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 만에 글을 쓴다ㅠ

왜냐하면, 요즘 계속 야간 10시 반까지

노가다 강제노역을 했기 때문이지...


돈 벌기 싫다고 해도

자꾸 부자되라고

밤 늦게까지 노역시킴ㅠ

몸이 많이 피곤해서

그동안 글을 못 올린 점

유감스러움.


아, 2천명의 팬들이

내 글을 기다렸겠지만

미안하진 않음.

작가가 사는 게 먼저 아니겠음?!


돈 많이 벌어서 휴식 취하면서

또 재밌는 글 써야징!


오늘은 노가다 팀원들과

분위기에 대해서 잠깐

소개해보려 해.


팀장(37세)

처음으로 팀장을 맡아본지라

아무것도 모르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전달만 해서 가끔은 좀 불쌍하기도 해.

나름 건대 수학과 졸업한 인재이기도 한데

캐나다에 이민가고 싶어서 용접을 배웠고

7년동안 기술자로 일을 하다가 이번에

팀장을 처음 맡아봤대.


그래서 인지 윗대가리들 눈치 겁나게 봄.

그러면 아래 노동자들만 죽어나는 거지 뭐.

팀을 맡았을 때 같이 일하던

3명을 데리고 팀을 창립했지.

그 중 한 명은 일본과 호주에서 워홀을 한

능력자 형도 있어.


이 팀은 고학력자와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아서 재미있어.


주형(36세)

팀장과 같이 팀을 설립한 초창기 멤버로서

준기공이지만, 나는 늘 이 형과

일하고 있어.

이 형도 신기하게 태국여자친구가

있어서 많은 게 통하겠다 싶었는데

일 할 때는 칼 같아서

항상 또 혼날까 눈치보면서 일해.


쉬는 시간에는 재밌게 다가오지만

일 할 때 눈치를 너무 많이봐서인지

부담스럽다.


앞에서는 겁나게 혼내고

쿠사리줘서 가끔 굉장히 서럽고 화나지만

뒤에서는 나 엄청 칭찬해준다더라.

그 얘기 듣고 좀 풀림ㅎ

전형적인 츤데레 스타일 인 듯.


주형2(37세)

팀장과 초창기 멤버로

일본과 호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한 경력이 있는 유쾌한 형이야.

이 형도 이번 일 끝나면

태국가서 1달 살기 도전해보겠대.


용용이(28세)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지만

용접사인 기술자녀석이야.

이 녀석은 유명한 예대 실용음악과

보컬로 들어가서 음악말고

다른 교양같은 과목을 듣는게 싫어서 때려쳤데.


집안이 용접사 집안이라

가족에게 용접을 배워서 어릴 적부터 용접을

해 온 노가다계 엘리트 녀석이지.

사람들도 이 녀석이 용접할 때 깜짝 놀래.

나이도 어린게 빠르고 정확하게 한다고.

일 할 때만큼은 나도 존댓말 써가면서

기술자 대접함.


그 엄청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겠어.

내가 공부했던 만큼 용접봉을 잡았겠지?

이 녀석과 가끔 일할 때

열심히 딱깔이 하고있음.


대길이(26세)

이 녀석은 덕트만 1년 반 동안 했다가

배관 쪽 처음해보는 녀석인데

나보다 일을 더 잘 해.

그래서 이 녀석한테도 굽신거리면서

계속 알려달라고 그러고 있지.


다행히 성격도 착하고

개그코드도 나랑 잘 맞아서

말도 안되는 개그를 치면서

지내고 있지.


이 녀석은 빨리 돈 모아서

제주도에 땅 사고싶대.

그리고 이번 일이 끝나면

제주도에서 1달 살기 도전한다나?


여튼, 수 많은 인물이 있지만

여기까지만 소개할게.

힘들당.


노가다를 하면 함바식당이라는

노가다인 전문 한식뷔페에 가서

짬밥만 먹는데 너무 지겨운거야...


그래서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혼자가면 안 받아줘서

누구 먹을 사람 없나해서 찾아봤지.

그 때 용용이 녀석이

자기도 고기 좋아한다면서

같이 가자고 제안하더군!


