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는 4개월 동안

태국에서 머물렀던 이야기의

마지막 에피소드 겸

프롤로그랄까?

쓰면서도 조금은 우울하겠당...


콘깬에서 곤이와 돌아와서

다시 방콕 라이프가 시작되었어.

하지만, 예전처럼 신나고 떨리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곤이와 나의 여행기간이

거의 막바지였거든.


곤이녀석은 나보다 이틀 빨리 돌아가는

일정이었고 나는 그 녀석이 돌아간 후

여행의 마지막을 혼자 준비해야만 했지.


"J! 니 안 우울하나?

난 미치겠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인마...

하... 방콕에서 지냈던 4개월이 꿈같다.

너를 좀 빨리 만났어야 됐는데!"


"나도 니랑 논 마지막 달이

개꿀잼이었다.

아... 한국 돌아가서 일 다시 시작 할 

생각하니까 돌아버리겠다."


"그래도 니는 행복한거여...

나는 뭘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임용고시를 다시 공부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현실인데..."


"마. 공부해라.

대학까지 나온 놈이.

선생해야제."


"근데 그게 너무 두렵다.

2년 동안 정말 너무 눈물겹고

힘들게 준비했는데 그걸 또 다시 하려니까

이젠 못하겠다."


"야. 일단 가서 생각하자.

쇼핑도 좀 하고 밥도 먹으면서

여행 기분 내야지.

아직 끝난 거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짜뚜짝으로 향했어.

비록, 남은 돈은 많지 않지만

짜뚜짝 시장이라면 저렴하게

쇼핑왕이 된 느낌을 가지며

주변 사람들의 선물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거든.


우리는 짜뚜짝에 도착하자마자

상품들을 쭉 스캔했지.

나는 주로 옷과 바지를 살 생각이었어.

왜냐하면, 허벅지가 23인치라

어느 바지를 입어도 1달 내로

허벅지 안 쪽이 갈리기 시작해서

2달 내로 터져버리거든.

메이커든 값 싼 바지이든 말이야.


처음 도입부는 옷의 가격이

생각보다 좀 셌는데

안 쪽으로 들어갈 수록

같은 상품이 가격이 저렴해지는 거야.


반바지 한 장에 200바트(6,600원)!

그래서 반팔과 반바지를

눈에 보이는 대로 사들였지.


곤이녀석도 눈 흰자를 보이며

침을 튀기며 가격흥정에 나섰고

비누와 마사지오일부터 조명까지

보이는 대로 사들였어.


우리는 마치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2세의 

거침없는 쇼핑과도 같았어.

이렇게 쇼핑하니까 여행이 끝난다는

우울감은 좀 풀리더라.


선그라스도 삼.

우리는 쇼핑도 했으니 

배를 채우러 이동했지.


우리는 라마9 안 쪽

라차다 피섹 골목에 있는

'엄마사랑'이라는 

한식 고기뷔페를 갔어.


젊은 한국 이모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곳인데

한국 사람들보다 태국 사람들에게

더 알려진 곳이래.


우리도 클럽에서 만났던

여자애들이 추천해줘서 와본거임.


한국 가기 전에

한식이라니...

좀 아깝긴 하지만

이 때 쯤 한식이 먹고싶어 미칠 지경이었거든.

그리고 300바트(9,000원)에 삼겹살과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으니까

나름 합리적이었어.


밥을 먹던 도중

핸드폰을 만지던 곤이녀석은

실실 쪼개더니 말을 걸었어.


"J, 나 니 새끼보다

일찍 가는게 싫어서

15만원 더 주고 4일 연장했다.ㅋㅋㅋ

이젠 니가 패배자여."


"어차피 가게 될 거

4일이 무슨 소용이 있냐.

돈지랄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구만.

나 먼저 가있을 테니까

마무리 잘 하고 오셈."


우리는 요롬코롬 여행의 마지막을

준비했더랬지.


가기 전에 우린 곤이네 집에서

같이 파티를 벌였던 그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서 같이 홈파티를 했더랬지.

빈 손으로 갈 수 없어서

곤이네 집 냉장고에 있던 소주 챙겨감.


들어갔더니 친한 태국 남자애들도

같이 있더라.

우리는 칼로 찌르면 갑툭튀하는 해적게임을 했는데

지는 사람은 얼굴에 낙서하기였어.

위 사진처럼 져서 얼굴에 낙서하며

하하호호했더랬지.




그리고 몇 일 후

나의 귀국일이 다가왔어.

4개월이란 기간 동안 태국에 있던 터라

공항 가는 것이 마치 다른 나라를 가기위해

가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어.


일단, 새벽 비행기니까

라운지부터 들렸지.

역시나처럼 형이 만들어준 

다이너스 카드로 무료입장!

쓸 때마다 이 카드를 발급받아준 형에게 무한감사ㅠ

형 아니었으면 공항 라운지라는 세계는

10년이 지나도 알 수 없었을 거야.


일단 먹기 전에

간단히 샤워부터 하고!

비행기 탔는데 땀냄새 쩔면

눈치 보이잖아!

그리고 새벽의 먹방을 시작했지.

일단 음식 조지고

거기 있는 술 종류 별로 다 먹음.

익숙한 레드라벨도 있어서

그거 4잔 정도 들이키고 비행기에 탑승하러 갔지.

비행기를 타니 지난 4개월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어.


언제나 돌아갈 때면 왜 이렇게 울적한걸까?

얼마나 오고가야 이런 게 없어지지?

이제 가서 뭐함?


수 많은 생각을 뒤로 하고

나는 눈이 스르르 감겨

이내 잠이 들었어.


그리고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지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초여름의 날씨를

피부로 체감하고 나의 고향인

의정부로 돌아갔지.



나의 고장인 의정부에 도착했다.

처음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이거였어.


'와... 의정부가 이렇게 이쁘게 느껴지다니

이런 기분도 몇 일 뒤면 당연하다는 듯이

적응 되겠지?'


나는 집으로 가는 모노레일인

경전철에 몸을 실었어.

그리고 이윽고 집에 도착하니

4개월 동안 보지 못한

부모님과 할머니 그리고 강아지가

날 반겨주었지.


나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3일 동안이나

이야기하면서 한국에 이내 적응했어.

근데, 그 이후부터가 문제였어...


집에서 하루종일 빈둥거리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졌고

임용공부는 다시 시작하기 두렵고

태국은 다시 가고 싶고...


'이제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쓴 이력서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고

최종합격일 거라고 생각했던 

아고다도 떨어져버렸어.


가족들의 관심조차 너무나 불안했고

나는 예민했어.

심지어 나를 도와주던 형에게까지

자격지심이 느껴졌지...


나와 같은 위치에 있던 친 형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형은 저리 잘 나가는데

나는 왜 저렇게 못 될까?'

생각이 들어 집 안에서 숨 쉬는 것 조차 불편했어.

이 때가 내 인생 최고의 암흑기였어.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지.

'이렇게 시간만 낭비하다간

정말 자살하겠다.

그래! 내 이야기를 일기처럼 써보자!'


그렇게 이 블로그가 시작된거야.

4개월 태국여행 이 후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한국살 1편, 7월 6일의 생존신고로 이어지니까

정독하면 나름 재밌을 거셈.


님들 정독 끝나면

태거지 여행기 또 업데이트 할라니까

천천히들 음미하면서 읽은 후 

확인 글 올리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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