되는 순간이었지.

물론, 반지하 원룸이지만 괜찮아.

한 번 가봤는데 몇 일 머무르기엔 부족함이 없었어.



'근데, 방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데 어쩌지?'



나는 곰곰히 생각했어.

이불도 없을 테고, 식기류도 없을 거고...

사기엔 비싸고 아깝고...

어쩐다...?






내 두뇌는 빠르게 회전했고,

나는 해결책을 찾았어.

답은 '용달'이었어.



나는 바로 용달업체에 전화해서

가장 작은 소형차인 다마스가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배달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봤지.



편도 4만원이래!!

그렇다면 T가 간 후 짐을 다시 빼야하니까

왕복 8만원돈으로 9일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거임.



40-8=32 즉, 32만원의 이득을 취할 수가 있는 것이지.

'이불은 집에서 가져가고, 

후라이팬 같은 것도 챙기자

그리고 컴퓨터도 가져가야지'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은 기쁨에 들떴어.



게다가, 노량진은 서울의 중심부라 

강남, 이태원, 홍대, 신촌과 같은

핫 플레이스를 가기에도 수유보다 훨씬 가까워서 

모든게 완벽하다고 생각되었어.



거기에다가 스쿠터까지 내가 끌고 간다면??

추석이라 서울 시내에 차도 없고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간편하게 슝슝 갈 수 있으니 금상첨화!!



나는 하나, 둘씩 준비를 하며 T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런데, 문제가 하나 터졌어.

T가 내 삔뚜를 상하게 한 거야.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T와 전화를 하고 있었지.



"J, 나 남이섬 가보고 싶어"


"아 그래? 무척 아름다운 곳이지.

근데 아름다운 남이섬 가기 전에

관광지이자 한국의 우울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서대문 형무소에 갔다가 가는게 어떨까?



"싫어~ 무서워.

그리고 그런 역사를 왜? 

어차피 오래 지났고, 한국 잘 살잖아?

그냥 잊어버려"



"뭐? 그게 할 말이야?

내가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우리 할머니가 그 때 살았었고, 

그거에 대해 지금도

눈물을 흘리시는데 어떻게 잊어 그걸.


우리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징집되는 꿈꾸면

자다가 소리지르고 그랬는데?

그걸 잊으라고 하면 잊을 수 있어?"



"아니 오해야..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자기네 역사 아니라고 막 던졌구만

너네 집에 모르는 사람이 무단침입해서

칼로 위협하고 집안 물건 다 가져가면서

너네 가족 강간해도 나중되면 잊을 수 있어?"



"그런 말 한게 아니라니까!!"



"닥쳐!!! 안 가!!"



한국을 좋아하진 않지만,

할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를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왔던 터라 욱해버렸어.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사실상 외국인이 남의 역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들어도 겪은 일만 하겠나

하물며, 지배도 안 받아본 태국 애가

이런 슬픔을 이해 할 리 없지.



몇 날 몇 일을 T에게 꽁해있다가

결단을 내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

너 우리나라 역사 공부 먼저하고 가자.

안 그러면 안 가.


우리는 서대문 형무소 먼저 갈거고

거기 고문하는 관이 있어.

거기 안에 들어가서 5분 있다 나오면

남이섬 같이 가고 아니면 안 간다.

거기서 우리 민족의 

얼룩진 피와 고통을 느껴보렴."


그리고 여기 갔다가 가면 

남이섬이 더 천국같이 

이뻐보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거야.






본 편에서 보자!

이번 편은 두 번째 태국여행의 마지막 날로

돈 무앙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있었던 이야기야.




전 날 T의 눈물을 쏙 빼놓고 혼구녕을 내주고나서야

난 기분이 풀려 잠들 수가 있었어.

한국에서 놀 때는 

내가 언제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어.




근데, 전 날 파티 갔을 때는

진짜 난생 처음 느껴보는 소외감을

태국인 앞에서 느끼게 되었어.

하물며, 여자친구의 생일파티에서

남자친구가 그걸 느낄 정도면 말 다 했지.



진짜 핵 빡쳤었음.



어쨌거나, T가 미안하다는 말을 받아드리고

충분히 반성의 기미도 보였기에

나는 그래도 마지막 날을

웃으며 갈 수 있었지.



늦게 자서 엄청 피곤한데

T가 먼저 일어나서

날 깨웠어.



"J, 일어나!

우리 체크아웃해야돼!"



