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추석 기간동안에 왔던 여행기 1편이야.




나는 T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어.



이윽고, T가 오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용달을 불러 짐을 실었지.

집에서 사용하던 매트릭스, 이불, 후라이팬, 전자렌지,

컴퓨터, 식탁 등 다마스 차량에 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실었어.



그리고 나는 용달을 타지 않고,

내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이동했지.

T가 머무르는 동안,

스쿠터로 여기저기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오토바이

달려보자!!


하지만, 타고 가는 길은 위험천만했어.

퇴근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차들이 밀려있었고, 서울 진입구간은

말할 것 없이 복잡했어.



하지만, 서둘러야 했지.

 내가 도착하기 전에 용달이 먼저 온다면

직원은 나를 계속 기다려야만 하고

다음 용달을 못 나가기 때문에

다마스 vs 스쿠터의 암묵적인 레이스를 했지.




결과는??

나의 승리!!

내가 30분 더 빨랐다.

일찍 도착한 김에 다이소에 들려서

칫솔, 치약, 물티슈 같은 물건을 샀어.



아무것도 없는 방에 짐을 하나 둘씩

풀어놓으니 제법 사람사는 방 같은 느낌이 들었어.

모텔 보다는 깔끔하진 않았지만,

안락하니 신혼 집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더라.



물론, 절대 반지하에서 신혼을 살긴 싫지만

이나마도 지금 상황엔 감지덕지지.

집을 빌려준 내 친구 B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



모든 짐을 다 정리하고나니

T가 곧 비행기를 탄다는 메시지가 왔어.



"J, 나 비행기 곧 타는데,

내일 아침 10시까지 공항으로 와야하는 거 알지?"


"알았어~ 걱정마

아침 7시로 알람 맞춰놨어

우리 곧 본다! 신난다!!"



우리는 한 껏 격양되었지.

난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어.

한 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고, 후다닥 준비했어.

그리고 밖으로 나와

노량진 역으로 걷기 시작했어.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였어.

대부분은 고시공부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었어.

나도 같은 고시생인데

나는 추석기간에 놀고 있네?

잠시 자괴감에 빠졌지만, 우울한 것도 잠시였어.




노량진에 왔으니 명물인 컵밥을 먹으러 가야지!!

공부도 일도 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인데

일단 먹고보자!!



컵밥

이것은 스팸참치마요인데, 가격이 3,000원 정도였어.

한 입 먹어보는 순간, 나는 천국을 보았지.

느끼하고, 자극적인 맛이지만 멈출 수가 없었어.



특히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서

고소함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

먹다보니 자주 먹다간 동맥경화 걸리겠다는 생각이 듬.




아침식사를 마친 후, 

나는 서울역으로 이동해서

공항철도를 탔어.




공항철도 군인시절에 참 질리도록 많이 탔는데...

나는 공군나와서 인천공항 근처에 있는 방공포대로

자대배치를 받았거든.

그래서 지금도 인천공항 갈 때마다

공항철도 타고 보이는 우리 부대 잘 있나 보면서 가곤해.




공항에 다행히 제 시간에 도착!

T는 이미 입국심사 끝나고 나와있더라고.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



"J, 잘 지냈어?"


"나야 뭐 똑같지!

너는 잘 지내보인다?

살이 더 올랐네?!"



T를 안았을 때 전보다 더 푸짐해짐을 느꼈고,

그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어...

푸짐해진 팔뚝으로 맞으니까

더 아프다...


우리는 알콩달콩하게 얘기를 하며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했어.



"요즘 스트레스 장난 아니야.

상사는 엄청 쪼아대지,

엄마는 또 살쪘다고 구박하지.

난 여기 너 보면서 스트레스 풀러왔는데

네가 나에게 뭐라한다면

니 목숨은 보장 할 수 없을거야."



"아... 예

열심히 보좌하겠습니다!!"




캐리어 끌다

젠틀하게 캐리어도 내가 끌어줌.

누가봐도 T의 지금 덩치면 

캐리어 세 개는 끌 거 같은데.

강력한 팔 다리를 갖고 있음에도

연약한 여자로 보이고 싶은 맘 이해한다.



