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쓸 이야기는 마침내 재등장한

작년 태국멤버 보컬 형이 

다시 태국에 놀러온 이야기야.


라인 메세지를 텍스트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글을 쓰기 전에 알았고, 

덕분에 T와의 대화목록을 읽다가

보컬 형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바로 이 주제로 글을 수정해서 씀.


앞으로 글 쓰는 데도 기억을 되살릴 

필요없이 편하게 쓸 수 있을 거 같아.



"나 태국 이번에 또 갈 수 있을 것 같아!!"


"오?! 진짜? 그럼 길거리 공연을 하던 뭘 하던

작년 추억을 되살려 재밌게 놀자!"

"언제쯤 갈까?"

"나 단톡방 사람들 떠날 때 쯤 맞춰오면 되지 않을까?"

"ㅇㅋ. 그 때 감."


지난 편에 나랑 같이 놀던 단톡방 사람들이

떠나는 시기와 거의 맞물리게 보컬 형은 태국으로 왔어.

생각만 해도 좋았어.


마음 맞는 사람끼리 여기저기 쏘다니기도 하고

길거리에 쭈그려 앉아 기타치며 노래부르기도 하고

거창하게 놀지 않아도 엄청나게 재밌었지.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어.

보컬 형이 혹을 하나 달고 온다는 거야...

바로 중국 여자친구 티나!!


청주 보컬 형 자취방에서 숙식하며

그 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이 나라 저 나라 여행다니는

부자 중국 여친!!


성격 엄청 좋은 누나이긴 하지만

같이 오면 보컬 형이랑 온전하게 못 놀잖아...ㅠ

나만의 보컬 형인데...

그래서 살살 꼬셨지.


"형, 내가 작년 추석에 태국에 여행왔던 거 알지?"


"응"


"그 때 T랑만 놀았는데, 진심 재미없었어.

형 100% 후회할걸?

클럽도 못가서 여자들이 

형만 쳐다보는 시선을 느낄 수도 없고, 

우리 둘이 거지처럼 길바닥에 앉아

싸구려 음식 먹는 것도 못하게 될거야.


왜냐하면, 여자와 여행을 오면

여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뒤 탈이 없기 때문이지.

형의 재미는 어디에 있을까?

나일까? 티나일까?

자, 이제 선택해봐"


옆에서 티나의 우렁찬 포효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티나의 목소리가 들렸어.

"입닥쳐. J, 죽여버린다"


티나 한국말 많이 늘었네...

"웰컴 투 타이랜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홍콩 찍고 갈 테니까

기다려라!"


"하오! 따거따거!!"


그렇게 보컬 형과 티나는 

홍콩을 먼저가서 관광하였고, 

드디어 태국으로 넘어오게 되었지.

방콕에 도착하고 날이 밝자 보컬 형은 아침부터

우리 집에 놀러오겠다고 전화를 했고

이윽고 보컬 형은 도착했어.


"오? 형 아침부터 오토바이 택시 

타고오니까 간지나는데?"


"그래도 20일 태국 짬밥이 있는데

이 시간에 택시타면 망하는거 알지!

오토바이 택시 타니까 태국인거 확 실감이 난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와

나는 내 콘도와 방을 소개했지.

보컬 형은 태국거지인 내가 의외로 

깔끔한 곳에 사는 것이 놀라웠었나봐.


"와! 괜찮다!

이게 얼마라고?"


"월 20만원짜리인데

전기세랑 운동값하면 24만원 정도해."


"내 자취방은 한 달에 35주는데

니네 방 절반크기다.

자괴감 든다"


"형도 건너오셈.

일단, 왔으니까 커피 한 잔 사들고

내 음악 작업실로 가자!"


"오? 작업실도 있어?

장난 아닌데?

가자가자!"



음악 작업실에 도착하니

보컬 형은 이게 뭐냐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어.

하지만, 창문 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 잔과 함께 기타를 쳐보더니

이 곳은 지상낙원이라고 말이 바뀌더라.


그 동안 내가 만든 곡을 들려주며

피드백을 주고받고, 기타치며 노래부르다 보니

시간이 엄청 잘 녹았어.

3시간 쯤 지났을라나?


그 행복했던 순간도 깨지게 되었지.

티나가 일어났다는 전화가 왔고,

나만의 보컬 형은 서둘러 떠나야만 했어. ㅠ

저녁에 티나와 함께 보자는 말을 남긴 채...