그래서 갔지!

한국음식 후기에 나온 그 곳!



파주 부담없소에 그 녀석과 함께 갔지!

와... 이 녀석도 엄청 잘 먹데?

노가다맨들은 원래 이렇게 잘 먹음?

난 태국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돼서

배부르면 안 먹는 병에 걸려

많이 못먹었지만

이 녀석은 미친듯이 먹더라...


여튼, 이 녀석이라도 내 대신

많이 먹어줘서

돈이 그리 아깝진 않았어.


아! 쓰다보니까 까먹었네.

왜 제목이 저럴까 궁금할거야.

노가다 현장 내에서

한국에서 이미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한

'정'을 발견했거든!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나는 주1형에게 쿠사리를 먹고

한 참 풀죽어있었는데

주1형이 몽키라는 공구를

가져오라고 내게 퀘스트를 주었어.


그 쉬운 퀘스트마저 완수하지 못한다면

나는 또 쿠사리를 먹게 될 거고

내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해

하이바를 집어던지고

"X발 줏 같은 거!

안 해!"를 외치게 될 게 뻔했어.


그래서 우리 팀의 공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몽키라는 공구를 찾아봤는데

다른 팀원들이 가져갔는지

없는 거야.


보통 상황이면 없다고 

말하고 오면 되지만

정말로 절실하게

 필요했던 상황이었거든.

어떻게 해서라던지 구해야만 했어.


그래서 다른 업체에 무작정들어가서

미안한데 몽키 좀 빌려달라고 하니까

처음엔 개인 거라 안된다고 하다가

내 울상인 표정보고 한 마디 하더라.


"이거 제 개인도구에요...

이거 없으면 저 밥 줄 끊기니까

다 쓰시고 저 안에 숨겨놔주세요..."


나는 무사히 몽키를 빌려서 갈 수 있었고

칭찬에 인색한 그 형에게

엄청난 칭찬을 듣게 되었지.

뿌듯하더라.

칭찬보다 더 좋았던 건

노가다 현장에서의 

정과 타인에 대한 믿음이었달까?


나는 너무 감사한 마음에

뭐라도 해야만 했어.

주머니를 뒤적거려보니

사탕 한 개와 휴지 한 조각!


'몽키 감사합니당

라오스 사탕 맛 보시라고

하나 같이 두고 갈게영^^'


이렇게 귀엽게 편지를 썼지!

이걸 본 다른 팀원들은

그 사탕 맛없어서 다들 버리는 건데

그 사람이 맛보는 순간

너 몽키로 머리 찍을 거라고 하더라.

헤헷! 고멘네!


요롬코롬 일을 하며 있다가

드디어 처음으로 

현장을 떠나는 사람이 생겼어.

같이 숙소를 쓰던 46살 기공 형님이야.


개인적 이유로 현장을 옮겨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이 분이 참 많이

 나 아껴주셨는데 섭섭하더라.

그래서 저녁이나 

다 같이 한 끼 먹자고 제안했지.


물론, 형이 사줄지 알고 있었엉.

형이 사준 그레이트한 저녁메뉴는?




바로 회야!

으아... 회 못먹어본지 얼마냐.. ㅠ

형님 감사합니다 ㅠ

덕분에 한국에서 회도 먹어보구

가는 게 슬프긴 하지만

입은 즐거웠습니다!


숙소 멤버들과

다들 그 형과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지.

즐거웠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그 형님이 떠나간 이 후로 나는

우울한 틈도 없이

다시 노동노동...


그레이트 노가다 하다가

시간 비면 또 글 쓸게!

뿅!


하잇!

오랜 만에 생존보고 한당!

파주에서의 노가다 생활은

좋게 생각하자면 나름 편하고

나쁘게 생각하자면 역시 몸은 피곤해.


처음 이 쪽으로 왔을 때

내가 해봤던 소방배관이라 자신감 있게

왔었는데, 알고보니 남이 설치해놓은

파이프를 개 보수 하는 작업이야-_-


내가 했던 일이 아니라

아예 다른 일이라 아는 게 없어서

자신감이 막 떨어졌었어.