"아직 시간 좀 남지 않았어?

좀만 더 잘겡"



"너 짐도 안 쌌잖아.

빨리 일어나"



턱을 잡고 날 괴롭히는

T의 장난에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지.




드라마 보면 키스로 깨워주던데

그거 미친 짓이야.

전 날 밤 증식한 박테리아가

입 안에 가득한데 그 입으로 키스하거나 당한다고 생각해보셈.

냄새 장난 아님.




물론, 잠 깨우기엔 탁월하겠지만

서로 삔뚜 안 상할려면

혀 안 쪽을 손가락으로 깊히 찍고 

냄새맡은 후 시도하길 바라.



나는 일어나서 대충 씻은 후

눈에 보이는 짐을

105리터 인생배낭에 넣은 후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왔지.




그 동안 내가 숙박했던 ken 호스텔.



방마다 베란다가 있는데

못 열게 해논 걸 억지로 연 후

구름과자 먹다 걸려서 혼난 기억 빼고는 

나름 좋았던 호스텔이었음.




행복했다!!




호스텔에서 나온 후

나는 근처에 있는 T의 콘도로 가서

짐을 내려두고 밖으로 나왔어.



마지막 점심식사로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깔끔한 곳에서 양식을 먹고 싶었어.



그래서 아리 역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지.



빌라마켓에 안에 외국인들이

꽤 앉아있는 레스토랑이 있더라고.




이름은

Greyhound cafe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빵빵했어.


우리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을 때

T가 머리가 알록달록한 태국남자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더라고.

예전에 일하던 곳의 직장동료였데.



그 사람은 외국인 남자와 함께 앉아있었는데

알고보니 게이커플이더라.

누가 바텀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어.

알록달록 머리를 한 태국남자의

행동패턴이 여성스럽더라고?




근데 보다 보니까, 

무심결에 나온 내 행동이랑 비슷했어.

커피 잔을 들 때 새끼 손가락 포인트와

오버스러운 행동...

그래서 내가 게이소리를 들었던 거군..




이 레스토랑은 서양식 뿐 만 아니라,

태국식도 같이 팔고 있더라고.

나는 크림스파게티와 돼지목살구이를 주문하고

T는 정체 모를 만두튀김을 시켰어.


왼 쪽 음식은 뭔가 멕시코스러운 맛도 났어.

토마토페이스트를 기반으로 한 소스라 

새콤했던게 기억나네.

크림 스파게티는 '이건 혁명적인 맛이다!'

 할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평범했어.

무난 평범하게 맛있는 정도?





그리고 언제나 날 실망시키지 않는

돼지 목살 구이(커무 양)




이 곳의 가격은 합리적인 편은 아니야.

비싸긴 했어

계산을 내가 해서 그런가?

그래도 가기 전에 맛있는 거 사줘야지 싶어서

T 화장실 갔을 때 몰래 계산했는데 괜히 했음.



보통 일반 태국 레스토랑에서 

먹는 거보다 기본적으로 더 비싸고

택스랑 서비스차지 합해서 17% 더 줘야해.




일하는 외국인들이나, 

태국 부유층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물가는 싸지 않아.

여기 다시 오나봐라.




어찌됬건, 음식 다 먹고 

배 뚱뚱해져서 나왔어.

나름 비싼 거 먹고 나왔는데,

T가 Thank u 한 마디밖에 안 해줘서

째려보는 중...



좀 더 성의있게 감사를 표하란 말이다!!!

비쌌단 말이다!!!



식사를 하고 T가 영화보러 가자고해서

'마지막 날인데 뭘 못해주겠냐'

싶어서 같이 시암으로 이동했어.



사실 태국에서 영화보는건 나한테

아무런 메리트도 없어.



자막도 태국자막이고, 영어도 잘 못들어서

그림만 보다가 오는거라...

한국가면 다시 봐야함

그래도 따라가줌.



사람은 마지막이 아름다워야한다고 했고,

비행기 타기 전까지 할 것도 없으니까 일단 갔어.


일단은 시암센터로 들어갔어.

T는 역시나 시암오면 목적지로 바로 가는 일 없이

언제나 브랜드샵을 들러서 아이쇼핑한다.

난 시암 오는 거 자체를 무척 싫어하지만

마지막이니 기분좋게 따라가줌.


결국 지침...

너무 피곤행... 

시암 파라곤 안에 있는 영화관으로 이동하면서

T 머리에 기대서 갔엉.



