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24일동안 사용한 콘도의

전기세와 수도세를 냈던 날이야.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이 아팠어.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아침햇살이 날 깨어주었고

난 기분좋게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지.


한국에서 자다 깨면

온 몸이 뽀사질 것 같은데

내가 묶던 콘도에서 아침을 맞이 할 때면

너무나 기분 좋게 아침을 맞았던 것 같아.

생각해보면 아무렇지 않았던 이런 당연한

순간들이 무척 그리워지넹...



발렌타인데이 때 받았던

꽃은 조금씩 시들고, 고개가 꺾여버렸어.

자기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인지

어두컴컴한 방에서 조금이라도 햇 빛을 더 받으려고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제 생을 다 한 것 같아.


그래도 살려보겠다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가위로

가지치기를 했지.


그러던 와중에 T에게 연락이 왔어.


"J, 너 오늘 수도세랑 전기세 내는 날인거 알지?"


"당연히 알지!

너무 떨린다..."


나는 전화를 끊고 떨리는 마음으로 

고지서를 확인하러 갔어.


가격은?!!


1131바트였어.

한화로 3만 9천원정도.

예상보다 많이 나왔지만 

이 정도면 선방이라고 생각해.


거진 24시간 에어컨 풀로 틀고

한국에서 자취할 때보다도 적게 나왔으니...

태국 전기 값 싸다고 했는데

이것도 콘도마다 다르니 유의해야함.


대충 설명하자면

국가에 직접내는 곳이 있고

회사에서 떼어먹는 곳이 있는데

내가 묶은 콘도는 회사에서 떼어먹는 시스템이라

1유닛 당 7바트임.


국가에 내는 곳은 1유닛 당 3바트인데

회사에서 떼어먹는 곳과

전기세가 두 배 이상은 차이가 나지.

얼마 안 묶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길어지면 스트레스니까

장기로 집 구할 때 꼭 살펴보길바라.


그리고 이 때까지 쓴 돈을 정산해봤어.

43000바트 썼더라구.

한화로 147만원...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와우! 놀라워라!


내 한달 금액인 25000바트

85만원에서 한참 벗어났잖아?

근데 아직도 일주일이나 더 버텨야한다는 점이

날 더욱 슬프게 만들었지.


"J 얼마 나왔어?"


"1131바트 나왔어"


"히에엑?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우리 집에 안 쓰는 

선풍기 있는데 그거 쓸래?"


"아니, 에어컨 정도는 

내 맘대로 틀고사는 삶을 살고 싶어.

아직까진 괜찮아.

에어컨은 내 행복임..."


"맘대로 하렴.-_-

내일 마사지나 받으러 가자.

일본식으로 되어있어서

온천스파까지 같이 받을 수 있는 곳이야."


"얼마냐 캅?"


"한 시간에 390

한 시간 반에 550바트"


"미.. 미안하다 캅.

나는 도저히 무리다 캅"


"내가 낼게!

온천도 같이 받을래?"


"그러면, 미안하니까

그냥 마사지만 받자"


"기왕 내가 내주는 거면

요구 할 거 다 요구해."


"아니야...

한국에도 스파 많아... 흑흑

나 그냥 베트남 여행 다녀와서 

치앙마이 Z형 집에가서

10일만 머물다 올까?"


"그게 돈 더 들잖아. 

그냥 여기 있어!"


"치앙마이가면 그 형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댔어!

돈 가지고 오지말라고 하는 좋은 형임..."


"베트남 다녀와서 일을 할 생각을 해라!

일부터 구해!"


"네..."


"아무튼, 나 일 끝나고 

클리닉 가는데 너 여기 와있어라"


"예...?

제가 거길 왜 가야하죠...?"


"내가 보고싶으니까!"


"미안미안, 

너 얼굴 비타민 주사 

맞는거 보러 뭣하러 감.

돈 없어서 어디 못나가요.

그냥 오늘은 집에서 쉬어야될 것 같음"


"내가 간다 그럼.

밥 사주냐?"




"흐윽...

나 먹을 돈은 없어도

여친 밥 먹일 돈은 있을 거야..."


"그랭, 나 오늘 너네 집에서 

자고 간다~"


T는 퇴근 후 클리닉에 가서

비타민 주사를 맞고 

뽀송뽀송한 얼굴로 

우리 동네로 왔어.


"J, 우리 뭐먹어?

맛있는 음식을 사줄꺼야?