그래도 뭐 이런 경험 흔치 않으니까

한 번 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개 보수의 특성 상 남이 해놓은 작업

뜯어서 수정해야하니까 기본 단가를 받으면서

할 일은 아니라고 다들 말하지만서도

다들 꿋꿋이 일하는 이유는

야간 연장 작업이 많기 때문이야!


내가 속해 있는 업체는

4월 말일까지 계약한 시공을

완료하기로 해있어서 무척 바쁜 상태야.

그래서 수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11시까지 일하고 심지어 

일요일도 출근해야만 해.


이 말인 즉슨

아침 7시부터 작업해서 11시까지

일을 한다면 하루 임금의

 두 배를 받을 수 있단 얘기지. 

말로는 쉬워보이는데

이 생활을 계속하니까

눈 뜨면 작업장이야.


숙소가서 씻고 누우면 1시고 

다음 날 5시 반에 기상해야 해.

그나마 나는 상황이 나은 편이야.

왜냐하면 나는 스쿠터를 가지고 왔거든!

남들 5시 반에 일어나서 출발할 때

나는 6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응가하고 출발해도 안 늦거든!


그리고 제일 좋은 점은

11시에 끝났을 때 나 먼저

스쿠터 타고 후딱 숙소가서 

제일 먼저 씻을 수 있다는 거!


어쨌든,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

몸이 삭는 기분이야.

다들 하는 말이 이렇게

야간작업을 두 달 넘게하면

몸이 무너진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두 달 뒤 컨디션보고

세 달 할 지 두 달 할 지

결정해야 할 것 같아.


이 팀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야.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도 있고

많은 형님들도 있는데

즐겁게 웃으면서 일하는 분위기라

일 할 때 할 것만 잘 하면

다른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


하지만 할 것만 잘 하기가 쉽지 않지...

심지어 나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나보다 일을 훨씬 더 잘하고

일 머리도 좋아.


심지어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는

벌써 기술자로 들어왔더라...

여기서 나는 생각했지.


'나이로 괜한 자존심 부리지 말고

일단 숙이고 들어가서

실력 인정하고 동생들한테 배우자!'


그래서 동생들한테도 일 잘한다며

아부 떨면서 일 좀 가르쳐달라고

처음엔 경계하던 동생들도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고

이제는 친해졌어.


그래서 내가 모른다고 무시하지 않고

잘 알려주고 그러더라.

사람이던 동물이던 칭찬이

최고의 약인 것 같아.




여기서 일한 지 1주일 쯤 되었을까?

예비군 훈련을 가야할 때가 되었어.

팀장에게 하루 빼야한다고 하니까

엄청 싫어하더라...

아무래도 엄청 싫어하겠지.


일도 안 나오는데 예비군 때문에

일한 거로 처리해야하니까.

근데 이게 당연한 거 잖슴.

누가 가고싶어서 감?


마지못해 처리해주겠다고 하는데

그걸로 3일 동안 엄청 생색내더라.

주말없이 일요일에 출근해서

일해주면 고맙다고 절해도 모자랄 판에!

여기서 수틀리면 그냥 가는 거여.


근데, 잔업이 많은 곳이니까

일단 버텨야지 ㅠ

자본의 노예 다 되었어...ㅜ


어쨌거나 일이 끝나고

예비군 가기위해

오도바이를 타고 파주에서

의정부까지 쐈지!

줏나 오래걸림.

1시간 20분 걸렸어...


그리고 친구 B녀석을 만나 

간단히 술 한 잔하고

다음 날 친구 B 녀석과 같이

예비군 훈련장으로 가게되었지.

하... 올 해 6년 차...

이제 올 해만 끝나면 7년, 

8년 차는 안 받아도 된당!


군사훈련이었기 때문에

노동으로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시간 

따윈 없었어.

오히려 더 빡셌음.


5시까지 훈련을 받고

바로 파주로 가기 섭섭해서

친구 B녀석과 당구 한 게임 치고

삼겹살 먹으러 갔지!

파주로 가기 전 마지막 만찬인가...

여기서 엄청 먹고 나서

의정부 집에서 설사 3번하고 나서야 

겨우 출발 할 수 있었지.


