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부터는 내가 태국에서 4개월 동안

있었던 이야기의 에피소드야.



이 에피소드가 끝나면

더 이상 태국에 대해서 할 얘기가 음슴으로

노가다 일이 이 에피소드보다 빨리 끝나길 바랄 뿐임.



작년 내내 나는 계속 생각했어.

임용고시가 떨어지면

태국에서 몇 개월간 장기거주 할 거라고.

몇 번 여행가봐서 대충 물가는 아니까

현지인들이 먹는 식사로만 밥을 해결하면

몇 개월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어.

여행 막판에 나는 진심으로 태국거지가 되었지.

어떻게 쓰냐에 따라 태국에서는 많은 돈을

하루아침에 다 쓸 수도 있고,

적은 돈으로 길게 체류 할 수가 있어.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경비를

쉽게 내 경우에만 국한해서

단정지어 말해준다면 당신들의 여행을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단걸 알려주고 싶어.



어쨌거나, 내가 태국에 4개월 살았다고 하니까

임용고시 결과는?

뻔하지 뭐.



3점 차이로 떨어졌어.

서술형 한 문제에 4점이라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진거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소수점으로도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니

별로 아쉽진 않다고 봐야지.

나와 내 친구들은

동네에 있는 무한리필 돈까스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한 1월 13일에

나의 합격결과를 다같이 클릭했지.



막상 놀리기로 한 친구녀석들도

'합격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보자

얼굴이 굳더니

'이거 놀려도 돼나?'라며

자기들이 심각한 얼굴을 지었었어.



하지만, 나는 괜찮았어.

애초부터 일하면서 할 수 있을만큼 공부도 했고

떨어진다해도 태국 4개월 여행이 무척 기대됬거든.


친구들은 내 상태를 보고 안심했는지

그 때부터 놀리더라고.


'사회 공무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새끼'


그게 내 수식어가 되었지.

그 이후로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렸는데

9월에 팬션가서 개에서 물렸던 사건이

1월이 되어서야 형사조정회부 통보가 왔더라고.



내 시험에 떨어진 모든 분노는 거기에 집중되었지.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그 아저씨에게 인실줏을 실현하며

돈을 받아냈어.


그래서 그 돈으로 기분전환도 할 겸

태국가기 전에 머리도 할 겸해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중 하나인

'스핀 스왈로펌'을 했지.



물론, 의정부 시내에서 가장 싼

파마샵에서 말이야.

기본펌은 2만원인데

스왈로펌은 3만원 받더라.

그래도 예전에 7만원 주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쿨하게 3만원 얼른 줘버렸어.



학교에서 일하는데 이렇게 해도 되냐고?

교육자가 모범이 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지만, 교사도 사람임.

꾸미고 싶음.

학생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랑

교육만 잘 하면 됐지.



애들 앞에서 흡연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이건 좀 다르다고 생각해.

실제로 내가 일하던 학교에는 여교사가 

이 머리 한 사람도 있었어.


개인적 가치관으로 성범죄를 제외하고

학부모나 타인들이 학교수업시간 외에

교사의 행동에 대해서 뭐라할 순 없다고 생각해.


뭐, 난 이제 더 이상 교육자가 아니라

노동자지만...



초등학생들 순수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순수해.

생각만큼 그렇게 영악하지 않아.

물론, 피시방에서 만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초등학생들도 

부모님 안부 많이 묻는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태국에 갈 것을 생각해서 예산을 짜거나

태국어를 공부했어.



나는 주로 방콕의 아파트먼트를

찾아봤는데 싼 가격에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는 곳은

거의 없어서 찾는데 조금 힘들었어.

나는 주로 여기를 이용했지.

www.renthub.in.th/


나는 여러 곳의 후보지를 선정해놓고

후기를 읽어봤어. 그리고 태국에 갔을 때 직접

가보고 계약했지.

1달이상 거주 할 사람이라면

적극추천함.



예산이라면

비행기 값 제외하고 600만원+@로 4개월을 살았어.

클럽이나 유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비행기 값 포함하고 600만원이면

충분히 4개월을 살 수 있어.



