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와 같이 간 파주 노가다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휴일을 맞게 되었지.
일주일 중 6일을 일하고 맞는
금쪽같은 일요일은 어떻게 보냈냐고?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F367335A13CD3532)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복에 헬스 조졌지!
오랜 만에 맛보는 휴일에 왠 운동이냐고
그럴 시간 있으면 잠이나 더 자라고
많은 노가다인들이 뭐라하지만
이게 내 행복 중 하나인걸...
내 철칙 중 하나가
'노가다 업무 외 시간에는
품격을 지키자'거든.
나 스스로 관리를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함.
아무 생각없이 그 날 번 돈 그 날 술 마시면서
다 써버리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거든.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B042335A13CD0413)
아파트 헬스장이지만 있을 건 다 있어!
조그만한 GX룸도 있어서
거기서 혼자 매트랑 덤벨 깔고
크로스핏 해주면 잠시나마 이 곳에서 사는
자기관리 잘 하는 부자가 된 것처럼 느껴져.
돈 벌어서 나중에 이런 곳에 살고 싶다...
운동을 마친 후 나는 자고있는
친구O녀석을 깨워서
식사를 하러 가야만 했어.
일을 하지 않는 휴일에는
식당에 갈 일이 없고
거리도 상당히 멀어서
꽁짜 밥을 먹을 수가 없거든.
그래서 우리는 나가서 사먹어야만 했고
온 김에 맛난 음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어.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32A7335A13CD0609)
오랜 만에 수염도 깎고
왁스도 바르고 사람답게 꾸며봤어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사람이 많이 있는 곳이거든.
거기에서까지 노가다 포스를 풍기긴 싫엉.
우리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갔는데
40분 정도 기다렸지만
버스가 오지 않았어...
도시는 완전 신도시인데
배차간격은 거의 시골급이야...
심지어 택시조차 없고, 그나마 몇 대 보이는 택시도
거의 서질 않았어.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파주 문산읍은 콜택시를 부르면
콜비용으로 천 원이 더 붙기 때문에
카카오택시나 길거리 택시를 잡기 힘들데.
하는 수 없이 친구와 나는
뚜벅뚜벅 1.8Km를 칼바람을
맞으며 걸어가야만 했어.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우리가 도착한 곳은?!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8EAF335A13CD0717)
파주 문산 홈플러스 2층에 있는 애슐리야!
애슐리W도 아니고 퀸즈도 아닌
그냥 애슐리 클래식이지만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어!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1BEC335A13CD0920)
갈릭갈릭 페스티발이라고 해서
어떨까 미리 검색해보고 갔는데
후기들이... 똥망이었어.
하지만, 맨날 함바식당에서
똑같은 로테이션 메뉴만 먹다가
서양 음식을 먹으니까 엄청 맛있게 느껴졌엉!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55B4335A13CD0A1C)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었어.
애슐리 시스템이 바뀌어서
피자 같은 거 주문 할 때
번호표를 통 안에 넣으면 만들어서 가져다 주는데
정말 핵똥맛이었어.
이거 먹고 일 끝날 때 피자헛 무한리필
무조건 다시가자고 친구와 다짐했지.
이렇게 먹고 들어와서 쉬며 우리의
일요일은 빠르게 지나갔어.
그리고 월요일인 오늘!
사건이 터지고 말았어!!
어느 때와 다르지 않게 -8의 새벽추위에
벌벌 떨며 출근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팀장이 자꾸 뭔가 갈구려고 하는 거야.
일 빡시게 잘하는데 자꾸 보채질 않나,
옷 따듯하게 입은 거 가지고
그래가지고 움직일 수 있겠냐등등
자꾸 뭐라하는 둥...
점점 날 짜증나게 만드는거야.
그래서 나도 열받아서
내가 '요것도 해요?'를 '요것도?' 줄여서 말했더니
기분 나쁘게 머리 툭 치면서
나이 운운하며 어른한테
반말하냐고 개소리하는 거야.
나이 6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왠 꼰대질이지?
다른 공정가면 40~50아저씨들한테도
형이라 부르면서 일 못하면 나도 뭐라하는데
6살 더 먹었다고 어른 소리 받을라고 하네.
내가 여기 일하러 왔지,
어른 대접해주려고 왔나 생각이 들더라.
정말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처음 일하러 온 친구 생각하며 일단은 참았어.
그 이후에 다 닳은 목장갑으로
작업하다가 미끄러져서 잘 안됬었는데
팀장놈은 보다가 또 뭐라고 하면서
미끄러지지 않는 비싼 장갑을 끼고 자기가 하더니
또 일 못한다고 뭐라고 하는 거야.
"그거 비싼 장갑이잖아요.
안 미끄러지는 장갑인데요?"
말하니까 아니라고 하면서 또 어른한테
말대꾸 하지말라고 뭐라고 하더라.
나도 그 장갑으로 작업해봐서
안 미끄러지는거 알아요...
이 때 또 한 번 성격 터질 뻔 했지만
딱 세 번까지만 참기로 했어.
친구한테는 오늘 안에 성격 터져서
하이바 집어던지고 때려칠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알아두라고 전달해놓았어.
안 그래도 팀장새끼가 오기 전에 잔업 많고,
공정 안에서 작업 한다고 속인 것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 받고 있었지.
헬스 할 수 있다는 하나로 모든 걸 다 참고 하려는데
긁어대니까 몇 배로 폭발할 것 같았어.