그렇게 파주로 돌아가서

다음 날 부터 다시 야간까지 

노동이 시작되었지.

공정이 너무 넓어서

물건만 한 번 가져다 주는 것도

30분이 걸려...

매일 30km씩 걷는 것 같아...


그래도 버티고 또 버텼어.

일요일날 쉴 수 있고 그 때

나는 밴드멤버를 만나 밤샘합주를

하며 놀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지.





마침내 토요일 작업이 끝났고

나는 저녁 9시쯤 밤샘합주를 하러

파주에서 건대입구로 출발하였지.


오랜만에 왁스도 바르고

노가다인 인 척 안하려고

멀끔하게 입었어!!


파주에서 건대까지 두 시간 걸리더라...

1시간 반 정도인 줄 알고 착각했다가

30분 늦었어... ㅠ


태국 다녀온 이 후로 완전체로 

보는 건 처음이어서

너무 반가웠어!


나는 5월 말 쯤 태국 다시 간다고 하니까

또 가냐면서 놀라더라...

그리고는 가는 건 괜찮은데

이번에는 제발 공연 좀 하고 가라고 해서

아마 5월 쯤에 공연 한 번 하지 않을까 싶어.

노가다 퇴사하고 3일간 빡세게

연습하고 공연해야징!


연습하다가 새벽 3시 쯤에

배고파서 치킨시키고 기다리는 중!

치킨에 맥주 한 잔 먹으면서

우리는 근황토크를 했지.


이제는 다들 직장도 있고

소득도 있으니까 다들 

더 이상 찌질하지 않더라...

다들 비싼 옷 입고있음...

나 혼자 작업복 바람막이 입고 옴. ㅠ


치킨을 먹고 방콕에서 만들어온

노래를 들려주고 합을 맞춰봤어.

그렇게 새벽 5시까지 연습을 하고

밴드 연습을 마무리 했지!


막내 드럼녀석은 진작에 뻗어버림...

이 녀석도 밤 10시까지 

일 하고 바로 왔다던데

아마 많이 피곤하겠지...


그래서 얼굴에 장난치는 행위는

할 수가 없었어... 

무척 하고 싶었지만 ㅠ


어쨌거나 우리는 다시는

밤샘합주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다들 각자의 집으로 향했지.

그리고 나도 파주 숙식 노가다 하우스로

발 길을 돌렸어.

다시 두 시간 걸려 숙소에 오니까

아침 7시 반이 되더라.


그리고는 점심 2시까지

잠들고 일어나니 아무도 없더라.

변기통을 부여잡고 

욕정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어.


'이런 곳에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건가'라는

자괴감 때문에 못 한 게 아니라

인터넷이 안 터졌거든...

하... 조만간 요금제 바꿔야하나.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다니

좀 슬펐음.


그래서 그냥 블로그나 쓰자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지.

일단은 작업 할 때 발이 너무 아파서

다이소 가서 쿠션깔창 하나 삼.


이제 발바닥 좀 덜 아프겠지? ㅠ

발바닥 보니까 물집인지 굳은 살인지

잡혀있던데 ㅠ

미안하다 내 발아...


그리고 주유소 가서 내 붕붕이

밥도 멕였어.

얘는 요즘 너무 자주 아프고 

또 기름도 자주 줘야 해.

5천원 넣으면 한 4일 타는 것 같아...

그래도 차 보다는 싸니까

그걸로 만족하장!


그리고 금촌역 이디야 와서 블로그 쓰는 중!

또 눈 감고 일어나면

현장이겠지만 블로그 쓰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므로 괜찮음여!


다들 치열하고 각박하게 사는 와중에

알아서 화이팅들 하셈!

빨리 가서 안전화에 깔창이나 깔아봐야겠당!

다들 뿅!


나는 평택 고덕에서 방콕가기 

3일 전까지 일을 하려고 마음먹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 3일을 채울 경우

처음 노가다 시작해서

방콕가기 전 목표 공수인 

70공수를 채울 수가 있지.


하지만, 고덕은 역시나처럼 만만하지 않았어.

