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저번 편에서
마무리 한 것처럼 통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얘기해보려해.
나는 따거와 보컬 형과 헤어지고 난 후
부자들의 동네라고 소문이 정평난
통로에 가서 오랜 만에 우아한 척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블로그 일을 하고 싶었지.
그래서 일단 내렸는데
주변에 카페가 없어서 무작정 걸었어!
지나가다보니 태국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한식당인 고시레가 보였어.
전 여친 T랑 여기가서 소주 한 병시켜서
레드불이랑 사이다 말아먹었던 추억이 있던 곳이지.
그 이후로 다시 가보지는 않았는데
단순히 우리동네에서 멀어서 안 감.
사스가 통로. 슈퍼카 한 대 쯤은
보여줘야지!
저 차 주인은 분명 잘생기고 멋진
젊은 사람이 아니라
늙고 힘없는 대머리 아저씨일 거야...
그렇게라도 위안해야 마음이 편함.ㅠㅠ
나도 대머리가 되었을 때 저런 차
한 대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주변을 걷다보니 카페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서 들어가봤지.
댓위치라고 하는
서양음식 집인데 자그맣고
노란 조명 불 빛이 비오는 날과 어울려서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봤어.
안에는 요롬코롬 알 찬 구성인데
카페와 브런치 식당의 중간 쯤의 느낌이랄까?
그치만, 이도저도 아닌 느낌.
어차피 또 올 일 없으므로
95바트라는 창렬한 아메리카노 비용을 지불하고
자리에 앉았어.
비오는 날에 조명이 이쁜 카페에
앉아서 블로그 일 하니까
이것 또한 행복하다!
방콕와서 할 일이 생기니까
혼자여도 예전처럼 심심하지 않고
즐겁고 바쁜 나날이라 생각을 했었지!
한 참을 블로그 하다가
저번에 보컬 형이랑 밤새서 술먹고 놀았던 애가
연락와서 어디냐고 묻길래
통로라고 했더니
자기도 통로 근처에서 일한다고
기다리라는 거야.
밥이나 같이 먹자고.
뭐,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오케이 했지.
1시간 쯤 후에야 그 여자애가 도착했고
우리는 밥을 먹으러 나섰지.
"뭐 먹을까?"
"나 일식먹고 싶어^^!"
"어어... 그래..."
그래서 걷다가 보이는 일식집
멘야코지 라멘집을 갔지.
내부는 상당히 일본스러운 느낌을
주는 곳이었어.
전 세계 각지에 멘야코지 그룹이
있다는 지도 판이 보이더라.
맛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고
나는 스페셜 라면과 교자를 같이 시켰지.
스페셜 라면?!
이거 엄청 꾸덕꾸덕한게
내가 겁나 좋아하는 맛일 것 같은데?
한 입 먹어볼까?
맛은 상당히 강렬했어.
돼지기름국...!
하지만, 온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그 맛!
그래... 이 맛이다!
이 맛을 위해서라면 내일 살쪄도 좋아.
어쨌든 요롬코롬 먹고
가격은 서비스 택스까지 합쳐서
600바트 조금 넘게 나온 것 같아.
"계산하자!"
"아... 나 돈이 하나도 없는데..."
"읭? 그럼 밥 먹으러 왜 오자고 한 거임??"
"헤헷 ^오^"
웃기는 애네...
나 만나러 온다면서 돈 한 푼 없이 온다고?
그리고 나랑 뭔 관계도 아닌데
왜 당연하다는 듯이
지가 먹고 싶다는 밥을 내가 사줘야 하는 거지?
내가 만나달라고 놀아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저번에 보컬 형이랑 놀았을 때도
돈 한 푼 안 내려고 버팅기더니...
이번에도 그런 건가?
"그래... 그럼 내가 밥 살테니까
너가 커피 사."
"우웅. 아랐쏭..."
하... 얘 얼굴 나온 걸로 올리면
글 쓰다가 모니터 부술 수도 있으므로
고개 숙인 사진으로 올림.
어쨌거나, 나는 이 친구와
밖으로 나갔지.
그리고는 이 여자 애는 ATM으로 갔어.
그러더니...
"어? 내 atm카드가 어디있지?
이상하네...? 어디에 있는 걸까?"라며
결국엔 돈 안 뽑음...
그리고는 자기 카드 있으니까
긁으면 된다고 일단 아무 카페나 감.
내가 130바트 짜리 그린티 라떼를
고르자 그 여자애는 표정이 굳으며
"아! 여기 별로 맛이 없어!"라며
나를 끌고 나와 다른 카페를 찾아헤맸지.
찾다가 주변에 카페가 없어서
결국 스타벅스가서 눈치껏 제일 싼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뜨거운 아메리카노
두 개를 시켰지...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카드로 할게요."
"잔액 부족이네요..."
"아! 이 카드로 할게요!"
"이 것도 잔액부족인데요...?"
"(배시시하게 나를 쳐다보며) 헤헤... 돈 좀 줘봐"
내 손이 내 지갑으로 향하고 있던 찰나
나는 정신이 들었지.
'아니 슈밤. 내가 왜 내 지갑에서
내 돈을 꺼내고 있지?
갑자기 빡치네?'
"야. 나와!"
"응? 안 먹어?"
"됐으니까 돈 없으면 나와. 안 먹어."
"(사람들이 쳐다보는 상황에 안절부절)아... 왜 그래"
"안 나와? 그럼 나 간다. 안녕!"
스타벅스를 나오자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고
나는 내리는 비 보다도 더 빠르게
전력질주를 하며 그 돈귀신으로부터 도망쳤어.
그리고 마지막 나오는 순간 점원이
한심하다는 듯 여자를 쳐다봤는데
쪽팔림은 너의 몫이다.
그렇게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데
그녀에게서 사진 한 장이 와있었어.
그건 커피 두 잔의 사진이었어.
"커피 사놨어. 돌아와..."
"싫은데에에에? 눼가 웨에에에?
쪽팔려서 없던 돈이 갑자기 생겼나 보눼에에에?
너나 혼자 많이 처머겅. 두 번 처머겅"
그렇게 돈귀신요괴를 차단하고
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더랬지.
홈 스윗 홈.
아늑하다.
집을 나가기 전에 침대보 갈아달라고
요청해놓으니까 깨끗한 새 걸로 갈아놨네.
방문 열자마자 행복해짐!
그리고 마무리는 돈귀신퇴치 송으로
마무리 하며 행복하게 잠이 들었지.
뭐, 얼마 안하는 돈에 각박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더치페이가 당연한 나라에서
나랑 무슨 썸 이상의 관계가 있는 여자도 아닌
만나달라고 했던 적도 없는
여자를 내가 사줄 의무는 없으셈.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니까
님들한테도 이렇게 하라곤 말 못함.
님들만의 철학을 지키셈들!
담 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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