하지만, 나는 클럽을 아주 좋아했어서

돈이 더 들었지.

클럽갔을 때마다 1000~1500바트(33000원~52000원)

사이를 썼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만약? 여기서? 워킹걸을 만난다면?

상상이상으로 돈이 깨지니까 그런건 알아서

계산하셈요.

나처럼 장기투숙하는 태국거지라면?

만나지 않는게 상책이다.




나는 태국여행을 준비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러다녔어.



첫 째로 내 친 형.

내 형은 누구보다 나를 걱정해서

안전 또 안전을 강조했지.


형 친구 중에 태국 가이드로 일했던 사람이 있는데

월급날 태국강도를 만나서

돈 안주고 없다고 버티다가

강도가 휘두르는 칼에 엄지 손가락이 절단되었어.


그 말을 듣고 난 후

내가 태국에 갈 때마다 걱정하지.


태국 가는 사람들은 왠만하면

으슥한 길로 가지말 것을 추천해.

시비도 붙지말고!

시비가 붙는다면 웃는 얼굴로 

미안하다고 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도록 해.


쌈닭인 나도 왠만하면 자제하는 편이니까.

루트66 클럽에서 우리 술 누가 훔쳐갔을 때만

유일하게 화내고 뒤집어엎었어.



님들은 나보다 돈이 많으니

그런 2000바트짜리 양주 잃어버린다 한 들

화내지 말고 그냥 쿨하게 넘기셈.



다시 친 형 얘기로 넘어가서

가족단위로 쓸 수 있는 현대 다이너스 카드를

내 이름으로 만들어줘서

공항 vip 라운지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어.

연회비가 적은데, 가족이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카드니까

님들도 사용해보셈.


라운지를 나는 태어나서 처음 가봤는데

너무 좋더라.

대접받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밴드멤버들도 만났어.

보컬 형은 나의 태국 원년멤버로써

내가 태국에 장기로 가는 것을 매우 부러워했어.

보컬 형은 내가 태국에 머물러있는 동안

티나와 함께 놀러올 것을 약속했지.



그리고 카오산가서 

길거리 공연을 하던 뭘 하던

하자고 다짐했어.


나 없는 동안은 밴드 진행이 모두 스탑되지만,

자작곡 10개를 만들어온다는 약속 하에 갔지.

실제로 10곡을 모두 만들어왔는데

첫 달부터 할게 없어서 기타만 치면서

10개의 곡 작업을 다 해버렸어.


그 이후로 기타 꼴도 보기 싫어서

나머지 3달동안 다시는 치지 않았지.


이 분은 나의 어머니.

덕분에 잠시나마 유복한 가정에서 잘 지냈습니당.

지금은 경제사정이 무너져버렸지만,

학창시절엔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

어디가서 돈 없으면 기 죽는다고

꼭 돈 챙겨주셨었는데

이젠 물려줄게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네.



유산 그런거 필요없으니

부모님 노후만 알아서 잘 하셨음 좋겠다.

나 혼자 살기에도 벅차서 ㅜㅜ


어머니는 내가 잘 지낼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되니 가끔 연락하라고 하시더라.

실제론 거의 연락안함.

죄송요... ㅜ



여긴 내 친구들 O와 B.

태국 가기 전 한 참을 못 본다며

가기 전까지 같이 있어줬어.


나는 내가 태국에 있는 동안

이 친구들이 오기만을 바랬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바빠서 못 왔어.

그게 제일 아쉽더라.


언젠가는 꼭 같이가서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



얘는 내 애마 프리윙.

추운 겨울부터 여름까지

아프지말고 잘 버티고 있으셈!


둘 째 이모네 아파트가

따듯한 지하 주차장이 있어서

거기에 커버 씌우고 짱 박아놨어.

돌아왔을 땐 시동이 잘 안걸렸지만

아직은 더 달릴 수 있는 녀석.


친구들 말에 따르면

엔진소리가

'이제 날 죽여줘'하는 것 같다지만

그리 쉽게 보내줄 수 없다.

조금 더 혹사당해야 해.



이 녀석은 내 동생 홍초.