영화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본 시리즈

마지막인 제이슨 본이었어.

이 영화는 액션보다도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더 중요한데...

정작 그걸 이해못하면서 봐야한다니 암울했어.

결국 귀국해서 한국에서 바로 다시봄.





콜라와 팝콘도 사서 갔어.

태국 티켓 값과 팝콘 콜라 가격은 싸지 않아.

한국과 비슷해.

어딜가나 영화관은 창렬함.


처음 T를 만나 영화관 갈 때는

눈치보느라 팝콘도 잘 못먹고

배 부르다고 그랬는데

이젠 뭐 그런거 없음.




팝콘 사면 영화 시작하기 전 광고 나올 때 다먹음.

치열하게 먹음.

내가 두 개 먹으면, T는 세 개 먹고

나는 그걸 보면 한 주먹 입에 쑤셔넣고.

T도 한 주먹 입에 우겨넣고.



식탐 많은 사람끼리 만나니까

이런건 좀 짜증남.

식비가 많이 듬.



저번 태국여행에서 그래도 한 번 영화관 와봤다고

다들 미어캣처럼 일어나서

태국국왕 리스펙트 할 때

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났지.



T는 역시나 리스펙트하는 동안에도

팝콘 냠냠먹음.

오히려 내가 뭐라고 나무람.



"너 그러다 잡혀가!

짜오프라야 굴다리 끌려가서 매질 당하고 싶음?"


"괜찮아, 몰래 먹고 있잖아~"




몰래 먹는게 아니던데...;;

우적우적 씹는 소리 다 들린다...

T는 해외파라 국왕에 대한 

리스펙이 그닥 크진 않은 듯.



나는 주변 태국사람들이 혹여나 들을까봐

항상 국왕에 대한거 물어 볼 때

그레이트 킹이라고 수식어를 붙히는데

뭐 지네 나라니까 지가 알아서 하겠지~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역시나 우리는 팝콘을 다 먹었어.

그래서 영화에 더 집중 할 수 있었지.



영화를 보다보니 생각보다 액션이 많이 없어서

좀 지루했어. 계속 주의깊게 들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영어듣기평가 하는 기분들어서 

나중에는 아예 정신줄 놓아버렸징.



나는 영화를 보다가 잠들어 버렸고

T가 퍽퍽치면서 몇 번씩이나 깨웠어.



"야! 아프잖아! 그냥 좀 자게 냅둬"


"아니 자는 건 괜찮은데, 너 코고는 소리가 하도 커서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잖아!"


"그러면 나 코골 때마다 살짝만 터치해줘.

나 도저히 못 보겠어, 너무 졸려..."




T는 내가 잠드려고 할 때 마다 날 툭툭 쳐댔고,

나중에는 눈만 감고 있는데도 재미로 치더라.

썩을...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저녁을 먹기로 했어.



"T, 내 태국여행 마지막 저녁이니까

너가 먹고 싶은거 정해!"


"오? 진짜? 그럼 여기가자!"



"아... 여기...?

꼭.. 여기여야만...하니?"



"먹고 싶은 것 고르라면서! -_-"


"알겠어.. 가자..."



그렇다... 

MK수끼 다시 오고야말았어.

여기 비싸기만 하고, 먹을 건 하나도 없는데

아, 물론 내가 말하는 먹을 거는 고기임.



주문은 저기 보이는 터치패드를 통해서 주문하면 되니까

태국어 그딴 거 필요없이 그냥 맛있어보이는거

꾹꾹 누르기만 하면 돼.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왔어.

하... 시킬 때마다 돈 들고,

고기는 쥐똥만큼 있고...

그렇다고 고기 더 시키면 가격 많이 나올 거고...

그냥 T가 시키는 대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나름 편했던게, T가 있기 때문에

태국 사람들이 먹는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야.

어렸을 적 태국으로 가족여행 왔을 때는

어떻게 먹는건지 몰라서 다 때려넣었는데...

그거 하나는 좋더라고.





T는 역시 채소 위주로 음식을 시켰어.

채소 너나 많이 드셈...

난 깨작거리고 잘 안 먹었어.




신기했던 거는 돼지 생간을 넣어서 익혀먹더라.

맛은 우리가 아는 그 맛이야.

순대 시키면 간 먹을 때의 그 뻑뻑함.

거기서 피 맛이 더 난다고 생각하면 됨.

