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에피소드도 점점 끝나가고 있네ㅠ

이제 내가 태국에서 4개월 살았던

마지막 에피소드만 남았어.



이 날은 태국여자 T의 서울추석여행의 

마지막이자 귀국날이었고

아침일찍 공항으로 출발해야만 했었기 때문에

아침 6시 반 쯤에 일어난 것 같아.

매우 피곤했음...



매일같이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서

일찍 일어나는 건 적응이 잘 안되지만

그래도 비행기 태워보내려면 일어나야지.

별 수 없잖아?




우리는 집을 나와서 택시를 탔어.

캐리어도 있고, T의 선물용 짐도 많아서

비싸지만 그냥 탐.

맨날 택시 탈 때마다

택시기사분들마다 T의 국적이 어딘지 물어보곤 해.


나는 그 때마다 어디나라 사람같냐고

되물어보지만 90%의 답변은

중국인 같다고 하더라.

포청천 닮아서 그런가?

보통적인 태국사람 얼굴은 아님.


우리는 택시에서 내려서

노량진에서 서울역 가는 방면의

지하철을 탔어.

그리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러 내려갔지.


아침 일찍이라 매우 피곤하다.

얼굴도 매우 부어서

T가 아침부터 엄청 놀려댔던 기억이 나.



서울역에서 공항철도 내려가는 길은 무척 길어.

내려가고 내려가서 거의 맨 아래쪽에 있는 곳이

공항철도 타는 구간이라 보면 돼.



열차를 타기 전에 사진 같이 찍었어.

그러다가 문득, T를 보내고

혼자 돌아와야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어.

공항 갈 때는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갔는데

노량진으로 돌아올 때는 T가 없잖아.

그러면 엄청 휑한 기분이 들 것 같아서

갑자기 우울해짐.



내가 의정부로 바로 안 가고

노량진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유는

빌렸던 친구 집을 청소하고 짐을 정리해서

용달로 의정부로 보내야하기 때문이야.



용달을 보낸 후 나는 개별적으로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까지 달려야하지.

T를 보내고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래도 덕분에 9일간 특별한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걸로 만족함.



우울함과는 상반되게

나는 공항철도를 타고 가는 내내 잠들었어.

코까지 골아가면서 말이야.

T는 내가 코를 골 때마다 나를 툭툭 쳤었는데

20번은 친 것 같아.


비염이 좀 심해서

잠들기만 하면 코를 엄청골거든.

그래서 잠들만 하면 툭툭치고

다시 잠들만 하면 또 치고를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잠 자는 것을 포기했어.



우리는 마침내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티켓을 발권하러 갔어.

근데, 재미있는게 있더라고?


Samsung Galuxy note7 is NOT allowed.

삼성 갤력시 노트7은 반입 안된다는 경고문!

이 때 당시 노트7이 터졌었잖아.

그래서 전 세계 공항에서 이런 경고문이 붙었다는데

실제로 보긴 처음이었어.

이게 무슨 망신인지 싶었징.



T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곧 보자고 인사를 했지.

T는 점점 출국장을 향해서 점점 멀어져갔고,

나는 가는 T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



이윽고, T는 출국장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나에게 손을 흔들었고

나도 손을 흔들며 그렇게 우리는 

다시 떨어지게 되었지.



만났다 헤어지고를 반복하다보니

그 때 당시는 무척 괜찮았어.

물론, 그 순간 헤어짐이 

실감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이내 T가 보고파서 

언제 다시 우울해질까 그게 걱정됐어.



나는 쓸쓸히 다시 공항철도를 타고

노량진으로 와서 짐을 하나 둘씩 정리하며

집을 청소했지.

근데, 뭐 이렇게 T와의 흔적이 눈에 보이냐...

치우다 보니까 급 우울해지더라.


그래서 더 있다간 우울감에 휩싸일 것 같아서

용달부터 불렀어.

그리고 짐을 싣고 나도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로 떠났지.



집에 도착한 이후

부모님은 T와의 여행에 대해 물어봤고

나도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여행을 했던 얘기를 해드렸지.



얘기를 듣다가 어머니가 말씀을 꺼냈어.

내가 태국여자를 만난다는 말에 

처음엔 속으로 국제결혼 반대하셨는데,

이제는 그냥 내가 좋으면 상관없다고 하시더라.



근데, 막상 당사자는 결혼은 꿈에도 생각 안하는데

왜 결혼 얘기부터 하실까? -_-;

지금 능력도 없어서 그런 건 꿈에도 못 꾸고

앵간해선 결혼 안하고 살고 싶은데...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일하는 기계가 되기 싫거든...



자식 보는 기쁨이란 게 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남들이 해주는 만큼

자식이 원하는 걸 해줘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능력이 안되면 애 없는게 낫다고 생각해.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연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나쁘게 말하면 노총각이지 뭐.



잠깐 태국 결혼문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태국에서 신솟이란 문화가 있어.

신솟이란 신랑이 신부측에게 결혼 할 때 주는 비용이야.



그래서  T에게 신솟이란 태국의 문화에

대한 것도 물어봤어.


"T, 신솟이란거 태국에 있다며?