한국에 있었던 5년 만난 전 여자친구 분이

분양 받아주신 놈으로

개를 싫어하던 내가 이 녀석으로

우울함을 딛고 다시 태어날 수 있었지.


부모님 둘 다 개를 안 좋아하시는데

자취방에서만 나와 살던 홍초를

집에 데리고오니

오자마자 부모님에게 교태를 부리더라고?


주인 닮는다고 똥연기 무진장 잘한다...

그 이후로 우리 집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아버지는 홍초를 매일 안고다녀.



이 녀석은 태사랑에서 만난

동행하기로 한 부산 동생이야.

이 녀석이 서울로 출장 올 일이 있어서

동서울 포차에서 만나서 가볍게 소주 한 잔 하면서

태국에서 놀 계획을 짰지.


물론, 이 녀석은 단기 여행자였지만

나도 단기 여행자의 마음을 느끼며

같이 놀고 싶었어.


무엇보다도 이 녀석은 아쉬워하며 갈 때

나는 남아있잖아!

나는 그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

수 많은 단기 여행자와 같이 놀고 헤어질 때마다

나는 도깨비의 공유가 된 듯한 느낌이었어.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놀더라도

그들을 곧 보내야만 했지.

그게 참 우울하더라.


그래서 첫 달 이후로 단기 여행자와

같이 놀 수 없었어.



태국을 가기 일주일 전부터

나는 빨리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었어.

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길던지...

집에서 아무리 빈둥거려봤자

시간이 잘 안가는거야...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드디어 날이 점차 다가와서 짐을 쌌지!



요거는 필수 아이템인

1달용 렌즈!

산소 투과율이 93%라나?


한 번 개봉되면 한 달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주로 클럽에 갈 때나 많이 썼어.



요거는 콘도 내에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편리하게 운동을 듣기위해

장만한 17000원짜리 블루투스 이어폰!

이거 참 유용하게 썼어.

그리고 귀에 안 꽃더라도 목에만 걸고 있더라도

뭔가 이뻐.


여자들 딱 붙는 검은색 목걸이 하는 것처럼.

남들이 보기엔 내가 게이 같았겠지만...



친구의 이민용 캐리어를 빌려서

꽉 채웠어.

옷과 화장품.

그리고 T의 부모님에게 줄 선물까지!


나는 제주항공을 이용했는데

15키로 무게제한이 있어서

걸릴까봐 조금 두려웠어...

하도 많이 넣어서...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출국날!


언제봐도 설레는 인천공항 출국장 가는 길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 때가 가장 설레는 것 같아.

내 비행기는 저녁비행기이므로

무려 4시간이나 일찍가서

한 참을 기다려야했어.



내가 일찍 간 이유는?

라운지를 이용해보기 위해서지!



제일 먼저 온 곳은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마티나 라운지였어.

뷔페식으로 음식이 깔려있었고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나 커피 그리고 술

모두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어.

들어오는데 뭔가 대접받는 느낌이어서 너무 좋았어.

난생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랄까?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쪙!!



여기는 모던 스타일의 대한항공 KAL라운지.

깔끔한 모던 분위기의 라운지라 이쁘다.

무엇보다 비행기를 볼 수 있게

전면유리로 해놓은 점과

개인 흡연실을 만들어 놓았다는 부분에서 가장 좋았어.


여기는 음식보다는 술과 안주가 참 많았어.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자기 위해 술을 종류별로

다 먹었는데 갑자기 한국을 오래 떠나있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예전에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떠올라서

급 슬퍼졌어.

홍초를 분양해준 그 분 말이야.



내가 유일하게 이 사람이면 결혼해도 되겠다 하던 사람이었는데

나 혼자 스스로 결혼압박 느껴서 헤어지자고 했거든.

나보다 나이가 4살 많은 연상이었는데

참 똑똑하고 현명했지.


그 쪽에서는 서두를 것 없고 보채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능력도 없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자격지심 느껴져서

만나기 싫었었어. 



무엇보다 혼자서 여친 나이 때문에 

결혼압박 느끼면서 스트레스 받으니까

너무 눈 앞이 깜깜해지고 애정도 식어서

헤어짐을 말했지.