근 4개월동안 쌓아온 경험과 경력으로

일머리가 생겼기 때문에

맨 처음 노가다를 시작하게 된 고덕에

다시 한 번 일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바보같은 생각이었어.

매일같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점심시간을 제외한 휴식시간 없이 

저녁 8시까지 일하고 

숙소에 돌아와 씻고 빨래널고 잘 준비하면

잠드는 시간은 언제나 11시였어.


5시간 반...

피곤한 육체를 회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했던 것은

정신적 문제였어.


언제나 노가다를 들어갈 때면

입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방콕여행이 10일 남은 시점에서

입대했다고 생각하기가 너무 힘들었어.


'J, 왜 그래!

너 잘해왔잖아. 앞으로 몇 일만 더 참으면

네가 계획했던 공수도 채울 수 있고

노가다 시작 할 때부터 꿈꿔왔던

공항 VIP라운지에서 여유있게 

술 먹는 기쁨이 더 클거야!'


라고 되뇌었지만

점차적으로 반대의 마음이 

더 커져만 갔어.


'아냐, J.

너 여태껏 달려왔잖아.

이 정도로 해왔으면 넌 충분히 쉴 자격이 있어!

그냥 편안히 쉬면서 태국어 공부하고 

조금 쉰다 하더라도

아무도 널 비난 할 사람이 없어!

이제 그만 쉬어!"


 이런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로 일을 했기 때문에

몸은 더욱 더 지쳐가고 있었어.

당연스럽게 면역력은 점점 떨어졌고

 -8도의 새벽 기운에 감기몸살이 걸려

끙끙대며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했는데

수 만가지 생각으로 고뇌했어.


'오늘 몸이 좀 안 좋은데 쉬어버릴까?

아냐... 이번 주말까지만...

아니야... 부모님 용돈은 벌고 가야지...

예정대로 출발 3일 전까지 하자...

그치만, 몸이 너무 안 좋은데?

어떡하지?'


해가 뜨기 전 새벽이 자고로 가장 어두운 법!

나는 해가 뜨기 전에 

빛보다 빠른 속도로 퇴사했지.

어둠의 유혹은 무척 달콤했어.

헤헷. 

방콕가서 좀 더 그지처럼 살면 돼는 거잖슴!


도저히 이 마인드와 몸으로는 일을 한다면

분명 다칠 거라는 판단이 섰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지.


나는 떠나기 전 같이 입사했던 

기술자 삼촌들에게 먼저 말했어.


"형님, 이런이런 이유로

저는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야...

같이 해나가기로 했잖아.

명품조공이라면서

명품조공 없이 일을 어떻게 해...

우리 한 달만 버텨보자..."


"명품조공은 고덕에서 

이미 죽었습니다. 죄송요."


이 형님은 더 빡센 곳도 있었다던 사람인데

정작 들어온지 이틀 째에

아~ 힘든데? 를 연발하며

남 몰래 다른 현장을 알아보더랬지.

난 뒤에서 다 봤음!


그래도 몸 아파서 떠나가야한다니까

일했던 사람들 모두 걱정하면서

건강 먼저 챙기라고 말해준다.

그나마 가장 인간적이고 따듯한 팀이었던듯.


bye bye 고덕.

이제 왠만하면 보지말자.

며칠 일하지도 않고 떠나게 되서

건강검진 진료비와 택시비도

안 남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어.


명품조공이란 타이틀은

여기에 두고 갈게.

그레이트 노가다맨도 잠시만 휴업!

아싸! 이제 신나는 방콕행이당!!


bye bye 얼음장 같던

지옥의 합숙소...

넌 최악이었어.


아, 방금 집에 오니

같이 입사한 기공 형들 중 하나가

나에게 전화오더니

힘들다고 어떡해야하냐고 묻더라.


퐈이팅 하십쇼!

정말 슬프고, 걱정스럽지만

어쩌겠음요.

다들 자기 살 길 찾아가는 거죵.


미안하지만

저는 다 내려놓고 방콕으로 뜨겠슴돵.

인생 마이웨이 아닙니꺼?!


ㅃㅃ


나는 친구와 파주 LG 디스플레이 

공정에 들어왔어.