신부 쪽에 내야하는 지참금"


"응 그런 거 있지."


"내가 너랑 결혼하다고 하면

그거 내야 하는 거야?"


"응, 내야할 껄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도

보여주는 식이라서

많으면 많을수록 자랑할 수 있는거야."


"듣자하니까 보통적으로 2000~3000만원 한다며?

나는 그걸 낼 돈도 없고,

돈 있어도 내고 싶지 않아.

그냥 그게 신부를 돈 주고 사는 개념이잖아.

너네 나라 문화라 존중은 해주겠지만

결혼이란건 당사자끼리 좋아서 하는 건데

내가 왜 너네 집안에 돈을 주고 너를 데려와야 해?"


"우윽 -_-

그런게 아니라 직위나 가문같은 거를

보여주는 거지.

그리고 요즘은 안받는 사람들도 있고

보여주기용으로 줬다 돌려주기도 해."



"너네 부모님은 돌려줄 것 같아?"



"아닐 것 같은데"



"그럼 나중에 혹시라도 너네 부모님이 신솟얘기하면

한 번 받고 평생 돈 안받을래요?

아니면 평생 용돈 받으면서 살래요?라고 물어봐

물론, 신솟있는 결혼은 하지도 않을 거지만."


"할 말이 없다...-_-"


"그럼 다른 사람 찾던가~

난 너한테 누누히 말하잖아.

좋은 사람 있으면 언제든 떠나도 된다고~

신솟 주는 사람 찾아가셈"


"-_- 그게뭐야~!!"


"인생 짧아! 

나는 혼기차서 적당한 사람 찾아

적당적당하게 결혼하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아.

인생의 여자다 싶은 사람 찾으면 결혼 할 생각은 당연히 있지.

근데, 아직 그런 사람 만나보지도 못했고,

너가 그런 사람이라는 확신도 지금은 전혀 없어.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바로 잡을거야.


그러니까 너도 중간에 이 남자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바로 나 차버리고 그 사람한테 가도 된다고!

허송세월 보내지 말란 얘기지

친구들 하나 둘 결혼하는 거 보고 부러우면

나 쪼아대지 말고

적당한 사람 찾아서 가도 된다고!"



"알겠다-_-"




나는 T에게 내 결혼관이나 연애관에 대해서

누누히 말해놔.

항상 나는 인생은 짧다고 생각하고 있고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면 떠나도 된다고 생각하는

매정한 사람 중에 한 명이야.



사랑이란건 두 사람이서 하는거니

한 사람의 맘이 바뀌면 

그 사랑은 끝난거라고도 생각해.



하지만, 나는 역설적이게도

한 번 결혼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배우자 선택에 더 만전을 기하는 것 같아.

일단 내 기준에서 결혼을 한 이상 바람피는 거나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행동은 용납할 수가 없고, 

이혼 또한 용납 할 수 없어.



왜냐하면 내가 결혼을 맘 먹었을 당시에

이 사람과는 평생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확신했기 때문이지.

문제가 있다면 내 문제이며 고쳐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한 이상한 신념 때문에

결혼을 안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ㅜㅜ




다음 편부터는 내가 태국에 가서 4개월 살았던

에피소드를 시작하려고 해.

노가다 일 하는 와중에 틈틈히 쓰는 거라

퀄리티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볼 사람은 보고, 퀄리티 떨어졌다고 

실망하는 사람은 보지마셈.



담 편에서 보장!


이번 편은 드디어 내가 태국에서 T에게 받았던

설움을 대폭발 시키는 날이야.




T의 생일파티에 가서 외톨이가 되었던

설움을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T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전 날 이태원가서 헤어지네 마네 했지만, 

오늘을 위해서 잘 참았어.

나는 T를 내가 사는 동네인 의정부에 초대하기로 했고,

내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싶었어.



물론, 내 친구들에게도 

내가 느꼈던 설움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고, 

누구든지 T의 앞에서 영어 뿐만 아니라

외래어를 쓰지않기로 입을 맞췄고

규칙을 어기는 놈은 맞기로 했지.

오늘 밤이 상당히 기대되었어.




우리는 의정부 가기 전까지 집에서 뒹굴뒹굴 있다가

바람도 선선하니 공원에 가고 싶어졌어.

그래서 스쿠터 타고 슝~

여의도 한강 공원에 갔지.



의정부 주민 입장에서는

여의도 공원 가는 게 일인데

노량진에 있다보니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한강이 있더라고?



이런게 진정한 서울 시티즌인가??



우리는 한강을 천천히 거닐며

평화로운 기분을 만끽했지.

어제의 싸움따윈 오래 전 일처럼 느껴졌어.


하지만, 오늘 생길 사건에 대해선

일말의 연민은 없다.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



우리는 여의도 산책을 마치고 나서

숙소로 돌아와서 간단히 밥을 먹고

의정부를 향해 출발했어.



노량진에서 의정부는 꽤나 먼 거리지만,

T랑 둘이 얘기하면서 오니

금방 오더라구.

도착해서 의정부의 명물인

신세계 백화점과 소나무길, 분수대를 보여줬어.