가난한 대학생 시절 많은 도움을 주고

응원을 해주셨는데, 나 때문에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매정하게 돌아선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이제서야 그 차가 벤츠라는 걸 알았지만

지금은 그 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 어플로 슬픈 곡을 쓰며

 술을 계속 먹었지.



술이 잘 들어가더라.

나 술 완전 약한데

취기가 밀려오기 시작했어.



어라? 갑자기 나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거야.

받아보니 항공사 직원이 곧 비행기 출발한다고

어디냐고 찾는 전화였어.

난 항상 비행기 사람 많으니까

보딩타임까지 천천히 가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나는 전 여친에 대한 슬픈 추억이고 뭐고

술 취한 상태로 냅다 달렸지.

놓치면 주옷 되는거야!!

나는 술 먹어서 씨뻘개진 얼굴로

단숨에 탑승구까지 달려갔어.


나는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내 옷은 땀으로 다 젖었어.

그리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엄청나고...


제 옆에 계셨던 분들 죄송합니당...

라운지가 처음이라 비싼 술 먹어보고 싶었어욤...


어쨌거나, 비행기를 타게되서 기쁜 나머지

취한 얼굴로 사진 찍음. 데헷!

비행기는 곧 출발했고, 

한국은 점점 멀어져갔어.



안녕, 나의 슬픔과 추억들.

잠깐만, 멀리할게.



4개월만 쫌 행복해보자!!

앙?!



다음 편은 내가 썼던 태국에서의 가계부를 통해

대략적인 장기거주 비용을 써보려고 함.

재밌는 얘기는 아니니까

기대는 마셈.





이번 이야기는

T의 한국 두 번째 방문의 마지막이자

나의 태국 두 번째 여행기의 시작이야.



T와 내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서로 얼굴을 보려고

집중했던 것 같아.



그래서 사진이 많이 없엉.

내가 글을 쓸 때는 사진부터 올리고

그 때 기억을 더듬어 쓰는데, 

사진이 많이 없으니까

무척 난감하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야하는데, 하면서도

서로 엉덩이가 무거워 일어날 수 없었지.




T와 점심까지 숙소에서 뭉개고 있었어.

그러다가 T가 저녁에 자기 친구가 한국에 와있는데

만나지 않겠냐고 제안했어.


딱히 할 것도 없고,

흔쾌히 ok했어.



우리는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수유근처에 무한리필

삼겹살 집으로 향했어.


일어나자마자 삼겹살 못 먹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눈 뜨자마자

고기 찾는 사람이라



같이 생활하면 좀 피곤할 수도 있어.

근데, T도 식성이 나랑 좀 비슷한듯.

잘 먹더라



그리고 수유근처에

로드샵 쇼핑을 하러 갔어.




저번에 내가 힘들다고 한 것

무시해서 싸운 것 때문에

나름 T도 쇼핑하면서 

내 눈치를 살피더라구.

덕분에 많이 힘들진 않았어.





태국의 미샤나 토니모리,

에뛰드, 스킨푸드 같은 화장품은

왜 비싼지 모르겠어.

유독 우리나라만 많이 싼 것 같아.



덕분에 피곤해죽겠어...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는

T의 친구를 만나러 이동했고,

약속장소는 명동이었어.



우리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고

우리는 명동을 구경했어.

나는 그 친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어.



그 친구 이름은 벤츠,

T와는 대학교 동기래.

뭐 이름이 벤츠지?

벤츠 꼭 타야하는 이름 같구만?




T의 대학교는

탐마삿이라는 대학교인데,

태국 내에서 연,고대 정도 되는 학교래.



자부심 엄청나.

세계 대학교 순위 50위 

안이라나 뭐라나



특히, 자기네 과는 태국 최고라고

어찌나 자랑하던지.



지방 체대 앞에서

주름 잡으니까

자동적으로 주눅들더라.



그래도 피가 한국인인 것에 감사함.

태국가서 일한다면,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태국 엘리트보다 돈 많이 받아.



그걸로 위안 삼자.

물론, 일을 구할 수 있다면 말이야...



명동 라인 프렌즈에서 

브라운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먹었어.