기특하게도, 저번 홍대 갔을 때 싸우고나서

뽑아준 가오나시 인형을 캐리어에 매달고 있더라.

매우 흡족해짐.




버스 타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우리는 버스로 이동했어.

가는 길이 험하다 험해...

친구 집이 노량진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 걷기도 뭐하고 택시타기도 애매한 곳이야.




우리는 마침내 숙소에 도착하게 되었어.


"짜잔! T, 어때? 아늑하지?!"



"어.. 음.. 좋네...!"



"너 말하는데 굉장히 오래걸린다? -_-"


"아냐아냐, 안락하고 좋네!"


"야! 여기가 그래도 한 달에 40만원 짜리야!!

한국은 땅 덩어리가 좁아서

이런 방도 비싸다고!!"



"누가 뭐래? 난 만족해!"


태국인의 기준으로 한국의 원룸은 비좁았을테지

하물며 반지하라 습한 냄새가 훅 올라옴.

태국 기준으로 한 달 방세 40만원이면

수영장, 휘트니스 딸린 맨션에서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긴 어디?!

한국!!!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

너는 한국인의 평범한 집에서 생활하게 될 거고,

그로인해 한국에 대해 더 알 수 있을거야.






우리는 간단하게 짐을 풀고

노량진 쪽으로 걸어갔지.

그리고 노량진을 구경하며 이 도시에 대해서 설명했어.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50%이상이

여기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 준비를 하는 곳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 얼굴에서 여유와 웃음은 찾기 힘든 곳이라고.





실제로 거리를 걸으면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은

나와 T 밖에 없었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웃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속박하는 거겠지?

오늘만 사는 나와는 다르게 ㅜ ㅜ



T는 한국에서의 첫 식사메뉴로

떡볶이를 선택했어.

그래서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으로 들어왔지.


너 돈은 있냐? 하면서

내 지갑을 살펴보는 T

아무리 돈 없어도, 너 떡볶이는 사줄 수 있단다...




내 지갑은 메이커가 아닌 

문방구에서 파는 5천원짜리야.

허름한 내 지갑을 예전부터 T가 봐왔기 때문에

기특하게도 여행 마지막 날에 내 생일선물로

태국에서 주문한 지갑을 주더라고


떡볶이 기다리느라 심술난 T

난 개인적으로 떡볶이를 안 좋아해.

뜨겁고 매운거를 잘 못 먹거든.

그리고 떡의 식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대신 다른 떡을 좋아하지.

응?




태국에도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떡과 비슷한 음식이 꽤 많아.

게다가 떡볶이는 달고 매운 소스로 이루어져있어서

많은 태국인들이 좋아하더라고.




떡볶이를 먹다

나는 치즈를 굉장히 좋아해.

그래서 위에 있는 치즈만 떠먹은 것 같아.

T에게 얌체라고 한 소리 듣긴 했지만...




어묵을 먹다

튀긴 어묵과 만두도 세트로 같이 나왔어.

가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보다 훨씬 비쌌던 것 같아.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어.

다음 목적지는 서대문 형무소!

남이섬을 가기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러 가는 거지.





티켓을 사다

기대하던 서대문 형무소에 도착했고,

표를 샀어.

어른 두 명에 6천원이니

한 사람당 3천원이겠지?



서대문 형무소는 내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한번 데려왔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기분이 썩 좋은 곳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지.

그 이후로 다시 찾아오진 않았어.





포스터를 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암살포스터가 입구에 있더라.

컴퓨터를 가져온 이유 중에 하나가

T와 같이 영화보려고 한 이유도 있어.

암살도 같이 보려는 영화목록 중에 하나!




입구로 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래.

누가봐도 형무소임을 알 수 있지만,

건물이 너무나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안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고문이 

행해졌다는게 역설적으로 느껴져.


아직 자신의 상황을 잘 모르는 T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둬라.

곧 우리 민족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테니



형무소 안에는 영어로도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게

잘 해놨어.



T는 한일합병이 된 배경을 배웠고,

한국인들이 어떠한 투쟁을 했는지 알 게 되었어.

일본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였겠지만,

모든 한국인은 독립투사들의 투쟁활동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꼭 설명해줬지.




우리는 순차적으로 이동했어.