그리고 약속시간이 되어

약속장소로 이동했지.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의정부에 있는

무한리필 칵테일 바였어.



인테리어와 조명이 깔끔하다.

이름은 B-LAB 이라고 하는데

홍대에도 있대.



주인이 개발한 칵테일로

상을 받았다나 뭐라나?



친구들과 내가 칵테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술을 맛있게 먹자'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소주같은 경우는

공업용 알콜 같은 맛이 나서

취하려고 먹는 기분이 드는데



소주와 달리 맛있는 술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짐과 동시에 서서히 취하니까

그게 좋더라구.



내 친구 O와 B가 이윽고 왔고,

나는 T를 소개시켜줬어.

물론, 한국말로...

이 때부터 시작되었지.


우리는 T에게 한국말로 여러가지를 물어봤고,

그 때마다 T는 어버버거리면서

허둥지둥하더라.


물론, T가 영어로 말했지만

우리는 한국말로 답했지.

그 때마다 나는 T에게 깐죽거렸지.


"T야, 어때? 이제 내 느낌 알겠냐?

친구들 앞에서 우리끼리만 말하고

내가 통역도 안해주니까 어떠냐?

서럽지? 케켁케 서러울 거다!"



"아닌데? 재밌는데?

전혀 상관없는데?"



누가봐도 T는 빈정이 상해있었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지난 날 자기가 했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로 괜찮은 척 했어.



그리고는 우리가 대화에 안 껴줄 때마다

마가리타와 진 토닉을 시켜서 원샷을 때렸지.

그 때마다 우리도 지기 싫어서 같이 원 샷을 때렸어.

한국 남자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지.



친구 B는 비랩 전용 칵테일을 주로 먹었고,

친구 O는 스크류 드라이버 성애자라

그것만 14번 먹었어.


하도 원 샷을 많이 때리니까

나중엔 바텐더가 3잔씩 미리 말아놓고

대기하고 있었어.



이윽고, 내 고등학교 후배 K가 왔어.

이 녀석은 해기사로

배 타는 녀석인데, 마침 배에서 내려서

의정부에 오는 참이래서 불렀지.



고등학교 후배가 오고 나서도

T의 한국어 참교육 교실은 흥행이었고

시간이 갈 수록 T는 지쳐가며 우울해하기 시작했어.



"이제 너의 잘못을 인정하겠어?"


"이제 그만해!! 미안해. 미안하다고!!

네가 이런 기분인지는 몰랐어

네가 내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앞으로 꼭 신경쓸게"



"그 말 잊지마라.

만일 다시 한 번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내 친구들은 언제든 나타나서

널 괴롭힐 준비가 되어있거든"



T에게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나와 내 친구들은 상당히 흡족해했지.


그 이후로 우리는

T를 위해 영어를 사용했고,

하하호호 웃으며 

지옥의 7연속 샷먹기 게임을 했지.

우리는 바 안에서 제일 재밌게 놀았어.



그 안에는 미군들도 있었는데,

영어를 쓰면서 재밌게 노는 걸 

보더니 같이 끼고싶었나봐.


그래서 우리한테 와서 

'너네 재밌어보인다'

 그러길래

일단 보드카 샷으로 한 방 먹게했어.



그리고 짠 몇 번 더 했는데

그만해야하는 선을 모르고

'계속 같이 놀자~'

이러면서 안 가는 거야.

상당히 처치곤란했어.



그 때 T가 흔쾌히 오케이 하는거야. 

그래서 조금 빡쳤어.



T는 미국의 유학경험이 있어서

그에 대한 부심 또한 있어.

영어 쓰는 상황이 오면

물 만난 개 처럼 학학 거리며

"내가 배운 영어 뽐내야지!"라는 경향이 있어서

가끔 눈치없게 행동해.



게다가 이 전에 한국어 참교육을 했으니

얼마나 영어가 쓰고 싶었겠어.



하지만, 이 행동은 상당히 무례했어.

그래서 귓속말로

"네가 무슨 권리로 내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는 자리에서

동의없이 저딴 녀석들이랑 같이 노는걸 콜하는데?

미쳤냐? 술 먹었어도 좀 자제해라"

가시 돋힌 말을 하니

그 때서야 분위기를 파악하더라고.






미군들한테는 내가 정색하면서

"오늘 우리 되게 오랜 만에 만나서

노는 거라 이제 우리끼리 놀거야.

너네는 너네 자리로 돌아가렴"

말 했더니 눈치 빠른 녀석이

눈치 없는 녀석 데리고 가더라고.




그 이후로 친구들이랑 T랑

다 같이 잠시 바람을 쐬는데

눈치 빠른 미군녀석이

내려와서 T에게 말을 걸더라고?



들어보니까 자기 친구들도 취한 상태라

눈치없게 행동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근데 친구 O녀석은 그게 굉장히 거슬렸나봐.

다짜고짜 다가가서 그 미군한테 

한국말로 쌍욕을 퍼붓더라고.


그 양놈은 떡대가 거의 레스링 선수만큼 넓었고,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근육쟁이였어.


나는 일단 친구 O를 말렸지.