택시 부를까?!"


"하... 돈 없다고 한거 귓등으로 들으셨나...

오다가 쏘이몰링 마을잔치 

열린거 못봤으셈?!

우리는 거기가는 거다."


"하아... 한국인 남친 만나는데

어째 태국로컬 음식을 더 먹는 것 같다..."




여긴 몇 번 소개 한 적 있는

쏘이몰링에서 제일 인기많은

굴다리 밑 레스토랑이야.


이 날 따라 무대를 설치해서

밴드 공연도 하고 맥주옷 입은 여자가 

술도 따라주고 그러더라고.

어딜가나 맥주 옷 입은 여자들은

몸매가 미쳤다...


하지만, 보는 거 T에게 걸리면 안되니까

왼 쪽 눈은 T를 쳐다보고 오른 쪽 눈은

여자를 쳐다봤어.

님들도 안구운동 연습하셈.


같이 있는 상대방에게는

'너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볼 건 다 볼 수 있으니까.



덕분에 저렴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음악도 듣고 이쁜 누나들도 보고 

굉장히 좋았어.


메뉴는 짐쭘이라는 

태국식 샤브샤브를 먹었어.

건강해지는 맛이야!


나름 고기도 많이 있어서

생각보다 푸짐해.

그리고 국물 하나는 진짜 인정!

미원이 반 이상 들어갔겠지만

한국에서 팔아도 잘 팔릴 것 같은 맛이야.


나중에 이거 그릇 사와서

한국에 음식점 차려볼까도 생각중이야.


그러던 중, 예기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지...


식사 도중마다 나는 T와 

대화를 하고싶었는데

접시에 코 박은 채로

듣는 둥 마는 둥 얼굴 보지도 않고 

대답하는 거야...


그게 몇 번이고 계속되니까

나도 화가 나더라고.

나는 얼굴 좀 보면서 오늘 어땠는지, 

뭘 했는지 물으며 식사하고 싶었는데

얘는 상대방 얼굴도 보지도 않고

그냥 무심히 툭 말하고 밥만 먹는거야.


내가 이러려고 집 안에 틀혀박혀

얘 만나기만을 기다렸나싶었어.

이럴 거면 전화로 말하지

굳이 여기까지 와서 

밥 먹으면서 얘기 안해도 되잖아.


그래서 T에게 말했어.


"우리 얼굴 마주하면서 

대화하면 안될까?"


"보고있잖아, 

그럼 밥 먹지 마?"


"아니, 지금도 말할 때만 

그렇게 날 슬쩍 보고

또 다시 나 쳐다보지도 않잖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대화도 좀 하면서 먹자.

밥 먹으러 여기왔어?

나 보러 온거라메"


"뭐가 문제야?

우리 집에선 원래 이러는데?

태국에선 이게 일반적이야~"


이 한 마디에 빡 터졌어.

또 그 개소리 한다.

언제나 자기 신나는 일 있으면

밥알 튀겨가면서 자랑하면서 먹었는데 


"야, 내가 너네집 가족이냐?

너 너네집에서도 식사매너 개판이더만.

부모님이 말할 때도 쳐다보지도 않고.

그런 싸가지 없는 딸이 어딨어?!


하물며 그걸 나한테까지 그래?

나 니 남자친구야.

그렇게 대하는게 여기선 당연한 거야?

나 하루종일 대화 할 사람도 없이

집에서만 계속 있다가 

대화 할 수 있는 사람이 너 하나 뿐인데

꼭 그래야 해?"


"일이 힘들어서 그래~"


"너 집에 그냥 가라~

그냥 가서 푹 쉬어"


"뭐? 나 너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집에 가라고? 그게 할 소리야?

내가 니네 집 개야?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야돼고?"


"개소리 하지 좀 마라.

온다고 통보한 건 너잖아.

돈 없다고 사정 말 안한 것도 아닌데 

무턱대고 와서 밥 사달라고 그러질 않나.


뇌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러면 얼굴이라도 보면서 얘기를 좀 하던가.

밥만 쳐드시러 여기 오셨어요?

귀엽다 귀엽다 해주니까

개진상피우는 것까지 귀여운 줄 알지?"



-다음 편에서-









오늘 쓸 내용은 단기 여행자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내용이야.

누가 여행까지 가서 

피시방에서 게임하겠냐마는

처음 태국 피시방에 가서 

게임한 얘기를 써볼게.