그리고 벌써 4일이 지났지...

그 간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을 써보려 해.



친구와 일요일 저녁에 도착해서

엄청 호화스러운 부자 아파트에

입성하게 되었어.

맨날 좁디좁은 원룸과 모텔에서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아파트를 숙소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엄청난 평수에 입이 떡 벌어졌지.


생활하는 인원은 8명.

하지만, 마루나 부엌에서 자는 일은 없고

2인 1실이나, 3인 1실로 

방을 쓰도록 해주더라.


그렇게 첫 날, 

우리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잠이 들었지.

아니, 정확하게는 나만 잠이 들었지.


그레이트 노가다맨인 나의 코골이는

아직 보통 사람인 친구O가 

견디기엔 힘들었다고 해.

너도 곧 익숙해질거란다.


우리는 5시 40분쯤 일어나

세수를 하고 팀장님을 따라

스타렉스 차량에 탔어.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아침을 먹게 될 

함바식당에 도착했지.


멀리서 보이는 밝은 불 빛은 

우리가 일하게 될 

파주LG 디스플레이 공정임이 틀림없었어.


친구는 함바식당이 처음인지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눈 빛으로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댔어.

평상시 먹을 게 없어서 라면만 먹던 녀석이거든.



이렇게 아침식사를 하고 

함바식당 버스를 타고

우리는 일터로 이동했지.


어라?

근데, 이상한데서 내리네?

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어.

"우리가 일할 곳은 저기가 아니란다.

바로 여기란다"


우리는 불 빛이 환한 공정이 아니라

초라하고 낡아보이는 

건물 앞에서 서 있었어.


그 건물은 공정이 아니라 제2변압소였어.

우리는 전선을 파주 공정까지

 보내는 일을 하는 거였고...


팀장 왈 일부로 말 안했다고 하는데

추운 겨울날 보온도 안돼는 곳에서

벌벌 떨면서 일 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일단은 오전에는 자체교육과 

혈압체크가 있었는데

교육장부터가 너무 추워서 

다들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는 거야.


심지어 가자마자 쟀을 때 120이었던 내 친구는

추운 교육장에서 벌벌 떠니까 160나오더라...


거기있던 신규자들 90%가

고혈압 나와서 부랴부랴 달려가서 택시타고

병원에서 소견서 떼옴.

나와 내친구도 예외는 아니어서 

헐레벌떡 이동해서 떼가지고 왔지...


그러면서 10시까지 안오면 

오늘 일 못한다고

엄포하더라.

이기적이고 나쁜 넘들...


10시까지 도착하니 정작 관리인은

바쁘다면서 11시까지 시간 때우라고 하더라.

미친거 아님?

하는 수 없이 친구랑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면서

결국 편의점 의자에 앉았어.

추운데 벌벌 떨면서

계속 기다림.

파주 개춥다...


어쨌거나 시간이 되어서

출입증을 만들고 점심을 먹고 

바로 일에 투입되었어.


팀장이 우리가 땡기는 고압선에 대해서 설명해줬어.

우리의 고압선은 22.9KV의 특고압선이야.

다행히 전기는 흐르지 않아.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엄청나게 무거워!!


5,7톤... 이걸 3명 내지 4명의 인력으로

거대한 통을 돌려...

중요한건 움직이기도 힘든데

한번 통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멈추긴 더 힘들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팔이 터질 것 같이 아파와도

절대 멈출 수가 없어.

내가 멈추면 나머지 사람들이 고통받거든.

이런 책임의식으로 인해

기계처럼 쉬지않고 움직여야만 해...


잠깐의 대기시간에 지쳐서 앉아있는

친구O...

미안하다. 

내가 널 지옥으로 데려왔구나...


삼성이나 이천같이 이 곳은 보안을 따로

강조하지 않아서 사진을 찍었어.

엄청나게 무거워...


무엇보다 짜증나는게 

첫 날부터 미친듯이 힘들게 일했는데

잔업이 없어...

하...

그래서 다음 날을 기대했지.


다음 날 조회시간에

날씨가 추워져서 앞으로 잔업없다고 하더라.

잔업없는 노가다를 왜 함?