하지만 O는 뿌리치며, 미군에게로 달려갔어.


"이런 $@%!@%, 뭐 하는 짓이냐?

맞짱 한번 뜰까?"


"왜 그래? 진정해봐.



"!#$^#$%새끼가 내 친구 여자친구한테 찝적대는데

그걸 어떻게 보고만 있냐"



"아니야. 쟤네 영어로 사과하는 거야.

아까 눈치없게 굴었다고"



"아닌 것 같은데.

아까도 니 여자친구 계속 쳐다봤어."



"일단 내 생각해줘서 너무 고마운데

오해야 오해!"



일단은 잘 말렸지만,

그 미군은 공포에 덜덜 떨고 있더라고.



 O가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해서

독특한 풍채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다 술 취했기 때문에 눈풀린 얼굴로

욕하면서 얼굴부터 들이밀었어.



그런 사람 앞에서

안 쪼는 사람이 어딨겠어.

그래도 고마웠지.

날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으니까.



일단 미군한테는 미안하다고,

친구가 많이 취해서 오해한거니

이해바란다고 하고 우리는 빨리 자리를 떴어.



나는 오늘 와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보냈고,

T와 나는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노량진으로 가야만 했어.



그런데 문제는 

걷기 시작하니까

세상이 흔들리는 거야.



우리 둘 다 엄청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겨우겨우 

의정부 역으로 갔어.



우리는 다행히 막차를 탈 수 있었고,

술이 취한 T는 잠들었지.

나는 잠들 수가 없었어.



내가 잠들어버리면 집에도 못 가고

종착역까지 가게 될 건 뻔한데...

정신바짝 차리면서

졸음을 몰아냈지.



그 때 옆에서 소리가 들렸어.


"우웍! 우워워억!!!!"


옆을 돌아보니 T가 토하고 있더라고.

남의 나라에 와서 이게 무슨 짓이야?!

게다가 유명한 인터네셔널한 곳에서

근무하는 여자애가!!



근데, 나도 제정신이 아니어서

그 상황이 너무 웃긴거야.

등을 뚜드려주며 나는 미친듯이 웃었지.

그리고 토한 뒤 눈물을 닦는 

T를 또 놀렸던 걸로 기억해.



토한 T는 이내 다시 잠들었고,

나는 T의 구토물을 치웠어.

다행히 가방에는 gs봉다리와 휴지와 물티슈가 있었어.

근데, 치우다 보니까 너무 아까운 거야?

그래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지.

더러워서 올리진 않을게...


한국 지하철 안에서의 외국인 민폐녀라고

언제 페이스북에 올라와도 이상할 것도 없었지만,

다행히 막차라 사람이 없었어.



비난 받을 짓은 했지만, 그래도 내가 다 치웠고, 

다음 날 일어나서 남의 나라와서 뭐하는 짓이냐고 

충분히 혼냈으니 뭐라하진 말아주셈.




구토물을 열심히 치우고 난 후

나도 취기가 절정으로 올라와서

잠이 안 들 수가 없었어.


"어? 잠온다...

이러면 안돼는데?

안돼는데... zzz"


일어나니 누군가 나를 깨우고 있더라고.


"저기요? 일어나세요.

여기 종점이에요.

내리셔야 해요."



"에? 여기 어디에요?"


"광운대 역 입니다.

모든 지하철이 종료 됐습니다.

내려셔야 돼요.



나는 T를 끌고 나왔지.

T는 마치 시체였어.

온 몸에 힘이 없이 축 늘어졌고

가뜩이나 무거운 T의 몸뚱이가

몇 배로 더 무거웠어.


그러다가

"어이쿠!!!"


너무 무거워서

중심이 안 잡혀 같이 넘어졌어.

T는 울상을 지으며 신음소리를 냈어.



"끼에에엑...

힝... ㅇㅏ파...

우욱! 우워러러럴럴!$#^#$#"



T는 엎어진 상태로 다시 한번 토하기 시작했어.

살아생전 옆으로 토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다행히 등을 세게 두들겨줘서

목에 구토물이 걸리진 않았음.


"T... 얼굴 좀 치워봐."

그래야 닦을 거 아니야...

히에에엑!! 얼굴에도 다 묻었네"


나는 T의 구토물을 치운 후

군대에서 배운 부축법으로 

T를 엎으려다 다시 한 번 넘어지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지...


'나는 T를 업을 수 없다...'



나는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어.

나를 깨우고 가까이서 모든걸 지켜보던

20대 초반의 공익 분.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어..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같이 좀 들어주세요.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일으키는 거에요?

하나, 둘, 셋!"



"어이쿠!!!"


단말마의 신음을 내뱉은 공익의 이마에서

송글거리는 땀을 볼 수 있었지.

그 때 도와주셔서 무사히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공익 분의 도움을 받아 나는 택시 안으로

T를 구겨넣을 수 있었어.

그리고 행선지를 말하고

이내 눈을 감았지.



"저기. 학생양반!

일어나슈! 여기 노량진 말씀하신데 맞죠?"


"아..예 맞아요"


택시비는 많이 나왔지만,

좋은 기사님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이었어.



