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두 번째 태국여행의 마지막 날로

돈 무앙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있었던 이야기야.




전 날 T의 눈물을 쏙 빼놓고 혼구녕을 내주고나서야

난 기분이 풀려 잠들 수가 있었어.

한국에서 놀 때는 

내가 언제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어.




근데, 전 날 파티 갔을 때는

진짜 난생 처음 느껴보는 소외감을

태국인 앞에서 느끼게 되었어.

하물며, 여자친구의 생일파티에서

남자친구가 그걸 느낄 정도면 말 다 했지.



진짜 핵 빡쳤었음.



어쨌거나, T가 미안하다는 말을 받아드리고

충분히 반성의 기미도 보였기에

나는 그래도 마지막 날을

웃으며 갈 수 있었지.



늦게 자서 엄청 피곤한데

T가 먼저 일어나서

날 깨웠어.



"J, 일어나!

우리 체크아웃해야돼!"



"아직 시간 좀 남지 않았어?

좀만 더 잘겡"



"너 짐도 안 쌌잖아.

빨리 일어나"



턱을 잡고 날 괴롭히는

T의 장난에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지.




드라마 보면 키스로 깨워주던데

그거 미친 짓이야.

전 날 밤 증식한 박테리아가

입 안에 가득한데 그 입으로 키스하거나 당한다고 생각해보셈.

냄새 장난 아님.




물론, 잠 깨우기엔 탁월하겠지만

서로 삔뚜 안 상할려면

혀 안 쪽을 손가락으로 깊히 찍고 

냄새맡은 후 시도하길 바라.



나는 일어나서 대충 씻은 후

눈에 보이는 짐을

105리터 인생배낭에 넣은 후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왔지.




그 동안 내가 숙박했던 ken 호스텔.



방마다 베란다가 있는데

못 열게 해논 걸 억지로 연 후

구름과자 먹다 걸려서 혼난 기억 빼고는 

나름 좋았던 호스텔이었음.




행복했다!!




호스텔에서 나온 후

나는 근처에 있는 T의 콘도로 가서

짐을 내려두고 밖으로 나왔어.



마지막 점심식사로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깔끔한 곳에서 양식을 먹고 싶었어.



그래서 아리 역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지.



빌라마켓에 안에 외국인들이

꽤 앉아있는 레스토랑이 있더라고.




이름은

Greyhound cafe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빵빵했어.


우리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을 때

T가 머리가 알록달록한 태국남자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더라고.

예전에 일하던 곳의 직장동료였데.



그 사람은 외국인 남자와 함께 앉아있었는데

알고보니 게이커플이더라.

누가 바텀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어.

알록달록 머리를 한 태국남자의

행동패턴이 여성스럽더라고?




근데 보다 보니까, 

무심결에 나온 내 행동이랑 비슷했어.

커피 잔을 들 때 새끼 손가락 포인트와

오버스러운 행동...

그래서 내가 게이소리를 들었던 거군..




이 레스토랑은 서양식 뿐 만 아니라,

태국식도 같이 팔고 있더라고.

나는 크림스파게티와 돼지목살구이를 주문하고

T는 정체 모를 만두튀김을 시켰어.


왼 쪽 음식은 뭔가 멕시코스러운 맛도 났어.

토마토페이스트를 기반으로 한 소스라 

새콤했던게 기억나네.

크림 스파게티는 '이건 혁명적인 맛이다!'

 할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평범했어.

무난 평범하게 맛있는 정도?





그리고 언제나 날 실망시키지 않는

돼지 목살 구이(커무 양)




이 곳의 가격은 합리적인 편은 아니야.

비싸긴 했어

계산을 내가 해서 그런가?

그래도 가기 전에 맛있는 거 사줘야지 싶어서

T 화장실 갔을 때 몰래 계산했는데 괜히 했음.



보통 일반 태국 레스토랑에서 

먹는 거보다 기본적으로 더 비싸고

택스랑 서비스차지 합해서 17% 더 줘야해.




일하는 외국인들이나, 

태국 부유층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물가는 싸지 않아.

여기 다시 오나봐라.




어찌됬건, 음식 다 먹고 

배 뚱뚱해져서 나왔어.

나름 비싼 거 먹고 나왔는데,

T가 Thank u 한 마디밖에 안 해줘서

째려보는 중...



좀 더 성의있게 감사를 표하란 말이다!!!

비쌌단 말이다!!!



식사를 하고 T가 영화보러 가자고해서

'마지막 날인데 뭘 못해주겠냐'

싶어서 같이 시암으로 이동했어.



사실 태국에서 영화보는건 나한테

아무런 메리트도 없어.



자막도 태국자막이고, 영어도 잘 못들어서

그림만 보다가 오는거라...

