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의 여행기간동안
수유에서 같이 숙식하며
의정부로 출근해야만 했어.
그래서 옷이 매번 똑같아.
다행히 주변에 빨래방이 있어서
세탁을 하긴했어.
아침마다 7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는게
힘들긴했지만, 그래도
끝나고 갈 때가 나름 즐거웠던 것 같아.
점심시간에 T에게 연락이 왔어.
"나 약 필요해"
"무슨 약?"
"생리통약..."
음?
"너 많이 아파?"
"응 많이 아파"
"그러면 너가 약국에 가서
이거 보여줘"
생리통 약 주세요
많이 아픈가?
좀 걱정이 됐어.
다음 날 얘 친구도 만난다고 한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그래서 퇴근 후 T에게 가기 전에 깜짝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
별 다른 건 아니고,
다음 날 아침에 난 일찍 출근하니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하나 만들어갔어.
내 비밀소스에 볶은 돼지고기와 맨 밥.
딸랑 두 개!!
조그마한 용기에 서둘러 담고,
T가 있는 수유로 떠났어.
도착해서 방 문을 여니
얘가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는 거야.
"T 많이 아파?"
"응 오늘 너무 아파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
"원래 여자들 그 날일 때는 막 먹어도 살 안찐다는데...
안 뚱뚱한 돼지는 매력 없으니까
가자, 돼지야 밥 사줄게."
이 사진은 자기 혼자 약국 가서
약 사왔다고 뿌듯해하더라고.
근데 정작 2알 세 번을 못 읽어서
못 먹고 나한테 물어보더라.
어쨌거나, 나는 T를 데리고 나왔어.
어딜갈까 생각하다가 힘 없을 땐 삼겹살!!
역시나 무한리필 집으로 ㄱㄱ!
'엉터리 생고기' 갔어.
이렇게 많이 구워서 다 멕임.
먹고, 또 열심히 아파야할텐데
많이 아파서, 아무데도 안 갔으면 좋겠다.
(피곤피곤, 귀찮귀찮)
이 날은 나의 간절한 바람대로
T는 못움직이겠다며 숙소에서
쉬자고 했어.
(나이스!!)
다 먹은 후,
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위해
고기집에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했어.
예고없이 찾아오는 뱃 속 폭풍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지.
역시나 멀쩡하던 배가
10분이 지나니 요동치기 시작했고,
나는 화장실로 직행했어.
정말 궁금한게,
나는 고기를 먹었는데
왜 액체가 나오는 걸까?
신기함.
숙소로 돌아가기 전
편의점으로 직행했어.
T가 아파서 못 나가는 대신
나라도 즐겨야지!!
안락하게 영화를 보며 맥주를
혼자 먹겠다고하니까
T는 심술이 났어.
미안하지만,
안 아픈 사람이라도
즐겨야하는거 아님?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나에게
삐진 T는 등을 돌려누웠고,
나는 내가 요리한 깜짝선물을
T 앞에 내려놓았어.
"이게 뭐야?"
"너 내일도 아침 안 챙겨먹고, 끙끙 앓을 것 같아서
만들어왔어.
요리해주는 남자 좋지 않음?"
"고마워! 잘 먹을게"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이걸로 오늘은 안나가고
평화로이 혼자 영화볼 수 있는데 뭐. 데헷!
내가 만든 요리는 이거야.
집에 있는 밥 퍼온거!
그리고, 삼겹살로 볶은 달달한 제육볶음!
다음 날 누워있는 시간이 아까운지
내가 출근하는 동안, 이거 들고
관광하러 나갔다더라.
퇴근 후 T를 만나
같이 설빙을 갔어.
나는 설빙이 굉장히 한국적이어서
꼭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갔는데,
이미 태국에도 있다고 하더라-_-;
여기 왜 온 것이냐
보는 T 표정이 하도 못생겨서
가려버렸어.
왠만하면 눈만 가리는데...
메뉴는 한국적인 콩가루 팥 빙수.
빙수 좋아하지도 않는 데다가
추웠는데도 불구하고,
한국빙수 먹이겠다고 왔는데
이미 아는 곳이라고
불평불평.
콩가루 코에 넣어드리고 싶었음.
그리고 온 곳은 동대문이야.
너무 늦게 온 터라 쇼핑센터는 문을 닫았고
갈 때도 없어서
청계천 산책로 걷다 들어왔어.
사진은 없지만, 조명 빛과 함께
걸으니 너무 몽환적이었어.
하지만, 다음 날
출근해야되므로
일찍 가자고 하니까, T는 아쉬운 눈빛...
"미안한데, 빨리 들어가자
나 다음 날 출근이야"
"아.. 알았어"
'위험하다.. 이대로면
두고두고 원망들을 것 같다...'
그래서 뜬금없이
로맨스 드립이 생각났어.
"태국여자는 신발끈도 하나
제대로 못 묶나? 앙?
뭐 메줄 남자가 있었어야지~
가만있어봐라 애기야!"
작전성공, 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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