이제 T랑은 왠만하면 술 안먹으려고...

주사가 영 꽝이야.

다음 편에서 보자!




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추석 기간동안에 왔던 여행기 1편이야.




나는 T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어.



이윽고, T가 오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용달을 불러 짐을 실었지.

집에서 사용하던 매트릭스, 이불, 후라이팬, 전자렌지,

컴퓨터, 식탁 등 다마스 차량에 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실었어.



그리고 나는 용달을 타지 않고,

내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이동했지.

T가 머무르는 동안,

스쿠터로 여기저기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오토바이

달려보자!!


하지만, 타고 가는 길은 위험천만했어.

퇴근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차들이 밀려있었고, 서울 진입구간은

말할 것 없이 복잡했어.



하지만, 서둘러야 했지.

 내가 도착하기 전에 용달이 먼저 온다면

직원은 나를 계속 기다려야만 하고

다음 용달을 못 나가기 때문에

다마스 vs 스쿠터의 암묵적인 레이스를 했지.




결과는??

나의 승리!!

내가 30분 더 빨랐다.

일찍 도착한 김에 다이소에 들려서

칫솔, 치약, 물티슈 같은 물건을 샀어.



아무것도 없는 방에 짐을 하나 둘씩

풀어놓으니 제법 사람사는 방 같은 느낌이 들었어.

모텔 보다는 깔끔하진 않았지만,

안락하니 신혼 집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더라.



물론, 절대 반지하에서 신혼을 살긴 싫지만

이나마도 지금 상황엔 감지덕지지.

집을 빌려준 내 친구 B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



모든 짐을 다 정리하고나니

T가 곧 비행기를 탄다는 메시지가 왔어.



"J, 나 비행기 곧 타는데,

내일 아침 10시까지 공항으로 와야하는 거 알지?"


"알았어~ 걱정마

아침 7시로 알람 맞춰놨어

우리 곧 본다! 신난다!!"



우리는 한 껏 격양되었지.

난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어.

한 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고, 후다닥 준비했어.

그리고 밖으로 나와

노량진 역으로 걷기 시작했어.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였어.

대부분은 고시공부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었어.

나도 같은 고시생인데

나는 추석기간에 놀고 있네?

잠시 자괴감에 빠졌지만, 우울한 것도 잠시였어.




노량진에 왔으니 명물인 컵밥을 먹으러 가야지!!

공부도 일도 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인데

일단 먹고보자!!



컵밥

이것은 스팸참치마요인데, 가격이 3,000원 정도였어.

한 입 먹어보는 순간, 나는 천국을 보았지.

느끼하고, 자극적인 맛이지만 멈출 수가 없었어.



특히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서

고소함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

먹다보니 자주 먹다간 동맥경화 걸리겠다는 생각이 듬.




아침식사를 마친 후, 

나는 서울역으로 이동해서

공항철도를 탔어.




공항철도 군인시절에 참 질리도록 많이 탔는데...

나는 공군나와서 인천공항 근처에 있는 방공포대로

자대배치를 받았거든.

그래서 지금도 인천공항 갈 때마다

공항철도 타고 보이는 우리 부대 잘 있나 보면서 가곤해.




공항에 다행히 제 시간에 도착!

T는 이미 입국심사 끝나고 나와있더라고.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



"J, 잘 지냈어?"


"나야 뭐 똑같지!

너는 잘 지내보인다?

살이 더 올랐네?!"



T를 안았을 때 전보다 더 푸짐해짐을 느꼈고,

그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어...

푸짐해진 팔뚝으로 맞으니까

더 아프다...


우리는 알콩달콩하게 얘기를 하며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했어.



"요즘 스트레스 장난 아니야.

상사는 엄청 쪼아대지,

엄마는 또 살쪘다고 구박하지.

난 여기 너 보면서 스트레스 풀러왔는데

네가 나에게 뭐라한다면

니 목숨은 보장 할 수 없을거야."



"아... 예

열심히 보좌하겠습니다!!"




캐리어 끌다

젠틀하게 캐리어도 내가 끌어줌.

누가봐도 T의 지금 덩치면 

캐리어 세 개는 끌 거 같은데.

강력한 팔 다리를 갖고 있음에도

연약한 여자로 보이고 싶은 맘 이해한다.



기특하게도, 저번 홍대 갔을 때 싸우고나서

뽑아준 가오나시 인형을 캐리어에 매달고 있더라.

매우 흡족해짐.




버스 타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우리는 버스로 이동했어.

가는 길이 험하다 험해...

친구 집이 노량진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 걷기도 뭐하고 택시타기도 애매한 곳이야.




우리는 마침내 숙소에 도착하게 되었어.


"짜잔! T, 어때? 아늑하지?!"



"어.. 음.. 좋네...!"



"너 말하는데 굉장히 오래걸린다? -_-"


"아냐아냐, 안락하고 좋네!"


"야! 여기가 그래도 한 달에 40만원 짜리야!!

한국은 땅 덩어리가 좁아서

이런 방도 비싸다고!!"



"누가 뭐래? 난 만족해!"