많이 역해서 다시는 태국에서 

생간 샤브샤브는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면도 시키고, 이것저것 시켜서 먹는 T

잘 먹어서 보기는 좋네.

많이 먹고 무럭무럭 컸으면 좋겠다.

옆으로 말고...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T의 집으로 집을 가지러 이동했어.



태국에서의 마지막 BTS!

별 감흥없이 당연하게 탔던 것 같아.



T의 집을 들렀을 때는

T의 어머니가 계시더라고.

그래서 작별인사 드렸어.

다음에 올 때는 어머니 선물도 가져올게요 ~




우리는 우버택시를 불러서 돈무앙 공항까지 이동했어.

가격은 아마 300바트(만원)정도 나온 것 같아.

비싸게 나온 편이야.

일반 택시로 아리에서 돈무앙까지 250바트면 충분히 가는데...




우버나 그랩택시가 평상시에는 싼 게 맞는데

심야시간이나 트래픽시간에는

요금이 일반택시보다 높게 책정되더라고?

사용할거면 알아두길 바람.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실감이 났어.

T가 아직 휴가 다 안썼다고 말한걸로 봐서

 또 조만간 볼 것 같아 예전처럼 슬프고 공허하진 않았어.




비행기 티켓 끊으면서 설명 듣는데

갑자기 직원이 내 가방보더니 안된다고 하더라.

너무 크다고...


"저기요... 저 올 때도 이거 비행기에 실어서 왔는데요..?

안될까요?"



"안된다캅! 부피가 너무 크다캅!"



"그러면 제가 이 가방 안에 있는 짐을

백팩으로 조금 넣을게요. 그러면 돼죠?"



"해봐라캅, 지켜본다캅!"


"저 이정도 분리해서 넣으면 될까요?"


"역시나 크다캅! 이거 돈주고 수화물 붙혀라 캅"


"아니 진짜 왜그러세요오오...

저 분명 올 때도 이거 가지고 탔어요. 쫌!!"


"안된다캅! 못탄다캅!"



내가 충분히 설명하고, 계속 웃으면서 매너있게 말해도

안된다고만 하니까 나도 갑자기 열받았어.

그래서 가방 바닥에 팍! 내려놓은 다음에

발로 확 밟으니까 사람들 다들 휘둥그레함.

그래고 가방은 반절로 접혔어.



그리고는 직원에게 웃으며 한 마디함.



"보셨죠? 부피가 문제라고 하셨는데,

이젠 더 이상 큰 가방이 아니네요오? 앙?!"



"아.. 알겠다캅.. 들어가라캅."



나는 T에게 하소연했어.

저사람 왜 저러냐고.

T도 저 직원은 좀 너무했다고 하더라.

어차피 해줄거면 기분 안상하게 해주던가.



나는 T와 작별인사하고

비행기를 타러갔어.


"T, 도착하면 연락할게!"


"응, 조심히 가~!"



하도 많이 왔다갔다하면서 만나고 헤어지니까

이것도 학습이 되는지 이젠 우울하거나 슬프지 않더라.



나는 T를 뒤로하고 비행기를 타러갔어.

근데 이게 왠걸?!


좌석이 넓은 비상구 쪽 자리다!

만약에 티켓 끊기 전에 

내가 눈 앞에서 가방 밟는 무례한 행위를 했다면

직원도 기분 나빠서 비상구 자리를 주지 않았을 거야.

나름 운이 좋다고 생각해!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

제일 많이 든 생각은

이번 여행은....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야!!!



가자마자 T의 부모님 만나서 3일동안 똥연기하고

부모님 차에 탄 채로 어디가는 지도 모르고 끌려다니고...

난 개인적으로 가이트 투어 안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은 가이드 투어하는 기분만 들었어.




그리고 어디를 가던 T가 태국어로 모든 상황을

해결해버리니까 더 재미가 없는거야...




여행이란 걸 갔으면

잘하진 못하더라도 그 나라의 언어를

더듬더듬 말하면서 상황을 직접 해결해나가는게

 큰 기쁨중에 하나인데,

이번 여행은 그런게 하나도 없었어.

한 마디로 어드벤쳐가 없었어!!!



T의 입장에서는 날 편하게

배려해주는 거라고도 생각되는데

나는 전혀 그런거 필요없거든!



그래서 나는 이 기분을 T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다음에 한국에 T가 올 때

나는 T가 모든 상황을 한국어를 쓰면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볼 생각이야!



T는 한국에 또 온다

다음 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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