전 편에서 태국 여자친구에게 

감정이 상한 나는 이틀 정도를 연락하지 않았어.

'니가 과연 태국에서 내 도움없이

잘 생활 할 수 있을까?'

라는 태도를 T의 얼굴에서

봤기 때문에 더 오기가 나더라.


방장 형을 만나 같이 놀고 싶었지만,

그 형님은 카오산에서 만난 서양 애들이랑

차 끌고 다른 지역으로 여행가있었고,

단톡 방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은

여행이 끝나서 돌아가거나 여행 막바지라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연락하기도 좀 그랬어.


결정적 요인으로는 너무 자주 논 것 같아

계산해보니 1달에 쓸 수 있는 돈을 반 이상 썼기 때문에

돈 관리 차원에서 연락을 못 함.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하루 왠 종일 집에 틀혀박혀있어야 했지.

공복에 운동, 음악작업을 하고 난 후로는

도무지 할게 없었어.

내 방이 마치 드래곤 볼에 나오는

'시간과 정신의 방'처럼 느껴지더라.


이 날 내 가계부를 보면

아침 및 커피 값으로 115바트(4,000원)를 쓰고

저녁 값 100바트(3,300원), 구름과자 값 98바트(3,200원)을

쓴 게 전부야.


이걸 보면서 느낀게, 방콕에서 장기로 살려면

아무것도 안해도 하루에 

최소 10,000원은 들어가는 구나 생각했지.

한국보다는 생활비가 적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머무를 때의 가정 하니까

참고들 하셈.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날은 저물어왔고 그렇게 쓸쓸히

잠을 맞이했지.

독거노인들의 쓸쓸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게 되었는데

또 다시 전 날과 같이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 짜증났어.


난 한국에서 시간을 때울 때

주로 피시방을 가던게 생각났고

태국에도 사람 사는 곳이니 물론 있을 거라 생각하고

구글링을 통해 피시방을 검색했지.


PC place라고 검색했는데

나올 리가 없지.

검색을 통해 피시방의 영어는

Internet Cafe라고 하더라.


다행히 집 주변에 3개가 있었는데

집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제일 가까운 곳을 먼저 가보기로 했어.

하지만, 그 곳에는 허름한 건물만 하나 있었고

그 곳에는 피시방 따윈 없었지.

이미 오래 전에 망했나봐...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두 번째로 가까운

인터넷 카페로 향했는데

가는 거리 내내 사람들이 복작복작한 게

무언가 있을 거랑 희망을 주었어.


그리고 교복입은 어린이들도 많이 보였는데

주변에 학교가 하나 있더라.


아마 초등학교 인 것 같은데

태국초딩들이 와글와글했어~

교육 쪽을 전공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교육과정과 교육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한 번 찍어봄.


그리고 주변을 쭉 둘러보니 역시나처럼

학교 주변으로 불량식품도 많이 팔고

분식집 비슷한 것도 즐비해있었어.



구글맵을 따라 여기 초등학교를 지나고

조그마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끝 쪽에 허름한 피시방이 보였어.

그리고 운영도 하고 있더라고~


일단 아침밥을 근처에서 먹고

하루종일 게임 할 생각으로 

밥집을 찾아다니다가 길거리 음식점을 발견했어.



딱 봐도 비주얼이 순대국인 것 같고

가격도 60바트(2,100원)정도로 저렴해서

바로 곱빼기로 시켰지.

참고로 곱빼기는 피셋이라고 말하면 되니까

곱빼기 먹고 싶은 사람들은 기억해두셈.


맛은 역시나 기대했던 순대국과 비슷했어.

호로록 호로록 맛있게 먹었지.


그리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120바트(4,000원)라는 거야.

뭔 개소린지 싶었어.


어딜가나 곱빼기를 시키면 10~20바트 

붙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는 두 배가 붙는다고?

양도 그리 넉넉하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계산 잘 된거 맞냐고 했어.

나 이거 시켰고 곱빼기로 시키고

다른 거 안 시켰다고 하니까

그래도 120바트래.


나랑 똑같은 거 먹은 사람은 

70바트 받는 거 봤는데...

이런게 외국인 전용 바가지 가격인가?


속으로 따질까도 생각했지만

이 때 태국어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았으므로

따지지도 못한 채 마음 속으로 

발씨발씨만 외치며 그냥 계산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다...ㅠ


나중에 T에게 물어보니까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했어~

그렇게 아침밥을 먹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태국 피시방에 입성했어!