그리고 마침내!!

고문도구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지.



족쇄를 보다

고문도구 사진이 이거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고문도구 중에 하나인 

관을 찾아서 흥분했기 때문이야.



관은 조선 사람들을 서있는 상태로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어 몇 날 몇 일을 

안에 있도록 하는 고문도구였어.



관 앞에 서자 T는 벌벌 떨었고,

나는 빨리 들어가라고 윽박 질렀지.


"J, 꼭 이거 해야돼?

나 이제 충분히 알았어.

미안해!"



"닥쳐!! 넌 한국의 역사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그냥 넘어갈 생각없어, 어서 들어가!"


들어가기 싫다고 버티는 T의 등을 밀어서

우겨넣었어. 그리고 못 나오게 막았지.


"잘 못 했어? 안 했어?"


"잘 못 했어. 열어줘!!"


"친일파 좋은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문 열어!!"


"내가 고마워? 안 고마워?"


"하나도 안 고마워!"


"응~ 그럼 거기서 우리 민족의 한을 더 느껴봐

오늘 이 시간부로 너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고마우니까 문 열어!"



나는 문을 열어주었고,

T는 울상을 짓고 있었지.

이제 T를 남이섬에 데려가 꿈 같은 경치를 보며

행복 할 수 있겠다.


형무소 투어를 나온 후 잔뜩 삐친 T

태극기 앞에 서니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남이섬 가서 재밌게 놀다 오자^^




우리는 스쿠터를 다시 타고

동대문 쪽으로 이동했어.

동대문에 호스텔을 하루 잡아놨기 때문이었어.

노량진에서 가평 가는 방법보다

동대문에서 가평 가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지.




숙소에서 도착해서 저녁까지 쉬다가

우리는 종로로 이동했어.

지난 태국여행에서 내가 준 T의 귀걸이가

살짝 망가졌다고 하더라고?



산 거는 의정부였지만,

종로에도 매장이 있으므로

T의 여행기간동안 고치고자 이동했지.



우리는 종로에 도착했고,

샵을 찾으러 20분간 걸어다녔어.

하지만, 찾을 수 없었지.

어찌 된 영문인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가게가 있는거야.




그래서 고객센터에 전화해봤더니

명동지점으로 옮겨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또 명동으로 이동했어.


다행히 명동지점은 문을 열었더라고,

T는 부서진 귀걸이를 보여주었어.

직원은 A/S를 위해서 공장 쪽으로 보내야하는데

추석기간이라 추석이 끝난 후에야 받을 수 있을거라 했어.



어떡하지? 추석연휴가 끝날 때 T도 돌아가는데...

우리는 한 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다음에 태국에 갈 때 가져다 주기로 했지.

그렇게 태국에 갈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네?





그 이후로 우리는 명동을 구경하다가

KFC에서 대충 먹었어.




그리고 T와 함께 오설록에서 차 한 잔 마셨지.


차를 마시다

가격이 비싸서 나는 배부르다고 둘러대고, 

그냥 관심없는 척 했어.

그래도 형무소 이 후로 

T는 눈치라는게 생겼는지

한 입 주더라.


형무소 참교육 짱짱.



그리고 우리는 다시 동대문 호스텔로 돌아갔지.

분위기 있게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는 T

서울 시민 다 되었네.



이렇게 첫 날의 여정을 마무리했지.




다음 편에서 보자 :)




"뭐? 너 말 다했어?"


아... 말이 좀 심했나?

하지만, 어중간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T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나도 사과하지 않을 심산이었어.



"이건 니 여행이고, 나 보러 왔다는 건

안 믿어. 니가 나를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그런 행동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20여분간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어.


고개를 돌려보니

T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는 것 같아서

별로 안쓰럽진 않았어.



그래도 맘이 모질지가 못해서

얘가 태국으로 가기 전까지는

안전하게 돌봐줘야한다는 생각도 있었어.



하지만, 내가 먼저 사과하긴 싫고,

무슨 좋은 방도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옆 쪽에 인형뽑기가 있어서

이거다 싶어 질질 짜는 T

내버려두고 갔더니



예상대로

또 뒤에 쫄래쫄래

따라오는거야.