태국인의 기준으로 한국의 원룸은 비좁았을테지

하물며 반지하라 습한 냄새가 훅 올라옴.

태국 기준으로 한 달 방세 40만원이면

수영장, 휘트니스 딸린 맨션에서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긴 어디?!

한국!!!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

너는 한국인의 평범한 집에서 생활하게 될 거고,

그로인해 한국에 대해 더 알 수 있을거야.






우리는 간단하게 짐을 풀고

노량진 쪽으로 걸어갔지.

그리고 노량진을 구경하며 이 도시에 대해서 설명했어.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50%이상이

여기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 준비를 하는 곳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 얼굴에서 여유와 웃음은 찾기 힘든 곳이라고.





실제로 거리를 걸으면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은

나와 T 밖에 없었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웃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속박하는 거겠지?

오늘만 사는 나와는 다르게 ㅜ ㅜ



T는 한국에서의 첫 식사메뉴로

떡볶이를 선택했어.

그래서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으로 들어왔지.


너 돈은 있냐? 하면서

내 지갑을 살펴보는 T

아무리 돈 없어도, 너 떡볶이는 사줄 수 있단다...




내 지갑은 메이커가 아닌 

문방구에서 파는 5천원짜리야.

허름한 내 지갑을 예전부터 T가 봐왔기 때문에

기특하게도 여행 마지막 날에 내 생일선물로

태국에서 주문한 지갑을 주더라고


떡볶이 기다리느라 심술난 T

난 개인적으로 떡볶이를 안 좋아해.

뜨겁고 매운거를 잘 못 먹거든.

그리고 떡의 식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대신 다른 떡을 좋아하지.

응?




태국에도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떡과 비슷한 음식이 꽤 많아.

게다가 떡볶이는 달고 매운 소스로 이루어져있어서

많은 태국인들이 좋아하더라고.




떡볶이를 먹다

나는 치즈를 굉장히 좋아해.

그래서 위에 있는 치즈만 떠먹은 것 같아.

T에게 얌체라고 한 소리 듣긴 했지만...




어묵을 먹다

튀긴 어묵과 만두도 세트로 같이 나왔어.

가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보다 훨씬 비쌌던 것 같아.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어.

다음 목적지는 서대문 형무소!

남이섬을 가기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러 가는 거지.





티켓을 사다

기대하던 서대문 형무소에 도착했고,

표를 샀어.

어른 두 명에 6천원이니

한 사람당 3천원이겠지?



서대문 형무소는 내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한번 데려왔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기분이 썩 좋은 곳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지.

그 이후로 다시 찾아오진 않았어.





포스터를 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암살포스터가 입구에 있더라.

컴퓨터를 가져온 이유 중에 하나가

T와 같이 영화보려고 한 이유도 있어.

암살도 같이 보려는 영화목록 중에 하나!




입구로 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래.

누가봐도 형무소임을 알 수 있지만,

건물이 너무나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안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고문이 

행해졌다는게 역설적으로 느껴져.


아직 자신의 상황을 잘 모르는 T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둬라.

곧 우리 민족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테니



형무소 안에는 영어로도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게

잘 해놨어.



T는 한일합병이 된 배경을 배웠고,

한국인들이 어떠한 투쟁을 했는지 알 게 되었어.

일본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였겠지만,

모든 한국인은 독립투사들의 투쟁활동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꼭 설명해줬지.




우리는 순차적으로 이동했어.

그리고 마침내!!

고문도구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지.



족쇄를 보다

고문도구 사진이 이거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고문도구 중에 하나인 

관을 찾아서 흥분했기 때문이야.



관은 조선 사람들을 서있는 상태로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어 몇 날 몇 일을 

안에 있도록 하는 고문도구였어.



관 앞에 서자 T는 벌벌 떨었고,

나는 빨리 들어가라고 윽박 질렀지.


"J, 꼭 이거 해야돼?

나 이제 충분히 알았어.

미안해!"



"닥쳐!! 넌 한국의 역사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그냥 넘어갈 생각없어, 어서 들어가!"


들어가기 싫다고 버티는 T의 등을 밀어서

우겨넣었어. 그리고 못 나오게 막았지.


"잘 못 했어? 안 했어?"


"잘 못 했어. 열어줘!!"


"친일파 좋은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문 열어!!"


"내가 고마워? 안 고마워?"


"하나도 안 고마워!"


"응~ 그럼 거기서 우리 민족의 한을 더 느껴봐

오늘 이 시간부로 너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고마우니까 문 열어!"



나는 문을 열어주었고,

T는 울상을 짓고 있었지.

이제 T를 남이섬에 데려가 꿈 같은 경치를 보며

행복 할 수 있겠다.


형무소 투어를 나온 후 잔뜩 삐친 T

태극기 앞에 서니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남이섬 가서 재밌게 놀다 오자^^




우리는 스쿠터를 다시 타고

동대문 쪽으로 이동했어.

동대문에 호스텔을 하루 잡아놨기 때문이었어.

노량진에서 가평 가는 방법보다

동대문에서 가평 가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지.




숙소에서 도착해서 저녁까지 쉬다가

우리는 종로로 이동했어.