들어가니까 미국 고스족 분장한

다크다크한 태국 여자애가 카운터 책상에

발 떡하니 올리고 드라마 보고 있더라.


"아...안녕하세요캅?"

"앙? 뭐냐? 이용할라고?"

"네... 여기 한 시간 얼마에요캅?"

"15바트, 선불이다"

"5시간 할게요... 여기 백 바트입니다캅"

"잔 돈 없다, 이따가 거슬러 줄테니까

일단 하고 있어라"


너무 포스가 후덜덜해서 물어보기도 무서웠어.

다행히 잔 돈은 거슬러 주더라고.

안 준다고 해도 말 못 할 것 같은 

위압감을 가진 여자였어.


그리고 피시방 안 쪽에는 인생 다 산 것 같은

느낌의 문신한 녀석들이 일제히 외국인인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

굉장히 무서웠는데 알고보니 걔네는

피시방 카운터 여자애의 일행이었어.



나중에 T랑 그 피시방 잠깐 같이 갔을 때

질 안 좋은 사람 많은 것 같다고 가지말라고 했지만

마땅한 피시방이 없어서 그냥 계속 갔어.

근데 뭐 아무 일도 없었음.


밤 늦게 새벽3시까지 있으면 

단체로 와서 시비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거 없었음.


왠만하면 지들 게임하느라 바쁘고

오히려 구름과자 먹을 때 라이터 없으면 

먼저 라이터도 빌려주는

배려심 있는 놈들도 있었어.



피시방 1시간 가격은 

15바트(500원)정도로

한국보다 싸거나

거의 비슷한 편이야.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 상태는?

진짜 쓰레기였어.

특히, 비 오는 날 천둥번개치면 인터넷 끊긴다?!


치앙마이 대학교 앞에 있는 피시방은 

같은 가격에 피시방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기계식 키보드에다가 사양도 좋던데...


그래도 주변에 게임을 할 수 있다는 

피시방이 있다는 걸로 위안을 삼았지.


나는 한국에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주로 했는데

태국에도 있더라고?

그래서 바로 깔았어.


태국 게임 유저들의 수준은?

이기는 거 생각 안 하고 행복하게 게임하는 편이야.

5대5 단체 협동 게임에서도

팀의 승리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그래도 나름 재밌었어.


걔네가 욕하는 거 나는 하나도 읽을 수 없었거든.

한국에서는 부모님 안부 묻기 바쁜데

그거 하나는 좋더라.


피시방에서 5시간 정도 놀다가 

슬슬 지치고 배도 고파서 집으로 돌아갔어.

여기 피시방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꽤 멀고, 밤이 되면 굉장히 무서워.

그래서 처음에는 밤 10이전에 집으로 항상 돌아갔는데

정신없이 게임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새벽2시인거야.


택시타고 집까지 가는 돈도 아까워서

 그냥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왔는데

가로등도 많고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 이후로도 그냥 좀비처럼 어슬렁어슬렁 

밤거리를 돌아다녔어.

쏘이 몰링은 생각보다 안전한 동네인 듯.


어쨌든, 게임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왕좌의 게임 보면서 먹고 있는데

누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거야.


'뭐지? 찾아올 사람 없는데?'


그리고 문구멍으로 쓱 봤더니

이상한 꽃 같은게 있는거야.

그래서 영화에서 나오듯이 꽃 사이에서

칼이나 권총뽑아들고 위협하는 장면이 문득 생각나서

없는 척 하려고 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났어.


그건 바로 T

"J, 나야. 문 좀 열어봐!"

그제서야 나는 안심하고 문을 열었지.

T는 그 날이 발렌타인데이라

서프라이즈 선물로 꽃을 사들고 온 거였어.


T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쪽지를 붙혀 화분을 주었어.


"고마워, 근데, 꽃 따위로

내 기분이 풀릴 거라 생각했어?"


나는 T의 버릇을 고칠려고 좀 세게 나갔지.


"미안, 그래도 이렇게 내가 먼저 찾아왔잖아."


"흠, 이번 한 번은 봐준다.

잘 해라!

그건 그렇고, 이건 생화냐, 조화냐?"


이거 생화야! 잘 키워보라고!

너 환기도 잘 안시키니까

공기도 맑게 할 겸 선물로 사왔지"


"그래, 고맙게 잘 키우도록 하지.

오늘 발렌타인인데 초콜릿은 어딨느냐?!"