아이스크림 끝에 곰돌이 

머리 하나 달렸을 뿐인데,

가격이 2500~3000원 정도 했던 것 같아.




우리가 저번 여행에서 같이 사진 찍었던

큰 곰돌이도 여전히 잘 있더라.




T 친구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사진을 한번 더 찍지는 못했어.




벤츠라는 녀석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게 생겼더라구.

잘 사는 집 자제 냄새가 나더라.

친하게 지내야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봤어.




벤츠라는 녀석은

푸켓 쪽에서 사업하는 부모님을 두었고,

자기는 태국 내 한국 관광팀장인 삼촌에게

일을 배운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푸켓오면 연락 꼭 달라고

하던데 물론, 빈 말이겠지.

안 믿어시캬.




그리고, 시덥잖지 않은 얘기를 이어나갔어.

여자친구는 있냐?

왜 없냐?

게이임?

게이 아니라고? 곧 좋은 여자 만날거야등등..




그리고 벤츠가 화장실 갔을 때,

T는 몰래 얘기해줬어.

벤츠녀석 게이라고.

근데, 티 안내는 게이라고 하더라.



학교 다니면서도

여자 만나는 거 한번도 못봤고

행동도 여성스럽다고 함.



무엇보다 T랑 얘기하는 것보다

나랑 얘기하는 걸 좋아하더라.


나 고등학교 때 교장이 

남자학생을 무척 좋아했는데,

여자랑 사진 찍을 때 표정이 딱 저거였음.

여자를 싫어하고, 남자를 좋아함.




여담으로

그 변태게이교장놈은 

남자애들 엉덩이 꼭 만지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나였음.




우리학교가 흙바닥 농구코트라

농구부 회장인 내가 할 수 없이 대표로

우레탄 코트 깔아달라고 요청함.




알겠다고 말하면서 슬쩍 엉덩이 만지길래

우레탄 코트가 나의 희생으로 생긴다는 

생각으로 참았는데

일주일 뒤에 전근감.

먹튀게이교장놈.





여튼, 벤츠를 만나서

치즈 등갈비 같이 먹었는데,

가격은 비싸고, 양은 적어서

셋 다 눈치보면서

쪼끔쪼끔 먹었어.



내가 돈을 벌 때라

더치페이 안하고 

내가 내도 상관 없지만,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애인데

뭣하러 내줌.



아낀 돈으로 T

설빙 데려가서 디저트나 사줬엉.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고,

T가 미리 로드샵에서 사둔

팩을 같이 했어.


구데타마라는 캐릭터라는데

만사가 귀찮은 달걀녀석이야.

뭔진 잘 모르지만, 팩으로 붙히니까

이쁘진 않았어.




우리는 마지막 날을

담담하게 보냈어.

사실 담담한 척 했는데,

맘은 아니더라구.




또 우울했어.

고개를 돌려보니

T가 훌쩍이고 있는거야.




"T, 울어?



"아니, 안울어... 팩 국물이야"



"Aㅏ.... 그러냐...

난 살짝 감동받을 번 했는데..."



"사실 눈물이야."



"응~ 안 믿어~

더 울어보셈"



"너 나 좋아하는 거 맞냐? -_-"



"응, 그러니까, 비행기표 예매했지"



"응? 무슨 비행기표?

너 설마?"



"응 7월에 학교 방학하니까

그 때 태국 갈게.

한달 반만 참고 있으렴"



"Yes!!!!!!!!!"



T는 눈물을 닦으며

소리 질렀고,

우리는 한 참을 들떠서

얘기하다가 잠들었지.




다음 날이 되었고,

난 출근하러 갔어.



점심시간 때 쯤에

T에게 전화가 왔어.



"J, 나와!"


"어? 어딘데?"


"니 학교 앞!"



T는 캐리어를 끌고,

가기 전에 날 보려고

우리 학교에 왔더라고.



그래서 후다닥 나와서

저번에 갔던 스테이크 집으로 갔지.




1달 반 뒤에 보지만,

그래도 조금 서글프더라구..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은 것 같아.




마침내,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어.

"T 잘 지내고 있어~

이번엔 내가 갈겡!"



"알았어. 진짜 감동이야! 