보컬 형이 간 이후로는

할 일 없이 T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어.


"J, 우리 화요일에 아침 일찍 나가야 만나야 돼!"

"??"

"나 회사동료 결혼식 있는데, 거기 가야돼!"

"??"

"그렇게 알고 있어!"

"보통 이런 경우에는 통보보다 양해가 먼저 아님?

그리고 내가 왜 가야 해?

너 회사동료 나랑 친함?"


"태국에선 이게 일반적이야"

"또 그 소리하네.

솔직히 나 좀 빡쳤어.

너 그냥 비즈니스 미팅에 날 활용하는 거잖아"


"아니야!"

"아니긴 뭘 아니야.

회사 동료 결혼식이면 회사 동료랑 같이 가.

괜히 그런 자리 빌어서 한국남자친구랑 

만나고 있다는거 보여줄라고

나 이용해먹지말고"


"화났어?"

"화 안나겠냐?

나 보컬 형 와 있는 동안에는 그 형이랑 놀거야."


"그럼 나 안 만날거야?"

"니 행동에 달렸지."

"미안해."


"그럼 와서 밥사.

나도 너 좀 이용해먹어야겠다.

그렇지만, 그 결혼식에는 절대 안갈꺼야."


"지금 가용!"


솔직히 처음 통보받을 때는

어이가 무척 없었지만,

태국거지이므로 오늘 한 끼는 

슬기롭게 해결하자고 생각하며 좋게 풀었어.


이윽고 T가 왔고,

우린 밥을 먹으러 

쏘이 몰링 지역식당으로 갔지.


여긴 우리동네 맛집인데

저녁밖에 안 열어.

특히, 여기 구이는 일품이야.

나는 여기 갈 때마다 닭, 돼지, 소구이를 시키는데

각 70바트(2,300원) 정도야.


식사를 하면서 T는 이제 뭐할거냐면서

나에게 물었고,

나는 식사 이후에 보컬 형을 만나러 간다고 했어.


"보컬 오빠는 나 안 보고 싶데?

나도 갈까?"


"아니, 제발 따라오지마.

우리 오늘 음악여행 갈거야."


"어디가는데?"


"재즈바랑 카오산"


"나도 재즈 좋아하는데..."


"응, 친구랑 가렴.

오늘은 아니야~"


나는 T를 돌려보낸 후,

보컬 형을 만나러 

승전기념탑으로 터벅터벅 걸어갔지.

그곳엔 이미 보컬 형과 티나가 와있더라.

나는 티나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우리 셋은 방콕에서 엄청 유명한 재즈바인 

'색소폰'으로 이동했어.


"형, 무슨 재즈야!

나 유일하게 안 듣는게 재즈인거 알면서~"


"야, 너도 재즈 좀 들어봐야 음악적 견해가 넓어지지!

그리고 여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니까

꼭 와보고 싶었어. 너는 옆동네에 이런 곳이 있는데

전혀 몰랐다는게 더 신기하다."


보컬 형 말에 따르면 '색소폰'이라는 재즈바는

 TV에도 엄청 나오는 곳이고

유명한 연주자 및 보컬들도 

많이 초청되어 오는 명소래.


가니까 다들 의상들이 파티룩이야.

여자들은 드레스를 입고왔고

남자들은 깔끔한 셔츠를 입은 채

와인이나 비싼 술을 먹고있더라.

나만 목 늘어난 박스티에 쪼리 신고옴.

굉장히 민망했어.


재즈를 싫어하는 나지만,

그들의 연주가 얼마나 훌륭한지는 잘 느껴졌어.

외어서 기계처럼 치는게 아니라

한 음 한 음에 소울이 담겨져 있더라고.


하지만, 10분 이상 듣다보니까

박자를 계속 쪼개면서 

리듬을 엄청 변화시키니까

혼란스러워졌어.

그래서 먼저 나와서 구름과자 먹으며 

보컬 형과 티나를 기다렸지.


재즈는 잘 모르지만 

일단은 분위기가 좋아서 따봉 드림.

분위기 있는 곳 좋아하면 님들도 꼭 가보셈.

가격은 비싼 편임.


우리는 재즈바를 나와

우리의 마음의 고향 카오산으로 향했어.


"형, 내가 기깔나는 락펍 하나 찾아놨어.

거기가자!"

"오? 가보자, 가보자."


그 락펍에 가니 이미 밴드공연을 하고 있더라고.

