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후웨이쾅에 유명한 야외 레스토랑인
테라스에 갔던 이야기야.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자마자
나의 생활 철칙을 시행하려
공복 상태로 운동을 하러갔어.
역시 상의는 나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인
작년 태국여행에서 산 인생나시야.
지금 거의 다 늘어날 대로 늘어나고
빨래를 많이해서 옷감이 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녀석을 놓을 수가 없어.
가끔 이 녀석은 나에게
'나 많이 아픈데, 보내줄 때도 되지 않았니?'라며
통곡을 하지만, 아직 어림없지.
골수까지 쪽쪽 빨아내고
옷으로써 생명이 다하면 발수건으로 쓸 테다.
이 녀석은 노가다 하는 지금도 건재하고
아직까지 잘 입고있어.
삶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한 녀석이야.
이 날은 운동하기가 너무 싫어서
그냥 러닝머신에서 걷는 척만 하면서
핸드폰만 하다왔어.
그래서 땀 흘릴 일이 없어서
그냥 그대로 입고 나갔지.
내가 더러워서가 아니야.
실제로 건기 때의 태국은 굉장히
쾌적하고, 땀을 흘려도 금방 말라.
그리고 냄새도 안 남.
건기와는 다르게 우기에는
굉장히 습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뿐더러
잘 마르지도 않아서 굉장히 찝찝해.
그래도 우리나라 장마철 불쾌지수보단 나은 듯.
이 날은 T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약속시간이 될 때까지 편의점 음식이나 먹으며
음악작업을 하면서 빈둥거리고 있었지.
그리고 약속시간에 맞춰 슬슬 걸어나갔어.
이 날은 모험심이 발동해서
승전기념탑을 가는 빠른 루트가 없나 생각하다가
내가 가던 피시방 근처가 생각났어.
내 흐린 기억에 의하면 그 옆으로 쭉 가면
승전기념탑이 나온다고 생각됬거든.
그래서 일단 피시방 근처로 이동했고
옆 쪽으로 걸어나갔어.
걷다보니 태국 고급 레스토랑인
쾅씨푸드가 있는거야.
여기 지점은 사람이 많이 없어보이더라.
평일 이른시간이라 그런가?
쾅씨푸드는 나에겐 적합하지 않은
가격대가 형성되어있어서
별로 갈 일 없는 곳이야.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태국 놀러올 때나 가야겠어.
나는 승전기념탑 근처에서
T를 만났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사람이 꽤 많이 몰려있는 로컬 식당을 보고
그 곳으로 들어갔어.
난 딱히 땡기는 음식도 없었고
태국어 메뉴판을 봐도 몰랐으므로
주문은 T에게 맡겨놨어.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지.
이건 똠얌똠얌 스프야.
단순히 시기만 하면 먹을 수 있겠는데
뒤적거리다보면 대파 썰어놓은 것 같은
모양새의 야채가 있어.
레몬그라스라고 하는데 식감은
대파보다 좀 더 딱딱해.
그거 씹는 순간, 주옷되는거야.
씹을 때 입 안에서 오만가지의 화장품 냄새가
터져나오고 삼키려고하면 헛 구역질이 나와.
나는 향신료 굉장히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인데
그거는 진짜 몸에서부터 거부하기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더라.
님들도 한 번 도전해보고 후기 알랴주셈.
그리고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도 하나 시켰는데
아마 생선일거야.
짜오프라야 똥물에서 건져낸...
그래도 태국사람들은 잘 먹고다녀서
나도 거리낌없이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 식당은 민물고기 특유의 향이 많이 남아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생선 맛과는 거리가 멀더라.
잘 하는 집은 짜오프라야 똥물고기여도
맛만 있는데 여기는 핵똥망인듯...
나는 거의 입에 대지 않고
볶음밥시켜서 그냥 그것만 먹었어.
가격은 총 합해서 250바트(8,500원)정도 나온 것 같아.
식사를 마치고 길거리 노점 상 옆에
푸드트럭이 쫙 들어서 있길래
가봤더니 빙수를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어.
초코 수박빙수인데,
가격은 60바트(2,000원)정도 했나?
엄청 저렴했던 기억이 나.
태국 수박은 한국 수박보다 달지는 않지만
초코시럽 뿌려서 빙수로 해먹으니까 맛있었어.
밥 먹고나니 급피곤...
이 사진을 보니 대머리까지
곧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급 슬퍼졌어.
친가 쪽 할아버지 M자형 대머리
큰 아버지부터 우리 아버지 M자형 대머리
외가 쪽 할아버지 원형 대머리
피해갈 수 없는 나는 곧 대머리
앞으로 8년 정도 남았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석천이형처럼 섹시하게 머리 싹 다 밀고
수염을 길러야지...
빙수를 먹고 T는 다음 날 일을 위해
일찍 가서 쉰다고 집에갔어.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나는
집 쪽으로 터벅터벅 걷다가
이내 피시방으로 들어갔지.
여기가 그 피시방이야.
길거리에 툭 하나 있는 1층 피시방.
밖에서도 안에있는 사람들이 뭘 하는지 다보이고
안에서 게임하다가 가끔 지나가는 사람이랑
눈도 마주치는데 굉장히 뻘쭘함.
그래도 나름 안에서 물이나 과자도 파는데
바로 밖에 길거리 음식점이 있어서
게임하다가 계란 볶음밥 주문하면
갓 요리해서 만든 따근한 밥을 가져다 주는
아날로그틱한 맛이 있지.