인형뽑기하고 있는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말을 걸더라고


"이거 사과의 의미로 나 뽑아주는거야?"



"뭔 헛소리?

이러고 있는 시간 아까워서

재미삼아 하는건데?"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T도 이걸 뽑는다면 자기를 준다는 것을 알 터,

억지로 쥐어짜던 눈물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었어.




이 때부터 T의 기분이 살짝 풀렸는지

몰래 사진 찍었더라고



이왕 뽑는거 내가 좋아하는 

가오나시 인형 뽑으려고 노력함.

운 좋게 3000원만에 뽑게 되었는데,



옆에서 T가 

'가지고 싶지만

관심없는 척 할거야'

라는 얼굴로 흘깃흘깃 보더라고



그래서 인형을 건네주면서 한 마디했어.



"내가 말 심하게 했다면 미안.

근데, 너 이기적였던 건 알아둬.



그리고 너가 계속 이런 식으로 한다면

너 태국으로 돌아간 이후로

난 널 더이상 만나지 않을거야.

잘 알아둬"




듣는 둥 마는 둥

일단은 기분이 풀렸는지

인형 사진부터 찍더라고.




인형 받은 이후로 자꾸

기분 풀라고 찝쩍거리는데



결국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안 난 것도 아닌

중간 기분이 되어버렸어.



한 바탕 사건을 치루고나니까

급 피곤해짐.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핑크 빛 데이트를 하러 갔지.





말 그대로 핑크...

헬로키티 카페인데,

여기는 입구서부터 출구까지

모든게 다 핑크야.



입구까지는 괜찮았어.

아기자기하고, 색감도 예쁜게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도 들었어.



근데, 건물 안 쪽까지 다 핑크

올 핑크!!!

핑크지옥이야!!!



눈을 돌릴 때마다 

모든 게 다 핑크니까

나중엔 토할 것 같았어.




키티 대가리가 하얀 색이었던게

진짜 고마울 정도였어.



주인이 진짜

정신병 수준으로 

핑크도배를 해놨으니까

핑크 좋아하는 사람은 꼭 가봐.



이렇게 생긴 의자도 있었어.



한 바퀴 휙 돌아보다가

핑크 때문에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여기서 커피 마시면 토할 것 같아서

후다닥 나왔어.



여기 있으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착란 일으킬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사진만 찍고나옴.

키티 기프트 샵인데,

가격은 역시 창렬.

메이커 값이 80%겠지?



그 이후로 밥 먹으러 갔어.


음식 기다리는 T

T가 엄청 먹고 싶다고 해서

온 음식점은...



연어횟집이었어.

나도 연어를 참 좋아하는데,

핑크지옥을 보고왔던 터라

핑크색 연어도 토할 것 같더라고...



그래서 무한리필임에도 불구하고

한 접시밖에 먹지 못했어..

인당 17,000원인데....

돈 아까웠어...




여기 이름은 육회한 연어인데,

연어 뿐만 아니라 육회도 팔아.

연어 맛은 당신들이 알고 있는 그 맛임.



센스있게 주먹밥도 나옴.

연어초밥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리코타 치즈 샐러드도

나옴.




리코타 치즈 샐러드랑

같이 싸먹으면

나쁘지 않음.



연어를 다먹고

우리의 원래 계획은

홍대클럽에 가는 거였는데,



먹고나니 노곤노곤해서

당장 못 가겠더라고.



그래서 T한테

클럽 가기 전에

좀 쉬었다가 가자고 했어.




T도 오늘 있었던 싸움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도 지쳤는지 몰라도

수긍을 했어.




그래서 우선 가볍게 맥주 한 잔 하고

클럽가기로 했어.

맥주 집을 자기가 알아봤는지

물 구름과자인 시샤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더라고.



'얘는 뭐지?

나보다 홍대를 더 잘아네..'



태국에는 시샤가 있는 클럽과

술집이 많은데, 

한국에도 있는지는 몰랐어.



우리는 거기로 들어갔고,

시샤와 맥주를 시켰지.



시샤는 숯을 이용해서 과일향을 첨가한

필터로 피우는 구름과자기 때문에

구름과자 안 먹는 사람들도

많이 하더라고.