노래 부르던 보컬은 나를 알아보더니

"오?! 코리아! 안뇽하쉐요우"

하며 주먹을 내밀어 부딪혔지.


보컬 형과 나는 맨 앞자리에서

헤드뱅잉을 하며 분위기를 띄었고,

보컬은 신났는지 더 열심히 불렀어.


그리고 우리에게 신청곡 있냐고 묻길래

보컬 형은 linkin park의 numb를 신청했고

혹시 자기도 같이 부를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그 보컬은 엄청 좋아하면서 올라오라고 하더라.


서로 노래부르기 전에 무언가를 상의하더니 

1절과 2절 랩과 후렴구를 교체하면서 부르자고 하는 거였어.

1절은 보컬 형이 랩을 맡았는데

관객이 노래부르는 걸 보고 신기했던지

길거리의 사람들은 점점 몰려들었어.


그리고 2절 보컬 형이 후렴을 부를 차례가 다가왔고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보컬 형은 장기인 

고음 스크래치를 질러버렸어.

그러자 사람들은 박수치며 환호하더라.


나는 뭐했냐고? 

나는 낄 데 안 낄 데 구분 잘함.

조용히 사진만 찍었지! 

아... 노래 잘 하고 싶다.

사실 노래를 너무 못해서 기타를 치는 거임.


그렇게 우리는 노래가 끝나고

무대에 세워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100바트(3,300원) 팁을 두고 그 곳을 빠져나왔지.


사실, 그 때 인기 좋아서

티나 없었으면 보컬 형 팔아서

서양누나들이랑 맥주 먹으며 놀 수 있었는데ㅠ

티나가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있어서

짤 없었음...


이 이후부터는 티나의 감시가 더 심해져서

클럽은 고사하고 보컬 형과 카오산도 갈 수 없었지.

보컬 형은 티나와 따분하게 코끼리나 타는 지루한 투어를 다니며

남은 태국일정을 보냈다고 한다.


끝!


-다음 편에서-


나는 새로운 일터에 이제 막 정착해서

몇 일간 쿠사리 먹으면서 꾸역꾸역하고 있어.


전과는 다르게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진 않고

5시 40분에 일어나서 씼고 준비하지.

1시간 40분을 더 잘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백수로 살 때는 몰랐엉...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숙소에 

같이 머무는 사람의 차를 타고

김밥천국 같은 음식점으로 가.


그리고 아침을 먹는데 

언제나 6,000원 이하로 시켜야돼.

시킬 수 있는 6000원짜리 

최고음식은 치즈돈까스인데

갈 때마다 이것만 먹는 듯.


아침이랑 저녁을 그곳에서 

치즈 돈까스만 먹으니까

이젠 응가도 돈까스처럼 나오는 것 같아.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일터로 가서

7시 15분까지 반 시체쯤 멍 때리고 있다가

아침 조회를 해.

그리고 국민체조를 진행하고 

전달사항을 전파하지.


그리고는 각자의 작업장으로 흩어져서

일을 시작해.


내 팀은 한 명의 기공(기술자)와

2명의 조공(보조자)로 이루어지는데

하는 일은 소방배관이야.


건물들 보면 파이프 엄청 큰 거 있지?

그거를 들고 자르고 가공해서 20M까지 올라가는

조그마한 탑차를 타고 건물 끝까지 가서

설치하지.


가끔 다리가 후달리는데,

이젠 적응되서 그 높이에서도 졸음이 몰려와.


전 작업장과는 다르게 현장 안에

흡연소가 있고, 일하는 중간마다 기공들이

구름과자 먹으러 갈 때 따라가서 

필 수 있다는 점이 좋아.


그리고 아침에 아파트 10층 높이를 

계단으로 걸어갈 일도 없어서

환경적인 면은 좋다고 생각하는데

일의 강도는 훨씬 빡세!


특히나, 내 기공은 일개미로 소문나있어서

모두가 밥 먹으러 가는 시간에도

10분 더 일하다 가는 특이한 사람이야.


오늘도 그 사람 덕분에

10분 더 일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상콤했어.

돈 더주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맞이한 점심시간!

점심은 여기 현장에서 급식회사를 불러서

밥을 가지고 오는데

밥은 정말 쓰레기야.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고추장과 참기름은

가져오더라고.

반찬이 하도 맛이 없어서

고추장 참기름해서 그냥 비벼먹음...




점심을 먹고 난 후의 내 친구모습이야.