게임을 한 참하고 있는데
Z형과 H형, 그리고 그 동생녀석에게
연락이 왔어.
Z형은 내일 치앙마이로 돌아가고,
H형과 동생녀석은 한국으로 곧 돌아가서
오늘 밤 만나자고 하더라.
약속장소는 후웨이쾅!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에 들뜬 마음으로
피시방을 박차고 집으로 돌아가
빨리 나갈 준비를 했지.
그리고 택시를 타고 후웨이쾅으로 출발했지.
후웨이쾅 지역은 나름 땅 값이 비싼 동네인 동시에
유흥가가 많은 지역으로 유명하기도 해.
그리고 후웨이쾅 야시장은
태국 업소여자들이 많이
쇼핑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를 가보니까 알겠더라고!
진품처럼 이쁜 옷이 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었어.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곧 형들과 동생을 만나게 되었어.
그리고는 H형이 유명한 레스토랑 가자고해서
따라갔는데 그 곳이 알고보니 후웨이쾅에서
엄청 유명한 테라스였어!
우리는 맥주를 시키고 안주도 몇 개 시켰지.
이 것은 새우 팟타이인데,
새우가 무척 컸어.
근데, 그게 전부였어.
팟타이는 카오산인걸로!
먹다가 동맥경화 걸릴 정도로
자극적인 팟타이가 아니면
왠만해선 카오산 팟타이를
능가 할 수 없는 것 같아.
새우를 좋아하시는 H형님!
처음에 어려보이는 외모로 반말 할 뻔했는데
나이가 39...
이 형은 술이랑 구름과자 같은
몸에 해로운건 다 하는데
피부는 나보다 좋은듯...
피부는 타고나는건가 보다...
귀요미 동생녀석.
단톡방에서 만난 또 다른 동생녀석과
파타야가서 재밌게 놀다왔다는데
얘기 들어보니 완전 바가지 엄청썼다.
애가 순수해서 언젠가
바가지 엄청 씌일 것 같았는데
진짜로 당했다니 맘이 아프군.
동생녀석의 허탈한 표정을 보고 내가 다 슬퍼짐...
그래도 잘 놀고왔다니 다행이다싶음.
우리는 요롬코롬 대화를 했어.
무엇보다 내가 좋았던 것은
작년만해도 이렇게 여행이 끝나감에 따라
아쉬움 마음이 가득했는데
나는 장기여행자라 그런게 없었다는 거.
모두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갈 생각을 할 때
나는 그 마음을 공감하며
한 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하지만, 그 동안 정도 많이 들었고
당장 내일부터는 누구를 만나서
처음부터 다시 관계를 쌓아야하나
이내 우울해지더라.
하지만, 나의 우울함은 이내 부러움으로 뒤바꼈지.
H형과 그 동생녀석은 가는 마당까지 인기폭발이었어.
둘 다 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상이라
테라스에 있는 여자들이 한 시도 쉬지않고
힐끔힐끔 쳐다보더라.
Z형과 나는 해당사항이 없었어. ㅠ
Z형은 그냥 일본사람인 줄 알고
나는 그냥 게이인 줄 알고...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던게
Z형도 게이들한테 인기있는 스타일이더라.
테라스에서 술을 마시며 포켓볼도 친 이후에
자리를 옮겨 옆에 있는 유명한 로컬식당으로 갔어.
이 곳에 대해선 재미있는 소문이 들려오는데
후웨이쾅에서 일하는 업소여자들이 일 끝나고나면
새벽에 밥 먹으러 온다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업소녀처럼 보이는
여자의 비율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호프집 알바나 장사를 끝내고
온 사람이었어.
그 중에는 테라스에서 서빙 알바하던
어린 여자 분도 계셨는데
화류계가 팽배한 이 곳에서
그렇게 정직하게 일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참 이뻐보이더라.
배가 고팠는지 두 그릇 시켜먹더라고.
그 모습 보면서 내 모습이 보이던데
마음이 짠하긴 했어.
왜냐하면 나도 군대 전역하자마자 학자금 때문에
신용불량상태가 되어서 복학도 못하고
하루 5시간 자면서 일만했거든.
그래서 한 그릇 더 시켜줄라다가
내 코가 석자였기 때문에
못 사줌.
가뜩이나 돈 없어서 형님들한테
계속 얻어먹기만 하는데
내가 무슨 능력으로 사줄 수가 있겠음?
짠한 것은 짠한 거고, 현실은 현실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마음 속으로
굳세게 잘 살길 바란다는 응원 뿐이지 뭐. ㅠㅠ
힘내자!
형님 그리고 동생들과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됬는데
한 가지 다행인건, H형의 회사특성상
방콕으로 자주 출장을 온다는 거야.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또 올 수 있다고 하더라.
H형이 올 때 Z형도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와서
같이 놀기로 했어.
그 동생녀석은?
석사학위 준비한다고 바빠질거라고 하더라.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잘 되길 바라며
우리 넷은 그렇게 헤어지게 되었지.
방콕에 남아 자리를 지키는 것은
나 혼자...
앞으로 3개월 반을 더 살아야했는데
'이렇게 놀다가 하루아침에 혼자 잘 생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긴 했어.
슬슬 혼자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의 마인드를 가춰야만 했지.
오늘 글은 여기서 마무리할게!
다음 편에서 만나자!!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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