한국가면 다시 봐야함

그래도 따라가줌.



사람은 마지막이 아름다워야한다고 했고,

비행기 타기 전까지 할 것도 없으니까 일단 갔어.


일단은 시암센터로 들어갔어.

T는 역시나 시암오면 목적지로 바로 가는 일 없이

언제나 브랜드샵을 들러서 아이쇼핑한다.

난 시암 오는 거 자체를 무척 싫어하지만

마지막이니 기분좋게 따라가줌.


결국 지침...

너무 피곤행... 

시암 파라곤 안에 있는 영화관으로 이동하면서

T 머리에 기대서 갔엉.



영화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본 시리즈

마지막인 제이슨 본이었어.

이 영화는 액션보다도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더 중요한데...

정작 그걸 이해못하면서 봐야한다니 암울했어.

결국 귀국해서 한국에서 바로 다시봄.





콜라와 팝콘도 사서 갔어.

태국 티켓 값과 팝콘 콜라 가격은 싸지 않아.

한국과 비슷해.

어딜가나 영화관은 창렬함.


처음 T를 만나 영화관 갈 때는

눈치보느라 팝콘도 잘 못먹고

배 부르다고 그랬는데

이젠 뭐 그런거 없음.




팝콘 사면 영화 시작하기 전 광고 나올 때 다먹음.

치열하게 먹음.

내가 두 개 먹으면, T는 세 개 먹고

나는 그걸 보면 한 주먹 입에 쑤셔넣고.

T도 한 주먹 입에 우겨넣고.



식탐 많은 사람끼리 만나니까

이런건 좀 짜증남.

식비가 많이 듬.



저번 태국여행에서 그래도 한 번 영화관 와봤다고

다들 미어캣처럼 일어나서

태국국왕 리스펙트 할 때

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났지.



T는 역시나 리스펙트하는 동안에도

팝콘 냠냠먹음.

오히려 내가 뭐라고 나무람.



"너 그러다 잡혀가!

짜오프라야 굴다리 끌려가서 매질 당하고 싶음?"


"괜찮아, 몰래 먹고 있잖아~"




몰래 먹는게 아니던데...;;

우적우적 씹는 소리 다 들린다...

T는 해외파라 국왕에 대한 

리스펙이 그닥 크진 않은 듯.



나는 주변 태국사람들이 혹여나 들을까봐

항상 국왕에 대한거 물어 볼 때

그레이트 킹이라고 수식어를 붙히는데

뭐 지네 나라니까 지가 알아서 하겠지~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역시나 우리는 팝콘을 다 먹었어.

그래서 영화에 더 집중 할 수 있었지.



영화를 보다보니 생각보다 액션이 많이 없어서

좀 지루했어. 계속 주의깊게 들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영어듣기평가 하는 기분들어서 

나중에는 아예 정신줄 놓아버렸징.



나는 영화를 보다가 잠들어 버렸고

T가 퍽퍽치면서 몇 번씩이나 깨웠어.



"야! 아프잖아! 그냥 좀 자게 냅둬"


"아니 자는 건 괜찮은데, 너 코고는 소리가 하도 커서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잖아!"


"그러면 나 코골 때마다 살짝만 터치해줘.

나 도저히 못 보겠어, 너무 졸려..."




T는 내가 잠드려고 할 때 마다 날 툭툭 쳐댔고,

나중에는 눈만 감고 있는데도 재미로 치더라.

썩을...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저녁을 먹기로 했어.



"T, 내 태국여행 마지막 저녁이니까

너가 먹고 싶은거 정해!"


"오? 진짜? 그럼 여기가자!"



"아... 여기...?

꼭.. 여기여야만...하니?"



"먹고 싶은 것 고르라면서! -_-"


"알겠어.. 가자..."



그렇다... 

MK수끼 다시 오고야말았어.

여기 비싸기만 하고, 먹을 건 하나도 없는데

아, 물론 내가 말하는 먹을 거는 고기임.



주문은 저기 보이는 터치패드를 통해서 주문하면 되니까

태국어 그딴 거 필요없이 그냥 맛있어보이는거

꾹꾹 누르기만 하면 돼.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왔어.

하... 시킬 때마다 돈 들고,

고기는 쥐똥만큼 있고...

그렇다고 고기 더 시키면 가격 많이 나올 거고...

그냥 T가 시키는 대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나름 편했던게, T가 있기 때문에

태국 사람들이 먹는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야.

어렸을 적 태국으로 가족여행 왔을 때는

어떻게 먹는건지 몰라서 다 때려넣었는데...

그거 하나는 좋더라고.





T는 역시 채소 위주로 음식을 시켰어.

채소 너나 많이 드셈...

난 깨작거리고 잘 안 먹었어.