얘는 풍채부터가 참 노가다인 같아서

별명을 하나 붙혀줬지.

그레이트 노가다맨.


오늘 내 친구는 태국 전용 전투복을 입고 왔어.

코끼리 그림이 그려져 있는

T셔츠인데, 이 녀석은 태국에서

예명을 창(코끼리)로 했거든.


그래서 저 옷을 입고 자기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옷을 가리키며 "뿌우뿌우" 했더랬지.



내 스타킹은 무거운 파이프 몇 번 들더니

수명을 다했어.


난 아무도 내가 스타킹을 

토시로 사용한다는 것을 모를 줄 알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너는 왜 스타킹을 끼고 있는 것이여?

변태여?"


말을 하더라.

많이 티가 났었군.

나만 모르고 있었군...


그래도 볼 때마다 내 팔 뚝 맨 윗부분에

남성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색깔 진한 부분이 보여서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위안 받았다고 할 수 있지.


이로써 그레이트 스타킹맨이라 

불릴 수 있는건가?



어제는 갑자기 회사가 

상위 회사를 접대해야 한다고

야간작업을 취소한다고해서 기분이 별로였는데

오늘 야간작업을 한다는 소리에

그래도 기뻤어.


일은 힘들지만 돈이 두 배가 되는 

마법을 볼 수 있거든.

그래서 무거운 파이프도 

기운내서 으쌰으쌰 나르고

20미터 고소작업도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었지.


하지만, 작업 중에 갑자기 반장이 와서

오늘 야간작업 없으니까

빠르게 정리하라고 하더라.

또 취소야... 젠장...


더 빡치는 건 시간을 보니 4시 55분이었어.

5분 전에 야간작업 취소와 정시퇴근을

말하는 곳이 어딨어.


모든 사람들 다 한참 작업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 때부터 정리해서 5시 20분에 퇴근했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근로자들도 많이 빡쳤어.


분명히 여기 들어올 때 잔업많다고 해서

들어온 거였거든.


근데 잔업은 개뿔...

해 졌을 때 집에 좀 가고 싶다고!!

그래야 돈이 된다고!!

그래서 빨리 태국가고 싶다고!!!


친구도 불평불만이 가득했지만

시간 남는 것도 기회라 생각해서

한 마디 했어.


"야, 가서 맥주나 한 잔 먹자"


"오늘 무슨 날이야?

거지가 돈을 다 쓰네"


"이럴 때라도 여유를 즐겨야지.

사치 한 번 부리자!!"



우리는 서로가 돈이 없는 거지라는 걸 알기 때문에

평소 돈을 쓸 때마다

사치부린다고 말하곤 해.


근데 그게 단순히 놀리는게 아니라

서로 돈 걱정돼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더 슬프당...



우리가 살고 있는 경산 특히, 진량읍 주변에는

공단이 많아서

동남아 사람들이 참 많아.


인도, 필리핀, 태국등등 사람이 많은데

가끔 아주 예쁘게 치장한 태국 여자들도 지나가.

그 사람들은 아마 태국 마사지 샵에서 

일하는 언니들이겠지?


걔네들도 우리처럼 합숙생활 하는 것 같아.

원룸 하나에 몇 명이 같이 사는 듯.


그 언니들이 체류가 만류되서

돌아가기 전에 내가 더 빨리 

태국에 갔으면 좋겠다.


이 동네에는 외국인이 많아서

외국 물품 전문점이 있어!

가보니까 태국음식도 엄청 많고

인도, 중국, 필리핀등등의 음식도 많더라.


거기서 팔토시도 팔길래 바로 사고

필리핀에서 파는 리얼 산미구엘 맥주도 샀어!



산미구엘이 맛있다고 해서

한국에서 캔으로 사서 먹어봤을 때는

별로였는데, 필리핀에서 파는 

진짜 산미구엘 맥주 먹으니까

달달하니 맛있더라!



우리는 그 가게 옆 테이블에 앉아

노가다 포스를 풍기며 맥주를 한 병 먹었지.

우리는 우리의 예명을 지었어.

GNB

그레이트 노가다 브라더스


나쁘지 않은 듯.

입에 촥촥 감겨!


이 친구와 맥주를 먹고 들어와서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어.

내일은 2배 잔업 했으면 좋겠다...

토, 일요일은 잔업이 없이 

정시퇴근을 하니까...ㅠ


또 생존보고 할게!

자러간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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