내 생일 알고서 일부로 그 때 맞춰온다니!"



"어...? 물.. 물론이지!!

내가 이런 남자임!!"



사실 난 얘 생일 기억도 안났는데...

다행이다...



"너 이번에 오면

내 친구들도 보여주고, 우리 부모님한테도

소개할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여행가자"



"어? 내가 니네 부모님이랑 

여행을 왜 같이가-_-"



"이게 태국에선 일반적인거야!

일단 오기나 해!"



"아.. 알았따..."




그렇게 우리는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어.



한달 반이란 시간동안

나는 관리된 내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서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동시에 밴드녹음도 시작했어.



물론, 지금까지 앨범은 나오지않고,

다시 살은 쩌버렸지만.. 힝...

뭐 여튼 그 때는 열심히 했었어.




T도 자기 커리어를 

차근차근 잘 쌓고 있더라고.


나랑은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라 그런가 싶어.

이런거 보니까 내가 더 초라해보인다.



다가오는 T를 위해서

라이언 인형도 샀엉.



이게 KFC랑 콜라보로 해서 팔더라고!

잘됐지! 난 KFC 환장하는데

치킨도 먹고, 선물도 마련하고

일석이조였엉!!



고민도 안하고 선물을 

이걸로 결정했징




태국으로 가는 휴가 날은 점점 다가왔어!




요롬코롬 환전도 하고,

우리은행에서 EXK카드도 발급받았어.

이게 뭐냐면, 태국 4개의 ATM에서

적은 수수료로 바트를 뽑을 수 있는 체크카드야.




특히나, 초록색의 카시콘 뱅크 이용하면

거의 수수료 없다고 보면돼!

태국은 뭐다?

EXK 하나면 끝난다해도 과언이 아님.

꿀아이템임. 강추강추




떨리는 마음으로

공항으로 갔어.

"T, 오빠 출발한다!

기다리셈!"



"빨리빨리 와! >_<"






T가 돌아간 후로,

나는 내 생활로 빠르게 돌아가야했어.




학교 일과 임용 공부...


는 대충 하고,

내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스쿠터를 질렀어.



중고로 65만원에 파는 걸

보자마자 연락해서

판매자를 만났지.




외관은 괜찮아 보였는데,

군데군데 깨져있더라고.

그래서 몇 만원 더 깍아서 바로 사버렸지.


이 때부터 여기저기 빨빨거리면서

재밌게 잘 돌아다닌 것 같아.



학교 출퇴근도 스쿠터 타고 했고.

물론, 최대한 애들 눈에는 안띄게

들어왔지.



결국 나중에 애들도

내가 오토바이 타고 등교한다는 걸 알았지만

학교 선생님들도 스쿠터 타고 오는 걸로 

뭐라하진 못하지.



뭐라한다면, 아마 

"그럼 차를 사주시던가요"

한 마디 했을 거야.



이 당시 나는 삼고초려 끝에 

계약했던 터라

무서운게 없었음.



학교 일에 적응하기 위해서

귀찮았던 연수도 들으러 갔었고




애들 운동회 관리도 했었어.

이렇게 정신없게 행사들이 겹치다 보니까

시간이 훌쩍 지나갔던 것 같아.



5월의 황금연휴를 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T가 오는 약속날짜가 다가왔더라고.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해'

시간이 녹잖아?!



나는 T를 다시 만난다는

기대감에 하루하루를

카운트하며 지냈었어.



비록 T는 4박 5일의 여정으로 짧게

날 보러 오지만



언제나 같던 일상이

달라지는 순간이니까

그 마저도 감사하게 생각했어.




"J, 나 도착했어"



"빨리 도착했네?!"



"응, 역시 이번에도 공항픽업은 없구나?"



"당연히 없지. 

나 돈 벌어야 너 갈비 사주지.

이번에는 입국심사에서 안 막혔어?"



"이번에는

 아예 국제출입국증 보여주면서

출장왔다고 했어"



"그거 직권남용 아니냐?! -_-;;"



"아 몰라, 그러면 한번에 보내주던지.

일단 우리 어디서 만나?"



"알잖아, 우리의 마음의 고향,

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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