나는 태국에서 해봤을 때

너무 역하고 토할 것 같아서

그 이후로 안했지만,



한국에서 하면 뭔가

다를 것 같아서

다시 시도해봤지.

역시 기침 엄청 나오면서

석유맛 나!

내 스타일은 아니야.




그래서 신나게 T만 함.

그러면서 하는 말



"태국산이 더 좋네"



뭐 나한테는 둘 다

똥이지만.



우리는 클럽을 어디로 갈 건지

얘기를 나눴어.



T는 홍대에 클럽이 

코쿤밖에 없는 줄 알더라.

태국 블로거가 

코쿤만 올려놨기 때문에-_-;





나는 무조건적으로 코쿤이 아니라

홍대에 있는 많은 클럽이 있으니까

하나하나 알아보고 결정하자고 했어.




홍대클럽을 서칭해서

T에게 보여주며 소개했고,

T는 힙합클럽 NB2를

선택했어...




하필, NB2라니...

NB2는 주관적인 생각으로

홍대의 가장 알려진 힙합클럽이라는

네임벨류 때문에



순수하게 즐기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클러빙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많고,

기본적인 매너도 모른 채로

오직 부비기 위해 오는 좀비들 

또한, 가득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클럽 구조가 굉장히 좁고,

사람들은 가득해서 엄청 더울 것 같아

생각만 해도 아찔했어.




그래서 다른 곳에 가자고,

거기가면 좀비들로부터 

가드해야되서 내가

못 즐길 것 같다고 하니까



T는 그럴 필요없다고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즐기라고 해서

옷을 갈아입고

NB2로 향했어.



불토라 그런지

40분 기다려서 겨우 입장했는데

내 느낌은 틀리지 않았어.




진정한 클러버도 있긴했지만,

대다수는 부비를 원하는 

좀비들이었어.




T는 사람들 사이에서 

신나게 춤을 춰댔고,

나는 T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가드하며

춤도 못추고 고통받으며 있었어.



그러다가 문득

'나도 돈 내고 들어온 건데

왜 이러고 있지?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생각이 들어서



T 내버려두고

에어컨 쪽 명당에서

열심히 혼자 춤췄지.



그러다가 이따금씩 T를 봤어.

역시 남자들이 접근해서

말 걸더라고.



기특하게 잘 뿌리치더라.

아니, T가 뿌리친건지

말이 안 통해서 남자가 가버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안심하며 놀기 시작했어.

근데 T가 울상지으면서

나한테 오는거야.



"T, 왜 그래? "


"누가 내 엉덩이 더듬거리고 튀었어..."



"것 봐라. 

난 분명 말했고,

너는 괜찮을 거라면서?

재밌게 잘 노셈. 

나도 혼자서 잘 놀거임"



나는 쿨한척 했지만,

매우 속상했어.



"아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

미안, 니 말 가볍게 여겨서..."



나는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타인에게 엉덩이를 허락한

T에게 화가 조금 났어.



"역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홍대 엔비에는 동남아 여자들이 많이 오는데,

내가 올 때마다 동남아 여자 그냥 냅두는

남자들을 못봤어.


그래서 내가 너한테

그렇게 조심하라고 한 거고,

결국 이것봐. 너도 속상하고 나도 속상하잖아!"




실제로 나는

한국남자가 동남아 여자 만지고 오겠다고

친구들과 낄낄거리면서 작당하고



아이컨택도 없이 뒤에서

무작정 가슴 만지는 경우도 봤음.



이런 남자가 대다수는 아니지만,

내가 아는 외국 사람이 그런 일 겪는다면

한국인으로 정말 창피할 것 같아.




어쨌거나, 모처럼 한국클럽에 왔는데

T에게 안 좋은 기억을 심어준 채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다시 T를 가드했어.



그리고는

얘는 내꺼니까 건들지마라는 식으로 

T의 허리를 감싸고

에어컨 앞 명당에서 같이 춤췄어.




그렇게 나는 끝끝내 

가드만 신경쓰느라

즐기지 못했지.


클럽에서 나온 후 

여전히 아까의 일을 불평하는 T





"앞으로 내가 말하면 그냥 믿어

니가 한국에 대해 뭘 안다고, 똥멍청아

집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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