친구한테 말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제안했지만

친구는 돈을 벌 것보다 소견서 값이랑 

택시탔던 비용등을 생각하고는

더 한 지출은 피하자고 해서 

이동하자는 제안은 거절했어.


처음인 내 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맞춰주기로 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잔업없고 

일 강도가 빡센 이 곳에서

계속 일을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지.


하지만, 그 스트레스도 잠깐!

여기 고급 아파트에는 헬스장이 있었고

우리는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래서 헬스장에 한 번 내려가 보았지.

아파트 헬스장 치고는 상당히 깔끔하더라고?

체중계가 있길래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

재보는 순간...

여기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어.


살이 하나도 안 빠지고 그대로 인거야...

93.5Kg...

이게 정말인가 싶어서 턱걸이를 해보니

100Kg를 찍었을 때도 10개 정도는 할 수 있었던 내가

5개 조차 하기 힘든 거야...


그래서 그냥 돈 욕심은 버리고

태국가기전에 85Kg까지만 만들자는 생각으로

여기서 하자고 마음 먹었어.

앞으로 태국까지 23일 남았다...

태국가서 태국 애들한테 돼지라고

놀림받기 싫으니까 살 빼서 가야지...



이건 어제 운동사진...

배 줏나 나왔네...

어쩌지 이거?

이 날 빡세게 근력운동하니까 몸에 알 배겨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지만

여기 일 안하고 헬스하러 온거냐 소리듣기 싫어서

아픈 몸 이끌고 꾸역꾸역 일 열심히 함.

밥도 쪼금 먹고 있어.


이건 오늘 저녁 굶고, 크로스 핏하고나서

응가까지 하고 찍은 사진.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배가 조금은 들어가 보인다.


오늘은 친구녀석도 헬스장 데려와서 같이 운동함.

돈은 줏도 안 벌리고 일은 겁나게 힘들지만

헬스장 하나 때문에 한다. ㅅㅂ


다들 굿밤하셈.

또 생존보고할께!!


저번에도 친구와 같이 

천안으로 일하러 갔었는데

경험자인 친구에 말에 따라 

우리는 철수 하기로 했었지.




그 동안 친구는 울산에 지원했고,

잔업이 많아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일하기만을 기다렸어.



하지만, 업체 측에서 세 번 정도 약속날짜를 미뤘고,

마지막에는 노조파업 때문에

노조파업이 끝나기 전에는 

일을 할 수 없다고 했어.



그래서 친구가 부랴부랴 알아본 곳이 평택이야. 

우리는 이 곳에서 일단 일을 시작하기로 했어.

내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일을 시작해서

다시 태국으로 갈 돈을 모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미룰 수가 없었어.



그래서 바로 출발했지!



의정부 터미널에서 찍은 출발 전 사진이야.

저번 사진이랑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괜한 기분 탓 일거야.



터미널 가는 길은 부모님이 태워주셨는데,

걱정이 많이 되시던지 연락 꼭 하고

힘들면 바로 돌아오라는 말을 하셨어.

나는 힘들어도 참아 볼 생각이야.



친구는 일이 많이 힘들면 다른 데 가자고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

직접가서 겪어봐야 알겠지?




두 시간 정도를 시외버스를 타고

나는 평택 터미널에 내릴 수 있었어.

내 예상보다 꽤 멀더라고?

수도권이라 1시간이면 갈 줄 알았는데

2시간이 걸릴 줄이야...



친구는 구미에서 기차를 타고 왔는데

먼저 도착해 있었어.

오랜 만에 보니 참 반갑더라.



우리는 숙소로 가기 전에

마지막 만찬을 즐기러 

무한리필 집으로 향했어.



여기가 터미널에서 평택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인가봐.

번잡스럽지 않아서 좋더라.

평택 시내의 분위기는 낯익었어.

개발 전 의정부 시내의 느낌을 가지고 있었거든.




학생 때 주말마다 친구들이랑

만 원씩 모아서 시내에서 하루종일 놀곤했었는데,

의정부 시내 개발 후 

지금은 의정부에서 전혀 그 기분을 찾을 수 없어.