지난 태국여행에서 내가 준 T의 귀걸이가

살짝 망가졌다고 하더라고?



산 거는 의정부였지만,

종로에도 매장이 있으므로

T의 여행기간동안 고치고자 이동했지.



우리는 종로에 도착했고,

샵을 찾으러 20분간 걸어다녔어.

하지만, 찾을 수 없었지.

어찌 된 영문인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가게가 있는거야.




그래서 고객센터에 전화해봤더니

명동지점으로 옮겨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또 명동으로 이동했어.


다행히 명동지점은 문을 열었더라고,

T는 부서진 귀걸이를 보여주었어.

직원은 A/S를 위해서 공장 쪽으로 보내야하는데

추석기간이라 추석이 끝난 후에야 받을 수 있을거라 했어.



어떡하지? 추석연휴가 끝날 때 T도 돌아가는데...

우리는 한 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다음에 태국에 갈 때 가져다 주기로 했지.

그렇게 태국에 갈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네?





그 이후로 우리는 명동을 구경하다가

KFC에서 대충 먹었어.




그리고 T와 함께 오설록에서 차 한 잔 마셨지.


차를 마시다

가격이 비싸서 나는 배부르다고 둘러대고, 

그냥 관심없는 척 했어.

그래도 형무소 이 후로 

T는 눈치라는게 생겼는지

한 입 주더라.


형무소 참교육 짱짱.



그리고 우리는 다시 동대문 호스텔로 돌아갔지.

분위기 있게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는 T

서울 시민 다 되었네.



이렇게 첫 날의 여정을 마무리했지.




다음 편에서 보자 :)


이번 편부터는 태국여자 T가 한국에 온

이야기를 위주로 써보려고 해.



T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공항에 픽업을 와달라고

엄청 신신당부를 하였기에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전 날 일찍 잠이 들었던 것 같아.


"J야, 안 일어나니?

아까 알람 엄청 울리던데~"


"어..? 엄마, 지금 몇 시야?"


"지금 11시"


"어?! 아 미쳤다!!

나 늦었어!!!"



그렇다.

나는 오전 10시까지 인천공항으로

픽업을 가기로해놓고

11시에 일어났었어...



급하게 폰을 보니

T에게서 연락이 엄청 와있었다.

바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늦잠 잤다고했더니

엄청 뭐라뭐라 해서

혼이 나갈 지경이었어...



하긴 얘 입장도 이해는 가.

연고지도 없는 한국에

남자 만나러 왔는데

공항에 도착해서 연락이 안돼면

얼마나 난감했겠어.



"T, 정말 미안한데, 내가 공항까지 가려면

시간 엄청 오래걸릴 것 같은데,

우리 중간 쯤에서 만나면 어떨까?"


"뭐?! 너 내가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너 똑똑하잖아.

지하철 타고 오면 돼고, 영어표기랑 영어음성으로도

나오니까 찾아올 수 있을 거야"



"너 만나서 보자

아주 혼내줄거야"



우리는 수유에서 만나기로 했어.

사실상 내가 수유가는 시간이랑

공항에서 수유오는 시간이랑

비슷비슷하기도 했고,

숙소도 거기에 있었거든.



부랴부랴 준비해서 수유로 갔고,

드디어 T를 만났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보긴했어도

여전히 반갑더라!



나와는 다르게 T는 반가운 내색 하지않고,

인상만 쓰고 있었어.



"너 내가 공항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알아?!

입국심사 할 때 거의 울 뻔했어.

그것 때문에 너한테 전화했던 거고!"



"왜 무슨 일 있었는데?"



그렇다. 태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불법체류자가

많은 실정이다 보니, 

태국이나 베트남 쪽에서

오는 관광객은 



한국 출입국 심사 할 때,

정확한 호텔정보와 번호없이는

입국하기 힘들다.



심지어는 호텔도 내가 예약처리해서

얘는 호텔명만 알고, 번호는 몰라서

30분 정도 애먹었다고 한다.



난 전화도 안받는 상황에서

입국하기 위해



결국 올바른 직업있는

여자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고,



자기 명함을 보여줌으로써

통과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인터네셔널 뭐시기에서 일함)




나는 T의 기분을 풀기위해

갖은 노력은 했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고,



밥을 사준다는 말에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었어.


우리는 수유 먹자골목 쪽 들어와서

'석관동 떡볶이'를 들어갔어.


T는 떡볶이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야.

태국 내에서도 한국의 떡볶이를 

파는 곳이 꽤 있더라구.



나는 떡의 질감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아서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한국에 처음 온 T가

사람이 많은 떡볶이 레스토랑을 보더니

가고싶다고 했기 때문에 갔어.



나는 치즈를 참 좋아해서

치즈가 들어간 메뉴를 시켰지.

그리고, 국물에 밥은 진리!!




비주얼은 그닥이지만,

맛은 훌륭했어.


그다지 맵지도 않고, 적절하게 달았어.

그리고 치즈는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치즈폭탄이라고 해서 먹을 때마다

황홀감을 맛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내 기준에는 못 미쳤엉.



매운 음식에는 역시 쿨피스지!