"초콜릿 대신 이건뎅?"


"헐... 무엄하도다!

잘못을 했으면 초콜릿도 사와야지!!"


"이따 사줄게~"


"초콜릿 먹고 싶으다

초콜릿, 초콜릿

남들 다 받는 기본적인 초콜릿

나는 태국에서 너 말고 받을 사람 없는데, 초콜릿

일도 안해서 의리 초콜릿도 못 받는데, 초콜릿

입에 넣으면 달콤해서 사르르 녹아버리는 음식, 초콜릿

받는다면 기분이 매우 좋을거야, 히릿"


"그거 랩이냐, 투정이냐. -_-

알았어, 가서 사오면 돼잖아!"


"서둘러라 캅" 


이렇게 억지로 초콜릿을 뜯어내고

사과도 받았으며 꽃도 받았지.

무엇보다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을 앞세워

T의 기를 잡은 의미있는 날이었어.



오늘 글은 여기까지 쓸게!

담 편에서 보장!!


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한국여행을

마치고 태국으로 돌아가는 편이야.




우린 제주도에서 돌아오고

다시 수유로 이동했어.



같이 하루를 보내고

나는 의정부로 출근하러 갔어.



T가 그렇게 벚 꽃을 보고싶어했는데,

출근 도중 보니까

이미 피고있는 중이어서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



여기는 수유를 지나는 중랑천!

산책로 주변으로 벚 꽃이 만개해있었어.

이른 시간에 출근해서 비몽사몽 간에

한 컷 찍었어.



4시 반 칼퇴근을 하고

나는 곧장 다시 수유로 향했지.

T랑 보낼 수 있는

마지막 하루였기 때문에

아쉬움에 서둘렀어.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수유역 근처로 나오라고 했고

우리는 T의 베스트 맛집인 유리갈비로

다시 향했지.




이 때 갈비를 하도많이 먹어서

지금은 갈비 굽는 데에는 도사가 됬어.


화력 조절하기 힘들어서

자칫 잘못하면 겉에는 타고,

안 쪽은 익지 않기 마련인데



지금은 스킬이 생겨서

친구들 사이에서 갈비 전문인으로 통하고 있지.



얼마 전에는 내 삔뚜를 상하게 한 친구에게

너랑은 갈비집 같이 안간다고 으름장 놓았는데,

그 친구가 갈비먹고 싶다고

나한테 석고대죄한 적 있어서 나름 뿌듯함.



우리는 갈비를 먹고,

숙소에 잠깐 들렸다가 바로

명동과 남산 쪽으로 향했어.



지하철 안에서 한 컷 찍었어.

T랑 같이 다닐 때,

사람들이 가끔 T에게 물어봤어



중국사람이냐고.

그럴 때마다 난 T를 놀렸지.

너 포청천 나오는

판관 닮았다고.



맨날 이마에 달 표시 그리다가

등 짝 맞았었어.



사실 T는 중국계 혼혈이야.

아버지가 중국인이고, 

어머니는 정통 태국 이싼사람이야.



얘네 가족도 다음 태국여행 할 때

만나게 되었고,

심지어 얘네 가족여행까지

끌려갔어-_-;



이 얘기는 또 포스팅함.



우리는 남산의 야경을

보기위해 버스를 타러갔는데,

버스를 반대로 타버려서

갔을 땐, 이미 해가 져버렸어.



그래도 우열곡절 끝에 도착함!

남산에 가면 자물쇠지!



근데, 남산에서는 

엄청나게 비싸게 팔 것 같아서

일 터 앞에 문방구에서 

3천원주고 싸게 미리 삼.



역시나 가서 자물쇠 가격보니까

8000원~10000원정도 하더라.

창렬창렬해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영어로 씀.

쓸 때 죽는 줄 알았음.

영어로는 작게 못 쓰겠더라고...



남산타워 안에서

야경 보면서

T 얼굴 냄새 맡음.



태국여자의 면상에서

익숙한 갈비냄새가 난다...




마지막으로

한 강이 잘 보이는 곳에서

야경 구경했어.



서울의 야경은 

태국의 야경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

더 깔끔하다고 해야하나?



야경을 보고 우리는

명동으로 이동했어.



태국 사람들은 라인 프렌즈를 참 좋아해.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만 빼고

라인 프렌즈를 다 좋아한다고 

해야 하는게 맞는 거겠지?



우리나라만 카톡을 쓰고

다른 나라는 라인을 

주로 이용하더라고?