아, 참고로 말하자면
팀장이 그렇게 안 속였다면 10만 5천원이라는
적은 단가에 밖에서 벌벌 떨면서
강도 높은 이 일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구라를 친 거겠지.
다른 동생들도 속아서 왔다더라.
엎드려 절하면서 일해달라고 해도 모자를 지경인데
뭐가 잘났다고 이런 식으로 대우하지?
그러다가 드디어 사건이 터졌어.
같이 일하는 25살 동생의 실수로
5톤짜리 물건을 잘못된 위치에 놓아서
바닥이 꺼진거야.
곧 안전관리자들과 소장급 사람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팀장은 허둥대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우리한테 화를 내기 시작했어.
"너네 때문에 대형사고 일어난 거 아니야?!
그러면 빨리 빨리 움직여야 할 것 아니야!
J, 너 그 패딩 아직도 입고 있냐?!
그거 입고 빨리빨리 움직일 수 있겠어? 엉?"
"그 사고 칠 때 저 없었는데요...?"
"그건 아는데! 그래도 빨리빨리하는 모습
보여줘야 할 것 아니야?!
패딩 좀 벗고!"
하... 얘는 무슨 패딩귀신이 달렸나...
뭐 내 패딩만 보면 뭐라그래.
그래도 절대 안 벗었지.
창문도 없는데 외부 작업장에서 그 패딩 벗으면
바로 감기걸리는데 미쳤냐...
팀장이 하도 뭐라해서 다른 팀원들까지
정신적으로 멘붕이 온 상태여서
오히려 수습되기 보단
팀장만 혼자 소리 꽥꽥 돼고 있는 꼴이였어.
팀장은 그것이 더욱 빡쳤는데
갑자기 안전벨트를 풀어헤치더니
한 대 때릴 것 같이 행동을 더 크게 취했어.
그리고 우리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했어.
하...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였어.
왜 내가 아오지탄광같은 이 곳에 속아들어와서
말도 안되는 노동을 싼 값에 하면서
이런 쌍욕을 들어야 하는가...
그렇게 하이바를 집어던지려고
손을 드는 순간
어디선가 쾅! 하면서 하이바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어.
사건의 장본인인 25살 짜리 막내동생이
발씨! 소리를 내며 나보다 빠르게 집어던진 거였어.
덕분에 나는 하이바를 던질 타이밍을 뺏겨버렸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거라곤
그 동생이 나가기 전에 내가 먼저
소리치며 나가는 거였어.
"줫 같아서 못해먹겠네!"
그러자 팀장은 동시에 두 명의 팀원이
나가는 걸 보며 황급히 달려왔고
나머지 높은 사람들은 일제히 구경왔어.
막내동생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면서
팀장이 서라고 말해도 무시하고 나갔어.
팀장은 나에게 잠깐 서보라고 했어.
"니네 왜그러는데?"
"소리만 지르고 욕한다고 됩니까?"
"내는 얼마나 답답하겠나.
이 정도로 했으면 쫌 따라줘야 하는 거 아이가"
"저희가 일 안했나요?
우리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안 그래도 정신없어 죽겠는데
소리만 지르시고 그러니까 더 멘붕되고
일 못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여기 단가 10.5에 잔업 하나 없는 곳에서
이런 빡센 일 하러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팀장님이 그러시면 안돼죠~
하물며, 3개월 동안 힘들어도 묵묵하게 했던
저 친구한테는 최소한 그렇게 하시면 안됐어요.
저는 최소한의 매너라도 차리고 싶어서
말없이 도망가지 않고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랑 제 친구 여기까지만 할게요."
그리고 친구와 같이 구름과자를 먹고 있는
막내에게 다가가서 잘 소리쳤다고
보듬어주고 있는데
팀장이 막내에게 얘기 좀 하자고 데리고가더라.
그리고 10분 후 나한테 얘기 좀 하자고 하더라.
뭐 뻔하지. 그렇게 하면 안된다부터 시작해서
나 때는 이랬다~ 전형적인 꼰대 설교.
거기에다가 내가 제일 극혐으로 생각하는
돈 보고 그렇게 일 할 생각하면 안된다까지.
개소리 퍼레이드였어.
아니, 현장 2~3일 겪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이동하는 거 이 바닥 사람들 다 아는 거고.
그리고 돈 따라 일하지, 가식적인 의리로 일하나?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팀장 개색히야.
너같으면 돈 안주는데 일하겠냐?
무논리의 멍청한 소리까지
듣고 있자니 짜증나더라.
그래도 끝까지 품격은 잃지 않고 말하려고 애썼어.
어차피 끝내는 마당에 더 이상
나쁘게해서 좋은 것도 없어서
만나서 반가웠고, 오가가다 마주치면
또 반갑게 인사하자고. 잘 지내라고.
그래도 매너있게 말했지.
물론, 돈 제때 안줄까봐 그런게 99%임.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FB1F335A13CD0C0E)
친구와 파주 엘지 변전소 일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사진 하나 남겼어.
이 곳은 아오지 탄광 그 자체였어...
이젠 안녕.
아... 이번 달 못해도
100만원은 더 벌어야하는데
태국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는데
이젠 어쩌지?
모르겠다 일단 집에 가장...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62E0335A13DE6B2B)
그 동안 애쓴 친구와
다정하게 사진 한 컷.
이제 약속 지키러 가야지!
피자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