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연년생인 친 형이 한 명 있어.
우리 형은 보통적인 서울의 대학을 갔고,
나와 같은 고생스런 삶을 살다가
작년에 은행원으로 취직하게 되었어.
그래서 자기와 같은 시기를 보낸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이 많이 되었나봐.
임용을 포기하고 이런 저런 일을
알아보는 내게 얘기도 할 겸
저녁 한 끼 같이 하자고 말해서 나왔지.
비가 추적추적 내렸기 때문에
우리는 걸어서
옆 동네인 민락동 먹자골목으로 걸어갔어.
우리가 들어간 곳은 벌집 삼겹살이었는데
무한리필이 아니어서
나는 상당히 맘에 들지 않았지만,
"돈 네가 내는 것 아니면,
그냥 내가 먹자는 거 먹어"
라는 형의 말 때문에 여기로 오게 되었어.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로
형은 항상 질 좋고, 퀄리티 높은
옷을 구입하거나, 음식을 먹어.
직위에 따라 보여지는 시선이
있으니 당연한거겠지.
무척 부럽다..
여기가 벌집 삼겹살!
10년전 쯤 많이 유행했던 것 같은데,
무한리필 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소리소문없이 하나, 둘씩 사라져간
비운의 삼겹살 집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가격은 역시 비싸다.
1인분(190g)에 9,000원이다...
솔직히 1인분 시켜서
몇 점 먹으면 금방 사라지는데,
원래 고기 값이 이렇게 비싼건가도 싶어.
좋은 걸 사주고 싶은
형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군소리없이 들어갔지.
비 오는 날에는 분위기 있게
밖에 테라스에 앉아야겠지?
비소리 들으면서
삼겹살 익는 소리 들으니까
좋게도 느껴지고, 더 처량하게도 느껴지더라.
형은 일요일인 다음 날 출근을
안하므로 술을 제안했어.
참고로 형은 어머니의
술 해독능력을 물려받았고,
나는 아버지의 술취함능력을 물려받았지.
그래서 나는 술을 잘 못하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이 날은 좀 많이 먹었던 것 같아.
여긴 우리 형,
키도 크고, 하얗고 잘 생겼다.
나와는 다르게 야들야들하니
부드럽고, 젠틀하다.
그래도 태국 내에선 게이로 취급받는 건
매 한가지야.
형이 태국 놀러갔을 때,
나와 비슷하게 게이들이
엄청 달려들었데.
우리는 술을 곁들이면서
대화를 시작했어.
형은 가정형편이 제일 어려웠을 때,
휴학을 하고,
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번 돈을 집에 보태주고,
노무사 시험 준비를 2년 했었다가
떨어졌어.
그 이후로 진로를 바꿔
은행 쪽에 취업하고자 준비를 착실하게 해갔고,
마침내 취업하게 되었다는 스토리를 들었어.
은행취업 준비기간에 돈은 없고,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데,
28~30살의 나이 정도되면
아르바이트로 잘 써주지도 않아서 절망적이었데.
겨우겨우 슈퍼마켓 생선 팔면서
취업자금 마련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형은 나에게
뭘 하고싶은지 찾아서
계획을 세우라고 했지만,
내 인생의 목표는 행복해지는 거야.
그래서 체육교사를 하면서
여가를 즐기고 싶었는데,
이제는 현실적으로 아니다 싶어..
그래서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다 보니까
한국만 아니면 될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
해외취업 쪽으로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어.
하지만, 형은 이번 년도까지만
임용시험을 치루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어. 비용은 자기가 내줄테니...
무척 고맙고 미안하긴 했어.
친 형이라 할 지라도
형은 형 인생이 있다고 생각해.
솔직히 나는 민폐 끼치지 싫거든.
형은 투자라고 하지만...
뭐든 간에, 내린 결론은
구해지는 일에 따라서
상황이 맞는다면 임용시험을
보고 외국으로 나가자! 라는 생각이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는 술을 거하게 먹고,
(2병 -_-;)
2차로 맥주를 먹기로 했어.
그래서 옆에 있는
호프집으로 갔지.
여기는 업앤다운이라는 호프집으로
계란 후라이가 서비스로 나오는 집이야!
기본적으로 안주 양도 빠방하고,
퀄리티도 좋더라고!
우리는 케이준 감자튀김과
흑맥주를 시켰어.
감자튀김은 8,000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다 못먹고 남겨서 집에 싸갈만큼 나왔어.
형은 곧 차를 산다고 다음 날
시승센터 같이 가자고 했어.
형은 그 동안 집에 있는
15년 넘은 아버지 차로
포천까지 출퇴근했는데
차가 이제는 많이 아파서
1달에 두 번정도는
수리한다고 해.
스트레스 엄청 받아서
바로 차 알아보고 계약 걸었다고 하더라.
뭐 어쨌거나 같이 가기로 했어.
형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맥주를 먹고
볼링 칠 것을 제안했어.
"형, 나 체육과야
형이 날 어떻게 이김"
"나 요즘 볼링 많이 치는데?
나 꽤 잘쳐~"
"오? 그럼 내기 볼링해"
"너 돈 없잖아."
"아니, 어차피 형이 낼건데, 뭐.
지면 몇 일 굶더라도 내가 낼게"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디스하며
이동했지.
우리는 6층에 있는 첼린저 락 볼링장으로 갔어.
여기 생긴 지는 10년 넘은 것 같아.
평일에 가면 신발값 안 받던거 같던데?
근처 사는 사람 있다면 가보셈.
우리는 술이 올라오더라도
눈은 또렷하게 표적을 향했지.
의외로 형은 잘 쳤어.
8라운드까지 우리의 점수는 동일했고,
마지막 나의 조그마한 실수가
1점이라는 차이를 두고
승패를 결정지었지.
나는 촉촉해진 눈가에 이슬을
닦으며 계산대로 향했어...
몇 일 굶어야지...
다음 날 우리는 현대 의정부시승센터로 이동하여
시승준비를 했지.
형이 살 차는
소나타 하이브리드로
적당한 옵션을 꼈을 때 3,500만원 하는 것 같더라고.
나에겐 천문학적인 숫자라
감이 잘 안와..
나는 나중에 차 산다면,
꼭 300만원짜리 중고차로 사야지...
이게 시승할 차였어.
차에 탑승하고
시동을 키려고 하는데
깜짝 놀랐어.
이미 켜져있다는 거야.
말도 안돼...
그만큼 소리랑 진동이 없더라고...
시승을 하는 내내 계기판에서
평균 연비를 보여줬고
15~17연비가 나오더라.
신기한 모드로는
핸들을 놓고 있어도
15초 가량 차선을 안나가도록
자동으로 핸들이 돌아가게
해주는 모드가 있었고
앞 차와의 거리 설정하면
엑셀에서 발 떼고 있어도
지가 알아서 움직이고
멈춘다.
이 말인 즉슨,
필치 못하게 졸음운전을 해도
목숨 한 번은 살릴 수 있는
방어선이 있다는 거지.
대단하다...
여튼, 좋은 차임에는 틀림이 없고,
나로써는 그림의 떡이고...
부럽당
나도 열심히 살아봐야지
다들 화팅화팅하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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