우리는 저기 큰 곰 인형 앞에서 

사진찍기위해

20분을 기다려야했어.

이름은 브라운이래.



그리고는 T는 명동의 로드 화장품 샵에

가서 대량의 화장품을 구입했어.



우리나라에서는 저렴저렴한

브랜드일지 몰라도

태국 내에선 같은 제품이 

엄청나게 가격이 뛰거든.



만약, 태국에 친구가 있다면

갈 때 면세점에서 간단한 화장품 선물 해주셈.

안 친하다면 주지말고~



그 이후로 T는

쥬얼리 샵에 들어갔어.


'이거 사줄거야?'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T



어떤 여자인지 

파악하기 전까지

이런거 함부로 사주지 않음.



(사실 내가 돈 많다면 기냥 사줬지)



다음에 온다면 

사줄겡.



출출해져서 우리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의정부 출신인 내가 사는 고장의 음식을

안 먹여봤다는 생각에 

부대찌게 집으로 갔어.



놀X 부대찌게라는 

프렌차이즈로 갔는데

나는 먹으면서 계속 욕했어.



내가 의정부 출신이라고 

부대찌게에 대한 

이상한 자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나는 의정부에 초2부터 살았어도

의정부 부대찌게를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먹어볼 정도로

관심이 없었어.



근데 여기는

간이 이상할정도로 맹맹하고,

건더기도 몇 없는게 

가격은 슈퍼울트라 창렬해서

 T도 이게 뭐냐며 황당해했어.




그리고 T는 '모든 부대찌게는 이런 맛이다'

라고 생각했는지

두 번 다시 안 먹겠다고 하더라고.



나중에 내가 끓여서 

제대로 줘야겠음.



밥을 다 먹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서

마지막 밤을 같이 보냈어.



한국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하며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며 잠들었지.



다음 날 T의 귀국 비행기가 오후라

점심 때 쯤에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로

잠깐 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출근 전에 편지지를 사서

쉬는 시간 틈틈히 편지를 썼어.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학교를 몰래 탈출하였고,

T는 학교 앞으로 도착했어.



T는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사진을 찍더라고.



생각해보니, 관광지만 갔을 뿐이지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몰랐겠구나 생각했어.



T와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스테이크 집으로 갔어.



마지막 식사로 맛도 분위기도 괜찮았어.

다만, 학교 수업 종이 다시 치기 전에

후다닥 들어가야한다는 점만 빼고...



아쉬움에 스테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어.



식사를 마치고, 

나는 내가 써온 편지를 주었어.

근데, T도 나한테 편지를 써왔더라?

마치 교환하자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너랑 헤어지는게 두 번째라 이번에는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아니네"


"너가 또 우울할 것 같아서

선물 하나 준비했어."


"진짜? 뭔데?"



"비밀이야, 나 비행기 시간 늦겠다

일단 갈게!"


"야!!! 선물은?!

구라쟁이야!!! 선물 내놔!!!"



"방구나 먹어라!"



T는 버스를 타며 

구린내만 남긴 채

허망하게 떠났어.



'야... 아무리 내가 니 앞에서 뿡뿡대며 

방귀 뀌고 이불 안에

가둬두는 장난한다고 해도

이런 마지막은 좀 아니지 않냐?'



울 것만 같은 감정을

숨기려 한 T의 행동이었다고 해도

니 방구냄새는 너무 지독했어.



그래도 우울한 감정보다는 분노가 낫다

고맙다.





T는 공항에 도착해서

내 편지를 찍은 사진을 보냈고,

나 또한, 쌍욕과 함께

T의 편지를 찍어보냈지.




다음 날,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을 때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왔어.



목소리는 남자였는데

내 이름을 말하며,

잠시만 교문으로 나와달라고

하길래 자연스레 교문을 쳐다봤지.



그 아저씨는 뭔가를 들고 있었고,

자세히 보니 꽃 바구니였어.

살면서 꽃 바구니는 처음 받아보네...



내가 꽃 바구니를 들며 돌아오자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과 교사들은 박수를 쳤고,

나는 어리둥절했어.


 수업을 마치고

나는 서둘러 내 자리로 갔어.

그리고, 꽃 바구니를 살펴보던 중

편지를 발견했어.







'또 만날 때까지 잘 참고 기다려!

너무 우울해하지말고!!

한달 반 뒤에 너보러 또 갈게!'

- 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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