이것 또한 한국 문화라고

홍보함.



매운 거에 쿨피스 

언제부터 성행했던 거임?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점.



그리고나서

우리는 숙소 체크인하고

좀 쉬었어.



호텔 방에 대한 사진은 없는데

그냥 모텔이야.

누가봐도 모텔!

근데, 간판은 호텔!



"야 이게 한국 호텔이야?"



"이건 사실 모텔이라고 볼 수 있지"



"뭐? 근데 왜 밖에는 호텔이라 써있어"



"그거야 사장 마음이지!

태국이야 800바트(26,000원)로도

컨디션 좋은 호텔에 머물 수 있지만,



여기는 두배 값을 더 내도

모텔에서 못 잘 수도 있어!

다시 한번 한국에 온걸 환영해!!"



대충 짐을 풀고, 우리는 여행계획에 따라

지하철을 타고 롯데월드를 갔어.



T는 나에게 여행계획을 

전부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내가 여행계획을 짜고 보내줄 때마다

관여를 엄청했어.

그 중에 하나가 롯데월드야.




'하... 

급 피곤하다... 이 놀이기구를 언제 다 타지...

일요일이라 사람도 엄청 많고, 

내일 출근도 해야하는데...'



밖에 있는 야외기구부터 돌아보다가,

밤이 되니까 너무 추워서

안으로 다시 들어옴

(이 때, 초 봄이라 추웠음)



막상 타니까 신났어.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나 많아서



바이킹 타는 데만 

40분 걸렸던 것 같아.

그 이후로는 사람이 비교적 적은 

신밧드의 모험 이런거만 탔지.



체력도 바닥나고, 걷는 것도 힘들어서

롯데월드 안에 있는

박물관이나 가자고 했어.



아니, 무조건 가야한다고 했어.

한국의 깊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박물관은 각 시대상황들이 

미니어처로 만들어져 있었고,

많은 유물들이 있었어.



조명을 설치해서

미니어처임에도 불구하고 

근엄하게 나온 것 같아.

하나하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인형들이었어.



첫 날에 여기 온 건 좋은 생각이었어.

앞으로 경복궁이라던지, 동대문이라던지

가볼 테니까, 이런 배경을 알고 있다면

볼 때 더 흥미롭지 않을까?




T의 가방을 메고 하루종일 돌아다녔어.

이건 뭐 거의 짐꾼수준...

늦잠자서 공항 못 간 것 때문에 

뭐라 할 수도 없고...



우리는 박물관을 마지막으로 돌아가기로 했어.

지하철을 타고, 수유에 내려서

마트를 들렸어.



'또 먹을 거나 사겠지'

생각했는데, 뭘 자꾸 찾더라고?



"T, 뭐 찾아?"



"음, pad..."



"패드? 뭐 붙히는거?

파스 말하는 거야?"



"Sanitary pad...""



"그게 뭐여??"



"Blood!!!!!!!!!!"



"아!! 대일밴드!! 여기에 있어!!"




"-_- Blood Period"



"혹시 너 날개가 달렸지만

날 수 없는 슬픈 녀석을 찾는 거야?"



"응"



 

장황한 설명 끝에 드디어 찾았다.

자,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한국 생리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니까

한 번 써보고 말해줭.



마트에서 나간 후 우리는

수유에서 유명한 갈비집

'유리갈비'를 갔어





와... 외국친구 한국음식 먹이러 갔다가,

진심으로 내가 반함.

여태껏 내가 먹었던

돼지갈비 중 최고였어.



참 숯향과 함께

씹으면 달콤한 육즙이 입 안을 감싸는게

목구멍으로 넘기는게 아까울 정도.



더 마음에 드는건 무한리필이라

T랑 엄청나게 먹어댔어.



훌륭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T랑 가던 중에

고기만 먹으면 배에 신호가 오는

내 고질병이 발병했어.



유리갈비에서부터 우리가 있던 숙소는 

약 1km정도 떨어져있었어.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디딜 때마다

나는 식은 땀을 흘렸어.

내 대장은 이미 연동운동을 시작했고,

상황은 매우 심각했어.



신호등에 멈춰섰을 때

나의 괴로움은 최고조에 다다렀지.



"J 어디 아파?"


"너 알잖아... 나 고기 먹은거"


"똥 마렵다고?

너는 태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똑같네!!"




T는 조여진 나의 괄약근을 보고 박장대소를 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내 옆구리를 찔러댔어.




T가 찌르는 깊이만큼 내 분비물이 나오는 것만 같았어.

정말 T에게는 미안했지만,

그 순간 진심을 다해서 풀파워로 T 등짝 때렸다...



신호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이

T의 등짝을 때리는 소리를 듣고 일제히 다 쳐다봤고,



신호가 바뀌자마자

나는 괄약근을 조인 채 눈 앞에 보이는 

카페 화장실로 총총거리면서

뛰어갔어.



상황은 원만하게 종결되었고,

숙소에 들어가고 나서



T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말했어.



그래서 남자답게

벽치기 하면서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어.






 - 비록 네가 삔뚜가 상할지언정

네 앞에서 똥 지리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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