그런데, 평택 시내에 오니 

예전 의정부의 모습이 생각났고

오랜 만에 추억에 잠길 수 있었지.




우리는 평택 시내에 있는

Free Cafe라는 프렌차이즈 무한리필 집으로 갔어.

여러 종류의 고기와 샐러드 바를

9,900원으로 이용 할 수 있다는 간판을 보고

바로 들어왔지.



결과는? 대실패!!

고기 종류도 적을 뿐더러 냄새도 심하게 났어.

그리고 샐러드 바의 음식들은 잘 채워놓지 않는 듯 해.

1시간 동안 빈 상태로 있길래

음식 좀 채워달라고 하니까 소량을 채워주더라.



하지만, 여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딱 하나!

무한리필 구이집에도 불구하고

혼자오는 손님들을 받는다는 거야.


대부분의 무한리필 구이집은

혼자오는 손님은 적자라

받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

여기는 혼식도 받아주더라고.



그래서 계산하고 나갈 때 칭찬해줬더니

지역특성상 혼자오는 손님이 

하루에 10명정도 된다고 하더라.


친구녀석도 그러던데, 여기 지역도

울산처럼 물가가 비싼 편이라고 하더라.

왜냐하면, 노가다 일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어.

숙소까지 거리를 보니까

택시비가 4천원정도 밖에 안 나와서

그냥 택시타기로 했어.

캐리어도 두 개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택시타는게 낫기 때문에

돈이 없는 와중에도 울며 아깝지 않게 지불했지.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고,

숙소는 원룸촌 안에 위치해있었어.

하지만, 담당자랑 연락이 되지 않아

숙소 안으로는 들어 갈 수 없었지.

시간도 때울 겸 근처 편의점에 갔어.



커피 한 잔과 모히또 맛 구름과자.

몸에 안 좋은 것은 다 하고 있지만

그래도 현재 행복하니까 그냥 만족할래.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고기를 먹고 난 후라

언제나처럼 배에 적신호가 왔어.


"야... 나 X 마려운데...어떡하냐?"


"야 쫌 참아라!

넌 어째 맨날 그러냐!"


나는 담당자에게 연락이 오기만을

간절하게 바라며 친구 녀석의

핸드폰을 마르고 닳토록 봤지.


이윽고 친구녀석에게 전화가 왔어.

그리고 숙소 현관 비밀번호를

문자로 보내주더라고!

다행히 바지에 실례하기 전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어.



방은 큰 방과 작은 방으로 구성된 투 룸이었어.

큰 방에는 어떤 아저씨가 자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작은 방으로 들어왔지.

문제는 작은 방에 에어컨이 없다는 거야.



난 집을 나오면 그래도 에어컨 빠방한 곳에서

시원하게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시원하지 않았어.


또 하나 걱정되는 점은 

이 방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이 자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어.



이 좁디 좁은 방에서 4명이 같이 자라고 하면

바로 다른 곳으로 가게 될 지도 몰라.

제일 좋은 것은 나와 내 친구만 여기서 자는 거야.

비록 에어컨이 없을 지 언정

편한 사람이랑 같이 자고 싶거든.




우리는 짐을 내려두고

담당자에게 전화했어.

우리는 내일 교육만 받고 실질적인 일은 안한데.

하지만, 반 일 일한 걸로 쳐준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새벽 6시까지 와야한데...

익숙하지는 않지만, 일단 가봐야지.



여기 일당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여기서는 하루 일당을 

공수의 개념으로 쳐.



1공수가 10만원이라 가정했을 때

우리는 내일 교육만 들어도 반공수인 

5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지.



1차 잔업을 했을 시 

1.5공수로 쳐줘서 그 날은 15만원을 벌 수 있고,

2차 잔업까지 했을 시 

2공수로 쳐줘서 20만원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야.




나는 70공수 

즉, 700만원을 목표로 두 달간 일을 해보려 해.

그 정도 돈이면 태국에서 

4개월 아끼면서 생활 할 수 있으니까.



물론, 1일 1포스팅을 하려고 노력해보겠지만,

일이 빡세다면 그렇게 못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내일 일 갈 준비를 하며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게.



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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