신기했던 거는 돼지 생간을 넣어서 익혀먹더라.

맛은 우리가 아는 그 맛이야.

순대 시키면 간 먹을 때의 그 뻑뻑함.

거기서 피 맛이 더 난다고 생각하면 됨.

많이 역해서 다시는 태국에서 

생간 샤브샤브는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면도 시키고, 이것저것 시켜서 먹는 T

잘 먹어서 보기는 좋네.

많이 먹고 무럭무럭 컸으면 좋겠다.

옆으로 말고...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T의 집으로 집을 가지러 이동했어.



태국에서의 마지막 BTS!

별 감흥없이 당연하게 탔던 것 같아.



T의 집을 들렀을 때는

T의 어머니가 계시더라고.

그래서 작별인사 드렸어.

다음에 올 때는 어머니 선물도 가져올게요 ~




우리는 우버택시를 불러서 돈무앙 공항까지 이동했어.

가격은 아마 300바트(만원)정도 나온 것 같아.

비싸게 나온 편이야.

일반 택시로 아리에서 돈무앙까지 250바트면 충분히 가는데...




우버나 그랩택시가 평상시에는 싼 게 맞는데

심야시간이나 트래픽시간에는

요금이 일반택시보다 높게 책정되더라고?

사용할거면 알아두길 바람.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실감이 났어.

T가 아직 휴가 다 안썼다고 말한걸로 봐서

 또 조만간 볼 것 같아 예전처럼 슬프고 공허하진 않았어.




비행기 티켓 끊으면서 설명 듣는데

갑자기 직원이 내 가방보더니 안된다고 하더라.

너무 크다고...


"저기요... 저 올 때도 이거 비행기에 실어서 왔는데요..?

안될까요?"



"안된다캅! 부피가 너무 크다캅!"



"그러면 제가 이 가방 안에 있는 짐을

백팩으로 조금 넣을게요. 그러면 돼죠?"



"해봐라캅, 지켜본다캅!"


"저 이정도 분리해서 넣으면 될까요?"


"역시나 크다캅! 이거 돈주고 수화물 붙혀라 캅"


"아니 진짜 왜그러세요오오...

저 분명 올 때도 이거 가지고 탔어요. 쫌!!"


"안된다캅! 못탄다캅!"



내가 충분히 설명하고, 계속 웃으면서 매너있게 말해도

안된다고만 하니까 나도 갑자기 열받았어.

그래서 가방 바닥에 팍! 내려놓은 다음에

발로 확 밟으니까 사람들 다들 휘둥그레함.

그래고 가방은 반절로 접혔어.



그리고는 직원에게 웃으며 한 마디함.



"보셨죠? 부피가 문제라고 하셨는데,

이젠 더 이상 큰 가방이 아니네요오? 앙?!"



"아.. 알겠다캅.. 들어가라캅."



나는 T에게 하소연했어.

저사람 왜 저러냐고.

T도 저 직원은 좀 너무했다고 하더라.

어차피 해줄거면 기분 안상하게 해주던가.



나는 T와 작별인사하고

비행기를 타러갔어.


"T, 도착하면 연락할게!"


"응, 조심히 가~!"



하도 많이 왔다갔다하면서 만나고 헤어지니까

이것도 학습이 되는지 이젠 우울하거나 슬프지 않더라.



나는 T를 뒤로하고 비행기를 타러갔어.

근데 이게 왠걸?!


좌석이 넓은 비상구 쪽 자리다!

만약에 티켓 끊기 전에 

내가 눈 앞에서 가방 밟는 무례한 행위를 했다면

직원도 기분 나빠서 비상구 자리를 주지 않았을 거야.

나름 운이 좋다고 생각해!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

제일 많이 든 생각은

이번 여행은....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야!!!



가자마자 T의 부모님 만나서 3일동안 똥연기하고

부모님 차에 탄 채로 어디가는 지도 모르고 끌려다니고...

난 개인적으로 가이트 투어 안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은 가이드 투어하는 기분만 들었어.




그리고 어디를 가던 T가 태국어로 모든 상황을

해결해버리니까 더 재미가 없는거야...




여행이란 걸 갔으면

잘하진 못하더라도 그 나라의 언어를

더듬더듬 말하면서 상황을 직접 해결해나가는게

 큰 기쁨중에 하나인데,

이번 여행은 그런게 하나도 없었어.

한 마디로 어드벤쳐가 없었어!!!



T의 입장에서는 날 편하게

배려해주는 거라고도 생각되는데

나는 전혀 그런거 필요없거든!



그래서 나는 이 기분을 T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다음에 한국에 T가 올 때

나는 T가 모든 상황을 한국어를 쓰면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볼 생각이야!



T는 한국에 또 온다

다음 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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